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8화
틴스피릿의 앨범상 수상을 두고 아이돌 커뮤니티가 한창 뜨겁게 달아오를 때.
다른 글들도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가장 임팩트 있었던 스칼렛 무대 댄브.gif
-걸탑 올해 히트곡 뭐 있음??
-레드카펫에서 팬들이랑 기싸움하냐는 말 나온 아이돌 의상 코디.jpg
-망고 넘 잼썼다 갠적으로 뉴블 에노티 스칼렛 조았어
-오늘 무대 전반적으로 다 만족쓰
오늘 있었던 무대나 가수에 대한 이야기, 의상에 대한 이야기 등이 게시판을 채우는 가운데.
그중에서 가장 관심도 높은 주제가 있었으니.
-이번에 중소 최초로 2년차에 대상 탄 남돌
-뉴블랙 ‘올해의 노래상’ 수상 소감
-망고에서 1년 만에 신인상에서 대상 탄 뉴블랙
대부분의 아이돌 커뮤니티 게시판 베스트를 차지한 것은 ‘뉴블랙’의 대상 소식이었다.
-성장세 미쳤다 진짴ㅋㅋㅋㅋㅋ
-대박
-와.. 올해 커리어 보고 예상은 햇는데 이걸 타네
-근데 얘넨 올해 체감 쩔어서 누가 봐도 대상 탈 거같긴 했어
-뉴블랙 덕들 축하해ㅋㅋ
-솔직히 이건 뉴블 말고 타그룹 줬으면 말 나왔을 거 같음
-규호는 뉴블랙 있는 방향으로 하루 절 세번씩하기 ㅇㅋ?
전반적으로 축하와 함께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다.
‘바람꽃’이 그 동안 세운 기록 때문이었다.
7주 연속 주간차트 1위.
음악방송 6주 연속 1위.
상반기뿐만 아니라 망고의 연간 음원 차트 1위가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것까지.
가장 최근의 주간 차트에도 여전히 20위권에 머물러 있는 올해 최고의 히트곡이었다.
물론,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나만 이해 안가?? 다들 체감어쩌구 하는데 내 기준으론 차우현 노래가 더 체감이었어..
-야 대중픽이 좋긴 하네ㅋ 중소돌이 대상 타고도 이렇게 플 온건한 거 첨봄
-얘네는 왜 욕 안먹음????
허나 그런 반응은 극소수였다.
-어이없네ㅋㅋㅋ 언제부터 시상 기준이 개인 체감인 건데 ㅋㅋㅋㅋ
-시상하기 전에 허락이라도 땅땅 받아야하냐
-까들 대가리에 쏘주라도 꽂았나; 요새 차트인도 어려운 판에 연간 1위를 누구집 개이름처럼 아네
-대중픽이라 잠잠한게 아니고 이견 없으니까 온건한 거지 뭔ㅋㅋㅋ
-텐티랑 틴스 팬들이 괜히 잠잠하겠냐;
-이런 글 쓰면 사재기플 때처럼 뭐 동조라도 해줄줄 아나
커뮤니티 회원들 대부분이 그런 소수의 비난에 대해 전혀 동의해 주지 않고 있었다.
받을 만해서 받았다는 여론.
바람꽃이 히트를 하기도 했지만, 현재 TV나 라디오, 길거리에서도 자주 들려오는 Nine을 비롯하여 빌보드 핫100 차트에도 진출한 노스탤지어의 OST까지.
대중적인 지표에 있어서 올 한 해 그 누구보다 높은 성적을 거둔 뉴블랙이었다.
그렇게 Something부터 약 2년 동안 이어온 놀라운 성장세에 이런저런 드립이 오갔다.
-응애응애 해서 이유식 가지러 갔다 왔는데 애가 장성해 있는 거 같아..
-뉴블랙 : 응애 (1분후) 뉴블랙 : 크하핫! 수플레 내가 왔소!
-왜 갑자기 격해지는 건데ㅋㅋㅋㅋㅋㅋ
-약간 그리스로마 신화 18권 정도쯤 나오는 제우스 아들 스토리 느낌
-ㅇㅈ ㅋㅋㅋㅋㅋ
-얘넨 팬들도 같이 크는 거같음ㅋㅋㅋㅋ 오늘 체조에서 함성 소리 존나 크더라
-오디오에서 함성 잡힐 때마다 깜놀함ㅋㅋ 우주야아악 하는데 도라에몽이 진구 부르는줄
-갠적으로 오늘 시상식의 신스틸러였음
그런 우스갯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아이돌 팬들에게 뉴블랙의 이미지도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뉴블랙의 노래가 히트하고 예능에서도 이슈가 된 것은 느꼈지만.
‘수플레’라는 팬덤이 얼마나 커졌는지 다른 아이돌의 팬들이 체감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뉴블랙의 대상 수상과 오늘 오프라인의 핫한 반응이 더해져 인식이 바뀌는 중이었다.
-뉴블랙까지 해서 이제 3대장은 TNT/틴스피릿/뉴블랙 이렇게인가??
-ㄴㄴ 지금 추이 보면 틴스피릿이 맨처음에 와야할듯
-딴건 모르겠고 음반 판매량만 보면 얘네가 차례대로 3대장 맞긴할걸? 뉴블랙이랑 그 바로 아래랑도 차이 엄청 남
-텐틴뉴
-이렇게 보니까 뉴블랙 성장세 더 미쳤네ㅋㅋㅋㅋ
이런저런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속칭 ‘1군’으로 불리는 라인업에 끼게 된 뉴블랙이었다.
이내 누가 앞이냐 뒤냐, 그럼 그 아래는 이제 누구냐 하는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평소였다면 댓글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고 다니며 눈살을 찌푸렸을 수플레들은 지금 누구보다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흐하핫!”
시상식이 있었던 체조경기장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중이든,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든.
혹은 밖에서 폰으로 시청을 했던 사람이든.
장소에 상관없이 모든 팬들이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애들이 대상 탔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어째 몸이 발끝부터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가도, 대상 소감을 다시 재생해 보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떤 것이 잘 끝났을 때 느끼는 뿌듯한 감정.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한 기분이 몸을 쭉 채운다고 해야 하나.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다들 ‘뉴블랙 노래상은 인정이지’ 하는 분위기 또한 그런 기분에 한몫했다.
‘진짜 올라왔구나. 우리.’
아직 가야할 길이 한참은 더 남았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하늘 높이 올라온 기분이었다.
SNS의 실시간 트렌드에도 ‘#뉴블랙_대상_축하해’ 같은 해시태그가 올라오고.
수플레들이 모이는 각종 커뮤니티와 더불어 미튜브 댓글창 등이 눈물바다로 변해 있었다.
-얘들아ㅠㅠㅠㅠㅠㅠ 진짜 고생했어ㅠㅠㅠ
-누가 뭐라해도 나는 너희가 너무 좋다 정말로. 계속해서 앞으로도 이렇게 빛나자 우리.
-위엣분.. ‘중현이콧털되고싶다’라는 닉네임으로 그런 얘기하면 저 웃는단 말이에요ㅠㅠㅠ
-난 눈물 날거 같은데 참고 있음ㅠㅠㅠ
-여기서 지금 훈훈한 멘트치는 사람들 지금 우주 소감실수랑 레카 7행시 저장 중인거 내가 다 알아ㅠㅠㅠㅠ
-진짜 오늘 다 감사하다ㅠ 무대할 때 응원봉 흔들어주신 타팬들도 그렇고
-외플레들도 축하한다고 난리에요
SNS에도 해외 팬들이 올린 축하 메시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밤.
수플레들이 저마다 무대 영상을 돌려보거나 올라온 사진 등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을 때.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whY-App]
깜짝 라이브 시작!
저희 왔어요..!
라이브 앱의 실시간 방송 알림이었다.
빠른 속도로 입장하는 수플레들의 숫자가 휙휙 오르는 가운데.
‘음?’
멤버들의 얼굴을 보려고 들어왔는데 정작 눈에 보이는 것은 새카만 어둠뿐이었다.
[안녕하세요오…….]
[저희 왔어여…….]
어둠 속에서 잔뜩 목이 멘 목소리들이 흘러 들어왔다.
[근데 이럴 거면 음성만 켜고 하는 게 맞지 않아요? 수플레 분들이 우리 얼굴 보고 싶어 할 건데.]
[자꾸 눈물 나오니까 그러져. 리혁이 형.]
[그러면 얼굴을 조금만 보여 드리는 건 어떨까요?]
잔뜩 코를 훌쩍거리는 목소리들에 수플레들이 웃음을 흘렸다.
팬들과 소통은 하고 싶은데, 잔뜩 운 얼굴은 창피해서 보여 주기 싫고. 자기들끼리 우왕좌왕하는 게 귀여웠다.
[잠시만.]
이내 중현의 목소리와 함께.
화아악-
그곳에 빛이 생겼다.
[아악!]
[야! 꺼! 꺼!]
왕봉이의 불빛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멤버들의 얼굴이 정의의 용사가 날린 필살기에 소멸하는 요괴처럼 사라졌다.
잠깐의 소란 끝에 미미한 빛이 화면을 채웠다.
[리혁이 북램프를 켰어요.]
[밝기가 딱 적절하죠?]
[인정. 이 정도면 우리 운 것도 잘 안 보일 거 같아여.]
너무 잘 보였다.
잔뜩 눈이 퉁퉁 부은 멤버들끼리 희희낙락하며 좋아하고 있었다.
우주의 핸드폰이 울렸다.
[민기 형이 그러는데 우리 얼굴이 너무 잘 보인대.]
[허어.]
자기들끼리 이불을 들어서 얼굴 밑을 가린다.
핸드폰 위치를 보아하건대 다섯이서 침대 하나에 드러누워 화면을 바라보는 중인 듯했다.
우주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일단 여기는 저희 숙소의 중현이 방이고요.]
[수플레들이랑 얘기하고 싶어서 라이브 방송을 켰어요.]
비주가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소감을 하는 데는 정해진 시간이 있잖아요. 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이만큼 있었는데, 저희가 시간상 그걸 다 못하고 내려왔어요.]
그런고로 라이브 앱으로 못했던 수상 소감에 대해 더 감사 인사를 한다는 모양이었다.
리혁이 운을 뗐다.
[일단 저희를 으…응원해 주, 주… 주.]
이내 두 눈망울에 가득 차오르는 눈물.
[어, 리혁이 형 울어여!]
[중현아. 꺼라.]
우주의 지시에 중현이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보조배터리에서 북램프를 쏘옥 분리했다.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어흐흑!]
[형, 형이 울면 저도 울… 어흐흐흑!]
[너희 왜 우냐…. 그럼 나도 운다고흐흑…….]
이불이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다섯이서 뭉쳐서 꺼이꺼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짠한 광경이었지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하나씩 팬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말하는 동안 불이 켜졌다 꺼졌다가 반복되는 촌극이 이어졌다.
[저 오늘 너무 고마워서… 야, 김중현. 나 울 거 같으면 미리 꺼 줘야 돼. 알았지?]
[오키.]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
[끔.]
처음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같이 찔끔했던 수플레들도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이고 얘들앜ㅋㅋㅋㅋㅋ
-눈물 쏙 들어갔어 책임져
-ㅋㅋㅋㅋㅋㅋ어느 아이돌이 라방을 일케 하냐고
-너희들은 내 마음의 치마살
-Plz say Camila Mendez
-why you guys calling 규호??? whos that
-치명적
-뭐야 요새 외국 사람들 왤케 많아
-규호 is a rich bald man who owns 뉴블랙
-이상하게 전달하지 말라고ㅋㅋㅋㅋㅋ
-치명상 아이폰 자동완성 이 새끼손가락
-말해라 카밀라 멘데즈
외국 팬들이 많이 유입됐는지 심심치 않게 영어 댓글이 올라왔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댓글이 쭉쭉 밀려 올라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멤버들이 댓글을 보며 소통했다.
중현이 눈을 부릅뜨고 주르륵 밀려나가는 것 중에 하나를 포착하고는 우주에게 속삭이는 식이었다.
[오늘 멋있었던 무대요? TNT 선배님들 Glory 무대 보고 감탄했어요.]
[저희 무대할 때 엄청 긴장했거든여. 그 조각상처럼 서 있을 때, 천 때문에 재채기 날 뻔 했어여.]
[트로피 보여 줄까요?]
친구에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듯이 오늘 시상식의 비하인드에 대해서 말하던 멤버들.
그 덕에 시상식의 여운을 더 길게 느끼는 수플레였다.
그들이 얼마나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표정과 말투 등에서 훤히 읽혔다.
[저희 이제 그럼 가 볼게요.]
[매니저 형들이랑 야식 먹기로 했어여. 뭐 먹는지 궁금하져?]
이내 핸드폰을 들고 나온 멤버들이 거실에 펼쳐져 있는 치킨, 족발, 보쌈, 피자, 곱창전골 등을 비추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
“…….”
뿌듯한 미소로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수플레들의 위장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그럼~ 잘 자요~]
환한 미소로 멤버들이 손을 흔드는 가운데, 중현이 뒤에서 ‘치익’ 하며 콜라를 땄다.
‘뭐지. 이 기쁜데 농락당한 기분은…….’
‘진짜 얄밉다.’
이내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하는 알림과 함께 검은 화면에 망연자실한 표정이 비추어졌다.
* * *
어워드가 끝난 후.
뉴블랙 멤버들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골룸 같은 표정으로 트로피를 달걀처럼 품고 있을 때.
대상 외에도 뉴블랙이 얻은 또 다른 소득이 있었다.
-[HD Fancam] The New Black’s Reaction to NOT
-151107 뉴블랙 가수석 reaction 모음
-MCA 151107 TNT - Glory’s reaction
무대마다 가수석에서 지켜보는 가수들이 어떤 반응인지 촬영한 리액션 직캠.
거기에 담긴 뉴블랙의 리액션이었다.
어느 가수의 직캠을 틀든 화면 하단에 네모로 표시된 가수석에서 뉴블랙이 신나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하루 종일 노래만 듣냐는 말 나온 뉴블랙 리액션.metube]
(동영상 모음)
두 번째 거는 01:37부터 보면 됨
몇몇 가수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누구 나올 때마다 안무까지 다 따라해서 추는 중ㅋㅋㅋㅋ
-뮤카에서 평소에 노래공부한다고 하던데 진짜였나;
-우주랑 비주는 하루종일 무대 영상본다는게 정설
-난 내돌 나올때 중계화면에 춤추는거 잡혀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 그런 거였구나ㅋㅋㅋㅋ
-텐션 미쳤다
-이번에 내돌 무대 반응해준것 땜에 호감이었음ㅎ
-내가 저돌들 팬이면 기분 진짜 좋긴 할듯
-TNT 무대할때 리액션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응원법까지 따라하냐고
-쟤네는 왜 응원하는건데ㅋㅋㅋㅋ
어느 직캠에 잡히든 신이 난 얼굴로 ‘구선웅 신주영’ 하면서 TNT 팬들의 구령에 맞추어 ‘TNT! TNT!’ 하고 있는 모습에는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스칼렛의 무대를 볼 때는 비주가 손바닥을 펼치며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기도 하고.
신인 그룹들이 무대를 할 때는 리혁이 노래를 흥얼흥얼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등이 나왔다.
‘얘네 반응 괜찮네.’
‘우리 애들 노래 가사를 다 아네?’
‘밥 먹고 노래만 듣나.’
그런 리액션에 다른 아이돌 팬이 뉴블랙을 바라보는 눈이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
누구든지 자기 가수에게 좋은 반응을 해주면 좋게 보이듯이.
-근데 뉴블랙 애들 진짜 성격 좋은가봄. 가수석 캠 보니까 참석자 절반이랑 친한 느낌
-차우현이 웃으면서 인사하는거 처음 봐ㅋㅋㅋ
-약간 예능인 이미지라서 그런거 아닐까? 예전에 누가 엘베에서 주세한 멤버 보고 삼촌처럼 반갑게 인사했다가 멈칫한 것처럼
-태현이 진짜 낯가림 최고봉인데 귓속말까지 하면서 친한거 보면 우주가 사람이 좋긴 한듯
-ㅇㅇ 전에 라방에서 텐티 동생라인이 피셜로 좋은 사람이라 했음
-아이돌계의 카피바라..
-친구가 행사 관련 스탭일하는데 뉴블랙 정말 성격 좋다고 늘 말함. 단점으론 그만큼 대기실이 존나x3 시끄럽다고..
-울 틴스 순둥이들 친한 사람 생겨서 다행이다ㅠㅠㅠ
시상식에서 중간중간 뉴블랙과 TNT, 틴스피릿 등이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친목 장면들도 입에 오르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
물론 뉴블랙이 그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호의적으로 보는 반응들이었다.
그리고.
아이돌 팬 중에서 뉴블랙에 대해 가장 호의적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에 뉴블랙 분들 리액션 진짜 고맙다ㅠㅠㅠㅠ
-현장에서 진짜 반응 별로 없어서 눈물날뻔했는데.. 가수 중에서 제일 크게 반응해줌
-리액션 너무 잘해줘서 고마움
-나도 이번에 뉴블랙한테 호감됐어
-어제 진짜 서러웠는데ㅠ
올해 처음으로 망고 차트 어워드에 진출한 에노티와 하이컬러의 팬들이었다.
객석에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가운데.
가수석에서 환하게 웃으며 같이 노래를 불러 주거나 안무를 같이 따라하던 뉴블랙의 모습이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
이내 해당 그룹의 팬들이 슬금슬금 움직였다.
[똑똑 여브데여.. 여기 숯불들 계신가요]
-누구세요?
-감사합니다ㅠㅠ
-아니 누구신데요
홀연히 나타나서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는 신인 아이돌 팬들의 글에 어리둥절해 하는 수플레들이었다.
* * *
어워드가 있었던 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주간이었다.
“거기.”
“여기요?”
“아니, 거기서 조금 1cm 정도 더.”
“음. 이렇게요?”
“0.5cm만 더 이동하자.”
“…….”
“중현아. 형이야. 그렇게 불손한 눈으로 바라보면 못 쓴다.”
“에이…….”
중현이가 ‘흥’ 하며 검지손가락으로 트로피를 슬금슬금 밀었다.
이내 트로피가 진열장 정중앙에 위치했다.
“와아아아-!”
다 함께 박수를 치며 진열장 2층에 자리 잡은 황금색 대상 트로피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그 밑에 신인상이 탄탄하게 떠받치는 가운데 이번에 탔던 Top 10, 작곡가상 트로피가 위에 머물러 있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광경이었다.
“배고프다. 밥 먹자.”
“고기 먹을까여? 소고기?”
레몬 엔터 소속 가수 중에서 처음으로 대상을 탄 것 때문인지.
대표님이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매일매일 고기를 사 먹으라며 아예 카드까지 내주신 터였다.
여러모로 행복한 하루들이 이어졌다.
“이것이 대상 가수의 젓가락질.”
“푸하하!”
“저것은 작곡가상 수상자.”
바깥에서 남들 있을 때는 ‘감사합니다’ 하며 근엄하게 답했지만.
우리끼리 숙소나 연습실에 있을 때면 서로에게 ‘아이고, 대상 가수님’ 하며 흥이 겨웠다.
보통 한두 번 하면 질리는데 해도 해도 안 질린다고 할까.
어워드가 끝나고 이틀간은 정말 휴식을 취하면서 기쁨에 흠뻑 취한 것 같다.
내 생일을 맞이해서 라이브 방송으로 같이 축하 파티도 하고.
저녁에는 군산에서 올라온 우리 할머니와 멤버 가족들과 외식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해외 투어 등으로 지쳐 있던 몸을 푹 쉬게 하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자, 이제 일합시다! 일!”
그토록 꿈 꿔왔던 대상을 타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아시아권 투어가 끝났으니 이제 북미나 남미 등에서 열릴 팬미팅 준비도 열심히 해야 되고.
12월 초에는 홍콩에서 열리는 K넷 뮤직 어워드에도 퍼포머이자 대상 후보로서 참가할 예정이라 무대 준비 시간이 빠듯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다음 앨범 준비였다.
컴백이야 겨울의 일본 투어가 끝나고 내년 봄에 있을 예정이지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듯하다고 할까.
-MCA ‘올해의 Song Writer상’ 뉴블랙 우주, “아이돌 가수 최초”
-‘바람꽃, 나인, Thousand Dream..’ ‘작곡천재’ 우주.. 저작권료 수입은 얼마?
-[OH! 평론가의 시선] 뉴블랙, 다음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
작곡에 관해서라면 이제 대중들에게 확실히 인정받긴 했지만 슬슬 부담도 된다고 할까.
작업실에서 미디를 킬 때마다 마치 뒤에서 사람들이 ‘다음 앨범도 좋겠지?’ 하며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늘 고공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긴 했지만, 대상과 작곡가 상을 탄 후부터는 63빌딩 위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 이어졌다.
“나는 여유롭다. 여유롭다…….”
“하나도 안 여유로워 보여요.”
리혁이의 말을 무시했다.
“나는 김중현이다. 김중현이니까 여유롭다……!”
“저는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아요. 형.”
“…….”
중현이의 말에 자기 세뇌를 포기하고 밥을 먹었다.
금일의 아침 식사인 황태국을 뜰 때, 리혁이가 물었다.
“다음 앨범 준비 때문에 그래요?”
“어.”
“나중에 얘기해요. 내가 몇 가지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앨범의 컬러는 파란색.
그 주인공이 될 인물은 바로 리혁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음악에 관한 작업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나 갈게요.”
리혁이가 교복을 입은 채 책가방을 둘러메자, 비주가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벌써 가게? 한 그릇밖에 안 먹었잖아.”
“언어 영역 때 잘 거 같아서요. 조금 먹어야죠. 그럼 나 갈게요.”
“배웅 나갈까?”
“나오지 마요!”
“빙판길 조심해! 리어카 끄는 할아버지 보이면 절대 따라가지 말고!”
“시끄러워요!”
배웅 나오면 부담스럽다면서 재빠르게 신발을 신고 나가는 리혁이와 민기 형이었다.
잘 보라고 손을 흔들어줄 때.
“어! 도시락! 저 형 도시락 두고 갔어여!”
중현이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도시락 통을 손에 든 채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1분 후.
중현이가 태연한 기색으로 들어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아. 엘리베이터가 11층에서 먼저 내려가서요. 계단으로 따라잡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
“8층으로 먼저 가서 눌렀는데 잘했죠?”
갑자기 문이 띵- 하고 열렸는데, 푸근한 미소로 ‘도시락’ 하는 중현이를 보고 둘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짐작이 가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한편, 비주에게 물었다.
“참, 쟤 도시락은 뭐 싸줬어?”
“아.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비주가 앞치마를 탈탈 털더니 누군가의 말을 전달했다.
“어렸을 때부터 늘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이 먹는 거 보고 정말 부러운 음식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중요한 날일 때마다 다른 애들은 부모님이 챙겨 주는데 자긴 선생님 걸 먹어서 조금 슬펐다고.”
“그렇구나.”
“그걸 먹고 싶다고 해서…….”
훈훈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했다.
“잠깐만. 쟤가 뭘 싸달라고 했다고?”
* * *
수능 고사장.
점심 시간이 끝나고 수험생들이 저마다 외국어 영역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웅성웅성.
고사장의 열려 있는 뒷문으로 수험생들이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흘깃거리곤 했다.
의식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유달리 눈에 띄는 새하얀 인물 때문이었다.
‘와. 존나 잘생겼다.’
코트를 걸친 채, 우아한 표정으로 다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 인물 때문이었다.
뉴블랙의 리혁.
무슨 포즈를 하든 연예인 같은 포스를 풀풀 흘리는 모습에 몇몇 이들이 감탄을 할 때.
‘아씨. 진짜 집중 안 되네…….’
구경을 하고 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바로 그 앞의 좌석에 앉아 있는 수험생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영어 단어장을 볼 때였다.
톡톡-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돌아보니 현실감 없는 미모의 소유자가 서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이며, 뭔가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낄 때.
고사장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던 연예인의 첫 마디에 주변에서 귀를 기울일 때였다.
“저기…….”
리혁의 입에서 다 죽어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죄송한데 소화제 있으신가요.”
“…….”
“제가 체했어요.”
“…….”
“점심에 김밥을 먹었더니…….”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수능날 뉴블랙 멤버 체한 거 사람들이 뚫어줌’ 썰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