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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55)화 (45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55화

대본 리딩이 끝난 후.

TBC 방송국의 공식 SNS 계정에 현장 사진이 공개됐다.

@TBC

(출연진 모두가 대본집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단체 사진.)

<우리 가족은 외계인> 대본 리딩 현장 최초 공개!

외계인들 케미가 벌써부터 뿜뿜♡

8월에 만나요!!

#TBC #주말시트콤 #우리가족은외계인

시트콤 침체기인 2016년에 나온다는 신규 주말 시트콤.

거기에 서노을, 양옥분 같이 인지도 있는 배우들, 그리고 뉴블랙 우주라는 최고의 시청률 요정까지.

8월 중순 방영을 앞두고 현재 가장 핫한 드라마가 바로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었다.

그 때문에 대본 리딩 사진이 공개된 이후 기사들이 쭉쭉 올라왔다.

-TBC 외계인 가족.. 관전포인트 5가지 “흥행할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은 외계인’ 대본 리딩 사진 공개, 가족 시트콤의 반가운 귀환

-TBC 주말 시트콤, 다시금 시트콤 바람을 불러올까?

외계인 가족은 연예부 기자들을 비롯해 많은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드라마였다.

‘이거 먹힐까…?’

지금은 시트콤이 막을 내렸다고 해도 무방한 시기였다.

많은 시트콤이 부활을 꿈꾸며 TV에 나왔지만 대부분 맥을 못 추리고 폐지되거나 싱겁게 종영했다.

드라마 업계에서도 사장되는 장르가 시트콤이지 않던가.

그런 까닭에 ‘우리 시트콤 할 거예요~’ 하는 제작사가 있다면 너희 돈 많나 보구나 하며 박수를 쳐 주는 상황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또 시트콤 도전…? 하고 말 텐데.

‘……뉴블랙이 저 시트콤에 나온다고?’

업계 최고의 아이돌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드라마 관계자들이 술렁였다.

아이돌판에서 행운의 너구리 같은 존재.

앨범도 매번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고, 얼마 전에 들어간 미스터 프로듀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솔로 가수로 데뷔한 한태현의 곡을 맡아 현재 차트 5위권 내에 안착시켰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뭐가 잘 될지 족집게처럼 콕 집어내는 듯한 느낌.

실상은 졸개들의 5단 필터를 거쳐 나온 것이지만 관계자들 눈에는 뭐가 잘 될지 아는 것처럼 보이는 뉴블랙이었다.

‘진짜 저것도 잘 되려나…?’

올라오는 대본 리딩 사진도 그렇고, 어딘가 모르게 흐름을 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 때문에 기업 관계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HBS 쪽에 주려고 했던 PPL 말이에요. 방향을 돌려서 저길 노려보는 건 어떨까요?”

“대본에서도 무조건 저 우주가 하는 배역이랑 연관 있는 장면에 나오도록 해야 돼요. 젊은 친구들이 일단 뉴블랙이 뭘 먹거나 입으면 궁금해서 꼭 따라하더라고요.”

“수소문했는데 이게 숨은 보석이랍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짐이 심상치 않다고…….”

얼마 안 가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제작사인 곤 픽처스에 문의 전화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예? 저희한테 광고요? 왜요? 아니, 아니. 정말 죄송합니다. 어디 홍보팀이라고 하셨죠?”

곳곳에서 쏟아지는 광고 문의에 곤 픽처스의 김우용 대표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실에 함께 있는 황정연 작가과 황정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일이래요?”

“대본 리딩 끝나고 매니저들 입 통해서 소식이 퍼졌나 봐요. 드라마가 잘 될 것 같다고.”

“…리딩 때 분위기가 범상치 않긴 했지.”

배우들이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와 감독도 리딩을 하면서 묘한 성공의 분위기를 느낀 터였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런 일들이 생길 줄은 몰랐다.

황정연 작가가 말했다.

“정구야.”

“응?”

“우리 예산 좀 계산해 보자.”

“잠시만.”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황정구 감독이 추정 예산을 말하자, 황정연 작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그러면 UFO 더 써도 되나? 출연시키고 싶은 다른 별 외계인들도 있었는데…….”

“마음껏 써, 누나. 마음껏.”

“대본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CG를 더 쓸 수 있다…?”

남매가 사이좋게 크으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러곤 정글북에 등장하는 곰처럼 핸드폰을 꼼지락거리는 김우용 대표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문의 톡을 작성하는 김우용 대표.

“뭐하세요, 대표님?”

“우주 씨한테 감사 문자 보내고 있어요.”

“아. 우리도 보내야겠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있는 제작사 사람들이었다.

홍삼 기프티콘까지 첨부한 김우용 대표가 혀를 내둘렀다.

“내가 이런 경험은 진짜 처음 해 보네요. 이거 투자 하나 받겠다고 온갖 곳에 전화를 돌렸는데.”

“저도 주변 관계자란 관계자는 다 찾았잖아요.”

그들이 시트콤을 준비했던 스토리는 그야말로 눈물 없인 듣기 힘들었다.

냉대도 받고. 매몰차게 거절당하기도 하고.

그때 그 회사들이 조심스럽게 다시 연락하는 모습들에 새삼 톱스타의 위력을 실감하는 그들이었다.

“이래서 유명한 배우를 쓰는 건가 봐요. 돈이 쏟아져 들어오네.”

“그나저나 진짜 한숨 돌렸네요. 이거 CG랑 로케이션 섭외부터 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는데….”

주목도가 낮았던 주말 시트콤이라 저예산이었는데.

이 정도 예산이면 기존에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드라마의 퀄리티를 더 높게 올릴 수 있었다.

‘우주야아아악!’

마음속으로 행운의 상징을 외친 제작사 인원들이 곧바로 바뀔 예산에 맞게 계획을 다시 짤 때.

해당 드라마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드라마 매니아들, 배우의 팬들을 비롯해 아이돌의 팬들이었다.

그리고, 최애의 사진에서 시선을 뗀 그들의 눈길이 향한 방향은 모두가 비슷했다.

‘……뭐야. 양복 뭔데?’

사진 정중앙에서 양복에 첩보 요원 선글라스까지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선우주.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대본리딩에 저렇게 입고와ㅋㅋㅋ

-TBC는 눈치 있으면 메이킹 얼른 공개해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서 순간 착시온줄

-사진에서부터 병맛의 냄새가 난다ㅋㅋㅋㅋ 아 나이거 꼭본다 진짜

-리딩 사진만 봐도 분위기가 느껴지는듯ㅋㅋㅋ

-기사 설명봐ㅋㅋㅋ 저게 어딜 봐서 ‘외계인 가족에게 시달리는 특수요원 역할’이냐고

-자세히 봐ㅋㅋ 우주 말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 뭔가 이상한 거있음

서노을이 매직아이처럼 눈을 굴리고 있다거나 정인우가 음료수 캔을 머리 위에 올리고 있다거나.

강아지귀 머리띠를 쓴 원로배우 송훈까지.

그냥 보면 모르지만 자세히 볼수록 괴상한 대본 리딩 사진이었다.

진하게 느껴지는 코믹 감성에 벌써부터 마음속으로 1회를 기다리는 한편.

-존잘ㅠㅠㅠㅠㅠ 그래 이거지

-잘했다 우주야.. 앞으로 우리 꼭 양복만 입고 댕기자

-레전드짤 감사ㅠㅠ 압도적 감사ㅠㅠㅠ

-일반인 : ㅋㅋㅋㅋ양복 뭐야 귀여워 / 수플레 : 우주가 멀쩡한 양복을..? 왜?

-졸개들아!! 너희가 우주를 이겼구나..!

-수플레는 너희에게 감동했다

-저거 백퍼 지호같음ㅋㅋㅋ 지호 : 아 형 이거 입어여~~ 내가 예쁨 받게 해줄게~~

멀쩡한 옷의 등장에 흥분하고 있는 수플레들이었다.

*   *   *

어느덧 7월의 마지막 주가 지나갔다.

음악방송에서 1위를 거둔 후에도 불꽃놀이는 여전히 차트 정상에서 팡팡 터지고 있었다.

2위에선 낙화가 떨어져유~ 하면서도 안 떨어지고 있고.

3, 4위 라인에서 PBS 지점의 Attention과 TJ지점의 Survivor가 진정한 1호가 누군지를 두고 자웅을 겨루는 중이었다.

“어느 쪽이 이겨도 우린 대박이네여!”

“으하하하하!”

“이거 은근히 재미있다. 저 되게 뒷세계에서 조종하는 흑막의 부하가 된 기분이에요!”

우리로서는 행복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Survivor가 더 강했다.

아무래도 미스터 프로듀서의 방송 버프가 빠져서 그런지, 살짝 질릴 수 있는 댄스 음악보다 스트리밍하기 좋은 R&B 곡이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였다.

무엇보다 이번에 우리 솔로가수 한 모 씨가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고.

-TNT 한태현, 초동 신기록.. 하루만에 “23만 장”

-‘역대급 솔로가 떴다’, TNT 한태현, 솔로가수 역대 최다 음반 판매

-음원과 음반 모두 ‘대박’, 한태현의 성공적인 홀로 서기

우리와 틴스피릿이 거두었던 첫날 앨범판매량 성적이 무색할 만큼 첫날에 23만 장을 팔아치운 솔로 가수였다.

그야말로 역대급 솔로 데뷔.

최종은 28만 장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틴스피릿, 우리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저번 TNT의 리패키지 앨범과 거의 비등비등한 수치고.

TNT에서도 압도적인 개인 팬 규모를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보고도 안 믿겨서 눈을 비볐다.

“TJ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었구만…….”

연기, 랩, 앨범 등 TNT 멤버들이 개인 활동으로 얻는 성과의 총합이 TNT란 그룹 성과보다 더 컸다.

따로 가는 기류가 읽힌다고 할까.

한편,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태현이는 현재 음악방송의 1위를 휩쓸고 있는 중이었다.

그 대상은 바로 TJ 엔터 작곡의 ‘Mood’가 아니고 내가 쓴 더블 타이틀 ‘Survivor’였다.

1위를 할 때마다 내게 동영상 링크가 도착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TJ 엔터 박태준 회장님, 한영준 총괄 이사님… 그리고 서바이버를 써 주신 우리 우주선 작곡가님! 세 분 다 제가 정말 사랑합니다!]

1위 소감할 때마다 우주선 작곡가니이이임! 하는데 우주선이란 키워드가 나올 때마다 뒤에서 웃는 가수들의 영상이 보였다.

“왜 웃지? 내 이름이 그렇게 웃긴가?”

“김중현.”

“흐하하하하하!”

“이것이 바로 거울 치료.”

바로 납득했다.

어쨌거나 태현이가 혼자서 어지간한 대형 그룹만한 성과를 낸 덕분인지 TJ 엔터에서도 감사 인사를 받았다.

박태준 회장이 식사 한 번 할 생각 없냐고 의사를 물어 왔는데, 스케줄상 거절했다.

정말 바빠서였다.

각자 개인활동도 있고 7월 31일에 LA에서 열린 K팝 콘서트 준비 때문이기도 했다.

-뉴블랙, LA K-pop 콘서트에 ‘메인 퍼포머’로 출격한다

-뉴블랙 기다리는 미국 팬들에 LA공항 일시적 마비 [OK포토]

-[포토이슈] 뉴블랙 ‘여긴 어디인 걸까..? 낯선 공기’

뉴욕보다 LA에서 K팝 인기가 더 있는 것인지, 공항에서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비주야아아아아!”

“우주 혀어어엉!”

“……1미터 떨어지는 것 가지고 난리 피우지 마요!”

전에는 한국에서 출국하거나 한국으로 들어올 때만 이랬는데.

어느 새인가 미국 공항에서도 우리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나 있었다.

“이러다 우리 미국에서 콘서트도 하겠는데여? 막 돔구장에서 같이 달봉이 흔들고.”

“흐하하하하!”

“그래, 하는 김에 그래미도 한 번 들리고.”

막내의 설레발에 다들 드립을 보태며 웃음을 터뜨렸다.

공연장은 LA 스테이플스 센터.

2만 명에 달하는 관객들 앞에서 Nine과 낙화를 선보이며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깜짝 손님과도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오랜만이구나.”

공연장을 찾아온 리혁이네 어머니, 동생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LA의 유명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모자가 어색해하는 동안 나머지는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때도 정말 장관이었다.

“저, 갈게요.”

“그래.”

“한국에 가면 연락할게요. 일단 이거, 저 손편지 써 놨는데…….”

“나도 써 놨단다.”

따스한 분위기에 우리가 웅성거렸다.

고개를 돌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와 예인이를 발견한 모자가 뻣뻣하게 굳었다.

“…….”

“…….”

“그럼…….”

“그럼…….”

포옹을 하려고 엉거주춤하던 리혁이와 어머니가 어색하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우리가 뒤에서 웃음을 참았다.

귀가 새빨개진 리혁이가 새처럼 도도도 뛰어오는 모습에 우리가 깔깔 웃었다.

“야, 누가 어머니랑 악수를 하면서 헤어지냐?”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진짜.”

리혁이가 꿋꿋하게 말했다.

“난 최선을 다한 거라구요.”

“그래.”

이제는 어깨에 팔을 둘러도 안 밀쳐내는….

“좀 떨어지면 안 돼요? 더워 죽겠는데.”

“…….”

“아~ 우주 형이 요새 막내가 돼서 그런지 좀 치대는 게 늘었어여~ 아아아악!”

망할 졸개들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로써 여름 투어가 끝난 셈이었다.

프랑스와 뉴욕, LA에서 있었던 합동 콘서트를 제외하고,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만 도합 13만 명을 동원한 투어.

겨울철 일본 콘서트까지 치면 최종 20만 명은 가뿐하게 넘지 않을까 싶다.

데뷔하고 나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연을 무사히 끝내서 그런지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이제 힘든 일은 다 끝났구나. 하핫.”

“그러게여. 형들 고생했어여.”

다음 정규 앨범 준비를 비롯해 이제는 정말로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였다.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참, 우주야.”

“응.”

“안 까먹고 있지?”

석환 형으로부터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스케줄을 전달받았다.

“너 예비군 가야 되잖아.”

“…….”

“흐하하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동생들을 외면하며 안대를 착용했다.

아, 왜 눈물이 나지.

콘서트가 끝나서 좋아하고 있었더니 나라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   *   *

나라에서 밥도 주고, 교육도 시켜 주고.

며칠간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찌나 행복한지 눈에서 물이 나오고 그랬다.

“우주 씨는 그럼 몇 년차예요?”

“저 올해 3년차요.”

“아이구, 3년은 더 해야 되겠네.”

다른 예비군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말하는 연차는 당연하게도 예비군 연차였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며칠간 안면을 튼 사람들과 악수하면서 사진도 찍고.

가장 중요한 드라마 홍보도 했다.

“자, 기억하고 계시는지 확인할게요. 우리 가족은~?”

“외계인!”

떠들썩하게 인사를 하며 훈련장 앞에 서 있는 차에 올라타니 졸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 잘 받았어여?”

“응.”

동생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좋더라. 나라에서 밥도 주고, 재워도 주고. 이 좋은 걸 너희도 겪어야 하는데.”

“고생했어요. 형.”

비주에게서 받아든 손수건으로 땀을 슥슥 닦았다.

군대에 대한 화제 때문인지, 대충 2020 몇 년 하는 이야기가 나오던 중 동생들이 말했다.

“근데 우리 군대 갈 때쯤 되면 우주 형은 민방위 아니야?”

“민방위 아이돌…!”

“그만 해. 그런 거 생각하고 싶지 않아…….”

정말이지 끔찍한 이야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차에 탄 동생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너희들까지 같이 왔어? 비주만 오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내가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첫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비주는 바로 오늘의 카메오였다.

갑작스럽게 예산이 커지기도 했고, 드라마의 화제성이 높아지면서 카메오 출연도 늘었는데.

비주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였다.

내가 대본을 보면서 직접 추천하기도 했고.

“원래 비주 형 혼자만 오는 거였는데 조금 긴장된다고 해서 따라왔어요.”

“겸사겸사 촬영장 구경도 하려구여. 우리가 뭐 좀 해야 되는 게 있거든여.”

“……이상한 건 아니지?”

“좋은 거예여. 좋은 거.”

음흉하게 웃는 동생들의 모습에 조금 불안해졌다.

운전석에 있는 민기 형의 표정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니 이상한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뭐. 별일은 없겠지.

숙소에 들려 간단하게 단장을 하고는 야외 촬영 현장으로 선정된 과천시를 향해 이동했다.

“자, 그러면 지금 촬영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한번 대사 합을 맞춰 볼게요.”

“네!”

“자~ 레디~ 액션!”

카메오로 나온 비주의 연기 연습을 도와주기 위해 나와 지호가 대본을 읽으며 코칭해 주었다.

비주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은근히 부담되는 거 같아요. 형.”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이러다가 저번에 슬립에 나온 것처럼 제임스가 되어 버리면…….”

노랑머리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추억이 떠올랐던 것인지, 아련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비주의 모습에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 카메오 배역은 정말 너한테 찰떡이니까.”

“맞아여. 저도 카메오 출연이 탐나긴 했는데, 이 역할은 비주 형이 아니면 정말 어울릴 사람이 없거든여.”

오늘 과천에서 촬영할 첫 씬은 바로 요원 김우주가 과일상으로 위장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비주는 거기서 사과를 사는 선량한 진상 손님 역할이었다.

중얼중얼 자기 몫으로 할당된 대사를 암기하는 비주를 다독여 주며 함께 연기 합을 맞췄다.

그렇게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어머!”

마치 케이지가 열리고 튀어나가는 리트리버 떼처럼 등장한 동생들의 모습에 현장 스탭들이 환히 웃었다.

“뉴블랙이다!”

“어머, 어머! 얘들아!”

왜 이렇게 진짜 강아지 떼를 보는 거 같지.

동생들이 환히 웃으며 인사했다.

“저희는 구경 왔는데 괜찮을까요?”

“그럼요. 괜찮지!”

황정구 감독님도 동생들을 흔쾌히 반겨 주었다.

그러곤 나를 불러 장면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미리 섭외된 과일가게의 과일을 가리키면서.

“우주 네가 여기서 과일을 파는 시늉을 하고 있으면, 비주 씨가….”

“저 여기 있어요.”

“그래요. 비주 씨가 이쪽으로 걸어와서 사과를 한두 번 둘러보는 척 하고 내려놓을 거예요.”

상세하게 디렉팅을 해 주는 감독님에게 우리가 집중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리허설에서 다시 한번 동선 체크는 하겠지만, 화면에 어떤 식으로 담길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황정구 감독님이 말했다.

“보조 출연자들 준비도 시키고 해야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네!”

“참, 그리고 우주야. 네 이름 앞으로 커피차가 왔거든.”

“그래요?”

“잘 마셨다. 고마워.”

급하게 조감독과 스탭들을 향해 촬영 준비를 닦달하러 가는 감독님의 뒷모습에 비주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커피차?”

“형, 커피차 받았어요?”

커피차라고 하면, 대개 촬영 현장에 동료 연예인이나 팬들이 ‘우리 애 잘 부탁합니다~’ 하는 느낌으로 보내는 것 아니던가.

현재 수플레들의 선물은 안 되는 상태고.

그렇다면 남은 용의자, 아니 감사한 분들은 다른 연예인들이었다.

“너희가 말한 일이 이거야?”

“아뇨. 저희는 아닐 텐데…….”

누가 보냈지?

커피차가 있다는 주차장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돌아다니는 스탭 분에게 물었다.

“아, 그거. 제작 지원해 주는 회사에서 보냈어요.”

“정말요?”

“그거 상표가 뭐였더라. 닭이 있었는데…….”

어떤 기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내 이름으로 감사 인사를 보낸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거대한 닭 풍선 인형이 파파파팟 흔들리고, 닭이 그려진 커피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김우주 요원 화이팅~♡]

그리고 그 앞에서 막내의 눈치를 살피며 침을 삼키는 중현이와 전전긍긍하는 리혁이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눈빛이 서늘한 막내까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직접 봐여. 아,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여…?”

“무슨… 흐하핫!”

이윽고 상표를 발견한 비주와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네 아버지가 운영하는 ‘호호치킨’에서 보내 준 커피차였다.

“저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여…….”

스산한 눈빛으로 사라지는 막내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가 커피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몫으로 특별히 마련된 음료를 받는 동안.

“괜찮겠지?”

“뭐, 아버님께서 알아서 잘하시겠죠.”

“에궁..”

“아들한테 바로 들킬 줄은 모르셨을 거예요.”

동생들과 아버님의 무운을 기원하면서 꺄르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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