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8화
같은 시각.
옆방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작진도 당황하는 중이었다.
“어어어어어!”
“저기 들어가면 안 되는데… 아니… 저.”
“아니 저기에….”
깜짝 카메라를 하기로 한 방에서 정겨운 간식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담소를 나누는 댄서들.
그리고.
‘……!’
테이블 아래 설치된 카메라에서 뉴블랙이 한 덩어리처럼 엉켜 있었다.
휙!
댄서 중 하나가 다리를 쭉 뻗자 중현이 몸을 구부려서 피한다.
“오우!”
“저걸 피하네.”
기괴한 각도로 몸을 틀어 가며 다리를 피하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
힘겹게 몸을 웅크린 그들이 카메라를 향해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도와주세요ㅠㅠㅠㅠ]
SOS 요청에 제작진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거 어떡할까요?”
“누가 들어가서 잠깐 나와 달라고 하는 건 어때? 비주 씨랑 잠깐 진행할 게 있다고.”
“그건 너무 티 나지 않나?”
어느 작가가 의견을 냈다.
“출연자들을 하나씩 톡으로 불러내는 건 어떨까요? 상황을 알려 주고.”
“뉴블랙만 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다른 그룹들도 다 하기로 했잖아. 김이 팍 샐걸.”
“그건 그러네요….”
다른 출연자들도 응원을 하러 와 준 멤버들을 보며 어멋! 하는 컨텐츠를 찍을 예정이었다.
출연자들에게 뉴블랙이 테이블 아래에 숨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
“근데 말이에요.”
누군가 말했다.
“어차피 저기 숨어 있는 거 들키게 될 텐데. 그러면 이미 컨텐츠는 망한 거 아니에요?”
“어……?”
“그러네. 이미 망했네.”
뉴블랙이 밑에서 등장하는 순간, 이미 그들이 준비한 컨텐츠는 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연출이 물었다.
“그럼 저기서 조금만 더 숨어 있어 달라고 할까요? 아예?”
“그것도 나쁘…….”
…지 않군, 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제작진의 머릿속에 시청자 게시판이 뽕- 하고 떠올렸다.
-제작진 돌았나
-이 ㅅㅂㄹㅁ들이
-저기서 30분 넘게 갇혀 잇는 게 말이 되나??? 도랏?? 가뜩이나 관절 안 좋은 애들한테;
-게스트 불러 놓고 뭐 하는 짓이냐
-제작진 분들 유병장수하세요^^
백만 대군처럼 몰려오는 수플레빵의 물결.
작가 하나가 말했다.
“전 오래 살고 싶어요.”
“나도…….”
“우리 컨텐츠 하겠다고 저기 계속 숨어 달라고 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수긴 해요.”
뉴블랙은 귀한 손님이다.
게스트로 나와 주기만 해도 보도 자료로 기사 수백 건은 쉽게 내보낼 수 있는 연예인.
그런 손님을 저렇게 기다리라고 할 순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고참 작가 하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문 앞에서 막고 있든지 했어야지. 저렇게 사람 들어가게 만들면 어떡해?”
“죄송해요. 그 짧은 시간에 누가 들어갈 줄은 몰라서…….”
그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잠깐 방에 혼자 있으라고 뒀는데 5분도 되지 않아서 티 파티가 열릴 줄 누가 알았을까.
지켜보던 스탭 하나가 말했다.
“비주 씨 인기가 엄청 많더라고요. 밥 먹을 때나 휴식할 때마다 저렇게 둘러싸여 가지고.”
처음에는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이라 다들 붙어 있는 건가 싶었는데.
그도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겠지만, 당사자의 성격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선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 줘서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성격이었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죠?”
누군가 화면을 가리켰다.
팔락팔락.
어두운 화면 속에서 마귀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뉴블랙이 핸드폰을 흔들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그들이 입술을 꾹 말았다.
‘웃으면 안 되는데…….’
저 아래서 조무래기들처럼 꼼지락대는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진짜 예능신이 가호라도 하는 건가.’
시청자들이 보면서 배를 잡고 웃을 만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뽑아내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깜짝 카메라가 실패하긴 했지만 방송 재미로는 대박인 상황.
그러하기에 그들은 이 상황을 그대로 이어 가기로 결정했다.
* * *
제작진으로부터 톡이 도착했다.
‘뭐래요?’
내가 핸드폰을 보여 주었다.
‘그냥 나와도 된다는데?’
‘…….’
간단한 해결책이긴 했다.
여기서 식탁보를 젖히고 둘셋! 안녕하세요~ 4블랙입니다 와하하하 하고 등장하면 되는 거니까.
정말로 정석적인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걸 어떻게 나가요?! 쪽팔려 죽을 텐데.’
이미 귀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리혁이의 말에 공감했다.
생각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린다.
‘다른 방법은 없어여…? 우리?’
‘형.’
중현이가 말했다.
‘테이블이라도 들어 볼까요?’
‘테이블을…?’
마치 포세이돈이 배를 들어 올리듯이 테이블을 들어 올린 중현이와 우리가 훗 하며 등장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중현아.’
‘네, 형.’
‘가만히 있어.’
‘네.’
꿀단지를 뺏긴 곰처럼 추욱 늘어지는 중현이를 바라보며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졸개들아.’
‘네.’
‘아무래도 상황이 노답이다. 이건 그냥 나가는 수밖에 없어.’
지호가 눈빛으로 물었다.
‘조금 더 버텨 볼까여?’
‘그것도…….’
수치스러움과 쑤시는 허리 중에서 후자를 고르자는 해결책이었지만.
‘우우우욱!’
댄서들의 발 냄새에 헛구역질을 하는 리혁이의 모습에 포기했다.
더군다나 사방에서 움직이거나 꼼지락대는 운동화들도 위험 요소였다.
‘발이다! 발!’
‘피해!’
발이 움직일 때마다 한 덩어리가 되어 형태를 이리 바꾸었다가 저리 바꾸기를 반복했다.
몸을 꺾어 발을 피하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감탄했다.
‘박수 치지 마!’
‘아.’
아 맞다 하면서 손을 멈추는 동생들.
“방금 뭐가 똑또독 하지 않았어?”
“누가 노크했나?”
누군가 문을 열고는 아무도 없는데? 하며 답을 하고는, 다시금 대화가 이어졌다.
그동안 우리는 깊은 토론 끝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나가자. 반대하면 서리혁.’
‘반대할래요.’
3대 1로 가결됐다.
그렇게 나가려고 할 때, 테이블 위에서 우리의 귀를 잡아끄는 대화가 들려왔다.
“근데 비주야.”
“네?”
“아까부터 왜 그렇게 핸드폰을 붙잡고 있어? 어디 연락이라도 와?”
“아, 그게요.”
비주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렸다.
“멤버들이 원래 오늘 녹화하는 거 보러 오기로 했거든요. 근데 다들 못 온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그런 거야?”
“네.”
침울한 목소리가 말했다.
“한 달 전부터 얘기를 해 놨는데. 갑자기 녹화가 어떻게 됐다고 그러고.”
“하긴, 뉴블랙이야 워낙 바쁘니까.”
“네. 근데 혹시라도 상황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문자 기다리고 있어요.”
누군가 농담하듯이 말했다.
“다들 나빴다.”
“아니에요~ 다들 바빠서 그런 거니까요.”
웃으며 대답하는 비주의 모습에 우리가 감탄했다.
엄청 서운한 상황에서도, 농담으로도 우리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하지 않는 둘째였다.
막내나 리혁이었으면 저주하고 난리 났을 텐데.
댄서들이 말했다.
“아쉽다. 나도 뉴블랙 보고 싶었는데.”
“언니는 본 적 없으세요?”
“응. 방송국 오다가다 하면 한 번은 마주칠 법한데… 희한하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얼굴 보기 어렵더라고.”
괜찮습니다. 선배님의 발이 저희 얼굴을 보고 있어요.
흐뭇하게 웃으며 동생들과 끄덕끄덕하고 있을 때.
‘아.’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을지, 아주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 * *
김비주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못 오는 거야.’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때였다.
혹시나 멤버들이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싶어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았지만 더 이상의 메시지는 없었다.
‘다들 못 오는 거구나. 진짜로.’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이해는 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서운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어떻게 한 명도…….’
모두가 다 올 수 없다는 거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멤버가 갑자기 스케줄이 생겨서 오지 못하게 된다니. 이건 너무나도 슬픈 상황이었다.
어쩜 하늘이 나한테 이러지 하는 기분.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김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 메신저를 켰다.
새로운 메시지 1이 없나 살폈지만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다.
“…….”
망연자실하게 핸드폰을 내려놓는 비주의 모습에 주변에서 보고 있던 댄서들이 웃음을 참았다.
‘아, 귀엽다.’
‘진짜 귀여워.’
사진을 한 장 찍어 두고 싶은 표정이었다.
어떻게든 입은 웃고 있는데 눈초리가 시무룩하게 처져 있어서, 마치 실망한 토끼 같았다.
란이 웃으며 물었다.
“더 온 게 없어?”
“네…….”
그런 대답을 하고 있을 때였다.
[메시지 왔어요오오오! 받아요오오!]
갑작스러운 알림에 댄서들이 깜짝 놀랄 때, 비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우주 형이다!’
선우주 전용 알림음이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핸드폰 메신저를 키자, 다른 댄서들도 시선을 모았다.
우주 형 [비주야]
우주 형 [사실 우리 스케줄 있다는 거 뻥이야ㅋㅋ]
우주 형 [속았지?]
그 메시지에 비주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온대요!”
“흐하하핫!”
급격한 표정 변화에 다들 웃음을 터뜨릴 때, 설레서 답을 보내려는 비주를 와일드의 우산이 만류했다.
“이런 건 잔뜩 삐진 티를 내줘야지.”
“맞아. 그거 맞다.”
“이런 장난 진짜 싫어요, 이런 식으로 보내 봐.”
그 말에 이미 쓰던 메시지를 지운 비주가 새로운 메시지를 입력했다.
[저 이런 장난 싫어해요!!]
비주가 물었다.
“어때요?”
“어…… 음….”
틀리게 적은 것은 아닌데 왠지 모르게 화를 내는 것 같지가 않다.
머뭇하는 댄서들의 반응에 비주가 여러 버전으로 메시지를 입력했지만, 부드러운 메시지밖에 없다고 할까.
장난기가 동한 댄서들이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이런 장난 별로예요 ㅡㅡ^]
…그런 답을 보내며 웃었다.
이제 우주가 어엇… 하고 당황스러운 메시지를 입력하진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주 형 [안녕하세요 우산 선배님]
“흐아악!”
우산이 식겁하며 핸드폰을 왁왁! 하며 테이블에 떨구는 가운데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 소름…….”
“어떻게 알았지? 어디서 지켜보는 거 아냐?”
“문 열어 봐. 문.”
누군가 문을 열었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핸드폰을 다시 집은 비주에게 댄서들이 물었다.
“어디냐고 물어봐. 지금 어디서 지켜보고 있는 건지.”
“잠시만요.”
비주가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형! 어디에 있어요? *^^*]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우주 형 [저희는 지금 여러분과 함께 있어요]
우주 형 [아까부터 지금까지 계속..]
어딘가 소름 끼치는 대사였다.
마치 뉴블랙의 유령들이 꺄르륵 하면서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한 대사.
댄서들이 수군거렸다.
“여기 있다고?”
“카메라로 보고 있다는 건가?”
“근데 이 방에 우리밖에 없잖아요. 숨을 데라고 해 봐야…….”
숨을 곳이 없는 건 아니었다.
회의실에 설치된 칸막이 뒤편도 있고, 벽 뒤에 숨을 만한 곳도 있고.
하지만 그곳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댄서들이 시선을 옮기고 있을 때.
“…….”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멎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누군가 말했다.
“근데 아까부터 나만 이상했어요? 아니, 방송국 회의실에 누가 이런 식탁보를 깔아 놔.”
“그러게.”
“이렇게 길게 아무것도 안 보이…….”
“…….”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테이블 밑에 귀신이라도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무서운 느낌.
“엇…….”
댄서들이 겁쟁이처럼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을 때.
누군가 심호흡을 하고는 테이블에 다가가 노크를 했다.
똑똑.
그리고 3초 후.
대답을 하듯이 테이블 안에서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아아악!”
“으아, 뭐야… 나 이런 거 너무 싫어.”
안에 우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뭔가 무서웠다. 식탁보를 걷고 안에 있는 것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느낌.
그러는 동안 비주 혼자 생글생글한 얼굴로 물었다.
“우주 형? 형이에요?”
-으응…….
머쓱해하는 목소리.
그제야 댄서들이 긴장을 풀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주 씨, 아까부터 거기 있었어요?”
-네…….
“왜 거기 있어요?”
-비주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여러분이 들어와서요…….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이 갔다.
-제가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그러면 놀랄 수도 있고. 오늘 경연이신데 놀라서 넘어지거나 다치시면 안 되잖아요.
“이제 괜찮으니까 나와요.”
-네, 잠시만요.
그러더니 우주가 말했다.
-잠깐 테이블을 옮겨도 될까요? 나오기에 공간이 좀 협소해서.
“네, 그러세요.”
-놀라지 마세요~
이윽고 우주가 식탁보 안에서 허억! 하고 나올 장면을 기대하고 있을 때.
안에 우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댄서들의 앞에서 식탁보가 부글부글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뭐야?’
안에 유령이 돌아다니듯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식탁보.
그러더니.
번쩍!
테이블이 30센티 정도 붕 떴다.
“……!”
스스슷 솟구친 테이블 아래로 마치 벌레처럼 8개의 다리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꺄르륵 하며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삭삭삭삭!
바퀴벌레처럼 움직이는 테이블.
“엄마야아아아!”
“으아악!”
“아이씨! 이거 뭐야!”
겁에 질린 댄서들이 샌드위치를 팽개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3분 후.
이제는 카메라맨들이 들어와 있는 방.
“…….”
“…….”
상견례를 하듯이 테이블을 두고 양쪽에 마주 앉았다.
머쓱한 눈빛.
서로 시선을 피하며 벽에 걸린 달력이나 꽃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가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비주 없는 4블랙입니다.”
“예…….”
비명을 질러서 그런지 살짝 쉰 목소리로 댄서들이 답했다.
그들도 배꼽 인사를 했다.
“저희는 비주 친구예요.”
“아, 예…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선배님.”
“네, 저희도…….”
“하하…….”
“하…….”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서로 간에 워낙 황당한 상황이었다 보니 뭔가 어색하다.
트윙클의 란이 제작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 요런 거 있으면 미리 말을 좀 해 줘야 되는 거 아냐?”
“맞아!”
“저희 다 얼마나 놀랐는데요!”
어색하게 웃는 제작진을 다다다 쪼는 출연진들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면서 서로 방송 잘 보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다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기묘한 상견례를 마치고는 비주와 우리만 방에 남기로 했다.
“안녕히 가세요! 이따가 본 녹화 때 구경하러 올게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출연진들과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를 한 후.
달칵.
문이 닫히자마자 비주에게 달려갔다.
“비주야아아아아아!”
“우주 혀어어엉!”
다 같이 얼싸안고 우아아아 하면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저 진짜 다들 안 오는 줄 알고 서운했잖아요.”
“응. 다 들었어.”
“아. 그러네요. 다…….”
비주가 엇 하고 말을 멈췄다.
아까 인터뷰 때 본인이 했던 말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으아아아… 그럼 다 들은 거예요?”
“다 들었어여~ 형~ 멤버들에게 자랑스러운 춤꾼이 될 거예요! 하하하하! 이러는 거.”
“아, 민망해.”
“멤버들이 다들 뛰어나서~~”
“지호 간식 안 줄 거야.”
“죄송해여, 형. 안 할게여.”
바로 공손해지는 막내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가 시계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마 제가 리허설하는 것까지는 못 보고 갈 거고. 그럼 이따가 보러 오는 거예요?”
“응. 지금은 공연 전에 응원차 온 거야.”
본격적으로 리허설이 시작되고 오후쯤 되면 다들 정신없고 바쁠 거라 한가한 오전 타임을 골랐다.
리혁이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뭐, 형이 우리한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이미 형은 누구보다 우리한테 큰 보탬이 되고 있으니까요.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아저씨보다 우리가 더 의지하기도 하고….”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김비주 없으면 밥은 누가 하나.”
“냉장고 정리도.”
“맞아여. 집요정이 있어야 집이 잘 돌아가지~”
“…….”
말없이 눈을 흘기는 비주를 보며 다들 웃었다. 그러고는 한 명씩 가볍게 포옹을 해 주며 다독였다.
“잘할 거예여. 형.”
“잘할 듯. 아니 망할 듯.”
굳이 특별한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비주에게 이번 경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무대 동선을 연구하겠다면서 공책 한 권을 다 쓰고, 숙소에서 쉴 때도 거실에서 춤을 추던 비주였다.
밤에 화장실에 갈 때마다 잡혀 가서 춤에 대한 피드백을 해서 잘 알고 있다.
“꼭 1등 해, 비주야.”
“맞아여. 1등!”
“오늘 꼭 1등 하고 와요.”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비주를 보며 우리가 훈훈하게 웃었다.
꼭 1등을 해야 된다.
안 그러면….
‘잠이 안 와서요. 왜 제가 1등을 못한 걸까요, 형…?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 납득이 안 가는 거 같아요.’
‘제 실력이 부족한 걸까요? 연습을 더 해야겠어요.’
‘안 되겠어요. 다 같이 연습해요.’
벌써부터 새벽 4시까지 중얼중얼하는 비주의 모습이 그려진다.
팀에서 가장 연습량이 많다는 건, 바꿔 말하자면 근성이 가장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달달 탈수기에 돌아갈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비주는 꼭 1등을 해야 된다.
잇몸웃음을 보이며 응원하고 있을 때, 비주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엇, 저 이제 가야 될 거 같아요. 형. 연습 때문에.”
“이따 봐!”
“다들 이따 봐요~!”
그런 말을 하며 복도를 뛰어가는 비주였다.
그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을 때, 리혁이가 말했다.
“뭐, 잘하겠죠?”
“잘할 거야.”
순해 보여도 누구보다 똑부러진 사람이 우리 둘째 아니던가.
잘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각자의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려고 할 때였다.
지이이잉-
핸드폰 발신자 명에 [비주]가 떠올랐다.
“어, 비주야.”
-형…….
“응. 무슨 일이야?”
-저 여기 어딘지 모르겠어요….
“…….”
이거… 정말 혼자 둬도 괜찮은 걸까.
* * *
몇 시간 후.
뉴블랙처럼 깜짝 카메라를 하기 위해 도착한 스트릿 보이즈의 멤버들에게 변경된 사항이 들려왔다.
“네?”
“저희는 그거 안 한다고요?”
“왜요?”
제작진이 답했다.
“뉴블랙이 다 터뜨리고 갔어요…….”
무얼 터뜨렸다는 걸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허허 웃는 제작진의 표정을 보니 뉴블랙이 또블랙한 모양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창 리허설 중인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느긋하게 객석에 앉은 멤버들은 두리번거리다가 무대 아래서 대기하고 있던 LB, 감나무를 발견했다.
‘장작아! 우리가 왔다!’
리더인 한조와 멤버들이 핸드폰을 톡톡 두드렸다.
도착해서 여기 왔다는 소식.
멀찍이 서 있는 매니저가 핸드폰에 들어온 메시지를 LB에게 보여 준다.
‘여기 있다! 인마!’
그렇게 손을 흔들려고 할 때.
그들은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음……?’
LB와 팀원들이 주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마치 숨은 유령을 찾는 것처럼 암막 커튼을 팟팟팟 손으로 짚거나 킁킁 냄새를 맡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상자 밑을 살피거나 상자를 열어 보는 요상한 모습.
마치 겁에 질린 사람들처럼 주변을 헤집는 모습에 그들이 지나가던 스탭을 불렀다.
“저기…….”
“네?”
“저기… 왜 저러는 건가요?”
그 말에 고개를 돌린 스탭이 아, 하고는 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뉴블랙 때문이에요…….”
“……?”
스트릿 보이즈의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겁에 질린 LB의 팀을 바라보았다.
‘얘네는 또 뭘 하고 간 거지?’
‘뭔데. 또 뭔데…….’
‘뭘 했길래 감나무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냐.’
친구들이 뭘 하고 간 건지 도무지 짐작이 안 가는 동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