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496화
추석 연휴.
‘아, 뭐 재미있는 거 없나.’
본가에 방문했거나 혹은 집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사람들에게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뜬 뉴블랙, TNT, 틴스피릿 등의 키워드.
‘돌림픽이라도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뉴블랙을 눌러보자 기사들이 쭉쭉 떠올랐다.
-“합동예능하나..?”, 뉴블랙-TNT-틴스피릿 목격담, 온라인 커뮤니티서 확산
-“마트에서 장 보더라” 목격담 잇따라..
-“시식코너에서 찰지게 먹더라.. 먹방인 줄 알았다”.. 유명 보이그룹들 목격담
“응……?”
기사를 본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너네 셋이 왜 같이 있어…?’
연말 가요제에서 엔딩을 두고 다투거나 혹은 시상식에서 대상 라인업을 두고 다툴 세 그룹이 함께 모여 있다.
근데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대체 왜…?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예능인가……?’
하지만 저 세 그룹을 한꺼번에 출연시킬 만한 미친 예능은 없었다.
주세한이나 미프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국민예능이라고 해도 저들을 하나씩이라면 모를까, 한 번에 섭외할 여력이 되는 프로는 아니었다.
게다가 기획사들이 미쳤다고 이 그룹들이 주인공 대접을 받지 않는 프로에 나가도록 만들 리도 없고.
그런데….
목격담 속 사진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예능이네.’
하지만 어떤 예능이 이런 섭외를 가능케 하는지 미스터리였다.
뉴블랙이 친구들을 부른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이거 봤어? 뉴블랙이랑 티엔티, 틴스피릿 이렇게 같이 지금 예능 찍고 있다고 그러던데?”
“……어? 왜?”
“나도 몰라.”
오프라인에서도 해당 기사를 본 사람들이 라인업 실화냐며 눈을 동글동글하게 뜨고 있는 한편.
온라인에서는 그야말로 바이럴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뭐냐 이 현실감없는 라인업은
-이거 왜 놀라는지 이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설명) 대충 저 셋 팬덤 관계가 한-중-일임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수들끼리 친한가..?
-근데 무슨 예능인데 저런 라인업이 나올 수 있는 거임
그리고 이중에서도 가장 크게 놀라고 있는 것은 단연 아이돌 팬들이었다.
-아니 뭔지 제발 알려 줘요ㅠㅠㅠㅠㅠ 뭔데 무슨 예능이냐고
-와 ㅁㅊㅁㅊㅁㅊ
-피디 누구냐 통일부장관으로 보내야됨
-이걸 해내내
-프로그램 뭔지 궁금하다; 아이돌 삼국지냐
-이거 가끔 만우절에 드립으로 하는 거 아니었음? 늅-텐티-틴스 동반 예능 출연
-쌉노잼이어도 이건 반드시 본다 ㄹㅇ
-사진 없었으면 나 아직도 구라라고 하고 있었을듯
-저거 진짜 예능이면 돌림픽 피디 ㅈㄴ 쌤통이다ㅋㅋㅋㅋㅋㅋㅋ 아 개꼬드겨
그러는 한편, 프로그램 제목이 뭔지 말하지 않았지만 카메라에 붙은 TBC 로고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아이돌 팬들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주세한이다!’
뉴블랙이 최근에 주세한에 재출연한다는 소식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무르익을 때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TBC 방송국에서 기자들에게 응답을 하기 시작했다.
-‘주세한’ 구재영 PD, “TNT, 틴스피릿 게스트 섭외 맞다”
-‘주세한X뉴블랙 콜라보 특집’, “뉴블랙이 지인들을 불렀다.. 많은 기대 해주시길”
-‘주세한’ 틴스피릿, 과거 발언 화제 “뉴블랙과 호감 갖고 알아가는 사이”
주세한에서 새롭게 하고 있는 뉴블랙과의 콜라보 특집에 TNT와 틴스피릿이 게스트로 나온다는 오피셜 소식이었다.
국민 예능 PD의 영업 솜씨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장사 잘하네.’
적절한 타이밍에 사실을 확인시켜 줘서 아직 나오지도 않은 특집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품게 만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분량 주지도 않으면서 홍보에만 써먹냐고 했을 팬들도 와아 했다.
‘이건 볼 수밖에 없다.’
실제 분량이 어느 정도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저 셋이 모여 있는 그림 자체가 도무지 상상이 안 갔다.
무슨 내용이 나올지도 모르겠고.
그러는 한편.
이 전혀 예상치 못한 라인업이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뒷배경이 나오면서 아이돌 팬들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예? 세계평화요..?]
(그것이 뉴블랙이니까 하는 표정으로 근엄하게 웃는 뉴블랙.gif)
예,, 저희가 평화 한번.. 이뤄보겠습니다..
그런 밈들이 올라오는 가운데.
국민 아이돌의 미친 섭외력에 대해 감탄하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이걸 뉴블랙이 해내네
-인맥 미친거 아니냐; 근데 부른다고 또 와줌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내가 연예인이어도 뉴블랙이 예능 찍는다고 오라고 하면 감ㅋㅋㅋ 뭔진 몰라도 일단 개이득임
-또 누구 불렀을까
-스보도 분명 지인으로 불렀을듯ㅋㅋㅋ
-근데 뉴블랙 인맥부자라서 누가 와도 안 이상하긴 할듯
-팩트) 우주는 시트콤에 헤일리 블루를 출연시켰다
-이야 라인업 궁예하는 게 이렇게 재밌을줄 몰랐다ㅋㅋ
그렇게 누가 나올지 추측이 가득해지는 한편.
온,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주세한X뉴블랙 특집’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차올랐다.
아주 제대로 된 홍보였다.
* * *
잠깐 쉬면서 기사를 확인하던 주세한 출연진이 엄지를 들었다.
“이야, 우주 일 잘하네.”
“아이디어 좋았어. 홍보가 제대로 됐네.”
특집 할 때 시청률 걱정은 없겠다고 좋아하는 이들에게 내가 손을 저으며 웃었다.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냥 심부름 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한 거라…….”
실시간 검색어 1위 주세한을 시작해서 우리와 TNT, 틴스피릿이 쭉쭉 떠 있고 기사들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있다.
추석 연휴라 그런지 관심도가 집중된 것 같다.
멀찍이 보니 구재영 PD님과 메인 작가님도 엄지를 들면서 ‘우리도 같은 생각이었어’ 하듯이 미소를 지었다.
“…….”
뭔가 내가 이걸 계획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한 분위기였다.
아닌데.
추석 때 바로 와 준 고마움과 함께 지인들 분량도 좀 챙겨 줄 겸 한 거였다.
홍보 효과는 뭐 입소문 정도 있겠지 하는 정도.
“역시 우주 형이에여. 성능 좋고, 홍보도 잘하고.”
“잘했어요. 형.”
“미리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난 이런 것까지 계산한 줄은 몰랐는데… 뭐, 잘했어요.”
아니라고 하려다가 간만에 나온 리혁이의 칭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냥 내가 계획한 걸로.
“나를 찬양해라, 졸개들아.”
“우와아아아!”
그런 드립을 주고받고 있는 동안 비주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근데 왜 이렇게 안 올까요? 간 지 한참은 지난 것 같은데.”
“그러게.”
“김중현 얘 또 시식코너에서 먹고 그러는 거 아닐까요?”
“아니겠지.”
인원을 9명이나 데리고 갔는데 다 같이 시식코너에서 알짱알짱하며 그럴 것 같진 않았다.
그러고 있을 때.
“다시 녹화 들어가겠습니다!”
휴식 시간을 마치고 다시금 녹화를 이어 갔다.
두 원로배우가 아구구 하고 허리를 두드리며 일어나는 가운데, 곧이어 새로운 손님들이 왔다.
“안녕하세요홋~ 제가 왔습니다~”
오형석이 아끼는 후배인 개그맨 서지형이 왔다.
나름 안면이 있었기에 반갑게 토크를 하고는 요리를 대접했다.
“뉴불백? 흐하하핫! 뉴블랙이어서 뉴불백이라고 한 거예요? 작명 센스 대박인데?”
“맛있죠?”
“캬, 대박입니다. 대박!”
서지형을 시작으로 주세한 멤버들의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예능인들도 있고, 배우들도 있고.
어지간한 TV 예능에 메인 게스트로 나와도 될 것 같은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그중에는 내가 아는 얼굴도 있었다.
“옥분 쌤~ 저희 왔어요~!”
<우리 가족은 외계인>에서 외계인 가족으로 출연 중인 서노을과 스칼렛의 아라였다.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둘이 나를 흘겼다.
“옥분 쌤은 돈까스 한다고 오라고 하셨는데, 우리 막내는 연락도 한 번 없더라?”
“부르려고 했는데 옥분 선생님이 먼저 부르셨다고 해서…….”
“으음, 우리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이 누나들은 서운하다.”
“오해예요. 오해.”
특히나 내게 소시지 반찬을 몰래 줬던 아라가 배신감을 느꼈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누나, 멤버들은 누나 혼자 돈까스랑 불백 먹으러 온 거 모르죠?”
뜨끔한 얼굴을 한 아라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미안!”
“흐하하핫!”
“내가 너희 몫까지 먹고 갈게!”
세상 누구보다 고기를 사랑하는 스칼렛 멤버들이 보게 된다면 파르르 떨 만한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손님들에게서도 점점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 왔던 TNT, 틴스피릿, 이견우 씨와는 경우가 다르게 점점 손님들도 준비하고 오는 모양새였다.
“재료를 사 와야 한다고 해서.”
“싸, 쌀을 사 오셨네요…?”
쌀 한 포대와 재료를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고, 돼지고기 등을 미리부터 마트에 들러 사 온 사람들도 있었다.
덕분에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10인분을 먹어도 남을 만한 재료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재고는 금세 소진됐다.
“저 한 그릇 더 먹어도 돼요?
“네~!”
비주와 내가 바쁘게 요리를 하고, 리혁이와 지호도 일손을 보탤 만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리혁이가 슥 다가왔다.
“아저씨.”
“왜……?”
“이거 맞아요…? 여기 고기 주물러 주면 되는 거죠? 힘은 이 정도로 주면 돼요?”
입력값을 하나하나 수동으로 입력해야 되는 것처럼 허둥지둥 하는 리혁이의 모습에 웃고는 하나하나 알려 주었다.
“……내가 괜히 망칠까 봐.”
“망쳐도 돼. 망하면 이따 애들 주면 되니까.”
완벽주의는 버리고 편하게 하라고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스윽 지켜보던 막내가 열심히 따라 했다.
옆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세한 팀을 비롯해 우리도 빠르게 요리들을 준비했는데.
“왜…….”
어째서.
“손님이 하나도 안 줄어드는 거지?”
처음에는 주방을 바(Bar)처럼 둘러싼 식탁에만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한 그릇씩 더 먹는데도 사람들이 안 간다.
마치 맛집 골목의 어느 식당에 들어가면 나올 법한 떠들썩한 풍경이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방송국 구내식당에 모인 사람들처럼 앉아서 과자까지 까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주세한의 송진우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이거 뭐죠.”
“그러게. 갑자기 식당 예능이 됐네.”
원래 예상했던 것은 사람들을 하나둘 불러서 시식 테스트! 이런 거였는데 지금은 그냥 식당 예능이다.
그런 곳에서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손님이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것이 차이점 정도.
자세히 보면 주세한 제작진이 그들에게 가지 않고 여기 있어도 된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뭘 하려는 걸까여?”
“뭔가 게임 같은 걸 할 것 같은데….”
비주가 속삭이듯 말했다.
“제 생각에는 실전 테스트처럼 하려는 것 같아요. 실제 고속도로 휴게소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아…….”
제작진들이 중도에 계획을 변경한 것 같다.
명절 연휴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푸드코트 장사를 하게 될 경우의 혼잡스러움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듯하다고 할까.
왠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까 TNT와 틴스피릿의 그림을 보고 나서 장르를 변경한 것 같다.
그러면…….
“와하하하하하!”
“아, 우리 콜라로 짠 할까요? 하하하!”
“여기 돈까스 하나 더 먹어도 돼요?”
이 분들이 계속 안 간다는 건가.
중간중간 스케줄 때문에 떠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눌러앉는 분위기였다.
다른 예능도 아니고 주세한이니 한 컷만 나와도 승리니까.
“…….”
“…….”
주세한 출연진과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 짠한 포옹을 나누었다.
다 같이 꺼흐흑 하는 동안, 토닥토닥 해 주던 우재용 선생님이 웃고 있는 구재영 피디를 불렀다.
“재영아, 너 이거 감동적인 걸로 편집하면 나한테 등짝 맞을 줄 알아라…….”
원로배우의 따스한 일갈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다시 정신없이 일하고 있을 때, 우리의 친구들이 등장했다.
“하이~!”
“왔어?”
여기저기 꾸벅 인사를 하면서 다가온 스트릿 보이즈였다.
리더인 한조, 감나무 LB, 막내 기원까지 셋.
우리가 반갑게 주먹을 맞부딪치며 민초단~ 하는 가운데 여희찬이 물었다.
“너희 아홉 명 아니었어?”
“아홉 명이긴 한데… 온다고 한 사람이 저희 셋이었거든요. 나머지는 귀찮다고 해서.”
“진짜 절친이네.”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된 거냐면 우리가 ‘예능에서 요리하는데 나오실?’ 하니 멤버들이 ‘ㄴㄴ 귀찮’ 했기 때문이었다.
“보안 때문에 주세한이라고 미리 못 알려 줬거든요. 온다고 해야 알려 줄 수 있는데.”
“이래서 착한 사람이 보답을 받는 거예요~ 선녀님이 금도끼도 주고.”
LB가 꺄꺄꺄 웃는 동안 리혁이가 산신령인데… 하며 말을 참았다.
한조도 흐뭇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검지로 가리켰다.
“얘들아. 우린 주세한 나온다~”
“흐하하핫!”
“우린 주세한 나오지롱~ 너흰 이걸 볼 때쯤이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야.”
거친 힙합 래퍼 같은 얼굴들로 에베베 장난꾸러기처럼 구는 모습에 다들 우리 친구 같다며 웃었다.
송진우가 말했다.
“와… 근데 스트릿 보이즈까지 왔으면 거의 무슨 돌림픽 수준인데?”
“돌림픽이요?”
“아이돌 게스트들이 지금은 없는데 엄청 많이 왔거든.”
“오…….”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리액션을 했다. 누군지는 딱히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 하는 분위기였다.
그래 봐야 누가 있나 하는 듯하다고 할까.
이번에 돌림픽에 나온 아이돌 중에서 가장 큰 팬덤을 자랑하는 만큼 여유가 돋보였다.
현재 잘나가는 아이돌을 다섯 꼽으면 그중에 하나가 스트릿 보이즈니까.
돌림픽 PD가 TNT와 틴스피릿까지 와서 다 같이 모이는 장면을 보면 상당히 분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스보 멤버들에게 불백을 먹이며 푸근하게 웃어 줄 때.
“은녕하세요~!”
듣기만 해도 거슬리는 본인 유행어를 쓰며 들어오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여희연이 풉 하고 웃으며 주세한 멤버들에게 날 보라고 가리켰다.
“우주가 저렇게 누구 싫어하는 거 처음 봐요.”
“아니에요….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우주 짜증 내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발랄한 얼굴로 여기저기 익살맞게 인사하며 걸어오는 녀석은 나의 가증스러운 군 후임이었다.
“병장니이임~”
“하지 마…….”
“아이, 이제는 선배님이라고 해야지. 잘 지내셨어요~? 저 케빈이 여기에 왔답니다~!”
느끼하게 인사를 하는 은성이 놈이었다.
아. 진짜 싫다.
“지금 인상 쓰시는 것 같은데?”
“아냐. 아냐. 은성이 반갑지.”
찌그러지려는 뺨을 쭉 펴며 환히 웃어 보였다.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미는 은성이에게 대신 비주의 손을 쥐여 주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은성이가 자리에 앉는 동안, 비주가 내게 부럽다는 듯 말했다.
“형 지인들 많이 와서 좋겠어요.”
“왜?”
“저는…….”
비주가 사람들에게 안 들리게 속삭였다.
“사과 팀이랑 댄스 팀 분들 불렀는데 다들 바쁘다고 해서.”
“그래?”
“네, 음식 예능이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믿었어요. 연습하는 줄 알고….”
“아앗…….”
짠해 보이는 비주를 토닥여 주며 말해 주었다.
“근데 쟨 내가 부른 게 아니야.”
“맞아요!”
그러고는 송진우를 가리켰다.
“송진우 선배님이 부르셔서 왔어요. 원래 안 오려고 했는데 맛난 돈까스를 해 준다고 하시니까.”
“그래요. 그럼 돈까스만 드시는 걸로…?”
“에이~ 불백도 먹어야죠.”
턱을 괴고 눈을 반짝이던 은성이가 내가 불백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에 물었다.
“계란 후라이도 돼요?”
“아뇨.”
“저는 저런 제육 먹을 때 계란 먹는 걸 좋아해서 반숙으로 하나 해 주세요. 그리고 쌈장 나오나요?”
“후우…….”
내 숨이 잘게 떨려나오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퉁.
잔을 은성이 앞에 내려놓고 환히 웃었다.
“물 드세요. 물…….”
“으음, 여기 되게 불친절하다~ 사장님이 얼굴 믿고 장사하는 느낌.”
왜 시청자 분들은 이런 애를 예능에서 보는 걸 좋아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군대에서 노래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니었어.”
“저도 배우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천상의 재능을 가졌다고 하시니까…….”
“내가 언제 천상의 재능이라고 했어?”
“저 일병 때 간식 사 주면서 두성 한 번 써 보라고 할 때…?”
이야기가 나올수록 나에게 불리한 게임이었기에 얼른 계란 후라이를 해 주었다.
그동안 은성이가 스보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 네… 안녕하세요.”
“오해하실 것 같아서요. 제가 아무한테나 그러는 게 아니고, 저도 저분만 보면 좀 감정이 격해져서…….”
“이해해요. 저희도 많이 농락당했고….”
어떻게 된 게 여기 온 내 지인 중에서 내 편이 하나도 없었다.
“우주가 인기가 많구나.”
“아니에요…….”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놀림거리가 있을 때, 지인들이 나를 타깃으로 삼는 느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곧바로 뉴불백이 나오자 스보 3인방과 은성이가 허겁지겁 먹으면서 조용해졌다.
그동안 식당을 둘러보았다.
모든 테이블이 거의 다 꽉 차 있는 바글바글한 상황. 추석이라 그런지 진짜 명절 느낌이 물씬 풍겼다.
“미리 애도할게여. 형.”
막내가 내게 훈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따가 다 같이 모이면 볼만하겠어여.”
“…….”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불백과 돈까스를 열심히 먹고 있던 한조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중현이는 어디 갔어? 손님들 사이에서 먹고 있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아, 사람들 데리고 재료 사러 갔다 왔어.”
“재료?”
내가 멀찍이 떨어진 안내문을 가리키고 있을 때.
“왔네.”
입구 쪽이 어수선해지면서 재료를 사러 나갔던 원정대가 돌아오고 있었다.
“어……?”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TNT와 틴스피릿이 함께 들어오는 광경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여기저기서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이 복귀한 이들과 인사를 나눌 때.
자리에 앉아 있는 스트릿 보이즈와 은성이가 멍하니 돌아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LB가 눈을 비비고 다시 떴다.
“뭐야…?”
손님들이 다들 놀란 가운데 우리는 중현이 뒤에 따라오는 틴스피릿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쭈왑.
공손하게 인사를 하기 위해 연후가 입에 물고 있는 하얀 작대기를 뽑자, 츄파춥스가 달려 나왔다.
“다녀왔어요~!”
그 뒤에 태현이와 한빈이, 지훈이까지.
시간이 몇 시인데 이제 돌아왔냐고 말하려던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음……?”
기름이 번들거리는 입술.
왠지 모르게 토실토실해진 뺨들.
동글동글해진 눈빛으로 시선을 피하는 모습.
‘애들이 뭔가 좀 변한 것 같은데…?’
몇 시간 만에 빵빵해진 얼굴로 돌아온 재료 원정대의 모습에 우리와 주세한 출연진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