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9)화 (10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9화

마을 회관 앞이 떠들썩했다.

재료를 구하고 돌아온 게스트들이 서로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가운데, 우리도 가족 상봉을 하고 있었다.

멀찍이서 아이스크림을 쭉쭉 빨고 있는 막내와 눈이 딱 마주친 순간.

“지호야!”

“우주 혀어엉!”

세레모니를 하는 축구 선수처럼 막내가 내게 달려왔다. 나 역시 호응하며 반겨 주었다.

“형! 형! 저 오늘 미션 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완전 예쁨 받았어여.”

“그래?”

“넹, 저 나중에 이리로 이사 올까 봐여.”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이가 불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고작 두 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둘 다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요? 누가 보면 일 년간 못 본 줄 알겠네.”

멀뚱멀뚱 바라보던 지호가 내게 물었다.

“저 형 왜 저래여?”

“네가 나한테만 달려와서 그래.”

“아, 그렇구나. 울 리혁이 또 서운했어요?”

“아니거든.”

“맞네, 맞아.”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우리를 보며 녀석이 한숨을 쉬었다.

“둘 다 좀 사라져 줬으면… 아, 왜 춤을 추고 그래요.”

리혁이를 사이에 두고 막내와 강강술래를 췄다.

그러는 동안 불쑥 누군가 끼어들었는데 중현이었다.

셋이서 모닥불을 두고 춤추는 개코원숭이처럼 그러고 있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웃었다.

“제발… 다른 사람들 쳐다보니까 그만 좀 해요. 우리 이미지 이러다가 개그돌로 잡히면 어쩌려고요.”

“괜찮아. 멋있는 이미지는 이미 중현이 때문에 깨졌어.”

“무슨 얘기예여?”

“지호는 아직 모르는구나. 흑염소.”

그에 관해 말하려고 할 때, 간이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나왔다.

햇볕에 눈을 찡그리던 이가 우리를 보고 눈망울이 커졌다.

우리가 먼저 손을 흔들며 반겼다.

“비주야!”

비주가 반갑게 뛰어왔다.

“다들 잘하고 왔어? 어땠어요, 형?”

각자 신이 나서 한 마디씩 하는 동안 중현이도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길이란 이름을 지닌 흑염소와 한차례 추격전을 벌인 후, 나름 친한 사이가 되었다나.

한참 깔깔 웃고 있었는데 뒷부분에 이르러서 두 명의 표정이 구겨졌다.

하나는 나.

“중현아, 너 설마 카메라에다 대고, 내가 베개 껴안고 주짓수 기술 설명했다고 한 건 아니지?”

“…그게.”

“아니지?”

“형, 만약에요. 제가 정말 그랬다면 큰일인 건가요?”

“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례없이 진지한 표정을 짓는 비주였다.

“중현아, 차가 다가오는데 도로로 뛰어들었다고?”

“……아.”

잔소리가 시작되려는 조짐에 나와 두 동생은 냉큼 도망쳤다.

*   *   *

리혁이가 양푼에 담긴 불고기를 조물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우리 팀에 의인이 둘이나 생겼네요. 갈현동 의인이랑 연천군 흑염소 의인.”

“푸하하! 흑염소 의인이래.”

요리를 돕고 있는 우리 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호칭을 들으며 흐뭇해하는 중현이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중현아, 이런 걸로 좋아하고 그러지 마.”

“저도 이제 의인이 됐네요, 형.”

중현이가 씩 웃는 동안, 간장을 숟가락에 붓고 있던 막내가 눈을 빛냈다.

“말 나온 김에 우리도 별칭 하나씩 붙여 보는 건 어떨까여.”

“넌 뭐 하고 싶은데?”

“음… 한남동 불주먹? 멋있지 않아여?”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있다며 지은 별명이라는데, 생뚱맞아서 다들 웃고만 있었다.

듣고 있던 이견우가 말을 보탰다.

“그럼 난 흑석동 나무늘보 할래.”

“흐하핫, 어울려여.”

“난 청담동 레게머리 해야겠네.”

애들 노는데 어른들이 끼어서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비방용으로 나온 드립인 맥시의 LA 크레이지 독 발언에 한 번 웃음이 터졌고, 여희찬이 여희연을 놀리는 것으로 웃긴 상황이 조성됐다.

어째 다른 분들이 더 신났다.

그리고 우리 막내는 대체 어떤 마술을 부린 건지, 말수가 적었던 이견우도 부쩍 말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하긴, 어떤 말을 하든 저렇게 물개 박수 리액션을 해 주면 말할 맛이 나지.

“저 팀은 분위기가 왜 저렇게 좋아…?”

“그냥, 요리는 망했다고 생각하고 분량 챙기려는 거 아니에요?”

“일이 희한하게 돌아가네. 이견우 씨 중심일 줄 알았는데, 뉴블랙인가 쟤네가 가운데 있잖아.”

…라고 다른 팀원들이 속삭이는 말을 우리 귀 좋은 셀럽이 하나하나 다 전달해 주셨다.

잘했냐고 물어보시길래 엄지를 들어 주었다.

다른 팀 말대로 우리 팀의 분위기는 어느샌가 뉴블랙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말을 엄청 재미있게 한다거나 예능감이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게스트 구성 때문이라고 할까.

다들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 자리에서 가장 말을 걸기 쉬운 게 바로 나이가 어린 뉴블랙이었다.

게다가 우리끼리 잘 놀고 있으니 말 한두 마디만 보태도 대화가 쉽게 가능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주선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우리를 중심으로 만남의 광장이 열리고 있었다.

우리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면 다른 게스트들이 한 마디씩 보태다가 그걸로 서로 대화를 나누곤 했다.

헤이션이 웃으며 말했다.

“얘네랑 얘기하다 보면 젊어지는 기분이라니까.”

“에궁..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에이, 진짜 계속 말하는데 그러지 마요.”

덕분에 다른 게스트들도 친해져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이 잘못 생각하는 게 있었다.

우리는 요리를 포기하고 분량을 챙기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순조롭게 되어 가서 대화를 나눌 여유가 있는 거였다.

“아, 진짜! 조심 좀 해요. 하.. 간장… 이거 간장 누가 쏟았어요?”

“죄송합니다.”

B팀은 아슬아슬한 순간이 좀 많았다.

그거 있잖아.

방송이라서 곧장 하하, 웃으면서 수습하기는 하는데 순간적으로 표정 굳어지는 거.

게다가 은은한 기 싸움까지.

주변 사람들이 긴장하는 장면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한편 A팀은 서지형과 한여름이 하드 캐리하고 있었지만 영 삭막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보쌈과 생선찜을 다루는 게 마치 일사불란한 수술실 같다.

두 요리사가 ‘메스’하면 건네주고.

여러모로 우리 C팀이 특이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메인 셰프가 둘이나 있어서 혼선이 있는 A팀과 달리 우리는 주방장이 한 명이라는 게 이점이었다.

“비주야, 이거 어떻게 하면 되니?”

“비주야, 이제 불을 끌까?”

“비 셰프님, 간이 맞는지 한 번 확인 좀 해 주세여.”

그럴 때면 우리 둘째가 요리의 요정처럼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요리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됐을 때, 비주가 불고기를 집어 들고 내게 다가왔다.

“형, 이거 간 좀 볼래요?”

“응, 좋아.”

비닐장갑을 낀 손이 내 입에 조리가 된 불고기를 먹여 주었다.

달착지근하면서 감칠맛이 났다.

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맛있는데?”

“그래요?”

“근데 이거 어디서 먹어 본… 아, 너…….”

“네, 맞아요.”

어디선가 익숙한 맛이다 했더니 우리 할머니 레시피였다.

나만 맛있다고 느낀 게 아닌지, 간을 맛 본 이들이 저마다 엄지를 치켜들으며 눈을 크게 떴다.

어디선가 요리 만화의 BGM이 들리는 듯한 장면들이었다.

“와, 진짜 식당에서 먹는 거랑 똑같다. 너 나중에 나랑 레스토랑 차리면 동업할래?”

맛을 보던 맥시가 그런 제안을 할 정도였다.

불고기와 잡채, 된장찌개가 차례차례로 완성되는 가운데 우리 팀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름대로 승산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리에겐 추가 메뉴도 있었다.

“세상에… 고구마 장사하시는 분들이래요?”

“중현이가 흑염소 밥 먹이는 거 도와줬다고, 이렇게 줬어요.”

바로 고구마 3박스.

곧장 남는 재료를 이용해서 고구마를 이용한 각종 디저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고구마튀김, 군고구마, 삶은 고구마.

“제한 시간 30분 남았습니다!”

종료 시각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제는 요리를 끝내고 다 같이 동글게 모여서 회의에 들어갔다.

여희연이 말했다.

“슬슬 어르신들이랑 마을 주민 분들 식사하러 오실 텐데 어떻게 사람을 모을지 고민해 봐요.”

남은 건 호객 행위.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든 팀보다는, 가장 많은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 미션의 승리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군고구마를 시식 메뉴로 미리 제공하는 건 어떨까요?”

“오, 그거 괜찮네.”

“이쑤시개 있으니까 작게 자른 다음에 ‘저희 안 오셔도 되니까, 한 입만 드시고 가시라’ 이렇게….”

“그럼 부담스러워서 다른 데 못 가잖아.”

“네, 그게 핵심이에요.”

내 말에 사람들이 웃었다.

“우주 장사 좀 해 봤어?”

“할머님이 백반집을 하셔서요. 어릴 때부터 어떻게 장사하시는지 보고 자랐어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근처에 신장개업한 가게들이 어떻게 망하는지 많이 봤다.

내가 그간 봐 왔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맥시도 A팀의 요식업 사장인 서지형이 내뱉는 노하우를 열심히 도청해 주었다.

그런 결과물을 종합하고 결론을 냈을 때.

“조리 시간 끝났습니다!”

이제 미션의 승패가 결정되는 시간이었다.

*   *   *

마을 회관 앞.

“어유, 배고파. 언제 들여보내 준대?”

“할머니, 조금 기다려야 돼요. 아직 시간이 안 됐잖아요.”

“난 그런 거 모르겠다. 다리도 아프고, 차에 가서 좀 앉아 있고 싶은데.”

“아버님, 어디 가세요?”

“안에 좀 들여다보고 오려고 그래.”

예정 시각 10분 전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유명 TV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직접 밥을 만들어 준다는, 그리고 TV에 나온다는 진귀한 경험 때문인지 마을 주민 대다수가 참석한 상태였다.

연령대도 몹시 다양했다.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아이도 있고, 중고등학생도 있고, 중장년 층까지.

저마다 기대감을 품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FD가 나와서 안내를 했다.

“저희 식사 메뉴가 준비되었고요.”

메뉴가 큼지막하게 적힌 종이가 붙었다.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팀에 가서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시면 됩니다. 한 팀을 고르시면 다른 팀으로 이동하실 수 없고요.”

촬영 등을 금지한다는 자잘한 안내와 함께 입장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TV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이 한가득 있는 모습에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까 인사할 때와는 다르게 얼굴이 코앞에서 보였다.

“저희 생선찜 진짜 맛있어요!”

“부드러운 보쌈 땡기시죠? 여기 한 입 드셔 보세요.”

배우나 모델로 가득한 A팀은 얼굴과 요리의 비주얼로 승부를 보고 있었다.

B팀도 걸그룹 멤버 6인이 활기차게 웃으며 손님을 유치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C팀에서는 세 남자가 다가왔다. 각자 손에 고구마 간식이 담긴 접시를 든 채.

“한 입씩 드셔 보세요.”

훤칠한 키와 훈훈한 외모로, 한때 인터넷에서 예능에 나온 훈남 강사 짤로 유명했던 여희찬.

“이거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평균 시청률 31.9프로를 자랑했던 드라마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며 다가온 이견우.

“저희 요리 맛있으니까 꼭 와 주세요.”

그리고 선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목구비의 아이돌.

그에 힘입어 초반부에는 C팀이 맹활약했다.

B팀의 주세한 멤버 송진우가 헛웃음을 지었다.

“저긴 고구마가 아니라 새우깡을 들고 있었어도 이겼을 거야.”

하지만 곧장 다른 팀도 벤치마킹을 하면서 승부는 무승부로 기울었다.

그러다가 요리 평가가 시작되면서 맛이 괜찮다는 A팀과 C팀으로 사람이 몰렸다.

전반적으로 B팀이 뒤쳐지고 있었다.

A팀이 우위를 점하고, C팀이 맹추격하는 상황.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A팀은 승리를 완전히 자축하는 분위기였고, B팀과 C팀은 방향을 틀어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분량을 뽑기로 결정했다.

“잔치하면 축하 공연이 빠질 수가 없겠죠!”

개그맨 오형석이 사회를 보며 분위기를 띄웠다.

여기저기서 구수한 농담과 박수가 이어지는 동안, 초대 가수를 찾는다는 말에 잽싸게 누군가 튀어나왔다.

“저여! 저 노래하고 싶어여!”

“네, 우리 뉴블랙의 지호 씨가 나왔네요. 어디 그럼 노래 한 번 들어 볼까요?”

식사를 하던 이들이 웃으며 손뼉을 치는 가운데, 잘생기고 앳된 얼굴의 멤버가 마을 회관 정중앙에 섰다.

손에는 휴지가 나풀나풀한 천처럼 들려 있었다.

이내 핸드폰 BGM으로 트로트 곡이 흘러나왔다.

왕지호가 트로트를 부르면서 휴지를 손수건처럼 흔드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뒤에서 개업 인형처럼 춤을 추는 키 큰 멤버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웃음이 나왔다.

한 편의 공연이 끝나고 앵콜 무대가 이어졌을 때, 어르신들에게 애교를 부리는 아이돌 멤버를 보며 관객들이 웃었다.

*   *   *

지호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신청자가 튀어나왔다.

걸스온탑의 막내, 길채경도 질 수 없다는 듯 언니들과 나와 트로트를 불렀고.

서지형도 1집 내고 망했다는 전설의 노래를 불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끼 많고 잘 놀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분위기를 달구는 건 순식간이었다.

한편, 그러면서 승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갔다.

“A팀이 이기겠네.”

여희찬의 태평한 말에 그의 동생이 고개를 저었다.

“기다려 봐. 제작진이 아직 스무 명 정도 안 왔다고 했어.”

“야,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다 오겠냐. 그냥 졌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먹어.”

“아직 다 안 왔대요?”

이견우의 물음에 맥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안 온 사람들 있어요. 아까… 그 할아버지도 안 보이는 거 같은데. 그 부자 할아버지.”

“부자 할아버지요?”

“마을 중간쯤에 좋아 보이는 집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강문식 할아버지가 아직 안 오시긴 했다.

바쁘신가?

꼭 오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형.”

막내가 내 어깨에 뾰족한 턱을 얹었다. 관객들의 환호 덕분인지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었다.

“어때여. 저 노래 잘했져?”

“잘했어, 어르신들이 엄청 좋아하더라.”

“그져? 제가 쟤보다 더 나았져?”

“그럼. 당연하지.”

멀찍이서 어르신들에게 참해 보인다는 칭찬을 듣는 길채경을 보며 견제를 하는 우리 막내였다.

“형, 우리도 얼른 돌아여.”

우리도 멤버들과 함께 어르신들이 있는 테이블을 쭉 돌았다.

식사 맛있게 하고 계시냐는 물음에 웃음 가득한 대답이 돌아왔다.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맛있다고, 요리를 맡은 우리 둘째가 그 모습에 연신 환한 미소를 짓고 다녔다.

그래.

승부는 졌어도 이렇게 어르신들이 좋아하면 됐지.

무대는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뭐야, 차가 엄청 들어오는데?”

“네 대나 왔어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마을 주민들과 토크를 이끌어 내고 있던 연예인들이 바깥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들 놀라서 나갔다.

지금 저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만 스무 명은 가까이 될 터였다.

저들의 향방에 따라 미션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

모두 마을 회관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차 네 대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보니 혈연관계인 다섯 가족인 듯했다.

“아이구, 다리야!”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명품 옷을 걸친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가 다리가 아프다는 기색을 하자, 중년 남자 하나가 ‘아버지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어디로 갈까요. 우리? 보쌈 좋아하시잖아요. 보쌈 드실래요?”

A팀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도 잠시.

“아냐, 나 아까 약속한 데가 있어.”

강문식 할아버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나와 리혁이, 맥시를 바라보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아이구! 여기들 있었구먼!”

와서 손을 막 잡아 주면서 좋아하시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른 팀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특히 서지형 씨는 눈알이 아예 튀어나올 정도였다.

내가 얼떨떨해서 물었다.

“할아버지, 그럼 저분들이 다….”

“내 아들들이야.”

놀라서 굳어 있는 내 손을 붙잡으며 할아버지가 웃었다.

“내가 말했잖어. 손님들 많이 데리고 간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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