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89)화 (28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89화

우리가 출연했던 ‘사나이가 간다’의 1부는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렸다.

-[오!초점] ‘사간’ 경찰특공대 특집이 기대되는 이유

-‘사간’ 다음주 예고에 누리꾼 호기심…‘우주의 신비’

-특공대 특집에 네티즌 관심폭발, 시청률 상승

방송이 끝나자마자 기사가 미친 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연예부 기자들이 사간 기사만 쓴 게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포털 연예란의 실시간 랭킹 1위부터 5위까지가 ‘사나이가 간다’에 대한 기사였다.

삽시간에 댓글이 백 개, 이백 개씩 쫙 늘어났다.

최신 댓글 하나에 좋아요를 누르고 나면 해당 댓글이 삽시간에 3페이지로 밀려나는 식이었다.

“뭐라고?”

웬만하면 흥분하는 일이 없는 석환 형도 전화를 해서 잔뜩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중현이가 오징어를 먹어? 아니, 형이 지금 횡설수설해서 그런 거라니까.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

-중현이……!

“잠시만.”

동생들에게 들어보라고 핸드폰을 내밀었다. 열심히 귀 기울이던 막내가 놀라운 청해력을 자랑했다.

“지구 세네세래 아마겟돈 롤링지 말랑.”

“아.”

바로 알아들었다.

“지금 SNS에 아무것도 올리지 마라는 거구나.”

리혁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걸 어떻게 알아듣는 거예요?”

“너도 5년 넘게 저 형 목소리 들어 봐.”

이내 흥분을 가라앉힌 석환 형이 ‘보는 눈과 귀가 엄청 많다. SNS 조심해라’ 하는 당부를 전했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중이니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예전에 한 배우가 예능으로 화제가 되었을 때, 관심에 도취되어 뭔가 깨는 내용의 SNS를 올린 적이 있었다.

사실 반쯤 농담으로 쓴 글인데 기자들이 다큐로 만들어 매장시켰지.

해당 배우가 신토끼에 나와서 그날 들어왔다가 나간 광고만 10억이라며 ‘10억의 날’ 드립을 치는 걸 봤었다.

관심은 양날의 검이다.

좋은 쪽으로 몰린 거대한 관심이 삽시간에 같은 크기의 부정적 감정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납득했다.

우리 막내도 핸드폰 전원을 껐다.

“핸드폰은 왜 꺼?”

“톡이나 전화를 하면 왠지 제가 말실수를 할 거 같은 느낌이어서여. 미리 방지하는 중이에여.”

“역시 우리 막내.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알아.”

자랑스럽게 웃는 담요귀신의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었다.

회사 사람들과 연락하거나 공식 SNS에 쓰는 공용폰만 켜 둔 채 우리도 폰 끄기에 동참했다.

그러곤 인터넷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반응이 진짜 좋긴 하구나.”

“사실상 형이 분량을 거의 다 만든 거잖아여. 사간 시청자들이 분량 연금술사냐고 드립 치던데여.”

막내의 말에 웃었다.

사간 출연진과 다른 게스트들도 같이 분량을 만들긴 했지만, 주로 내가 나온 장면들이 화제를 끌고 있었다.

-‘뉴블랙 우주’, 특공대 특집의 1등 공신 되나

-운동신경 끝판왕 ‘우주’… 돌림픽에서 ‘주몽’으로 불린 이유는?

-[연예in사이드] 밝은 에너지와 긍정 뿜뿜, ‘사간’ 시청자들 사로잡은 우주의 비결

마지막은 오소희 기자님이 쓴 기사였다.

우리 팬들 사이에서 소플레라고 불리신다던데.

찬양처럼 올라오는 기사 제목에 손발이 오그라들긴 했지만, 그만큼 반응이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오늘 겁나 웃었음

-특공대 사람들이랑 케미 대박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한번더..?

┕사탄이네. 사탄

-교관: 8번 교육생. 하강!

┕우주 : 하아아악!!! 흐에뤰둘ㄷ꿹!! (자세는 완벽)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이댓글이 제일 최고다

┕인간미 폭발

-평론가로서 별 다섯개 줍니다. “인간미와 허당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묘한 줄타기.”

-ㅋㅋㅋㅋ군대는 중간이 최고라는 말^^ 훌륭한 명언이지만 본인은 실천하지 못했군요 ㅎ.ㅎ

-진짜 예전에 예능나올때부터 느꼈는데 우주는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짐ㅎㅎㅎ

-ㅇㅇ 진짜 보고 있으면 약간 그 밝은 에너지 같은게 있어요

내 어깨에 얼굴을 얹고 구경하던 담요 괴물들이 마지막 댓글에 멈칫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눈을 게슴츠레 뜨는 게 ‘밝은 에너지? 그런 게 있다고?’ 하며 의아해하는 것 같다.

“이거 캡처. 이것도 캡처. 요것도 캡처.”

우리 중에서 가장 신이 난 메인댄서가 쉴 새 없이 기사와 댓글을 캡처하는 중이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다 똑같은 칭찬들인데 뭘 굳이 캡처까지 해요?”

“아냐. 이런 자랑스러운 순간은 소장해야 돼.”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응. 난 누가 우리 멤버들 칭찬하면 너무 좋아.”

비주가 행복하게 웃으며 내 기사 댓글을 캡처하는 중이었다.

중현이가 댓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현이 군복핏 최고다. 여기 내 칭찬 있는데 캡처 고?”

“노.”

단칼에 거절당하자 중현이가 입매를 좁혔다.

“서운하네.”

“고구마 하나 더 줄게.”

“감사하네.”

고구마를 우물거리며 행복해하던 곰이 이내 화면을 가리켰다.

“기사가 끝이 없네요. 형이 나오는 위인전을 1권부터 20권까지 보는 느낌이에요.”

“진짜. 끝이 없긴 하다.”

기사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2페이지를 가면 아까 봤던 기사들이 밀려서 1페이지로 와 있어서 쭉 훑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그중 90%가 나에 대한 기사.

“근데 형이 가서 이상한 짓 한 거는 2부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어여?”

“그랬지.”

“부메랑 던지고, 교관님 아이스크림으로 때렸다면서여.”

“내기야. 내기.”

얘가 사실을 왜곡하네.

하지만 지호의 말대로 1부인데도 반응이 이리 좋다면 2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얼떨떨하네…….”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사에 멍했다.

사간을 다 찍어 놔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부담감으로 오늘 날밤을 샜을걸.

온 사방에서 사람들이 ‘다음 화에서 큰 거 터뜨리지? 큰 거?’ 하며 기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관심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헤헷 관심이다 헤헷’ 하는 편인데, 허용치를 훌쩍 넘겨버린 탓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했다.

“…….”

예능인들은 주목 받을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잠시 존경심이 일었다.

우리는 앨범 준비 기간이라도 있는데, 예능판은 실시간으로 그 화제성을 이어 가야 하니까.

“내가 가수여서 다행이야.”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예능인이었으면 잘 못했을 것 같아서…….”

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

“겁나 잘했을걸여.”

“예능학교 있었으면 전교 1등 먹었을 듯.”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얘네는 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을 애써 누르며 내가 웃었다.

“뭐, 그래도 오늘만 이러지. 하루만 지나도 한풀 꺾일 거야.”

*   *   *

그건 내 착각이었다.

사간에 대한 반응은 역대급이었다.

내 핸드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일일이 답장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메시지가 많았는데, 방송 당일 900개가 오고 다음 날도 그만큼 더 왔다.

“…….”

‘보내 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항상 초심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만 총총.’ 하는 자동 메시지라도 써야 하나 고민이 됐다.

특히나 군대 예능이라 그런지 군대 때 지인들의 연락이 많았다.

대부분 ‘님 몸이…?’ 하는 반응이었는데 그럴 만도 했다.

극악의 운동 신경 때문에 몸 쓰는 일만 생기면 거의 예쁜 쓰레기나 입자가 고운 먼지 취급을 받았으니까.

은성이놈 [선우주에게 해명을 요구합니다]

은성이놈 [해명해]

단톡방에다 친했던 군대 지인 십수 명을 불러내어 ‘해명해’ 하며 합창을 시키는 은성이었다.

그간 우리를 기만했냐며 아우성이 돌아왔다.

자기들끼리 합심하더니 공지로 [진실 말고 진수성찬을 요구합니다] 같은 문구까지 올렸다.

“…….”

한조에게 받았던 쓰레기봉투 사진을 은성이에게 갠톡으로 보내곤 안에 들어가라고 했다.

돌아오는 답장은 무시했다.

군대 때 지인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가까스로 달래고 나니, 이번에는 또 다른 강적이 나타났다.

마이덕순 [누구냐]

마이덕순 [난 저런 손자를 안키웟어]

나 [글치]

나 [나 스스로 잘 자랐으니깐..!]

나 [๑•‿•๑]

마이덕순 [예ㅁ병첨병이다]

나 [너무하네]

하루 정도 닉네임을 유어덕순으로 하기로 했다.

한편, 지인들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사간의 인기를 체험하고 있었다.

“8번!”

“8번이다, 8번!”

“레펠 자세로 같이 사진 찍어 줄 수 있어요?”

잠깐 걷는 길에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어째 다들 내 이름 대신에 ‘8번!’ 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예능 후의 반짝 인기에 기분이 좋았다.

앨범과 콘서트 준비를 앞두고 나름대로 이름을 또 한 번 알린 셈이니까.

“와, 연예인이다.”

“연예인이네.”

“……저 창피해요. 형들.”

홍대에 있는 밴드 합주 연습실.

우리 콘서트에 세션으로 참여하는 밴드 형들이 ‘인기스타다!’ 하며 놀려댔다.

중현이와 지호가 듀오가 되어 ‘8번 하강!’, ‘흐앙아악!’ 하는 모습에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드러머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진짜 대박이긴 하더라. 완전 한 건 했던데?”

“주변에 있는 애들이 너희 얘기 막 하더라고.”

“지난번에 곱창집에서도 그랬지? 회식하는데 옆 테이블에서 뉴블랙 얘기 나오던데.”

밴드 멤버들의 증언에 우리는 ‘오오’ 하며 좋아했다.

앨범 준비 기간이라 바깥에서 돌아다닐 시간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뭔가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잠시 좋아하다가 이내 붕 뜨는 기분을 누르며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일수록 더 긴장해야지.

“그럼 연습 들어가 볼까요?”

악보를 눈여겨보면서 밴드의 연주를 들었다.

이번 첫 콘서트에서는 밴드 세션이 연주하는 곡이 80퍼센트, MR을 틀 곡이 20퍼센트였다.

일렉트로 느낌이 강한 곡이나 Nine 같은 미공개된 곡은 MR로 하고, 그 외 노래들은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로 채울 예정이었다.

“여기서 드럼이 조금 더 빠르게 들어오면 될 거 같지?”

“네, 반 박자 정도 빠르게.”

“이렇게?”

“네, 그거요. 그리고 지호가 해당 파트에서 무대를 돌아서 들어올 건데, 동작에 맞게 딱딱 들어오면 좋을 거 같아요.”

우리가 사운드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마다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바꿔서 연주해 주곤 했다.

다른 가수들과 함께 여러 번 큰 공연을 해 봤다는 말답게 확실히 경력자의 바이브가 느껴졌다. 중간중간 우리에게 공연장 특성에 따라서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미리 말해 주기도 하고.

콘서트를 앞두고 긴장한 우리에게 든든한 도움이 됐다.

그렇게 차근차근 콘서트 준비에 힘을 쏟는 동안 홍보팀에서 우리를 호출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

“나쁜 소식부터 들을래요.”

홍 대리님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올해 돌림픽 녹화 일정이 8월 10일이래.”

“아아…….”

“제작진 측에서 너희를 콕 찝어서 반드시 나오라고 했어. 이번에 ‘사간’으로 흥한 만큼 분량 넉넉히 주겠다고.”

방송국 측에서 분량을 넉넉히 주겠다고 공언을 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리혁이가 물었다.

“올해 추석은 9월 말 아닌가요? 방영하면 28일이나 29일인데, 녹화를 웬 8월 중순부터….”

“올해 일정이 좀 빠르게 잡혔나 봐.”

“10일이면 콘서트 2주 앞인데…….”

콘서트와 신곡 무대 준비로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 TBC의 돌림픽이 떡하니 잡혀 있었다.

하루를 통으로 내어줘야 하는 스케줄.

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콘서트를 앞두고 부상 위험이 있는 일정은 피하고 싶었다.

24시간 가까이 한 곳에 갇혀 있기에 컨디션 저하 문제도 있고.

그렇다고 출연을 안 하기에는 TBC 연말가요제나 음악방송이 인질로 붙잡혀 있다.

“하필이면 콘서트가 끼어서…….”

“근데 저희 빠질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사간’으로 시청률을 높여준 공로를 인정받아서 돌림픽에 빠져도 OK 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우리의 순진한 생각이었음이 드러났다.

“콘서트가 있다고 에둘러 거절 의사를 밝히는데도, 분량 넉넉히 줄 테니까 꼭 오라더라.”

“…….”

“연출하는 피디가 음방 피디야.”

과연 방송국은 일반인과는 사고방식이 달랐다.

(뉴블랙을 넣으니 사간 시청률이 잘 나왔다.) → (근데 이번 추석 돌림픽에 뉴블랙이 콘서트 준비한다고 망설이네.) → (분량을 많이 줄 테니 나오라고 하면 되겠네!) 하는 메커니즘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머쓱하게 웃는 홍 대리님에게 우리도 웃으며 말했다.

“……더 성공해야겠네요.”

TNT처럼 ‘이번에 안 나감’ 해도 방송국에서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갈 만큼 더 커져야겠다.

목표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한편, 일단은 대안을 찾았다.

“몸을 최소한으로 움직이는 건 되겠죠? 양궁만 나가고. 풋살이나 농구, 달리기는 빠지고요.”

“그건 가능할 거 같아.”

“종목을 최소한으로 하려고요.”

그런 식으로 합의점을 찾을 때.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막내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근데 신기하긴 하네여.”

“뭐가?”

“설 때만 해도 한 종목이라도 더 나가려고 엄청 애쓰고 그랬잖아여.”

“어, 그러네…?”

곰곰이 생각하니 신기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해 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돌림픽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컸다니.

우리끼리 서로를 보며 아련하게 웃었다.

‘성장했구나…….’

‘훌륭한 가수가 되었어.’

거기다 우리에게 배정된 팬석도 6개월 만에 거의 2배로 늘어나 있었다.

늘 서로가 하찮은 느낌이라 체감을 못했는데, 이럴 때 보면 우리가 확 컸다는 게 실감났다.

그쯤에서 돌림픽 이야기를 마무리한 후.

“좋은 소식은 뭐예요?”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은 너희 광고가 이만큼 들어왔어.”

“우와……!”

사간의 화제성 덕분에 광고가 엄청 들어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 브랜드들이 가득한 목록에 동생들의 눈이 땡글땡글해졌다.

“2부 방영되기 전에 빠르게 계약을 맺으려 하는 거 같더라고. 그때 되면 화제성이 더 클 거 같으니까.”

“오…….”

“물론 지금도 모델료가 크긴 해.”

상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숫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먹다 만 주스처럼 귀에 숫자가 들어오려다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 얼마요?”

“그게 참말이에요. 대리님?”

억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소리에 동생들과 내가 숨을 허… 하며 삼켰다.

홍 대리님이 말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동안 너희들이 쌓아왔던 인지도가 터지는 중인 거지.”

“근데 이 돈이면 차라리 TNT나 틴스피릿을 쓰는 게 낫지 않나요?”

“전혀 아니지. 광고 효과는 너희가 더 좋은데.”

“……?”

“너희가 광고 효과로만 따지면 지금 보이그룹 원탑인데?”

순간적으로 뭐, 뭔 탑이요? 할 뻔했다.

멍하니 바라보는 우리에게 상대의 말이 들려왔다.

“얼마 전에 광고업계에서 보이그룹 인지도와 호감도를 조사했는데 너희가 종합 1위였어.”

“…….”

“너희 포지션이 엄청 희귀하거든. 걸그룹이야 대중성 좋은 그룹이 많지만 보이그룹은 탑급이어도 사람들이 얼굴도 잘 모르니까. TNT는 알아도 한태현처럼 인기 멤버가 아닌 이상은 잘 모르지. 반면에…….”

“저희 얼굴은 다 알아서요?”

“어른들은 명곡단으로 알고, 2030도 역사 탐험대나 각종 예능으로 알고 있고.”

팬덤 규모만 따지면 더 압도적인 그룹들이 있지만 현재 보이그룹 중에서 대중성은 우리가 제일 좋다는 이야기였다.

뭐라고 할까.

가슴이 콩닥콩닥하면서도 몽글거린다.

“그래서 광고 컨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음…….”

내가 리스트를 훑어보면서 말했다.

“대부분 저나 중현이 개인광고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기왕이면 저희 다 같이 찍을 수 있는 걸로 하고 싶어요. 개인광고는 아직도 좀…….”

개인 활동에 대한 수익은 개인이 가져가기로 계약을 했기에 나로서는 무조건 이득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내 목표가 아니라서.

돈이야 이미 음원 저작권료로 벌고 있고, 일단은 우리 뉴블랙이 지금보다 더 위에…….

“해요. 형.”

“이건 해야죠. 왜 안 하는데?”

“돈을 혼자 차지하는 게 미안하면, 찍고 저희한테 N분의 1을 하면 되잖아여.”

“허어, 그럼 우리 돈방석…?”

자본주의에 물든 동생들의 표정에 웃을 뿐이었다.

지호의 N분의 1 드립에 다들 솔깃해하는 척하기는 하는데, 나한테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그러는 듯했다.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단 찍을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 같이 찍는 광고가 있다면 최대한 그쪽으로 부탁드릴게요.”

“일단 너희도 바쁘니까. 적당히 스케줄 보고 고려할게.”

“감사합니다. …참, 아까 좋은 소식이 두 가지라고 하셨는데, 나머지 하나는 뭔가요?”

“아, 그거?”

상대가 노트북을 톡톡 두드리더니 화면을 돌려주었다.

“이거야.”

“……?”

화면 속에 SNS 화면이 보였다.

파란 종달새가 지저귀는 로고 아래 영어로 된 트윗이 보였다.

“존 에드워즈…?”

“이건 누구예요?”

*   *   *

시작은 할리우드 유명 감독의 트윗이었다.

@John_Edwards ⓥ

(영화 ‘코드네임 17’의 장면에 이어서 누군가 흑복을 입은 채 특공대원을 특이한 기술로 제압하는 장면이 결합된 17초짜리 동영상.)

[번역보기] 와. 저게 되네.

그 아래 트윗으로 ‘우리는 와이어 달고 찍었는데, 이거 맨몸으로 어케 했냐’ 하는 게 달려 있었다.

리트윗을 한 누군가에는 익숙한 계정도 보였다.

@Olive_House_Official

(올리브 하우스 한국 광고 모델인 뉴블랙의 사진.)

[번역보기] 걔 우리 홍보 모델임.

절묘한 틈새 홍보였다.

아무튼 유명 영화를 다수 연출한 존 에드워즈 감독의 트윗은 영미권에서 빠르게 퍼져나간 듯했다.

한국에서도 TNT의 한모 씨가 리트윗하면서 퍼지기도 했고.

“……뭐지.”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상황이 정말 얼떨떨하게 돌아갔다.

처음에는 LA에 있는 존 에드워즈 감독이 에이전트에게 ‘얘 누구냐? 신기한데 한 번 알아봐라’ 한 모양이었다.

곧바로 ‘우주라고 K팝 그룹의 멤버래요.’ 하는 답이 돌아갔고.

“감독님이 궁금하셔서 뉴블랙 분들의 퍼포먼스라든가, 그런 걸 좀 지켜보신 모양이에요.”

“아아…….”

“그래서 미팅 주선을 부탁하셨어요.”

영화 배급사 ‘숲’의 회의실.

석환 형과 함께 앉아 있는 가운데, 배급사 직원이 우리가 미팅하게 된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대접받은 다과를 먹는 동안 우리끼리 소곤거렸다.

“왜 갑자기 우리를 부른 걸까여? 혹시 영화 카메오 출연……?”

“촬영 다 끝났다잖아.”

“어, 그러네.”

뜬금포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꿈을 꾸고 있던 막내가 살짝 시무룩해졌다.

회의실에 노트북으로 화상 미팅 준비가 끝난 가운데.

배급사 직원들과 우리 회사 사람들이 앉자 마침내 영상 통화가 연결됐다.

「이거 연결이 어떻… 오, 연결됐군.」

촬영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간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중년 남자가 보였다.

사진에서 봤던 대로 갈색 머리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바이킹 같은 인상의 남자였다.

존 에드워즈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아우. 귀청이야.

우리 막내가 눈이 이글거려서 ‘나! 나를 봐!’ 하듯이 우렁차게 인사를 하자 그쪽에서 웃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을 사람과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통화를 하니 뭔가 신기했다.

살짝 끊기는 통화 때문에 서로 한 마디를 차근차근 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잠시간 서로에게 ‘님 만나서 좋음’ 하는 신변잡기를 이어간 후 상대 측에서 본론을 꺼냈다.

「지금 뮤지컬 영화를 촬영 중인데, 뉴블랙을 보자고 한 건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고 싶어서.」

프로젝트?

우리가 그에 관한 질문을 하려고 할 때였다.

뒤편에서 움직이는 스탭들 사이로 익숙한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군살 하나 없는 마른 체격의 댄서가 딸과 함께 둠칫둠칫 리듬을 타며 걷고 있었다.

“어……?”

“저거 클레이랑 조이 아냐?”

“클레이?”

상대 측에서도 우리의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들리고는 ‘클레이! 여기 뉴블랙이 있어!’ 하며 소리쳤다.

휘리릭!

그 순간 타일러 부녀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잘 도망치네.’

‘화면에 잔상 남는 거 봐.’

반가워서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바쁜 모양이었다.

뭐. 아쉽지만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은 우리 일이 먼저였다.

「그래서.」

여유롭게 웃고 있는 감독에게 내가 질문을 던졌다.

「저희와 함께 진행하고 싶다는 프로젝트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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