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7)화 (32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7화

대상이라니.

다른 것도 아니고 대상이라니.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거나, 어떻게 소감을 해야 되지 하는 생각 따윈 싹 날아가 있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멍한 기분과 눈물이었다.

“……!”

공식석상에서 운 적이 거의 없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와 뺨을 적셨다.

“흠, 가자.”

주륵 흘러나오려는 코를 훌쩍이고는 손등으로 눈물을 살짝 찍어 눌렀다.

동생들도 잔뜩 목이 메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는 이미 토끼처럼 눈이 벌게져 있었다.

우리 막둥이는 벌써 코가 루돌프처럼 되어 있고.

“감사합니다.”

옆에서 박수를 쳐 주고 있는 TNT와 틴스피릿, 그리고 뒤에서 손뼉을 쳐 주는 차우현과 스칼렛 등에게 고개를 꾸벅하고 나섰다.

“후우…….”

긴 숨이 토해져 나왔다.

트로피를 들고 기다리는 백상교 선생님과 모델 한소라가 있는 무대 중앙까지가 정말 하염없이 길었다.

어쩌면 가수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상을 기다려 와서 그런 걸 수도.

모든 게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다.

객석에서 힘내라는 듯 환호해 주는 수플레들의 함성도, 가수석에서 박수를 쳐 주는 이들도.

그리고 조명이 환히 내리쬐는 이 시상식 현장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격려하듯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는 중년 트로트 가수였다.

그리고.

“…….”

내 손에 트로피가 쏘옥 감겨 들어왔다.

유리로 된 작곡가상과 다르게 금색 컵 모양으로 된 철제 트로피였다.

차가운 감촉에 현실감이 있었다가 ‘대상 : 올해의 노래 부문 - 뉴블랙’ 이라고 되어 있는 글귀에서 다시 현실감이 날아갔다.

동생들에게 트로피를 건네주자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리혁이가 입술을 꾹 말고 눈물을 참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와아아아-!”

온몸이 찌릿할 만큼 큰 환호가 다시 몸을 울렸다.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지만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거대한 체조경기장 관객석을 채운 달봉이의 물결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뭐라고 시작을 해야 할까.

대상 소감에 대해서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니었다.

A&R팀과 매니지먼트팀에서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미리 준비해 두라고 알려 줬으니까.

우리도 미리 기대를 낮췄을 뿐. 올해 연간 1위로 유력한 ‘바람꽃’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치기도 했고.

다만…….

‘기대를 미리 내려놔요. 우리.’

리혁이가 현실적인 말투로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대상이잖아요.’

정말 우리가 2년차에 상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기대를 앞서고 있었다.

선례가 없으니까.

물론 첫해에 신인상을 받고 다음 해에 대상을 받은 아이돌 가수는 꽤 많았다.

식스티 세컨즈도 신인상 다음 해에 대상을 받았고.

TNT만 해도 2년차에 올해의 가수상을 탔으니까. 걸그룹인 데일라잇도 2년차에 대상을 탔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4대 기획사에서 내보낸 신인들의 경우였다.

‘우리가 정말 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어 놨던 것 같다.

혹시라도 기대했다가 좌절하면 실망할까 봐. 잔뜩 김칫국만 먹고 끝나게 될까 봐.

그래서 마음을 접고 있어서 그랬던 걸까.

가만히 있을 때마다 눈물이 한 방울씩, 한 방울씩 흘러나왔다. 마치 이슬이 맺히듯이.

-정말… 감사합니다.

목이 메어서 나온 첫 마디에 함성이 돌아왔다.

다시 허공을 보며 눈물을 꾹 참았다.

말을 하면 나아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말을 하니 더 눈앞이 뿌옇게 변하고 있었다.

-제가 지금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멤버들에게…….

먼저 기회를 돌리겠다고 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어흐흑!”

“흐흑!”

“아흐흐흐…….”

트로피를 부여잡고 울먹거리거나 대성통곡하는 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내 눈물이 쏙 들어가는 거 같지.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다시 카메라와 객석이 있는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가 계속할게요…….

딱히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객석과 가수석에서 박장대소하는 소리가 돌아왔다.

실시간으로 크게 우는 동생들 덕분인지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꼬꼬마 때 울다가 옆에 애가 더 크게 울면 ‘뭐임’ 하고 눈을 깜빡깜빡 하듯이.

-정말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저희가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정말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얘기했거든요.

-바, 받을 줄 몰랐어여. 어흐흑……!

눈이 퉁퉁 부은 막내가 한 마디 덧붙인 것 때문에 다시 한번 웃음이 흘러나왔다.

-우선, 무엇보다 저희 뉴블랙의 ‘바람꽃’을 만드는데 있어서 도와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희 박규호 대표님.

-조규환이사님에이앤알팀…….

촉촉한 눈으로 감사한 사람들 목록을 랩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다시 웃음이 나왔다.

-정말 곡에 대해 할 말이 많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작곡가 상을 탈 때 말을 아낄 걸 그랬나 봐요.

아무래도 작곡가 상을 탔을 때, 곡에 대해 고마움을 다 전달했다 보니 또 반복하기가 애매했다.

아까는 대상 탈 줄 몰랐지.

-연습생 때부터 정말 꿈에 그리던 상인데, 이렇게 타게 되어서 정말 꿈을 꾸는 거 같아요.

멀찍이 가수석에서 TNT 멤버들이 ‘와아’ 하듯 양손을 들어서 반짝이처럼 반짝거렸다.

내가 미소를 지었다.

-진짜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요. 무엇보다 우리 동생들, 정말 고생 많았고.

-어흐흐흑!

동생들이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리혁이가 벌게진 얼굴을 양손으로 포갠 채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자 다시 웃음이 나왔다.

우리 애들은 서럽게 우는데 객석에서는 되게 귀엽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내가 객석을 바라보았다.

-우리 수플레!

‘와아아아!’ 하는 환호가 화답했다.

-여러분이 있기에 받은 상이에요. 정말 중요한 순간, 순간마다 여러분께서 기회를 만들어 주셨기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가수의 상은 가수 혼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수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길이 없으면 나아갈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길은 대개 팬들이 만들어 준다.

-올해의 노래상은 우리가 함께 받은 상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그리고 사랑합… 앗 깜짝아.

지금까지 체조경기장을 채웠던 함성 중에 제일 큰 소리여서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사랑.

“으아아아아악!”

-사랑… 합니다, 네.

그러곤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오늘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뉴블랙이 되겠고요. 저희 멤버들도 그럼 한 마디씩…….

뒤로 물러나며 눈짓하자 동생들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비주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아빠, 누나, 그리고 민준이. 다들 너무 고마워요. 연습생 할 때부터 걱정 많이 해 주셨는데… 저 이렇게 큰 상 받았어요.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보여 주는 비주.

그리고 중현이.

-아부지! 상 탔어요!

구수한 말투에 웃음이 흘러나오는 동안, 뒤에 서 있는 나는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망했다.

상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빼먹어 버렸다.

지금 TV보면서 옘병첨병으로 한 24절쯤 하고 있을 텐데.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심지어 리혁이마저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자,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다.

상을 탈 때와는 다른 콩닥거림이었다.

우리 김덕순 여사가 아끼던 옷을 잘못 빨았는데, 그 옷 어디 갔냐고 물을 때의 공포감이라고 할까.

-엄마 사랑해여! 아빠두!

지호까지 수상을 마무리했을 때. 내가 다급하게 마이크 앞으로 다가서서 말했다.

-저, 저도…….

말까지 더듬어서 나왔다.

-할머니! 저 상 탔어요! 정말 사랑하고!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한소라가 풉 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지.

멈칫했던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중현이와 동생들이 뒤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

이내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길러 주셔서 고마워요!

‘와아아아’ 하며 박수갈채가 쏟아졌지만 마음이 심란했다.

아. 망했다.

*   *   *

군산시.

“어휴.”

TV로 망고 차트 어워드 시상식을 보고 있던 김덕순 여사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옆에서 뒹굴거리는 치즈 고양이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렸다.

“느이 오라버니가 언제 염병하나 했다. 안 그르냐. 나비야.”

냐아아.

고양이가 몸을 웅크리다가 배를 발라당 드러냈다.

“나날이 새로운 염병이구만…….”

TV 속에서 새하얗게 분칠한 얼굴로 우는 찹쌀떡들을 보며 김덕순 여사가 미소를 지었다.

‘고생들 혔다.’

지난 2년 동안 데굴데굴 굴렀던 뉴블랙과.

그리고 그 이전에 손자가 보냈던 8년이란 시간을 떠올리던 김덕순 여사였다.

TV에서 여전히 자기들끼리 울먹이거나 토닥이는 이들이 보이자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들썩이는 어깨가 보일 때마다 가서 포근하게 안아 주고 싶은.

“어이구…….”

잘 자라난 손자에 뿌듯하면서도, 동시에 특별하게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부모 된 입장이 다 그리한 것인지 핸드폰 화면의 톡방 알림도 쉴 새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비주엄마 [울 아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주엄마 [너무 행복하네욧!!]

지호아빠왕현탁회장 [사랑하는 우리 ‘아빠’]

지호아빠왕현탁회장 [보셧씁니까 울 아들내미의 “아빠가 1빠”]

중현아버지 [주소 찍어들주세요]

중현아버지 [오늘은 기쁜날,, 고구마 10박스식 보내드립니다]

서예인 [미국도 되나요?]

저마다 방방 뛰며 기뻐하는 가족들이었다.

“벌써 다들 프로필도 바꿔 놨구만.”

저마다 자기 아들이 TV에 실시간으로 나오는 것을 고대로 찍어서 프로필로 해 놓고 있었다.

“난 이미 바꿨지.”

손자의 도움을 받아 저녁에 바꾼 프로필이었다.

외제차 앞에서 브이를 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에 흡족해하는 김덕순 여사였다.

그러는 한편.

“이제 좀 드라마도 봐도 되려나.”

손자가 보라고 해서 꾸역꾸역 3시간 가까이 봤지만, 재미가 없어서 질릴 대로 질린 터였다.

리모컨을 통해서 돌렸을 때.

-이것이 속도다.

7번을 틀자 통신사 광고에서 모델처럼 워킹을 하는 손자가 나타났다.

다시 돌렸다.

-올리브 하우스로 오세요~!

11번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알바생 손자가 또 나왔다.

그녀가 입매를 일자로 만들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너그들은 뭔 메뚜기 떼처럼 안 끼는 데가 없냐…….”

빵 떴다는 말이 정말인 것인지 TV를 돌릴 때마다 ‘날 봐요, 덕순’ 하고 있는 손자였다.

*   *   *

우리가 자리로 돌아온 후에 대상 시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요 시상식에서 대개 대상은 3부문으로 노래상, 앨범상, 가수상 순이었다.

-네, 다음은 올해의 앨범상인데요.

그런 까닭인지 앨범상 때부터 객석의 공기가 살짝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시선이 집중된 이들은 둘.

‘앨범상’과 ‘가수상’을 앞두고 TNT와 틴스피릿에 모이는 관객들의 시선이었다.

아마도 올해 두 그룹의 성과가 비슷했기 때문일 터였다.

서서히 감소 중인 TNT의 팬덤과 올해 들어서 확 치고 올라온 틴스피릿.

그 형세를 설명하자면 우리 위에서 두 그룹이 교차점에 머물러 있다고 할까.

“…….”

후보군이 나올 때마다 두 그룹이 침을 꿀꺽거리며 두 손을 비비는 게 보였다.

작년에는 올해의 앨범상과 가수상 둘 다 TNT가 차지했는데.

-네, 틴스피릿! 축하드립니다!

앨범상은 틴스피릿에게 돌아갔다.

청량한 소년미를 자랑하는 타이틀곡이 흘러나오는 동안 우리와 마찬가지로 틴스피릿 멤버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울면서 걸어갔다.

틴스피릿도 올해 첫 대상을 받아 그런지 감정이 복받친 모양이었다.

-어흐흐…! 감사합니다!

틴스피릿이 MOP 엔터의 관계자들을 읊는 동안 ‘와아아아!’ 하는 틴스피릿 팬들의 함성과 더불어.

“…….”

객석의 묘한 웅성거림과 정적이 느껴졌다.

우리야 별 관계가 없어서 ‘뭐지?’ 싶었지만 앨범상 수상을 두고 TNT 팬들 측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특유의 쎄한 공기가 감돌았다.

맥락은 잘 모르겠지만 끝나고 나서 인터넷 등이 난리가 나겠다 싶은 듯한 반응이었다.

-네, 다음은 올해를 빛낸 올해의 가수상인데요.

다행히 그런 공기는 수상자가 발표되면서 잠시 잦아들긴 했다.

-축하드립니다! TNT!

올해의 가수상을 차지한 것은 작년에 이어서 2년 연속으로 상을 받은 TNT였다.

작년에는 엄청 울더니 올해는 차분하게 소감을 하는 TNT였다.

감사의 소감을 읊는 멤버들에게 박수를 치면서 응원의 미소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2015년의 첫 시상식이 마무리가 됐다.

경기장 출구를 빠져나와 대기실 복도에 나오자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가 날아들었다.

“대상 축하해! 오빠!”

“축하해요!”

축하의 춤을 춰 주는 스칼렛에게 우리도 같이 감사의 춤을 추며 응답을 해 주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셀카 찍어도 되냐는 에노티와 함께 셀카도 찍고.

“형! 저 인증샷 좀 찍어 주세여~!”

“응?”

“얼른여! 얼른!”

걸스온탑의 길채경이 지나갈 때, 얄밉게 대상 트로피를 들고 ‘음, 난 멋져’ 하는 막내였다.

“야. 진짜 옹졸하다.”

“쟤는 자기네 1위했을 때 학교에서 더했어여. 제가 그때부터 얼마나 칼을 갈았는데.”

“잘도 그런 도발이.”

쿵쿵- 하며 걷는 걸그룹 멤버를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먹히는구나.”

쓴웃음을 지을 때.

“요요요!”

“대상 맨!”

발랄하게 ‘올해의 가수상’ 트로피를 들고 다가오는 TNT가 보였다.

시간상 길게 인사는 하지 못했지만, 다른 멤버들과 한 번씩 짧게 포옹을 하면서 인사를 주고 받았다.

태현이가 말했다.

“축하해. 우주 형.”

“너희도 진짜 축하해. 같이 잘 되서 좋은데… 왜 네가 울먹이냐.”

“…내가.”

녀석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내가 거의 반쯤은 키워서.”

“헛소리 할 거면 두 손 모으고 베개에다 조용히 속삭여.”

태현이가 손을 모았다.

“선우주, 내가 키웠다아…….”

“나도 키웠다아…….”

“나도 좀 보탠 거 같다아…….”

두 손을 모으고 소곤거리는 동생 라인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TNT 멤버들이 인사를 건네며 떠날 때, 쭈뼛쭈뼛 서 있던 민트색 머리의 인물이 다가왔다.

선하게 생긴 인상.

TNT의 메인댄서 중 하나인 백승제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정말 축하해.”

“고마워.”

상대의 손을 맞잡으며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짓는 이에게 말했다.

“오늘 바람꽃 인트로에서 손동작한 거.”

“……?”

“예전에 연습생 때 너한테 배웠던 것 같은데, 덕분에 연습할 때 수월했던 거 같아.”

“…….”

“고마워.”

데뷔조 일로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하는 의미를 담아 말하니 상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밥 한 끼 먹자고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으흐흐흑!”

“축…….”

“어흐흐흐흑!”

자기들끼리 시발통곡을 하며 종종걸음으로 도망치는 틴스피릿에게는 제대로 축하 인사를 못하긴 했다.

그 동안 핸드폰으로 쏟아지는 메시지를 짧게 확인했다.

은성이의 메시지도 있고, 스트릿 보이즈의 멤버들이 보낸 릴레이 축하 메시지도 있었다.

-여! 1위 그룹!

-트로피 어디 있어! 트로피!

우리에게 영상 통화를 건 스트릿 보이즈에게 트로피를 흔들어 보이며 ‘꺄악!’ 하니 저쪽에서도 ‘꺄악!’ 하며 답해 주었다.

LB가 유쾌하게 웃었다.

-아까 소감 봤는데 우리도 수플레 하면 공동 수상임?

“민초단은 명예 수플레라서 가능.”

-이제 대상 탔다고 전화 안 받으면 안 돼! 알았지?

거리 두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9인조에게 웃음으로 답해 주었다.

데뷔 동기 간에 격차가 나서 혹시 싱숭생숭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오히려 먼저 우리를 안심시켜주는 이들이었다.

-축하해, 우주야.

“고마워.”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

반말로 인사를 주고받는 한조와 나의 모습에 동생들이 토이 스토리의 외계인처럼 ‘오오오~’ 했다.

“…….”

-…….

한편, 스트릿 보이즈 외에도 소속사 식구들과도 영상 통화를 진행하며 감사 인사를 주고받았다.

술이 잔뜩 들어간 A&R팀, 프로듀싱팀이 자꾸 ‘뽀뽀하자 우우웅’ 해서 다급히 통화를 종료하기도 하고.

울고 있는 석환 형, 웃고 있는 조 이사님과도 통화를 했다.

그리고.

-어흑! 대견… 하구나흐흑!

“대표님. 울고 계시나요.”

-아니……!

공주님 침대 같은 곳에서 앉아 흐느끼고 있는 대표님과도 통화를 주고받았다.

-아빠! 왜 내 방에서 울어! 나가!

-아흐흑! 니네 엄마가 방에서 나가래……. 얘들아, 정말 고생 많았다!

“가, 감사합니다. 대표님……!”

-회… 회식도 마음껏 하고! 돈도 팡팡 쓰고!

‘쓴 만큼 벌어오니까’ 비슷한 말을 하셨던 것 같은데 끝에 가서는 제대로 못 들은 것 같다.

어쨌거나.

그 모든 인사를 거치고 대기실 안에서 우리와 매니저 형들, 스탭들만 남게 되었을 때.

다 같이 트로피를 든 우리 곁에 모여 인증샷도 찍은 후.

“…….”

트로피에 손을 올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살짝 부은 눈을 문지르며 동생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진짜 고생했어.”

“형도요.”

중현이가 두툼한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막내가 말했다.

“우리 진짜 작년에 신인상 탈 때만 해도 올해 이렇게 대상 탈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여?”

“그니까. 사람 일 참 모르는 거야.”

“타임머신 타고 작년 시상식에 가서 ‘너희 대상 탐!’ 이랬으면 반응 어땠을까요?”

비주의 말에 중현이가 답했다.

“일단 로또 번호부터 알려 줘?”

“푸핫!”

엉뚱한 대답에 우리끼리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손에 쥐고 있는 대상 트로피를 바라보았다.

“대상…….”

“진짜 대상이네요.”

트로피를 보면서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나저나…….”

내가 물었다.

“너희 트로피에서 손 언제 놓을 거야?”

“형이 놔여. 저는 절대 안 놓음.”

“오늘은 내가 손에 쥐고 갈 거예요.”

“아. 이거 부서질까 봐 힘 주기 어렵네.”

트로피를 당기려고 할 때마다 다들 바들바들 떨었다.

“놔…….”

“안 놔요…….”

“그럼 방법은 하나뿐.”

“…….”

이내 다섯이서 트로피에 손을 올린 채 엉기적엉기적 움직이는 모습에 매니저 형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같은 시각.

어워드가 막 끝난 직후, 아이돌 커뮤니티는 활활 타오르는 중이었다.

-ㅅㅂ 틴스피릿 앨범상이 말이 되냐

-거의 강탈수준ㅋㅋ 존나 어이없구요

-틴스피릿ㅋㅋㅋㅋㅋㅋㅋㅋ엌

-바람꽃이야 연간1위 예정이니 그러려니 한다만 앨범상은 진짜 억지 중의 상억지 아니냐

-무대도 존구던데 시발ㅠㅠ 급식들 투표로 줫나

틴스피릿의 앨범상 수상에 공격을 퍼붓는 TNT의 팬들.

-심사기준대로 준건데 아 뭐가문제냐고

-텐티 팬들 또 유난ㅋㅋㅋㅋㅋ

-우리가 상달라고했냐?? 달랬냐고요

-뉴블랙이야 체감쩔어서 ㅇㅈ하는 부분인데 솔직히 톈티야말로 가수상 개오바 아니냐

-하락세~ 하락세 신나는노래~

그걸 맞받아치며 싸움을 벌이는 틴스피릿의 팬들.

-근데 이제 그럼 남돌 3대장이 텐틴뉴임? 아님 틴텐뉴?

-ㅅㅂ 이와중에 그게 궁금해???

-스칼렛 리나 오늘 레카에서 입은 드레스 어디 건지 아는사람~?

-이런 플로우 볼때마다 내돌 덕질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낌

-텐티 요새 락세였음?? 오 신기

눈치 없는 댓글들을 달며 혼란과 파괴의 현장을 만드는 이들까지.

그리고.

‘뭐지.’

‘자기들끼리 난리구만.’

‘우리 때리던 애들끼리 싸우네.’

양대 그룹의 팬들이 ‘뉴블랙은 인정하지만 니가 뭔데’로 시작하며 서로를 헐뜯는 상황에 멀뚱멀뚱 구경하는 수플레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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