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9)화 (47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79화

오후 5시 30분.

의 본격적인 녹화를 1시간 반가량을 앞두고 일산 TBC 방송국이 분주해졌다.

“자, 지금부터 입장 시작하겠습니다!”

“줄 이쪽으로 서실게요!”

신분 확인이 끝나고 안내 책자를 받아 든 관객들이 입장을 시작했다.

“와, 사람 진짜 많다. 이게 다 오늘 보러 온 사람들이야?”

어느 한 커플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방금까지도 서 있던 줄도 끝이 없었지만, 건물 유리 너머로 구름떼 같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남자가 말했다.

“좀 민망하다. 다 아이돌 팬인 거 같은데?”

“그러게….”

그들을 제외한 방청객 대다수가 아이돌 팬이었다.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아직 본방송을 하지 않아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프로그램이었다.

“들어갈까?”

공개홀로 들어간 커플은 와 하며 눈을 크게 떴다.

넓은 무대.

천장 아래 복잡하게 얽힌 철골 구조의 조명들.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 둥둥 떠오른 의 로고.

“생각했던 것보다 완전 더 큰데?”

“진짜 크다….”

족히 천여 명은 수용할 규모에 감탄만 나왔다.

곧이어 객석이 채워지자, LED 화면에 떠올랐던 의 로고가 움직였다.

슈우웅-

I MOVE에서 MOVE란 단어만 남으면서 아래 사전처럼 뜻이 떠오른다.

MOVE

1. (몸 등을) 움직이다

2. (생각, 감정 등이) 변하다

댄서들이 몸을 움직여서, 그러한 춤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인다는 뜻을 보여 주는 듯했다.

집중하고 있는 방청객들의 앞에 다시금 I MOVE가 흘러나오더니 I의 위치가 바뀌기 시작했다.

V와 E 사이.

[MOVIE]

[지금부터 여러분의 앞에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집니다!]

갑자기 흑백으로 바뀐 화면에서 치직, 치직 하는 노이즈와 함께 라는 투박한 폰트가 떠올랐다.

방청객들이 집중해서 바라볼 때, 익살맞은 내레이션이 들렸다.

[여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시름에 빠져 있는 왕과 재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왕을 암살하려고 하는 한 남녀가 있죠!]

[에라트리아, 지금부터 소개 시작합니다!]

주말 영화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었던 목소리에 방청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길지 못했다.

흥미진진하게 달려가던 영화 소개 영상이 중반부에서 뚝 끊겼기 때문이다.

“어……?”

“뭐야. 끝?”

그에 답하듯 익살맞은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뒷내용은 경연에서~ 확인해 주세요!]

여기저기서 아아아아~ 뭐야 하는 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커플이 핸드폰에 손가락을 올렸다.

하나 그들은 금세 난관에 봉착했다.

“다 영어인데……?”

“눈물 난다. 진짜.”

미튜브에도 자막이 없고 그 흔한 블로그 리뷰조차 없다.

영문 위키피디아를 읽다가 포기하고 아쉬움을 삼킬 때.

“와아아아아악!”

“끼요오오오오오옷!”

난데없는 괴성에 그들이 화들짝 놀랐다.

스크린에 흘러나오는 영상이 팬들을 흥분하게 한 듯했다.

대표곡의 안무를 추는 출연진들의 영상.

아래 이름과 그룹이 영어로 멋들어지게 적혀 있다.

‘우와…….’

방금 비명이 흘러나온 대상은 스트릿 보이즈의 LB.

‘Stronger’에 맞춰 눈에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LB가 웃으며 거칠게 몸을 틀 때마다 CG로 덧입혀진 빛이 잔상처럼 남는다.

남자가 속삭였다.

“인기 많은가 봐.”

“그러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릿 보이즈라는 그룹명은 들어 본 적이 있으니 분명 잘나가는 아이돌일 것이다.

그렇게 티저 영상이 나오면서 환호가 터져 나올 때.

“우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스튜디오 뚜껑이 휭 하고 날아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큰 환호가 흘러나왔다.

“오……!”

“비주다! 비주!”

커플이 반갑게 웃었다.

초면인 출연자들 속에서 비주가 쏙 튀어나오니 반갑다. 하지만 그런 반가움도 잠시.

‘우와…….’

화면 속 비주의 비주얼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 위로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소년미 가득한 얼굴을 훑었다.

후드가 달린 검은 점퍼를 걸친 비주.

네온사인이 가득한 뒷골목에서 Nine의 포인트 안무를 추는 비주의 모습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러다 탈골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격한 안무가 끝나고 X자로 교차된 양손 뒤로 비주의 눈이 클로즈업됐다.

“대박이다…….”

“느낌 있다. 느낌 있어.”

금세 잊히는 여러 춤사위 속에서도 계속해서 뇌리에 남는 비주의 마지막 눈빛이었다.

출연진의 티저 영상이 하나씩 흘러간 후.

-안녕하십니까~!

마이크를 든 남자가 올라왔다.

-오늘 사전MC를 맡은 김철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사전 MC계의 뉴블랙이라고 불리는 개그맨이 올라와 능숙하게 진행을 했다.

경품을 걸고 아까 보았던 ‘에라트리아’의 영상에 대한 퀴즈를 내기도 하고.

유의사항에 대한 멘트도 하고.

그렇게 사전 진행이 끝날 무렵, 멀찍이 무대 근처에서 출입구가 열리면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건 일반인 방청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어……!?”

따로 마련된 패널석으로 다가가는 이들은 바로 4블랙이었다.

‘대박……!’

‘횡재했다! 뉴블랙!’

방청객들에게 발랄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미남들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얼떨떨했다.

‘패널이 뉴블랙이었어?!’

예능인들을 불러서 자리를 채우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출연자의 동료들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 뒤를 이어 게스트들이 들어왔다.

한아윤을 비롯해 유명한 댄서들도 있고, 뉴블랙처럼 동료들도 있고.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객석에 앉은 이들이 저마다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 목을 쭉 내밀었다.

‘우와.’

TV에서 보던 가요 시상식 무대에서나 볼 법한 라인업이었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익숙한 사람들도 많고.

그리고.

“……!”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 것은 패널석 정가운데 앉아 있는 멀쩡한 옷차림의 미남이었다.

청바지를 입고 길쭉한 다리를 느긋하게 뻗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

어디에 시선을 두든 정신을 차려 보면 우주의 얼굴에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새로 산 옷에 제육볶음을 쏟아도 용서해 줄 미모.

“허어…….”

“워후…….”

객석에 앉아 있는 커플의 눈이 몽롱해졌다.

“TV로 봤을 때는 왜 웃기다고 생각했을까?”

“그러게…….”

정말 현실감 없는 얼굴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CNN 뉴스를 보면서 블랙커피를 마실 듯한 얼굴이 부드럽게 웃으며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옆에는 친구인가?’

꽤 잘생긴 청년이 앉아 있었는데 둘이 입을 가리고 뭐라고 소곤소곤하고 있었다.

마치 환상의 나라를 보는 듯한 분위기.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   *   *

“장독대.”

“대학교.”

“교사.”

“사기꾼.”

“……!”

회심의 일격에 한조의 눈동자가 지진을 일으켰다.

내 동생들이 오옷 하고, 저쪽 동생들이 아아 하면서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꾸, 꾼내…….”

“에이, 졌네. 졌어. 현조 형 포기해.”

“꾼내! 꾼내라고.”

한조가 억울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꾼내 진짜로 있다니까. 우리 할머니가 쓰는 말인데.”

“그래?”

그 말에 리혁이를 향해 눈짓을 슥 던졌다. 리혁이가 눈빛으로 내게 긍정의 의미를 전했다.

‘있는 말이에요.’

그렇군.

내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넌 시간초과로 졌어.”

“…….”

“자, 우리 민초단 식구들. 오늘 경연 끝나고 식사는 우리의 이현조 씨가 쏘기로 결정됐습니다.”

“와아아아아-.”

다 같이 꺄르륵 웃었다.

프랑스에서 만나고 나서 또 만나서 그런지 반갑고 정겨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패널석에 앉아 있는 동안 꽤 심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스트릿 보이즈가 우리 옆이었다.

그때, 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이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저도 껴도 돼요?”

“은성아.”

“네~?”

눈을 깜빡깜빡하며 앙증맞은 표정을 지어 보이려는 군 후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쥘 뻔했다.

웃으면서 입을 가렸다.

“민초단에 객식구는 받지 않아.”

“나한테만 까칠하다니까. 저 싫어해요?”

“허어…! 대박, 은성아.”

“네?”

“그거 어떻게 알았니.”

“…….”

은성이가 입을 일자로 만드는 동안 주변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흥 하던 녀석이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로 타깃을 돌렸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저…….”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답했다.

“은성 씨, 소용없어요.”

“네?”

“우리 민초단은 독재주의거든요.”

“단장님 마음대로 해먹는 구조예요. 우리가 회비도 바치고.”

단 한 번도 바친 적 없다.

늘 단장님이 사 주시는 고기~ 꺄하하하! 했던 이들을 보며 한심한 눈빛을 보낼 뿐.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수다를 떠는 동안 속속들이 게스트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

어린 친구들의 공기~! 하는 트윙클의 멤버와도 인사를 하고.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데이지와도 꾸벅 배꼽인사를 하며 반갑게 미소를 주고받았다.

“근데…….”

내가 게스트들을 보며 소곤거렸다.

“우리 너무 많이 왔나…?”

“으으음…….”

남들 다 한두 명 정도인데, 넷이나 와서 자리를 차지해도 괜찮나 싶어서 스보와 우리가 어색하게 웃을 때.

우르르르르르.

“안녕하십니까!”

이번 댄스 프로그램에 막내로 참가한, TJ 엔터의 신규 보이그룹 멤버들이 우르르 등장하면서 마음을 놓았다.

‘편안.’

‘고마워요. TJ.’

그러고 있을 때.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녹화를 시작한다는 말에 방송용 텐션을 장착하고 흥을 끌어올렸다.

이윽고 등장한 MC가 호쾌한 목소리로 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하고 소개한 후.

본격적인 첫 경연의 녹화가 시작됐다.

아무래도 아직 첫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보니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알리는 시간이 꽤 긴 편이다.

첫방을 했다면 생략했을 팀 배정이 어찌 되었는지에 대한 영상들과 각 팀별 소개 영상이 흘러나왔는데, 순서를 보니 아마 본방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나갈 거 같다.

“와아아아아아아-!”

잠시 어워드에 온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규모긴 했지만, 가수의 영상이 나올 때마다 환호하는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영상이 너무 많은 터라 얼마 안 가 함성들이 힘을 잃어 가는 데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자! 대망의 ‘I MOVE’ 그 첫 번째 공연을 보실 차례인데요. 전 출연진이 함께 무대 위에 서는 오프닝 무대입니다. 힘찬 박수와 함께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아아!”

패널석에서 다들 우아아아 하면서 응원하는 동안.

무대가 어두워졌다.

스크린 위로 자막과 함께 스테인드글라스 그림 같은 CG 속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Once upon a time…….]

내레이션과 함께 영상 속 줄거리가 전개된다.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느낌.

이게 바로 학예회에서 나를 바라보던 김덕순 여사의 심경일까. 우리 애가 어디 있는지 막 찾게 되고.

저기서 제일 예쁜 옷을 입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반짝거렸다.

‘어디 있어여, 형?!’

‘김비주야. 어디 있느뇨.’

‘비주야아아아!’

소리 없이 환호하면서 무대를 훑었다.

어두운 무대 위에 15명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위로 조명들이 물결친다.

‘오오오오…!’

색색의 조명이 휘몰아치는 동안 우측에서 3번째에 비주가 보였다.

고개 숙여 바닥을 보고 있는 비주의 머리카락 위로 파란 조명이 물결치면서 지나갔다.

타이트한 의상 위로 하늘하늘한 천을 두르고 있다.

‘한국풍으로 각색했나 본데요.’

‘그러네!’

영화는 중세 유럽과 비슷한 배경으로 했던 것 같은데, 무대 위의 배경은 한국풍에 가까웠다.

비주가 아이디어를 냈다는 게 이거구나.

정확히 어느 시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삼국시대예요. 백제 쪽이랑 신라 쪽이 섞이긴 했는데… 고증 상태는…….’

이어폰으로 문화재 해설을 듣듯이 귓속말로 피라루쿠 선생님이 자세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대충 삼국시대 의상이란 이야기였다.

전반적으로 타이트하면서도 그 위로 천을 둘러 몸의 움직임을 최대한 눈에 띄게 만든 복장이었다.

그리고.

긴박한 BGM이 깔리면서 마침내 무대가 시작됐다.

오프닝 무대의 중심축은 두 사람이었다.

붉은 숄을 걸치고, 눈가의 끝을 붉게 칠한 스칼렛의 리나가 용의 역할을 맡아 우아하게 움직이고.

반대편에서 푸른색상의 옷을 걸친 트윙클의 란이 대치하듯이 몸을 움직였다.

그동안, 우리의 눈은 비주를 쫓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양측 수하들이 빙글 돌면서 대치하는 가운데 살짝 도약하며 몸을 빙글 돌리는 비주였다.

펄럭, 하며 팔 부분의 옷자락이 흔들리는 소리.

군살 하나 없이 튼튼한 몸이 하늘을 날듯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광경은 우리가 보기에도 멋졌다.

춤을 춘다기보다는 날아다닌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느낌.

“와…….”

이윽고 주변 왕국과의 갈등으로 부인을 잃은 재상의 장면.

살짝 힘이 풀린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던 비주가 휘청거리듯 몸을 뒤트는 장면에서 감탄이 나왔다.

연인을 잃은 사람이 눈밭을 서성이면서 실성하는 듯한 처연함이 느껴지는 춤.

여러분! 지금 저 춤을 추는 쟤가 우리 메인 댄서예요!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끼야아아아아!”

수플레들이 내 마음을 대신해 주었다.

푸른색 계열의 천을 집어던지고 백색의 옷차림으로 변한 비주의 눈동자에 한이 맺히기 시작했다.

타락한 재상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는 듯한 연기였다.

그렇게 무대가 세 개의 파트로 나뉠 때, 어둡게 물들어 가는 맨 우측 무대에서 비주가 몸을 돌렸다.

뒷모습에서도 감정이 보이는 듯한 아련한 광경에 시선이 머물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방청객들의 박수가 요란해지는 가운데, 무대가 어둡게 변하더니 댄서들이 무대를 내려갔다.

“와…….”

“와.”

동생들과 상기된 얼굴로 바라보다가 옆자리에서 마찬가지로 상기된 스보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가 동시에 말했다.

“나무 춤 봤어?”

“비주 봤어?”

그러곤 아하~ 하며 웃었다.

각자 자기네 멤버만 본 모양이다.

“비주가 춤을 추는데…….”

“우리 언니…….”

“하루가 방금…….”

그야말로 집단적 독백의 현장이었다.

서로 자기 말만 하는 가운데, 무대가 다시 밝아 오르고 MC인 백상중이 위로 올라왔다.

-어떠셨나요. 첫 무대, 재미있게 보셨습니까?

“네-!”

-정말 멋진 무대죠? 저도 리허설을 보는 내내 입이 정말 쩍 벌어지는 무대였어요.

방청객들의 리액션을 유도하던 MC가 이내 패널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떠셨나요? 한아윤 안무가님?

-정말 짜임새가 좋았어요.

이 자리에서 춤에 대해 가장 전문가인, 한아윤 안무가가 마이크를 들고 관전평을 말했다.

-오면서 그 생각을 했거든요. 15명이면 너무 많다. 잘못하면 무대가 조금 번잡스러워질 수가 있다 했는데…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네요. 구성도 좋았고. 아이디어도 너무 좋았어요. 무기 대신에 천을 휘둘러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는 식으로 보여 준다는 발상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는지 엄지까지 들면서 좋아하는 리액션을 보여 주는 한아윤 안무가였다.

그녀를 비롯해 유명한 안무가, 댄서들이 관전평을 말한 후.

-이번에는 동료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데이지 씨, 어땠어요?

스칼렛의 막내, 데이지가 눈을 글썽이며 외쳤다.

-저희 언니가 너무 멋있었어요…!

객석과 패널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격한 반응이로군요.

-아니! 리나 언니가 저기 나와서 막 슉슉 춤을 추는데…! 진짜 용이 튀어나온 거 같고! 뒤에서 날개가 보이고!

올망졸망한 눈으로 흥분해서 외계어까지 튀어나오려는 데이지의 모습에 다들 웃었다.

객석이 웃음바다가 되는 가운데 백상중이 타깃을 돌렸다.

-두 주역 중 하나였죠. 트윙클 분들은 어땠습니까?

-만족했어요. 아, 그래도 란이가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밥벌이는 할 수 있겠구나 하고.

30대에 접어든 2세대 아이돌들의 입담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우리에게도 마이크가 왔다.

-비주 씨도 오프닝의 주역 중 하나였죠. 뉴블랙 분들은 어땠습니까?

“저희도 비주가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우리 애가 최고다 하는 기조에 맞춰 말을 하니 다들 웃었다.

제작진이 넣고 싶어 할 만한 연습량에 대한 코멘트라든가. 조명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대충 염두에 두었던 편집 포인트에 맞게 무대에 대한 코멘트를 했다.

무대 아래쪽에서 작가님들이 좋아하는 표정이 보였다.

그러는 동안.

패널석에 앉아 있는 우리도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비주 씨가 연기한 재상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센터에 서는 게 몇 번밖에 없었는데도 눈에 딱 들어오고.

-비주 선배님이 보여 주셨던… 그 재상 표정 연기가 기억에 계속 남아 있어요.

-사람 몸이 저렇게 유연할 수가 있구나….

방송용 칭찬도 섞여 있었지만, 비주의 춤에 대해 모두가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말하는 걸 보니 잘하긴 한 모양이다.

‘비주야. 듣고 있니?’

‘비주 형! 형을 칭찬하고 있어여!’

어차피 방송에 나갈 내용이긴 하지만 이걸 무편집으로 영상을 받아서 비주에게 틀어 주고 싶다.

대기실에서 TV를 보고 있다면 알겠지만, 아마 지금도 마무리 연습을 해 보느라 관심이 없을 것이다.

워낙 그런 성격이니까.

그러하기에 대신 우리가 만족하기로 했다.

“음흠흠…….”

“흐흣… 흐흣…….”

비주의 공은 곧 우리의 공이 아니던가.

열심히 으스대며 날로 먹었다.

그러는 한편,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팀별 무대가 진행됐다.

각 팀별로 인터뷰와 연습 영상, 자신들이 하게 될 장면에 대해 소개를 하고. 무대를 하고 그에 대한 코멘트를 받고 내려가는 식이었다.

최고의 춤꾼들을 모았다는 MC의 호언장담대로 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함성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뒷내용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관객들의 함성이 점점 고조될 때.

-이제 네 번째 공연이죠? 바로 사과팀의 공연입니다!

환호와 함께 흘러나오는 사과팀의 VCR.

마침내 비주네 팀의 공연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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