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7)화 (14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7화

음악방송은 두 단계의 리허설을 거친다.

회사에서 미리 보낸 안무 영상을 보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어떻게 찍을지 계획한 후.

현장에서 1차적으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로 사복에 이름표를 달고 진행하는 드라이 리허설이다.

그 다음에는 의상과 메이크업을 세팅하고 카메라로 무대를 본격 담아보는 카메라 리허설.

이후 모니터링을 하며 수정할 게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그대로 생방송 무대에 오르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PBS 뮤직온만의 특이 사항이 하나 있다.

아침부터 모든 출연진이 공개홀에 모여 드라이 리허설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날 출연하는 모든 가수들이 객석에서 지켜보는 앞에서 무대를 해야 하는 상황.

당연하게도 엄청 떨린다.

썸씽이랑 불꽃놀이 첫방을 뛸 때, 우리도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오들오들 떨었다.

물론, 지금이야 익숙….

덜덜덜-

지진이 난 줄 알았는데 내 옆자리의 하얀 얼굴이 다리를 쉴 새 없이 떨고 있었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리혁아, 다리를 왜 이렇게 떨어?”

“안 떠는데요.”

“무슨 처용가냐. 그 다리가 네 다리가 아니야?”

“아, 진짜.”

가뜩이나 날카로운 눈매가 송곳처럼 뾰족해졌다. 녀석이 흥 하는 소리를 내며 쏘아붙였다.

“신경 꺼요. 내 다리 가지고 내가 떨겠다는데.”

“정신 사나우니까 그러지.”

“맞아여. 리혁이 형.”

지호가 끼어들었다.

“왜 그렇게 떨어여. 우리 이제 2집까지 낸 프로인데. 어서 프로다움을 뿜뿜 보여 봐여.”

“난 추워서 그런 거야.”

“리혁아, 추워?”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비주가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졌다.

“여기 핫팩 있으니까 잠깐 좀 붙이고 있어.”

“역시 형이 최고에요.”

우리 예민증 환자가 냉큼 핫팩을 받아들었다.

나한테는 왜 형이나 최고 둘 중 하나라도 안 해 주냐고 하려고 했는데 보는 눈이 많아서 관뒀다.

너무 유치해 보여서.

“비주야, 나도 핫팩 받을래.”

“여기 있어요. 형.”

곧바로 핫팩이 하나 또 튀어나왔다.

도라에몽인가.

도토리를 입에 넣고 다니는 다람쥐처럼 바지 주머니가 빵빵한 우리 애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엇, 와일드 선배님들 오셨다. 안녕하세요!”

선배 가수들이 도착할 때마다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그럴 때마다 웃음과 함께 반가운 인사가 돌아왔다.

대부분 어제 봤던 얼굴들이었다.

와일드, 판타니스, 세레니티 같은 저연차부터 최고참인 발라드 가수, 연 선배까지.

예전에 우리와 1위 후보로 만났던, 그리고 지난주에 1위를 했던 미스티도 있었다.

연차나 유명세에 따라 가수들의 인사 소리가 볼륨 조절처럼 올라갔다 내려가길 반복할 때.

종점에 도착한 버스 승객들처럼 갑자기 모두가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판타니스입니다!”

당연하게도 TNT였다.

8명의 멤버들이 익숙한 듯 고개를 까딱이면서 객석을 거슬러 올라왔다.

나도 서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한태현의 레이더에 딱 붙잡혔다.

“안녕하….”

“아아! 하지 마! 하지 마!”

태현이가 손사래를 치자, 뒤에 서 있던 세 녀석이 똑같이 손사래를 쳤다.

TNT의 동생 라인 4인방이 합창을 하듯 말했다.

“하지 마아아!”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키득거렸다.

하여간 저놈들.

내가 멀뚱멀뚱 서 있고 다른 가수들이 쳐다보는 동안 우리 동생들이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

“아아! 거기도 하지 마요!”

참 요란하게도 등장을 한다.

TNT는 곧바로 우리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내 뒤에 앉은 태현이가 고개를 기울이더니 씩 웃었다.

“하이.”

그 인사에 내가 짧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선배님, 공사구분 좀….”

“일부러 친구인 거 홍보해 주는 건데. 고맙지?”

옆에 있는 세 놈이 동시에 나를 보며 똑같이 따라했다.

“고맙지?”

“예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들 무슨 사이인 건지 쳐다본다. 인마.

나중에 다른 팀들이 TNT랑 다리 좀 놔 줄 수 있냐고 물어볼 모습이 눈에 선했다.

뭐. 안부 인사는 이쯤으로 하고.

어정쩡하게 텅 빈 스테이지만 바라보는 우리 동생들을 챙기려고 할 때, 태현이가 나섰다.

“다들 잘 지냈어요?”

“헛… 안녕하세여.”

인사를 하는 우리 동생들에게 한태현이 살갑게 말을 걸었다.

“카메라 세팅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우리 잠시 토킹 어바웃 좀 해요.”

“우리도 낌.”

언제나 유쾌한 TNT의 동생 라인까지 끼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반갑게 대화를 하다가 적당한 선에서 끊어 냈다.

얘네는 여기서 삼겹살을 구워 먹어도 될 만큼 위세가 대단하지만, 우리는 눈치도 좀 챙겨야 하는 신인이라서.

대화 소리가 일정 데시벨을 넘길 때마다 괜히 바쁘게 장비를 준비하는 제작진 눈에 뜨일까 싶어서 초조했다.

그때, 조용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잘 지냈냐.”

묵직하고 선명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TNT의 래퍼이자 리더인 구선웅이 주먹을 내밀었다. 인사를 받아주면서 내가 웃었다.

“어, 형. 오랜만이야.”

“연락 좀 해, 인마. 사람이 연락을 안 하냐.”

“번호가 없는데 연락을 어떻게 해.”

그러자 자기들끼리 빵 터져서 웃는다.

‘와, 구선웅 가식 오진다’, ‘저 봐, 정치하는 거’ 같은 소리가 오가면서 웃음이 감돌았다.

TNT의 리더가 변명하듯 말했다.

“사생 때문에 번호 계속 바뀌어서 그래.”

저쪽 형 라인과도 안부를 나눴다.

신나게 조잘거리는 저쪽 동생들과 달리 격식을 차린 인사였다.

서로 이번에 노래 좋더라, 앨범 잘된 거 축하한다는 칭찬을 차분한 목소리로 주고받았다.

전반적으로 동생이든 형이든 친근함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선이 확고하게 그어져 있었다.

시간이 4년이나 흐르기도 했고.

아무래도 나와 덤덤하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은 초록 머리의 멤버, 바로 내가 방출된 후에 들어온 백승제와의 미묘한 관계 때문에 양쪽 모두를 고려하는 듯했다.

당연한 이치였다.

과거에 얼마나 친하게 지냈던 중요한 건 현재의 자기 그룹이니까.

지금처럼 길게는 6년 가까이 봐 왔던 이들보다 바로 내 옆에 있는 동생들이 가장 중요하….

“형.”

왼쪽에서 지호가 샐쭉한 얼굴로 속삭였다.

“TNT분들이 그렇게 좋으면 저기로 가여.”

“…….”

오른쪽에서는 리혁이가 투덜거렸다.

“인사할 때 완전 함박웃음 짓던데요. 우리는 뭐, 맨날 보는 얼굴들이다. 그런 거예요?”

“…….”

“하여간 잘해 줘도 소용이 없어.”

언제 잘해줬냐는 말에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아니.

그럼 밝게 인사를 해야지. 오랜만에 얼굴 보는데 음침한 얼굴로 ‘하이’ 이럴 수는 없잖아.

…라고 생각하던 때.

멀찍이서 나를 가늘어진 눈으로 바라보는 비주와 눈이 마주쳤다.

그걸 본 중현이도 흥, 하며 눈을 가늘게 뜨려고 하다가 그만 경련을 일으켰다.

파르르-

순간 흰자가 보였던 통에 나도 모르게 큰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동생들도 마찬가지로 웃음 참기 챌린지를 하듯이 입을 다물거나 팔을 꼬집으며 참았다.

어쨌거나 나를 째려보는 동생들에게 나는 손을 들어 수화로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ㄴㄴ’라는 메시지가 되돌아왔다.

전략을 바꿨다.

너희 자꾸 이러면 다음 노래 파트는 국물도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이내 동생들이 공손해졌다.

*   *   *

마침내 시작된 드라이 리허설.

방송 순서대로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객석 맨 앞줄에 앉은 피디와 감독들이 큐시트를 보며 카메라 워크에 관해 의논을 하는 동안,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가수들은 객석에 앉아 하품을 하거나 마른침을 삼켰다.

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는 건 데뷔한 지 일주일 되는 판타니스뿐이었다.

“오, 뉴블랙이다.”

“대박. 나 저거 안무 존나 보고 싶었는데.”

2년차 보이그룹 와일드가 제작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내려간 후, 뉴블랙이 올라섰다.

딴청을 피우다가 주목하는 시선이 삽시간에 늘어났다.

뉴블랙.

올해 6월에 데뷔해서 성공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신인 그룹이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2월부터 활동을 하긴 했지만 그 기간이 어찌 됐든 지금까지 말도 안 될 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주세한 추석 특집에 대해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방송을 보지 않았어도 인터넷을 볼 때마다 ‘대길이’란 이름이 도배되니 도저히 모를 수가 없었다.

어찌나 짤방이 많은지.

중현이란 멤버의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내적 친근감을 느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판타니스 멤버들이 속삭였다.

“어제도 봤지만 존나 신기하다. 우리가 추석 때 봤던 대길이 친구잖아.”

“우와….”

“여기서 봐도 잘생겼다, 근데.”

한편, 노래 욕심이 많거나 슬슬 솔로 활동을 생각하는 연차의 가수들은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무대 대형에서 맨 왼쪽에 서 있는 멤버.

눈을 호강하게 만드는 외모의 소유자들 사이에서도 확 튀고 있는 리더 우주였다.

이른바 작곡돌.

썸씽의 공동 작곡자이자, 올해 연간 차트에 들 거라는 얘기가 도는 불꽃놀이를 혼자 작곡한 인물이었다.

거기다 현재 음원 차트에서 아이돌 노래로서 역대급 성적을 찍고 있는 마스커레이드까지.

실제로 마주친 적은 없지만, 각 소속사에서 작곡 레슨을 받는 이들은 우주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레슨을 해 주는 프로듀서들마다 수군거리면서 ‘뭐, 저런 게 다 있냐’는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까.

무슨 눈을 감고 작곡한다는 둥, 색이 보인다는 둥.

처음에는 어설픈 천재 컨셉인가 싶었지만 마스커레이드의 성적이 공개되면서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이따가 안면 좀 터 놔야지.’

잘나가는 작곡가는 어딜 가든 귀한 인맥이었다.

하물며 같은 아이돌 가수 중에 그런 작곡을 할 줄 아는 이가 있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인맥이긴 했다.

각자의 머릿속에 복잡한 계산이 오가고 있을 때.

무대가 시작됐다.

“오…….”

센터에 선 지호가 표정 연기와 노래를 시작하면서 판타니스의 멤버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내 뉴블랙 멤버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군무.

자로 잰 듯 정확하면서도 부드럽게 흘러갔다.

이어서 카메라에 안 보이는 사이드로 빠졌다가 날아오듯이 스테이지 중앙으로 들어오는 비주의 모습에 감탄을 흘렸다.

“우와…. 저거 진짜 하는 거였구나.”

후렴구에 이르러 우주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펼쳐지는 그 동선도 감탄이 나왔다.

동시에 객석에서 보던 선배 가수들은 헛웃음만 지었다.

‘제대로 작정하고 나왔네.’

잘한다.

그게 지켜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하루 10시간 연습을 안 해 본 이는 없었지만, 저건 그 이상이었다.

얼마나 연습해야 저 빡센 안무를 이 정도 숙련도로 소화할 수 있는지 감이 안 온다고 할까.

밥숟가락 들고 내려놓는 시간만 빼고, 하루를 온전히 연습에 바쳐야 나올 만한 퍼포먼스였다.

3절에 이르러 멤버들이 우뚝 서 있고 지호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소화한 후 군무가 펼쳐질 때.

이 자리에서 뉴블랙의 무대를 보며 가장 놀란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따로 있었으니.

“뭐야.”

TNT의 메인보컬 신주영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속삭였다.

“진짜 적응 안 된다, 이거. 선우주가 언제부터 춤을 저렇게 잘 췄대?”

“4년 동안 연습 많이 했겠지.”

“내가 쟤를 5년을 봐 왔는데…….”

무대를 바라보는 TNT 멤버들은 고개를 연신 갸웃했다.

연습생 시절 춤을 출 때마다 절구통에 절구가 찧듯 어색한 춤을 추던 이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지금 눈앞에서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퍼포먼스를 구사하고 있었다.

“진짜 어떻게 된 거야.”

TNT의 멤버 중 하나가 중얼거리며 한태현을 바라보았다.

“야, 한태. 너 우주랑 제일 친하잖아. 어떻게 된 거래?”

“나도 잘 몰라.”

한태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리어카 끄는 할아버지 도와줬다가 춤이 갑자기 잘된다고 하던데.”

“뭐래.”

“진짜 본인이 그랬어. 좋은 일 했더니 그다음부터 춤이 잘 춰진다고.”

“야, 그게 말이 되냐. 그게 진짜면 나 오늘부터 봉사하러 전국 일주 간다.”

선우주가 춤을 잘 춘다는 미스터리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TNT의 멤버들은 무대를 보며 웃었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니까 좋긴 하다.”

“그러게.”

“쟤 생일 때마다 춤 잘 추고 싶다고 소원 빌었잖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무대에 서 있는 이가 춤 때문에 얼마나 고난을 겪었는지 알고 있는 이들로서는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광경이었다.

*   *   *

일요일의 인기가수까지 첫째 주의 음악방송 무대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반응이 몹시 좋았다.

사전 녹화나 생방 무대에 찾아온 수플레들은 무대를 볼 때마다 행복한 비명을 터뜨렸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도 행복했다.

홍보팀에서 캡처로 보내 주는 댓글 반응도 좋은 편이었다.

[오늘자 반응 좋은 뉴블랙 컴백 무대.metube]

-진짜 들으면 들을수록 개띵곡..

-담주 1위 후보에는 무조건 들어가긴 할 듯

-나 관심 없다가 생방 무대 보고 폴인럽했자너

-얘네 무대 존나 잘하더라 ㅋㅋㅋ

-자꾸 여기저기서 노래 나와서 얘네 뭐야 싶어서 무대 보고 혹평해주마 했는데 개안하였읍니다

-노래 좋다

-두루두루 잘하네 보컬이랑 댄스도 평타 이상이고

인터넷을 둘러보며 반응을 체크하고 싶었지만 첫 주부터 가득한 라디오와 다른 스케줄 때문에 틈이 없었다.

스튜디오마다 CD 돌리면서 홍보도 하고.

하루하루 음원 성적이 달라질 때마다 기자분과 만나서 인터뷰를 하거나 매거진에 실릴 화보도 찍었다.

동시에 틈 날 때마다 팬매니저를 통해 전달 받은 팬레터를 읽거나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등.

그게 다 끝나면 밤 늦게부터 새벽까지 보컬, 안무 선생님들과 만나 곧 다가올 어워드 무대를 준비해야 했다.

최근 들어 가장 바빴던 며칠이자 앞으로 있을 스케줄에 대한 예고편 같은 느낌이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하루가 지나가 있다고 해야 하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대기실에서 애들이랑 머리를 맞대고 졸고 있었고, 또 눈을 뜨고 나면 다음 스케줄인 식이었다.

그 동안 일간 차트에 떠오른 Masquerade의 성적은 탄탄하게 순항하고 있는 중이었다.

첫 주간 차트 6위에 이름을 올리고는 지금도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 바로 밑으로 TNT의 컴백 곡 ‘?’이 8위에 있었는데, 팬덤의 화력도 있지만 이쪽도 대중적인 평이 꽤 좋은 편이었다.

음원 성적으로 따지면 아직 비등비등한 편이라고 할까.

처음에는 TNT의 압도적인 강세 속에서 우리가 선방을 했다고 썼던 기사들도 점점 뉘앙스가 바뀌기 시작했다.

-‘괴물 신인’ 뉴블랙 vs ‘대세 그룹’ TNT 구도 이뤄지나

-데뷔 5개월 만에 보여 주는 신인 그룹의 저력

-음원 차트 속 신인 ‘뉴블랙’의 예상치 못한 돌풍 ‘1위 되나?’

대부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느낌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점점 대결 구도로 가긴 했다.

그 때문에 우리가 요즘 들어 더더욱 인터넷이나 우리 SNS에 안 들어가는 편이기도 하고.

홍 대리님한테 듣기로는 인터넷에서 ‘신인그룹이랑 비교 당하다니, 이제 TNT도 한물간 거 아니냐. 하락세냐’하는 조롱에 열이 뻗친 그쪽 팬덤이 우리를 공격한다나.

악플과 함께 혹시 모를 악의적인 루머 생성 등은 회사에서 미리 대비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첫 주가 지나 월요일이 됐을 때.

글로벌 K팝 녹화를 마치고 서초동 녹화장을 떠날 때, 민기 형이 밝은 얼굴로 우리를 불렀다.

“얘들아! 좋은 소식이야.”

그 소식이 뭔지 알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뭔데요?”

“너희 이번 주 음악 방송 1위 후보 픽스 됐대.”

“오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는 가운데, 우리가 재촉하듯 물었다.

“어디요? 어느 음악 방송?”

“전부 다.”

뜨겁게 뛰던 심장이 짜게 식었다.

“…네?”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는 우리에게 매니저가 확인하듯 다시 말해주었다.

“너희 1위 픽스 됐다고. 여섯 곳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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