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화
11장. 원더풀 나잇
데뷔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지 어느덧 열흘.
그동안 음악 방송과 화보 촬영, 자잘한 행사 등으로 활동하던 우리는 오늘 새로운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반가워요.”
등촌동 HBS 공개홀 근처의 카페.
2층 구석에 앉아 있던 기자가 우리를 반겼다.
눈매가 날카롭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분이었다.
“연예IN 소속 오소희 기자라고 해요. 쇼케이스 때 만났죠?”
“네. 안녕하세요!”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우리 모습에 오 기자가 미소를 지었다.
편하게 있으라는 말에 자리에 주섬주섬 앉으면서도 우리는 연신 침을 삼켰다.
데뷔하고 첫 인터뷰.
썸씽 때 인터뷰를 많이 해 보긴 했지만, 지금처럼 장소원 선배나 석환 형 없이 진행하는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민기 형이 따라와 주긴 했지만 솔직히 큰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늘 실장님이 붙어 다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어디 가셨나 봐요?”
“예, 지금 미팅 때문에 부재중이세요.”
로드 매니저의 대답에 오 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끼리 시작해 볼… 음?”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누르려던 오소희 기자는 멤버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에 행동을 멈췄다.
일제히 핸드폰 전원을 끄는 우리 애들.
그녀가 귀엽다는 듯 웃었다.
“회사에서 시켰어요?”
“아녀, 우주 형이 오는 내내 잔소리했어여. 기자님들이랑 인터뷰할 때 핸드폰은 꺼놓는 게 매너다. 너희 중간에 핸드폰 울리기라도 하면 내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잔소리할 거야, 라고 그랬어여.”
막내의 말에 화기애애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가볍게 환기되는 분위기에 나도 따라 웃으며 굳어 있던 어깨를 풀었다.
긴장이 살짝 풀리는 거 같다.
주변 테이블에서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거나 폰으로 찍어 대는 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이제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들어왔으니까.
우리를 대놓고 찍어대는 손님들에게 민기 형이 걸어가는 동안 인터뷰가 시작됐다.
“먼저 축하부터 해야겠네요. 27일 기준으로 불꽃놀이 뮤직 비디오가 누적 조회수 백만을 달성했죠? 4대 기획사 출신이 아닌 신인 아이돌로서는 최단 기록이라고 들었어요.”
이것이 바로 인터뷰를 하는 이유였다.
누적 조회수 백만 돌파.
그동안 인터뷰 요청이 여럿 있긴 했지만 레몬 엔터는 소극적이었다.
잘되고 있는데 괜히 기사 하나 잘못 나와서 상승세가 주춤하기라도 할까 봐.
누군가는 사서 걱정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DNS 미디어에게 당했던 걸 생각하면 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조회수를 백만이나 넘긴 상황에서 인터뷰를 계속 회피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호의적인 기자님을 골랐다나.
인상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표정을 보면 나쁜 분 같진 않다.
오히려 우릴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마 기분 탓이겠지.
“불꽃놀이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거 같아요. 망고 차트에서도 1주 차에 70위권으로 시작하더니 오늘은 53위에 진입했죠? 요즘같이 차트인하기 어려운 시대에 참 대단한 일이에요.”
낯부끄러운 칭찬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2010년대 들어, 아이돌 팬덤이 눈에 불을 켜고 24시간 스트리밍을 하는 가운데 불꽃놀이의 고공행진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윤찬혁처럼 노래가 나오면 일단 들어 보는 가수도 아니고, TNT처럼 팬덤이 막강하지도 않은 신인 그룹이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할까.
솔직히 우리도 얼떨떨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다들 붕어눈으로 핸드폰을 부여잡고 차트 순위부터 확인할 정도로.
성적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가 화제를 돌렸다.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도 꽤 화제가 됐었죠? 특히 무반주 라이브 동영상이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네, 정말 과분한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그중에서 메인보컬만 모인 그룹 같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그거 보고 저랑 멤버들이랑 정말 기뻐했거든요.”
말 안 해도 알겠다는 듯 그녀가 웃었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돌 판에서 뉴블랙이라는 이름이 핫하잖아요. 어때요, 그런 인기가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지고 있나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본다거나.”
“그렇진 않은 거 같아요.”
내가 웃으며 답했다.
“오히려 썸씽 활동할 때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신인이다 보니 알아보시는 분들이 적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관심이 적은 게 더 편하기도 하고요.”
TNT 같은 전국구 아이돌이라면 모를까.
길가는 사람 붙잡고 아이돌 이름 대라고 하면 대부분 3개도 못 댈걸.
보통 사람들이 우리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한참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오 기자의 입에서 예상하고 있던 질문이 나왔다.
“요즘 스트릿 보이즈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두 그룹이 데뷔하기 전에 라이벌 구도가 있었잖아요. 특히 우주 씨는 작곡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한조 씨와 자주 거론되기도 했고요.”
스트릿 보이즈라.
솔직히 데뷔하고 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지나가면서 짧게 인사하는 정도?
디스 때문에 찝찝한 것도 있지만 할 말이 없기도 했고.
두 회사 매니저들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살갑게 말을 붙일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자님한테 ‘관심도 없고, 서로 얘기 안 해요’라고 말할 수는 없기에 준비된 답을 하려고 할 때였다.
“저희와 그분들은 연예계 데뷔 동기라고 생각해요.”
차분한 목소리의 비주를 필두로 리더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듯 멤버들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옳지. 잘한다, 내 새끼들.
썸씽 시절 인터뷰 때마다 얼어붙었던 걸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열심히 한마디씩 하는 멤버들을 보며 오 기자가 웃었다.
“아, 왜 이런 질문을 했냐면 얼마 전에 스트릿 보이즈를 인터뷰했는데, 그쪽에서 한 멤버가 뉴블랙을 친해지고 싶은 그룹으로 꼽았거든요. 특히 리혁 씨를요.”
“……네? 저랑요?”
리혁이는 물론이고 애들도 깜짝 놀랐다.
“이 형이랑여?”
“우리 리혁이랑요?”
“어, 왜지?”
완벽한 날것의 반응.
우리 메인보컬이 가자미눈을 뜨는 동안, 오소희 기자가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고.
“기자님, 방금 저희 애들 발언은…….”
“알았어요, 이 질문은 넘길게요. 안 그래도 홍보팀장님이 신신당부하시기도 했고.”
오 기자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그럼 질문을 바꿔 볼게요. 스트릿 보이즈가 곧 K-Net에서 두 번째 리얼리티 촬영에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뉴블랙은 향후 활동이 어떻게 되나요? 방송 계획이 있나요?”
“아직 음방을 제외하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기회가 주어지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음, 아직은 없다는 거네요.”
어째 아쉬워하시는 표정인데.
“인터뷰 전에 사전 조사를 했는데, 아무래도 뉴블랙이 방송 노출이 적다 보니 커뮤니티 등지에서 이런저런 논쟁이 오가는 것 같더라고요.”
“논쟁이라니요?”
“불꽃놀이가 아이돌 자작곡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잖아요. 노래가 좋아도 너무 좋으니까, 과연 정말 자작곡일까 하는 의문을 품는 이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런 의미에서 물어본 거예요. 회사 차원에서 앞으로 작곡에 대한 것을 보여 줄 계획이 있느냐, 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나는 멈칫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미소를 짓는 한편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다.
“앞으로 보여 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 * *
와. 빡세구먼.
음악방송 <인기가수> 스케줄 때문에 다시 돌아온 HBS 공개홀.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갈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애들이 혹여 말실수라도 할까 봐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인터뷰가 끝나니 몸에 힘이 쫙 빠진 모양이었다.
흐물흐물한 오징어처럼 걷고 있을 때.
내 표정을 오해했는지 비주가 다가왔다.
“아까 기자님이 하신 말씀 신경 쓰지 마세요.”
“응?”
“작곡 얘기요.”
아. 그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생긴 일이잖아요. 괜히 질투하는 사람들 말은 듣지 마요.”
“진짜. 그런 댓글은 왜 다는지 모르겠다니까.”
우리 팀 최고 막말러가 덧붙이자, 뒤따라오던 중현이도 거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곧 사라질 거예요.”
“중현이 형, 그런 말을 할 때는 주먹 피고 말해요. 무서우니까.”
“아, 미안.”
“맞아여. 우주 형, 이상한 사람들은 무시해여.”
마끼아또를 호로록 마시면서 대충 말하는 막내의 모습에 미소가 나왔다.
맏형 기분도 다 챙겨 주고.
우리 애들 참 착해.
방금 인터뷰에서 들었던 ‘작곡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애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신경 쓰진 않았다.
작곡이란 게 눈으로 딱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아무래도 시간을 들여서 증명해야 하는 문제니까.
뭐. 보여 줄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야.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말할까 생각했지만 걱정해 주는 모습이 좋아서 조용히 있기로 했다.
“참, 실장님 미팅 다녀오신다고 했잖아여. 그거 저희 스케줄 관련 아닐까여? 혹시 우리가 새로운 방송에 나가게 된다거나…….”
“그러게. 민기 형, 뭐 들은 거 없어요?”
내 질문에 로드 매니저가 뭔가를 떠올리듯 말했다.
“글쎄, 상암동 쪽에 다녀오신다고 듣긴 했는데.”
“상암이면 TBC인가.”
K-Net 사옥도 있긴 하지만 거긴 우리 회사랑 사이가 나빠서.
높은 확률로 TBC일 텐데.
지상파 3사 중 하나라는 점을 빼면 특별하게 알고 있는 정보가 없었기에 추측은 거기서 끝났다.
뭐든 확정되면 알려 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5층 대기실로 돌아왔다.
커다란 강당에 파란색 칸막이로 대강 구획을 나눈 곳을 어지럽게 헤쳐가던 우리는 곧바로 대기실을 찾았다.
“어, 왔구나.”
이미 도착해 있던 윤석환이 우리를 반겼다.
막 돌아왔는지 셔츠 자락을 펄럭이며 땀을 식히고 있다.
그가 내 얼굴을 보더니 웃었다.
“애가 얼굴이 반쪽이 돼서 돌아왔네.”
“말도 마. 우리끼리 인터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 너무 긴장해서…….”
힘들다는 걸 잔뜩 어필하고 있는데, 동생들이 옆에서 손사래를 치면서 입모양으로 뭐라고 한다.
대강 ‘말만 이러고 가서 잘함’ 그런 거 같다.
이것들이 진짜.
석환 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생했네.”
“웬만하면 우리랑 같이 다니자, 형. 나 형 없으니까 너무 힘들더라. 뭔 말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적응해, 인마. 너희 이제 데뷔해서 나 영업 뛰느라 바빠. 앞으로 민기랑 너희끼리 다니는 것도 적응해야지.”
무반주 라이브를 한 이후로 석환 형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선 신뢰가 듬뿍 묻어났다.
이제 애들을 믿고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할까.
나는 사양하고 싶은 오해였다.
“그래서 TBC에서 미팅은 잘 끝났어?”
“TBC?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민기 형한테 상암동 갔다고 얘기 들었거든. 뭐 방송 섭외가 있어서 갔나 보다 했지.”
살짝 당황한 얼굴.
이내 우리가 무슨 일인지 모르는 것 같자 석환 형은 안도한 눈치였다.
굉장히 수상한 냄새가 나는걸.
하지만 내가 질문을 이어 가기도 전에, 우리 매니저님이 화제를 돌려 버렸다.
그것도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으로.
“참, 너희 방송 스케줄 잡혔다.”
“스케줄? 뭔데?”
“라디오야.”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 우리에게 매니저가 설명했다.
“원더풀 나잇이라고, 장소원 씨가 DJ를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이야.”
* * *
장소원의 원더풀 나잇.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하는 HBS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나가기로 한 날짜는 7월 6일.
딱 일주일 뒤인 일요일이었다.
“신인 보이그룹 특집으로 진행한다더라고. 거기 작가님한테 듣기로 장소원 씨가 너희를 적극 추천했대.”
5월에 헤어질 때 농담으로 너희 꼭 불러 주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실행하실 줄이야.
이게 웬 떡이야 하며 새로운 스케줄에 감격하고 있을 때, 석환 형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너희 중에 둘만 나갈 거야.”
“왜?”
“너희가 나가는 코너가 대결하는 코너거든. 사연 상담으로 대결하고, 라이브 코너도 보여 주고.”
그러니 노래를 제일 잘하는 리혁이와 그다음으로 잘하는 나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였다.
거기까지는 우리 모두 납득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상대팀은 누군데?”
“스트릿 보이즈야.”
지난 한 달 동안 질리게 겪어서 그런 걸까.
전혀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
* * *
“힘내여, 형들.”
사전 녹화까지 마치고 생방송만을 남겨 둔 상태에서 나는 매점에서 쉬는 중이었다.
비주랑 중현이는 일이 있어서 어디 다녀온다나.
그래서 동생 2인방과 함께였다.
메뉴는 당연히 <인기가수>의 명물인 샌드위치였다.
힘내라면서 신나게 샌드위치를 흡입하는 막내의 모습에 나는 떨떠름한 기분을 느꼈다.
“힘내라면서 왜 이렇게 신났냐.”
“그야 당연하져. 제가 나가는 거 아니잖아여.”
“…….”
“아아아… 머호 이는데 왜 그해 오(먹고 있는데 왜 그래요).”
찹쌀떡 같은 볼을 잡아당기면서 나는 옆을 흘깃 바라보았다.
다른 때였다면 나와 같이 구박에 동참했을 리혁이가 핸드폰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뭐 보고 있어?”
“기사 검색 중이에요. 아까 인터뷰에서 누가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길래.”
“아, 그거. 나도 궁금했는데.”
그런 이상한 말을 한 게 누구일지 말이야.
희고 기다란 손가락이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자 기사가 떠올랐다.
스트릿 보이즈 인터뷰.
오 기자님 말대로 정말 그런 말이 쓰여 있었다.
발언자는 기원이라는 이름의 막내 멤버였다.
“친해지고 싶은 이유로 예전에 같은 소속사에서 얼굴을 봤던… 뭔 소리지. 같은 소속사에 있었다니.”
리혁이가 고개를 갸우뚱할 때, 막내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큰 소리를 냈다.
“아! 저 알 거 같아여! 걔 윤기원 맞져?”
“성씨는 안 써 있는데.”
“아마 맞을걸여.”
지호가 조잘조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걔 저랑 같은 학교예여. 보컬과 B반. 전에 어울림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형도 우리 회사 오기 전에 어울림에서 연생하지 않았어여?”
“어울림? 거기서 좀 있긴 했지.”
리혁이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새기는 동안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이런 인터뷰를 한 거지.
자기네가 디스 랩을 한 걸 모르지도 않을 텐데 굳이 친해지고 싶은 아이돌 멤버로 우리 애를 꼽은 이유를 모르겠다.
전적이 있어서 곱게 안 보인다고 할까.
알고 보면 이것도 혹시 고도의 계략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샌드위치를 먹으며 수다를 떨던 우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저기…….”
굉장히 차분한 중저음의 목소리.
누구지, 하고 고개를 들었던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숨겨야 했다.
눈앞에 서 있는 상대 때문이었다.
한조.
스트릿 보이즈의 리더이자, 디스 랩으로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장본인이 서 있었다.
뭐야.
왜 갑자기 말을 거는 거지?
데뷔하고 열흘 만에 처음으로 말을 건 상대방 때문에 당황하고 있을 때.
이어지는 한조의 행동에 나는 물론이고 동생들도 당황해 버렸다.
“이거 받으세요.”
그가 5만 원짜리 두 장을 내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