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72화
온라인 커뮤니티.
실시간으로 잠에 빠져든 누군가의 모습이 캡처가 되어 올라왔다.
-[충격] 뉴블랙 리더 선모 씨, 실시간 음주방송 논란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지 않았던 수플레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놀라서 클릭을 눌렀다.
‘……논란?’
뉴블랙한테 논란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던가.
민망함 같은 키워드라면 모를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해당 글의 본문이 나타났다.
(방정맞게 웃다가 눈을 끔뻑끔뻑하며, 졸린 눈으로 초콜릿 봉지를 바라보고 있는 우주.gif)
(금세 잠에 빠져드는 우주.gif)
술 초콜릿 먹고도 취하는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
팬들 “술 초콜릿 먹고 취하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 애는 그럴 수 있다”로 의견 나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깜놀했네
-귀엽긔ㅋㅋㅋㅋㅋㅋ
-술이 저 정도로 약한게 말이 되나 싶긴 한데.. 얘네는 늘 말이 안 됐던것 같기도 하구
-말이 안된다 싶을 땐 문장 주어를 뉴블랙으로 바꿔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간 개연성
-ㅋㅋㅋㅋ근데 저거 무슨 상황이야?
-일본콘 끝나고 팬들이랑 라이브 방송중인데 콘서트 일본 관계자가 준 초콜릿 먹고 취함
-제목 보고 식겁해서 들어왔네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주량 한 방울 미쳤따리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식도 타고 넘어간 술이 당황 중일 거 같은데..?
-술 : 이게 취하네..? (머쓱)
-초콜릿이랑 술이랑 지금 위장에서 머쓱하는 중일듯ㅋㅋㅋ
꾸벅꾸벅 조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인터넷 반응을 모니터링 중이던 연예부 기자들이 발빠르게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뉴블랙 우주, “술 초콜릿 먹고 취했다”.. 네티즌 “주량 실화냐”
-뉴블랙 우주가 먹은 ‘정종+막걸리’ 혼합 日 초콜릿, “취할 만하네”
-뉴블랙, 日 고베 콘서트 성황리에 마쳐.. 4일간 ‘36,000여 명’ 동원
늦은 밤, 난데없이 나온 뉴스에 사람들 또한 웃음을 터뜨렸다.
실시간 검색어에 ‘정종 초콜릿’과 ‘뉴블랙 우주 음주방송’ 등이 오르고 있는 동안 뉴스 댓글창도 북적였다.
-우주 씨 이번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주량 1방울이라니.
-실망감이 너무ㅋㅋㅋ 크네요ㅋㅋㅋㅋ
-무알콜 먹고도 취하는데 알콜은 오죽할까.. 저는 우주씨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진짜 큰 논란이네. 앞으로 좋은 노래로 보답하세요
-혹시 사과문 쓸 거면 우리집 삐약이도 언급해주시면 안 돼요? 제가 키우는 2살 햄스터에요
논란 연예인에 대한 댓글로 컨셉을 잡은 네티즌들이 뉴스 댓글창에서 키득거릴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뭐여. 무슨 일이여?’
바로 노년층이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실시간 검색어로 ‘뉴블랙 음주 논란’이 뜨고 있었다.
가슴이 벌렁거렸다.
‘지금 내 고향은’에서 손주들처럼 귀엽게 나왔던 뉴블랙에 논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이었다.
‘큰일났네.’
뉴스 댓글창에서도 자숙하라고 하지를 않나, 사과문에 햄스터 이름을 쓰라고 하질 않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 말투가 심각해 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찾아보아도 뉴스 설명만 봐서는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손자 손녀들에게 톡을 보내는 사람들.
나 [(링크)]
나 [성연아.이게무슨일인지.너알고있냐]
나 [뭔일인지난못 알아먹게ㅆ다]
곧이어 초콜릿을 먹고 취했다는 이야기에 ‘?’ 하다가 이내 별일 아니라는 말에 안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물어볼 이가 없는 사람들은 더듬더듬 자판을 치고 있었다.
[내공100] 뉴블랙 음주 무슨 일인지요
인터넷이 시끌벅쩍합니다.설명해주실 분에게 무한한 흥복이 잇을 것입니다
또 답변 채택은 어떻게 하는지요
#02as25ef : ㅋㅋㅋㅋㅋㅋ논란 아니에요. 할아버지ㅋㅋㅋㅋ 다들 드립(젊은이들 말장난) 주고 받는 거예요
#sungoat :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먹고 취해서 주량이 적다고 놀리는 것입니다.
빠르게 답변들이 달리면서 궁금증은 해결됐다.
한편 뉴블랙의 소식이 사회 관계망을 타고 쭉쭉 퍼지는 동안 리더의 수면은 계속되는 중이었다.
라이브 방송.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다른 팬들도 슬금슬금 구경하러 들어오면서 역대 Y앱 방송 최고 시청자 수가 갱신되고 있는 현장.
-근데 이거 진짜 맛있다. 소바야, 이게?
-네. 그거 매콤한 맛이에여. 이거 덮밥 먹어 봐여. 형.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신이 안 나지…?
분명히 막 웃고는 있는데, 어딘가 모르게 침울한 표정으로 컵라면을 호로록 하는 멤버들이었다.
먹다가 고개를 든 멤버들이 눈을 마주쳤다.
그러곤 뒤로 시선을 돌렸다.
-…….
소파에서 이불을 덮은 채 숙면을 취하고 있는 리더.
중현이 우주의 몸을 흔들며 ‘일어나세요 용사님!’ 하듯 말했다.
-일어나요. 형.
-우리 고기도 포기하고 야식 먹기로 했잖아여…! 형이 없으면 비주 형이 침울하고, 비주 형이 침울하면 모두가 침울하단 말이에여.
-아니야. 나 안 침울해…….
-그냥 먹어요. 때 되면 어련히 일어날까.
침울한 고양이들처럼 리더를 내려다보던 이들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런 말을 하던 리혁이 손목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여기서 10분쯤 지나면 일어날 테니까.
-진짜여?
-대충 시간 계산하면 그쯤 될 걸.
메인보컬의 계산에 멤버들이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중현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안심.
-난 또 내일 아침까지 못 일어나는 줄 알았어여. 형들, 이제 맛있게 먹어여. 우리.
-라면은 존맛탱~ 존맛탱~
금세 화기애애해져서 라면 ASMR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팬들이 웃을 때.
10분 후.
스스스슥.
-어? 일어났다!
소파에 누워 있던 우주가 되살아난 미라처럼 몸을 스르륵 일으키더니 눈을 끔뻑거렸다.
그러다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나 안 잤어.
눈을 또랑또랑 뜨며 주장하는 모습에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카메라 시야 밖에서 어느 정도 숙취를 회복한 후.
다시 Y앱을 하고 있는 동생들 품으로 쏙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와아아아아!”
“그래요. 제가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주 주량 한 방울 님…?”
범상치 않은 수플레들의 닉네임 상태에 내가 눈을 가늘게 뜨는 동안 동생들이 웃었다.
“제가 잠든 동안 동생들이 야식을 다 먹어치운 것 빼고, 또 별일은 없었나요?”
멤버들이 뜨끔한 표정으로 내 몫의 야식을 준비할 때.
댓글창이 빠르게 움직였다.
-실시간 검색어 떴어요 오빠!!! >ㅇ< 꺄
-카페에서 와앱 보는중인데 옆에 커플이 오빠 얘기중이에요
-[경] 전국민이 알게 되었습니다 [축]
-나는..자랑스럽다..가끔 슬프지만 자랑스럽다..
-안녕 아리엘라 라고 말하라
-WJ 너의 주량은 내 발톱보다 작다
……댓글창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뉴스?”
“여기요.”
리혁이가 흐뭇한 미소로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실검?”
“캡쳐했어여! 저 잘했져?”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라이브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이게 다 경솔한 제 잘못입니다. 여러분. 일본어 공부를 회화 위주로만 해 버렸더니…….”
“초콜릿 위에 ‘정종’ 이라고 쓰인 것도 못 봤죠.”
“감독님이 귀한 거라고 주셔서 의심 없이 먹었는데, 앞으론 꼭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동생들이 근엄하게 말했다.
“저희가 용서하겠습니다.”
“야! 뭘 너희가 용서해!”
황당해하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물론 얼마 안 가 ‘우주 시~’ 해주는 모습에 금세 기분이 풀리긴 했지만.
팬들과 함께 오늘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나 일본 활동에 대해서 Q&A를 한 후.
“그럼 뉴카데미를 플레이해 볼까요?”
“저희가 내일 새벽 이동이라 라이브 종료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긴 했지만, 한 번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서!”
“플레이해 보겠습니당.”
게임을 다 섭렵했다고 호언장담하는 팬들의 도움을 받아 뉴카데미를 플레이하기로 했다.
콘서트 준비 때문에 그간 제대로 해보진 못한 터였다.
노트북을 켠 후, 사이트 링크에 들어가 플레이어명으로 ‘뉴블랙’을 입력했다.
뚠!
윈도우 특유의 ‘아니, 그거 아니야’ 하는 소리와 함께 알림창이 떴다.
[이미 사용 중인 닉네임입니다.]
우리가 눈을 멀뚱멀뚱 뜨자 채팅창에서 수플레들이 ‘ㅋㅋㅋ’를 쓰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말했다.
“영어로 해요. 우리.”
‘thenewblack’을 입력했지만 아무리 입력해도 이미 있는 닉네임이라고 뜨고 있었다.
막내가 제안했다.
“숫자 넣어 볼까여?”
‘뉴블랙123’을 입력했지만 거부당했다.
노블랙부터 선우주와 졸개들까지 정말 온갖 방식으로 우리 이름을 선점한 수플레들이었다.
비주가 웃으면서 제안했다.
“주량 한 방울 어때?”
“흐하핫! 그거 좋다. 그거로 해여!”
뚠!
“……있네.”
“…….”
우리가 뉴블랙인데 어떤 식으로든 뉴블랙과 연관된 키워드를 쓸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레몬엔터의 자식들’로 결정했다.
“자, 그럼 일단 초반 루트부터…….”
잔디밭에 누워 있는 주인공에게 지호가 다가오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예정대로 B루트. 대길이 루트를 탔다.
‘뉴블랙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는 정체불명의 흑막이 아카데미에서 마왕을 부활시키려는 줄거리다.
그리고 마왕의 5대 심복인 뉴블랙 멤버들을 회유해서, 마왕을 없애고 주인공이 마왕이 되는 이야기였다.
“장비부터 잔뜩 챙기려면 대길이 루트를 타야겠죠.”
“의견이 갈리네요. A루트가 좋다는 분도 있고. 일단 여러분의 도움 없이 저희가 최대한 플레이를 해 볼게요.”
“그리고.”
우리 막내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저희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잖아여? 저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저희가 플레이하면.”
“어쩌면 더 쉽게 클리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리혁이도 공감한다는 듯 말을 보태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잠시 채팅창에 정적이 흘렀다가 수플레들이 ‘ㅋㅋㅋㅋ’를 쓰기 시작했다.
“일단 중현이부터 찾아가자.”
감옥에서 흑염소로 변한 주인공을 이끌고, 다시 아카데미로 향했다.
중간에 악덕 상인의 눈에 띄어 흑염소 마차가 될 뻔한 일을 피하기 위해 ‘상인을 들이받는다’는 선택지를 고른 후.
아카데미에 도착한 주인공이 중얼거린다.
『 음메에.. 음메에.. (춥고 배고프다) 』
그리고 그 순간.
『 저런. 불쌍한 아이로구나. 춥고 배고픈가 보네. 』
밀짚모자를 쓴 중현이가 나타나 가여운 눈으로 흑염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음메에.. (내 말을 알아듣는 거야?) 』
『 그럼. 』
『 음메에.. (어떻게?) 』
『 한때 우정을 나누었던 흑염소 친구가 있었거든. 북부 지방의 염소 사투리는 내가 잘 알지. 』
아련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캐릭터의 모습에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캐릭터가 묻는다.
『 그럼 친구야. 내가 뭘 도와줄까? 』
▷ 음메에! (뉴블랙 아카데미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 음메멧!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
우리가 고민에 잠겼다.
지호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선택지가 거북해서 다들 A루트를 통해서만 플레이한 터였다.
조심스럽게 고민한 후, 당사자가 말했다.
“일단 1번이요.”
“오케이. 1번.”
1번을 누르자 캐릭터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 미안. 나도 몰라. 』
『 음메? 』
『 방학인 줄 알고 학교에 안 나갔다가 제적당했거든. 미안하지만 난 이 학교 학생이 아니야. 』
1번째 선택지가 회색으로 변하며 사라지고, 남은 선택지 2번이 떠올랐다.
“역시 2번인가.”
“인간이 되는 법부터 그러면…….”
캐릭터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 나도 몰라. 』
“아니. 아는 게 대체 뭐야?”
“게임을 해 본 건 별로 없지만, 아무 정보도 안 주는 이런 NPC는 처음 보네요.”
“근데 이거 되게 나 같긴 하다.”
당사자가 묘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을 때, 2D 중현이 말했다.
『 그렇지만 해답을 알 수도 있는 사람은 알지. 』
『 음메에! (알려줘!) 』
『 하지만 그 전에 나부터 통과해야 돼.』
화면이 깜빡깜빡하며 마치 풀숲에 숨은 포켓몬에 공격당한 듯한 이펙트를 냈다.
딴딴딴딴 하는 심각한 음악.
“……갑자기?”
HP와 함께 공격 선택지가 떠오르는 가운데.
여러 선택지를 열심히 살피던 우리가 뺨을 긁적긁적하고는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훈훈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역시 게임은 for가 아니고 with죠. 함께 플레이하는 맛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맞습니다!”
“게임 플레이보다 소통이 더 중요하죠.”
수플레들이 흥, 쳇 하며 채팅창에서 반응을 이어 갔다.
우리가 이내 공손하게 말했다.
“……도와주세요오.”
곧바로 중현이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꿀팁들이 나왔다.
그걸 고스란히 따라하자 2D 중현이 ‘좋은 승부였어!’ 하며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어우.”
우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벌써부터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야. 근데 뉴카데미 중현이가 해답을 알 수 있는 사람을 알려 준다고 했잖아?”
“어?”
결국에 아무것도 안 해 주고 떠난 2D 중현이를 보며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거나 아카데미 안으로 진입에 성공한 우리는 수플레들의 해답지를 듣고 게임을 플레이했다.
“리혁이 형 약점이 목젖이래요! 거기를 치면 역사 읊기를 못한다고! 일러스트에서 목젖을 클릭해여!”
“으아아아아!”
“수플레들이 초당 2번씩 하는 느낌으로 누르래요!”
마우스로 리혁이의 목젖을 열심히 클릭하기도 하고.
“왕지호가 뿌리는 돈이 지폐랑 동전 페이즈로 나뉜대요.”
“둘 다 피해야 된대?”
“동전은 맞으면 아픈데, 지폐 페이즈는 괜찮대요. 지폐에 맞으면 HP랑 MP가 회복된대요.”
“역시 돈이 최고구만…….”
막내의 돈 공격을 피한 후, 더 큰 돈으로 막내를 유혹하고.
“작업실! 으아아아! 가기 싫어!”
“죽어라! 죽어!”
“작업실 너나 가!”
“…….”
어딘가 모르게 진심이 담긴 동생들의 마우스 클릭에 멀찍이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수플레들의 도움을 받아 뉴블랙 아카데미의 미스터리를 풀고.
중간중간 잡몹인 우리도 처리할 때.
“아, 이건 잘 골라야 된다는데요.”
“랜덤이라 도와줄 수 없대요.”
고비인 비주 사과 고르기가 나왔다.
황금사과를 고르면 목숨이 1개 생기지만, 독사과를 고르면 꽤 플레이가 까다로워진다나.
우리가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
“비주야. 너만 믿는다.”
“저는 형의 사과 사륜안을 믿어여!”
“으음…….”
비주가 고민에 휩싸였다.
화면 속에서 2D 비주가 빨간 망토를 머리에 보자기처럼 뒤집어 쓴 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
캐릭터의 당사자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꼭지에 푸른색이 돌고, 광택이나 착색 상태를 고려했을 때… 오른쪽 사과요.”
“오른쪽.”
마우스를 딸깍 누른 순간.
사각- 하는 효과음과 함께 행복하게 웃는 2D 비주의 미소가 나왔다.
『 축하해! 』
“됐다!”
『 독사과야!』
“뭐?”
환호하던 우리가 눈을 깜빡이는 가운데, 해맑게 눈웃음을 치던 비주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만화에서 늘상 웃던 캐릭터가 무서운 표정을 짓듯.
『 잘 가라. 』
저벅저벅 사라지는 비주의 뒷모습 일러스트에 우리가 벙찐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당사자가 울상으로 손사래를 쳤다.
“저건 제가 아니에요! 형!”
“…….”
“다들 그런 식으로 보지 마. 저건 내가 아니라.”
그 순간, 빨간 망토를 뒤집어쓴 미소년이 화면 속에서 멈칫하곤 다시 돌아왔다.
『 ……저쪽이 아니라 이쪽이군. 』
그러면서 주인공 앞을 지나가는 비주의 모습에 우리가 돌아보았다.
“완전히 넌데?”
“으아아! 아니에요!”
그 동안 누군가 주인공을 유리관에 담았다.
백설공주 설화를 모티프로 삼았는지, 유리관에 있는 모습이 공주님 같다.
지호가 말했다.
“아, 저 알겠어여. 이제 여기서 왕자님이 와서 이놈! 하고 깨워 주겠네여.”
“키스겠지.”
“진짜 왕자님이 올 차례인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댓글창에서 수플레들이 ‘온다..!’ 하는 말을 썼다.
뭐가 온다는 거지?
이내 저벅저벅 하는 소리와 함께 왕자님 복장을 입은…….
『 안녕하십니까. 』
『 실례가 안 된다면 좋은 말씀을 전하고 싶군요. 』
……대표님의 등장에 우리가 숨을 삼켰다.
▷ 대화를 더 듣는다.
▷ 일어나서 이마를 때리고 도망친다.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
주저 없이 2번을 골랐다.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건방진 것…!’ 이라 말하며 대표님이 미친 듯이 추격하는 일러스트가 둥둥둥 다가왔다!
“으아아! 쫒아온다!”
“으아아아아! 저리 가요!”
“하아아아악!”
“죄송합니다! 대표님! 으아아아!”
* * *
다음 날 새벽,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했다.
요코하마 콘서트 준비와 더불어 다른 프로모션을 하기 위함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간사이 공항 때와 비슷하게 모여든 인파를 헤치고 공항을 탈출해야 했다.
그리고 저번의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차량에 타자마자 외쳤다.
“우!” “비!” “중!” “리!” “호!”
“석!” “민!” “원!”
매니저 형들까지 점호를 하듯 외친 후에 와아아- 하며 손뼉을 쳤다.
중현이가 물었다.
“근데 지호야. 너는 왜 호야?”
“지호니까여.”
“아하.”
알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동생들을 바라본 후, 차량 밖에 보이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곧바로 차량이 출발했다.
공항 주변에 주차되어 있는 방송국 차량들을 보며 석환 형이 혀를 찼다.
“관심은 이렇게 많으면서, 어떻게 불러 주는 곳은 하나도 없냐. 불러 주기는 싫은데 보고는 싶어 하고.”
“그러게 말이야.”
매일 뭘 할 때마다 소식을 내보내 주긴 하는데, 여전히 우리를 불러 주는 방송은 없었다.
아. 한 군데가 있긴 했다.
저번에 일본에 왔을 때부터 자칭 우리 아빠의 라이벌이라고 하는 하시모토 겐지인가 하는 분.
지금도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답을 하지 않는 중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계속 제안이 오네.”
“어디? 관광청?”
“응. 거기.”
일본 관광청에서 큰돈을 제시하며 유혹하는 중이었다.
미튜브에서 라멘을 먹으며 좋아한다거나 오사카, 도쿄 거리를 도는 ‘일본 탐방기!’를 올려달라는 요청이었다.
딱히 이 부분도 실익이 없어서 회사 차원에서 먼저 거절했다.
어쨌거나 저번의 일일 카페처럼 오프라인 프로모션은 잘 해내고 있었지만 TV 출연 등은 일절 못하는 상태.
오늘은 바로 그런 홍보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다.
“어, 계정 생겼네.”
미튜브에 「뉴블랙TV : World」 계정이 생겨 있었다.
영어 같은 다른 나라 언어를 사용하거나 기타 국제적인 컨텐츠를 진행할 제3의 채널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우리의 자체 일본 예능이 올라올 예정이었다.
동생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홍보를 하고 싶은데 TV에서 안 불러 준다면~?”
“우리가 TV 프로를 만들면 된다아~!”
동생들과 화음을 맞추며 구호를 외치는 동안 오늘 촬영을 할 스튜디오가 점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