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59화
KM 엔터테인먼트 연습실.
“뭐야.”
왕지호가 눈을 깜빡였다.
‘왜 중현이 형이 팀장이 됐지?’
리더십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뭐라고 할까. 행복한 감자 같은 타입인 형이 아니던가.
나서서 이끌고 그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신기했다.
지호 [형이 팀장 먹었어요??]
중현 [웅]
중현 [숟가락 구부리니까 팀장 시켜 주던데]
초능력자가 구부린 듯한 스푼을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짓는 왕지호였다.
다른 형들이 잘하고 있는지 보내 주는 사진을 확인하던 그도 현장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었다.
“저 사진 찍을게요~!”
근처에서 어색하게 몸을 풀고 있는 이들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왕지호는 그 사진을 전송했다.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톡톡톡.
[이씨]
[여기 길채경 있어요!!!!!!]
[짱시름]
초등학교 때 이후로 앙숙이었던 걸그룹 멤버와 같은 98라인으로 묶였다는 사실이 몹시도 불쾌한 그였다.
아니나 다를까.
98 라인들 속에서 단아하게 웃고 있던 걸스온탑의 막내도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흥.’
양쪽에서 서늘한 눈빛을 거두고 다른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
TNT와 연차가 비슷한 걸스온탑의 멤버가 손뼉을 치며 98라인을 모았다.
틴스피릿의 하현, 스트릿 보이즈의 기원, 세레니티의 요란, 블링크의 쁘띠펌킨 등등. 성공적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거의 다 모여 있었다.
총 7명.
“일단 다 같이 안무 연습한 거 확인해 볼 거고요. 안 맞는 부분 위주로 맞춰 보도록 할게요.”
“네!”
“그럼 시작할게요!”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 98라인의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세를 잡았다.
2세대 걸그룹 트윙클의 히트곡 ‘Twinkle’이 흘러나오면서 막내 멤버들의 군무가 착착 펼쳐졌다.
퍼포먼스로 정평이 난 그룹들이 모인 만큼 다들 범상치가 않았다.
“와, 다들 진짜 잘하시네요~”
그런 말을 하며 왕지호가 부드럽게 웃자, 다른 이들도 미소를 교환했다.
‘경계 좀 해야겠다.’
묘하게 경쟁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2016년에 가장 핫했던 그룹들의 멤버가 모여 있기에 자연스럽게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느낌.
중간중간 안무를 맞춰 보면서 서로에 대한 칭찬이 오갔다.
‘내가 이긴다!’
눈에 불을 활활 켜고 있는 각 그룹의 막내들이었다.
-야, 하현달, 너 수능 만회해야지. 지호 이기고 와라. 이겨도 등신이고 져도 등신이면 이기는 거야!
-뉴블랙이랑 세레니티? 이기고 와.
-기원아. 네 체력과 우리 자존심 중에 뭐가 중요할까? 그래, 형들의 자존심이 중요한 거야~ 깔깔깔!
못난 형, 언니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에 실시간으로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왕지호도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훔치며 형들의 말을 떠올렸다.
-컨디션이 먼저야. 콘서트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사과 싸 줄까? 싫어? 응……. 좋다고? 잠시만!
-오? 지호 너 합동 무대 생겼어? 언제? 한 달 전부터?
입을 비죽이던 뉴블랙의 막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키가 180으로 진입해서 그런지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아이돌보다 키가 훌쩍 커 보이는 그였다.
‘나도 나이 엄청 먹었는데!’
이제 스무 살인데!
맨날 건강 챙기라며 어린이 취급을 하는 형들을 떠올리며 흥 하는 콧바람을 내뿜었다.
‘내가 퍼포 진짜 끝내주게 보여 주고 만다.’
그런 결심을 하면서 왕지호의 눈이 자리에 모여 있는 98라인들에게로 향했다.
아직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왕지호가 고심했다.
‘어떻게 하지?’
퍼포먼스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다 같이 합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조직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리더가 중요한 것이고, 선우주가 온 뒤로 뉴블랙이란 팀의 조직력이 달라진 이유기도 했다.
‘근데 내가 나서면 좀 나대는 거 같은데…….’
암묵적으로 네가 제일 잘나가니까, 하며 인정해 주는 분위기긴 했지만 연차는 대다수와 똑같은 3년차였다.
적당한 대안을 물색하던 왕지호가 하현에게 꼼지락거리며 다가갔다.
“하현쓰~?”
“싫어.”
“왜.”
“안무 같은 거에 감이 없어.”
“그럼 넌 역할이 뭔데.”
“귀척 담당.”
납득이 가는 얼굴이긴 했다.
이웃집 미소년을 바라보던 왕지호의 눈길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근처에서 이어폰으로 합동 무대 음원을 듣고 있는 길채경이었다.
두 번째 꼼지락이 이어졌다.
“야.”
“뭐.”
“잠만.”
“뭔데.”
이어폰 한쪽을 뺀 동갑내기에게 왕지호가 무대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속삭였다.
그러곤 손을 내밀었다.
“어때? 콜?”
“…….”
눈매를 좁히고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연차 때문에 이끌고 있기는 한데, 최근 들어 활동이 별로 없었던 걸스온탑이기에 발언권이 강한 편이 아니었다.
그걸 메워 주겠다고 하는 왕지호의 제안에 상대가 담담하게 손을 맞잡았다.
“콜.”
“오키.”
그렇게 부족한 연차를 채워 줄 대안을 확보한 그가 다른 98라인 멤버들에게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
“제가 간식으로 피자랑 치킨 쏘고 싶은데, 혹시 땡기시는 분~?”
“어…….”
“그거 아세요?”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뉴블랙의 막내가 빙긋 웃었다.
“여기 매니저 분들 없어요~”
여기저기서 반색한 얼굴로 ‘먹을래요!’ 하고 손을 흔들면서 웃음소리가 감도는 가운데.
왕지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얘네랑 친해져야지.’
그동안 치킨과 피자를 사 가며 학교에서 반장을 독점했던 금권 선거 경력자의 미소였다.
* * *
“후우…….”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얼음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지호였다.
지호 [저도 팀장]
지호 [공동대표예요~~~]
같이 치킨, 피자를 먹으면서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는 98 아이돌 멤버들이 보인다.
워낙 또래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우리 막내라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비주도 출연진 속에서 안무 담당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날아오고 있고.
“우리 애들이 좀 강한가?”
“누구? 중현 씨?”
“아니, 전체적으로 좀…….”
벽에 등을 붙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한 모 씨에게 말했다.
“뭔가 우리는 흩어지면 강하고, 뭉치면 오합지졸 같은 느낌이 있거든.”
“…보통은 그 반대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던 태현이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얼굴로 머리를 털었다. 땀방울이 여기저기 비산한다.
그러곤 손을 내밀었다.
“물 좀.”
얼음물을 던져 주자, 한 모금 마시고는 어으으 하는 소리를 냈다.
동생들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힘드냐?”
“그럭저럭? 근데 관절이 오죽 아파야지. 요즘에 춤 추다가 악, 하고 소리 나올 때가 많다니까.”
“…그거 괜찮은 거 맞아?”
“병원에선 큰 이상은 아니라던데.”
어깨를 으쓱이던 태현이가 날 바라보며 말했다.
“비주 씨한테도 관절 좀 아끼라고 전해 줘. 이거 닳는 속도가 심상치가 않아.”
“이미 닳았어. 많이.”
“하긴, 댄서 포지션들이 다 그렇지.”
좋은 병원이나 영양제를 알려 주겠다는 태현이에게 이미 회사에서 관리 잘 하고 있다고 해 주었다.
“옛날에도 소문으로 많이 듣기는 했는데. 레몬도 진짜 좋은 회사네.”
말끝에서 TJ 엔터에 대한 이야기가 생략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최근에 재계약 때문에 시끌시끌하다던데.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건지 물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나도 얘 성격을 알고, 얘도 내 성격을 아니까.
본인이 말하고 싶으면 말할 거다.
하지만.
“어으으으… 무릎.”
당사자가 딱히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한빈이나 지훈이는?”
“지금 귀국했으려나. 잠깐 해외 스케줄 있어서. 이따가 와서 형 얼굴 보고 갈 수도 있고. 뭐, 우리도 연말 무대는 있으니까.”
“얼굴 보고 가면 좋겠다.”
대상 타고 영상 통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 보는 거랑은 다르니까.
“근데 형.”
“어?”
“아니, 진짜 이상해서 그러는데… 몸이 뭐 어떻게 된 거야?”
뜨끔했다.
날카로운 눈매가 실이 되는 것처럼 가늘어진다.
“이상해서 그래. 저번에 농구할 때도 이상했는데, 막 춤 추는 것도 지금 보니까. 안무 수정하자마자 바로 따고.”
“내가 그랬나?”
“진짜 이상해서 그래. 중간에 사람이 교체됐나?”
진짜 선우주를 내놔라, 하고 헛소리를 하는 태현이에게 그런 건 네 베개에다 속삭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냥 몸이 이렇게 됐어.”
“그래?”
알쏭달쏭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태현이가 뭐 어떠냐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다 쉬었어?”
“넵.”
내 손을 맞잡고 일어난 녀석이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편곡한 음원의 리듬을 잘게 쪼갠 TNT 메인 댄서의 춤에 감탄이 나왔다. 무대용 지팡이를 들고 착착 움직이는 모습이 그럴싸하다.
3일 연습했다던데 남들 두어 달은 한 것 같다.
중간에 내 파트도 있긴 한데 생략했다. 별도로 무대 도구가 필요한 퍼포먼스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가능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태현이에게 내가 연습 영상을 보여 주자 바로 납득했다.
이상하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렇게 내 파트에 있을 안무를 가볍게 소화하고는 태현이와 나란히 서서 안무를 펼쳤다.
실제 무대에서는 댄서들이 우아앙 하고 들어올 부분이었다.
“후아…….”
2분 정도 이어진 안무를 끝내고 짧게 휴식할 때.
“아.”
잊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리혁이가 장소원 선배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겼듯이, 나도 얘한테 줄 선물을 가지고 왔다.
“이거 받아라.”
“뭔데.”
“크리스마스 선물.”
“오!”
내가 건네준 선물에 상대가 ‘!’ 하고 놀랐다.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 * *
@Real_HanTH
(크리스마스 색 배합으로 된 후드티와 바지를 입고 슬퍼하는 한태현과 흐뭇하게 웃고 있는 선우주의 모습.jpg)
합동 무대 연습중. 질문 안 받아요..
-세상에
-학생.. 그 옷 버려..
-태현이 루돌프로 데뷔하니
-루돌프가 열 받아서 뿔로 받아버릴 듯한 색배합이다
-태현이 얼굴 이기는 옷은 처음이야
-컨셉이 산타와 루돌프인가요
SNS에서 각종 드립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사진을 보고 있던 서리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패션 테러리스트.”
그렇게 말하던 서리혁이 아차 했다.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이렇게 쓰면 안 돼.’
적당한 대체어를 떠올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 서리혁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다들 연습이 잘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주 형네는 다들 울고 있고, 중현이 형네는 포근한 김장 분위기고, 왕지호는 왕지호였다.
멤버들이 보내 주는 다이내믹한 사진을 보며 서리혁이 말했다.
“항상 느끼는 건데요. 선배님.”
“응.”
부드럽게 웃는 장소원에게 서리혁이 말했다.
“이 그룹에서 제일 정상은 저 같아요.”
“상대적으로?”
“절대적으로도 그렇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묘하게 확답을 해 주지 않는 선배에게 서리혁이 논리적으로 말했다.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는데, 우리 다섯 명 중에 한 명을 대표로 내보내야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선배님. 누구를 내보내시겠어요?”
“중현이.”
“……네? 왜요?”
“말이 잘 통할 거 같아. 깐따삐아 성인들이랑.”
참으로 반박하기 힘든 이유였다.
적당한 예시를 찾기 위해 그가 머리를 데굴데굴 굴릴 때, 장소원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리혁아.”
“네.”
다소곳하게 대답하는 메인 보컬에게 선배 가수가 미소를 지었다.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건 뭐야?”
“이거요?”
깻잎 머리처럼 변한 서리혁의 앞머리.
머리에 핑크색 삔을 찹찹찹 꽂은 리혁이 답했다.
“이마에 뾰루지가 날 거 같아서요.”
“난 게 아니고?”
“네, 왠지 날 것 같아서……. 요즘에 피부가 엄청 안 좋아졌거든요.”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는 듯 손거울을 들어서 잡티 하나 없는 백옥 같은 피부를 자랑하고 있었다.
동화에 나오는 백설 공주 같다.
새하얗고 매끄러운 피부에서 광이 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가운데, 리혁이 근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에이. 관리 좀 해야겠어요.”
왜 슬슬 화가 치미는 걸까.
“선배님, 저 요즘에 실력이 조금 퇴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 실력이 오백 배로 늘어서 왔다.
“춤 연습을 해서 그런 건지…….”
합동 무대 하는데 춤이 갑자기 확 늘어서 그녀가 오히려 더 연습을 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 있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모습.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으으음,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모습에 장소원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알겠어.’
왜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썩은 사과를 보냈는지 절로 이해가 가는 기분이었다.
* * *
저마다 합동 연습을 마친 그다음 날.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우리의 기분은 최고조였다.
“흩어지면 강하고 뭉치면 약하다.”
“그것이 바로 뉴블랙~!”
“흐하하하!”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하루 쉬는 날이었다.
각자 새벽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들어서 그런지, 이야기의 화제는 단연 어제 연습이었다.
“제가요~”
자기가 동년배들을 휘어잡았다면서 의기양양해하는 막내를 보며 웃었다.
“저희는 팀명도 정했어요. 구석 키즈.”
“구석 키즈?”
“스트릿 보이즈 뜻이 거리의 아이들이잖아요. 구석에 모여서 회의하다가 구석 키즈? 하고 정해졌어요.”
래퍼들과의 모임이 좋았는지 중현이의 기분도 엄청 좋아 보였다.
리혁이도 장소원 선배와 나눈 근황 토크를 들려주고.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빛이 나고 있는 건.
“흐힛.”
“…….”
눈동자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오고, 뒤에서 천사 떼가 우와앙 하며 트럼펫을 부는 듯한 착시까지 보이는 우리 둘째였다.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여.’
‘얼굴에서 빛이 날 수도 있구나.’
춤 연습이 즐거웠던지 굉장히 보송보송한 자태로 돌아온 비주였다.
이거 하고 재미있었고, 저거 하면서 재미있었다,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봐도 비주만 즐거워 보이는 느낌.
뭐.
‘우리 일 아니니까.’
‘맞아여.’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평소 때라면 HBS 가요대상 무대를 하기 위해 준비로 바빴을 날이지만 출연을 안 하기로 한 우리는 여유로웠다.
그리고 그 대신에 잡힌 스케줄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뉴욕 JFK 공항.
입국장을 나서자 어마어마한 함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플래카드와 응원봉을 흔드는 수플레들의 물결에 공항 보안 인력들이 총 출동해서 우리를 호위하고 있었다.
“Merry Christmas-!”
여기저기 떠밀리느라 으쿽콱꽥 하는 소리처럼 나왔는데, 다행히 그 뜻은 전달된 듯했다.
팬들도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JFK 공항 앞에 주차된 밴에 올라타는데, 창문 너머로 몰려오는 수플레들이 끊임없이 보였다.
막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크리스마스 아니에여?”
“그니까.”
창가에 얼굴을 갖다 댄 우리가 망원경처럼 손을 올리고 우와아아 하자, 팬들이 와아악! 하면서 웃었다.
“……왜 웃지?”
“얘들아.”
앞자리에 탄 석환 형이 말했다.
“그거 선팅 안 된 유리야.”
“……!”
다급하게 근엄한 자세를 취했지만 별로 소용은 없어 보였다.
……사진 올라오겠네. 이거.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정돈하고는 달리는 차량 바깥을 바라보았다.
“우와.”
사방에 보이는 모든 곳이 크리스마스투성이였다.
길거리에 있는 옷가게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조명이 다양한 색으로 빛났다.
쇼핑센터에는 눈송이 모양의 장식이 걸려 있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목도리와 모자 등에서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풍겼다.
“어릴 적 소원이 이뤄진 기분이야.”
“저두여.”
나홀로 집에 2를 보면서 뉴욕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되게 신기하고 부러웠는데, 직접 와 있으니 신기하다.
가림막을 치고 미리 준비한 정장으로 갈아입는 동안.
저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타임스퀘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광고판이 가득하고 네온사인 등으로 가득한.
얼마 안 가 우리의 목적지가 드러났다.
“우와…….”
맨해튼에 있는 카네기 홀.
“그 영화에서 비둘기 키우는 분이 사는 곳이 여기래여.”
“오오.”
차에서 내리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카네기홀의 외관이 눈에 들어온다.
앞에서 펄럭이는 깃발까지.
[Nostalgia Christmas Concert]
노스탤지어 OST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Composer 목록에 ‘Woo-joo Sun’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며 뿌듯하게 웃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일단 사진 한 장 찍을까?”
“고고고!”
추위에 금세 뺨이 발갛게 상기된 동생들이 곁으로 붙었다.
* * *
같은 시각.
한국 시간으로는 26일 오전, 코엑스에서는 HBS 가요대상이 한창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수들의 리허설이 이어지고, 무대 장치가 설치되고.
“…….”
그 속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요대상의 스탭들을 지휘하던 메인 PD가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포털 연예란 메인에 떠오른 뉴스.
-뉴블랙, 크리스마스 셀카 공개.. ‘뉴욕에 있어요~!’
정장을 입은 미청년들이 카네기홀을 배경으로 찍은 셀카,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 프랭크 차우와 찍은 셀카 등을 올렸다.
노스탤지어의 OST 중 하나인 ‘Thousand Dreams’의 작곡가로서 참석했다는 이야기였다.
크리스마스 자선 콘서트인 만큼 유명 인사들이 꽤 많이 보인다.
마치 사진 속에서 있는 뉴블랙 멤버들의 미소가 HBS 가요대상을 향한 것처럼 보인다면 착각일까.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부를 걸 그랬나. 아니야. 안 불러도… 부를 걸 그랬나. 아니야.’
사진 속에서 씩 웃는 뉴블랙 멤버들을 보며 소리 없이 부들댔다가, 고개를 저었다가, 부들부들하기를 반복하는 메인 PD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