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0화
수플레들은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드디어 경연이다…!’
의 1화가 나오고 오늘 2화가 나올 때까지, 일주일이 몇 주처럼 느껴질 만큼 기다렸던 그들이었다.
-하 나 너무 설레
-호호치킨 반반 시켰당..♡
-불금은 내 최애와 함께
-비주 춤 볼거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존나 떨려
평소보다 더 흥분한 분위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무대다……!’
불꽃놀이의 음방 재출연, 그리고 8월 초에 방영된 LA K팝 콘서트 이후로 한 달 만에 보는 무대 떡밥이었다.
물론 뉴블랙 TV에도 그간 우주가 직접 수록곡을 피아노 커버한 영상을 올린다든가, 리혁의 노래 영상 등이 올라왔지만.
이렇게 각 잡고 무대에 나오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레전드 무대 한 편 또 나오겠지?’
현장 방청을 다녀온 수플레들과 다른 아이돌 팬들이 스포일러성 후기를 올린 바 있었다.
-대부분 돌들 무대 반응 엄청 좋았음. 춤을 좋아하는 게 보여서 너무 좋았고 순위도 딱히 연연 안하게됨.. 그리고 비주네팀 진짜 잘하더라
-그중에서 한팀 ㄹㅇ 반응 좋을 거임
-비주 진짜 춤 너무 잘추는 거 같음 약간 클라스 증명하러 나온 느낌
정확히 어떤 무대인지는 말해 주지 않았지만 공통적인 평들을 보니 뭔가 대단한 게 나온 게 분명했다.
그런 기대감을 품고 의 2화를 시청한 수플레들.
하지만 그들의 눈앞에 보인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얘들아…?’
비주가 인터뷰를 하고 있고, 그 테이블 아래 숨어서 요란하게 손을 흔드는 4블랙.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너희가 왜 거기서 나와……?’
아니 왜 테이블 밑에 있는 건데?
화려한 자막으로 [국민 아이돌이 왔다!] 하는 장면에 수플레들이 벙 찌는 동안, 다른 팬들은 웃음이 터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 팩하다 터짐
-피디 미쳣냐고ㅋㅋㅋㅋ
-야 자막을 저기다 깔아주네ㅋㅋㅋㅋㅋ
-이건 예상못했다;
-아니 근데 저기 왜 숨은거임??
그런 의문에 답하듯 [30분 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뉴블랙의 모습이 나왔다.
긴장하고 있을 메인 댄서를 위해 응원하러 온 멤버들.
비주를 놀래키기 위해 어디에 숨을지 고민하던 이들이 이내 테이블 밑으로 꾸물꾸물 들어갔다.
[오. 이거 느낌 좋은데요.]
[그치?]
희희낙락하는 멤버들을 보며 수플레들이 탄식했다.
‘얘들아…! 중현이가 느낌이 좋다고 하고 있잖아!’
하지만 그들의 말이 가수들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TV 속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나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달칵.
문이 열린다.
-????
-뭐임..?
-아 이거 역몰카엿음??ㅋㅋㅋㅋㅋㅋ
-역몰카였구나ㅋㅋㅋ
비주가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출연자들이 우르르 들어오면서 시청자들이 빵 터졌다.
테이블 밑에서 꼼지락거리던 뉴블랙 멤버들의 눈이 동그래지고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
4인조 바보단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때.
[※대본이 아닙니다.]
상황실에 있는 제작진의 당황한 모습과 함께 대본이 아니라는 자막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이야 예능신이 돕네ㅋㅋㅋㅋㅋ
-우울할때는 뉴블랙을 보세요
-이 정도면 예능신이 내리다가 아예 빙의한 거 같음
-(리얼리티에서 갈매기를 잡아 혼쭐내주는 코흘리개들짤.gif)
-뉴블랙은 진짜 보다보면 뭐가 있나 싶을 만큼 기운이 모이는 느낌ㅋㅋㅋ
-존웃ㅋㅋㅋㅋ
그와 함께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정말이지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놀래키기 위해 숨은 뉴블랙이 당황하고 있고, 그걸 모르는 댄서들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다.
‘이거 왜 재미있지?’
갑자기 몰입이 확 되는 느낌.
[나 뉴블랙 실물 보고 싶다. 그렇게 잘생겼다고 그러던데… 정말 다들 잘생겼어?]
[네!]
비주의 대답에 뉴블랙 멤버들이 어깨를 덩실거린다.
그때 누군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비주 너는 몇 위야? 외모로?]
[제가 제일 꼴찌예요~]
[장난삼아서 물어보는 거니까. 객관적으로 어때?]
[음… 객관적으로 4위 아닐까요?]
5명 중 4위라는 말에 분할된 화면에서 테이블 밑에 숨은 뉴블랙 멤버들이 멈칫한다.
우주가 뭐 그런가? 하며 여유롭게 웃는 동안, 나머지 세 멤버가 서로를 바라보며 ‘님이 5위?’ 하는 모습.
-이거 재밌다ㅋㅋㅋㅋㅋ
-영화 수업에서 들은 서스펜스 떠오른다.. 그 뭐냐 포커 테이블 밑에 폭탄 설치되어 있는데 관객만 아는 거
-시청자는 ㄹㅇ 꿀잼
-하 나 반응 너무 기대된다 저기 아래서 나오면 개웃길듯ㅋㅋㅋㅋㅋ
좁은 공간에서 매트릭스의 주인공마냥 발과 다리를 피하는 뉴블랙 멤버들은 이내 나갈 준비를 한다.
‘놀래키는 건가!’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메시지로 테이블 아래에 있다고 알린 거였다.
김이 살짝 샐 때.
[제가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그러면 놀랄 수도 있고. 오늘 경연이신데 놀라서 넘어지거나 다치시면 안 되잖아요.]
뉴블랙 리더의 멘트에 수플레들이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상태에서 대뜸 튀어 나가면 놀란 가수들이 부딪치거나 넘어져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역시 우리 애들은 생각이 깊다고 웃을 때.
번쩍.
“……?”
TV 속에서 테이블이 들렸다.
‘어?’
테이블 아래로 네 쌍의 다리가 쏙 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무브의 시청자들은 1회 첫 부분에 짧게 지나갔던 예고의 장면이 떠올랐다.
사사사사삭-!
[!!!]
[흐아아아악!]
꺄르륵 웃으며 움직이는 테이블 바선생에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얘들아?’
그럴 거면 차라리 놀래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저건 트라우마 생길 거 같은데.
TV 속에서 혼비백산한 가수들이 도망을 치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으하하하!”
미친 텐션에 TV를 튼 거실에서 웃음이 나오는 동안 댓글창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앜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열람실에서 현웃터짐ㅋㅋ
-아미치겠다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뉴퀴ㅋㅋㅋ
중현의 전설적인 풍뎅이짤에 이어 바퀴벌레 짤이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렇게 다들 웃고 있을 때.
각자 다른 곳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던 뉴블랙의 가족도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네 가족들도 깔깔 웃고, 중현의 가족들이 어이구 중현이 저저 한 팔로 못 드네 하고 있을 때.
고양이를 품에 안아 든 채 TV를 시청하던 김덕순 여사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저것들은 또 옘병이네.”
애옹?
고개를 갸우뚱하는 고양이 나비의 눈망울을 본 김덕순 여사가 그 눈앞을 손으로 가려 주었다.
“지지야, 지지.”
꺄르르 웃는 손주의 웃음소리에 먼 산을 바라보는 그녀였다.
* * *
뉴블랙에 이어 다른 출연자들도 멤버들이 찾아와 격려를 해 준 장면들이 나온 후.
본격적인 무대가 나오면서 아이돌 팬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진짜 개잘한다 ㅁㅊ..
-미쳤다 미쳤어
-진짜 잘한다 선배들 짬바 어디 안가네
-리나 왜 저렇게 예쁘냐
-무대 올라가니까 느낌 완전다르네ㅋㅋㅋ 방금 전까진 수련회 캠프파이어 느낌이었는데
-착장 미쳤다ㅠㅠㅠㅠ 한국풍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프닝 무대의 퀄리티부터 입이 떡 벌어졌다.
방송국에서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무대장치를 다 준비했어~ 하는 느낌으로 보여 주는 무대.
각 그룹의 메인 댄서들이 힘을 합쳐 무대를 준비하면 무엇이 나오는지 보여 주는 오프닝이었다.
‘춤이… 미쳤다. 그냥.’
그룹에서 무대 장악력이 뛰어난 메인 댄서들이 어우러지는 안무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게다가 더 좋았던 것은.
-카메라 감독님..? 초면인데 감사합니다
-카감 누구야? 왜 정상적인건데
-아 나 왜 눈물나냐ㅋㅋㅋ 정상적인 카메라 워크 ㄹㅇ 오랜만에 본듯
-홈마가 최첨단 장비로 찍은 거 같다
에서 특별히 공을 들인 카메라 워크였다.
화면 컷이 바뀔 때마다 깔끔하게 바뀌고, 하이라이트에서도 꿀렁꿀렁하는 연출 없이 무대가 딱 들어오게 잡는다.
어떤 안무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내용이 다 이해가 되네.’
노래 가사가 하나도 없는데도 이야기 전개가 다 이해가 갔다.
춤으로 보여 주는 뮤지컬이란 기획에 걸맞은 연출이었다.
-이래서 tbc가 미친 듯이 홍보했나보네
-하.. 피디님 내가 욕해서 미안해 경솔했어
-나 솔직히 어제오늘 회차 보면서 음.. ㅎㅎ 하고 그냥 봤는데 무대는 ㄹㅇ 각잡고 보는중
-무대 존잼이다 진짜
각 챕터를 소개하는 VCR과 함께 1장, 2장 등의 무대가 이어질 때마다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춤을 출 때마다 일종의 해방감? 그런 게 있긴 하죠.]
[춤이 너무 좋아요.]
[저번에 비주가 그랬잖아요. 기획안을 볼 때 정말 꼭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저도 그랬어요.]
새로운 무대가 나올 때마다 연습 영상과 함께 출연자들의 미소 가득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여태까지 이런 모습을 못 보여 줘서 얼마나 갑갑했을까 할 만큼 뛰어난 무대들이 나왔다.
다들 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무대가 이어지고 마침내 네 번째 팀이 나올 때.
[와아아아아-!]
TV 속에서 관객들이 기대 가득한 함성을 내지르는 동안 시청자들도 호기심을 보였다.
제4장 국왕의 탄신연.
영화 <에라트리아>에서 가장 핫한 파트이자 오늘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히는 팀이었다.
[가장 주목하는 팀이요? 아무래도 사과팀이죠. 란 선배님이랑 비주, 하루 셋이서 황금 밸런스고.]
[연습 진짜 많이 하더라고요.]
[리허설 때 보고 제일 눈여겨보고 있어요. 정말 칼을 갈고 나왔다는 말밖에는…….]
경쟁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카메라가 따라붙어 백스테이지에서 파이팅! 하고 걸어가는 비주와 란, 하루의 뒷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마침내 환호성과 함께 무대 위에 선 댄서들이 비춰졌다.
‘오…….’
삼국시대에 나올 법한 분위기의 궁궐 세트 그림을 배경으로 탄신 잔치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국왕은 옥좌에 앉아 나른하게 잔을 들고, 재상이 매서운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카메라가 옆으로 넘어갔을 때, 수플레들은 화면에 나온 비주의 비주얼에 침을 꼴깍 삼켰다.
‘미쳤다…….’
붉은 숄을 얼굴에 두르고 있어서 눈가만 드러나 있다.
깃털처럼 길쭉하게 그린 눈초리의 붉은 화장과 함께 요사스러운 눈빛이 시선을 끌어모았다.
카메라와 시선이 마주친 무희.
음악이 잦아들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몰입하는 가운데, 무희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와 함께 가야금 현이 한 가닥씩 튕기는 궁중음악이 깔렸다.
조명이 무대를 붉게 적시면서 무희의 몸이 유연하게 움직인다. 눈이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재빠른 발놀림.
몸을 회전할 때마다 무희의 웃는 눈이 활처럼 휘어진다.
하지만 다른 댄서들이 앞을 지나가거나 시야를 가로막을 때마다, 왕실을 향한 눈빛이 서늘하게 빛난다.
“우와…….”
고조되는 음악에 따라 무희의 춤도 점점 더 역동적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무희들의 품에서 제식용으로 쓰는 짧은 단도가 흘러나왔다. 끝에 홍실 매듭이 달린 투박한 날의 칼.
둥글게 얽혀드는 이들의 손에서 칼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오프라인의 시청자들이 오 하며 말했다.
“진짜 잘하네.”
“여기가 우승할 거 같지?”
“백퍼 그럴 거 같은데. 이 정도까지 해 놨으면 뒷부분이 망해도 이길걸.”
그런 와중에 칼춤이 끝나고, 뉴블랙의 메인 댄서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들어 휙 날려 버렸다.
땀에 젖은 얼굴 위로 앵두 같은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수플레들은 그만 이성의 끈을 놓고 말았다.
-비주야ㅑㅑㅑㅑ
-비주아ㅠㅠㅠㅠㅠㅠ
-우리 애 비뮤다다 비뮤다 다른 사람 필요 없어 눈코입이 버뮤다 삼각지라고요ㅠㅠㅠㅠㅠ
-당사자 피셜 외모서열 4위
-아 나 이런 컨셉 너무 조아ㅠㅠㅠㅠ
수플레들이 주접을 떠는 동안 다른 아이돌 팬들도 TV 화면을 멍하니 보며 납득했다.
‘…얘네 팬들이 환장할 만하네.’
퇴폐미를 풍기며 궁중 무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무희의 움직임이 눈에서 잊히지가 않는다.
자칫하면 치명적인 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안무와 표정 연기를 쫄깃하게 살리다니.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그리고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
암살 대상인 왕을 향해 손을 촤악 뻗자, 비주의 소매에서 빠져나온 붉은 천이 일직선으로 뻗어 간다.
촤악!
그리고 화살처럼 날아간 천이 멎은 곳은 호위기사였다.
에라트리아의 뒷내용을 모르고 있던 시청자들이 헉,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던 그 순간.
타앗.
‘음?’
갑자기 무대가 끝난 것처럼 TV 속 조명이 암전됐다.
혹시 엉덩이로 전원 버튼이라도 누른 건가 싶어 시청자들이 다급하게 리모컨을 찾을 때.
타앗.
다시 조명이 밝아 오른다.
-뭐임???
-???
-끝난 줄 알았네
안도와 놀람이 뒤섞인 무대에서 조명이 꺼졌다 밝아 오르기를 반복했다.
마치 필름 카메라의 사진이 넘어가듯이.
어두워졌다 밝아질 때마다 호위기사가 암살된 후의 일을 생생하게 그렸다. 진짜 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
짧은 순간마다 동작을 바꿔 완벽하게 정지하는 댄서들에게 TV 속 현장에서 절로 감탄의 박수가 쏟아질 때.
‘……1등은 여기겠구나.’
비주의 무희 춤에 이어 하루와 란의 무대까지.
저절로 여기가 아니면 오늘 1등이 나올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무대였다.
-후기글에서 말하던 게 이거였구나.. 와..
-비주는 진짜 개ㅐㅐㅐ 잘해
-지금까지 했던 무대 중에 제일 에너지?가 빡 느껴지는 거 같음
-여운 미쳤네
-아 나 비주 입덕할듯
-란 오늘 ㄹㅇ 레전드 찍은 듯
-ㅋㅋㅋㅋ은케빈 운다 울어
-세 명 다 진짜 개쩔었다ㅠㅠ 무대 연출도 넘 좋았어.. 심지어 비주얼 합도 조아
그러면서 비주 이야기로 삽시간에 게시판이 뒤덮이는 풍경에 수플레들이 환히 웃었다.
혹시라도 나는 납득을 못하네 마네 헛소리 하는 인간이 있다면 다다다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견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 최애였다.
‘뉴블랙 부심이 차오른다……!’
TV 화면에서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활짝 웃으며 무대 인사를 하는 비주의 모습에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어디 가서 자랑하고 싶고, 쟤가 내 아이돌이라고 하고 싶고.
“어후, 잘하네. 비주가 춤추는 애였어?”
“비주 쟤가 제일 나은 거 같지 않아요? 여태까지 나온 사람들 중에 제일로 잘한 것 같은데.”
“이것도 문자 투표 같은 거 있냐?”
오프라인에서도 가족들의 반응에 흐뭇하게 웃는 수플레들이었다.
역시 나의 최애…….
[한 편의 꽃등심 같은 무대였다]
주접 전광판을 든 뉴블랙의 모습에 잠시 또 시선을 외면하는 수플레들이었다.
TV 속에서 비주가 행복하게 양손 하트를 그리며 화답했지만, 지금 팬들은 비주의 무대 여운에 젖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여보……?”
“우리 자식 농사….”
“풍년……?”
으핫 하며 좋아하는 비주의 부모님이었다.
평소 차분하던 아빠까지 흥분해서 보, 보십시오! 우리 아들입니다! 하며 전화를 돌리는 모습에 누나 김비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하여간 이 팔불출들…….’
뉴블랙 가족 톡방에다가 보셨어요, 저희 아들이 천재라는 걸…? 하는 모습들을 보며 웃었다.
요란하고 시끄럽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김비연이 화면 속 동생을 보며 웃었다.
‘많이 재미있었나 보네.’
무대에서 흥분해서 방방 뛰는 동생의 모습에 가슴 한편이 따스해졌다.
가족부터 챙기고 늘 본인은 뒷전인 동생이라 그런지, 저렇게 본인이 좋아하는 걸 했다는 게 너무 보기 좋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 앉은 막냇동생 민준의 어깨를 끌어안을 때였다.
“음……?”
어딘가 모르게 안색이 어두운 초등학생의 얼굴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민준아, 왜 그래?”
“으응. 그냥 다음 주에 학교 간다는 게 생각나서…….”
“학교가 왜?”
“아니, 형이 인기가 엄청 많거든. 여자 애들한테.”
민준이 TV 속 형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또 이제 자기 남편하라는 둥 이상한 소리 할 거 같아서…….”
“흐하핫!”
“아니… 누나도 겪어 봐야 돼. 형 보고 자기 후궁 시킬 거라고 하는데 나는 거북하단 말이야.”
벌써부터 싫다는 듯 이잉 하는 막냇동생의 모습에 비연은 동생을 더욱 끌어안으며 TV 속 동생을 바라보았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 * *
방송이 끝나고 온라인은 사과팀의 무대에 대한 호평으로 들썩였다.
“비주야! 잘했다!”
“하핫!”
“덕분에 우리가 묻혔어…!”
“…….”
어찌나 무대를 야무지게 잘했는지 우리의 바퀴벌레 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날 정도였다.
유명 대중문화 평론가가 2회의 경연을 보며 준 별점에서도 별 다섯 개.
그중에서도 비주에 대한 극찬이 나왔다.
[특히 비주의 경우, 콘셉트를 소화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평할 수 있다. 무대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장악하는 능력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은…]
첫 경연의 임팩트가 대단했는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TBC가 시의적절하게 방송이 끝나고 바로 무대 직캠도 올리고, 편집 영상을 올리면서 관심이 더욱더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2회차의 시청률은 7.3%.
1회보다 더욱 상승한 데다가 입소문도 크게 타서 더 오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현이 감이 진짜 대박이구나. 비주한테 들어온 것 중에 제일 별로일 것 같다고 했잖아, 이거.”
“저도 제가 대단한 거 같아요.”
“울 아빠가 이 형 재능을 탐내잖아여.”
그리고 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뭐야. 이거 미튜브… 비주 직캠 조회수가 왜 이래?”
“이거 그거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사과팀의 압도적인 조회수에 얼떨떨할 때, 리혁이가 태블릿 PC를 보여 주었다.
새라 허스트라는 미국 영화감독의 SNS 계정이었다.
‘This is so incredible’ 하는 내용들이 있었는데 대략 에라트리아를 멋지게 재해석한 무대들에 고맙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첨부된 동영상도 있다.
“이분이 원작 감독님이구나.”
굉장히 고령으로 보이는 노인이 TV 속 에라트리아의 무대를 보며 엄지를 들고 있다.
눈가가 축축한 모습에 괜히 우리도 찡했다.
“근데 이거랑 사과팀 영상이랑 무슨 상관이야?”
“아, 이거를 헤일리가 리트윗 했거든요.”
그러면서 ‘얘가 나랑 작업한 앤데 개쩔지 않음?’하며 SNS에 비주의 영상 링크를 올린 모양이었다.
팔로워가 거의 억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확실히 위력이 대단했다.
‘고마워요 헤일리…!’
다 같이 태평양이 있는 방향으로 절을 한 번 했다.
그렇게 비주의 무대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을 함께 즐기는 한편.
“안녕하세요!”
민족대명절 추석을 며칠 앞두고 우리는 오랜만에 TBC 방송국을 방문했다.
곧 녹화를 앞두고 있는 국민 예능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의 사전 미팅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이네.”
곰 같이 커다란 덩치의 PD가 서글서글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이제는 TBC 예능국의 CP로 승진한, 우리를 신인 시절에 섭외해 준 주세한의 구재영 PD.
“그때 이후로 2년 만인가?”
“네!”
“돌아온 걸 환영해.”
그가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