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화 (11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화

헤어질 때 그러시긴 했다.

내가 이따가 사람들 많이 데리고 갈 거라고.

별생각 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동네에서 친한 할아버지 몇몇 분 데리고 오신다는 줄만 알았지.

네 아들과 거기 딸린 식구들은 전혀 생각도 못한 결과였다.

강문식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있을 때, 중년 사내가 대표로 물었다.

“아버지, 그럼 이 테이블로 갈까요?”

“응, 여기 이 사람들 있는 데로 가. 음식은 충분하지?”

“그럼요. 그럼요.”

열다섯 명이나 되는 인원이 나를 따라 마을 회관으로 들어섰다.

다른 게스트들이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특히 A팀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는데, 이전까지 A팀은 우리보다 손님이 10명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팀이 다섯 명이 더 많았다.

여희연이 뒤에서 주먹을 쥐고 좋아했다.

그분들을 각 테이블로 모시고는, 우리 팀원들이 할아버지가 식사하는 테이블로 모였다.

“아버지가 오는 내내 얘기하셨어요.”

안경을 쓴 둘째 아들이 말했다.

“아무도 안 올 줄 알았는데 누가 와서 30분 넘게 이야기 들어주고 갔다고. 고맙다고, 꼭 인사해야 된다고.”

“30분이면 큰일했네. 아버지 얘기는 우리도 못 듣는데.”

“조용히 해! 이눔의 자식들아!”

강문식 할아버지가 호통을 쳤지만 유쾌한 분위기였다.

그러는 동안 형제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했다.

나는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아드님들이 같은 마을에 계신 줄은 몰랐어요.”

“내가 말을 안 했나?”

안 하셨죠.

오늘 어르신들과 대화를 하고 다닐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 메모까지 한 터였다.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셨는데 제가 기억을 못했나 봐요.”

“그런가, 암튼 이놈들이 집만 으리으리하게 지어놓고 놀러오지를 않어. 내가 놀러가야 한다니까.”

“…아니, 아버지.”

아들 중 하나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어제는 일찍 자야 한다고 오지 말라면서요.”

“아유, 난 기억이 없어.”

넉살 좋게 넘기는 할아버지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자 나는 비주를 데려와서 앉혔다.

“맛이 괜찮으세요? 저희 멤버가 조리를 맡았어요.”

“와, 직접 만든 거예요?”

며느리 중 한분이 물었다.

“식당에서 먹는 맛이어서 이미 만들어서 온 줄 알았어요.”

“얘, 며늘아. 요즘 방송은 리.알.리.티 가 핵심이야! 리알리티! 그건 옛날 방송이나 그런 거고.”

강문식 할아버지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자, 아들 중 한 명이 끼어들었다.

“울 아버지 방송 전문가 다 되셨네.”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팀도 1위가 된 만큼 얼굴이 밝았다.

새로운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주세한의 두 멤버가 다닐 때마다 우와 하는 소리가 나왔다.

거기다 어머님들이나 학생들로부터 돌고래와 비슷한 꺅 소리를 이끌어 내는 한류 스타까지.

우리도 열심히 어린 손님들에게 영업을 했다.

“우와, 아이돌 처음 봐요. 대박. 이름이 뭐예요?”

“뉴블랙이에여. 어때여, 연예인 실물은 처음이져?”

“네!”

“야, 왕지호. 넌 네 입으로 연예인이란 말이 잘도 나오냐.”

어린 손님들이 잠시 넋을 잃고 우리 애들을 바라보았다.

24시간 내내 마주하는 터라 무덤덤했는데, 이럴 때 보면 우리 애들 잘생긴 걸 느끼는 것 같다.

첫째 아드님도 내게 칭찬을 했다.

“진짜 잘생기셨네.”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차에 타고 오면서 자기 젊었을 적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고 했거든요.”

“오…….”

내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신기하네요. 저랑 닮으셨나요?”

“아니요.”

대답을 한 건, 첫째 아들의 막내딸이었다. 아직 앞니가 없는 어린아이가 불고기를 깨작이며 말했다.

“울 할아버지 호빵 닮았어요.”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팍 상해 버린 강문식 할아버지의 기분을 다시 낭낭하게 해 주는 데는 5분이란 시간이 걸렸다.

*   *   *

식사가 끝나고 떠나는 강문식 할아버지를 배웅해 드렸다.

그분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이따 촬영 끝나고 자야 된담서.”

“네, 할아버지. 저희 아마 다른 마을 분들이 빈 방 빌려주시는 데서 자게 될 것 같아요.”

“그래? 나한테는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그러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이따가 우리 집에 와서 자구 가.”

“…네?”

“다른 영감탱이나 할망구 집에 가 봐야 낡은 선풍기만 달달달 틀 텐데, 우리 집에 빈 방 많잖아.”

“아, 그래도 예정에도 없이…….”

내가 그런 말을 하며 사양을 하자, 할아버지네 식구들이 말했다.

“아버지 말씀대로 와서 주무시고 가세요. 워낙 사람 북적이는 거 좋아하셔서 그런 건 민폐가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 집 에어컨 빵빵하게 나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냉큼 고개를 숙이는 내 모습에 다들 웃었다.

우리 막내가 까치발을 하고선 내 어깨에 얼굴을 턱 얹었다.

“저는여, 할아버지? 저두 가도 돼여?”

“되지. 되고 말구.”

“저도 될까요?”

말수가 적은 이견우도 손을 들었다.

“저 꼭 가고 싶습니다. 할아버지 집.”

에어컨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눈빛이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는데 토론 끝에 C팀 전원이 할아버지의 집에서 자기로 결정했다.

본인이 다 와 주기를 원하셨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감사인사를 나눴다.

“저기 사인 좀…….”

어린 손님들에게는 사인을 해 드리면서 틈새 홍보도 했다.

“친구분들한테 저희 노래도 홍보 부탁드릴게요.”

“엇, 네. 그럴게요.”

“이런 칭찬도 잊으시면 안 돼요. ‘나 그날 주세한 녹화에서 뉴블랙 봤는데 실물 대박이다’ 그런 거요.”

“그거로는 약해여, 형.”

“뭐가 약해?”

“좀 센 표현이 필요해여.”

막내가 해맑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실제로 보니 얼굴에서 광채가 나더라. 와, 연예인 아우라 대박. 이런 말도 해 주시구여. 또… 아, 이것도 좋겠다! 실제로 보니까 인성 대박이더라. 이런 거 어때여.”

“지호야, 손님들 부담스러워하시잖아. 중현아, 얘 좀 데려가라.”

“그래요. 형. 쟤 좀 얼른 데려가요. 나랑 비주 형이 말할 틈을 안 주네.”

초중등학생 정도 되는 연령대의 아이들이라 그런지, 우리가 별것 없이 투닥대는 모습에도 뭐가 재밌는지 까르르 웃는다.

“저희가 꼭 홍보할게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사인지를 꼭 챙겨들고 가는 모습을 보니 제대로 영업을 한 것 같다.

그래.

이런 식으로 팬을 늘려가는 거지.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옆에서 지호가 나를 보고는 느끼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칭구분들한테 영업 부탁 드릴게용~”

“…….”

“아아아! 이 형이 사람 잡아여!”

*   *   *

마을 회관에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각 팀별로 서자, 확성기를 든 메인 피디 구재영이 결과를 발표했다.

“첫 번째 미션의 승자는 C팀입니다.”

“우와아-!”

우리 팀이 친해지긴 했나 보다. 결과가 발표되자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방방 뛰는 걸 보면.

다른 팀에서도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잠시 테이프를 교체하는 동안, 서로 공치사를 나누는 분위기 속에서 나와 비주가 가장 큰 칭찬을 받았다.

“진짜, 이건 비주가 다 했네. 우리가 뭐 요리를 한 게 있어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셰프처럼 하고.”

“아니에요, 저도 여러분 도움이 있어서…….”

“우우, 가식… 죄송합니다.”

놀리려던 중현이가 우리 둘째의 찌릿한 눈에 깨갱했다.

비주의 두 눈이 말하는 것 같다.

나 아직 도로에 뛰어든 거에 화 안 풀렸어, 하고.

하지만 이내 장난스럽게 웃는다.

“우주 형이 제일 고생했죠. 막판에 그분들 안 오셨으면 저희가 못 이겼을 거예요.”

“그렇네.”

이견우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분한테 갈 생각을 했어? 재료가 강황이라서 아무도 안 갔을 것 같은데.”

“그냥 별 이유는 없어용.”

맥시가 대신 대답했다. 나를 턱짓으로 가리키면서.

“우주가 할아버지 적적하실 것 같다고 가자고 한 거라.”

“착하네.”

“그럼여.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착해여. 사람도 막 구하구여. 어디서 안 좋은 일 생기면 기부도 하구여.”

그러곤 손을 입에 올리며 비밀 이야기하듯 말했다.

“근데 동생들한테는 엄청 못되게 굴어여.”

“야.”

“저거 봐여. 허, 저 심장이 떨려여.”

“저저…….”

중현이와 비주 뒤에 숨어서 날 가리키는 이를 보며 우리 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와중에 우리 메인보컬은 꽁했다.

“야, 왜 내 뒤에는 안 숨냐.”

“형은 작아서 안 돼여.”

“…….”

“에궁…. 우리 불쌍한 리혁이… Cheer up.”

진심이 1도 없는 응원에 다시 한 번 왁자지껄한 웃음이 감돌았다.

여희찬과 여희연, 그리고 다른 게스트들이 서로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우리끼리 뭉쳤다.

“왠지 팬분들한테도 자랑하고 싶어요.”

비주가 말했다.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긴 한데, 팬분들한테 우리 이겼다고 자랑하고 싶고.”

“오, 나도.”

“저두여. 지금 팬카페 안 들어간 지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도 막 궁금하고. 초조하고. 들어가서 자랑 글 쓰고 싶어여.”

나도 마찬가지긴 했다.

연천군에 있는 이 마을에 방문하자마자 든 생각이 우리 수플레였다.

흔한 시골 마을이지만 이 고즈넉한 풍경 자체가 힐링 된다고 해야 하나.

라이브 방송을 킬 수만 있으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같이 이야기도 좀 나누고, 이런저런 소통도 하고 싶었다.

나무들 가득한 데서 팬들한테 노래 불러주고 그러면 다들 좋아했을 텐데.

“난 그래서 새벽에 글 쓰고 왔어요.”

리혁이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랑했다.

“팬분들한테 오늘 녹화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 올리고 나왔거든.”

“……?”

하지만 우리는 눈을 깜빡였다.

내가 물었다.

“무슨 얘기하는 거야? 나도 아침에 팬카페 보면서 왔는데 그런 제목의 글은 없었는데.”

“네?”

“우주 형 말이 맞아. 나도 아침에 팬카페 눈팅하면서 왔는데 그런 글 못 봤거든.”

“…그럴 리가 없는데.”

“리혁아. 어디다 쓴 거야? 게시판 틀린 거 아냐?”

“내가 그런 거 가지고 틀릴 사람… 아.”

그거 같다.

유리병에 새빨간 액체가 채워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는 느낌이다.

귀부터 시작해서 온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왜 그래? 어디다 썼는데?”

*   *   *

레몬 엔터 홍보팀.

“푸훕….

뉴블랙을 담당하는 홍서영 대리가 마시고 있던 커피를 도로 뿜었다.

그러곤 사레가 들려서 한참을 콜록거렸다.

홍보팀장이 한쪽 눈썹을 치켜뜨자, 홍 대리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입가를 훔쳤다.

회사 소속 배우가 아침부터 매니저를 대동하고 나타나 최근 수목 미니시리즈 시청률 부진이 홍보팀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는 개소리를 시전하면서 험악해진 분위기였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왜 그래?]

업무용 메신저로 파티션 옆 동기, 남석우 대리가 물었다. 그녀는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다.

그러자 옆자리에서도 사레가 들리기 시작했다.

-[ No.1 독서 카페 -Book is the New Black ]의 글입니다.

제목: 잘 다녀올게요 ^^

ID : 척척박사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 뉴블랙 리혁입니다. ^^

저희가 오늘 예능 녹화를 하러 떠나네요. ^^

몹시 떨리고 긴장도 되지만, 우리 수플레에게 보다 더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떠난다고 생각하니 그 기쁨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네요. ^^

잘하고 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

추신 : 글이 좀 부드럽게 보이세요? 비주 형이 뒤에 ^^ 붙이면 부드러워 보인다고 하던데.

[댓글]

-?

-??

-뭐죠. 여기 독서 감상란인데.. 척척박사님 아이돌이었어요?

-사칭인가 뭐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아이디 검색하고 왔는데 이분 진짜 가수 맞는듯요

-ㅋㅋㅋㅋㅋㅋ카페 헷갈리셨나 본데요?

그리고 이 글이 캡쳐되어 다른 사이트에 ‘팬카페를 잘못 안 아이돌.jpg’이란 글이 올라가고 있을 때, 팬카페를 방문한 수플레들은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제목 : 국제관계학 이론을 읽고

ID : 뉴블랙 리혁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국제 관계를 개괄적으로 다룬 이론 서적을 읽었습니다. 자유주의와 구성주의 같은 개념 등, 여태까지 읽었던 다른 생물이나 물리 서적과 달리 꽤 흥미롭더군요.

사회 과학에 대한 기존의 제 관점이…….

(중략)

추신 : 요즈음 업무가 바빠 당분간 접속을 못했군요. 조만간 다시 활동하러 돌아오겠습니다.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리혁아…….

-ㅋㅋㅋㅋㅋ내가 미치겠다 증말ㅋㅋㅋㅋ

-오구구 우리 리혁이 책 읽어서 신났어요…?ㅋㅋㅋㅋ

-지금쯤 아마 얼굴 벌개져서 쉬윅쉬익하고 있을 듯

-222 그러곤 괜히 할 말 없어서 막내와 맏형을 구박하고 있겠져

-333 비주가 차분하게 달래주고 있을 듯

-44 그리고 중현이는 지금쯤 뭔가를 먹고 있겠죠..

-끄덕끄덕. 중현이는 그런 데에 관심이 없긔

-근데, 저 독서 카페에서 공개된 리혁이 아이디로 보니까 지식 답변 활동한 거 막 나오는데요?

-호오.. 링크 부탁해여

그리고 이런 의도치 않은 실수 때문에 당사자의 흑역사도 덩달아 발굴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   *   *

중현이가 운을 텄다.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기는요.”

내가 답했다.

“열심히 노력해야죠. 그 방법 말고 뭐가 더 있겠습니까? 저도 질문자님과 마찬가지로 가수를 꿈꾸고 있습니다. 혹시 압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세계 최고의 정상이란 자리에 오를지. 훗.”

“아, 조용히 해요. 진짜!”

“이게 포인트네. 오를지 뒤에 훗.”

“형, 우리 자세도 해 볼까요?”

중현이와 내가 자세를 잡으며 ‘훗’하자, 다른 둘이 배를 잡고 뒤집어졌다.

김치를 콕 찍어서 우물거리던 비주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어, 이것도 있네요. 콩밥을 편식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굶는다고 탈이 나지 않습니다. 아직 배가 덜 고파서 그래요. 전 어릴 적부터 농부들이 한 땀, 한 땀 키워온 쌀의 소중함을 알아 한 번도 밥을 남긴 적이… 푸하하! 그런데 심지어 채택이 됐어여.”

“…지구 멸망했으면 좋겠다, 진짜.”

그런 악담을 퍼붓는 녀석을 보며 웃었다.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던 여희찬이 우리에게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

“인터넷에서 리혁이 흑역사가 발굴이 돼서요.”

“진짜, 내가 어제 감기약만 안 먹고 잤어도…….”

이내 여희찬도 우리가 보여 준 게시물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 온 그 적나라한 과거 글의 현장에 금세 촬영장 사람들에게도 이야기가 퍼졌다.

반응을 보니 우리 HBS 리얼리티 팀도 엄청 좋아하고 있을 것 같다.

놀림거리가 된 리혁이가 괜히 밥을 숟가락으로 푹푹 찔렀다.

지금은 점심시간.

1차 미션을 끝내고 2차 미션을 시작하기 전까지 30분 정도 쉬는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팬카페에 들어갔다가 이걸 발견했다.

이미 아이돌 커뮤에도 글이 올라왔다나.

예능에서 눈치 엄청 보느라 스트레스가 굉장했는데, 덕분에 많이 치유가 된 듯한 느낌이다.

맥시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척척박사님, 우리 다음 미션은 뭔가요?”

“저 대답 안 해 드릴 거예요.”

그러고 보니 궁금하긴 하네.

미션이 뭐가 있으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과연 뭐가 주어지는지.

1차 미션을 하는 동안에는 그저 생각 없이 뛰어다녔지만 이제는 좀 궁금한 것 같다.

“선배님, 그거 안 드세요?”

“음, 입맛에 안 맞네. 너 더 먹을래?”

“…네!”

이견우가 웃으며 도시락을 내밀자 우리 셋째가 그걸 쏙쏙 집어갔다.

그러고 보니 아까 처음에 도시락을 받았을 때부터 혼자서 멀뚱멀뚱 있다가 ‘아’ 하며 어색하게 포장을 뜯었다.

손놀림이 어색한 걸 보니 평소 매니저가 다 해 준 모양이었다.

이견우뿐만 아니라 몇몇 연예인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이내 ‘아차’ 하고는 본인이 손수 행동을 나선다고 할까.

심지어 A팀의 한 연예인은 생수병 따는 동작조차 어색했다.

이럴 때마다 다짐을 하는 것 같다.

나중에 뜨고 나서도 난 저런 식으론 안 돼야지, 하고. 하지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래의 내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   *   *

스탭들은 간단한 김밥으로, 연예인들은 도시락으로 때운 식사가 끝나고 다시 녹화가 재개됐다.

오후 2시를 넘긴 시간이었는데 느낌상 여기서 두 번 정도 촬영을 더 하고, 밤 10시 정도에 끝날 듯했다.

“아까 드리지 못했던 보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C팀 나와서 대형 황금 열쇠 받아 가세요.”

자기소개 코너가 있었을 때 미션 성공으로 받았던 그 열쇠보다 다섯 배 정도 큰 사이즈였다.

실제로도 작은 열쇠 다섯 개와 맞먹는 가치라고 했다.

주세한의 맏형, 개그맨 오형석이 물었다.

“근데 피디님, 이건 뭐에다 쓰는 거예요?”

“맞아, 저 궁금해요.”

“여태까지 한 번도 안 알려 줬잖아. 저걸로 뭘 쓰는지.”

궁금증이 폭발하는 이들에게 메인 피디 구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황금 열쇠는 이 마을에 숨겨진 보물 상자를 여는 열쇠입니다. 총 열여섯 개를 획득해야 보물 상자를 열 수 있고요. 그리고 그 보물 상자를 열게 되는 팀이 오늘 우승을 하게 됩니다.”

그렇구나.

하지만 황금 열쇠에 대한 건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 목표는 최대한 많은 분량을 확보하는 거니까.

어디까지나 황금 열쇠는 얻으면 좋다 정도였을 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 1등은 보상이 뭔데요?”

“추석 특집 테마가 효도잖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다들 효도 하시라고, 가족분들 보내 드릴 고급 패키지 여행 선물권을 준비했습니다.”

“…….”

오오 하는 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동생들이 나를 바라봤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이 바뀌었다.

저 여행권, 오늘 내가 꼭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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