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화 (7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화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면서 관객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됐다.

조명이 비추는 곳 아래.

날카롭게 생긴 가수가 마이크를 잡고 서 있었다.

첫인상은 서늘했지만, 눈을 감으며 웃자 인상이 확 달라진다.

차디찬 얼음에서 따뜻한 봄바람으로.

그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관객들의 귓가에 잔잔한 허밍이 들려왔다.

이색적인 도입부였다.

투덜대던 아이를 보채던 부부도, 지팡이에 손을 얹고 불만을 달래던 노인도, 팬카페에서 채팅을 나누던 틴스피릿의 팬들도,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한곳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허밍이었다.

비 오는 날, 어머니가 아이를 끌어안고 자장가를 불러 주듯 낮고 부드러운 허밍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들려왔다.

그렇게 30초가량 흘렀을 때.

허밍을 마친 서리혁이 부드럽게 웃으며 눈을 떴다.

이윽고 MR에 삽입된 파도 소리가 본격적인 노래의 시작을 알렸다.

처얼썩-

날씨가 날씨인 탓에 본래 담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의 바다’라는 심상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피아노와 기타 소리가 섞인 따뜻한 전주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천히 돌아가던 파란 조명이 선우주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 추억 속 거닐면

녹슨 대문 살랑거리는 꼬리

빗소리를 배경으로, 그 목소리가 객석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또렷한 발음 덕에 귀에 쏙 들어오는 가사.

본래 손자가 할머니를 위해 쓴 노래인 만큼 가사에 담긴 이야기는 이해하기 쉬웠다.

어린 시절 자신을 보살펴 준 이를 위한 노래.

그런 내용과 함께 옛날 노래를 연상시키는 밤바다의 멜로디 덕분인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좋은 반응이 돌아왔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푸르고 노란 조명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두 보컬이 노래를 주고받았다.

물론.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축제 조명팀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건 관객들은 모르는 비밀이었다.

그저 좋은 노래에 반응할 뿐.

처음에는 허밍에 대한 신기함을 느꼈던 이들의 입가에는 어느새 차분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렇게 2분 40초의 시간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   *   *

밤바다의 무대에 관객들이 잔잔한 박수를 보내고 있을 때, MC를 맡은 정효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됐다.’

관객들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방금 전만 해도, 어찌나 눈초리가 사나운지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얼굴이 따끔따끔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보는 듯했다.

잔뜩 찌푸린 눈썹도, 앙다문 입술도 보이지 않는다.

평온한 얼굴뿐.

이게 노래의 힘인 걸까.

왠지 잔잔한 공익 광고를 시청한 이후에 나올 법한 표정들이라 그녀는 슬며시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정말 근사한 무대였어요, 두 분.”

스트릿 보이즈와 블링크 사이에 끼어서 신인 그룹1 정도의 관심을 받았던 때와 달리 이목이 집중되어 그런 걸까.

둘 다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뉴블랙 멤버들에게 들었던 키워드를 떠올렸다.

밤바다. 자작곡. 할머니 덕후.

“밤바다라는 노래였죠?”

-네, 맞아요.

“귀에 쏙 들어오는 후렴구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듣다 보니 꼭 누군가를 향해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혹시 뒷이야기가 있다면 한번 이 자리에서 풀어주실 수 있나요?”

어차피 다음 대타로 송보형이 올 때까지 멘트로 5분을 때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그녀는 이 시간을 오롯이 뉴블랙을 소개하는 데 쓰기로 결정했다.

-아, 밤바다는요.

다행히,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뉴블랙의 멤버는 그 기회를 잘 살렸다.

-저희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제가 작곡한 노래예요.

“자작곡으로 불꽃놀이만 알고 있었는데, 이것도 자작곡인 건가요?”

-네.

관객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떠오른다.

그 관심에 쑥스럽다는 듯 선우주가 웃었다.

차분하게 작곡 의도와 어린 시절의 경험을 설명하는 동안 관객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더 친근해졌다.

방금 전까지는 이름 모를 신인이었다면 지금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누군가의 아들이나 손자로.

-사실, 제가 다 만들진 않았어요. 가사를 쓰는 데 있어 여기 있는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능숙하게 서리혁에게 포커스를 돌리는 이를 보며 정효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질문을 받은 서리혁이 잔뜩 부끄러워하고, 그 모습에 관객들이 가볍게 웃고 있는 동안.

그녀는 아래쪽에서 보내는 수신호를 보았다.

다음 무대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었다.

백스테이지에서 다른 멤버들이 대기하고 있는 동안 MC는 관객들의 반응을 체크했다.

슬슬 끊어야 할 때였다.

“이제 또 한 곡을 더 들어 볼 텐데요. 정말 기대되네요. 저는 뉴블랙 분들이 이 노래를 부른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거든요.”

그녀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노래도 자작곡이죠?”

그 말에 아이돌 팬들은 이어질 노래 제목을 알아차렸지만, 일반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작곡이 또 있다고?

공동 작곡이라니, 무슨 노래인 걸까.

호기심을 보이는 얼굴들을 보며 MC는 미소를 지었다.

‘이건 확실히 반응이 올 거야.’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   *   *

이번에는 다섯 명이 다 함께 선다.

관객들의 눈동자가 무대에 집중됐다.

전 국민이 아는 노래니, 자작곡이니 뭐니 하는 사회자의 말 때문에 호기심이 고조됐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뭘 부르려는 거지?’

눈앞에 있는 이들은 신인 가수였다.

불꽃놀이라는 타이틀곡으로 막 데뷔한.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데뷔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됐다는데 자작곡이 세 개나 있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나.

성질 급한 몇몇이 인터넷 포털에 들어가 떠듬떠듬 ‘뉴블랙’이라는 글자를 치고 있을 때.

익숙한 전주가 훅 치고 들어왔다.

‘어……?’

제목은 모른다.

하지만 들어 본 적 있는 노래였다.

길거리를 지나다 핸드폰 대리점 앞에서, 시내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에서,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그 노래.

바로 Something이었다.

썸 타는 남녀를 주제로 한 노래.

그제야 관객들은 그걸 듀엣으로 부른 가수가 눈앞에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얘네가 걔네였구나.’

놀라움에 눈을 휘둥그레 떴던 것도 잠시, 미디엄 템포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리듬에 맞춰 손뼉을 쳐주었다.

한국인들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늘 그러하듯.

차분하게 정돈된 분위기가 점점 흥겨워졌다.

맨 먼저 입술을 뗀 건 김비주였다.

넌 내 맘 몰라 나도 네 맘 몰라

하지만 너도 알고 있잖아

몇몇 관객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오늘 나왔던 아이돌 중에 가장 춤을 잘 췄기에,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아 있던 멤버.

그랬기에 이상했다.

‘분명 춤추는 애였던 거 같은데…….’

앞서 노래를 불렀던 서리혁과 선우주와 견주어도 그닥 떨어지지 않는 실력이었다.

아니.

어떤 면에선 그 고운 미성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당연히 노래는 별로일 거라고 여겼는데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왕지호가 파트를 이어받았다.

잘 부른다.

얼굴로만 승부할 것처럼 생긴 멤버조차 노래를 잘하자, 관객들이 뉴블랙을 바라보는 시선이 묘해졌다.

불꽃놀이라는 노래 때문에 댄스 그룹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보컬 그룹 같았다.

노래를 들었을 때 ‘왜 아이돌을?’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리고.

일부 관객은 이런 노래를 만들어 낸 이가 저기 서 있는 멤버라는데서 위화감을 느꼈다.

‘대체 몇 개를 하는 거야?’

넘어지려는 멤버를 챙길 만큼 춤 실력도 여유롭고, 메인보컬과 함께 노래를 불러도 밀리지 않고.

거기다 작곡까지.

주변 지인에게 이런 그룹이 있다고 말해 주면 안 믿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이번에 축제에서 아이돌 하나를 봤거든. 뉴블랙이라는 애들인데, 걔네가 땜빵으로 나왔었어. 근데 노래 못 부르는 애가 하나도 없더라. 심지어 춤추는 애까지 노래를 엄청 잘하는 거야. 다 솔로로 나와도 될, 야, 진짜라니까.

거기에 이어서.

-그리고 리더라는 애가 작곡을 하는데 타이틀도 자기가 만들었대. 그리고 썸씽도 걔가 장소원이랑 같이 만든 거라는데?

사실 그대로인데 뭔가 홍보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할 무렵, 1절과 2절 사이에서 키가 큰 멤버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윽고 시작되는 랩.

듣기 좋은 목소리가 리드미컬하게 귓가를 간질였다.

“…….”

아까 했던 이야기에 ‘랩도 잘한다’는 사항이 하나 더 추가했다.

한편.

그 정도까지 감상은 아닐지라도 대다수 관객이 느끼는 바는 비슷했다.

‘선입견이라는 게 진짜 크구나.’

뉴블랙의 실력은 아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불꽃놀이라는 노래가 아이돌 음악이기에 은연중에 ‘아이돌이네’ 하고 그냥 넘겼을 뿐이었다.

잘하긴 했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아이돌은 무대에서 춤을 추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색안경을 빼고 바라보니 다들 하나같이 감탄할 만한 실력이었다.

거기다 프로 정신까지.

새로 갈아입은 의상이 비바람에 축축하게 젖어 가고 있는데도, 갑작스럽게 공연을 때워야 하는 상황임에도, 뉴블랙 멤버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보는 사람의 기분이 절로 좋아질 만큼.

그렇게 썸씽의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의 머릿속에 ‘뉴블랙’이라는 이름이 서서히 각인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오늘 출연했던 팀 중에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이들일 거라고.

*   *   *

노래가 끝나고 제법 뜨거운 박수가 돌아왔다.

차가운 비바람을 뚫고도 그 열기가 전해진다.

이게 얼마만이더라.

행사장에서 썸씽을 부른 것도 오랜만이지만, 이 정도로 박수를 받은 것도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감회가 남다른 기분이라 뿌듯한 눈으로 객석을 바라보았다.

웃으며 박수를 쳐주는 관객들, 핸드폰을 검색하다가 신기한 걸 발견한 듯 수군거리는 사람들, 안도한 얼굴로 현장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대행사 직원들.

조금 의아하지만, 응원 섞인 박수를 보내 주는 틴스피릿의 팬들까지.

긴장감으로 팽팽했던 신경이 느슨해졌다.

잘했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멤버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얘들아.’

근처에서 석환 형도 엄지를 치켜 보이고 있었다.

그러곤 민기 형이 하는 말을 듣더니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OK를 그려왔다.

마무리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이제 마지막 노래가 남았네요.

“네, 정말 아쉬워요.”

-이번에는 다른 가수 분의 노래를 부른다고 들었는데요. 그 제목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노재현 선생님의 ‘그대 나와 함께하세요’라는 노래입니다.”

유명한 명곡답게 객석에서 나오는 반응이 좋다.

특히 어르신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대 나와 함께하세요’는 우리가 연말 평가 때 불렀던 트로트 곡이었다.

처음에는 몇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했지만 관객 연령층이나 행사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마무리 곡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밤바다와 썸씽으로 분위기를 조금 살린 뒤에.

우리가 MR을 가지고 있는 이 노래로 분위기를 확 띄워서 송보형 씨에게 바톤 터치하자는 게 내 아이디어였다.

그다음은 행사의 제왕인 트로트 가수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노래를 고른 이유는 연습량이 가장 많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작년 12월.

우리가 한 달 동안 매일 10시간씩 연습해서 아예 몸에 밴 노래.

물론 6개월간 쉬었기에 어설픈 부분이 많이 나오겠지만, 그 부분은 관객들 호응을 유도하며 때울 요량이었다.

조금 미숙할 수 있다고 미리 밑밥을 깔아 두면서, MC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때였다.

……음?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오는 웅성거리는 소리.

빗소리를 뚫고 들릴 만큼 심각한 분위기라 곁눈질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황했다.

뭐야. 저거.

어느 부근부터 문제가 생긴 건지는 모르겠다.

각도상 안 보였으니까.

하지만 한 무리의 스태프들이 모인 곳을 중심으로, 역류한 듯 물이 번져 가고 있었다.

자칫했다간 무대 옆까지 넘어올 듯한 분위기였다.

지금이야 객석과 무대의 각도 때문에 관객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알게 되면 상당히 어수선해질 것 같았다.

이를 어쩐다.

일단은 어떻게 되었든 간에 관객분들이 놀라지 않도록 안심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안심하기 전에 모르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두뇌가 팽팽하게 회전한다.

현장 스태프들이 프로답게 곧 저 문제를 해결할 테니, 그 잠깐 동안 우리는 시선을 분산시켜주면 좋을 텐데.

시선을 최대한 멀리…….

문득, 객석과 무대 사이의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에 나름대로 최선이었다.

흥겨운 전주가 흘러나오는 동안, 넷 중에 눈치가 빠른 둘에게 눈짓을 했다.

대강 의도를 파악했는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이 돌아왔다.

저 둘이 행동해 주면 나머지도 알아서 따라오겠지.

짝- 짝짝-

신나는 트로트 반주에 맞춰 사람들이 손뼉을 치는 동안, 나는 무대에서 살짝 내려가 객석으로 향했다.

맨 앞줄에 있는 이들이 눈을 크게 뜬다.

무대와 객석의 사이의 빈 공간에 자리를 잡자, 곧바로 동생들이 따라서 내려왔다.

약간 얼떨떨하지만 관객들을 향해 웃으면서.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박수를 유도하는 동안, 우리의 몸은 저절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한 달 동안 잠자는 시간을 빼고 다 연습을 해서 그런 걸까.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가볍게 점검하긴 했을 때보다 더 익숙하게 몸에서 흘러나온다.

이윽고 첫 소절이 시작되면서 우리 막내가 앞으로 나섰다.

앳된 얼굴이 트로트 곡의 첫 소절을 맛깔나게 읊기 시작했다.

그대 어디에 있나요

여기 있나요 저기 있네요

아들이나 손자 나이대의 가수가 생글거리며 노래를 부르자 귀여워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잘했다. 우리 막둥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잘했다고 판단할 때였다.

내게 넘어올 파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호가 노래를 부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어, 쟤 어디 가는 거야?

시장님 내외에게 다가가는 막내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상한 거 하려는 건 아니겠지.

괜히 침을 삼키는 동안, 그쪽을 향해 다가간 지호가 안무를 하면서 누군가를 가리키는 듯 손짓을 했다.

왜 나를 멀리하는지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걸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손 하트를 보내는 막내.

눈을 반짝이며 관객들에게 나 좀 예쁘게 봐줘요, 하는 듯한 모습에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나름대로 극적인 변화라고 할까.

특히 그 손가락의 지목을 받은 이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하루 종일 우환이 가득한 사람처럼 굳어 있던 시장님이 주변 사람들이 놀랄 만큼 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으니까.

*   *   *

같은 시각.

틴스피릿의 팬카페, 소울의 자유게시판.

-애들 아직도 행사장에 도착 안 했나요??

-mop 공지 안하냐? 시발

-어떡해요;;

-현장 분위기 완전 나빠졌을 것 같은데, 하...

-지금 현장에 계신 분들 상황 좀 중계해 주실 수 있어요?

곧이어 올라오는 댓글 하나.

-뉴블랙이란 신인 애들이 땜빵 서 주고 있어요.

-아..

-말 안 해도 분위기 알 것 같다..

-걔네도 민망하겠네 ㅅㅂ

-음? 아니에요.

-?

-분위기 좋은데요.

무수한 물음표로 도배되는 댓글창, 그 밑으로 짤막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현장 분위기 좋아요. 그것도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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