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꺽정은 살아있다-243화 (242/259)

73. 만병지왕 (3)

무엄한 동쪽 오랑캐 정벌에 나선 대명의 천병이 무순관을 넘으니, 적장 임거정은 연전연패하였다. 무순관 동쪽 산길에서 딴에 기습이랍시고 덤벼들었다가 바로 대패하였으며, 험준한 살이호(사르후)에 의지하여 버티려 하였으나 끝내 그 귀한 화포마저 버리고 몸만 도망쳤다.

그리하여 혁도아랍(허투알라) 성까지 단번에 밀고 들어갔으니, 대명의 상승(常勝) - 천진이나 북경의 일은 기억하지 않는 쪽이 더 편하였다 – 군세는 혁도아랍을 거점삼아 서로는 봉황성을 위압하고 남으로는 야인들이 도읍이라 우기는 길림오랍(기린울라)를 향해 치고 들어가고 있었다.

“아이고, 이거 무서워서 살겠나. 매일같이 이 산길로 밀고 들어오니, 참.”

꺽정이가 껄껄 웃었다.

골짜기 따라 이어진 산길에는 사람의 시체가 그득한데, 대개는 명나라 갑옷을 입은 시체였다.

봄도 이제는 소만(小滿)께라 북변의 산도 제법 푸릇푸릇해졌다. 그 녹림(綠林, 푸른 숲, 또는 도적 소굴을 은유하여 부르는 말)을 녹림답게 만들고자, 꺽정이가 이끄는 조선과 여진 마병이 매복하고 있다가 이 치중 행렬을 급습한 것이다.

조선국 도원수 임거정이 손수 이끌기에는 참으로 약소한 습격. (그래도 도원수 직함의 무게는 알았기에, 직접 칼 들고 뛰쳐내려가지는 않고 이렇게 일이 다 끝난 뒤에 골짜기로 내려오곤 했다.) 허나 전생의 해서대적이자 금생의 나라 훔친 도적 임꺽정에게는 또 이만큼 날뛸 만한 전장이 별로 없었다.

“흐흐, 군량이 절로 곱절로 불어나는구나! 천조 대명에서 군량을 삽으로 퍼다주다시피 하고 있으니 천은(天恩)인지 천금인지 참 망극하구만그래.”

멀뚱멀뚱 두발짐승들 하는 짓을 바라보는 짐말 사이 오가면서, 줄지어 서 있는 수레에 실린 짐을 살피던 병사들도 따라서 웃었다.

이는 저들 식솔이 기린울라로 피신해 있는 여진 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삼만 명군이 기린울라로 향하고 있고, 그마저도 선봉에 불과하여 그 뒤에 또 수만이 더 뒤따를 예정이었건만, 정작 여진 사람들의 입에는 웃음이 서린 까닭은 무엇인가?

첫째로, 기린울라로 향하는 삼만 천병의 머릿수는 삼만에 한참 못 미쳤다. 허투알라를 떠날 때는 얼추 삼만이 맞았지만, 좁은 산길을 뱀마냥 죽 늘어져 행군하다 보니 중간중간에 계속 멀리서 포를 쏘고 풀숲에서 총을 쏘는 무리에게 번번이 당하곤 했다. 아마 지금은 적어도 일이천은 줄어 있을 터.

둘째로, 설령 기린울라에 당도한다 한들, 그사이 또 받아온 화포로 성의 무장을 탄탄히 한 명희와, 저의 성을 잃은 원한을 명에게 풀고자 하는 아이신교로 교창아의 방어를 뚫기는 난망할 터였다. 

특히 기린울라 주변에 쌓아올린 일견 우스워보이는 토성(土城)은, 실제로는 조선 서생들과 그 외 여러 총명한 이들의 엄청난 궁리(및 밤샘)이 녹아든 산물. 처음에는 비웃던 이들이라도 포화를 몇 번 쏟아부어보면 그 토성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될 것이었다.

꺽정이가 이런 사정을 나름 상세히 – 도적질도 모름지기 뭘 알고 털어야 더 잘 할 수 있기 마련이었다 – 말단 병사들에게까지 전해주었기에, 다들 이리도 사기가 높았다.

호왈도 아니요, 진짜 삼만(에 가까운) 명나라 군사. 거기에 더불어, 아득바득 후방을 지키겠다고 텅 빈 허투알라에 남겨둔 오만. 

그 팔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치중의 절반 이상이 이렇게 가운데서 끊겨나가고 있었다.

강남과 화북 백성들이 피땀 흘려 거둔 곡식은 그렇게, 동쪽으로 건너와 엉뚱한 나라 사람을 먹이는 데 쓰이게 될 예정이었다.

“자, 투항한 놈들은 그대로 서쪽으로 돌려보내고, 우리는 이대로 물러난다!”

“예, 도원수 대감!”

처음에는 왜 도원수쯤이나 되는 이가 이런 짓을 하는가 내심 의심하던 이들도, 이 무렵에는 산길 넘나들며 도적질하는 재미가 들려 더 깊게 생각하는 것을 관둔 지 오래였다.

그렇게들 신나게 떠들며, 수레를 막 옮기려던 때였다.

“암바 버일러! 암바 버일러! 하다 부 놈들이 십 리 앞까지 왔습니다!”

혹여나 다른 명나라 군사들이 오지는 않을까 망 보도록 산 위로 올려보냈던 여진 척후들이 후다닥 달려오며 외쳤다.

“머릿수는 얼마나 되느냐?”

“일만오천쯤 되는 듯합니다!”

“녀석, 제법 애를 썼구만. 좋다! 다들, 서둘러 군량을 옮겨라! 그것만 마치고 바로 하다 놈들을 상대하러 가자꾸나!”

군량을 숨길 곳이야 많았다. 압카이 아파시 구룬이 건국된 이래로 이미 민호의 수가 곧 부족의 힘임을 깨우쳤던 여진의 굵직한 추장과 유력자들은, 이미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법한 골짜기마다 농사를 지을 채비들을 다 해두었고, 심지어 벌써 그 난저라는 그 자체로 기적이라 할 만한 작물을 심기도 했다. 

그런 곳에 적당히 나누어 군량을 숨겨두면, 나중에 – 기실 그리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다 – 그곳을 지나갈 동방 군사들이 이를 알아서 잘 찾아 일용할 양식으로 삼을 터였다.

“어디 보자. 만나기로 한 곳 이름이 무어였더라?”

“야마할라 산, 그러니까 니칸 글(한문)로 쓰면 운모봉(雲帽峰)이 되겠습니다.”

“거 산 이름도 참 편하게 지었다. 여하간 한바탕 싸움박질을 벌여야 할 테니, 다들 각오하라고 해 두고.”

한편 그 무렵, 함락된 혁도아랍에 남아 무순관 동쪽의 명군 전체를 지휘하던 이성량에게 기묘한 글 한 통이 닿았다.

운모봉에서 임거정과 합세하여, 무순과 혁도아랍 사이의 길을 완전히 점거하여 가로막을 궁리를 할 예정인데, 이렇게 함정을 파 두었으니 군사를 이끌고 와 임거정을 붙잡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해서여진 합달(하다) 부 추장 왕태(王台, 왕타이)의 제안이었다.

금상 황제께서 큰 공을 세운 요동경략 척계광에게 하사하는 여덟 귀물(八賜品)을 대신 전하러 찾아온 이는 다름아닌 내각수보 장거정 본인이었다.

대저 그러한 고관이 변방인 요양에 찾아온다면, 맞이할 준비를 한답시고 주변 모두를 괴롭게 하기 마련인데, 장거정은 미리 사람을 보내 그럴 여력이 있다면 오랑캐 군세를 정벌하는 계책을 내는 데 쓰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하여 생에 두 번째로 산해관을 넘어 요양에 당도한 장거정의 눈에는, 크나큰 싸움을 앞둔 변방 요새의 모습이 날것 그대로 들어왔다.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기에, 출병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바탕 즐기고 가겠다며 흥청망청 노는 자들.

이미 한 번 저 남쪽, 동이와 직접 부딪히는 산속으로 나아가 몸과 넋의 일부를 산중에 흩뜨리고 온 자들.

그 어디에도 승리를 확신하는 당당함은 보이지 않았다.

전세가 불리하기 때문인가? 아니, 지금껏 장거정에게 올라온 보고를 바탕으로 추산컨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무순을 넘어 압록강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내각수보가 보기에도 그러할진대, 고작해야 졸병이나 그보다 아주 약간 높은 군교들이 보기에는 어떻겠는가. 

그보다는, 대명의 승리를, 대일통으로 나아가는 걸음 하나하나를 자신의 승리요 자신의 자랑이라 여기지 못하는 것일 테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에게 몇 년만 더 시일이 허락되었다면, 그리하여 대일통의 큰 뜻이야말로 중화의 백성 모두를 위한 것임을 보일 수 있었더라면. 이제야 막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는 각지 군현의 공사(公司)들. 민주당의 해적들만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온 강남을 홀리고 있었을 포토시의 은.

그러나 장거정은 곧 마음을 바로잡았다.

차라리 지금 단번에 앞길 가로막는 모든 것을 치워버리는 것만 못하였다. 외골수일지언정 명석한 장거정의 머리는, 다른 길에 눈길을 주기에는 이미 너무나 멀리 와버렸음을 굳이 셈하기도 전에 알아차렸다.

그러니, 지금은 상념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미 행렬의 거의 맨 앞에 있던 장거정은 주변을 더욱 재촉하여, 척계광을 만나기로 한 요양 변두리의 한 군기고로 향하였다.

“이것이 그 살이호라는 성에서 노획한 화포인가?”

군사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문외한인 장거정이 화포를 지키던 군관에게 물었는데, 답은 엉뚱한 곳에서 돌아왔다.

“그렇습니다, 수보 대인.”

바로 지금 북경에서는 – 적어도 양달에서는 – 모두가 명장이라 칭송하는 척계광이었다.

“보시다시피,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랑캐의 군기라 하여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이 장 아무개에게는 굳이 당부하지 않아도 되오. 애시당초 오랑캐에게 중화가 뒤쳐지고 있음을 깨우치고서 내건 것이 대일통의 기치이니.”

이어서 척계광은 손수 총통 하나하나를 짚으며, 살이호에서 노획한 것부터 얼마 전 봉황성 인근까지 목숨을 걸고 다녀온 척후가 노획한 소위 ‘자생화총’까지, 그 매서움에 대해 상세히 고하였다. 장거정 또한 익숙하지 않은 말 하나하나를 머리에 담으려 애썼다.

“정말 보면 볼수록 악적(惡賊)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소이까. 이런 정교한 무기를 만들어 쓰고 있으면서, 정작 북경에서 선보인 그 수많은 병기 중에는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으니.”

장거정이 고소(苦笑)하였다.

“바로 이 화포로 인하여 근심과 의심이 늘어났으니, 소장에게도 여간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그 무슨 말씀이시오?”

“수보 대인께서 이곳 요양에 친히 찾아와 주셨으니 직고(直告)하겠습니다. 소장이 의심하기로, 어쩌면 혁도아랍을 내준 것이 적의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함정이라? 아니, 어떻게 그런 함정을 팔 수가 있겠소? 군문의 일에는 아첨하는 말로도 차마 밝다고 못할 이 장 모지만, 적어도 지금 야인들의 사정이 그런 함정을 파는 것을 감당할 수 없음은 족히 알겠소. 더구나 이 화포만 하더라도...”

뭍에서든 물에서든, 동쪽 오랑캐들이 병정의 수로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대명에 대항하고자 귀하게 여기는 것, 모든 병기 중의 으뜸으로 떠받드는 것이 바로 화포였다.

바로 그것으로써 그들은 일본에서 대명 국고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동군을 무찔렀고, 또 바로 그것으로써 천진에서 천조의 체통을 거하게 무너뜨렸다.

그뿐인가? 혁도아랍을 내주고 야인들의 도성 길림오랍까지 위협받도록 하는 그런 함정은, 물론 아주 그럴듯하게 파면 무순관 동쪽에서 남하하는 팔만 명군을 그대로 집어삼킬 수 있겠지만, 그 대가를 감당하기란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 수장 니탕개가 죽음을 맞은 이래로 야인들 사이의 연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든 식견 있는 중화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였다. 그런 판에 어찌 그런 고육지계를 베풀 수 있겠는가? 당장 해서여진 야인들부터 편을 갈아탈 마음을 먹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소장 또한 그 두 가지를 증거로 여기며 의심을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순관 동쪽의 전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더구나 적은 군사 하나하나를 지극히 아끼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십만 대병과 달리 저쪽의 이십만은, 한 번 잃으면 쉽게 보충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니 어떻게든 저들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우리를 끌어내기 위해 그런 어려운 결단을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군사 하나라도 덜 잃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 말에 장거정 또한 눈을 감고 고심하게 되었다.

중화의 체면을 생각하면 혁도아랍에서 물러날 수는 없다. 더구나 혁도아랍이 함정이 아니라는 증거도 명백하지 않은가? 

자신이 그저 보고 싶은 것과 믿고 싶은 것만을 떠올리는 것인지, 아니면 명백한 사실이 그러한지, 한참을 저울질하던 장거정은 끝내 결론을 내렸다.

“그대의 우려하는 바는 잘 알겠소. 무릇 전장에 나선 장수는 군주의 뜻조차 듣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니, 전세가 그처럼 불리하게 된다면 물러나도록 하시오. 이 사람도 황상께 그대의 판단에 대해 잘 말씀 올릴 수 있도록 하겠소.”

요동의 이십만 대군, 그리고 그 뒤를 잇기 위해 지금 북경에 모이고 있는 또 다른 이십만 대군.

이 모두가 동이의 정병이란 정병은 다 묶어두기 위함이었다. 한판 싸움으로 모두 무너뜨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정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함부로 요동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어도 그것으로 족하였다.

척계광이 방패를, 오다 노부나가가 창을 맡아 적을 무너뜨리는 것이 북경과 천진에서 큰 곤경을 당한 직후 그들이 모여 결정한 방침이었으므로.

그러나 그때, 급히 군기고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분명 급히 들어올 만한 사정이 있으리라 믿은 척계광은 노여워하는 대신 즉시 그자가 들고 온 글을 받아 장거정에게 전하였다.

그리고 곧 장거정의 얼굴에서 근심이 다소 덜어지는 것이 보였다.

“경략 그대의 우려가 어쩌면 기우로 끝날 수도 있겠소. 이것을 보시오.”

척계광 또한 그 말에 따라 글을 읽어 내려갔다. 여진 야인이 노획하더라도 해석하기 어렵도록, 힘 닿는 한 흘려 쓴 초서. 그 안에 실린 내용은, 바로 합달부 추장 왕태의 제안을 받은 이성량이, 그에 응할지 여부를 경략인 척계광에게 묻는 것이었다.

해서여진 중에서도 특히 합달부는 임거정과 니탕개에게 원한 품을 일이 있었으니, 바로 역협(예허)부를 꺾고 합달을 해서여진 중 최강으로 이끌었던 외랑(外郞, 와일란)을 두 사람 손에 잃은 것이었다.

이 제의가 진실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가장 바라고 있는 기회를 약속하는 함정인지 마음 속으로 견주어보던 두 사람은 끝내 답을 내려버리고야 말았다.

그들은 결국 중화의 사람이었고, 그들 눈에 여진은 결국 야인 오랑캐였기 때문이었다.

명군이 무순관을 넘은 지 어언 두 달. 그사이 정례(定例)로 자리잡은 규칙은, 바로 어떤 소식을 저 너머 혁도아랍으로 보내든 꼭 두세 갈래로 나누어 보내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중간에 한둘쯤 악적 임거정과 오랑캐 군세에게 붙잡히더라도 나머지가 무사히 산길을 뚫고 혁도아랍에 닿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합달부 추장 왕태의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서신은 중간에 노획되는 일도, 발각을 두려워한 전령의 손에 불타는 일도 없이 네 통이 똑같이 혁도아랍에 당도하였다.

한편, 일만오천 군세를 이끌고 남하한 왕태는, 임거정 잡을 일을 함께 논하기 위하여 수십 명 호위만 데리고 혁도아랍으로 들어오라는 이성량의 지시에 가까운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금번 병란이 끝난 뒤 옛 건주 땅에 새로 군현을 둘 것이 아닌 이상, 필시 옛 법도를 복원하여 위소(衛所)를 정하고 칙서로써 교역해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을 저희 해서가 아니라면 누구와 더불어 운영하시겠습니까?’

참으로 오만한 답이었으나, 틀린 말도 아니었다. 명에게 우군 하나하나가 급한 지금, 해서여진으로서는 저들의 배신에 대한 값을 톡톡히 받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 문장도 그 속에 든 것은 ‘급한 것은 너희일 텐데 왜 우리더러 오라가라냐’하는 뜻. 향후 해서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기싸움의 전초일 테다.

허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요, 제법 그럴듯한 변명이 뒤에 이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임거정은 천조에서도 인정한 큰 도적입니다. 우리가 미리 교섭하는 것이 만에 하나 그자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다 이루어진 일을 그 자리에서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여진 추장 왕태는 그렇게 변명하면서, 대신 그들이 만나기로 약조하였다는 운모봉(雲帽峰) 주변의 지형을 제법 상세하게 – 야인뿐 아니라 중화 사람 눈으로 보아도 꽤 정교하였다- 그린 지도를 첨부했다. 

‘총병 대인께서 의심하실 것을 알기에, 저희 부에서도 보배로 삼는 이 지도를 보내드립니다. 이 지도에 저 왕타이와 임거정이 만나기로 한 곳을 표시하였고, 또 저희 쪽에서 임거정과 그 수하를 붙잡기 위해 어느 골짜기를 어떻게 가로막을지도 빠짐없이 적었습니다.

총병 대인께서 저희를 의심하신다면, 군세를 더 내어 아예 저희 해서 부까지 통째로 에워싸는 형세로 매복을 준비하면 그만일 것입니다.’

이성량의 집안은 대대로 철령(鐵嶺) 일대에서 군직을 지내 왔고, 따라서 이성량 역시 저 해서 야인들의 성정을 얼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건주나 다른 야인들을 깔보는지를 알고 있었으므로, 이성량은 의심을 접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구나 이미 상부에서도, 혁도아랍을 함락하고 길림오랍을 위협하면 여진 야인들은 그대로 둘로 쪼개질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군문에 속하여 국록을 받는 몸으로, 함부로 거기에 의문을 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동로군(東路軍)이 내일 길림오랍으로 출진하여 미리 남쪽으로 향한 서로군(西路軍)을 지원하기로 하였지. 그렇지 않은가?”

이성량이 주변에 물었다. 그가 척계광의 눈에 든 것을 몇 번이고 확인한 다른 장수들은, 뒤에서야 이성량을 ‘척씨네 둘째아들(戚小二)’이라고 부를지언정 앞에서는 일말의 불손함도 내비치지 않았다.

“예, 총병 대인.”

“동로군의 출진은 미루고, 합달부 추장 왕태와 더불어 임거정을 추포하는 일에 가용한 모든 병력을 쓸 것이다. 

간사한 오랑캐가 흉계를 썼을 경우에 대비하여, 산 전체를 두 겹으로 에워싼다. 첫 겹은 본관이 이끌 것이며, 해서 야인과 함께 임거정을 추포한다. 둘째 겹은 임거정이 달아나거나 해서 야인들마저 우리를 배신할 때에 대처하기 위하여 산기슭을 빙 에워싼다.

첫 겹에서 불화살로 신호하면 임거정과 그 아래의 동이군만 사로잡도록 한다. 명적(鳴鏑)으로 신호하면 이는 해서 야인까지 배신했다는 뜻이니 산의 모든 오랑캐를 그물로 잡듯 쓸어버린다. 제장은 모두 이해하였는가?”

이름 모를 장수 – 억양으로 보니, 아마 척계광이 관병을 재편하며 재주 있는 장수를 곳곳에서 모을 때 북경으로 올라오게 변방의 장수인 듯하였다 – 하나가 손 들어 물었다. 앳된 얼굴임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는 것은, 필시 그 집안이 나름대로 위세 떨친다는 뜻일 테다.

“한 가지 삼가 여쭙겠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유격(遊擊) 직을 맡고 있는 양응룡(楊應龍)이라 합니다, 대인.”

척계광이 요동과 그 너머 함경도의 산 많은 지형에 대비하기 위해 역시 산이 많은 운남이나 귀주 등지에서도 군재를 널리 모은 것은 이성량도 알고 있었다. 양응룡이라면 대대로 파주토사(播州土司)를 역임하는 양씨 집안의 자제일 테다.

“산 전체를 에워싼다면 필시 많은 병력이 소요될 것이요, 동로군까지 금번 계책을 위해 끌어 쓴다 하더라도 이곳 혁도아랍의 방비가 소홀해질 것입니다.”

양응룡이 또박또박 질문하니 조금 벼슬이 올라가면서 곧장 오만한 성정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이성량의 미간이 좁혀졌으나, 다른 이들도 은근히 동조하는 기색이었기에 그냥 설명해주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운모봉은 이곳 혁도아랍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러므로 설령 저들이 혁도아랍을 친다 한들, 운모봉의 아군이 돌아오기 전까지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서는 부득불 화포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거정도, 해서 야인들도 이만한 성을 단숨에 무너뜨릴 방도는 없을 것이다. 임거정이 일찍이 귀한 화포조차 내팽개치고 패주한 것은 그대들도 모두 알 것이다. 

또한 해서 야인들로 말할 것 같으면, 그대들도 생각해보라. 건주 야인들도 머리가 있을진대, 그들과 반목하는 해서 야인에게까지 귀한 화포와 화약을 내주려 하겠느냐? 먼저 남쪽으로 향한 서로군을 괴롭히는 화포가 야인들이 지닌 것의 전부일 테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앞서 손 들었던 양응룡이 재차 손을 들었다. (주변에서 슬슬 원망하는 기색이 감돌았다.)

“감히 한 가지 또 여쭙겠습니다. 산 전체를 에워싸는데 그 병력을 다시 두 겹으로 나눈다면, 혁도아랍도 혁도아랍이지만 총병 대인의 신상 역시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첫 겹에 군사를 지나치게 많이 대동한다면 해서 야인들이 두려워할 것이요, 또 임거정이 눈치를 챌 수도 있다.

만에 하나 내가 그 자리에서 오랑캐에게 배신당하여 순국한다면 그뿐이다. 어찌 무관으로서 그런 각오도 없이 사직을 위한다 말할 수 있겠는가?”

자못 비장하게 이성량이 답하니, 양응룡뿐 아니라 다른 군관들도 더불어 찬탄하면서 읍하였다.

이성량 본인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저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이만한 위험은 감수하겠다는 그 욕심. 내각수보가 그토록 외치는 대일통에 혹하는 마음. 두 가지가 뒤엉키고 섞여 서로 분간할 수 없게 된 것은 비단 이성량 한 사람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진서로는 운모봉이라 하고 주션 사람들 말로는 야마할라라 부르는 산봉우리 북동쪽에는 골짜기치곤 제법 완만하고 널찍한 곳이 있었다.

해가 슬슬 서쪽 능선 뒤로 넘어갈 무렵, 그곳에 임거정이 나타났다. 

그리고 곧, 구슬프게 찢어지는 울음소리 내는 명적이 하늘 향해 올랐다.

기다렸다는 듯 왕타이가 끌어모은 후룬 전사들 – 이미 압카이 아파시 구룬의 군사로서 남쪽에 파견된 이들이 많았기에, 일만오천을 모으는 데도 제법 힘이 들었다 – 은 활 들어 이성량의 명나라 군사들을 쏘아 맞혔다.

붉게 물든 하늘 닮으려는 것처럼, 골짜기 또한 붉게 물들어갔다.

이성량은 어떻게든 군세를 추스려, 둘째 겹 포위망 쪽으로 빠져나가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골짜기 초입은 가로막혀 있었으니, 명군 양 옆구리를 찌르며 괴성 지르며 나타나는 자들도, 그저 조용히 시위에 살을 매기고 악명 높은 자생화총을 겨냥하는 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쪽에서는 후룬 전사들, 다른 한쪽에서는 임거정의 군사들 사이에 짓눌린 명군은 오래 버티지 못하였다.

하필 임거정이 저의 얼굴을 기억한 탓에, 난전 벌어지는 그 사이로 수십 기만 이끌고 뛰쳐든 임거정에게 그대로 붙잡힌 이성량이 이를 박박 갈며 외쳤다.

“네놈이 아무리 난다긴다 하지만, 결코 이 산을 둘러싼 천라지망을 뚫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 한 사람을 죽인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터!”

그러나 임꺽정은 그 험악하면서도 뻔뻔한 표정을 – 그에게 한 번 당한 이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 지으며 피식 코웃음칠 뿐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미 다 끝난 것과 진배없으니. 원래도 수월하게 끝날 일이었는데, 네놈 덕에 더 쉬워졌을 것 같구나.”

“무어라?”

군략의 대강을 짜는 것은 도총부요, 그것을 바탕으로 세세한 모계(謀計) 맡는 것은 일선 장수의 몫이라.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도적놈의 기세를 잃지 않은 임꺽정답게, 그의 전법이란 어지간하면 홀라당 날로 먹기를 바라며, 그게 여의치 않을 때에도 어떻게 하면 상대로 하여금 절로 ‘뭐 싸움을 저딴 식으로 하느냐’ 하는 욕설을 자아내는 데 요체가 있었다.

“너희가 뭘 믿고 이리도 깊숙히 북변 산중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놈들이 허투알라가 텅 빈 것을 알아채고 곧장 물러나는 대신 아예 거기에 진을 친 순간부터 싸움은 절반쯤 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나머지 절반을 마저 지게 되었지.”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약올리듯 꺽정이가 대꾸했다.

“왜 여기 왕타이 녀석이 이곳 골짜기로 네놈들을 부른 줄 아느냐? 골짜기가 북동쪽 향해 열려 있어서, 남동쪽에 있는 허투알라가 보이지 않거든. 

허나 네놈 명을 받들어 이 산을 둘러싸고 있는 놈들에게는 아마 보일 게다. 지금쯤이면 보일 수밖에 없지, 암.”

“무엇이 보인다는 말이냐? 얼른 대답하지 못할까!”

“아, 거 참. 옛날에 동창 끄나풀 하던 때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뭐, 그래도 난 매정한 놈은 아니니까 답해주도록 하겠다.

지금쯤 허투알라는 한창 불타고 있을 게다.”

해가 점점 서쪽으로 넘어가며 하늘이 어두워지는데, 임거정 말을 듣고 보니 어째 남쪽 하늘이 유별나게 밝아 보였다. 그저 성 하나를 치는 것 정도로는 불가한 일이요, 필시 성 안의 무언가를 거하게 불태워야 저만한 밝기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혁도아랍 성 안에 있는 것 중 가히 태울 만한 것으로는...

그런 속셈이 이성량 머릿속에서 이뤄지고 있고 말고 딱히 개의치 않는 꺽정이는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내게도 양심이란 게 있기는 하단다. 이게 아마 맹자님 말씀하신 수오지심인지 시비지심인지 뭔지 하는 것 같은데.

허투알라는 참 좋은 성이지. 지키기도 좋고, 살기도 좋고. 우리도 다 겪어보아서 안다. 곧 네놈들에게 거의 그대로 돌려줄 테니 걱정은 말거라. 딱 하나, 그 성 안에 모아둔 네놈들 군량만 모두 잿더미로 바꾼 다음에 말이야.”

“구, 군량 말인가?”

“불만 있느냐? 아, 마초도 깔끔하게 다 치워줄 생각이니 그 염려는 안 해도 된다. 만물 중 가장 귀한 게 사람인데, 사람은 굶고 말만 여물을 먹는다면 이치에 안 맞지 않으냐.”

임거정과 그 일당이 워낙 날뛰다 보니, 그나마 여력이 있을 때면 무순에서 혁도아랍으로 향하는 치중 행렬은 산길이 허용하는 만큼 그 덩치를 키운 채로 오가곤 했다.

그리고 또 언제 보급이 끊길지 알 수 없었으므로, 혁도아랍에는 힘 닿는 데까지 군량과 마초를 가득 모아놓고 있었다.

그것을 모두 잃는다면... 절로 눈이 질끈 감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어떤 술수로 이런 짓을 해낸 것인가?”

이성량, 나아가서는 척계광과 장거정까지 모두가 알지 못한 채 알고 있다 여겼던 것. 해서와 건주의 반목은 이미 땅속에 묻혔으므로, 이번 풍파가 지나가기 전까지는 고개를 내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별로 귀하지 않은 화포를 넉넉하니 하다 부에도 나누어주었고, 딱히 총통을 상대할 생각으로 쌓지는 않은 허투알라 성벽은 허술해진 경계를 뚫고 땅거미에 몸 숨겨가며 접근한 해서 군사와 임거정 수하들에게 쉽사리 무너지고야 말았다.

성을 지키는 이들도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해 항전하였으나, 워낙 경황이 없다 보니 가장 겁 없는 자 몇몇이 성벽에 휑하니 뚫린 구멍 사이로 뛰쳐들어와 군량과 마초 사이를 돌며 불 지르고 달아나는 것은 막지 못하였다.

물론 이 모든 일은, 도총부에서 마련한 대계 전체로 따지면 극히 일부, 밑거름 치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리도 궁금하냐? 암만 그래도 안 알려준다, 이놈아.”

꺽정이가 이성량 속을 야무지게 긁었다.

“후, 좋다. 그러면 이제 어찌할 테냐? 이대로 죽일 것이냐?”

“아니, 풀어줄 것이다.”

“뭐라?”

“이놈이 관직 오르더니 귀가 먹었나. 아까부터 계속 ‘뭐라’ 타령이냐? 포로로 잡혔는데 풀어준다 하면 오체투지하며 은혜 잊지 않겠노라 고개 조아려도 모자랄 판에... 쯧쯧.”

뻔뻔하게 응대하는 꺽정이였다.

풀어주기는 하되, 열흘 뒤에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텅 빈 허투알라 쪽으로 풀어줄 것이며, 그사이 이미 기린울라에서 허투알라 사이에서 반격 준비를 마친 삼국 – 일본 신정부군도 이제는 다 의주 및 그 이북으로 복귀하였다 – 군대가 매섭게 몰아칠 것이었다.

그리고 이성량이 없는 열흘 동안, 한 순간에 우두머리를 잃은 명군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목숨만 겨우 건진 채 허투알라로 도망쳐올 것이다.

그렇게, 허투알라는 팔만 명군을 가두는 감옥으로 화하리라.

이성량을 풀어주는 것은, 그 팔만 명군을 이끌고 투항할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이 중 어느 것도 굳이 이성량에게 알려줄 만한 의리도, 양심도 없었으므로, 꺽정이는 그저 비웃기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무순관 동쪽에서 겨우 도망쳐 온 이들을 통해 비보를 접한 척계광은, 자신이 한발 늦었음에 한탄하며 즉시 요양의 모든 군사를 긁어모았다.

“구원하러 간다! 혁도아랍도, 그 성 안에 갇힌 이들도, 금번 정벌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 하나 잃을 수 없으니!”

남은 십이만 중, 요양을 겨우 지킬 만큼만 남겨놓고 모든 군세를 끌어모아 무순으로 향한 척계광이었다.

그리고 곧, 무순에서 동쪽으로 가는 네 갈래 산길이 모두 막혀있음을 깨달았다.

길을 막고 있는 것은 기린울라 쪽에서 반격이 시작되자마자 봉황성에서 산길을 넘어 달려온 조선의 정예한 군사였다.

그들이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바로 오는 길목 곳곳 골짜기에 저장되어 있던 군량 덕이었다. 상국이 번병을 위해주는 마음가짐이 대체로 이와 같았다. 

--- *** ---

지난화부터 등장한 여진 장수 우르지는 바로 니탕개와 함께 난을 일으켰던 여진족 지도자 우을기내(于乙其乃)입니다. 그의 인명은 종종 울지내(鬱只乃)나 우을지(迃乙知) 등으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우르지’라는 이름은 여기서 착안해 임의로 재구한 것입니다.

지난화 말미와 이번 화 초반에 언급된 ‘여덟 귀물’이란 바로 명에서 무관이나 다른 나라 장수들의 공적을 치하할 때 내리곤 하던 팔사품(八賜品)을 말합니다. 임진왜란 당시 진린의 추천으로 충무공 이순신에게도 팔사품이 하사된 바 있는데 그 실물은 대대로 통영에 보관되었으며 지금도 통영 충렬사에 남아 있습니다 (보물 제440호). 기록이 소략하여 팔사품 하사의 전말은 완전히 알 수 없으나, 임진왜란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감히 명나라 황실의 하사품을 위조할 만큼 간 큰 조선인이 없었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사 과정이 다소 불투명할 뿐 팔사품 자체는 진품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넌지시 언급된 기린울라 토성의 구조는, 국내나 일본에서는 ‘성형요새(星形要塞)’라고도 부르는, 공성용 화기가 공성무기의 대표주자로 부상하면서 나타난 형태입니다. 비교적 낮고 두터운 성벽, 성 위에서 화기로 최대한 사각 없이 성 아래를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이 형태는, 15~16세기를 거치며 화기가 널리 쓰인 지역에서는 자생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중 조선에서는 수많은 선비들이 갈려나가며 의도치 않게 시대의 흐름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훗날 만력삼대정이라 불리는, 만력 연간의 대표적인 전란 중 하나를 일으키게 되는 양응룡은, 작중 언급된 것처럼 파주토사, 즉 귀주와 사천 사이 험준한 산악지대인 파주를 대대로 다스리던 토호 집안 출신입니다. 다른 토호 세력과의 갈등을 비롯해 여러 요인으로 명 조정에 앙심을 품은 양응룡은, 이미 조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자성을 인정받은 자신 집안의 신분을 이용해 반란 세력을 육성하고, 묘족 무장세력을 끌어들여 산악지대와 연접한 주요 요충지를 동시에 공격하게 되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