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1화
시간상 다 보진 못하겠지만 어떤 식으로 편집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거 찍은 지 한 달 정도 되지 않았어여? 마에다 쌤 얼굴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여.”
“그러니까 말야. 한참 된 거 같아.”
촬영 이후 1개월 만에 올라온 컨텐츠였다.
뉴블랙TV의 다른 영상 댓글창에서 ‘그래서 월드 채널은 뭐냐구’ 하는 댓글이 베스트가 될 만큼.
계정이 개설되고 나서 한참 동안 활동이 없어서 모두가 궁금해하던 터였다.
당사자인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잘 나왔으려나?”
뉴블랙TV 월드 채널에 들어가자마자 감탄했다.
“진짜 그럴싸하다.”
“되게 일본 예능 로고 같아요. 형.”
비주의 말마따나 일본 예능에서 쓰일 법한 로고였다.
TV 컨셉 예능을 찍으려고 TNT가 나왔던 일본 예능을 보았는데 거기서 봤던 로고가 딱 이랬다.
썸네일부터 느껴지는 완벽한 로컬라이징의 향기.
“오…….”
영상을 눌러본 순간.
왜 이 영상이 올라오기까지 1달이란 준비 시간이 걸렸는지 바로 납득했다.
알록달록한 팝아트 느낌의 5인조 캐리커쳐 오프닝이 끝난 후.
‘요우코소~’ 하는 일본 성우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박. 성우까지 섭외했어여.”
자막을 켜자 한글 번역이 흘러나왔다.
-한국의 5인조 꽃미남 아이돌! 뉴블랙이 일본에 상륙하다!
고베, 요코하마 콘서트의 장면과 함께 깔리는 내레이션에 얼굴이 급격하게 화끈거렸다.
이륙 전의 긴장 때문에 차가워진 손을 뺨에 올려 열기를 식히는 동안 예고가 이어졌다.
(?)로 얼굴을 가린 마에다 쌤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놀라고.
삐- 처리된 (?)의 말에 우리가 박장대소를 하며 뒤집어지는 장면 등등.
-마침내 개업했다. 「뉴블랙 카페!」
그때부터는 촬영 내용 그대로 전개되었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뛰어난 연출과 편집이라고 할까.
우리가 TV 예능을 만들어 버리겠다며 기획한 컨텐츠긴 했지만 이 정도로 로컬라이징을 잘 할 줄은 몰랐다.
“와. 진짜 일본 TV 보는 거 같아.”
“자막도 딱 거기 폰트예요.”
자막부터 강렬한 원색 소품으로 가득한 세트장까지.
촬영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포인트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마에다 신!
마에다 쌤이 등장할 때도 화면에 ‘마에다 신’ 하는 이름과 함께 프로필이 떠올랐다.
성우가 읊어주는 내레이션까지.
곧이어 마에다 선생님과의 인터뷰 시간이 이어졌고.
-[이혼 당합니다! 반드시!]
촬영장에 가득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쩌렁쩌렁하게 전달되어 왔다.
역시 이건 나올 것 같긴 했다.
이륙 시간이 다가오는 바람에 재생을 멈춰서 아쉬웠지만, 기분은 몹시 좋았다.
“엄청 잘 뽑힌 거 같지?”
“퀄리티 진짜 좋은 거 같아여. 일본 수플레들도 좋아하고, 홍보도 잘 될 거 같구.”
“반응 좋았으면 좋겠다.”
너무 진지하고 정적으로 촬영한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뽑혔다.
다들 좋아하려나?
어떤 식으로 반응이 나올지 가늠이 되지 않아 궁금하다.
부디 좋기를 기원하며 닭 인형을 손에 쥐었다.
옆자리에서 바둑 잘 둬서 유명해진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를 읽던 조 이사님이 물었다.
“걔는 뭐니?”
“아. 얘요.”
꿰액, 하며 인사 시켰다.
“제 이륙 메이트예요. 브루스.”
“…….”
“이사님?”
승객들을 확인하러 승무원이 지나갈 때 이사님이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랑 모르는 사람인 척하려고 하시는 듯했다.
“이사니임…….”
속삭이면서 인형을 살포시 꾸위이 하고 누르자 조 이사님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 * *
아이돌 커뮤니티.
스크린샷과 함께 짤막한 글이 올라왔다.
[일본 예능 만든 뉴블랙]
(마에다 신과의 영상에서 주요 장면을 스크린샷한 모음)
+ 이건 영상 링크!
TV 예능에서 캡처한 느낌의 스크린샷에 질문이 주르륵 달렸다.
-오ㅋㅋㅋㅋ 잼써 보인다 어디 거야?
-헐 저기 tv에 언제 나간 거래..? 또 일본 갔었어?
-[작성자] 잉..? 안 나갔는디
-?
-[작성자] 자체 제작이야
-????
‘자체 제작’이라는 키워드에 당황하는 아이돌 팬들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뭘 본거람
-자체제작이라고?? 이게??
-제목에 ‘만든’ 지금 발견했다ㅋㅋㅋ
-뭐야 이건 또 뭐야
-ㅋㅋㅋㅋㅋㅋㅋ영상 끝날 때까지 눈치 못챘다 위화감 1도 없어
-자연스러웠다ㅋㅋㅋ
-다시 올려보니까 진짜 채널 로고 있는데 뉴블랙월드라고 적혀있네
덕질을 꽤 오래 해 왔던 이들도 잠시 속을 만큼 완벽한 퀄리티였다.
-성우분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 보이콧 좀 심한 거 같던데 어케 섭외했지
-돈
-눈앞에서 규호가 돈가발 쓰고 헤드뱅잉하는데 못 버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막 화려한거 보소
-ㄹㅇ 찐에서 나오는 바이브ㅋㅋㅋ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컨텐츠를 본 이들의 웃음도 함께 터지고 있었다.
-처음에 동공 지진 오는 거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머머리아재 : 여기가 어디여..?
-ㅅㅂ 반전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재 왤케 웃겨여ㅋㅋㅋㅋㅋㅋㅋ
-이혼당한다구요!!! 반드시!! 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보다가 진짜 현웃 터졌네
-아 진짜 올해 웃은거 중에 젤 크게 웃음ㅋㅋㅋㅋㅋㅋㅋ 넘 웃어서 턱 달달 떨린다
-처음에 약간 또라이 소굴에 놀러온 정상인st이어서 ㅋㅋ 했는데 본인이 제일 비정상이셨구
-대체 동공지진 왜 한거임??
-머머리 아재 진짜 호감이다ㅋㅋㅋ 조언해 주는거 보소
-ㄹㅇ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다.. 인성 실력.. 머리카락 빼고 다 가진 아재였자너
-규호랑 둘이 머친소 찍는 거 보고 싶다.. 찐우정될 거 같아
방송 내내 종횡무진한 마에다 신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뉴블랙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ㅋㅋㅋㅋㅋㅋ선우주 사기칠 때 나도 ㅇ_ㅇ 하고 같이 봄
-주사위 굴리기 = 랜덤 아님??
-뻔뻔하게 한국어로 이건 ‘우연’이라고 합니다 센세 하는거 봐ㅋㅋㅋㅋㅋㅋ
-이집 사기 맛집이네
-와 근데 일본어 다들 잘한다 ㄹㅇ
-일본 팬들 트윗 보니까 노력의 아이들 너무 멋져.. 이러고 있던데
-안웃기는거 빼면 다 잘하는 뉴블랙
-근데 내가 일본인인데 이거 보면 진짜 호감이긴 할듯
-ㅇㅇ 선배 가수한테 예우도 예우지만 아티스트로서 진지하게 대한다는 게 딱 보임
-아 뉴블랙이랑 지독하게 얽혀보고 싶다.. (본체 말고 얼굴들만)
이렇게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짤방은 다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여러분은 술을 멀리해야 합니다]
(‘이혼 당합니다. 반드시!’ 하고 외치는 마에다 신의 영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이거 뭐임?
-엌ㅋㅋㅋㅋㅋㅋㅋㅋ 개터졌네 진짜
-개웃기네 이 대머리 아조씨 누구임?
-뉴블랙은 일본 언제갔냐 ㅋㅋㅋ
-근데 술 좋아하면 부부 사이 파탄난다는 거 맞다.. ㄹㅇ 팩트임.. 그걸 어케 아냐고 묻진 말고..
-님 이혼당하심?
-개새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뭔지 모르겠는데 보러 가야겠다ㅋㅋㅋㅋㅋ
마에다 신이 남긴 희대의 한 마디가 짤방이 되어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중이었다.
절묘한 표정과 함께 굵은 자막까지 박힌 짤.
‘지금 핫한 머머리 짤방 아재의 꽃미남 시절’ 등이 올라오는 한편, 주옥 같은 발언도 주목 받고 있었다.
[지금 핫한 머머리좌의 띵언 list]
(스크린샷 모음)
1. 음주 = 이혼
2. 미모는 돌아오지 않는다 (feat. 눈코입은 소중한 생태계)
3. 여색은 멀리해라 커리어는 영원하다
+밑에 짤들은 겨우 웃음 참는 뉴블랙 반응
-야이ㅋㅋㅋㅋ뉴블랙 너넨 거기서 왜 필기하고 있냐고
-(필기하는 독재자 짤) 여..색..은.. 자제..
-뉴블랙 저기서 웃음 어케 참았냐ㅋㅋㅋㅋㅋ
-눈코입은 소중한 생태계라는데 저는 왜 시작부터 조진 상태인가요
-그건 님이 못생긴 거라 저분도 어쩔 수 없을 거 같아요ㅠㅠ
-아침부터 선넘ㅁ네 이 쌍놈이
-일단 조질 외모부터 줘라ㅋㅋ 미모는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일단 와야 돌려보내든 하지..
-근데 이건 ㄹㅇ 연예계뿐 아니라 스포츠도 통용되는거 아님?? 지금 떠오르는 먹튀만 해도..
-머머리님 말할 때마다 웃음 참는 거 개웃기네ㅋㅋㅋ 초등학교 존경하는 위인 1위 그짤 떠오른다
야구와 축구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여색은 멀리, 커리어는 영원하다’ 하는 짤이 화제가 될 때.
연예인들의 팬들이 모인 사이트들에도 발언은 화제가 되고 있었다.
[내 가수/배우에게 들려주고 싶은 머머리 신 조언]
(스크린 샷 모음)
지금 한창 핫한 그 머머리 신 발언임
들으면서 이마 탁 침
-ㄹㅇ 도움되는 조언이야ㅋㅋㅋㅋ 어케 저렇게 잘아냐
-(꽃미남 시절의 마에다 신 사진)
-산 증인이셨네..
-반박하고 싶은 사람이 있거들랑 저 머리를 보고 오라
-근데 저거 팩트 맞음ㅋㅋㅋ 씨발..
-저 사람이 뭔 말하는지 모르는 애들은 진짜 행복한 덕질하고 있는 거야..
-음주운전 구오빠 보고 있니
-근데 야 머머리 신 아니고 마에다 신이야.. 사탄이냐
그렇게 마에다 신의 발언이 여러 분야의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을 때.
이번 컨텐츠의 메인 타깃인 일본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었다.
* * *
일본의 수플레들이 SNS에 감상평을 남기고 있을 때.
아이돌과는 거리가 먼 일반 대중들도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에 도달하고 있었다.
‘음……?’
43세 주부인 카와사키 에리코는 처음 보는 영상에 당황했다.
‘뭐야?’
과거 노래나 공연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데, 대뜸 이상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마우스를 움직여 [x]에 커서를 올리려고 할 때.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데?’
굉장히 탁한 목소리지만 기억에 있는 목소리였다.
미튜브 재생 바에 커서를 올려 슥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마에다 신이잖아.’
학창 시절에 노래를 즐겨 들었던 가수였다.
팬들이 굉장히 많았었는데.
지금은 주간지에서 ‘폭삭 망해버린 가수 Top10’을 꼽을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뉴블랙?”
이쪽도 이름을 들어보긴 마찬가지였다.
마에다 신과 마찬가지로 안 좋은 쪽으로.
‘……으음.’
한국의 국민 가수라고 했나.
TV에서 이름을 들을 때마다 영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최근에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팬들이 논란을 일으켰다고 TV에서 그러던데.
자연스러운 연상 작용에 눈매를 좁히는 것도 잠시.
웃을 때마다 눈이 호강하는 비주얼에 마우스 커서가 브라우저의 [x]에서 점점 멀어졌다.
“흠흠.”
프랑스 디저트 세트처럼 다채로운 비주얼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니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1, 2분이 지나고 그녀는 빠지듯이 몰입했다.
80년대와 90년대 유행한 노래를 마에다 신이 직접 코멘터리를 해 주기도 하고.
돈을 내지 않고서는 보기 힘든 라이브 무대도 들어가 있었다.
오랜만에 추억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리고…….
‘아. 이래서 한국에서 유명해진 거구나.’
마에다 신의 숨은 명곡을 즉석에서 편곡하고 부르는 뉴블랙에게 감탄이 나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숨만 쉬어도 팬들이 달라붙었을 비주얼이기에 자연스럽게 실력은 별로일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대단해…….’
편곡을 맡은 우주는 물론이고 다른 멤버들도 각자 특기가 있는 범상치 않은 실력자였다.
일본에서 데뷔했다면 저마다 댄스, 보컬, 프로듀서 등으로 따로 흩어졌을 인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고 할까.
이러니 한국에서 잘 될 수밖에.
마에다 신과 함께 숨은 명곡 ‘나비의 집(蝶の家)’을 뚝딱 편곡해 부르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특히 머리를 슥슥 넘기는 서리혁에게.
‘귀엽다.’
분명 냉랭한 표정이었는데 노래를 부르니 따스한 공기가 들어간 솜 인형처럼 포근해 보인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작은 새처럼 새근새근 몸이 부풀었다가 줄어든다고 할까.
목소리는 또 어찌나 고운지.
“…….”
영상이 끝난 후에도 자꾸만 여운이 남았다.
에리코는 미튜브 검색창에 ‘나비의 집’을 입력했다.
몽환적이었던 멜로디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기에 원곡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포털에 ‘뉴블랙’을 검색했다.
‘역시나.’
평소에 자신이 TV에서 접했던 정보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하지만 뭔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
마에다 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던 뉴블랙과 평소 접하던 뉴블랙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했다.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었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수플레빵이나 TV 쇼를 통해 이름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 뉴블랙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한 번 더 봐야지.’
그저 뉴블랙에게 잠깐의 호기심이 있을 뿐이라고 되뇌며 미튜브를 켰다.
‘어느 방송국인지 알아내서.’
어디 채널에서 한 것인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음……?”
뉴블랙 TV World라는 기묘한 채널명에 당황하는 그녀였다.
방송국이 아니라 자체 제작인 듯했다.
당황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채널에 있는 다른 일본어 컨텐츠를 눌렀다.
그 동안 TV 시사프로에서 나오는 소리에 리모컨의 음소거를 눌렀다.
[한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뉴블랙을 밀어주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일 텐데요. 보시다시피 최근에는 지역 발전에 관한 정부의 광고를 수주 받아…]
조용해진 거실에 뉴블랙의 컨텐츠에서 나오는 배경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렇게 5분, 10분, 1시간에 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월드 채널에서 시작한 영상이 뉴블랙TV로 이어질 때.
일본 SNS의 실시간 트렌드에 뉴블랙의 예능이 오르면서 시끌벅적한 일들이 펼쳐졌다.
최대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트렌드에도 오르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악플과 비추천이 쏟아졌다.
-일본도 이제 다 망해버렸군www 이젠 침몰만 남은건가
-대체 이런 건 왜 보는거야 인생낭비 시간낭비
-이 시간에 댓글 쓰는 놈들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한국 아이돌들은 인상이 왜들 이렇게 쎈거야. 이목구비가 너무 쎄서 볼 때마다 부담스럽다
-일본 아이돌처럼 친근함을 흉내내보려는 모양인데 쉽지 않을걸
한국인들이 일본어 댓글 번역을 보고 ‘얘네는 제대로 디스하는 법을 모르나…?’ 하며 긴가민가할 때.
시끌벅적하게 이슈가 될수록 호기심을 느낀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이었다.
그 속도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한편.
일본의 음악 차트에 마에다 신의 ‘나비의 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뉴블랙이 싫다고 하는 사람들밖에 없는 온라인과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흘러 들어오는 변화였다.
* * *
미튜브 영상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싫어요 비율이 너무 높아서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감이 잘 안 오긴 하는데.
조회수를 보아하니 파급력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축하드려요. 마에다 선생님! ‘나비의 집’이 음원 차트에 올라갔다면서요.」
「축하는 무슨 축하? 귀찮아 죽겠어.」
안부를 묻는 통화에서 상대가 혀를 찼다.
「퇴물 취급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TV에 나와 보는 건 어떠냐고 전화를 해대는데.」
‘개똥 같은 것들’ 하며 적나라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시는 말씀에 잠시 수화기를 멀리했다.
그래도 기분이 몹시 좋으신 듯했다.
이런 관심이 얼마 안 가 떨어질 거라 생각하기에 스스로를 단속하시는 쪽에 가까울 뿐.
「내가 오른 차트라고 하는 것도 별 거 아냐.」
「그런가요?」
「이 나라에는 차트만 수십 개라고.」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쪽은 차트가 워낙 다양해서 우리나라처럼 ‘와! 망고 차트 진입!’하는 느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좋은 일이잖아요. 기뻐해야죠. 선생님.」
「퇴물한테 일시적으로 주어지는 관심이지.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네. 선생님.」
「내 조언을 다시 한번…….」
선생님으로부터 30분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에 또 안부 전하겠다고 통화를 종료하고는 인터넷과 미튜브를 마저 둘러보았다.
막내가 태블릿 PC를 보며 말했다.
“어딜 가든 마에다 쌤 얼굴이 보이네여. 그게 임팩트가 진짜 대단하긴 했나 봐여.”
“그럴 만하지.”
한국이랑 일본 인터넷 곳곳에 ‘이혼 당합니다! 반드시!’가 컬트적인 밈으로 등극해 있었다.
비주가 물었다.
“근데 마에다 쌤은 괜찮으실까요? 개인사 언급을 꺼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안 그래도 제작진 분들이 먼저 물어본 것 같은데. 흔쾌히 허락하셨대.”
자신의 숨은 명곡이 차트에 오른 것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걸 더 좋아하시는 듯하긴 했다.
그나저나 예상 외로 반응이 크게 오긴 했다.
잔잔하게 미튜브 영상 하나 올라오고 소소한 화제 정도로 끝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일본 네티즌들의 도움 덕분에 큰 화제가 됐다.
“비추가 몇 개야? 이게 다 돈이었으면 좋겠다.”
“와. 진짜 늙은이 같은 소리…… 아앗!”
지호를 보며 고소해하던 리혁이가 말했다.
“이 사람들 바보라니까요. 관심을 안 가져 주는 게 훨씬 무서운 건데. 이러면 사람들이 궁금해서 더 찾아보게 되잖아요.”
“이 정도면 어둠의 수플레 아닐까요.”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적절한 표현이다.
그런 식으로 ‘뉴블랙! 꺼져라!’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일반인들이 ‘뭔데? 뭔데?’ 하고 관심을 가진 것 같다.
물론 미튜브 영상 하나로 얼마나 영향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걸 보고 호감을 가져 주는 이들이 더 생기면 좋은 일 아닐까.
일본어로 된 악플들이 베스트에 가득해서 거슬리긴 하는데…….
“스페인어 쓰는 수플레가 욕 쓰고 있어여.”
“여긴 러시아어.”
“와. 영어로도 이렇게 욕을 찰지게 할 수 있는 거였구나…….”
보고 있는 우리가 신체 부위나 장기의 위치를 더듬을 만큼 섬찟한 댓글이 많았다.
Nine의 뮤비가 1억 뷰를 찍은 뒤부터 부쩍 외국 팬들의 댓글이 한층 더 늘어난 듯하다고 할까.
그쯤에서 태블릿 PC를 닫고 일어섰다.
“자. 슬슬 회의 참석하러 가자. 졸개들아.”
“조금 더 보고 싶은데…….”
간만의 웹서핑이라 그런지 밍기적거리는 동생들의 모습에 웃었다.
“제일 먼저 일어나는 사람 졸개1.”
“저! 저요!”
소파에 누워 있던 비주가 총알 피하는 매트릭스 주인공처럼 코어 힘만으로 일어섰다.
졸개1이 되어 싱글벙글해 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동생들을 이끌고 3층 회의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A&R팀,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뉴블랙 TF팀도 노트북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
오늘은 바로 타이틀곡을 선정하고 의상 같은 세부 컨셉을 의논하는 자리였다.
“잘 쉬었어?”
“네.”
자리에 앉는 나에게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안부를 물어왔다.
“곡은? 이번에 제출했어?”
“아, 네.”
“다행히 완성했구나. 고생 많았어.”
나상윤 피디를 비롯해 직원들이 고생했다는 듯 어깨를 두드려 주거나 격려의 시선을 보냈다.
“아니, 저 그…….”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작곡가들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곡이 막혀서 많이 당황스러웠지? 근데 괜찮아.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야.”
“내가 살다 살다 선우주가 곡 막히는 것도 다 보네.”
“그러다 슬럼프가 오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끔 이럴 때도 있는 거야.”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선배 작곡가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저…….”
입이 안 떨어졌다.
지호와 리혁이가 날 보고 자기들끼리 꺄르륵 웃다가 싸우기 시작하고, 비주와 중현이가 작게 화이팅 해 주었다.
왜 이렇게 가슴이 콱 막힌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
“다들 잘 지냈나?”
대표님이 조 이사님과 본부장님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자리 정돈이 끝나고 이사님이 블라인드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타이틀곡을 선정하기 위한 블라인드 투표입니다. 랜덤으로 재생을 할 거고요. 각자 가장 좋았던 두 곡을 골라 결선 투표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후.
진지한 침묵이 감도는 회의실에 첫 번째 곡이 울려 퍼졌다.
“……아.”
초장부터 낙화였다.
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내가 입술을 달싹일 때.
그 변화를 감지했는지 맞은편에 앉아 있는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눈을 살짝 깔았다.
민망해할 나를 위한 배려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이며 인트로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10초도 지나지 않아 ‘!!!’ 같은 표정과 함께 프로듀싱 팀 직원들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
분개한 민초들이 눈을 이글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