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화 (6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화

12장. 너의 이름은

쏴아아.

눈을 감고 누워 있으니 물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누군가 내 머리를 매만졌다.

“온도 괜찮아?”

“네, 좋아요.”

의례적인 질문에 의례적인 대답.

헤어샵 보조쌤이 내 머리를 감겨 주는 동안, 잠에 빠져들었다.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겨우 일어나 거울 앞에 앉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머리를 말리는 동안 거울 뒤로 소파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보였다.

신발을 벗고 대자로 누운 중현이는 지호와 엉겨 붙어 있고, 비주랑 리혁이는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조는 중이다.

그 옆에는 민기 형과 오늘 지원을 나온 배우팀 로드분이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고.

움직이는 건 무표정한 샵 선생님들뿐이다.

조용하네.

이따 방송국에 가면 웃고 떠들고 그러겠지만 이 시간대에는 다들 시체처럼 조용하다.

그야말로 월요일에 어울리는 모습.

이 시간부터 일어난 이유는 음악 방송 때문이다.

지상파 3사와 K-Net만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엥? 뭔 월요일에 음방이야?’라고 묻겠지만.

있다.

본 방송을 다른 요일에 해서 그렇지.

오늘 진행하는 녹화는 ‘Global K-Pop’이라는 스케줄로 한국을 영어로 알리는 Korean TV의 음악 방송이다.

본 녹화는 10시지만 스탠바이가 7시라 벌써부터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

뭐.

그래도 가끔 새벽 4시 이렇게 걸릴 때보단 낫지.

“오늘따라 피곤해 보이네. 잠을 못 잤어?”

“아뇨. 평소랑 똑같이 잤는데, 어제 라디오 스케줄을 해서 그런가 봐요.”

“아, 라디오 나간다고 했었지?”

헤어 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 의자에 털썩 소리와 함께 앳된 얼굴이 앉았다.

으어어 하는 괴성을 내던 막내 좀비가 나를 향해 몸을 기댔다.

“혀어엉, 저 죽을 거 같아여.”

“왜 또.”

“어제 형이랑 리혁이 형이 때린 데가 계속 쑤시듯이 아파 가지고.”

“야, 내가 언제 때렸어?”

아니라고 손을 저어 해명하는 모습에 피곤한 얼굴들이 웃는다.

머리를 말리는 손길에, 오뚝이처럼 흔들리던 지호가 기억이 났다는 듯 말했다.

“아, 착각했다. 꿈에서 그랬나 봐여.”

“야.”

“그래도 몸이 욱신거리긴 하다구여. 둘이서 막 뒤에서 조르고, 레슬링 기술 걸고 그러니까.”

뭐. 그렇긴 했지.

라디오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미튜브로 레슬링이나 주짓수 기술을 실컷 몸에 기억시켜둔 터였다.

“넌 당해도 싸, 이것아.”

“그래도 제 덕분에 방송 분량도 챙겼잖아여. 그건 인정?”

“참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뻔뻔하구나.”

“어쩌겠어여. 이게 제 매력인걸.”

피곤해서 대꾸할 말도 안 떠오른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을 때 지호가 스마트폰을 들었다.

익숙한 손동작으로 즐겨찾기를 누르는 것도 잠시.

곧바로 노란 망고 모양의 아이콘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은 몇 위려나?

너무 피곤해서 폰도 안 만지고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로 불꽃놀이의 음원 순위는 며칠째 제자리걸음이었다.

40위대 초반.

어제 반짝 39위에 올라갔긴 했지.

막내에게 우리 순위 어떠냐고 물어보려고 할 때, 거울을 흘깃거리던 나는 의아했다.

쟤가 왜 저러지.

눈이 무슨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마냥 커졌는걸.

“지호야, 왜 그래?”

“형. 망고 실시간 검색어에 ‘밤바다’가 있는데여?”

“뭐?”

“검색해 보니까 노래도 있어여. 135위에.”

“잠깐만, 잠깐만.”

머릿속이 어지럽게 엉킨다.

“무슨 소리야. 어제 라디오 스케줄이 끝나고 노래가 올라왔다는 얘기야?”

“넹.”

“그게 말이 돼?”

“여기 봐봐여. 135위.”

직접 보라는 듯 막내가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진짜로, 135위에 밤바다가 있었다.

135위. 우주 &리혁 - 밤바다 (Original Ver.)

심지어 앨범 아트까지 있다.

고작 일주일 전에 급조한 노래가 음원까지 되어 나와 있고, 그것도 꽤나 높은 순위에 올라와 있다.

이 괴현상에 대해 답해 줄 사람은 둘 정도 있겠지만 그 두 사람 모두 이 자리에는 없었다.

뒤에서 머리를 만져 주던 쌤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지호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니까여. 뭐지.”

결국 이 자리에서 깨어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이 각자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아이돌 커뮤니티나 인터넷 포털을 둘러보던 나는 그 원인을 곧 찾을 수 있었다.

[Best] 재입대 드립에 대한 군필 아이돌의 반응.gif

“…….”

스산한 눈길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는 텅 빈 의자만이 돌아가고 있었다.

*   *   *

음악방송 ‘Global K-Pop’ 대기실.

“……뉴블랙이 HBS 슈퍼FM ‘장소원의 원더풀 나잇’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멤버 우주와 리혁은 센스 있는 고민 상담과 멋진 라이브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한편, 최초로 공개된 우주의 자작곡 ‘밤바다’는 서정적인 분위기와 그에 담긴 사연으로 청취자들과 DJ의 감탄을 자아냈다.”

듣기 좋은 중저음 목소리가 랩처럼 기사 내용을 읊었다.

“허나 방송이 끝나고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우주의 표정이었다. 1위 후보 공약으로 ‘재입대가 어떠냐’는 청취자 댓글에 대해 그가 보인 반응에 DJ와 게스트들은 폭소를…….”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렸다.

어뷰징 기사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던 화면이 꺼지고 아까 띄워놨던 커뮤니티 베스트 글이 나타났다.

댓글이 그새 또 늘어났다.

-씹정색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 진짜 리얼하넼ㅋㅋㅋㅋ

-본인도 아차하고 표정 관리하는 게 더웃김ㅋㅋㅋㅋ

-놀리기 좋은 타입인 듯ㅋㅋ

-움짤 표정이 뭔 개소리를하나 이건데?

-누구인가? 누가 재입대 소리를 내었어

처음에는 그게 뭐가 화제인가 싶었는데, 움짤을 보고는 나도 납득했다.

그럴만했다.

거기다 하필이면 소재가 군대라서 아이돌 커뮤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도 쫙 퍼져 있었다.

아니, 사람들이 그렇게 웃을 거리가 없나?

이게 뭐가 웃기… 웃기긴 한데.

모르겠다. 이 불타오르는 심정을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고.

“형,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번에 수플레 때도 잠깐 아이돌 커뮤니티에 글 올라오다 말았잖아요.”

“비주야. 그 고마운데.”

“네.”

“너 지금 너무 웃는 거 아니니…?”

“아니에요, 형. 저도 웃상이에요.”

표정 관리에 능한 둘째가 겨우 웃음을 참고 있을 정도였으니 나머지 애들은 말할 것도 없지.

아까부터 다들 핸드폰을 보면서 깔깔거리고 있다.

“아주 신났네. 다들 신났어.”

“솔직히 웃긴 걸 어떡해요. 와. 이거 움짤로 보니 진짜 예술이네.”

“넌 나 때문에 묻힌 줄만 알아.”

“이게 바로 운이라는 거죠.”

넷째는 벌게졌던 자기 얼굴이 묻혔다며 좋아하고 있다.

고구마 말랭이를 집어먹는 게 무슨 팝콘 먹는 것 같다.

그 옆에서 셋째는 팬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재밌는 얘기가 많은 모양이다.

반응이 어떠냐고 묻고 싶은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낸 죄인은 바로 내 옆에 앉아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우주 형,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여.”

“뭐를.”

“음. 이 아름다운 표정 변화 덕분에 우리에게 또 좋은 일이 생긴 거잖아여. 형이 온몸을 불살라서 우릴 살려 준 거져.”

“난 불타 죽고?”

“…어, 그게 아닌뎅. 아아아, 아파여.”

말이 꼬인 듯 고개를 갸웃하던 막내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래도 반응이 좋네.”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윤석환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지호 말대로 덕분에 라이브가 주목을 끈 건 사실이잖아.”

“형, 나는 안중에도 없지?”

“그럴 리가 있겠니. 그저 매니저로서 연예인의 성공을 기뻐하는 거지.”

얄밉게 웃는 수학 귀신의 모습에 혀를 찼다.

하여간 내 편이 하나도 없다.

물론 두 사람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내 표정이 화제가 되면서 반사 효과로 우리 이름이 더 알려졌으니까.

‘웃기다. 근데 쟤 누구야?’ 이런 식으로.

이래저래 복잡한 원인이 작용한 듯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덕분에 밤바다가 화제가 됐다는 것이다.

“노래를 이렇게 빨리 낼 줄은 몰랐는데.”

“네가 자작곡 얘기한 다음부터 이사님이 바로 지시하셨거든. 미리 준비하고 있긴 했어. 타이밍이 문제였지.”

이 정도로 빨리 올라온 건 우리 프로듀서의 발 빠른 행동력 덕분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나.

원래는 이보다 더 늦게 올라올 계획이었다는데, 회사에서 실시간 라이브를 듣고는 빠르게 내부 회의를 거쳤다고 한다.

물론 정식 음원은 아니었다.

공식 음원은 이제 A&R팀과 작업해서 수정한 뒤에 3주 뒤에 내기로 결정했으니까.

뒤에 붙은 ‘Original Ver.’라는 말처럼 이 곡은 어디까지나 나와 리혁이가 어제 불렀던 데모 버전을 출시한 거였다.

그런 까닭에 엉성하기가 그지없었다.

당장 손봐야 할 부분만 몇 개가 눈에 띈다고 할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국제 미술 대회에 그림이 제출된 고등학생 같은 기분이다.

부끄럽고 민망하고.

그나마 리뷰에 밤바다를 칭찬하는 댓글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지.

-따뜻한 곡이네요. ^^

-어제 라이브로 들었는데 음원이 바로 올라오다니,, 좋은 노래 감사합니다.

-옛날 노래 같아서 좋네여ㅎㅎ

힘이 나는 일이었다.

내가 만들어 낸 멜로디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건.

“푸하하, 형들. 이거 댓글 봐여. 아아아…!”

물론, 다른 쪽으로도 몹시 힘이 났다.

*   *   *

오전 11시.

음악 방송 Global K-Pop은 다른 방송국과 달리 2주에서 3주 분을 미리 녹화해서 방영한다.

그런 까닭에 녹화를 1~5부로 나눠서 진행하는데 막내 연차인 우리는 당연히 아침에 있는 1부였다.

함께하는 이들 또한 모두 신인이나 연차가 낮은 가수들이다.

라이벌인 스트릿 보이즈, 우리 바로 뒤에 데뷔한 어울림의 소울식스, 올해 초에 데뷔한 걸그룹 블링크 등등.

“어, 저희 움짤 봤어요! 그 군대! 맞죠?”

“예, 맞아요…….”

백스테이지에서 대기를 하는데 블링크 멤버들이 돌아오면서 아는 척을 해 왔다.

체념하듯 웃는 내 표정에 자기들끼리 막 웃는다.

우리 뒤가 소울식스였나.

내 예감이지만, 분명 걔네도 내 얼굴을 보고 아는 척을 할 것 같다.

“거 봐여, 형. 저 덕분에 이렇게 인맥도 넓어지고 있잖아여.”

“이런 식으로 넓어지는 인맥은 필요 없다니까…….”

“헐, 오늘 완전 부정적.”

이게 누구 때문에 부정적인데, 하고 도끼눈을 뜨려다가 이윽고 보이는 카메라에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리혁이가 큽, 하며 웃음을 참는다.

ENG 카메라를 든 VJ와 함께 작가님이 웃으며 다가왔다.

“오늘 미튜브에 올라갈 비하인드 영상 찍는 중이에요. 다들 오늘 녹화를 두고 기분이 어떠세요?”

“좋아여!”

“너무 설레요, 팬분들 만날 생각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회사 스태프들이 허리춤의 마이크 팩과 의상에 고정된 핀을 확인했다.

후.

심호흡을 내쉬며 대기 신호를 기다렸다.

오늘은 분위기가 괜찮았으면 좋겠다.

팬분들과 만난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다.

지난번 녹화 때는 분위기가 미묘했거든.

‘Global K-Pop’은 합동 녹화를 진행하기에 각 그룹의 팬덤에서 조금씩 인원을 차출해서 객석을 배분하는 식이었다.

즉, 지금 녹화장에는 타 그룹의 팬들도 섞여 있다.

아무래도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도 끼어 있는 만큼 지난번 녹화 때는 분위기가 미묘했다.

대놓고 서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거나 욕을 하는 건 아닌데 묘한 신경전이 느껴진다고 할까.

문제는 여기 객석이 홍대 인디 카페급으로 무대와 가깝다는 거였다.

관객들이 바로 코앞에 있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지.

“들어갈게요.”

방송국 스탭의 말에 우리는 무대로 나아갔다.

와아아- 하는 환호성이 들린다.

측면 좌석을 차지한 우리 팬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흐뭇하고 그럴 때, 동생들이 뭔가를 발견한 듯 키득거린다.

“형, 저거 봐요.”

중현이가 가리킨 곳에 팬 중 하나가 [우주야, 내가 대신 군대 가줄게]라고 쓰인 슬로건을 장난스럽게 흔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물론이고 객석 전체가 웃음이 터져 버렸다.

타 그룹 팬들도 막 웃고.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도 어색하게 웃고 있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랐다.

뭐지.

지난번과는 다르게 적대감이 안 느껴지는 걸.

은근한 신경전도 없고.

뭔 일이 있었나.

나중에 알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지난번과는 또 다른 현상을 알아챘다.

평소 때라면 이런 상황에서 ‘우주가 누구야?’ 하며 수군거렸을 사람들이 다들 내가 누군지 안다는 듯이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게 된다는 것.

어쩌면.

막내 말대로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녹화 진행하겠습니다!”

당연히, 오늘의 불꽃놀이는 몹시도 근사했다.

*   *   *

음방 녹화를 마치고, 영데일리 기자님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한 후에 우리는 회사로 돌아왔다.

3층의 대회의실.

불꽃놀이를 회사 사람들한테 소개한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었다.

비주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오늘 부서별로 팀장님들 오신다던데 무슨 일일까요?”

“뭐, 하실 말이 있나 보지.”

“형은 짐작 가는 거 없어요?”

나 역시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뉴블랙에 관한 회의가 있으니 참석하라는 말만 전해 들었을 뿐.

“나도 모르겠는데. 석환 형이 TBC에 갔던 그 건인가.”

“오, 그러게여. 방송 나가나?”

“그건 아니지. 그런 거면 이렇게 거창하게 알려 줄 이유가 없잖아요. 무슨 서바이벌 나가는 것도 아니고.”

다시 사건이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을 무렵, 지호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저 그거, 들었던 것 같아여. 며칠 전에 홍보팀 누나랑 잠깐 수다 떨었는데 그 누나가 조만간 팬사인회 즈음해서 뭐 진행할 거라고 했거든여. 막 팬덤명 정하고 그러는 거.”

그러고 보니 이번 주 일요일이 첫 팬사인회지.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지호가 꺼낸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팬덤명?”

“넹, 그 아마 이번에는 직접 공모하고 그러는 거라고 들었는데…….”

“팬들이 정하는 거야?”

TJ에 있었을 때는 회사 기획팀이 팬덤명을 만들어 냈던 것 같은데.

신기한 방식이라고 감탄할 때였다.

리혁이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속삭였다.

“하긴, 지난번에 회사에서 스칼렛 팬덤명 정했을 때 난리 났잖아요. 그것 때문에 방식을 바꿨을걸요.”

“무슨 일이 있었어?”

“그때 대표님이 꽂히는 이름이 있다고 밀어붙이셨거든요. 커튼이라고.”

“커튼?”

“네, 커튼이여.”

문득 뉴블랙이라는 팀명이 정해지기 전에 회사에서 제안했다는 그룹명들이 떠올랐다.

레몬 보이즈, 플라잉 앤젤스, 블랙홀, 핫보이스.

섬뜩한 느낌이 등골을 훑었다.

“난리 났었겠네.”

“맞아여. 그래서 스칼렛 팬카페 들어가서 대표님 이름 검색하면 되게 난폭한 글들이 많아여.”

“뭐, 의미는 좋잖아.”

리혁이가 말했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내 가수를 가려 주고 보듬어 주는 장막, 이런 식으로 기획 의도는 좋아서 내부적으로는 반응이 좋았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팬덤명이 커튼인 건 좀 그런걸.

스칼렛 멤버들에게 연민이 든다.

‘우리 커튼 최고!’, ‘사랑해요, 커튼!’ 이런 걸 해야 된다는 거잖아.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 팬들에겐 더 예쁜 이름이 붙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달칵.

문이 열리고, 직원분들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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