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0)화 (47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0화

<온 더 스테이지>의 대강당.

연습생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 이거 선택 잘해야 된다.’

‘선택 잘하면 완전 대박인데…….’

‘어떤 선배가 제일 덜 무서우시려나. 다들 비슷비슷한가?’

서바이벌 프로이기에 다른 팀을 이겨야 하는 상황.

그러하기에 지금 출연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이것이었다.

‘……누가 누구지?’

귀여운 동물 이모티콘 뒤에 숨은 선배들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다.

왜냐하면 뉴블랙의 곡에는 저마다 주인공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스커레이드는 지호 선배님, 바람꽃은 비주 선배님…….’

‘나인이 어디지? 중현 선배님 골라야 하는데.’

‘우리는 불꽃놀이니까 리혁 선배님 골라야 돼.’

최근 음방에 재출연한 불꽃놀이의 경우, 리혁의 레전드 직캠이 뜨면서 모두가 리혁을 주인공으로 인식하는 상황이었다.

각 타이틀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연습생들의 눈동자가 동분서주했다.

“누가 어떤 선배님인지 알겠어?”

“전혀 모르겠는데.”

“실루엣이 있기는 한데…….”

체격만 봐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알기 힘들었다.

“일단 저기 가장 어깨 넓은 분이 중현 선배님이겠지?”

“백퍼.”

“와, 어깨가 무슨 태평양이셔.”

제일 얄쌍한 사람은 분명 비주 아니면 리혁일 터였다.

옆자리에서 구경하던 보컬과 댄스 트레이너들도 잡담을 떨었다.

윤찬혁이 말했다.

“저기 매니저들 데려와도 못 알아볼 것 같은데. 은근히 아리송하네. 바로 알아볼 줄 알았거든.”

“저도요. 하도 뉴블랙을 봐서 금방 알아볼 줄 알았는데…….”

어느 댄스 트레이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키 높이도 비슷하고. 어깨 너비도 큰 차이가 안 나는 것 같고….”

망토를 걸쳐서 그런지 체격이 비슷비슷해 보인다.

다들 장소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원 쌤. 어떻게… 좀 알아보겠어? 누가 누군지?”

“저도 잘…….”

뉴블랙과 그나마 가장 인연이 긴 가수마저 모르겠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호기심을 못 이긴 트레이너 하나가 박스의 뒤편으로 가보려고 할 때.

-아아아아아!

음성변조 목소리가 단체로 반발했다.

-반칙하지 마세여어!!!

-그러는 거 아니에요!

-아이, 진짜 기다릴 줄 모르시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여!

해당 트레이너가 머쓱해하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릴 때.

가장 어깨가 넓어 보이는 멤버의 실루엣이 마이크를 들었다.

-일단 저희에 대한 힌트를 드려야, 다들 누구를 멘토로 할지 고를 거 아니겠어요~?

능숙하게 진행하는 3번 ‘뱀.’

트레이너 중 하나가 ‘우주다!’ 하자, 목소리가 ‘……’ 하며 멈칫했다.

-아니…….

당황한 목소리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건… 모르는 거예요. 겪어 봐야 아는 거죠!

연습생들이 수군거렸다.

“완전 우주 선배님 같은데?”

“뉴TV에서도 인사 멘트는 우주 선배님만 하잖아. 졸개… 아이, 나 미쳤나 봐. 다른 선배님들은 나중에 하고.”

“일단 3번 뱀은 우주 선배님.”

그러는 동안 1번이 마이크를 들었다.

-일단 제 소개를 할게여어어~! 저는 귀염둥이 닭이랍니다~~! 꺄꺄꺄꺄.

-아 시끄러워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꼴 보기 싫어요!

-으휴. 저거저거.

음성변조 목소리들의 귀여운 한탄이 이어지는 한편, 1번 닭의 정체에 대해 연습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지호 선배님이다.”

“지호 선배님. 확인.”

뒤이어서 2번 호랑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곱상한 실루엣.

마이크를 드는 몸짓에 댄스 트레이너들이 말했다.

“비주 씨네.”

“몸에 춤이 배어 있네.”

“비주 씨! 안녕하세요! 저 팬이에요!”

호랑이 실루엣이 반색하듯 몸을 떨었다.

-정말요? 헉……! 어…!

숨을 들이켠 채 정지한 비주의 모습에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뉴블랙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형… 대체 왜 그러는 거예여.

-아유 못 살아.

-길도 잘 잃고~ 예능감도 잃고~ 꺼꺼꺼.

-마지막 김중현이지?

-아… 닌데요? 여. 지호인데여?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티키타카에 고개를 휙휙 돌아보던 연습생들이 어느새 크게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크게 웃어서 그런지 뺨이 떨릴 정도였다.

‘예능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면서 연습생들이 잘못된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

-기호 3번 뱀입니다~! 반가워요! 저 보고 우주 씨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감이 안 좋으신 분이네요.

3번은 여전히 선우주였다.

주절주절 나는 선우주가 아니라고 어필하는 3번 뱀을 넘기며 토끼가 나왔다.

-4번. 음… 나에 대해 소개하자면 할 말이 엄청 많기는 하죠. 뭐부터 소개를 할까…….

똑부러지는 어조.

‘리혁 선배님이다.’

‘기억해야지. 4번은 서리혁. 4리혁.’

뒤이어 5번 소였다.

-음머어… 음머어어…….

음성변조된 소가 우는 듯한 소리에 다들 자지러졌다.

푸홧 하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주저앉은 연습생도 있고, 다들 옆을 붙잡고 흐느끼듯 웃었다.

이견의 여지도 없이 5번은 김중현이었다.

-자, 그럼 힌트는 충분히 준 것 같으니까. 이제 여러분의 멘토를 골라~ 주세요홋~!

-하지만 리멤버.

-어디를 고르든 저희 뉴블랙이라는 것을.

뉴블랙 멤버들이 음성변조된 목소리로 신이 나서 온더스의 긴장감 BGM을 깔아 주는 동안.

5개의 팀이 고민에 휩싸였다.

확률은 어차피 1이었다.

어딜 가든 뉴블랙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뉴블랙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에 나왔던 미프 특집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우리 그룹명을 에이텐 말고 에이티(80)로 이런 걸로 바꿔야 돼. 몸이 80이 된 거 같아.]

[한 번만… 한 번만 쉴게요.]

연예계 선배들을 비정하게 굴리던 이들이 후배들이라고 사정을 봐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연습생들에게는 바라던 바였다.

‘선배님들에게서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걸 뽑아낸다.’

다른 아닌 원곡자의 친절한 멘토링.

여태까지 곡 미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중요한 기회였기에, 데뷔를 간절히 염원하는 그들에겐 꼭 필요한 기회였다.

오히려 살살 해 준다면 그들이 먼저 갈아 달라고 외칠 정도.

“일단 우리는 지호 선배님한테 갈까? 마스커레이드잖아. 표정 연기도 배워야 할 게 많고.”

“백퍼 지호 선배님한테 가야 돼.”

“우리 안무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낙화 원곡자인 우주 선배한테 가는 게 제일 낫겠지?”

“노래 코칭 받고 싶은데 리혁 선배님한테 갈까?”

카메라맨들이 곳곳에 뭉쳐 있는 5개의 팀을 돌아다니며 진지하게 회의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저번 경연에서 개인 평가 1위부터 5위였던, 현재 각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이들이 성적순으로 멘토를 골랐다.

우선 낙화 팀.

“저희는 3번 뱀, 우주 선배님을 고르겠습니다.”

-우주 아니라니까~!

처음부터 우주를 골랐다는 말에 다들 탄식했다.

무얼 하든 만능이라 다들 1순위로 꼽고 있던 멤버였기 때문이다.

뒤이어 다른 팀들도 선택을 마쳤다.

“불꽃놀이 팀, 4번 리혁 선배님을 고를게요.”

“저희 나인 팀은 2번 비주 선배님을 고르겠습니다. 안무 배우고 싶어요.”

“바람꽃 팀은 5번, 중현 선배님을 고를게요.”

“마스커레이드 팀은 1번 지호 선배님을 고르겠습니다!”

그렇게 저마다 판단을 마친 팀들이 팀별로 문 앞에 섰을 때.

뉴블랙 멤버들이 ‘흐으으음’ 하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이대로 갈 거예요?

-안 바꿈?

-몬티홀 문제라는 게 있어요~ 바꿔야 잘 될 확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는데~?

음성 변조 목소리들이 달콤하게 ‘정말 내가 맞는 거 같아?’ 하면서 유혹했지만 연습생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눈빛 교환을 하던 각 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 이대로 가겠습니다!”

-음? 그래요?

1번 닭, 지호가 어딘가 낯선 말투로 말을 했다.

1번 앞에 서 있던 마스커레이드 팀을 비롯해 다른 팀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

‘뭐지? 방금까지 지호 선배님이었던 것 같은데.’

‘느낌이…….’

1번 부스 안에서 퉁퉁-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촤아아악!

장막을 걷어내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

연습생과 트레이너들, 그리고 제작진들 사이에서 경악이 퍼져 나갔다.

장막 뒤에서 나타난 사람은 바로…!

*   *   *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경악한 연습생들의 얼굴을 뒤로 하고 에어컨 광고가 흘러나온다.

땀을 뻘뻘 흘리는 뉴블랙의 막내.

[아 덥다. 형 오늘 날씨 왜 이러죠?]

[하하. 우리 막내 덥구나~?]

[우리 막내가 덥다니~! 그럼 안 되지~ 근데 리모컨이…?]

중현과 리혁이 하하 웃으며 에어컨을 틀려고 리모컨을 찾으려고 할 때.

삐빅- 하며 에어컨이 켜진다.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던 우주가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요즘에 누가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틀어? 여기 앱이 있는데.]

[우와. 형! 앱도 있어요?]

[응. 이걸로 미세먼지 필터 기능까지 조정할 수 있다?]

환하게 웃는 비주까지.

마치 시청자들을 약 올리듯이 뉴블랙이 환하게 웃으며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다.

[궁금하죠?]

[궁금하면 한 번 검색해 보기~]

*   *   *

“어……?!”

장막 뒤에서 튀어나온 이는 얼굴에서 빛이 나는 미모를 지닌 소유자였다.

반짝반짝.

“아, 이게 비즈가 많이 붙어서.”

조명에 반짝이는 망토를 벗어서 곱게 접어 놓는 한 편의 움직임이 마치 화보 같다.

연습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송만 아니었다면 비속어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올 법한 미모.

“안녕하세요. 1번, 여러분이 지호라고 믿었던 우주입니다!”

눈을 찡긋 하며 웃는 우주의 모습에 마스커레이드 팀이 눈을 깜빡깜빡했다.

“부, 분명히 지호 선배님이었는데.”

“비슷하게 따라하느라 애 좀 썼어요. 어때요? 연기 잘하죠~?”

TV와 핸드폰이 없어 <우리 가족은 외계인>을 알지 못하는 연습생들에게는 놀라운 연기력이었다.

1번 팀이 이윽고 와아아아! 하면서 방방 뛰었다.

“어어… 우리 인사!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정신을 차린 팀장이 꾸벅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여기저기 오뚝이들이 90도로 인사를 했다.

처음에 당황했던 마스커레이드 팀의 표정이 밝아졌다.

‘일단 우주 선배님이다!’

가장 원하던 지호는 아니었지만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침을 꼴깍이며 긴장하는 마스커레이드 팀에게 다가간 우주가 느긋하게 서서 다른 부스를 바라볼 때.

3번 부스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이 눈을 끔뻑였다.

‘잠깐만. 여기가 우주 선배님 아니었어?’

체격도 굉장히 좋은 편이라서 처음에는 중현 선배님이라고 오해할 정도였고.

말투가 우주 선배님이 확실했는데.

마치 공포영화의 반전처럼 섬뜩했다.

‘1번이 우주 선배님이라면… 3번은 누구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2번 비주의 앞에 서 있던 나인 팀이 침을 꼴깍이다가 이내 환호했다.

“안녕하세요~”

갈색으로 염색한 곱슬머리에 화사한 미소년 같은 얼굴.

곱상하게 웃던 비주가 장막 뒤편에서 등장하면서 나인 팀이 우아아아 하면서 환호했다.

“반가워요!”

우아하게 손을 흔들어주는 비주에게 나인 팀이 안녕하십니까! 하고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려 왔던 3번의 정체가 공개되려고 할 때.

꿀꺽.

트레이너들마저 호기심에 눈을 빛내고, 장막 뒤편이 공개되려는 그 순간.

“잠시만요~”

우주가 끼어들었다.

“예능적인 재미도 뽑아야 하니까 3번은 마지막에 공개하는 게 어떨까요?”

“그거 좋네요!”

PD가 재미있겠다며 반색하고, 궁금한 이들이 아우성을 질렀다.

그러는 동안 4번, 리혁의 정체가 공개됐다.

“안녕하세요~~!”

“……!”

막내인 지호였다.

불꽃놀이를 골랐던 팀이 우와아아! 하면서도 눈을 깜빡했다. 그런 이들에게 지호가 윙크하며 말했다.

“저 연기 잘하죠~?”

“네……. 대박…!”

“리혁이 형 따라하는 거 쉽거든요~ 틱틱대면 돼요.”

나중에 비밀을 알려 주겠다며 은근하게 웃는 막내의 뒤로 5번 중현의 정체도 공개됐다.

당연하게도 중현이었다.

래퍼가 많아서 힙합 곡으로 편곡했던 바람꽃 팀이 우와아 하면서 반기는 한편.

다들 의문을 품었다.

‘남은 사람은 리혁 선배님인데…?’

제6의 멤버인 윤석환 팀장이 ‘수학귀신입니다’ 하며 등장하지 않고서야 무조건 서리혁이다.

그런데.

‘체격이 다른데…….’

그들이 알고 있는 리혁이 저 정도가 되려면 벌크업을 엄청 해야 될 정도였다.

그런 의문을 품는 동안.

“리혁아! 나와라!”

“리혁이 형, 나와 주세여~!”

촤아아악.

장막이 걷히고 서리혁이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

모두의 입에서 정신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체격의 비밀이 밝혀졌다.

무슨무슨 레인저 같은 영상물에 나오는 악당처럼 어깨뽕이 들어간 망토를 걸친 리혁이었다.

까탈하고 도도한 표정이 겹쳐 왠지 모르게 하찮은 마왕님 같다.

“나보고 선우주라고 한 사람 누구예요? 손.”

다들 웃음을 터뜨리며 멘토의 등장을 반겼다.

*   *   *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인사를 마치자 우레와 같은 환호가 돌아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박수를 치면서 대박, 대박 하는 연습생들에게 편히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

50명가량 되는 연습생들이 자리에 앉았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89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50명이었다.

거의 절반이 되는 인원이 사라진 셈이었는데 그게 다 1화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PBS ‘온 더 스테이지’.. 첫 회부터 40명 탈락 “충격”

첫 회부터 혹독한 평가를 진행하면서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 40명을 도로 원래 소속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예비 데뷔조에서 다시 연습생으로.

아무튼 간에 그런 방식으로 지금은 49명이 5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다들 정말 반가워요!”

“TV에서 보고 되게 보고 싶었거든요!”

온더스 방송을 봤다는 말에 연습생들이 우와… 하고 자기들끼리 속삭인다.

TV와 핸드폰을 뺏었다는 게 정말인 듯했다.

댓글을 안 봐서 그런지 표정도 밝고, 지금 자기들이 얼마나 유명한지 모르는 연습생들이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바깥 소식을 못 들어서 많이 답답하겠어요.”

“네!”

“맞습니다!”

그때 리혁이가 훗 하면서 나섰다.

“바깥 소식이 궁금할 것 같아서 몇 가지 흥미로운 소식들을 준비해 왔어요.”

초롱초롱.

마치 훈련소에서 사회 소식을 기다리는 훈련병들처럼 연습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할 때.

“지금 영국이랑 EU랑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

“…….”

“아, 아무도 안 궁금해요…?”

정말이지 순간적으로 싸한 침묵이 감돌았다.

연습생들이 표정관리를 하면서 웃으며 눈을 깜빡깜빡하며 ‘EU? EU가 뭐 있나’ 하는 동안.

리혁이가 당황할 때 내가 나섰다.

“이번 히어로 영화에서 누가 이기는지 궁금한 사람?”

“저요!”

“나는 궁금하지 않다거나 안 궁금한 사람들은 지금부터 귀를 막도록 해요.”

“우와아아아!”

지금 개봉하긴 했지만 연습생들이 볼 수 없는 영화에 대해서 몇 가지 스포일러를 살짝 해 주었다.

그 외에 드라마 소식 등을 전해줄 때마다 환호가 들려왔다.

“…….”

왜 이렇게 훈련소에 온 거 같은 기분이지.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잠시 머릿속에 흘러들어 오는 기분이다.

그렇게 시무룩한 리혁이를 다독이면서 연습생들과 대화를 하는 한편.

“일단 멘토링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친해져야 말도 편하게 나오는 거니까~”

쭈뼛쭈뼛하면서 어색하게 웃는 연습생들.

무슨 연예계의 톱스타가 온 것처럼 긴장하는 이들의 모습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줄 알았지.’

‘역시 나의 예상대로.’

그런 까닭에 특별한 것을 준비해 왔다.

“친해지려면 같이 밥도 먹고 그래야 되니까.”

“허어, 밥인가요!”

연습생의 외침에 다들 웃음을 터뜨릴 때, 중현이가 해당 연습생에게 검지를 가리켜 보이며 멘트가 좋았다는 듯 웃었다.

“밥은 아니고요.”

“간식을 준비해 왔어요~!”

이윽고 제작진들이 박스와 우유 상자들을 가지고 왔다.

곧이어 박스가 개봉됐을 때.

“오……!”

수플레빵이 가득한 상자가 등장하면서 연습생들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리 막 대단하게 감탄하는 반응은 아니었다.

작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수플레빵은 지금도 해외수출을 하며 잘나가고 있긴 하지만, 한창 열풍은 사그라든 상태였으니까.

쉽게 말해 먹을 사람은 다 먹은 상황이었다.

비주가 상냥하게 웃었다.

“신제품이에요.”

“……!”

“지금까지 사과 맛만 먹었죠? 이거는….”

비주가 연습생들을 조련하듯이 완급을 조절하며 입을 뗐다.

“딸기 맛이에요.”

“허어……!”

그와 함께 연습생들이 우와아아아! 하면서 수플레빵의 신제품을 2개씩 받아갔다.

우리가 흐뭇하게 웃었다.

홍보도 하고. 연습생들 빵도 먹이고.

“우와아아아!”

“와, 진짜 마히허…….”

“선배님, 감사합니다!”

곳곳에서 연습생들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환히 웃었다.

그렇게 빵을 먹으며 분위기가 훈훈해질 때.

따스하게 웃고 있던 제작진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무언가를 주고받았다.

“이쯤에서 알려드리면 좋은 소식인데요.”

메인 PD가 회심의 한 수가 있는 것처럼 웃었다.

“원래 각 팀의 팀원들이 어떤 멘토를 원했는지, 미리 설문조사를 했던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아아아아!”

연습생들이 대체 왜 그러냐는 듯 아우성을 질렀지만 메인 PD가 아랑곳 않고 수치를 읽었다.

이제 멘토링을 하면서 선배님이 마음 속 1위, 저도 여러분이 마음 속 1위였어요! 하는 분위기를 방지하는 듯하다고 할까.

동생들과 내가 귀를 쫑긋거릴 때.

“각 팀별로 과반이 넘는 연습생들이 멘토로 희망한 분이 따로 있는데요.”

피디가 씩 웃으며 말했다.

“바로 우주 씨입니다!”

“……!”

내 곁에 서 있던 동생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   *   *

<온 더 스테이지>의 메인 PD가 당황했다.

‘이게 아닌데.’

뉴블랙의 우주 씨입니다! 하고 멤버들이 시샘하는 눈빛을 보내고, 연습생들이 당황하고 그래야 하는데.

피와 땀이 난무해야 하는 촬영장 분위기는 여전히 훈훈했다.

‘못 들었나?’

피디가 그런 생각을 할 때, 환히 웃고 있는 뉴블랙 속에서 리혁이 날카롭게 물었다.

“잠깐만요. 피디님. 누구라고요?”

역시 못 들었군.

메인 PD가 기대감을 품으며 말했다.

“바로 우주 씨입니다!”

“…….”

그리고 그 순간.

다시 들어도 좋다는 듯 뉴블랙의 멤버들이 리더의 뒤에서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환히 웃었다.

조연출이 속삭였다.

“좋아하는데요?”

“아니…….”

메인 PD가 눈을 깜빡거렸다.

원하던 분위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훈훈하게 바뀌어 버린 뉴블랙의 팀워크에 그가 당황했다.

너희들보다 리더를 더 원했다는데 어째 더 좋아하는 분위기.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지?’

불화와 고성이 가득한 녹화장에 한 줄기 따스한 바람이 부는 느낌.

“…….”

촬영 시작부터 온 더 스테이지의 메인 PD는 오늘 녹화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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