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화 (6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화

처음에 라디오 스케줄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무대가 아쉬울 것 같다는.

왜냐면 객석과 마주하는 다른 무대와 달리 라디오는 가수와 관객이 서로 얼굴을 못 보니까.

관객의 반응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채팅창을 보는 순간, 난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깜짝 놀랐네요.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렉이 걸린 거였다니.”

장소원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제가 DJ가 된 이후로 처음 보는 일이네요.”

제대로 읽을 새도 없이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들.

‘^^’나 ‘ㅠㅠㅠ’ 같은 이모티콘이 많은 걸 보면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인 듯했다.

내용은 몰라도 기분은 좋았다.

관객들이 소리를 지를 때,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듯이.

눈만 땡글거리는 우리에게 DJ가 말을 걸었다.

“원래 라이브 끝나면 바로 작별 인사를 하는데, 청취자분들 반응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네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소감 한마디씩 하고 헤어질까요?”

“어…….”

다른 때였다면 말이 술술 나왔을 텐데.

‘밤바다’에 완전히 몰두한 여파 때문인지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일단 떠오르는 대로 떠듬떠듬 말을 주워 삼켰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쓴 노래였는데, 오늘 라이브 무대를 하면서 그에 못지않는 추억을 하나 더 만든 것 같아요. 이런 자리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네, 지금까지 뉴블랙이었고요.”

소원 선배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오늘 저희와 아름다운 밤을 함께해 준 뉴블랙과는 이만 여기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무대에서 그러하듯, 관객에게 보내는 감사인사였다.

*   *   *

막내의 불꽃 드립으로 터뜨렸던 2연타와 고민 상담, 라이브 무대 등을 통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오늘 방송 정말 잘했구나 하고.

하지만 제작진의 반응을 보니 정말 실감이 난다.

“수고 많았어요, 뉴블랙.”

우리의 손을 꼭 잡아 주는 피디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어딘지 익숙한 표정이다 했는데, 그때 그 표정이었다.

예전에 뮤직카페 녹화 끝났을 때도 거기 피디님이 저 표정이셨지.

메인 작가님과 엔지니어님도 한 마디씩 했다.

“오늘 방송하는 거 보니까 센스도 있고, 소원이랑 케미도 좋던데. 다음 앨범 때는 꼭 스케줄 비워 둬요. 그때는 정말 단독으로 불러 줄 테니까.”

“맞아. 미경 씨, 될 성 부른 떡잎인데 우리가 미리 찜해 놔야지.”

특히 메인 작가님의 말에 이번에는 우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장면을 석환 형에게 보여 주고 싶다.

봐, 형. 우리가 스케줄도 가져온다니까.

“아, 이건 저희 앨범이에요.”

케이크 사건 때문에 전달하지 못했던 1집 CD를 건넸더니 다들 좋아하신다.

이럴 때 보면 노래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껴진다.

여전히 밤바다의 분위기에 젖어 있는 듯 제작진 분들이 우리를 좋게 봐주는 걸 보면.

“사인은 어디 있어요?”

“앨범 표지가 검은색이라서요. 속지에 있어요.”

“와, 사인 되게 예쁘다.”

특히 서브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신기하다.

1시간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랑 눈도 안 마주치셨던 것 같은데.

피곤에 쩌들어 있던 얼굴이 지금은 미소로 가득하다.

이따 팬카페에 들어가 볼 거예요, 하고 농담하시길래 말씀이라도 감사하다 했더니, 뻥 아닌데 하고 진지하게 말하셨다.

퇴근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인사를 마친 우리는 부스 안에서 짐을 챙기는 선배를 찾았다.

“우리 뽀시래기들 벌써 슈퍼 스타 다 됐네. 이렇게 얼굴 보기도 힘들고.”

내가 웃으며 답했다.

“아니에요. 선배님에 비하면 저희는 태양 앞의 반딧불이죠.”

“맞아요. 플랑크톤처럼 미미한 존재예요.”

“그럼 전 크릴새우로 바꿀게요.”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플랑크톤과 크릴새우를 향해 그녀가 픽 웃었다. 그러곤 유리 너머 제작진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너희는 모르지? 저 사람들이 원래 이렇게 신인 게스트들한테 친절하고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

“아, 정말요?”

“그만큼 너희 노래가 좋았다는 거지.”

장소원이 말했다.

“악보 봤을 때부터 잘될 것 같다고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막상 라이브로 들으니까 더 좋더라. 멜로디도 좋았지만 너희가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진심이 딱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녀의 시선이 우리 메인보컬에게 향했다.

“처음에는 어, 이거 리혁이가 소화할 수 있나 걱정이 됐거든. 감성이나 주제 전달에 있어서 애로 사항이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 아셨어요?”

“왜 몰라. 두 달 넘게 같이 노래를 불렀는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나는 얘가 말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럴 때 보면 경험치라는 게 참 대단하다.

“걱정 많이 했는데 너무 잘해서 놀랐어. 내가 알던 리혁이가 맞나 싶기도 하고.”

“……좀, 도움을 받았어요.”

대답하는 이의 귀가 주황빛으로 물들자, 그녀가 웃으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구 도움인지 안 물어도 알겠다는 듯.

멤버들이나 매니저들에 대한 근황을 주고받던 나는 곧 도착한다는 민기 형의 문자를 받았다.

기타 케이스를 챙기며 준비한 선물을 꺼내 들었다.

“어머, 이게 뭐야?”

케이스 안에 넣어 놨던 상자를 건네자 그녀가 반색했다.

풀어도 되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헤드폰이구나?”

“네.”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선배님한테 고마운 일이 좀 많아서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간만에 만나면서 맨손으로 오기 뭐 했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사람 조언이 없었으면 데뷔 쇼케이스는 망했을 테니까.

무반주 라이브도 없었을 거고 기자님들의 반응도 험악했을 거다.

처음에는 목걸이나 액세서리를 고려했는데 아무래도 선후배 사이에는 영 부적절하다 싶어서.

“고민 상담 준비하면서 지난 회 차들을 쭉 훑었거든요. 근데 중현이가 선배님 헤드폰이 너무 낡아 보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애들이랑 돈을 모아서 샀어요. 방송할 때 쓰시라고.”

“영수증이랑 교환권도 같이 넣었어요.”

살짝 감동할 뻔했던 분위기가 리혁이의 말에 산산조각 났다.

막 웃는 선배를 보며 내가 녀석에게 눈을 흘겼다.

내가 뭘, 하는 표정이 나를 마주했다.

그동안 헤드폰을 머리에 푹 눌러쓴 소원 선배가 귓가를 매만지더니 우리를 바라보았다.

상대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고마워, 앞으로 잘 쓸게.”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미소였다.

*   *   *

방음 장치가 된 라디오 센터의 복도는 조용했다.

24시간 이어지는 라디오 방송 특성상 또 다른 스튜디오에선 지금도 청취자와 소통을 하고 있겠지.

로비로 나가는 철문을 통과하자 기분이 묘하다.

또 다른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느낌.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음악방송이 있는 일상으…….

“아, 깜짝아.”

엘리베이터 단추 밑에 두 사람이 처량하게 앉아 있었다.

스트릿 보이즈.

라이브를 하면서부터는 아예 기억에서 지워 버렸던, 한조와 기원이었다.

우리가 등장하자 반색하며 일어난다.

“어, 오셨다.”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희를요?”

“네.”

한조가 민망한 듯 뺨을 긁적였다.

“기원이 일도 그렇고 가기 전에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냥 가기에는 뭔가 좀…….”

“아, 네…….”

잠시 각자의 라이브에 대한 칭찬을 어색하게 주고받은 가운데, 한조가 헛기침을 하면서 동생을 불렀다.

“기원아, 너 할 말 있다고 했잖아.”

“아, 어…….”

파워풀하게 노래하던 모습에서 다시 소심이로 돌아온 기원이 쭈뼛댔다.

한참을 꼬물거리더니.

이윽고 리혁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따로 얘기 좀…….”

리혁이가 고개를 까딱이면서, 두 메인보컬이 로비 구석으로 향했다.

묘한 분위기다.

한쪽은 조심스럽게 말하고, 다른 한쪽은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뭐라고 말을 해 주는데 그때마다 상대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예전 기획사에 관한 일인가, 아니면 오늘 방송인가.

문득 호기심이 든다.

이럴 때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식들 일기장을 들춰보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해 간다고 할까.

우리 애들이 무슨 생각을 하나 하는.

고개를 돌렸을 때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한조와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상대가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라이브 때 감사했어요. 저도 랩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동생을 제대로 못 챙기고 있었는데. 저분 아니었으면 우리 애 처음부터 삑사리 나갔을지도 몰라요.”

“아, 네.”

“그리고 개인적으로 우주 씨한테는 조금…….”

조금?

“미안한 일도 있고.”

“아.”

“그… 예, 좀 그래서.”

뭘 말하는지 언급은 안 하지만 알 것 같다.

“이 기회에 말해 주고 싶었어요. 앞으로 음방 나가서 마주치면 이야기할 시간이나 분위기도 안 될 것 같아서.”

“그죠. 실장님들 계시고 하니까.”

“미안해요.”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네.

나를 바라보는 이를 보며 생각했다.

이거 반응을 어떻게 해 줘야 하나.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그동안 내가 안 괜찮았고, 그렇다고 알았어요, 하기도 좀 애매했다.

미묘한 관계였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라이벌로 엮인 사이기도 하고.

이제 와서 하하호호 웃기에는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오늘 방송을 하면서 깨달았다.

얘네가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기획사는 다른 문제였다.

우리가 2집이고 3집이고 활동할 때, DNS 미디어는 그때도 얼마든 훼방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단이 되는 쟤네한테는 거부권이 없고.

이래저래 꼬인 사이였다.

그랬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요. 앞으로는 좋은 일로 만나요, 우리.”

친구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처럼 음악 방송에서 쌩하고 지나치는 일은 서로 없도록.

뉘앙스를 이해했는지 한조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표정이었다.

이야기를 마친 동생들이 돌아오는 걸 보면서 물었다.

“뭐, 기왕 말 튼 김에 번호라도 교환하실래요?”

“아. 그게…….”

상대가 겸연쩍은 표정을 짓더니 구형 피처폰을 들어 보였다.

“이게 저희 공용폰이라서요.”

“아.”

“매달 회사에서 문자나 통화 내역 떼거든요. 회사분들이 아닌 번호가 찍히면 많이 안 좋아하세요.”

아까 만난 박 실장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한번.

우리 회사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   *

기다리는 매니저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스트릿 보이즈는 우리와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헤어졌다.

우리 둘만 남은 상황.

조용히 내려가는 숫자를 보다가 입술을 뗐다.

“리혁아.”

“왜요.”

“아까 걔랑 무슨 얘기했어?”

“별말 없었어요.”

녀석이 어깨를 으쓱인다.

“이것저것, 뭐. 3년 전에 있었던 일도 얘기하고 겸사겸사 뭐 오늘 방송 고마웠다 그런 것도 얘기하고.”

“그랬구나.”

“그쪽은요? 둘이 뭔 얘기했어요?”

“우리도 비슷했지.”

문이 열리면서 대화가 끊겼다.

1층 로비에서 몇 걸음을 뗄 때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와이파이에 연결된 모양이었다.

배은망덕 [왕지호 님이 기프티콘을 보냈습니다]

배은망덕 [왕지호 님이 기프티콘을 보냈습니다]

배은망덕 [형들, 제가 많이 사랑해용]

배은망덕 [저의 소듕한 마음 알고 있죠?]

배은망덕 [(이모티콘)]

단톡방에 기프티콘과 함께 두 손을 비는 이모티콘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리혁이의 입꼬리가 슥 말려 올라갔다.

“어떻게 할 거예요?”

“읽씹.”

“좋은 생각이에요. 이런다고 용서해 줄 줄 아나.”

가진 건 돈밖에 없는 막내가 열심히 기프티콘을 보내는 동안, 나는 다른 메시지도 확인했다.

김덕순 여사였다.

어우. 뭔 13줄이나 되는 감상문을 보냈디야.

“할머님이에요?”

“응. 노래 잘 들었다고 그러네. 그리고… 뭐야, 이건 또 뭔 소리지.”

“뭐가요?”

“나보고 야옹이 씻기는 법 아냐는데.”

“알아요?”

“아니.”

대충 검색을 해서 링크를 보내 줬다.

갑자기 뭔 고양이래.

잠깐 동안 의아했지만 그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았다.

메시지의 내용을 찬찬히 훑어보자 뿌듯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졌다.

‘밤바다’가 정말 마음에 든 모양이다.

맨날 단답이나 읽씹, 또는 ‘미친놈’으로 대꾸하던 우리 김덕순 여사가 이렇게 길게 보낸 걸 보면 말이야.

단어 하나하나마다 감정이 뚝뚝 묻어나왔다.

특히 마지막에 쓰인 ‘우리 손자 할머니가 사랑해’까지.

그 내용을 다 읽으면 괜히 코끝이 시큰거릴 것 같아 핸드폰을 닫았다.

이따 숙소 가서 영상 통화나 해야겠다.

개찰구처럼 생긴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 분에게 인사를 꾸벅하며 막 엘리베이터 로비를 벗어났을 때였다.

“오.”

짤막한 감탄사에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나 했던 나도 곧바로 그 행렬에 같이 동참했다.

“우와.”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HBS 사옥 건물.

달빛이 사방에 흐르고 있었다.

조명이 꺼져 어둑어둑한 1층에 달빛이 흘러들어오니 왠지 모르게 감성이 충만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문득 궁금했던 것도 떠오르고.

“있잖아.”

달빛을 흡수하던 새카만 눈동자가 나를 돌아본다.

“나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되냐.”

“뭔데요?”

“아까 걔, 스트릿 보이즈 막내 말이야. 갑자기 네가 물병을 줬잖아. 그거 왜 준 거야?”

“뭐, 별건 아니고.”

리혁이가 시선을 돌렸다.

“그냥 감정 좀 잡고 있었어요. 고마운 사람 떠올리고 있었거든요. 이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무슨 기분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물병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까 눈앞에 걔가 있더라고요.”

차분한 어조였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에 내가 고마워하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아마 이럴 것 같더라고요. 긴장하고 있는 애한테 한번 웃어 주면서 도움도 주고.”

“그래서 내 물병을 건네주셨다?”

“……그건 좀 잊어요.”

“잊어버리기는, 앞으로 3일은 울궈 먹을 거다.”

눈을 흘기는 녀석에게 같이 흘겨 주었다.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질까 봐, 일부러 농담으로 말을 돌린 터였다.

곧 도착할 테니 방송국 앞으로 나오라는 문자에 리혁이와 HBS 방송국 정문에 자리를 잡았다.

차갑게 식은 공기에 팔을 쓰다듬을 때.

이번에는 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있잖아요.”

멀리 달에 시선을 둔 채로 리혁이가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요.”

얘가 지금 뭐라는 거지.

눈만 깜빡거리며 저를 바라보는 것도 모르는지, 리혁이는 여전히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라디오 처음 나가는 거라 긴장 엄청하고 있었거든요. 멘트 못 치면 어쩌나, 노래 망치면 어쩌나 했는데. 덕분에 일주일 동안 준비도 잘했고, 오늘도 뭐 이것저것.”

“…….”

“그래서, 고맙다는 거예요.”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아니.

지금까지 맨날 고맙다는 말 해 보라고 하면 자리를 피하거나, 말을 돌리던 녀석이 갑자기 고맙다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는 느낌이다.

복잡한 감정을 느낄 때,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해요.”

정신을 차려 보니 그랜드 카니발이 도착해 있었다.

번호판을 보니 우리 차였다.

이미 몇 발짝 걸어가던 녀석이 나를 돌아보며 퉁명스레 말했다.

“멍 때리지 말고, 얼른 와요.”

원래대로 돌아온 냉랭한 얼굴.

평소랑 똑같아서 방금 전에 내가 헛것을 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둑어둑한 밤에도 선명히 빛나는 귓볼이 아니었다면.

녀석에게 보조를 맞추며 웃었다.

“야, 맞다. 나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또 뭔데요.”

“네가 전부터 고맙다고 하는 사람 말이야, 그거 누구야?”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이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뭐야. 방금 그 표정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웃겨서.”

“뭐가 웃긴데?”

따라가면서 계속 물었지만 대답을 안 해 준다.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차량에 올라탔다.

어디선가 매미 소리가 들리는, 제법 운치 있는 밤이었다.

*   *   *

한 시간 후.

뉴블랙의 숙소에 도착한 두 멤버가 막내와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한 명은 말리고 한 명은 말린 오징어를 먹고 있을 때.

그 시각.

각 음원 사이트에는 ‘우주&리혁 - 밤바다 (Original Ver.)’라는 제목의 노래가 막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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