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0화
“우와…….”
안에서 본 카네기 홀은 또 느낌이 달랐다.
“생각보다 진짜 크네.”
“밖에서는 그렇게 안 커 보였는데, 들어와 보니까 확 커진 거 같아여.”
온통 황금빛으로 된 것 같은 홀이었다.
20세기의 유명 철강 사업가 앤드루 카네기가 사재를 털어 지었다는 홀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근사했다.
특히나 내게는 꽤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신기하다.”
동생들에게 말했다.
“한창 피아노 배울 때 여기서 공연하는 영상 엄청 봤거든.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여기서 많이 공연하니까.”
클래식 음악의 메카라고도 불리는 공연장이었다.
어렸을 때, 신문에서 카네기 홀에서 한국인 누구가 공연을 한다더라 하는 소식도 많이 접했고.
잠시 피아노를 배울 때는 꿈의 무대였다. 저기서 피아노를 연주하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형한테 되게 의미가 있는 곳이었나 봐요.”
“약간?”
한참 전 일이라서 이젠 가물가물하다.
동생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앉을 좌석을 찾으려고 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인의 얼굴이 멀찍이서 보였다.
「여기야, 여기!」
노스탤지어의 원작자이자,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설적인 제작자로 불리고 있는 프랭크 차우였다.
우리가 다가가자 반갑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댄다.
「비행은 무사히 잘 마쳤나?」
「네. 초청해 줘서 고마워요, 프랭크.」
「Thousand Dreams의 주인인데 당연히 불러야지. 다들 이리로 와. 사람들을 소개해 줄게.」
「아, 여기가 아니었나요?」
「너희 자리는 다른 곳이야.」
그제야 우리는 티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비주라는 걸 확인했다.
카네기 홀 구경에 정신이 팔려서 길 안내를 맡은 사람이 비주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
머쓱하게 웃는 비주와 우리가 눈이 마주치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따라서 하하 웃던 프랭크 차우가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 주었다.
오페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이드 좌석이었다.
“우와. 저 이런 데 되게 앉고 싶었어여.”
“그래?”
“네, 007이나 막 첩보영화 보면 이런 사이드석에서 막대기 망원경 들고 훗훗훗 하거든여.”
굉장히 특이한 것에 설레어하는 막내였다.
근데 어떤 장면인지는 알 것 같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가 이런 자리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들고 웃는 장면들.
공중에 붕 떠 있는 좌석이 불안한지 리혁이가 안전을 확인하고, 비주가 슬금 물러나는 가운데.
프랭크 차우가 바우처를 살피고 있는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의원님! 이 친구가 Thousand Dreams의 주인입니다.」
「오!」
뉴욕 시의원이라고 하는 분인데, 오늘 자선 공연에 초청된 모양이었다.
통성명을 하면서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작곡가 목록에서 이름을 봤어요. Thousand Dreams의 작곡가 맞죠? 생각보다… 젊네요.」
뒤에 있는 동생들을 보며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기에 내가 답했다.
「제 똘마니들입니다.」
영어로 졸개가 안 떠올라서 적절한 표현을 골랐는데 상대가 빵 터진 걸 보니 괜찮은 것 같다.
그 외에 다른 명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았다.
“누구래요?”
“시의원이라고 하시나 봐.”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작곡가 중 하나라고 하니 오, 하다가 뉴블랙이라고 하니 으음? 하고 갸웃하는 분위기였다.
서로 어색하게 통성명을 나눌 뿐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공연 바우처를 뒤적이는 동생들을 보고는 내 옆자리에 앉은 석환 형에게 말했다.
“형.”
“응?”
“기분 되게 이상하지 않아? 크리스마스에 여기 앉아서 이런 공연 보고 있으니까.”
“그러네. 이상하다.”
석환 형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기분일 거다.
처음에는 한국 버전에 넣을 만한 멜로디를 달라고 해서 시작한 곡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영화가 대박이 나고 외국 공연장에 나와 있다.
내가 쓴 곡이 유명 오케스트라의 손에 재현되어 나온다니.
“별일 다 있어. 그치?”
매니저와 함께 웃고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우르르르 들어온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저마다 악기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바이올린, 첼로가 올라오고.
하프와 타악기 앞에 사람들이 앉는다.
악기를 조율하듯이 곧바로 현악기 등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동안, 문이 열리고 마지막 인물이 등장했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백발의 중년 남자.
“오오…….”
유명 지휘자가 등장하면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가 나긋하게 지휘봉을 튕길 때마다 소리의 빛깔이 영롱한 색으로 변하며 얽혀들었다.
사라락.
왠지 모르게 악보 넘기는 듯한 환청이 들릴 만큼 공연장이 고요해지면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
좋았다.
지휘자가 손짓을 하면서 뮤지컬의 첫 번째 넘버가 재생됐다. 관악기가 통통 튀는 듯한 소리가 참새들의 걸음을 연주하는 것 같다.
전신주에 올라온 참새들이 천적을 피하듯이 피아노가 쫓김을 표현했다.
원작에서는 책들이 다른 무시무시한 천적들을 피하기 위해 우왕좌왕 도망치는 장면에서 나오는 넘버였다.
‘진짜 잘한다.’
리혁이와 내가 눈을 마주치며 감탄했다.
그 너머로 벌써부터 눈이 반쯤 감기려는 세 똘마니의 모습을 보며 웃고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했다.
설렌다.
어렸을 때,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빌려서 볼 때만큼 가슴이 콩닥콩닥하면서 두근거렸다.
주인공이 울고 있던 장면의 음악은 어떤 소리로 나올까, 책들과 모험을 떠날 때의 분위기는 어떤 식으로 해석했을까. 지휘자의 해석이 곁들여진 노스탤지어 OST가 흘러나올 때마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리 노래 나와요.”
비주의 말에 눈꺼풀을 억지로 들면서 미소를 짓고 있던 동생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가 불렀던 Thousand Dreams가 흘러나왔다.
머릿속으로 가사가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느낌을 받으며 천 개의 꿈을 감상했다.
꿈은 소중하지만 꿈에 매몰되지 말자는 주제가 지휘자의 손길 아래로 재탄생해서 부우웅 떠오른다.
수천 개의 풍선이 허공으로 올라가고는 마지막에 팡-! 하고 터지는 듯한 부분에서 귓가에 탄산이 흘러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우와.”
몽롱한 눈으로 박수를 치니 주변에서 같이 박수를 치던 프랭크 차우가 어떠냐는 식으로 웃어 보였다.
곧이어 찾아온 인터미션 시간에 제작자가 물었다.
「어때? 네가 쓴 곡이 오케스트라의 손에서 재탄생한 기분이.」
「끝내주네요.」
씩 웃는 제작자에게 내가 대꾸했다.
「뮤지컬도 보러 올 걸 그랬나 봐요.」
노스탤지어의 간판이 브로드웨이에 다시 걸렸다는 소식은 들었다. 첫 공연을 보러 오겠냐는 말을 듣기도 했고.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생략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너무 아쉬웠다.
Thousand Dreams를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업계에 들어온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매번 이렇게 오케스트라로 내 곡을 듣는 것도 감회가 새로워. 뮤지컬을 새로 올릴 때와 마찬가지로 내 음악이 다른 사람의 손에 재탄생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거든.」
프랭크 차우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언제나 마찬가지야. 늘 새로워.」
「그런 것 같네요.」
「그런 의미로 말이야.」
그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기획이 하나 있는데 시간 나면 참여하는 게 어때? 한 자리 줄 수 있는데.」
「어떤 프로젝트인데요?」
다른 영화에 대한 이야기인 듯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석환 형과 시선을 교환했다.
「일단 보류해도 될까요?」
「이런, 거절인 건가.」
「내년 스케줄을 저도 몰라서요.」
그제야 내가 가수라는 것을 깨달은 표정에 웃음이 나왔다.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바빠서였다. 올해도 스케줄이 빡빡했는데 내년은 오죽할까 싶어서.
시간 나면 연락하라는 이야기에 OK하며 웃고는 자선 공연의 나머지를 감상했다.
간만에 클래식 음악을 들으니 새롭고 좋았다.
파리에서 폴 로랑의 연주를 들었을 때만큼 견문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할까.
동시에 새로운 욕심도 싹텄다.
그동안 주력하고 있던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 같은 OST 쪽에도 관심이 생긴다.
“부족해.”
공연이 끝나고 느낀 감상이었다.
이런 쪽으로 파고들려면 피아노뿐만 아니라 관현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었다.
어느 정도 이론은 다 알고 있지만.
“시간 날 때, 다른 악기 레슨을 좀 받아야겠어.”
“…….”
내 선언에 동생들이 눈을 깜빡였다.
“그럼 언제 쉬게여? 무덤에서 잘 거예여?”
“목숨 한 개예요. 아저씨, 신중하게 생각해.”
“거기서 더 뭘… 하려구요?”
“어우.”
조용히 학을 떼는 중현이까지.
과로로 훅 간다며 만류하거나 근심스럽게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내가 당당하게 말했다.
“전용기.”
“……!”
고요한 분위기.
숨이 막힐 듯한 침묵이 끝나자 동생들이 핸드폰을 꺼내 악기 레슨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 * *
자선 공연 관람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니 어느덧 26일이 훅 지나가 있었다.
그리고.
“뭐야.”
온라인에서는 난리가 벌어져 있었다.
-HBS 가요대상, 올해도 또 잡음.. ‘엔딩 논란 가열’
-HBS 가요대상 PD, “연차순 배분.. 논란 이해 못하겠다”
-‘작년에는 갑질, 올해는 엔딩’.. 다사다난 HBS 가요대상史
26일 저녁에 진행한 HBS의 연말 무대에서 엔딩을 두고 시끌시끌한 이야기가 오가는 모양이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틴스피릿의 엔딩 무대를 점치고 있었다는데.
TNT가 현장에서 엔딩 무대를 하게 되면서 객석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끝나고도 논란이 멈추질 않았다는 모양이었다.
“흐어어…….”
포털 기사 댓글창에서 가열차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려졌다.
살벌하다.
-TNT 올해 뭐 활동이 뭐가 있었는데ㅋㅋㅋㅋㅋ아나 어처구니가 ㅅㅂ
-진짜 역겹고 추하다
-결국엔 방송사들 다 빽이네 빽이야
-꼴랑 음악 프로 엔딩 두고 싸우는 너네가 레전드ㅋㅋㅋ 일반인들 아무도 신경 안쓰죠
-응 내년 해체~
-작년엔 뉴블랙한테 갑질 오지더니 올해는 틴스가 당하네
-걍 둬라 올해의 가수 없는 올해의 연말무대임ㅋㅋㅋㅋ
-HBS의 H는 한심한이냐
동생들과 서로 바라보며 말했다.
“2017년 새해 첫 번째 목표 정해졌다.”
“댓글 안 보기.”
역시나 가수 활동을 하면 인터넷은 멀리 해야 멘탈에 이롭다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인터넷 창을 닫고 동생들과 몸을 떨었다.
이제 내년이면 4년차에 접어들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적나라하게 말하는 것은 적응이 잘 안 된다.
“그런데…….”
중현이가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엇.”
“보통 HBS에서 뭐 하면 PBS랑 TBC도 비슷한 흐름으로 가잖아요. 연말 무대 구성은 다 비슷하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망고 차트 어워드와 KMA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하면서, 올해 연말 엔딩은 우리가 하려나 싶었는데.
불투명해 보였다.
“역시 쉬운 게 없지.”
뭐. 그 부분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으니까.
게다가 PBS와 TBC와는 올해 예능 등으로 얽히면서 관계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 큰 변수는 없을 것 같다.
있어도 어쩔 수 없고.
“서로 골치 아프겠네.”
이런 일이 있고 그러면 가수들끼리 몇 번 마주칠 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곤 하니까.
틴스피릿-TNT의 엔딩 논란을 흘려보내면서 다른 기사들도 살폈다.
세레니티 무대에서는 음향 사고가 터지고, 오디오가 잘못 얽히면서 누군가 선배 가수에게 무례한 잡담을 한 걸로 활활 타오르고 있고.
“……대체 뭘 한 거지.”
어지간하면 그래도 지상파 연말 무대에는 서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긴 한데.
이 정도면 잘 거른 것 같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보통 이 정도 사안이 한꺼번에 터지면 그 피디님도 다른 곳으로 쫓겨나지 않을까.
“활활 타네…….”
멀찍이서 불타고 있는 HBS를 보며 아련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틈틈이 바깥소식을 접하면서 연습실에서 연말 무대의 마무리 연습에 들어갔다.
그리고.
“후우…….”
12월 28일.
PBS 가요제전이 열리기 전날, 나는 개인 스케줄을 위해 상암동에 있는 TBC 사옥으로 향했다.
시트콤 <우리 가족은 외계인>으로 TBC 연예대상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왜 너희는…….”
“우리도 상 받잖아여.”
정장을 근사하게 입은 졸개 무리를 보며 내가 말했다.
“인기상은 내가 대표로 수상하면 되잖아.”
“형 혼자 수상하면 외로울 것 같기도 하고…….”
“아니야. 안 외로워.”
그냥 오고 싶어서 온 게 분명했다.
연예대상에서 매년 인기투표를 해서 아이돌에게 인기상을 주는데 올해 우리가 수상자였다.
내가 대표로 수상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졸개들이 숙소에서 심심한 걸 못 견뎌서 같이 왔다.
그래도 든든하긴 하다.
“리혁이 형, 우리 셀카 찍어여.”
“그러든가.”
리혁이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브이를 할 때, 내가 둘 사이로 쏘옥 들어갔다.
“나도.”
“훠이훠이!”
“주책이야. 왜 끼려고 하는데요?”
같이 셀카를 안 찍어 주려고 하는 괘씸한 녀석들의 모습에 다른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이서 쁘이~ 하던 중현이와 비주가 핸드폰을 샥 내려놓았다.
“됐다. 야, 됐어. 나 혼자 찍을 거야.”
수플레들에게 보여 줄 셀카를 요리조리 찍으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시상식을 위해 차려입은 정장인데,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진 않아 보였다.
턱시도의 나비넥타이를 조정하자 지호가 와 하며 말했다.
“1년 내내 그것만 입히고 싶어요.”
“괜찮아?”
“오늘 의상 진짜 대박.”
“그래? 다행이네.”
“형은 그냥 그런가 보네요.”
내가 대꾸했다.
“예쁘게 골라 주신 것 같긴 한데 내 취향은…….”
“그럼 뭐가 취향인데요?”
“일본에서 입었던 의상들? 희한하게 일본만 가면 의상이 되게 예뻐지는 거 같아.”
“…….”
“얘들아?”
대답을 안 해 주는 불손한 녀석들을 보고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르게 출입 통제를 하는지 출연자용 주차장이 고깔로 막혀 있다.
경비업체 직원 분에게 우리가 차창을 내리고 안녕하세요~! 하고 웃자 곧바로 입구가 뚫렸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양옆에 둘씩 졸개들을 이끌고는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방송국을 활보했다.
시상식용으로 대여한 정장을 입으니 약간 평소와 다르게 품위가 있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대기실로 향하는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품위 있게 상 받고 올게.”
리혁이가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요.”
“가다가 오래된 껌이나 밟아라.”
“…….”
굉장히 찝찝해하는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며 걷는 메인 보컬을 보고는 다른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곤 민기 형과 함께 TBC 공개홀로 향했다.
테스트 중인 조명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고, 관객석에서 방청객들이 입장해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그중에 많은 수가 우리 팬들인 듯했다.
[우주선, 김우주, 그리고.. 뭐였지?] 하는 플래카드를 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손을 흔들면서 주변 테이블에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 우주 씨!”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이 간다> 테이블.
군대 예능에서 극한직업 예능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시킨 도준기 피디가 날 보고 반갑게 손을 뻗었다.
휘익!
축구에서 보던 마르세유 턴을 이용해 회피했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하하하하!”
자연스러웠다.
도준기 피디가 사냥감을 놓친 매처럼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간 멤버 은성이가 깔깔 웃었다.
특공대 특집에서 합을 맞췄던 다른 멤버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우주야~”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가운데 있는 국민예능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 테이블에 앉은 이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 옆에는 내가 작년에 출연한 흑역사 발굴 예능 <신토끼> 출연진도 있고.
마침내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자, 기다리고 있던 배우들이 웃었다.
“이야, 여기까지 오는데 한참 걸리네.”
“그러니까요.”
“TBC 예능국 막내인 줄 알았다니까.”
서노을의 말에 웃었다.
물을 한 모금 들이켜며 주변 카메라 각들을 확인할 때, 송훈 선생님이 내 손을 붙잡으셨다.
“우리 주선이~ 잘 지냈니?”
“네, 쌤.”
“연기 연습은 하고 있고?”
늙어서 연기하려면 틈틈이 연기 연습이 필요하다며 조언을 해 주시는 송훈 선생님이었다.
그 뒤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다른 예능인들에게 인사하고.
시간이 되면서 본격적인 연예대상이 시작됐다.
-네, 2016년 TBC 연예대상!
-올 한 해 정말 뜨거운 예능, 시트콤이 많았죠?
두 예능인과 라비앙로즈의 전유빈이 MC가 되어 연예대상의 진행을 맡았다.
확실히 예능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그런지, 리액션도 크고 분위기 자체가 신이 나는 편이었다.
하나둘 시상이 이어지는 동안.
-다음은 올 한 해 환상의 케미를 보여 준 분들을 위한 상이죠? 바로 베스트 커플상입니다!
-정말 케미 넘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럼 후보들을 만나 보실까요?
작년도에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던 시상자들이 손짓하자, 거대한 스크린에 후보들이 떠올랐다.
진흙탕에서 뒹굴면서 사금 채취를 하는 은성이가 나왔다.
-사람이 간다, 케빈-민태원.
‘와아아아’ 하는 은성이 팬들의 외침이 끝나고.
곧이어 티격태격하는 주세한의 국민 남매가 나왔다.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 여희연-여희찬.
작은 환호와 박수 속에서 남매가 떨떠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프로그램마다 하나씩 상을 주는 모양인지, <우리 가족은 외계인>도 후보군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어?”
스크린으로 내가 나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중에서 송훈 선생님이 목소리 연기를 하는 말티즈 영식이를 품에 든 김우주.
눈에서 초록 광선을 뿜는 초능력 고양이들에게 쫓기는 나의 장면이었다.
-우리 가족은 외계인, 우주-영식.
시상자들의 내레이션에 우리 테이블과 주변 테이블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가 나를 담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양보하겠다’ 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대기실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을 동생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가운데.
-축하드립니다. 우리 가족은 외계인의 영식-우주 커플!
“우주야. 이거 챙겨 가.”
아라가 잽싸게 본체 대신에 ‘영식이’ 팻말을 달고 참석한 말티즈 인형을 건네주는 가운데.
주변에서 박수를 치며 나가라고 종용했다.
“축하해! 흐하하하!”
“아이고, 주선이 상 탔네! 껄껄껄껄!”
“…….”
밉다.
진짜 이 사람들 다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