소설리스트

임꺽정은 살아있다-69화 (69/259)

23. 나라의 경사 (2)

신해년(1551) 오월 이십팔일, 원자(元子)가 탄생하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간혹 백일이 되기 전 숨이 끊어지기도 하고, 돌을 맞이하기 전 이승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 슬프게도 예상사(例常事)였다.

원자도 마찬가지라,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몸에 열이 올랐다.

하필 삼복 더위를 맞아 방 안이 매우 더웠으므로 임금은 원자를 보다 시원한 곳으로 옮기기를 원하였고, 반면 내의원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이레 동안은 그 태어난 방에서 옮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여겼으므로 이를 만류하였다.

이때 소식을 들은 별장 임거정이 말하기를,

“방 안은 덥고 그렇다고 방을 옮길 수는 없다면, 바람을 불어넣어 식히면 될 일 아닌가?”

하였다.

그리하여 궁 안의 모든 부채를 모아 궁인과 내시들로 하여금 원자 곁에서 부채를 부치게 하였는데, 영 효험이 없었다.

“저 조그만한 부채 따위로 무슨 바람을 일으킬까. 흑의군이 나서야 할 것이다.”

임거정이 전혀 건의하는 것 같지 않은 말투로 건의하니, 공손하고 말고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던 임금은 즉시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우락부락한 흑의군 여럿이 경복궁으로 들어와, 원자 있는 방의 문을 활짝 열고 여기저기서 챙겨온 풀무를 늘어놓은 뒤 힘껏 풀무질을 하였다.

그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아니면 풀무 가져온다고 난리법석 떠는 사이 그냥 자연스레 그리 되었는지는 몰라도 원자의 열이 떨어졌다.

의원들은 대개 후자일 것이라고 여겼으나, 차마 이를 입 밖에 내지는 못하였다.

그리하여 이 모든 일이 임거정과 흑의군의 공이 되니, 임금이 크게 기뻐하며 상급을 내렸다.

꺽정이 딴에는 만에 하나 원자에게 변이 생기면 가을에 예정된 저의 혼사에까지 차질이 여길까 싶어 한 일이었는데, 어쨌든 주는 포상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그냥 조용히 받았다.

어쨌든 그 이후로 원자는 아주 건강하였고, 아직 그러면 안 되는 것이지만 임금은 벌써부터 원자의 아명까지 곤령(崐齡)이라고 지었다.

중전의 종조부인 외척 심통원은, 이를 알고 자못 시기하는 마음을 품었다. 중전이 건강한 원자를 생산하였으니 외척인 저의 권세도 따라서 높아져야 하거늘, 그것을 옆에서 빼앗아가니 이 무슨 무도한 작자란 말인가.

또한 이 무렵 충청도 – 이홍남 옥사에 얽힌 이들이 신원되면서 자연스레 이름도 본래대로 돌아왔다 – 에 가뭄이 극심하여 벼농사를 망친바 내년 구황(救荒)이 난망할 것이라는 비보가 들려왔다.

혹여 이것이 저의 혼사 거하게 베풀 때 훼방 놓는 명분이 될까 염려한 꺽정이가 중추부에서 말하기를,

“일찍이 고 서원군도 말년에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재물을 널리 베풀어 학당을 세우는 공을 세웠소. 구휼은 학당 세우는 것보다도 훨씬 미곡이 적게 드는 일인데, 어짊을 숭상하는 선비들이 스스로 고을 사람들을 돕지 않겠소? 그러니 이 일은 조정에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보오.”

하였다.

이 말이 『공보』에 실렸는데, 하필 임거정 본인이 윤원형을 언급하였으므로, 많은 이들에게는 이렇게 해석되었다.

‘윤원형 꼴 나기 싫으면 알아서들 곳간을 열어라.’

그리하여 충청도 여러 고을에서 향약의 이름으로 구휼미를 내놓겠다고 관에 고하는 사족들이 연이어 나왔고, 또한 뒤가 구린 수령들은 저들의 ‘사재’ - 본디 백성 또는 관에게 속하여야 했을 – 를 털어 구휼에 보태겠다 공언하고 있었다.

이 또한 임 당수의 위엄을 보여주는 사례라, 시기하는 이들은 더욱 시기하게 되고, 조금씩 심통원에게 동조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러던 차 기이한 소식이 지방 군현으로부터 전해오니, 술잔의 술이 넘치는 계기가 되었다.

시작은 북변 야인들이었다.

성저의 호인(胡人, 여진)들이 종종 우지개(우디거) 무리에게 침탈을 당하는 사정은 조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종성부의 성저야인 추장 직당개(지탕카이)와 그 수하 니탕개(니탕카이)가 갑자기 무리를 모아 남눌(南訥) 올적합의 부락을 불태우고, 그들이 노략질한 사람과 우마를 많이 빼앗아오는 일이 있었다.

그 와중에 붙잡혀간 조선 사람도 여럿 쇄환(刷還)하니, 종성부사 곽순수가 크게 기뻐하며 포상하였다. 더불어 권하기를, 이왕 군사를 일으킨 김에 북쪽으로 깊게 들어가 그간 붙잡혔던 조선 사람들을 더 구해오라 하였는데, 직당개는 일언지하에 딱 잘라 거절하였다.

“우리가 공을 세웠으니 상국 남쪽 양주 고을로 가는 것을 허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대인(大人)의 혼사가 가을에 있다 하니 시일이 촉박합니다.”

대인이 누구냐 물었더니 바로 임거정이었다. 곽순수가 어찌어찌 잘 달래어, 조정의 체면이 있으니 먼저 도성에 올라가 입조(入朝)하고 양주로 내려가라고 하니 직당개도 순순히 따랐다. 이왕 가는 길, 하사품 더 챙겨서 돌아가는 쪽이 이득 아니겠는가.

그 다음은 동래부에 머물다가 마침내 조정의 허락을 받아 상경하게 된 왜인 사절들이었다.

동래부사가 치계하기를, 대마도 종씨와 구주(규슈) 대내전·소이전(오우치·쇼니)이 모두 급히 본국으로 배를 보냈는데, 서로 앞다투는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하였다.

곧 배 세 척이 돌아와 후추·단목(丹木) 따위를 가득 내렸다. 동래부사가 무슨 일인지 문정(問情)하니, 당당하게 밝히기를,

“조선국의 귀인께 경사가 있다 하니, 멀리서 찾아온 빈객으로서 어찌 예를 다하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주상을 ‘귀인’이라 칭하는 것이 괴이하기는 하였으나, 예에 어두운 왜인들이 어리석은 잘못을 범하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으므로 동래부사는 으레 그러려니 하였다.

왜인들이 진상하는 물품이 늘어났으니 하사하는 바도 더욱 도타와져야 하는지라, 동래부사로부터 장계를 받은 조정은 급히 사여(賜與)할 물목을 보충하였다.

의민당이 일어난 이래로 이상하게도 대국 산동에서 나오는 귀물이 평양·개성 등지까지 흘러들어오는 일이 늘어났는데, 그 덕에 하사품 마련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헌데 왜인 사절들이 진상하려는 물목의 수량을 정확히 파악해보니, 어째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대들이 급히 본국에 배를 보내어 정성을 다하고자 하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수량이 맞지 않으니, 혹 정미년(1547)의 약조를 어기고 몰래 본국의 사람과 교역하려는 뜻은 아닌가?”

예조에서 급파한 관헌이 중도에 세 사신단을 만나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미 귀국 동래부에서 사정을 모두 밝혔는데 이리 의심하시니, 우리는 다만 억울할 뿐입니다. 귀국의 조정에 바치는 만큼 장군(將軍, 쇼군)께도 예를 다하려는 것인데, 어찌하여 이러한 오해를 한다는 말입니까?”

“장군이라 함은 누구를 일컬음인가?”

“어찌 우리를 또 시험하려는 것입니까? 민주당 당주(黨主) 되시는 분 외에 또 누가 계신다는 말입니까?”

임 장군이 한 마디 넌지시 말하니 그 콧대 높은 조선의 사족들과 위세 높은 각 군현 수령들이 서둘러 곳간 문을 여는 것을 보았던 일본 사신들에게는, 조선 관헌이 저렇게 뻔한 물음 던지는 것이야말로 수상하게 보였다.

한편, 조정 대신들은 임거정의 위세가 저렇게 나라 바깥까지 전해지는 것에 놀라면서도, 딱히 무어라 트집을 잡지는 못하였다.

국외의 사람들과 사사롭게 교류하여 무리를 모으는 것은 대개 역적이 흉계를 꾸밀 때 하는 짓이었으니, 만일 왜인과 야인들의 입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왔더라면 족히 의심스럽게 여기고 추포하여 통의부에 세움이 마땅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임거정은 이미 스스로 조정을 뒤엎었고, 지금도 후과 따위 생각지 않고 미쳐 날뛴다면 족히 궁궐과 도성을 피바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가 무엇이 아쉬워 왜인이나 야인을 끌어들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정녕 이 일을 좌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무언가 수를 써야 한다는 데는 점차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있었으나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삼복 더위도 가시고, 양주 고을에는 행색 기이한 무리가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양주 녹양역(綠楊驛) 근방에는 너른 초지(草地)가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국조(國朝, 조선을 말함) 초에 목장이 있었다는 곳이었다.

“목사 나리께는 감사드릴 뿐이오. 이토록 좋은 곳을 경사스러운 일의 터로 내주시다니.”

“허, 허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외다.”

졸지에 끌려나온 양주목사 백인영이 진땀을 흘렸다.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여차하면 그 자리에서 단칼에 저의 목을 날릴 수도 있는 임 별장이기 때문인가? 물론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더 백인영으로 하여금 땀 흘리게 만드는 사유가 있었으니, 말 타고서 임 당수 옆에 나란히 서 있는 규수 때문이었다.

“나라가 열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니, 어찌 염려되는 바가 없으실까요. 그러나 임 별장님과 더불어 저 또한 면밀히 사정을 살펴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니 이론상 같은 말 위에만 안 타면 되겠지만, 내외의 법도가 어디 그리 만만하던가. 얼굴에 너울 드리운 채 당당하게 말군 차려입고 장차 지아비 될 사람과 함께 있는 이명희가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백인영은 얼굴이 절로 화끈해지는 듯하였다.

『주자가례』의 친영례를 따라 혼사를 올리겠노라 공언하였으면서, 어찌 남녀유별 도리는 이리도 무시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가례』 어디에도 신랑과 신부가 함께 말 타고서 그들의 하객이 모일 곳을 미리 마련해두면 안 된다는 글은 없었으므로 – 아마 주희 본인도 이런 일 벌어질 것은 상상도 못했을 테다 – 트집 잡을 근거가 없었다.

반면 신랑집과 신부집 사이에 거리가 있을 경우, 적당한 곳에 터를 마련하여 그곳을 ‘가짜 집(가관假館)’으로 삼고 혼례를 치르는 절차는 실제로 『가례』에 나와 있었다. 작금 조선에서 예학에 가장 밝을 남명 선생이 그리 말하였으니, 함부로 볼멘소리한다면 – 임 당수로부터 무사히 도망친다는 전제 하에 – 예를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혹 이 사람 혼사에 찾아올 하객들이 길을 헤매게 되면, 이쪽으로 보내주시오. 그들이 양주 경내를 들쑤시고 다니면 목사께도 좋지 않을 것이오.”

꺽정이가 태연스레 말하니, 그제야 다시 천근만근 근심걱정이 백인영 마음 속에 돌아와, 얼굴에 치밀어오르던 화기를 식혔다.

“하객이라 하면...”

“공연히 이 사람이 이만큼 너른 들판을 내달라 했겠소? 전국의 몸 멀쩡한 백정들은 모두 찾아오려 할 것이오.

그런데 백정이 나라에서 천대받기가 여러 해다 보니, 그 벌이가 떳떳지 못한 이들도 없지 않소. 예컨대 저기 남도에서 도적떼로 지내던 백정들도 축하하러 오겠노라 답했다는데, 그런 이들이 읍내에 들어가 양주 양민들과 섞인다면 서로 곤란하지 않겠소이까.”

수틀리면 저의 혼례 하객들을 읍내에 풀어버리겠다는 협박이기도 했다.

“흠흠, 그러잖아도 들려오는 풍문이 심상치 않아, 우선 평구찰방(平丘察訪)으로 하여금 양주목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역리와 역졸을 보내두라 해두었소. 그들이 임 당수의... 하객을 만나게 되면 모두 이쪽으로 향도(嚮導, 인도)할 것이외다.”

“고맙소.”

때마침 들판 멀리 반대편에서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났다. 과녁으로 쓸 초인(草人, 허수아비)을 모두 준비하였다는 뜻이었다.

꺽정이가 옆의 이명희 돌아보며 말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시오.”

“이미 팔에 생채기가 한가득인데, 몇 군데 더 다친들 무슨 상관인가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구절은 잊었소?”

꺽정이가 걱정하는 말에 이명희가 웃으며 뼈 있는 농을 던졌다.

“삼종지도(三從之道)가 있으니 장차 지아비 되실 이 말씀에 따를 뿐인걸요.”

백인영이 애써 다른 곳을 보다가, 참다 못해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이럇!”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활을 들고 이명희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어느새 바람처럼 달려나가 시위를 당기니, 초인 하나를 맞출 때마다 주변의 구경꾼들이 환호하였다.

그 환호하는 무리 중 간간이 변발한 자들이 섞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백인영은 어디서부터 한숨을 쉬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지경이었다.

“어차피 고민을 하면 할수록 시름만 깊어질 게요. 이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려니 여기면서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을 권하오.”

“나라의 봉록을 받는 목민관으로서 어찌 그러겠냐만... 임 별장 말씀이 갈수록 합당하게 들리니 근심이 크오.”

“앞으로 더 커질 것이오.”

들판을 누비는 이명희의 반대편에서, 얼추 보아도 조선 사람은 아닌 듯한 행색의 행렬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꺽정이가 말했다.

처음 꺽정이가 신씨 부인과 이원수에게 제안할 때에는, 명희의 기사(騎射) 솜씨를 하객들 앞에서 선보이겠노라 하였다.

그러나 반가의 체통을 거기까지 깎을 수는 없노라 여긴 두 사람은 난색을 표했다. 새색시 몸이 다치게 되면 곤란하고, 더구나 그 하객이라는 자들이 수가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는 백정들, 거기에 왜국과 여진 야인들까지 모인 잡다한 무리라지 않은가.

반가 여식이 광대 노릇을 하게 될 수도 있다니 암만 생각이 트인 신씨라도 그것만은 허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간 명희가 수련한 것을 무위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

그리하여 중도(中道) 택하기를, 하객들 몰려들기 전 양가 부모들 – 꺽정이의 경우에는 말대가리와 가도치만 – 앞에서만 솜씨 보이기로 하였다.

그러나 양가 식구들을 모셔오기도 전, 과녁 세워두고 연습만 막 하던 차이건만 벌써부터 이렇게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휘유! 뒤뜰에서 조금 움직이는 것과 들판을 달리면서 습사하는 것은 완전히 맛이 다르네요!”

한바탕 돌고 온 명희가 땀을 훔치며 말했다.

“잘 맞추었소?”

“헤헤, 글쎄요. 아직은...”

“정 어려우면 지금도 언제든 관둘 수 있소.”

애초에 꺽정이가 이 ‘백정의 가풍’ 운운하게 된 것부터가 명희를 단념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었으니, 혼사를 이미 치른 것과 다름없게 된 지금은 명희 한 사람이 마음을 바꾼다면 이 기묘한 무과(武科) 놀음도 언제든 집어치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명희는 한사코 저의 수련한 성과를 드러내겠다는 데서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아비로 삼으려는 이의 뜻이 원래 이것이었으니 어찌 함부로 관둘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말 타고 달리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활쏘기는 벌써 꽤 실력이 붙었다고요.”

“정말이오?”

명희가 군말 안 하고 다시 시위에 화살을 메기더니, 초인 주위에 사람 없는 것을 보자마자 시위를 툭 놓았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족히 삼백 보는 떨어진 곳에서 마치 메아리치듯 탄성이 울려왔다.

어째 이이가 연상되는, 뽐내는 기색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명희가 물었다.

“이만하면 믿으시겠어요?”

“허...”

“솔직히 말해주세요. 이 백정의 가풍이라는 것, 거짓말이지요?”

느닷없는 물음을 기습하듯 푹 지르니, 진실이 툭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그, 그렇소.”

“그렇지만 괜찮아요. 이미 그때 밝히셨잖아요. 낭군을 따라 여기저기 누비고 다닐 때 도움이 될지언정 짐이 될 수는 없으니, 어차피 닦아야 하는 무예였지요.”

“이해해주니 고맙소.”

그런데 명희는 짖궂은 미소로 받는 것 아닌가.

“그러나 낭군께서 거짓을 말씀하셨으니, 책임도 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세가 어째 그 어머니를 본받은 듯하여, 꺽정이가 일시 뜨끔하였다.

열심히 머리를 굴린 끝에 대꾸할 말을 겨우 찾았다.

“그렇지. 어떻게 그대만 남의 구경거리로 삼을 수 있겠소? 혼사는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마땅히 그대만큼이나 이 사람도 힘을 쓰는 게 맞겠지.”

“글쎄요. 흠. 우선 그것으로 책임을 지시는 것도 가당하겠지요.”

“어차피 백정놈들과 야인들은 모두 무식해서, 말로만 하면 알아듣지 못할 것이오. 이 꺽정이를 믿고 따르도록 하려면 힘을 보여주긴 해야겠지. 그럼 다녀오도록 하겠소.”

“헤헤, 저는 잘 구경하도록 할게요.”

꺽정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앞에 여전히 예의 그 짖궃은 미소가 아른거렸는데, 어째 싫지 않았다.

국초에 나라에서 정령(政令)을 내려, 고을 안의 백정들을 별도의 호적에 올리고 각 고을의 수령이 관리하게끔 하는 일이 있었다.

나라의 일이 대개 그렇듯 몇 년 지나서 흐지부지되었지만, 유독 삼남의 몇몇 고을에서는 그것이 오래 이어졌는데, 개중에는 토호와 아전들이 고을의 백정을 마치 저의 노복처럼 부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라도 일대에는 백정들이 산속에 들어가 도적이 되는 일이 빈번하였다. 거기에 재인(才人)이며 소소한 도적들, 유랑하는 백성들까지 합류하여 꽤 큰 무리를 이루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황해도에서 그들 따위와는 견줄 수조차 없는 엄청난 도적떼가 일어났다. 겉으로 둘러대기로는 무슨 당이니, 백성을 위하니 하지만, 도적들 눈에는 똑같이 도적으로 보였다.

헌데 그 도적떼가 숫제 나라를 뒤엎더니, 이제 그 나라를 좌지우지하려 각지 군현에 뿌리를 박고자 하고 있었다. 이를 어찌하여야 하는가 혼란스럽게 여기던 차, 엄청난 사실이 밝혀지니, 그 도적떼의 우두머리 임거정이 실은 저들과 같은 백정이요, 금번에 양반가 규수와 혼사를 올린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찾아가서 눈도장 찍으면, 도적 신세 면하고 저들도 그 이름난 흑의군처럼 무언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싶어, 지리산과 그 일대에 숨어 살던 자들이 모두 말 타고 병장 들고서 양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어째 양주로 다가갈수록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의심스러운 일이 이어졌다.

양주 길목을 역졸들이 지키고 있기에, 필시 그들에게 시비를 걸 것이라 여기고 긴장하였건만, 오히려 상냥하게 맞이하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꺼리는 기색 역력함에도 말은 애써 상냥하게 하려고들 노력하니, 임 당수의 위엄을 족히 알 수 있었다.

이어서 녹양평에 닿으니, 웬 아리따운 규수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날뛰고 있었다. 이 어찌된 일인가 물으니 저이가 바로 임 당수의 배필이라고들 하였다.

슬슬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임 당수 본인이 저들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오, 네놈들이 저기 지리산 쪽에서 날뛰던 백정 도적떼들인 모양이로구나. 백정은 모두 일족이니, 이렇게 찾아와서 경축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지. 어디, 이 어르신을 위하여 자리를 빛내주겠느냐?”

나이 스물깨나 되었을 테지만, 결코 스무살로는 보이지 않는 꺽정이가 그렇게 말하니, 일당 모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그...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내 안사람이 저렇게 사람도 고운데 솜씨마저 훌륭하니, 모두의 눈길을 끌지 않느냐. 내가 남편 될 사람으로서 그것은 차마 못 봐주겠다. 각시는 나 홀로 보아야지 너희 잡것들이 눈동냥해서야 되겠느냐.”

언제는 백정이 모두 일족이라고 하고 지금은 저들을 잡것이라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았으나, 권세 좋다는 게 다 무엇인가. 앞뒤 따위 안 맞추어도 되는 것이 바로 권세였다.

“자, 그러니 다들 덤벼라.”

“예?”

“덤비라고. 나는 말 타고 활 쏘는 재주는 없고, 사람 베고 때려눕히는 재주뿐인데, 그렇다고 네놈들 피를 볼 수는 없지 않으냐?”

지리산 백정들이 어리벙벙하여 가만 서 있는데, 그 꼴이 우습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여, 꺽정이가 예의 흉악한 미소 한 번 짓고는 냅다 달려가 그들 중 한 놈의 억장을 뻥 걷어찼다.

“하하! 이놈들이 사람 말이 우스운 모양이로군그래.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어디 양갓집이나 털어먹겠느냐?”

“이...”

“에라, 모르겠다! 임 당수! 죄송합니다! 쳐라!”

“족쳐라!”

“하하! 그래야지!”

물론 그렇게 궁지에 몰려 달려든 지리산 백정 패거리들 중 그 누구도 임 당수에게 죄송할 일을 실제로 행하지는 못하였다.

주먹질 한 번에 장정 하나가 쓰러지고, 발차기 한 번에 사내 하나가 날아가니, 꺽정이 힘이 다하기 전 지리산 패거리의 사람이 먼저 다하였다.

“이놈들, 정말 도적이 맞느냐? 이거 이래서 쌀섬이나 털고 다녔겠나.”

“으으... 여, 역시 임 당수십니다!”

간신히 몸을 추스린 놈 하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

“임 당수! 임 당수!”

얻어맞아 쓰러진 놈들, 걷어차여 날아간 놈들, 그리고 그사이 몰려든 구경꾼까지 모두 임 당수를 연호하였다.

“우우! 한심하다!”

“저놈들 저거, 황해도에 왔으면 고개도 못 들고 다녔겠구만그래! 하하!”

개중 비웃는 소리가 돌려 돌아보니, 당수님 경사스러운 일 생겼다고 찾아온 흑의군과 옛 의민당 사람들이었다.

“오냐, 네놈들도 왔구나! 다음은 너희다.”

“예?”

“야, 튀어라!”

꺽정이가 흑의군 단련시킬 때 그 ‘조련’의 이름으로 그들 쥐어패는 것을 하도 많이 했기에, 흑의군들은 꺽정이의 그 사람 패는 눈빛이 보일 때마다 절로 오금이 저려오곤 했다.

그러나 반대로 하도 얻어맞은 이들은 그 눈빛도 조금은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으므로, 몇몇은 무사히 몸을 빼돌렸다.

“이놈들아, 글렀다, 글렀어! 이럴 게 아니라 우리 대신 얻어맞을 놈들을 구해다 바쳐야지!”

개중 머리 돌아가는 오막손이가 말을 꺼내자, 다들 그럴듯하다고 찬동하였다.

“지금 보아하니 같은 백정이라도 당수님 앞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것 같다. 저기 북변 오랑캐들이 맷집 좀 좋아보이는데, 왜 왔는지는 몰라도 분명 물정 어두울 테니 잘 꾀어내면 임 당수 앞에 대신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도적 때려잡는 것 외에도 황해도와 도성에서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 언변도 꽤 늘어난 흑의군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한창 혼사 준비로 바쁜 녹양평은, 때로는 양갓집 규수가 말 달리며 활 쏘는 구경으로 붐비고, 때로는 임 당수가 사람 쥐어패는 구경으로 붐비게 되었다.

녹양평 들어오는 길목마다, 임 당수 뵈러 온 길에 정말 가까이서 뵙고 가라며 꼬드기는 수상쩍은 무리도 생겨났는데, 날이 지날수록 얼굴에 시퍼렇게 멍 든 채로 그 수상쩍은 무리에 합류하는 자들도 늘어났다.

지탕카이와 함께 한양 올라갔다가 양주로 온 니탕카이에게도 곧 그런 수작이 들어왔다.

“임 당수, 싸운다고?”

“그렇소. 지금 저기 가면 우리 임 당수와 주먹을 맞대볼 수 있소! 딱 보아도 저기 북변서 온 야인인 것 같은데, 이럴 때 주먹질 실컷 해보지 또 언제 해보겠소? 먼 길 온 길에 얘깃거리 만들고 가시구려.”

니탕카이 생각에 자신이 쉬이 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임 당수에 대해 자신이 들은 바가 맞다면, 이럴 때 저의 용력을 드러내어 용사로 인정받는 쪽이 저들 주르첸 사람들에게 훨씬 이로울 것이었다.

지탕카이에게 눈짓 한 번 하니, 그 또한 비슷한 심산인지 고개 끄덕였다.

“좋소. 나 싸우겠소.”

“참 잘 생각하였소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저기 구경꾼 많은 쪽으로 가서, 그냥 달려들면 되오.”

“임 당수 거깄소?”

“그렇소.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게요. 주변에 장정 여럿 쓰러뜨리고 홀로 서 있는 거한이 바로 임 당수일 테니.”

그 말 듣고서 후다닥 잰걸음으로 가 보니, 정말 방금 전 그자가 떠든 대로였다.

더 머뭇거릴 것도 없이, 곧장 모자와 웃통을 벗고 임 당수 앞으로 나아갔다.

변발이 드러나니, 오랑캐 놈이 왔다고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구경꾼들 사이에 금방 퍼졌다.

“오, 왔느냐. 온다는 소식은 들었다.”

“오도리에 몸을 맡기고 있는 떠돌이 니탕카이라고 하오, 임 당수. 축하드리러 왔소.”

“하하, 그래. 잘 왔다. 그런데 웃통을 깐 걸 보니, 주먹질하러 오기도 한 듯하구나?”

“그렇소. 나 어디 가든 장사 소리 듣소. 임 당수께도 장사 소리 들을 테요.”

짧은 조선말이지만, 성저야인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 짧은 말로도 제법 유창하게 뜻을 전하고 있었다. 그 심산이 얼추 짐작되어 꺽정이도 웃었다.

“하하!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구나. 그래, 어디 덤벼 보거라.”

“그럼 가보겠소.”

연이어 주먹질이 대여섯 번쯤 오갔다.

“하하! 이놈! 힘 좀 쓰는구나!”

심지어 한 번은 꺽정이 가슴팍에 주먹이 와서 닿기도 하였다. 아마 이지함이나 두리손이보다는 센 축에 들지 않을까 싶었다.

“흐억!”

허나 결국 꺽정이의 억센 발길질 한 번에 바닥 나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흐흐, 힘의 차이가 느껴지느냐?”

“맨손, 나 약하오. 허나 칼로 싸우면 안 지오.”

“이놈, 말이 계속 바뀌는구나! 좋다. 허나 진짜 환도 들고 싸울 수는 없으니, 나무 막대기를 가져오도록 해라.”

“내 그리하겠소.”

니탕카이가 급히 사라지더니, 다음날에는 어설프게 칼 모양을 한 나무 막대기 여럿을 준비해 왔다.

“호, 이놈 봐라. 손재주가 꽤 좋구나?”

“그건 모르오. 그런 건 장사가 하는 일이 아니오.”

“이놈이 칭찬을 해주어도 제대로 듣질 않는구나. 네놈이 어젯밤 저기 구석탱이에서 막대기 깎는 것을 보았다. 뭐, 어쨌든 약조한 대로 붙어보아야겠지. 덤벼라!”

“맨주먹으로 싸울 때와는 다를 것이오.”

과연 그 말대로 조금은 달랐다. 어디까지나 아주 조금만.

결국 제대로 머리통을 얻어맞고 – 어째서인지 오랑캐들과 왜인은 멀쩡한 머리를 밀고 다니는지라, 목검이나 몽둥이 따위로 때리는 맛이 좋았다 – 니탕카이가 쓰러지자, 어째 주변의 여진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이었다.

“와아, 임 당수! 임 당수!”

“흠흠,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이 오도리 사람 지탕카이가 같은 일족이신 임 당수의 용력에 경의 표합니다.”

니탕카이보다 조선말이 더 나은 지탕카이가 나아와 인사를 올렸다. 슬그머니 ‘같은 일족’에 힘을 주어 말하는 지탕카이였다.

“그 경의 잘 받겠소. 와주어서 고맙소이다.”

“저희야말로 감사합니다, 당수!”

“임 당수! 임 당수!”

어느새 주변을 빼곡히 채운 변발 호인(胡人)들이 그렇게들 외치니, 멋모르고 양주까지 온 백정들도 덩달아 그 이름을 연호하였다.

그때였다.

“임 장군, 이 졸자(拙者)에게도 무예의 가르침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백정과 여진 사람들, 그리고 뒤에서 눈치 보면서 구경하는 흑의군을 헤치고 나오는 자가 하나 있으니, 앞서 떠들던 니탕카이와는 또 다른 어색한 억양이었다.

“야인에 이어 이번에는 왜놈이구나! 좋다! 어디서 온 누구냐!”

“대마도에서 온 종성종(宗盛種, 소 모리타네)이라 합니다. 무사로서 어찌 이런 기회를 함부로 지나치겠습니까?”

물론 처음부터 이런 판에 낄 생각은 없던 모리타네였다.

허나 기껏 한양을 떠나 양주에 당도했더니, 조선국 쇼군이 백성들과 섞여 이렇게 무예를 뽐내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럴 리 없다 여겼건만, 조선에 본디 이런 전통이 있는 것인가, 일순 저의 상식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는 모리타네였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판이요, 손님으로서 이 자리에 끼어 확실하게 쇼군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것은 그들이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오우치와 쇼니 씨의 사절단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둘 다 승려. 물론 늘 그렇듯 태생이 승려는 아니요, 집안싸움에서 밀려난 무사 집안 출신이었지만 어쨌든 그들로 하여금 병장기를 들게 할 수는 없었다.

오우치와 쇼니 사신단에 다른 무사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임 장군의 체면이 있고 또 소 씨의 체면이 있으니, 자신이 나서야만 했다.

“좋다, 덤벼라!”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소 모리타네의 사정 따위 개의치 않는 꺽정이는, 전생의 을묘년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껏 모리타네를 두들겨 팼다.

“하하, 실례는 내가 할 것 같구나!”

“흐억!”

그렇게 모리타네가 머리털 없는 머리통에 매정한 목검 칼날 얻어맞고 기절해 나가자, 그 뒤에야 비로소 오우치와 쇼니 씨 쪽에서도 하나씩 사람이 나왔다.

물론 그들 또한 여러 합 버티지 못하고 실려나가는 꼴은 똑같았다.

그날 밤, 일본인들과 여진인들 모두, 이 임 당수가 여간내기 아님을 재차 실감하게 되었다.

과연 오만 관군을 단번에 쓸어버리고 한양까지 진군했다는 것이 헛말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임 당수를 통해 조선 조정에 듬직한 뒷배를 얻는다는 저들의 본디 계획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밤새 고민이 이어졌다.

그나마 그 임 당수와 직접 목검과 주먹을 맞대었던 니탕카이와 소 모리타네는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채 곯아떨어졌기에 그런 고민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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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등장한 명종의 원자는 바로 순회세자(順懷世子)입니다. 순회‘세자’라는 데서 볼 수 있듯,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1563년 요절하게 되지요. 이로 인하여 명종은 크게 상심하였고, 대신 중종의 서자인 덕흥군의 아들 하성군을 총애하게 됩니다. 원 역사에서도 순회세자는 태어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열을 앓았고, 이후로도 종종 잔병치레를 하였습니다. 다만 원 역사에서는 당연히 꺽정이가 없었기 때문에, 부채질이나 풀무질을 하는 대신 그냥 기거하는 방을 옮기게 하였습니다.

작중 언급된 가관례는 실제로 『주자가례』에 나옵니다. 이전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친영례를 조선 특유의 남귀여가혼 풍속에 맞추어 조금 조정한 반친영이 끝내 정착하지 못하자 그 대안으로 새롭게 주목받아 17세기에 잠시 가관친영례가 시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남귀여가혼 풍습을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지요. 이후 사대부의 혼례는 남귀여가의 틀을 따르되, 합방 후 사흘째 되는 날 하던 상견례만 당일 치르는 형태(이른바 신속례新俗禮)로 굳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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