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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7)화 (55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7화

중현이가 예고한 눈은 다음 날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너무 많이 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적당히 눈이 내려 주었다.

“눈이다……!”

아침에 호텔을 나설 때, 신발로 눈밭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가볍게 울리는 정도.

아침부터 동생들과 호텔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

“수플레—!”

“여기 눈 왔어요! 눈!”

다른 나라에 와서 눈을 맞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고 좋았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공연장에서 만난 현지 스탭들도 나름대로 눈을 기꺼워하는 모양새였다.

첫눈이라 그런 듯싶었다.

리혁이가 핸드폰으로 일본 뉴스를 살피며 말했다.

“생각보다 눈은 별로 안 왔나 봐요.”

“그래? 다행이네.”

어제 일본 뉴스에서 폭설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난리법석이어서 꽤 걱정했던 터였다.

팬들이 콘서트장에 오기 힘들면 어쩌나 하고.

사이타마, 군마현 등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통제한다는 소식과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이 잠시 결항됐다는 소식을 보면서 오들오들 떨었는데.

“우와아아…….”

콘서트 시작하기 한참 전인데도 공연장 근처에 모여 있는 수플레들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리혁이가 바깥을 훔쳐보며 말했다.

“나 같으면 우리 보겠다고 이렇게까지 안 와요.”

“그야 매일 보니까 그렇져.”

“…….”

“가끔 보는 거면 우리끼리도 엄청 보고 싶을 걸여. 형은 40년 후에 저 만나러 스위스에서 한국으로 안 올 거예여?”

“그…….”

뭔가 논리적으로 이상한 흐름이긴 한데, 반박이 어려웠던지 리혁이가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다물었다.

중현이가 물었다.

“근데 왜 리혁이가 스위스에 있어?”

“저 형은 왠지 막 국제기구 그런 거 하고 싶다고 할 거 같아서여. 여기저기 우물 같은 거 만들고 다니고.”

“오, 설득력 있어.”

당사자가 은근히 좋아하는 기색을 드러내는 가운데, 잠시 우리끼리 40년 후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나는?”

“형이요?”

비주가 으으음 하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저두여.”

“나도 잘…….”

KG 드래곤스 구단주가 된 중현이 드립 등을 하다가 내 이야기가 나오니 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자꾸 40년 후 생각하는데 형이 어느 무인도에서 왕관 쓰고 있는 그런 게 떠오르고 그래서.”

“저두여. 수플레 왕국의 독재자 느낌.”

“프로듀서 분들이 계급 최하위로 있고.”

“너네 솔직히 말해 봐. 평소에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동생들에게 내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시간이었다.

어쨌거나 거대한 공연장 안에서 그런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었다.

국립 요요기 경기장.

지호 말에 따르면 경기장 외관이 닌자 분신술의 손동작을 닮았다는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 순위에 들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이 우리의 해외 투어 마지막 공연장이었다.

“이제 진짜 투어가 끝나네요.”

비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진짜 끝이네. 홀가분하기도 하고.”

“살짝 허전하네여.”

분명히 피날레라서 시원해야 하는데, 막상 피날레 공연을 앞두니 뭔가 아쉬운 부분들이 한 가지씩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고.

이전 공연들을 떠올리면서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부분도 있고.

그런 생각을 정리하듯 중현이가 말했다.

“그게 아쉬운 거 같아요. 콘서트도 하면 할수록 늘잖아요. 같은 내용으로 계속 반복하니까.”

“그렇지.”

“그래서 투어 마지막 즈음으로 왔을 때, 그러니까 지금쯤이 제일 실력이 무르익었을 때인데, 여기서 딱 끝나니까…….”

다들 동의했다.

어느 공연이든 특별하지 않은 공연은 없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공연이 제일 각별한 법이다.

첫 공연의 설렘을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마지막 공연의 이 기분도 공유하고 싶은 느낌.

‘End’ 하고 마침표를 딱 찍어 줘야 하는데 챕터 23쯤에서 뚝 끝나는 느낌이다.

“회사 돌아가면 얘기해 보자. 내년에 피날레 콘서트를 추가해 달라고.”

“근데 내년에 체조에서 할 수 있을까여? 공사하지 않아여?”

“공사 길게 할걸. 그리고.”

내가 웃으며 막내를 툭 쳤다.

“내년에는 더 큰 데서 해야지.”

“하긴, 이제 우리에게 체조는 좁아여~”

막내가 거만한 표정으로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다 같이 웃고 있을 때.

리허설을 마치고 쉬고 있던 우리에게 일본 스탭들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저기…….」

‘아노’ 하는 말에 우리가 웃으며 일어났다.

「무슨 일 있나요?」

「아, 특별한 건 아니고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사진 한 장 같이 찍어 볼 수 있나 하고…….」

「당연히 가능하죠.」

포즈를 취하려고 다들 자리를 잡아 가는 동안, 일본 스탭들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중현 씨가 TV에서 나와서 날씨를 맞춘 걸 봤는데요. 정말이지 굉장했어요!」

「저도 보고 엄청 놀랐어요!」

일본 스탭들의 말에 중현이가 푸근하게 웃으며 가운데로 자리를 잡았다.

햇님과 나그네의 못된 바람처럼 표정을 지을지, 아니면 눈 내리는 시늉을 할지, 포즈를 물어볼 때.

스탭들이 수줍게 웃으며 물었다.

「저…….」

눈동자들이 중현이에게 향했다.

「조금 민망한 부탁이지만 저희 머리 위에 손을 올려 주실 수 있나요?」

「손이요?」

「네, 그 고양이처럼….」

「아!」

중현이가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스탭들의 머리 위에 1mm 정도 간격을 두고 멈췄다.

유리를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동생들과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사람은 잘 깨지니까.’

이내 사진을 찍은 스탭들이 감사합니다! 하고는 우리와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며 떠나갔다.

중현이가 복을 불러오는 고양이처럼 웃고 있는 사진.

그리고 옆에서 아련히 웃는 우리들까지.

“저거…….”

리혁이가 말했다.

“나만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죠? 뭔가 살아 있는 복 고양이 취급당하는 느낌인데…….”

“…….”

다들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일본 내에서의 우리 이미지가 어떤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지 살짝 걱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   *   *

뉴블랙이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월드 투어를 마무리 짓고 있을 때.

본진에 있는 수플레들에게는 좋은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2016 연예계] 뉴블랙, 올해를 빛낸 가수 1위

매년 12월이 되면 여론조사 업체에서 ‘올해 누가 제일 쩔었나욤?’ 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묻는 조사였다.

거기서 뉴블랙이 1위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일반적으로 1위여도 10~20% 정도인 게 보통인데, 무려 33%라는 압도적인 응답자 수가 도표에 적혀 있다.

-ㅊㅋㅊㅋ

-와 뉴블랙은 선거 나가도 되겠다ㅋㅋㅋㅋㅋㅋ

-아니 총3표 찍는 거에서 33%면 전원이 다 뉴블랙 찍었다는 거자너

-장하다 뉴블랙

-올해의 가요 1위 불꽃놀이ㅠㅠㅠㅠㅠㅠ 14놀이 입덕은 웁니다.. 진짜 이런 날이 오는구나

-가요 10대픽 1위에서 5위까지 중에 3개가 뉴블랙이네

-33퍼 ㄹㅇ 올해의 가수네

-저기 문구에서 ‘전연령대에서 고른 응답을 보였다’가 진짜 대박이긴 하네

-뜻밖의 할아버지픽

-근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뉴블랙은 알아ㅋㅋㅋㅋ 내고향 일주일에 1번씩 짧게 나오는 거 임팩트가 진짜 커

수플레들도 감개무량한 눈으로 그런 수치를 보고 있었다.

‘진짜 올해의 가수…….’

한편으로는 왜 그들이 지금까지 작다고 생각했는지 납득이 가는 수치였다.

-저 보세요 저거 머글들이 저렇게 크다니까

-머글에 비하면 우린 한 줌이었구나..

-저 머글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었어ㅠ

-단체로 인지부조화 올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말이야

-몰라 아무튼 작음

-이게 이럴수밖에 없는 게.. 앨범 낼 때마다 규모가 달라져서 실감이 잘 안났음

상식적으로 앨범 하나씩 낼 때마다 계단 1칸씩 뿅 하고 올라가는 게 보통인데.

앨범 낼 때마다 로켓으로 ‘이번엔 성층권 갑니다아~’, ‘자! 대기권 돌파~!’ 하고 있는 그들의 가수였다.

정신을 차려 보면 매번 2배씩 성장해 있곤 했다.

-지금도 유입 많던데;

-ㅇㅇ 지금 블루문 1억뷰 찍고 토크쇼 나오고 하면서 미국 쪽에서 엄청 유입됐다고 들음

-(수천 개의 달봉이를 흔드는 미국 수플레들.gif)

-여기서 더..?

-미국도 확실히 TV가 프로모션 중에서 최고긴 하구나 와오..

-일본도 요번에 아침방송 나온 거 영향 많은가 보더라,, 일본 애들이 팬 늘어나는 거 싫다고 애들 병맛영상 올려 대고 그러는 거 보니까

미국과 일본에서의 프로모션으로 멋모르는 이들이 새로 개미지옥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소식들이었다.

‘다음 앨범도 또 어떻게 되는 거 아니야?’

이제 곧 스페셜 앨범이 나온다고 보도 자료를 돌리던데.

또 무슨 일이 있을지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측이 안 돼서 불안한 수플레들이었다.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더 터질 수가 있다고……?’

딱 그런 느낌이었다.

구름 위에 궁전을 세우고 있는데, 위를 올려다보니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다.

분명 아득히 멀어 보이는 곳인데. 왠지 모르게 멀어 보이지가 않아서 기분이 묘하면서도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아마 그들의 가수도 비슷한 기분일 터였다.

‘아니다.’

수플레들이 고개를 저었다.

‘멘탈 관리하자.’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멤버들의 활동과 음악을 응원하자는 마음가짐을 되새기고 있을 때였다.

-올해 연말 엔딩 누가 먹을 거 같음???

-틴

-틴

-틴이 먹을 거 같은데; 대형이라

-모르지 또 방송국들이 깜장이네 눈치 오지게 보자너ㅋㅋㅋ

-음방 피디들 다 예능국 산하라서 챙겨줄듯

-당장 예능으로 재미봤는데 섭섭하게 하겠음??ㅋㅋㅋㅋ 무조건 엔딩 주지

올해 연말 3사 무대의 엔딩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 벌써부터 견제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올해의 가요계 주인공이 누군지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엔딩.

그 상징성 때문에 모든 기획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확보하고자 하는 게 연말 무대의 엔딩이었다.

그런데, 뉴블랙이 엔딩을 차지하게 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아니, 시방 뭔 소리여?’

방금까지 성적에 연연하지 말자며 속세를 초월한 것처럼 웃던 수플레들이 달려가 멱살을 잡기 시작했다.

내 욕은 참아도 내 가수 욕은 못 참았다.

그렇게 엔딩을 가지고 벌써부터 견제하기 시작하는 타 팬덤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헐 얘들아 이거 봄????

긴장을 풀어 주기라도 하듯 수플레들에게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2016 연예계] 올해를 빛낸 예능방송인, 7위 ‘뉴블랙’

방금 전 가수 순위를 발표했던 여론조사 업체에서 공개한 새로운 자료였다.

전 국민을 웃기는 예능방송인과 코미디언 사이에서 당당하게 <뉴블랙 TV>란 명목으로 7위를 차지한 최애였다.

팬들이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니 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위ㅋㅋㅋㅋㅋㅋㅋㅋ

-뉴블랙은 인정이지

-올해의 가수&올해의 예능방송인 콜라보는 처음 보네ㅋㅋㅋㅋㅋㅋ

-스케일이 비범하다ㅋㅋ

-뭔가 어? 싶으면서도 뉴블랙TV라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아이돌계의 투타겸업 같은 건가

멋진 걸로 1위를 한 것도 잠시.

올해의 예능인에서도 7위를 차지한 국민 아이돌의 위엄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들의 가수가 그러하듯 팬들도 먼 곳을 바라보며 외면했다.

*   *   *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좋은 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를 빛낸 가수 1위……!”

“우리가 진짜 올해의 가수예요!”

얼싸안고 기뻐하는 우리에게 원석이 형이 멈칫했다.

“너희 그거 말고도 예…….”

“예?”

우리의 가늘어지는 시선에 원석이 형이 ‘예…’ 하다가 손을 흔들었다.

“오예~”

“오예~!”

열심히 올해를 빛낸 가수에 든 것을 자축했다.

올해를 마무리하려는 우리에게 좋은 선물이 날아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본 것처럼.

그리고.

다른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본격적인 연말 맞이에 들어갔다.

그 첫 번째 일정은 바로 PBS의 음악 방송 ‘뮤직On’에서 하는 연말결산이었다.

2016년에 1위를 한 적이 있는 가수들을 모으는 방송인 만큼, 어워드에서 만났던 얼굴들과 다시 조우했다.

“어?”

PBS 방송국 복도 맞은편에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병장니이이이임!”

“은성아아아아아!”

군대 후임과 서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재회했다.

유럽 왕가의 막내 왕자 같은 무대 의상을 입은 은성이의 어깨 견장에 손을 슥 올리며 말했다.

“은성아, 은성아.”

“왜요~?”

“형이 대상 받을 때 왜 안 나왔니.”

“아, 진짜…….”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로 상대가 웃었다.

“병장님~ 병장님~”

“왜?”

“HBS 가요대상에는 왜 안 나오시나요~?”

“그건…….”

회심의 일격을 먹였다고 좋아하는 녀석에게 내가 슬픈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픈 사정이 있어.”

“엇.”

“그게 말이지…….”

내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이자 맞은편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슬쩍 들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은성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안 불러 주던데?”

“아, 진짜…! 사람 그만 놀려요.”

“으하하하!”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도 제가 후임으로 보이시나 봐요?”

“가요계 후배니까.”

“전 예능인이에요.”

“예능인이어도 내 후배인데?”

곁에 서 있던 중현이가 핸드폰을 톡톡 하더니, 비서처럼 ‘올해의 예능인 7위’ 라는 기사를 내밀었다.

“은성아! 어디 가니.”

“님이랑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요!”

재미있다.

지호와 리혁이를 상대로 놀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고 해야 되나.

깔깔 웃는 나를 보며 동생들이 미소를 지었다. 막내가 히히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몇 살?”

“……조용히 해.”

복도에서 마주친 은성이와 에이플비 멤버들을 지나 선배들의 대기실을 돌면서 하나씩 인사를 했다.

대기실에서 쉬고 있던 장소원 선배로부터 수플레도 받아먹고.

“리혁이는 잠깐 남을래? 무대 때문에 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아, 네. 선배님.”

“다들 그러면 오늘 무대 잘하고.”

“네!”

리혁이가 장소원 선배와 마주 보고 앉는 걸 보고는 우리도 자리를 떠났다.

다음 주, 31일에 있을 TBC 연말가요제에서 하게 될 합동 무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연말 시즌이 되면 연례적으로 있는 행사였다.

보이그룹, 걸그룹끼리 콜라보도 진행하고. 90년대나 지난 명곡들을 커버하는 무대를 하기도 하고.

“갑자기 재작년에 한 무대 생각 나네여.”

“스보랑 같이 한 거?”

14년도 연말에 우리가 스트릿 보이즈와 90년대의 명곡을 커버한 합동 무대를 했던 때가 떠올랐다.

시간이 촉박해서 압박이 좀 있긴 했지만, 굉장히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

항상 합을 맞추던 동생들이 아니라 다른 가수들과 새롭게 합을 맞춰야 하는 거니까.

핸드폰을 보며 룰루랄라 웃는 비주에게 물었다.

“너도 합동 무대 있다고 했지?”

“네!”

비주가 환히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아이무브 출연진들끼리 다 같이 합동 무대 하기로 했어요.”

“오.”

올해 TBC에서 핫했던 댄스 예능인 만큼 연말 무대에서도 합동 무대를 보여 주려는 모양이다.

비주가 안무 담당을 맡았다고 들었다.

“이거 볼래요, 형? 다들 제가 선물해 준 사과 이모티콘 쓰고 있어요.”

“오.”

“예쁘죠?”

“근데… 사과가 울고 있는데?”

“…….”

비주가 핸드폰에 뭐라고 톡토톡 톡! 입력하자 사과들이 웃는 이모티콘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다시 봐요. 형.”

“그, 그렇구나.”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비주도 상냥하게 웃었다.

어쨌거나.

리혁이와 비주뿐만 아니라 다들 콜라보 무대가 여러 개 잡혀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그만큼 방송국에서 분량을 많이 준다는 이야기였다.

지호도 내년에 성인이 되는 98년생 아이돌들과 뽀짝뽀짝 합동 무대를 하기로 되어 있고.

중현이도 스트릿 보이즈의 래퍼라인, 힙합 가수와 합동 무대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겠지?”

나도 이번에 PBS에서 합동 무대가 있었다.

연차와 인기 모두 높아야 주는 가장 좋은 대기실에 노크를 하자, 느끼한 목소리가 우리를 반겼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줏빛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미남이 다리를 꼬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아하게 잔을 내려놓으려던 이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잔뜩 멋진 포즈를 잡던 상대가 맥이 탁 풀린 표정을 지었다.

“뭐야. 형이야?”

“나다.”

“에이…….”

“에이?”

어이없어하는 내 모습에 상대가 웃음을 터뜨렸다.

잔을 대충 놓고는 자세를 풀고 뒹굴거리듯 눕는 한모 씨를 보며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코를 훌쩍이던 상대가 손짓했다.

“얼른 들어와요. 찬바람 들어온다.”

“엄살은.”

TNT의 메인 댄서인 한태현이 바로 나와 이번에 연말 무대에 함께 서게 될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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