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3)화 (47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3화

“대표님, 중간평가 보러 가실 시간입니다.”

“오, 벌써 시간이…!”

허강민 대표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연습생들과 멘토가 모여 있다는 대강당으로 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변했으려나?’

뉴블랙이 오고 나서 2시간이 흘렀다.

과연 2시간 동안의 멘토링을 거친 연습생들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어떤 무대가 나올까.

“강당 분위기 어때? 애들 표정이 밝아 보여?”

“밝아 보였습니다.”

직원의 답에 허 대표가 껄껄 웃을 때.

“뉴블랙이요.”

“…….”

허강민 대표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우리 애들 말고 뉴블랙이?”

“예, 뉴블랙 멤버들 표정이 엄청 밝던데요. 거의 광이 나는 수준으로…….”

“일해서 그래. 걔네는 일하면 얼굴에서 광이 나더라.”

놀면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고 일을 할수록 얼굴이 반짝반짝 살아나는 게 뉴블랙TV에서 본 특징이었다.

허강민 대표가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 애들은?”

“그…….”

“많이 힘들어 보여?”

아무래도 멘토가 멘토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됐던 건가 싶어 의문을 품을 때였다.

직원이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말로 설명 드리기 좀 힘든데 이게… 연습생들이 좀 이상하게 변했어요.”

“이상하게?”

“보시면 알 겁니다. 어떻게 설명을 하기가 좀….”

대답을 하던 직원이 말끝을 흐리며 다른 직원을 바라보았지만 그쪽도 마찬가지인 듯 입을 다물었다.

“아, 뭔데 그러나.”

그런 말을 하며 허강민 대표가 대강당에 들어섰을 때.

49명의 연습생이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어, 얘들아… 어어?”

다섯 줄로 나뉘어 서 있는 연습생들.

평소와 똑같은 대형이었지만 허강민 대표에게는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아니 무슨 김밥이야…?’

종류별로 다른 김밥들이 줄을 서 있는 듯한 느낌.

왼쪽의 우주김밥부터 시작해서 양옆으로 늘어선 졸개김밥.

연습생들과 멘토가 일렬로 서 있는 그 얼굴들이 마치 잘려진 김밥의 단면처럼 보였다.

“껄껄껄.”

“껄껄껄껄.”

중현이 꼬다리 김밥처럼 웃자, 그 앞으로 늘어선 김밥들이 똑같은 표정으로 껄껄껄 웃었다.

김밥들이 단체로 몸을 떠는 것 같다.

“…….”

그 옆에서 바라보던 비주가 고개를 슥 젓고 있을 때, 비주 팀도 같이 고개를 스윽 저었다.

냉랭한 표정으로 가사지에 집중하는 리혁 팀.

“화이팅~”

“우리 존재 화이팅~”

서로에게 응원을 하고 있는 지호 팀과 의젓하게 서서 반짝반짝 웃고 있는 우주 팀까지.

어딘가 기묘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허강민 대표에게 우주가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어, 어……?”

“멘토링이 좀 잘 됐죠…?”

그런 말을 하며 눈치를 살피는 우주.

허강민 대표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다가 말았다. 그의 인생에서 얼마 안 되는,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었다.

“아니…….”

멘토링을 시켜 놨더니 복제를 시켜 놨네.

미용실에서 책에 나온 모양대로 잘라 달라고 부탁했더니 머리를 네모 책 모양으로 잘라 놓은 듯한 느낌.

그의 시선이 연습생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이놈들은…….’

멘토를 보고 배우랬더니 아예 사소한 습관이나 표정까지 학습을 한 듯했다.

멍해지는 그의 얼굴에 우주가 아하하 웃을 때.

직원들이 대표를 불렀다.

“대표님, 일단 심사위원석으로 가셔야 될 거 같습니다. 제작진이 알려 줄 사항이 있다고.”

“어, 그, 그래….”

그러면서 제정신을 차리고는 애써 웃으며 우주에게 말했다.

“그, 고생했어. 우주야. 이따 만나서 얘기하자.”

“네, 조금 이따 봬요.”

그 말과 함께 발걸음을 돌리던 허강민 대표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반짝반짝.

우주와 우주의 미니미들.

중현과 중현의 미니미들…….

KM 엔터의 색을 유지한 채, 뉴블랙의 노하우를 습득했으면 하는 대표의 바람은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이건… 이건 내가 원한 멘토링이 아니야.”

“대표님.”

“아니, 쟤네들은 노하우를 배우랬더니 빙의를 하고 앉아 있고….”

허공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는 허강민 대표의 모습에 직원들이 입을 꾹 다물며 웃음을 참았다.

“……맹모삼천지교가 틀린 말이 아니네.”

왜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서 이곳저곳을 다녔는지 알 듯했다.

아마 맹자가 현대로 와서 뉴블랙과 같은 동네에 산다면 꽃무늬 슬리퍼를 신고 젤리를 우물거리고 다녔을 것이다.

“꺄르륵!”

“꺄륵!”

우주선과 졸개들.

그리고 그 졸개의 졸개, 잡졸들까지.

원조 웃음소리와 어딘가 모사하는 듯한 웃음소리들이 울려 퍼지는 강당에서 허강민 대표의 마음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   *   *

오들오들.

기지개를 켜거나 몸을 쭉 펴는 연습생들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떨리죠?”

“네…….”

네, 하는 목소리마저 떨린다.

곧 다가올 중간평가 무대의 1번을 앞두고 긴장하는 마스커레이드 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해요.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될 거예요.”

경쟁에 대한 압박감을 덜어 주려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는데 연습생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저, 선배님, 그게 아니고…….”

“네?”

“선배님들 앞에서 무대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아.”

그런 이유였구나.

연습생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희 팀 무대 보고 좀 실망을 하신다거나….”

“지금까지 원곡자들이 지켜본 무대는 한 적이 없거든요. 저희 너무 떨려요.”

“선배님 앞에서 무대를 한다는 게…….”

뉴블랙 앞에서 뉴블랙 곡으로 무대를 한다고 생각하니 민망스럽고 부담되고 그런 모양이었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연말평가 때 심사위원이었던 장소원 선배의 곡을 불렀을 때나, 노재현 선생님이 지켜보던 명곡단 무대 등에서 우리도 비슷한 부담감을 느꼈으니까.

마치 교수님 앞에서 재롱부리는 원숭이 학생이 된 기분이라고 할까.

“우리 마스커레이드 팀.”

자상하게 부르며 톤을 낮췄다.

“이리 모여 봐요.”

“네!”

“둥글게 모여 봐요. 조금 더 가까이 붙어요. 숨소리 느껴지게.”

머뭇거리며 거리를 좁히지 않는 연습생들을 바라볼 때, 한 연습생이 말했다.

“감히 선배님의 존안을 저희의 불결한 숨으로 뒤덮어도 되나 하는 의문이 좀…….”

“가까이 와요. 저도 사람인데.”

나를 빤히 바라보던 연습생들이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답을 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고는 손짓했다.

그제야 모이는 나의 미니미들.

“자, 지금부터 팁을 하나 알려 줄게요.”

“네.”

“메모할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냥 편하게 들어요.”

내가 연습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무 긴장될 때는 객석의 사람들을 감자라고 생각해 봐요.”

“감자요…?”

“그 사람에게 감자를 덧씌워 보는 거예요. 저기는 대표 감자님, 저기는 햇감자 트레이너.”

연습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웃으며 말했다.

“이게 좀 웃기게 들리는 건 아는데 너무 긴장될 때는 효과 있어요. 자, 따라해 볼게요. 저기 배를 잡고 웃는 막내 감자는 왕감자.”

“왕감자.”

“저기 상냥하게 웃는 춤감자.”

“춤감자.”

“그리고 여러분은 감자.”

“나는 감자.”

“자, 감자감자감자.”

“감자감자감자.”

계속해서 감자를 반복하던 연습생들이 눈을 끔뻑끔뻑했다.

“감자…….”

“자매품으로 코 파는 것도 있긴 한데, 이건 빈속일 때 속이 안 좋을 수도 있어서 추천을 안 했어요.”

심사위원인 사람들이 코를 후비적 하는 걸 상상해 보는 방법도 있다고 대충 알려 주었다.

내가 손뼉을 치며 시선을 끌어 모았다.

“아무튼 요점은 이거예요. 눈앞에 있는 관객, 심사위원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돼요. 다 똑같이 삼시세끼 먹는 사람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거예요.”

“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해 주고 방법을 알려 줘도 떨릴 것이기 때문에….”

마스커레이드 팀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웃었다.

“힘내라는 말만 할게요. 아까 연습할 때 우리 팀이 너무 잘해 줘서 고마웠어요.”

조금만 더 힘내달라는 말을 하며 마무리 짓고는 손을 뻗었다.

“……?”

손이 안 모이네.

나를 빤히 바라보던 연습생들을 둘러보며 손? 하듯이 눈빛을 보내자 그제야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이 모였다.

내 손 위에 손을 대는 게 떨리는지 올라오는 손들이 달달 떨린다.

내가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기억해요. 감자예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화이팅, 해 주고는 연습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떠났다.

심사위원석 근처로 향할 때.

“많이 컸네.”

“……으흠.”

“‘감자라고 생각해요~’ 흐하하!”

지금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장소원 선배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이 살짝 후끈거렸다.

“진짜 신기하다. 우리 뽀시래기들이 멘토링도 다 하고.”

“아, 선배님.”

“귀여워서 그래. 이렇게 큰 게 귀여워서.”

“잘 컸죠?”

“그러게. 이젠 애교도 곧잘 부리고.”

키득거리면서 같이 심사위원석으로 걸어갈 때, 장소원 선배가 물었다.

“근데 너무 따뜻하게만 말해 준 거 아냐? 너무 그렇게 대해주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것 같아서.”

“나중에 상처 받을까 봐서요?”

“그치.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건 아닌데. 미리미리 쓴 약을 먹여 놔야 나중에 댓글이라든가, 방송국 스탭들한테 욕을 먹는다든가 할 때 덜 아프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내가 답했다.

“근데 오늘 다들 너무 잘해주기도 했고. 이미… 마음이 좋지 못할 거 같아서요.”

“그건 또 그렇네.”

쓴소리를 하려고 한다면 정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겠지만 굳이 나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어쩌면 연습생 시절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막막하고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이미 내가 어떤 걸 얼마나 못하고, 어떤 부분이 남보다 못한지 누구보다 잘 안다.

주변에서 다독여 줘야 할 어른들도 모질게 대하고.

가장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일 터였다.

그러니 그런 가시밭에 꽃 한 송이를 두고 가는 사람이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사실, 선배님이 제가 할 말을 이미 다 해 주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편하게 말도 하고 가는 거죠. 뭐.”

“알면 됐어~”

“선배님이 또 이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야!”

사나운 눈매로 사자후를 내지르는 장소원 선배를 피해 도망쳤다.

그렇게 심사위원석에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자, 동생들이 속속들이 다가왔다.

“으아아아아……!”

“야. 거리 좀 두자.”

드르륵 의자를 끌고 와 내 곁에 바짝 붙어 앉는 동생들이었다.

왼쪽으로 가던 중현이가 2대2 구도를 맞추기 위해 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바싹 붙은 펭귄들 같은 모습에 제작진이 물었다.

“혹시 자리가 좁아서….”

“아녀! 저희 이게 편해서 그래여.”

지호가 힛 웃고는 찰싹 붙었다.

“아, 진짜… 이게 멘토링을 하려고 하니까 적응이 안 되는 거예여.”

“이게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맨날 리더 말고 멤버만 하니까 적응이 안 되고 그래요.”

“그냥 편하게 졸개라고 해요.”

“시끄러워. 너랑은 절교야.”

“그럼 전 졸귀탱.”

아마 연습생들이 오들오들! 하면서 떨고 있어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별로 없는 둘에게는 힘든 일인 듯했다.

라임을 주고받는 동생들을 보며 중현이가 귀엽네 하는 미소를 지을 때.

“그래서 긴장은 잘 풀어 주고 왔어?”

“네. 뭐.”

리혁이를 비롯해 동생들이 훗 웃었다.

“적당한 방법을 알려 줬어요.”

그 말을 하던 순간.

중현이네 팀이 심사위원석 근처를 지나갔다. 눈앞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이 중얼중얼한다.

“젤리젤리. 젤리. 잘생긴 젤리.”

그 뒤를 따르는 리혁이네 팀.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 말랭이…….”

리혁이의 뺨과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 그… 뭐 차용 좀 한 거예요.”

“맞아여. 좀 따라할 수도 있고. 형이 이거 특허 냈어여? 안 냈잖아여.”

“냈다면?”

“내, 냈다면… 어쩔 수 없구여.”

먼 곳을 바라보는 동생들의 모습에 으이구 하며 웃었다.

하여간 창의성들이 없어. 우리 동생들.

그러고는 무대에 올라오는 마스커레이드 팀의 모습에 자세를 바로 세워 앉았다.

이제 중간평가.

2시간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 지켜볼 시간이었다.

*   *   *

대강당 무대 위로 첫 번째 순서인 마스커레이드 팀이 올라왔다.

‘잘해요’ 하는 눈빛을 보내는 내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나의 미니미들.

허강민 대표님이 마이크를 들고 물었다.

-어때. 연습은 많이 했어?

-예!

마스커레이드 팀의 팀장이 마이크를 잡고 힘 있게 말했다.

-저희 2시간을 5시간처럼 썼습니다. 시계를 떼고 나니 시간 효율이 달라지고.

-그, 그렇구나….

-다음에도 꼭 시계를 떼고 연습하고 싶습니다.

우리 쪽을 바라보는 허강민 대표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조명 좋은 거 쓰네.

-그래. 한 번 보자.

허강민 대표님이 웃으며 시작하라는 손짓을 했다.

근처에 앉아 있는 트레이너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동생들도 집중하는 가운데.

곧바로 마스커레이드 팀의 무대가 시작됐다.

가면무도회(Masquerade)에 천사와 악마라는 컨셉을 추가한 무대였는데, 지금은 무대 의상이나 소도구 없이 그저 동작만 들어가 있었다.

그럼에도 느낌이 잘 전달됐다.

“오호…….”

아크로바틱하게 바꾼 안무의 춤선이 더욱 강조되고.

고음으로 올라가는 메인보컬의 목소리가 부드럽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더 좋게 바뀌고, 장점을 강화한 무대에 허강민 대표님의 표정이 변했다.

“흐흐흠…… 오? 오오. 오오오! 오호. 오호호호….”

무대 후반으로 갈수록 어딘가 웃음소리처럼 나오는 감탄사와 함께 상대의 입이 헤벌쭉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사를 보여 주듯, 두 멤버의 등을 딛고 점프한 누군가가 멋지게 착지하는 마무리까지.

임팩트 있게 끝난 무대에 트레이너들이 담소를 나눴다.

“갑자기 확 늘었는데?”

“애들이 자신감도 붙은 게 보여. 표정도 훨씬 보기 좋아졌고.”

그들의 칭찬에 내가 흐뭇하게 웃었다.

무대가 잘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연습생들도 자신 있게 웃으며 서 있고, 허강민 대표의 표정도 밝다.

-일단.

그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잘했다. 엄청 늘었는데?

-…감사합니다!

-2시간 만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팀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어… 전체적으로 우주 선배님께서 멘토링을 해 주셨는데,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니 더 개선된 것 같습니다. 정말 딱딱 짚어 주셔서….

그 말에 다들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 몫으로 주어진 마이크를 들었다.

“예, 저도 제가 잘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트레이너 중 하나가 내 표정을 보더니 우주선이다, 우주선 하며 속삭였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고요. 사실 몇 가지 부분만 짚어 드렸는데… 팀원들이 워낙 잘해 주셔서 이렇게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정말 너무 잘해 줬어요.”

마스커레이드 팀원들이 기분 좋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입을 살짝 누르는 가운데.

팀원 중 하나가 눈가가 촉촉해지려는 걸 보며 웃었다.

어느어느 파트가 좋았다 하는 트레이너들의 칭찬이 이어진 후에 마스커레이드 팀이 내려갔다.

다음 팀이 올라오고 있을 때 트레이너 중 하나가 물었다.

“어땠어요? 방금 무대?”

“너무 좋네여…….”

막내가 흐뭇하게 웃었다.

“저희 곡으로 경연을 한다고 그러고. 그러니까 막 명곡단에 나온 대선배님 된 기분 같구 그래여.”

“너무 좋아요. 정말로.”

편집할 만한 거리를 안 주기 위해 다른 말을 한 거긴 하지만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긴 했다.

우리 곡으로 경연이라니.

리혁이가 말했다.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곡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느낌도 들고.”

“맞아.”

나 역시도 그런 부분에 주목했다.

우리 노래를 다른 사람이 다른 식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걸 보고 있자니 뭔가 자극이 된다고 할까.

머릿속에서 무언가 떠오르려고 하다가 말기를 반복할 때.

“2번은 비주 형네 팀이네여.”

“나인 나인~”

두 번째 순서는 비주가 담당한 Nine 팀.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로 올라오는 비주 미니미들을 바라볼 때,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근데 순서 이대로면 좀 힘들 수도 있겠다. 1번이 임팩트를 너무 세게 가져가네.”

“그러니까. 강약조절이 잘 됐다니까. 약할 때는 살랑거리다가 셀 때 확 세니까 시선을 가져가잖아.”

“마지막에 엔딩도 임팩트 쩔고.”

내가 맡았던 마커 팀이 1번을 하면서 워낙 세게 임팩트를 가져간 터라 2번이 묻힐 거라는 예측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 의도한 바긴 했다.

기왕 1번이라면 최대한 강하게 해서 뇌리에서 안 사라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니까.

“후후…….”

나긋한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비주가 손을 올리고 귀부인처럼 웃고 있었다.

“……왜 그래?”

“그럴 거 같아서 저도 조금 바꿨거든요. 형이 1번 맡으면 무조건 강하게 할 거 같아서.”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더 임팩트 있도록 연습을 했어요.”

“…….”

허를 찔린 느낌이라 머쓱한 기분을 느낄 때.

“크으, 역시 비주 형이네여. 뉴블랙 졸개도 3년이면 작곡을 한다더니.”

“잘했어요. 형. 가끔씩 이 사람도 당해보고 그래야죠.”

“님 좀 잘한 듯.”

비주가 동생들의 칭찬에 후후 웃으며 말했다.

1번을 맡은 나를 견제하기 위해 비주도 나름의 전략을 세운 모양이었다.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빛내던 비주가 말했다.

“저 맏형 해서 형한테 하루 동안 반말할 거예요.”

“비주야.”

“네?”

“그런 건 그냥 지금이라도 해도 되는데.”

“어……?”

형이라고 불러줄까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기 힘으로 따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 얘네 봐. 귀여워.”

주변에서 해바라기처럼 양손을 뺨에 올린 채 흐뭇하게 웃던 장소원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다시 근엄하게 선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동안 Nine 팀의 무대가 이어졌다.

“오…….”

“와, 쎄네. 쎄다, 얘네.”

“Nine도 느낌이 바뀌었는데? 강약중강약이었는데 그냥 강강강이네.”

“임팩트 있다.”

트레이너들의 칭찬이 절로 나올 만큼 Nine 팀의 춤선이 굉장히 화려했다.

아무래도 연습기간이 짧기에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임팩트만큼은 마스커레이드를 지우기 충분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마커 팀이 그걸 보며 아아아… 하며 탄식하고 나도 구레나룻을 긁적일 때.

“오오오오……!”

허강민 대표의 감탄과 함께 열정적으로 땀을 훔치던 연습생들이 엔딩 포즈를 착 취했다.

화려한 춤으로 가득한 무대.

트레이너들도 잘했다는 듯 박수를 치고 있을 때였다.

“어어……?”

엔딩 포즈로 앉아 있던 연습생들이 힘이 풀렸는지 그 상태로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그러고는 일어나지 못했다.

“…….”

“…….”

일어나려고 흥하! 흥하! 하는 소리를 내며 힘을 주던 연습생이 복근이 당기는지 몸을 웅크렸다.

신체나이 80대가 된 것처럼 드러누운 연습생들이 애벌레처럼 끙차 일어나려고 애쓰는 광경.

“끄으응…….”

“으헛! 으허어어! 아이구우….”

“아구구구.”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돌아갔다.

헉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누군가.

“저, 비주야.”

“…….”

“쟤네 못 일어나는데…?”

“……어엇!”

끙차! 끙차! 하며 일어나려는 애벌레들의 모습에 비주가 괜찮아요?! 하면서 뛰어갔다.

음.

무대의 우열은 잘 모르겠지만 도덕 점수는 내가 이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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