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77화
대충 사고의 흐름이 짐작 갔다.
(한국 아이돌이다) → (어? 쟤 중국어 쓰는데 완전 대만 사람처럼 말하네?) → (아! 대만인 멤버구나)라고 할까.
고개를 갸웃하는 사장님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 한국인이에요.」
「……?」
「대만 사람 아니고 한국인이요.」
「아아.」
이제 알아들으신 거구나.
내가 ‘맞아요, 그냥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거예요’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상대가 손뼉을 치며 ‘아!’ 했다.
「그럼 부모님이 대만인이신가?」
……얘기가 왜 그렇게 튀는 거지?
「아뇨. 두 분 다 한국인…….」
「그럴 리가 없는데. 발음이 완전 대만 사람인데. 여보! 이리 와 봐. 여기 한국 연예인이 당신보다 말을 더 잘해.」
「뭐라고?」
남편이 뭔 소리야 하는 험상궂은 얼굴로 오더니 나와 몇 마디를 나누었다.
그러곤 엄지를 척 들었다.
「인정.」
해프닝은 거기서 마무리 되었다.
혹시나 서비스를 다시 가져가시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하나를 더 내오셨다.
외국인이 자기 나라 말을 이 정도 수준까지 공부했다는 게 가산점을 얻은 듯했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박재우 셰프가 물었다.
“얼마나 말을 잘하길래 현지인으로 오해를 받아요?”
“그러게요. 저도 놀랐네요.”
“외국에 나와 본 게 처음인 거 확실해요? 이상할 정도로 너무 유창한대. 우주 씨 무슨 언어의 천재야?”
유창현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요. 비결이 뭐야, 우주야? 음식 나오는 동안 한 번 언어의 비결 한 번 들어보자.”
“……딱히 비결은 없어요.”
있다.
방송에서 얘기를 할 수 없는 종류여서 그렇지.
내가 여기서 현지인으로 오해를 받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덕이었다.
하나는 연습생 시절 중국어를 마스터한 덕이고.
또 하나는 내 능력으로 대만인들의 발음이나 제스처를 미튜브나 방송을 보고 익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사실 사람들이 입술이나 목 근육 쓰는 걸 보고 발음을 완벽하게 따라할 수 있거든요’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뭐라고 해명을 하려고 하기도 전에 우리 동생들이 신이 나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에헴, 우주 형이 원래 뭐든지 다 잘해여. 막 뭐든지 하기만 하면 다 완벽하게 하거든여.”
“말도 잘해요.”
“머리도 엄청 좋아요. 그 똑똑한 머리를 맨날 저희를 괴롭히는 용도로 써서 그렇지.”
뿌듯한 얼굴들을 보면서 황당함을 느낄 뿐이었다.
왜 니네가 자랑스러워하는 건데?
그에 화답하듯 동생들의 따스한 눈빛들이 돌아왔다.
‘님은 우리의 사유재산.’
‘노비의 행복은 곧 주인의 행복.’
……카메라가 꺼지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 * *
녹화가 착착 진행됐다.
이 가게에서 가볍게 요기를 하고 나면, 저 가게에 가서 다시 식사를 하는 식이었다.
방송 포맷은 단순했다.
요리가 나오면 박재우 셰프가 한 입씩 먹으며 코멘트를 했다.
“대만식 우육면은 확실히 본토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깔끔하네요. 고기도 부들부들해서 전혀 질기다는 느낌도 없고요.”
정말 행복하게 웃는다.
요리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우육면 한 젓가락을 더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면과 진한 육수가 카메라에 담기면서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괜히 우육면이 중화권의 소울 푸드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네요. 한 입만 먹어도 알겠어요.”
대만족한 얼굴로 요리를 음미하던 그가 우육면의 유래부터 조리법까지 듣기 좋은 목소리로 썰을 풀어냈다.
우리가 귀를 쫑긋할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중간중간 질문도 날아왔다.
“여기 뭐가 들어 있을 것 같아요?”
다들 먹으면서 ‘음? 그냥 맛있는데’하고 있는 동안 척척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비주였다.
젓가락을 다소곳하게 내려놓은 우리 애가 말했다.
“마늘 맛도 나고, 양파랑 생강을 볶아서 넣은 것 같아요. 나머지는 낯설어서 헷갈리는데 여기 보이는 숙주랑 청경채 맛이 맞나요?”
“비주가 감각이 있구나?”
“네, 저 요리 엄청 좋아해요. 셰프님.”
곧바로 신이 난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신이 난 셰프가 다다다 요리에 대한 말을 하면, 비주가 웃으면서 땨땨땨 대답하는 식이었다.
“우리 비주가 참 감각이 있네!”
“존경해요, 셰프님!”
셰프와 가수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아주 환상의 커플이구만.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요리왕 비룡을 찍는 동안 나머지는 신나서 식사를 했다.
명세진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부르르 떨렸다.
“너무 맛있어, 대박.”
“세진 씨도 저기 요리 대화에 끼어들어야 하는 거 아냐? 저 친구가 지금 셰프님을 채 가고 있어.”
“전 디저트 전문이라 괜찮아요. 그리고 셰프님이 이런 거에 넘어가서 제자를 바꾼…….”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 한창 신이 나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박재우 셰프가 비주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손도 봐. 이거 요리사의 손이네. 한두 해 칼 밥 먹어서 생긴 굳은살도 아니고.”
“제 손이 요리사의 손인가요?”
“이런 손은 요리를 해야 하는데…….”
클레이 타일러도 그러더니 박 셰프님도 우리 애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듯했다.
유창현이 명세진을 약 올렸다.
“이미 뺏긴 것 같은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이따가 망고 빙수 가게에 가면 상황이 뒤바뀔 테니까. 두고 봐요.”
후궁에게 왕을 뺏긴 중전 같은 표정을 짓는 파티시에를 보며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우리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박재우 셰프와 명세진 파티시에가 지식과 열정을 뽐내고, 유창현이 예능인으로 옆에서 깐족거린다면.
게스트인 뉴블랙에게 주어진 역할은 리액션이었다.
“으어, 대박. 너무 맛있다아.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맛이네여!”
“음?”
중현이가 물었다.
“근데 둘 다 죽으면 음식이 이상한 거 아냐?”
“허, 그러네여. 형. 소름이에요. 소오름!”
“소오오름.”
맞은편에 앉은 명세진이 웃다가 그만 사레가 들렸다.
얼굴이 벌게진 이에게 중현이가 친절하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진지한 한 마디와 함께.
“휴우우지.”
그녀가 면발을 도로 뱉어냈다.
“푸흡!”
그러고는 거의 울다시피 웃기 시작했다.
“끄흐흡! 끅!”
파티시에가 벌게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는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그녀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들 젓가락을 내던진 채 반쯤 뒤집어져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미치겠다, 진짜.”
정작 웃음을 유발한 장본인은 평온한 미소와 함께 우육면을 후루룹찹찹 먹을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우리끼리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각종 드립을 주고받거나, ‘오오오옷! 이 맛이야!’ 하는 리액션을 열심히 선보였다.
작가님들이 만족스럽다는 듯 잇몸 미소를 짓는 걸로 보아 우리가 잘하고 있는 듯했다.
“와, 근데 우리 뉴블랙 진짜 잘 먹네.”
쌓여가는 접시를 바라보던 유창현이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원래 이렇게 잘 먹어요?”
“네, 저희가 거의 소가 풀 뜯어먹는 수준으로 많이 먹거든요. 앨범 준비할 때 빼고는 엄청 먹습니다.”
“맞아요.”
리혁이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멤버 중에서 제일 적게 먹는 편이에요.”
“……?”
“그래서 걱정이에요.”
이번에는 비주가 말했다.
“리혁이가 늘 밥을 깨작거리거든요.”
“이게 가장 적게 먹는 사람의 양이라고요? 리혁이가 우리 셋보다 더 많이 먹었는데?”
“네, 적지 않아요? 한창 성장기인데…….”
“맞아요. 리혁이 키도 더 커야 하거든요.”
귀가 벌게진 우리 애를 보며 비주와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고정 출연진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명세진이 멍한 얼굴로 말했다.
“……뭔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걸 목격한 기분이에요.”
“그러게, 우리 할머니를 보는 것 같아. 맨날 나 보고 말랐다고 살 찌워야 한다고 그러던데.”
우리는 평소에 먹는 대로 먹었을 뿐인데, 다른 이들이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처에 서 있던 민기 형이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원석이 형한테 뭐라고 속삭일 뿐.
그때, 가게 사장님이 큰 접시를 들고 나왔다. 그 안에 갓 튀겨 낸 가지 튀김이 담겨 있었다.
「서비스에요.」
세 사람이 놀라서 물었다.
“또 서비스야? 이번에도 대만 사람 된 거?”
“아니에요. 말씀 들어 보니까 한국 TV 프로그램 분들 오셨다고 더 서비스로 드리는 거래요. 홍보 낭낭하게 부탁한다고.”
“어떡하지. 우린 이제 못 먹는데…….”
“걱정 마세요.”
내가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저희가 해결할 수 있거든요.”
고정 출연진이 ‘오오’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옆에 있던 리혁이가 혀를 끌끌 찼다.
“제발, 이런 거 가지고 쓸데없이 멋지게 말하지 말아요.”
“맞아여. 얼굴 아까움.”
“하여간. 우주 형 오글거리는 말 잘해.”
극렬한 디스에 내가 돌아보며 째려볼 때, 유창현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띠었다.
“그런데 뉴블랙도 지금 배 엄청 불러 보이는데, 이 가지 튀김 다 먹을 수 있어?”
“네, 가능합니다. 방법이 다 있거든요.”
세 사람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내가 동생들에게 시선을 주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작전 타임을 가지는 운동 선수들 같은 얼굴이었다.
‘그 방법인가요?’
‘그래. 그 방법이다.’
눈빛 교환이 끝나고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풀자.”
일사불란하게 허리춤의 벨트를 푸는 다섯 아이돌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뒤로 넘어지며 웃었다.
* * *
샤오롱바오, 우육면, 카스테라, 망고 빙수.
빠르게 녹화를 진행하면서 대만에서 유명한 먹을거리를 신속하게 섭렵했다.
우리는 우육면 집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위장을 뽐냈고 그런 우리를 보며 다들 진심으로 감탄했다.
방송 나오면 ‘잘 먹는 아이돌’ 타이틀이 붙을 것 같다고 유창현이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CNN에 나왔다는 망고빙수 가게를 끝으로 우리는 길거리 홍보에 들어갔다.
“하나 둘, 화이팅!”
다 같이 손을 모으고 화이팅을 외친 후 판촉물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개인 카메라가 따라붙는 가운데, 우리끼리 몸을 풀며 웃었다.
“날씨 진짜 좋아여.”
“그러니까. 생각보다 따뜻하네.”
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대부분 코트나 얇은 패딩 차림이었다.
1월 평균 15도를 웃도는 대만의 날씨는 추운 봄날 정도.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러시아 사람이 겨울철 한국에 도착해서 ‘훗, 가소롭군’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까.
우리가 있는 곳은 융캉제(永康街) 거리.
대만의 홍대라고 불리는 곳인데, 한자 가득한 간판이나 특이한 길거리 음식 등을 빼면 연남동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내가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저희 내일 이 근처에서 일일 카페 영업을 하거든요! 혹시 시간 되신다면 꼭 와 주시겠어요?」
「엇… 네. 근데 어디 방송이에요?」
「저희 TBC예요.」
「……한국 방송?」
그러면서 다들 얼떨떨한 표정으로 판촉물을 받아 갔다.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것은 알아본 듯 가끔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는 요청을 했다.
악수도 해 주고, 사진도 찍어 주고.
길거리 팬미팅을 한다는 느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카페를 홍보했다.
그러던 중에 신기한 일도 있었다.
“I know you guys!”
다른 아시아권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는데, 우리를 알아봤는지 흥분한 얼굴로 가리켰다.
“…The New Black!”
어떻게 아냐고 물어봤더니 K팝 팬이라고 했다.
특히 미튜브에 올라오는 우리 영상들이 너무 재미있다나. 그 말에 우리 동생들이 감격하며 눈물을 삼켰다.
“Brothers, we famous!”
“We become star!”
동생들의 콩글리시에 나와 리혁이는 헛웃음을 지었지만, 외국 수플레들이 그래도 좋은지 꺄르르 웃었다.
팬서비스로 춤도 간단하게 보여주고는 같이 사진도 찍었다.
“Hmm…….”
자기가 못생기게 나왔다고 하길래 몇 번이나 다시 찍어주었다.
이내 슬픈 얼굴로 자기들끼리 뭐라고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우리와 찍은 사진을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방송국 카메라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와 헤어지던 외국 수플레가 중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You’re my bias, goat man.”
중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날 바라보기에 바로 직역해 주었다.
“네놈이 나의 최애다, 염소맨.”
“오오. 미투. 유 아 마이 수플레.”
중현이가 팬 서비스로 멀리 손 키스를 날려주는 동안 우리는 ‘염소맨’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영업을 하고 다닌 덕분일까.
“판촉물 다 썼어요!”
불과 2시간도 되지 않아 판촉물을 모두 소진했다.
예비용 물량까지 다 썼다며 흐뭇하게 웃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우리 모두 환하게 웃었다.
예감이 좋았다.
* * *
한나절에 걸친 방송 촬영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어요, 내일 봐요.”
TBC 파티시에 코리아 제작진과 고정 출연진은 내일 카페 준비를 위해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우리도 별도 오후 스케줄을 소화했다.
이따 늦은 밤에 자유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는 엄연히 대만에 놀러온 게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온 거였다.
첫 번째 스케줄은 대만의 유명 연예 잡지 ‘HIT!’와 함께 하는 인터뷰였다.
“안녕하세요.”
인터뷰어로 나온 HIT!의 에디터는 한국어가 능숙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인터뷰는 연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저쪽도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었고, 에디터도 좋게 보일 만한 질문들 위주로 던져 주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인터뷰 대답을 신중하게 하곤 했다.
그에 더불어 우리 매니저들도 혹시 모를 악의적인 편집을 대비해 인터뷰 내용을 녹화하고 있는 중이었고.
편안한 소파에 우리 다섯이 모여 앉은 가운데, 별도로 앉은 에디터가 다리를 꼬았다.
그러곤 질문을 던졌다.
“아직 해외 활동을 시작 안 한 뉴블랙이 벌써부터 타이완에 팬들을 만들어 낸 데에는 싱어송라이터 같은 느낌의 매력이 있다고 보는데요. 평소 작곡할 때 노래를 많이 들으시나요?”
“네, 종류 가리지 않고 다른 나라의 노래들도 모두 들어보는 편입니다.”
“그럼 타이완 노래도 듣나요?”
“네.”
그러면서 대만의 유명 싱어송 라이터들과 그들의 최신 곡들을 이야기하자 상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럼 우주 씨가 보기에 타이완 음악은 어떤가요?”
이런 게 은근히 위험한 질문이었다.
괜히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K팝 아이돌 뉴블랙, 대만 음악은 어떠어떠해~’ 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게 칭찬이라고 한들 남의 나라 가수가 자기나라 음악이 어떠어떠하다고 하는 것은 잘못 받아들여질 구석이 있었다.
그랬기에 늘 하던 대로 부드럽게 웃었다.
“아직은 제가 선배 가수님들의 노래를 평가할 수준이 안 돼서요.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식으로 살짝 난처할 수 있는 질문이 날아올 때마다 재빠르게 회피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에디터와 웃으면서 악수를 나눴다.
「인터뷰 엄청 잘하던데요.」
「에디터님이 좋은 질문을 해 주셔서 그렇죠.」
겸손하게 인사하는 내 모습에 상대가 웃음만 지었다.
「화보 사진 기대할게요.」
우리 매니저들이 에디터와 잡지사 직원들에게 커피를 건네며 친교를 다지는 동안 우리는 의상을 갈아입었다.
잡지에 실릴 화보를 찍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흐음.”
동생들과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는 넥타이를 손에 쥔 채 바라보았다.
“이거 색이 조금…….”
“너무 적나라한데요.”
우리의 퍼스널 컬러에 맞춰 색깔이 있는 넥타이를 보며 다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외국 잡지라서 우리랑 미적 감각이 좀 다른가…….”
청색이나 빨간색은 낫지만 그 나머지 색은 고민이 컸다.
나도 손에 쥔 보라색 타이를 쥐며 뺨을 긁적였다.
뭐, 어쩌겠어.
타이를 부드럽게 맨 후, 우리 스타일리스트들이 메이크업과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우주야, 너부터 촬영 들어간대.”
“네, 형.”
원석이 형을 따라 스튜디오로 나섰다. 하얀색 배경으로 된 벽 앞에 서서 카메라 위치를 확인했다.
포토그래퍼가 영어로 말했다.
「아무거나 편한 자세부터 시작할게요!」
다리를 살짝 밀어서 편한 자세를 취하려고 하는데, 아직 준비가 되기도 전에 상대가 셔터를 눌렀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