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7)화 (49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7화

분명 얼굴은 그대로긴 한데.

왠지 모르게 볼에다 해바라기 씨를 숨겨 둔 햄스터들처럼 토실토실해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너희 뭐 먹고 왔지?”

“아뇨.”

중현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한 번 더 물어보면 바로 먹었어요, 할 것 같은 느낌에 물어보려고 할 때 뒤에 선 선배들이 나섰다.

“저희 진짜 그냥 바로 온 거예요.”

“맞아.”

“우리 아무것도 안 먹고 왔어요.”

틴스피릿이 고기 기름이 번들거리는 입술로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태현이와 한빈이, 지훈이는 그저 먼 곳을 바라보며 허허 하고 있고.

리혁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먹고 온 것 같은데요? 시간 계산을 해 봤는데 절대 이렇게 오래 걸릴 수가 없어요. 이견우 선배님도 금방 오셨는데.”

근처에서 돈까스를 먹으며 행복하게 웃고 있던 이견우 씨가 쏟아지는 시선에 젓가락을 멈췄다.

그렇게 우리의 추궁이 이어지자 10인조가 이내 사실대로 실토했다.

“얼른 장 보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시식코너 아주머니가 삼겹살 한 번 먹고 가라고 하셔서.”

“정말? 삼겹살만 먹었다고?”

“냉동만두도…….”

우리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중현이가 말끝을 흐렸다.

“돈까스랑 새로 나온 양념 갈비랑 동그랑땡이랑…….”

“시식코너를 휩쓸고 왔구만.”

“여기저기서 이거 먹으라고 불러 주셔서 어쩔 수 없었어요.”

지호가 흥 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형 말은 우리가 손님 맞이하고 있을 동안 다른 분들이랑 신나게 시식 코너 먹고 온 거네여.”

“어어…….”

“실망이에여. 형.”

“미안.”

중현이가 그런 말을 하더니 이내 봉투를 뒤적거렸다.

“너무 늦은 거 같아서 이거 사 왔는데.”

“……!”

아이스크림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분개하고 있던 우리의 얼굴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럴 수 있어요. 사람이 장 보다 보면 가끔 시식 코너도 가고 그럴 수 있는 거고.”

“맞아여.”

“어유, 우리 중현이 많이 힘들었겠구나~?”

옆에서 지켜보던 우재용 선생님이 아이스께끼… 하면서 부러워하고 있을 때.

중현이가 흐뭇하게 웃었다.

“다른 분들 것까지 다 사 왔어요.”

“오……!”

틴스피릿 멤버들과 TNT가 돌아가면서 주세한 출연진과 스탭들에게도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었다.

다들 표정이 환해졌다.

안 그래도 손님이 많아서 진짜 힘들고 지쳐 있었는데, 입안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들어오니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다.

“아, 좋다…….”

비주가 딸기 시럽을 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중현이에게 먹으라고 하고는, 밑 부분의 사과 샤베트를 행복하게 먹기 시작했다.

나도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달콤한 향이 퍼지면서 이 세상 모든 번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음?”

중현이가 태현이에게 고맙다는 듯 눈인사를 하고, 태현이가 OK 하듯 슥 눈썹을 치켜드는 게 보였다.

아이스크림을 사 오자고 한 게 태현이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잠시 쉬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가운데, 다시 앞치마를 하던 중현이가 우리에게 물었다.

“그런데 손님이 엄청 늘었네요?”

“어, 다들 안 가시고 그래서. 계속해서 리필해서 드시고 있거든.”

가게 공간이 널찍해서 막 어마어마하게 붐빈다 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복작복작하긴 했다.

특히나 방금 10명이 추가되면서 더 복작스러워졌고.

“어우……!”

“안녕하세요!”

스트릿 보이즈가 TNT와 틴스피릿을 보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어색하게 인사했다.

한조와 LB의 눈동자가 우리 쪽을 향해 불안하게 흔들렸다.

‘다른 아이돌 게스트가 이 사람들이었다고…?’

‘그렇다.’

우리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어색한 삼자대면을 구경하며.

“은녕하세요~!”

…4자대면을 구경하며 웃고 있는 동안 옆에서 중현이가 사 온 재료를 정리하던 여희찬이 말했다.

“돌림픽이 따로 없네.”

“돌림픽도 이런 라인업은 못 준비할 것 같은데…….”

송진우가 중얼거렸다.

그동안 오형석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쟤네들이 다 너희 친구인 거지?”

“TNT랑 케빈 님은 우주 형 친구들이구여. 틴스피릿 선배님들은 이웃이고 스트릿 보이즈는 저희 친구예여.”

“어쨌거나 다 전화로 부르면 오는 사이라는 거잖아? 주세한이라고 먼저 얘기를 안 해 줘도.”

“그렇긴 하네요.”

우리가 선선히 수긍하는 모습에 주세한 멤버들이 새삼스럽다는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여희연이 물었다.

“너희 가요계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오형석이 제작진 쪽을 가리켰다.

“재영이랑 태준이 표정 봐. 생일 선물이라도 받은 것 같네.”

시선을 움직이자 카메라 뒤에서 하악 하며 좋아하고 있는 예능 피디들과 작가들이 보였다.

“나 같아도 저럴 만하지. 이런 그림을 어느 예능에서 뽑아?”

그건 우리도 인정이긴 했다.

부른다고 다 올 줄은 몰랐는데, 막상 모이고 보니 굉장히 특이한 그림이었다.

“선배님, 저번에 방송국에서 뵙고 또 뵙네요…….”

“아, 그러네요.”

스트릿 보이즈와 틴스피릿이 서로를 보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눈빛이 읽히는 듯했다.

‘말투 겁나 험하던데.’

‘존나 무섭게 생긴 사람들….’

그리고 여유롭게 새로 나온 돈까스와 불백을 음미하고 있는 TNT까지.

음악 방송이나 연말 가요제의 엔딩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조합들이 눈앞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되게 기분 이상하네여.”

막내가 말했다.

“약간 저만 아는 친구들이 만나는 거 보는 느낌이에여. 뭔가 친해지는 거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인정.”

“뭐, 흐뭇하네요.”

하지만 동생들과 다르게 나는 흐뭇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어색 열매를 먹은 것처럼 쭈뼛거리던 외향인들이 금세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견우 씨가 조용히 설거지를 하러 가는 동안 LB가 쾌활하게 말했다.

“그럼 선배님들은 아랫집에 사시는 거예요?”

“네.”

“어때요? 좋아요?”

“놀러 갈 때 조, 존잼인 것 같아요. 가끔 우주 형이 방으로 들어와 보라고 하는 것만 빼면…….”

“왜요?”

“편곡한 거 좀 들어 보라고.”

“저분이 좀 그렇죠~”

은성이가 끼어들었다.

“허, 여전하네요. 저 군대에 있을 때부터 저랬거든요.”

“진짜요?”

“연습생 때도 저랬어요. 장대하고 유구한 역사죠.”

내 초중고 시절을 아는 사람들과 군 시절을 아는 놈, 이웃집 사람, 친한 친구들이 모이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 진짜요?”

“흐하하하핫!”

돈까스와 불백을 먹으면서 신나게 남의 험담을 통해 친해지는 모습에 내 눈이 차갑게 식었다.

진짜 믿을 거라고는 우리 동…….

“진짜여? 저도 얘기 들어 볼래여.”

“뭐야? 이 사람 욕하는 거예요? 나 잘할 수 있는데. 맡겨만 줘요.”

“우주 형의 군 시절 에피소드…….”

동생들도 어느새 다가가서 이야깃거리에 동참하고 있었다.

전봇대 위에 모인 참새들처럼 조잘조잘대는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다가 이내 웃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밥을 퍼 주었다.

그런데…….

“음?”

멀찍이 테이블에서 수다를 떨면서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우리 쪽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   *   *

식당 안.

손님들이 속속 들어오는 가운데, 대다수의 연예인 손님은 비슷한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었다.

‘주세한이 불러 줬다…!’

처음에는 흥분이었다.

주세한이 이번에 음식 장사 특집을 하는데 시식 테스트를 할 손님들을 모집한다는 소식이었다.

‘진짜 잘하고 와야지.’

이미 유명 인사들이었기에 예능 인지도를 얻을 필요는 없었지만 다른 예능도 아니고 주세한이었다.

웃긴 장면 하나만 뽑아도 그걸로 광고가 몇 개는 들어오는 국민 예능.

그 때문에 매니저와 차량에서 토크 합을 맞춰 보면서 연습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흥분한 상태로 들어온 이들은.

“안녕하세여~!”

“오, 뉴블랙…….”

웃기려고 하는 마음을 포기했다.

주세한 7명뿐만 아니라 옆에 전문 예능인 5인조가 있는데, 여기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열심히 밥 먹고 리액션이나 하자.’

곧바로 훈훈한 체념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쯤.

식당을 두리번거리던 손님들은 저마다 눈을 깜빡이며 당황했다.

‘라인업 뭔데.’

다른 예능이라면 극진히 대접해 줘야 할 게스트들이 그냥 일반 손님처럼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건.

“언니~ 여기 와서 우리 같이 앉자.”

“야, 여기… 이게 무슨 일이야. 왜 TNT랑 틴스피릿이 같이 있어? 잠깐만, 저건 스트릿 보이즈 아니야?”

급을 철저하게 나누는 방송계인 만큼 잘나가는 보이그룹에 대한 정보는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탑으로 인식되는 TNT.

국민 아이돌로 꼽히는 뉴블랙과 현재 아이돌 판에서 가장 팬덤이 크다는 틴스피릿.

그리고 현재 급성장 중인 스트릿 보이즈까지.

“왜… 모여 있는 거야?”

“나도 아까 들은 건데 뉴블랙 분들이 지인이라고 불렀대.”

진짜로 친해서 온 건가?

“분위기가 엄청 친해 보이긴 하다. 신기하네.”

“그치?”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뉴블랙과 그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아이돌 멤버들.

특히 틴스피릿이 눈에 띈다.

‘저렇게 순한 애들이 아닌 걸로 아는데…….’

방송에서 상냥하게 나오고는 있지만 저렇게 환히 웃는 것은 처음 본다.

그렇게 연예인들이 신기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근데 말이야.”

“응?”

“저거 그림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뉴블랙 앞에 아이돌 멤버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구도가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맨 왼쪽에서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고 있는 스트릿 보이즈.

에이플비의 케빈과 속닥거리는 틴스피릿.

TNT 멤버들과 뉴블랙이 뭔가를 말하며 키득 웃고 있고, 그 가운데서 우주가 아련한 표정으로 서 있다.

비주얼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성스러우면서도 슬픈 표정.

“저거 그거 같지 않아요?”

누군가 말했다.

“다빈치 그림 중에 최후의 만찬이요.”

“……!”

이내 인터넷을 검색한 연예인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   *   *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TNT, 틴스피릿, 스트릿 보이즈는 금세 친해졌다.

처음에는 서먹해 하더니 얼마 안 가 공감대를 찾고는 신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틴스피릿이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외쳤다.

“저희 한 그릇 더 주세요!”

“저도요!”

“우리 장 보는 동안 소화가 다 됐나 봐.”

계속해서 리필을 요청하는 이들을 보며 리혁이가 뺨을 파들파들 떨었다.

“저기… 언제까지 여기 계실 건가요. 집에 안 가세요?”

“네!”

뻔뻔하게 답하며 깔깔 웃는 이들의 모습에 리혁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는 ‘흐하하하! 이 사람을 더 공격해 주세요!’ 하더니 도움을 요청하는 고양이 표정이 됐다.

‘어떻게 좀 해 봐요.’

나라고 뭐 방법이 있나.

어깨를 으쓱이고는 손님들에게 말했다.

“저, 집에 가셔야죠.”

“가기 싫은데…!”

“이런 말하기는 그런데, 정말 다들 악성 손님이에요. 계속 무제한으로 리필해 먹고.”

“그래서 의미가 있는 거죠.”

스보의 LB가 말했다.

“저희가 이렇게 했기 때문에 진짜 장사할 때 손님들을 더 잘 대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거 맞아요~!”

틴스피릿이 맞다며 찬성 박수를 쳤다.

옆에서 비교적 좋은 손님들을 상대하던 주세한 멤버들이 키득거릴 때, 아이돌 손님들이 연습을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은성이가 꺄륵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죄송한데 음식에서 스마트폰이 나왔어요. 이거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 그래요?”

내가 푸근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새로 조리해 드릴게요. 조리하다가 제 폰이 들어갔나 보네요. 돌려주시겠어요?”

“네……? 어…….”

“제 핸드폰이잖아요?”

“아, 아니… 이거 1위 하고 힘들게 받은 폰인데…!”

갑자기 핸드폰을 뺏긴 은성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웃으며 또 도전자가 있냐는 눈빛을 보내자 다들 하하 웃으며 눈을 피했다.

그러는 한편.

멀찍이 제작진과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슥 살피고는 눈짓했다.

슬슬 시간이 됐다.

‘이제 이동하는 게 좋을 듯.’

군 시절 졸개와 연습생 시절 졸개에게 눈빛을 메시지를 전하자 바로 수신 확인이 들어왔다.

“어, 손님들 새로 들어왔다! 은녕하세요~ 저희는 그러면 자리 옮길까요?”

“자리 옮겨서 얘기하죠.”

비교적 예능 경험이 많은 은성이와 태현이가 아이돌 멤버들을 두 갈래로 찢어서 데려갔다.

그러고는 사람들 사이에서 섞여 들었다.

“어서 오세요~!”

새로 들어온 손님들이 주방 앞 테이블을 차지하면서 우리도 다시 바쁘게 조리 준비에 들어갔다.

여기저기 다른 연예인들과 섞여든 아이돌 멤버들의 모습이 보인다.

비주가 내게 웃으며 잘했다는 듯 웃어 보였다.

‘좋은 타이밍이었어요.’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끼리 친해지는 것도 좋긴 한데,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연예인들도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얘네가 이렇게 주인공처럼 계속 있으면 나중에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안 좋은 말을 할 수도 있고.

여러 예능을 뛰면서 경험한 바, 뭐든 적당한 게 제일이다.

“금세 친해졌나 보네여.”

“그러게.”

막내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서는 여기저기 사람들과 섞여서 수다를 떠는 아이돌 멤버들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저 되게 실감 못했는데 진짜 추석 분위기 나는 거 같아여.”

“나도.”

원래부터 휴일이랑 평일을 구분할 일이 별로 없어서 체감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각종 예능인, 배우, 가수 등이 모인 곳을 보고 있자니 진짜 추석에 열린 잔치 같은 분위기였다.

누군가 마트에서 사 온 송편도 나눠 먹고.

현장의 재미가 방송 재미로 연결된다는 말이 있듯이 아마 시청자들도 좋아할 분위기 같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오늘 녹화의 끝이 다가왔다.

“네…….”

여희연이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

“굴려굴려…….”

“주사위…….”

녹화를 마무리할 때쯤 주세한의 구호를 외치는 우리 모두 지친 얼굴이었다.

오형석이 우리에게 물었다.

“오늘 어떠셨나요?”

“정말… 연습 한 번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실제 현장에 투입돼서도 잘할 자신이 생겼어요.”

“그거 인정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양한 손님들을 겪으며 성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말에 ‘우리가 큰 도움을 줬죠~!’ 하는 은성이의 말과 함께 다들 맞아 하며 동조했다.

오형석이 말했다.

“다들 이제 가, 좀……. 분량도 충분히 뽑았잖아.”

“우우우우-!”

수십 명의 게스트들이 싫다 하며 말했다.

“추첨한다면서요!”

“추첨~!”

“아, 맞다.”

집에 가서 해 먹을 수 있도록 남은 뉴불백과 돈까스 재료를 포장한 세트를 추첨해서 주기로 했다.

저마다 내가 탄다며 눈을 불태우는 가운데.

큐카드를 보며 눈을 뻐끔거리던 오형석이 내게 진행을 맡겼다.

“네~! 자, 뉴불백 및 옛날돈까스의 포장 세트를 추첨하기 위해 초성 퀴즈를 진행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먹고 나서 SNS에 후기 남겨 주시는 거 잊으시면 안 돼요~”

그런 말을 하고는 제시어 중 하나를 골랐다.

“자, 왼쪽부터 가겠습니다~ 키워드에 맞는 단어를 말해 주셔야 하고, 3초 이상 침묵시 자동 탈락입니다. 아시겠죠?”

“네!”

“첫 번째 제시어입니다. ㅈㄴ.”

내가 손가락으로 주르륵 가리키자 연예인들이 외쳤다.

“지네!”

“장남!”

“장난!”

그러는 가운데 틴스피릿으로 넘어갔다.

양손을 꼭 쥔 채 안간힘을 쓰는 얼굴로 한 팀으로 묶인 10대 소년들이 외쳤다.

6인이 모이면 그래도 1인보다 나아야 하건만.

“ㅈ……!”

즈, 즈! 하는 틴스피릿 멤버들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머릿속에 필연적으로 떠오른 단어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참았다.

“탈락입니다.”

“안 돼……!”

어떻게 행님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냐,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틴스피릿에게 웃어 보였다.

“탈락자가 나왔네요. 자, 그럼 다음 제시어 가겠습니다.”

“네~!”

은성이네.

“세 글자입니다.”

“네? 아니 왜…….”

“대신 좋은 힌트 하나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단어 중에선 ‘남을 괴롭히는 방법’이 있습니다. ㄱㅈㄹ.”

“ㄱ……!”

은성이가 꺽! 하며 입을 막는 한편, 모두가 같은 것을 떠올렸는지 여기저기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초성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틴스피릿이 좋아했다.

“탈락하셨네요. 힌트 단어는 간지럼이었습니다.”

곧바로 다시 시무룩해졌다.

그동안 은성이가 항의했다.

“반칙이에요, 이건!”

“자, 계속할까요? 여러분의 경쟁자가 한 명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서늘한 눈빛에 은성이가 축 처져서 물러났다.

진상 손님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즐기는 동안 진행 잘한다며 칭찬하는 오형석에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탈락자들이 쭉쭉 나오는 가운데.

“형, 믿어!”

“그간 우리가 쌓아 왔던 우정이 빛을 발할 시간이야…!”

환히 웃어 주는 이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ㅂㅂㅂ.”

“……!”

서글프게 탈락하는 TNT의 모습에 리혁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비빔밥, 복불복을 중얼거렸다.

스트릿 보이즈의 차례에 이르렀을 때.

“저흰 기권하겠습니다.”

“기권이요!”

알아서 기권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조용하게 강했던 이견우 씨와 아이돌 예능 MC를 맡고 있는 예능인 박문수 씨.

둘에게 경품을 증정하고 나서 곧 있을 휴게소 장사를 기대해 달라는 멘트를 마치고는.

“그럼 저희는 휴게소에서 뵙겠습니다!”

“굴려굴려! 주사위!”

주사위로 당일 하게 될 미션을 추첨하고 끝을 맺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여기저기서 인사가 바쁘게 오가는 가운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끝나지 않았다.

“도와줄게요!”

“아, 감사합니다.”

이걸 다 언제 정리하나 하고 있었는데 끝나고 나서도 다들 정리를 도와줘서 금세 치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포토 타임.

“정말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재미있으셨어요.”

“사인도 한 장 받아도 돼요? 우리 조카가 진짜 팬이거든.”

각자 SNS에 올릴 사진들도 찍고, 그간 안면만 텄던 분들과 연락처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세한 멤버들과 가볍게 포옹을 했다.

“너희도 오늘 진짜 고생 많았다.”

“고생하셨어요.”

“들어갈게. 너희도 들어가고~!”

“네!”

힘든 일을 함께 겪은 사람들 특유의 짠한 눈빛을 교환하고는 손을 흔들며 헤어질 때였다.

어느덧 한산해진 식당을 나가려고 하는데.

“음? 다들 안 갔네여.”

“뭐야. 너희 왜 안 갔어?”

한구석에 모여 있는 아이돌 멤버들이 우리 있지롱 하고 손을 흔들었다.

태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간만에 만난 김에 형이랑 얘기도 좀 하고, 같이 인증샷 좀 찍으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휘연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휘연이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냈거든.”

“무슨 아이디어?”

“뭐, 오늘 추석이잖아요.”

리더의 말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말했다.

“내일인데.”

“날짜 존나 못 셈.”

“수학 안 배움?”

빠드득 이를 악문 휘연이 말했다.

“아무튼 명절인데 팬들한테 추석 메시지 보낼 겸 좋은 생각이 나서요. 뭐, 회사한테 허락 받아야 될 거 같긴 한데…….”

호기심을 품은 우리에게 휘연이 물었다.

“잠깐 같이 라방 해 보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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