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6화
10장. 불꽃놀이
민준이의 소식이 들리고 며칠 후.
우리는 작업실에 모여 점심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다들 받아.”
비주가 환하게 웃으며 도시락을 돌렸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재질로 되어 있는 상자. 내용물은 보자마자 군침이 돌 만큼 근사했다.
치킨 가라아게, 훈제 오리, 소불고기 등등.
“사랑해여, 형!”
지호가 황홀한 표정과 함께 나무젓가락을 뜯었다. 나 역시 비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버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줘.”
우리가 먹는 도시락은 비주 아버님이 보내 준 것이었다.
나름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으셨던지, 비주네 가족은 수술이 끝나고 이런 식으로 종종 값비싼 도시락을 보내 주시곤 했다.
“민준이는 잘 지내지?”
“말도 마요.”
비주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내년에 학교 간다고 엄청 설레고 있다니까요. 벌써부터 엄마, 아빠 졸라서 책가방 사자고 난리래요. 엄마가 매일 사진 찍어서 보내 주고 있는데, 애 표정이 날이 갈수록 밝아지고 있다니까요.”
사진은 못 봤지만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걸 말하고 있는 애 표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거든.
괜히 뿌듯한 기분에 가슴이 간질거린다.
“아, 맞다.”
한참 동안 팔불출처럼 이야기하던 비주가 화제를 돌렸다.
“아까 1층에서 윤 실장님 뵀는데요. 점심 먹고 대기하고 있으래요. 몇 가지 전달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전달사항? 아. 오늘 회의 있지.”
데뷔 앨범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모든 부서가 모인 회의.
이른바 작전 점검이라고 할까.
현재 뉴블랙의 앨범은 커버 사진과 뮤비 촬영만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였다.
오늘 회의는 후반부 작업과 마케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제 우주 형 작곡돌이라고 엄청 기사 나오겠네여.”
“에이, 설마.”
“왜여? 여태까지 데뷔 앨범부터 자작곡 컨셉으로 나온 아이돌은 없었잖아여. 형이 최초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데뷔 타이틀부터 자작곡으로 나오는 건 우리가 최초였으니까.
여러모로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앨범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억 원이 들어간다.
이런 중차대한 프로젝트의 명운을 아이돌의 자작곡에 맡기고 싶어 하는 회사가 과연 존재하긴 할까.
우리 회사도 처음에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대형 기획사도 솔로 아이돌 내보낼 때 자작곡 컨셉으로 내보냈다가 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우리가 되겠냐고.
“그래도 직원분들 분위기가 긍정적인 거 같아요.”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조금 긴가민가하셨던 거 같은데. 확실히 불꽃놀이 완성본 나온 다음부터는 표정들이 바뀌었어요.”
“맞아여. 제가 어제 홍보팀에 있는 누나한테 물어봤는데. A&R팀에서 완성곡 들려준 이후로 부서들 분위기가 싹 바뀌었대여. 이거 뜰 만한 노래니까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고.”
“와, 제대로 푸시 들어가는구나.”
감탄하던 중현이가 덧붙였다.
“노래도 좋고. 회사분들도 열정적이고. 진짜 예감이 좋…….”
하지만 중현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아아! 안 돼여!”
“야, 왕지호. 중현이 형 입 막아!”
“싫어여. 왜 제가 해여!”
나는 고개를 돌려 비주를 바라보았다.
“이건 또 뭔 난리래.”
“중현이한테 징크스… 같은 게 있어요. 얘가 뭐가 잘될 거 같다고, 예감이 좋다고 말하면 일이 꼭, 희한하게 어그러지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저 말 들었을 때가 작년 상반기 평가였나?”
“맞아요.”
리혁이가 상상만 해도 싫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
“그때 스트릿 보이즈한테 완전 밀렸잖아요. 신인 개발팀 분위기는 말도 아니었고, 대표님도 며칠 동안 인사 제대로 안 받아 주시고. 생각만 해도 싫다. 진짜.”
“형, 예감이라는 단어 과자 빼고는 안 쓰기로 했잖아여.”
“미안해…….”
동생들한테 구박당한 래퍼가 시무룩한 얼굴로 도시락을 먹는다.
얼굴 자체가 화난 곰돌이 푸처럼 생겨서 그런가, 시무룩한 곰탱이가 꿀단지를 안고 있는 것 같다.
괜히 불쌍하고 귀여워서 중현이를 토닥였다.
“너희 중현이한테 왜 그러냐. 그런 말도 안 되는 미신이나 믿고.”
“거, 안 겪어 본 사람은 빠집시다.”
리혁이가 손을 휘휘 저었다.
“당신이 우리 역사를 몰라서 그렇지. 알고 나면 우리랑 똑같은 반응일걸요. 중현이 형의 예감이 얼마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지 알아요?”
“나야 모르지.”
“이제 알게 될 거예요.”
“얘는 왜 이렇게 겁을 주냐. 그치, 비주야?”
그런데 내 말에 비주도 ‘하하’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얘까지 이러니까 진짜 불길해지네.
“형.”
중현이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희한하게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뭐야, 이거?”
고개를 돌리니 리혁이가 인상을 쓰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왜 그래여?”
“아니, 중현이 형이 또 예감 드립 치길래 뭔 사건이라도 터질까 싶어서 인터넷 들어갔거든.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메인에 이런 게 있다니까. 봐봐.”
“음? 뭐가 터졌어여?”
이윽고 막내가 뭔가를 봤는지 고개를 쏙 빼고 보더니 똑같은 표정을 짓는다.
“나한테도 보여줄래?”
핸드폰을 건네받은 비주도 눈썹을 있는 대로 찌푸린다.
그러고는 세 녀석이 동시에 내 쪽을 힐긋거리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왜 그래?”
중현이가 슬그머니 내게서 물러나는 동안, 영문을 묻는 내 시선에 동생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네가 해, 형이 해요. 같은 시선이 오가는 가운데.
비주가 총대를 맸다.
“혹시 스트릿 보이즈 기억하세요. 형?”
“우리 연말 평가 때 붙었던 애들 말하는 거지? DNS 미디어에서 런칭한다는.”
“네, 지금 기사가 하나 떴거든요.”
비주가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거기 떠오른 기사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신인 그룹 스트릿 보이즈, 진정한 ‘작곡돌’이 온다.
……뭐야, 이건.
* * *
-스트릿 보이즈, 데뷔 앨범 트랙리스트 공개.. “멤버 자작곡이 타이틀”
-타이틀부터 멤버 자작곡, ‘스트릿 보이즈’ 가요계 새바람 부르나
-DNS 미디어 측 “자작곡 기대해 달라”
시작은 영데일리의 기사였다.
그 뒤로 제목만 다르고 내용이 똑같은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게 의미하는 건 두 가지였다.
DNS 미디어 측에서 적극적으로 홍보 물량 공세를 펼쳤다는 것. 그리고 레몬 엔터가 경쟁사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다는 것.
“DNS 미디어의 관계자는 ‘최근 가요 트렌드가 무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Something을 보아라. 아이돌도 작사, 작곡을 해서 성공하지 않던가. 그걸 보고 확신을 얻었다. 조만간 아이돌도 작사, 작곡을 할 줄 알아야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자작곡을 타이틀로 정한 이유를…… 이런 상도덕 없는 것들이 있나.”
기사 내용을 읽던 본부장이 거친 소리를 내뱉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규호 대표마저도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레몬 엔터와 DNS 미디어는 전통의 라이벌 관계였다.
4대 기획사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두 중소 기획사는 늘 으르렁대며 경쟁하는 사이였다.
시작은 각각 TJ 엔터의 매니저와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두 대표의 자존심 싸움이었지만, 싸움이란 것이 늘 그러하듯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쟁 구도로 변해 있었다.
스칼렛이 앨범을 내면 라비앙로즈가 앨범을 내고, 저쪽에서 스트릿 보이즈를 내보내면 이쪽에선 뉴블랙을 내보내고.
연말 평가부터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은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떤 짓을 해도 특정한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
“이거 의도가 너무 악의적인데요.”
A&R팀장이 입술을 뗐다.
“지난 4월 달 데뷔 앞둘 때만 해도 자작곡의 ‘자’ 자도 언급이 없었는데 갑자기 자작곡 타이틀이라니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작곡가도 저희와 만났던 사람이잖아요.”
DNS 미디어의 공식 SNS에 올라온 타이틀곡의 제작진에는 그들이 아는 이름이 끼어 있었다.
바로 JCM이라는 예명을 쓰는 작곡가 정창모였다.
3년차 작곡가.
지금은 스트릿 보이즈의 데뷔 타이틀 ‘Hunger’에 공동 작곡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그는 원래 뉴블랙의 작곡가가 될 뻔한 사람이었다.
선우주의 노래를 들은 A&R팀이 퇴짜를 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우주 자작곡 때문에 거절한다는 얘기 듣고 DNS한테 일러바쳤나 보네요. 그걸 말해 주는 게 아니었는데…….”
“자책하지는 말고.”
박규호 대표가 입술을 뗐다.
살짝 굳어 있긴 했지만 박 대표의 표정은 평소처럼 너그럽게 웃고 있었다.
그는 상심을 감추지 못하는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야. 그걸 우리가 바꿀 순 없어. 이 바닥에서 뒤통수치고 맞는 거 하루이틀 일인가.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 돼. 회사가 중심을 잡아야 연예인이 살아남지.”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부정적인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어서 대책을 의논하자고.”
다시 회의가 시작됐다.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상황은 상대측이 얼마나 조급한지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뉴블랙을 담당하는 윤석환 실장이 말했다.
현재 DNS 미디어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아이돌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시기에 맞춰 DNS는 최근 걸그룹 라비앙로즈를 런칭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멤버 전유빈 정도만 반짝 예능에서 활약할 뿐, 그룹 전체적인 면에서는 도통 성과라고 할 게 없었다.
그래서 스트릿 보이즈라는 새 그룹의 런칭에 심혈을 쏟고 있었다.
작년에 찍었던 데뷔 리얼리티만 해도 K-net에 어마어마한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문제는 이미 데뷔해야 했을 스트릿 보이즈가 DNS 미디어의 내부적인 문제로 런칭이 밀렸다는 것이다.
대관비부터 시작해서 의상비 등 투자 비용에서 상당한 손해를 본 상황.
그 와중에 작년 연말 평가 때부터 확 치고 올라온 경쟁사의 뉴블랙은 듀엣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주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거죠.”
연말 평가 때 신선한 무대를 꾸민 장본인이 선우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기획사들은 그러려니 했다.
이번에 레몬에서 제대로 캐스팅했네, 정도.
그런데 그 뉴 페이스가 장소원이랑 작곡을 한다는 얘기가 들리더니, 이어서 2월에는 전국을 뒤흔든 노래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모두 장소원의 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뮤직카페에서 작곡 일화나 아버지가 선명주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반신반의로 바뀌었다.
정말로 작곡 재능이 있는 애인가? 하고.
그런 상황에서 레몬 엔터가 전문 작곡가의 곡을 마다하고 선우주의 자작곡으로 타이틀을 간다고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DNS 미디어가 얼마나 당황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얼마나 노래가 좋길래 타이틀로 내보낸다는 거지?
연말 평가, 썸씽 등의 전례를 떠올린 DNS 입장에서는 단순히 아마추어의 자작곡이라고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스트릿 보이즈는 데뷔 때부터 강력한 라이벌에 의해 인지도를 다 먹힐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구도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선제 타격이었다.
자신들이 먼저 ‘작곡돌’ 이미지를 가져가 버리는 것이다.
“여하튼 상황이 난감하게 됐습니다.”
홍보팀장이 말을 꺼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측이 대대적으로 보도 자료를 뿌려 봐야 대중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후발 주자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4월부터 수록곡 언급으로 떡밥으로 던졌지만 그걸 누가 기억하겠어요. DNS가 이렇게 기사를 있는 대로 내보내는 상황에서.”
회의실에 다시 한번 침묵이 감돌았다.
고민하는 시선들이 허공에서 얽혀들었다.
그때 목소리를 낸 것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프로듀서였다.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조규환 이사가 입술을 뗐다.
“비록 DNS의 마케팅 때문에 우리가 가져가야 할 이미지는 독점하지 못했지만, 달리 보면 이번 건은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기회?”
“저쪽 홍보 물량을 역으로 이용하는 거죠.”
그가 설명을 이어 갔다.
“DNS는 스트릿 보이즈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하지도 않은 홍보를 선수 치려고 할 정도로요. 우리가 맞대응을 하면 할수록 저쪽에선 더 세게 나오려고 할 겁니다. 그걸 이용해서 우리 애들과 스트릿 보이즈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거죠.”
레몬과 DNS에서 각자의 그룹을 두고 마케팅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기자들도 냄새를 맡게 된다.
신인 보이그룹들의 데뷔 싸움.
최근 심심한 가요계에 흥밋거리가 될 만한 소재였다.
“한번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 그다음부터는 우리에게 유리한 싸움입니다. DNS가 홍보를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뉴블랙도 이름이 언급될 수밖에 없으니 공짜로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을 테고. 싸움이 커질수록 대중들의 관심도 커질 테니까요.”
“하긴. 궁금해서 노래라도 들어 보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박규호 대표가 고심에 잠겼다.
“그런데 이건 리스크가 좀 큰 거 같은데. 그렇게 판을 키워 놔서 이긴다면 대박이지만 지면 쪽박 아닌가.”
승자는 판돈을 다 쓸어 담겠지만, 패자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괜히 본전도 못 찾는 싸움이 될 수도 있는 상황.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대표가 A&R 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박 팀장.”
“예, 대표님.”
“우주가 만들었다는 그 노래, 얼마 전에 믹싱까지 다 끝났다면서. 다시 한번 들어 볼 수 있을까?”
회사에서 가수들을 키우면서 박규호 대표가 크게 느낀 바 중 하나는 결국에는 노래 싸움이라는 것이다.
누가 홍보를 많이 하든.
어느 프로그램에 나오든.
결국 가수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노래의 퀄리티였다.
운과 기회는 그다음일 뿐, 노래가 좋으면 뜰 노래는 언젠가 뜬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랬기에 확신이 필요했다.
큰 결정을 하기 전에 이 투자가 잘될 거라는 확신.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A&R팀장이 스피커로 불꽃놀이의 완성 버전을 다시 한 번 재생했다.
마침내 노래가 끝났을 때.
박규호 대표는 확신에 찬 기분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 * *
예정 시간보다 몇 시간이나 늦은 시각.
연습실에서 불꽃놀이의 안무를 조율하고 있던 우리는 녹초가 된 윤석환을 맞이했다.
수학 귀신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것 같은 얼굴이었다.
구석 테이블에 놓인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던 그는 잠시 초점을 흐리다가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할 이야기가 있다는 듯 모이라고 손짓했다.
“지금부터 전달할 사항들이 있어.”
우리는 모두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에 회의 끝나고 대표님이 결정을 내리셨어. 지금부터 뉴블랙의 데뷔에 들어갈 모든 예산을 두 배로 늘리기로.”
파격적인 이야기에 애들이 멍하니 입만 벌렸다.
나 역시도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잠깐만.
지금도 많은데 두 배라고?
“모든 게 바뀔 거야. 너희 재킷 촬영이랑 뮤비 담당할 감독도 업계 최고로 섭외해서 만들 거고. 쇼케이스 준비 비용도 대폭 늘어날 거야. 회사 연예인들이 SNS로 지원해 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것들이었다.
“홍보팀에서도 영상 제작 인원 충원해서 너희 일상도 리얼리티 형식으로 찍어서 올릴 거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일상을 찍어서 올리면 어떠냐는 말에 윤석환은 그럴 여력이 없다고 퇴짜를 놨었다.
회사도 영화 홍보 때문에 바쁘고. 영상 편집을 맡은 직원도 한 명이라는 이유로.
그런데 오늘 있었던 일이 그 모든 상황을 바꿔 버린 모양이다.
“말 그대로, 너희 띄우는 일이라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기로 했다고 보면 돼. 대표님이랑 임원분들 모두 의지가 굳건하셔. 이번 일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회거든. 무엇보다 너희한테.”
매니저가 당부하듯 말했다.
“꼭 잡아야 돼.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우리와 스트릿 보이즈의 데뷔전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