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92화
부들부들하던 나상윤 피디님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른 작곡가들도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이번 곡이 좋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직원들이 고개를 까딱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눈빛을 교환하는 게 보였다.
‘진짜 좋은데?’ 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3분 40초에 이르는 곡이 끝났을 때.
“누구 곡인지 안 봐도 알겠네요.”
석환 형의 말에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의실 사람들이 날 바라보는 사이 본부장님이 너스레를 떨었다.
“이 정도면 곡에도 지문이 있다고 봐야지.”
“진짜 좋네요. 첫 번째 곡. 누가 쓴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너무 귀에 쏙 들어오는데요?”
홍서영 과장님의 말에 다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A&R팀 직원들이 말했다.
“최신 유행하는 흐름과는 궤를 달리하기는 하는데 곡이 엄청 좋네요.”
“후크 송이 아닌데도 자꾸 귀에 멜로디가 쏙쏙 박히고. 이제 진짜 큰 거거든요.”
“불꽃놀이 컨펌했을 때랑 전반적으로 느낌이 비슷해요.”
이대로 바로 공개해도 될 거 같다는 A&R팀의 칭찬이 이어졌다.
프로듀싱팀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프로듀싱팀도 이하 동문입니다. 리스너 입장을 떠나 작곡가 입장에서 봐도, 곡이 말도 안 되게 좋아요.”
“오호.”
박규호 대표님이 물었다.
“그 정도로 노래가 좋은가?”
“예. 보통 노래가 성공하려면 인지도와 곡 퀄리티, 두 가지가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나상윤 피디님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인지도가 어마어마하게 확보되어 있는 상황에 노래도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으니까요.”
“그렇구만.”
초장부터 좋은 곡이 나와 모두가 밝은 표정이 된 가운데, 대표님이 손짓을 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다시 집중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렇게 2시간가량 노래 감상과 리뷰 시간을 마친 후.
“결과 보고드리겠습니다.”
TF팀장이 회의실 스크린에 결과를 띄웠다.
“만장일치로 1번 후보곡이 타이틀로 선정되었습니다. 1번 곡의 이름은 작곡 : 뉴블랙, 작사 : 뉴블랙의 ‘낙화’입니다.”
동생들과 테이블 밑으로 손뼉을 마주쳤다.
다들 박수를 쳐 주는 동안 맞은편에서 눈을 가늘게 뜨는 프로듀싱팀 직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안한 듯 웃자, 이내 ‘으이구’ 하는 표정들이 돌아왔다.
“우주가 이번에도 큰일 했네.”
대표님이 웃으며 말했다.
“듣자 하니 제주도에서 귀신이랑 같이 만들었다면서.”
“네. 리얼리티 찍으면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모두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귀신은 아니고…….”
우리가 ‘귀신 아니에요’ 하고 했지만 다들 웃어넘겼다.
그저 귀신이 용하다면서 거기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 농담이 나올 뿐.
그렇게 회의를 거쳐 타이틀곡과 수록곡까지 결정한 후.
타이틀곡에 선정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앨범 제목에 대해서도 밝혔다.
“제목으로 뉴블랙 미니 4집 ‘별(別) : Into the Black’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거든요.”
일어나서 화이트보드에 글씨를 썼다.
한자로 헤어질 별을 주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는 Into the Black을 써서 이제 새롭게 검은색으로 진입하는 걸 알리는.
데뷔 싱글부터 시작해서 ‘만남과 이별’을 주제로 하는 6부작을 마무리 짓고 하반기에 나올 정규 1집과 연결하는 제목이었다.
“저번 스페셜 앨범과 연결해서 Intro에 ‘별(別)’을 담고. Outro에는 중현이가 쓴 ‘Into the Black’ 랩 퍼포먼스를 넣는 걸 생각 중이에요.”
“괜찮네.”
조규환 이사가 의견을 밝혔다.
“앨범 커버에 꽃잎이나 별을 써도 되고.”
“그것도 좋네요.”
그런 식으로 얼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음원이 나올 시기에 차트가 어떨지 A&R팀이 최신 트렌드를 브리핑해 주었다.
“최근 아이돌 음악은 두 부류로 나뉘어 있어요. 하나는 Nine 풍으로 나온 음악들이고.”
Nine과 비슷한 곡들이 진짜 많았다.
작년 하반기에 Nine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게 올해 상반기에 트렌드로 굳어진 모양이었다.
요즘 차트 들으면서 우리랑 비슷한 게 많다고 생각한 게 진짜였구나.
“Nine이 역병을 퍼뜨렸다는 말이 작곡가 커뮤니티에 나올 정도로 파급력이 컸거든요.”
“아앗…….”
“스트릿보이즈나 틴스피릿처럼 컨셉 확고한 팀이 아니면 다들 Nine 같은 컨셉을 한 번씩 건드려 보는 것 같아요. 해외 인기도 노릴 겸.”
그 외에 차트 최상위권은 드라마 OST였다.
한류스타 이견우와 곽시현이 투톱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초대박이 터지면서 OST도 줄 세우기를 하는 중이었다.
장소원이나 윤찬혁, 차우현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그 밑으론 Something을 비롯해 최근에 나온 봄 시즌 송이나 발라드가 상위권에 있고.
“썸씽은 또 차트인 했어요?”
“또 들어갔더라고…….”
매년 봄마다 각설이처럼 돌아오는 곡의 등장에 잠시 회의실에 웃음이 감돌았다.
그동안 A&R팀장님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곡을 눌렀다.
트로피컬 사운드가 살짝 가미된 청량 사운드.
“이게 가장 큰 변수인데…….”
“리얼리티네요, 세레니티 노래. 발매되자마자 들었는데 엄청 좋더라고요.”
중독성이 엄청난 청량 후크 송.
미국의 하이틴 무비 컨셉으로 컴백한 걸그룹 세레니티의 노래 REALITY였다.
지금 차트를 씹어먹고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노래였다.
듣기만 해도 청량함이 퍼지는 인상에 모두 웃었다.
“1위할 만하지.”
상반기 1위는 거의 확정이라고 들었다.
나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연간 1위까지 점칠 정도로 정말 성적이 좋다나.
우리도 제주도 리얼리티를 찍는 동안 곳곳에서 들은 노래였다.
“세레니티 쪽이 분위기가 엄청 좋아요. 이번에 초동 8만 장을 넘겨서 기록을 깨기도 했고.”
2세대 원탑이었던 데일라잇 선배님들을 뛰어넘어 걸그룹 초동 1위를 차지했다는 모양이었다.
그 뒤로 NYX나 블링크가 스칼렛을 추월해서 2위가 되기 위해 바짝 뒤따라가고 있고.
2년 차인 하이컬러도 뜨고 있고.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3세대 걸그룹들이 하나둘씩 터지고 있는 추세였다.
그리고.
“이번에 청량으로 대박을 쳐서 다른 걸그룹도 비슷한 장르를 많이 낼 거 같은데…….”
대중들이 청량하고 시원한 곡을 들으며 좋아하고 있을 때.
봄이 한창인 5월에 우리가 ‘꽃이 집니다…’ 하고 아련하게 나올 게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에 대해 TF팀 직원이 말했다.
“확실히 계절이 애매하긴 하네요. 이런 건 추울 때나 쌀쌀해질 때 나와야 대박인데.”
“하긴 이게 독특한 장르기도 하고…….”
“근데 Nine 때도 차트에 비슷한 곡이 하나도 없긴 했잖아요. 지금에서야 트렌드가 된 거지.”
지금까지 크게 히트한 적 없는 낯선 장르를 시도하기에 다들 고민이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될 수 있을지 모두가 머리를 끙끙 싸매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비주가 제안했다.
“차트 곡들을 듣고 나서, 낙화를 다시 한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거 좋네.”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들을 연달아 들은 다음에 다시 한번 낙화를 재생했다.
이질적이지만 얼마 안 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느낌.
이견 없이 모두가 낙화의 원곡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청량한 노래들로 가득한 차트와 더불어 불안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근데 세레니티가 부른 REALITY 장르 말이야.”
회의가 끝나고 A&R팀 직원 하나가 지나가듯 말했다.
“너희 데뷔곡이랑 비슷하지 않아? 불꽃놀이랑 느낌이 비슷한 거 같은데.”
“맞아. 청량한 느낌이 비슷하더라고.”
모두가 동의하는 가운데 내가 말했다.
“같은 하우스 계통이라서 그런 걸 거예요. 저희는 그때 딥하우스 쪽으로 갔고. 이쪽은 트로피컬을 가미했고요.”
“그러네. 불꽃놀이도 지금 나왔으면 이렇게 히트했으려나…?”
“확실히…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긴 한데 불꽃놀이가 좀 이르게 나온 감이 있긴 했지.”
지나가는 말씀들이긴 했지만, 그 말에 동생들과 왠지 모르게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낙화도 설마 시기를 앞서간 곡이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막내가 형들의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요리조리 올렸다.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
“입력 완료.”
우리가 OK를 그리며 웃자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잘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잠시 심리적으로 초조했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있을 때.
“선우주우우…….”
다크서클이 퀭한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미라처럼 손을 내밀며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어깨와 손목에 파스가 가득하다.
이윽고 날 흉내 내기 시작했다.
“어떡하죠. 이번에 곡 진짜 막혀서 큰일 났어요.”
“혹시 슬럼프는 아닐까요.”
“이번에 곡에 대한 감을 좀 잃어버린 건 아닌가 싶어서…….”
“…….”
째려보는 이들의 모습에 내가 눈을 피했다.
동생들이 깔깔 웃으며 ‘많이 혼내 주세요!’ 하고 외칠 때, 내가 지갑을 꺼내 들었다.
“눈꽃등심.”
“……!”
“인당 5인분.”
“……!”
“쏘맥 무제한 제공.”
분노가 사르르 풀린 직원들과 우정의 악수를 나누었다.
나상윤 피디가 물었다.
“술 말고 작업 기피권 1장 안 돼?”
“그건 안 돼요.”
단호한 대답에 직원들이 짐짓 울상을 짓는 척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진짜 안 돼~?”
“네.”
“그래. 고기나 먹어야겠다…….”
* * *
앨범 기획 회의를 마친 후.
며칠간 정신없이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 만나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할 일이 진짜 많았다.
“이번 안무는 곡선을 강조했으면 좋겠어요.”
비주를 중심으로 안무가에게 춤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을 기용했는데, 이번에는 한국 무용을 전공했다는 국내 안무가분을 고용했다.
안무의 세세한 동작을 위해 사극에서 액션을 맡은 분에게도 자문을 요청하고.
“안녕하세요!”
스타일리스트 김 실장님과 함께 디자이너를 찾아 의상 의뢰를 하기도 했다.
외국 패션쇼에 한복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서인아 선생님이었다.
오피스 회의실에 앉을 때.
“가수분들도 오셨네요?”
“아, 저희가 프로듀싱을 맡고 있어서요.”
“아. 그럼…….”
TF팀장인 석환 형과 스타일리스트 실장님 사이에서 어디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할 때.
김 실장님이 손으로 우릴 가리켰다.
“먼저 이 친구들에게 말씀하시면 돼요. 여긴 정말, 이 친구들 중심이라.”
“아. 네.”
직접 앨범 제작까지 하는 줄 몰랐다며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동생들이 노트북을 꺼내 미리 준비한 PPT 인쇄본을 건네주자 더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빼곡한 메모가 적혀 있는 종이들.
안타깝게도 내 메모는 없었다.
의상에 대해 멋진 의견을 제시하니 동생들이 세상 싫다는 표정으로 응했기 때문이었다.
“오… 엄청 꼼꼼하게 준비를 해 주셨네요.”
“네. 그래야 일하실 때 편하실 거 같아서여.”
꼼꼼하게 살피던 디자이너님이 말했다.
“특별하게 설명 안 해도 될 만큼 엄청 잘 적어 주셨는데요. 아이돌 의상 진행하면서 이렇게 요구사항이 명확한 경우는 또 처음이라…….”
신선하지만 좋다는 반응이 나올 때 비주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저희의 바람이고, 디자이너님께서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로 생각해 달라는 이야기죠?”
“네. 맞아요.”
서인아 디자이너가 몇몇 가지를 묻고 동생들이 답을 해 준 후.
김 실장님이 본격적으로 세부 디테일에 대해 업계 용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미팅을 마친 후.
“뉴블랙처럼 큰 그룹 의상을 맡는 건 처음이라 좋긴 한데…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해요.”
“네? 어떤 부분이요?”
“의상 특성상 개량이 좀 많이 들어갈 텐데. 그걸 안 좋아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전에 우리 말고 다른 보이그룹의 의상을 담당했는데.
‘이게 무슨 한복이야?’ 하면서 SNS에 찾아와 욕설을 퍼부은 사람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단 모양이었다.
“이게… 복식 관련해서 교수님들한테 자문까지 구했던 거거든요. 그런데도 그건 한복이 아니라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작업해 주세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은 저희가 인터뷰를 하면서 언급할 거기도 하고. 또 저희 미튜브에 나오셔도 되거든요.”
“미튜브요?”
“네. 팬분들 대상으로 하는 계정이 있는데…….”
의상에 대한 비하인드를 밝히는 코너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니, 상대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실무적인 문제로 실장님과 석환 형은 남고, 우리는 스케줄을 위해 이동했다.
“으어어…….”
홍삼을 열심히 쭉쭉 빨아 먹어도 피곤했다.
그거 같다.
게임에서 빨간 피라서 물약을 먹는데 눈금 조금만 차는 느낌.
“홍삼 나도 하나 줘 봐요.”
“저두여… 이제 고3 됐더니 늙었나 봐여.”
녹음이다, 안무 준비다 해서 2~3시간씩 잠을 자니 죽을 맛이었다.
무엇보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탓에, 몸을 움직일 절대적인 열량이 부족했다.
내게 건네받은 홍삼을 쭉쭉 빨아 먹는 동안 지호가 말했다.
“근데 미프 얼른 녹화했으면 좋겠어여. 이제 다음 주인가?”
“아마도.”
“그거 보고 나면 지금 디자이너 쌤처럼 다들 ‘오?’하고 그러진 않을 거 아니에여.”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꼭 ‘아, 저희가 프로듀싱을 해서요’하고 설명을 한 번씩은 한 것 같다.
다들 ‘진짜 프로듀싱을 한다고?’하며 반신반의한다고 할까.
만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프에 출연하고 나면 그런 의문은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게 막내의 생각인 모양이었다.
“뭐. 그것도 막상 녹화해 봐야 알지.”
다음 스케줄을 위해 촬영 스튜디오로 향하는 동안 동생들과 흥을 돋우며 차창을 열었다.
봄 냄새를 물씬 풍기는 3월 말.
겨울 기운은 완벽하게 물러나고 바야흐로 봄이 와 있었다.
* * *
금요일.
평소처럼 PBS1의 <지금 내 고향은>을 시청하던 노년층은 볼륨을 9에서 7로 내렸다.
그러다 ‘아’하는 소리를 냈다.
보통 후반부에 접어들면 등장하던 뉴블랙 때문에 하도 시끄러워서, 볼륨을 미리 낮추는 게 습관이 되었던 터였다.
하지만.
‘이제 나오지도 않는구만…….’
다시 볼륨을 9로 올렸다.
어딘가 아쉬웠다.
처음에는 하도 시끄럽고 쟤들은 뭔가 싶었는데, 3주가 지나고 나니 동네 똥강아지들마냥 정이 든 터였다.
‘나오지나 말지.’
괜히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금요일의 마지막, 프로그램의 마지막 즈음에 남자 아나운서가 색다른 멘트를 했다.
-오늘 금요일을 맞이해서 아주 특별한 손님이 또 한 번 와주셨죠?
-맞습니다. 잠시 떠나갔던 그리운 손님이 돌아왔는데요.
봄철 나물 얘기인가 싶을 때.
-<지금 내 고향은>에 바로 뉴블랙이 돌아왔습니다!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었다.
외부 스튜디오에서 녹화한 뉴블랙의 영상이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저희 많이 보고 싶으셨나여? 저는 너무 보고 싶었어여!
-네! 2016년 지역 균형발전 홍보대사로 선정된 저희 뉴블랙이 내 고향의 행사 알림이로 복귀했습니다!
코너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 1분가량 ‘다음 주의 지역 축제는~?’하며 알려준다는 모양이었다.
소개하는 행사와 관련된 의상을 입은 채 발랄하게 웃는 멤버들.
시청자들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특히나 제주도에서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누군가는 더욱 행복한 기분이었다.
서귀포 야시장에서 ‘다시 안 나오냐’고 물었던 그녀에게 도착한 엽서 때문이었다.
[약속 지켰어요! 오늘 꼭 시청해 주세요] -뉴블랙 우중이와 부하들♡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오는 긍정적인 피드백에 제작진이 미소를 지을 때.
비슷한 시각.
수플레들은 팬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떡밥들을 받아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 내고향 기차) 뉴블랙 cut
-와앱에서 제주도 분이랑 약속했다는게 오늘 방송인가? ㅠㅠㅠ
-면세점 광고 올라온 듯ㅋㅋㅋ (링크)
-중현이 수트 입은 거 어디 광고야???
뉴블랙이 3월 초에 찍었던 광고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한류스타 이견우와 곽시현, TNT 등에 이어 Duty Free 송을 부르는 뉴블랙 멤버들의 광고.
그리고 일상 속 자유를 주제로 찍은 광고도 있었다.
[때로는 자유롭게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패션 센스가 좋은 옷들이 담긴 옷장을 바라보며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우주.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비주.
집에서 조용히 독서하는 중현.
리혁이 노트를 쓰다 말고 꼬깃꼬깃 구겨 등 뒤로 던지는 장면과 지호가 요리를 하는 장면까지.
-세상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어ㅋㅋㅋㅋㅋㅋ
-광고 담당자님 누구야 일 안했어?
-여러분은 지금 길을 잘 찾는 김비주를 보고 계십니다ㅋㅋㅋㅋㅋ
-다들 DA면세점에서 올려준 비하인드 봐봐ㅋㅋㅋ 거기서 비주 길 잃고 있음
-이 정도면 허위 광고로 고소당할 수준
-일상 속 자유 = 그런 거 없다는 뜻인 거임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은 이거 보고 우아아 하겠지..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집중이 안돼ㅋㅋㅋㅋㅋ
-우리 엄마도 보고 갸웃함
일부러 캐릭터들을 바꿔서 진행한 광고에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요즘 대세라는 호칭답게 쏟아져 나오는 광고 숫자에 감탄이 나올 때.
-올해 주요 기획사들 실적.. TJ 엔터 부동의 1위
-화이 엔터 2년 연속 ‘적자’, 적신호 켜졌다
-틴스피릿, 세레니티 등 ‘대박’.. MOP 엔터 역대 실적 최대치
아이돌 커뮤니티에는 3월 말이 되면서 전년도 기획사들의 실적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중에서 4대 기획사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곳이 있었으니.
[레몬 엔터 2015 매출 838억.. 전년 대비 400억 상승]
(기사 스크린 샷)
‘매출 증가액 중 뉴블랙이 기여한 부분은 350억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고 함
바로 838억의 매출을 올리며 2015년 기획사 중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린 레몬 엔터테인먼트였다.
-대박ㅋㅋㅋㅋㅋ
-이거 일본 투어 반영된 거임??
-ㄴㄴ 전년도라서 2015년만 따진 거임
-‘뉴블랙이 기여한 부분은 350억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거 보고 소극장 투어 무료로 한 이유 깨달음
-영업이익 별로인데?? 일단 매출원가 존나 높네
-저기 님아.. 매출원가 높은게 나쁜 게 아니에요.. 니 오빠들한테 그만큼 지급수수료로 정산이 잘 된다는 거라고
-미쳤네.. 증가액에서 기여한 것만 350이면 거의 400억 아님?
-회사 매출 절반이 뉴블랙이네ㅋㅋㅋㅋㅋㅋ 이러니 규호가 출근할때마다 싱글벙글이지
-스칼렛으로 아이돌 시장 처음 뛰어들어서 그렇지 레몬 ㅈ소 아니라니까
그와 함께 2015년 기획사들의 실적에 대한 이야기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2015 주요 기획사들 실적 + 레몬 엔터 추가]
(전체 기획사들의 매출 순위)
아이돌 기획사만 따지면 TJ(2700억) > MOP(2300억) > SNH(970억) > 레몬(840억) > KM(750억) 순임
그 다음이 DNS랑 화이 정도인데 거기서부터 격차 확 벌어짐
-레몬 언제 저렇게 치고 올라왔냐;;
-뉴블랙이 진짜 잘 되긴 했구나.. 인생 완전 한방이네
-당기순이익 따지면 mop가 더 위 아닌가?? tj 별로 실속 없는 듯
-시총은 tj가 1위임
-올해는 mop가 탑 찍을듯ㅋㅋㅋ 틴스피릿이 지금 초대박인데 세레니티도 잭팟 터졌자너
-텐티가 tj 매출에서 꽤 클텐데.. 이번 재계약 때 장한별 나간단 썰 파다하지 않음?
-장한별 개인 매출 > tnt 전체 중국 매출
-여태 둘기 안 한게 용하지ㅋㅋ 나 같아도 나간다
-플로우 진짜 쓰레기같네.. 보다 보면 까들이 누구보다 tnt 해체 원하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팬들 다 예민한데 ㅅㅂ 존나 약올리듯이 살살 긁네
-틴스 작년에 편법으로 겨우 앨범상 하나 탄거 가지고 기세등등하네 어이털려ㅋㅋㅋㅋ 언제부터 니들이 대상 그룹이었냐
-근데 객관적으로도 텐티 올해가 마지막 아님?? 10대는 틴스랑 늅이 다 먹어버렸고 장한별도 나가면 완전체 활동은 나가리고.. 유닛 아님 솔로밖에 답 없을 텐데
-km 기세 많이 죽었네
-요즘 애들은 당기순이익으로 덕질하냐; 이 바닥은 어째 나날이 기괴해지네
기획사들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아이돌 커뮤니티에 다시 한번 혼란과 파괴의 현장이 벌어질 때.
레몬 엔터테인먼트의 사옥 앞에서는 PBS 로고가 붙은 차량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장비를 들고 바쁘게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자, 촬영 준비 시작합시다!”
바로 ‘미스터 프로듀서’의 제작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