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4)화 (56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4화

왕지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저러지?’

그를 바라보고 있는 형들의 눈동자에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무대에서 다칠까 봐 걱정이라도 했던 걸까.

건강을 어필하기 위해 씩 웃고는 말했다.

“저 되게 어른스럽지 않았어요?”

“그랬지.”

비주 형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잘했어. 단기간에 무대 구성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팀원들도 잘 이끌고. 무대에서도 제일 눈에 들어오더라.”

“흐히히.”

역시 비주 형이었다.

퍼포먼스에서 그가 신경 썼던 부분들을 짚어 주는 칭찬에 헤벌쭉 웃고는 시선을 돌렸다.

“저 어땠어요?”

칭찬해라. 칭찬해!

그런 눈으로 바라보자 다른 형들도 칭찬을 건네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칭찬하는 서리혁의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지호야. 제일 행복한 절이 뭔지 아니? 바로 엎드려 받는 절이야.

역시 아빠의 말이 맞았다.

‘길채경이랑도 용케 안 싸웠고. 하현이한테 춤도 안 밀렸고, 윤기원한테 노래도 별로 안 밀렸고.’

여러모로 뿌듯했던 무대였다.

무대에 내려오자마자 원석이 형이 건네준 폰으로 모니터링을 했는데, 영상 속에서도 그가 제일 돋보였다.

‘내가 이런 형들이랑 같이 있어서 그렇지. 나도 잘하는데.’

괴물 같은 형들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매번 억울했다.

안티들이 연기에 미쳐서 연습을 등한시한다고, 무대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다고 할 때마다 어찌나 억울했던지.

누구든 이 무대를 봤다면 그런 말이 쏙 들어갈 게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무대 VCR을 보고 있을 때였다.

“지호야.”

우주가 부드럽게 그를 불렀다.

“넹?”

“여기 1000억이랑 형이 있어. 뭘 고를 거야?”

“갑자기여?”

“응. 갑자기 산신령이 나타나서 시가 1000억짜리 금도끼를 내밀면서 인질극을 벌이는 거야.”

왕지호가 고개를 슬쩍 들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뭉게구름 속에서 선우주가 산신령의 소굴에 갇혀 있다.

아니다.

상상이랑 어긋났다.

-지호야! 형은 잘 있다!

상상 속 우주 형이 연못 위에서 문워크를 하면서 산신령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음.”

다시 현실로 돌아온 왕지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1000억과 선우주 중에 뭘 고르겠냐는 질문에 나머지 셋도 눈을 초롱초롱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래.’

인터넷에서 하는 인성 테스트 같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도 돼요?”

“응.”

“당연하지! 솔직히 말해도 돼.”

고민하던 왕지호가 답을 내어 놓았다. 너무나 당연한 결론 아닌가.

“우주 형이요.”

“그렇지?”

안색이 환해진 형들에게 그가 대꾸했다.

“우주 형이 잠재력이 더 높은데. 천억은 천억이지만, 우주 형은 무한으로 황금이 나오는 닭이잖아요.”

“…….”

형들의 안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

“?”

아까부터 형들이 왜 저러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막내였다.

*   *   *

지호가 나온 98 라인의 Twinkle 합동 무대를 끝으로 1막인 [Mission 1]이 막을 내렸다.

빰빰빰빰~!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미션 성공!’이 떴다.

“와. 쓸데없이 고퀄리티…….”

가수석에서 감탄하는 소리들이 나오면서 바로 다음 VCR이 떴다.

미프 멤버들이 ‘성공했습니다! 물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어요!’ 하면서 추가로 뭘 더 해 보겠다는 영상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1부의 2번째 파트는 힙합과 관련된 코너였다.

“내가 나설 차례인가.”

중현이가 어깨를 풀면서 우드드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먹을 쥐자 아예 꼬드득 소리까지 났다.

“중현아.”

“네, 형.”

“무대 하러 가는 거 맞지?”

“네.”

“그래. 잘하고 오고.”

중현이가 씩 웃고는 가수석에서 내려갔다.

2막은 힙합 코너.

올해 오디션 프로가 흥하면서 음원 대세로 떠오른 래퍼들의 합동 무대가 이어졌다. 강렬한 비트 위로 랩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빠르게 말하는데도 가사가 또박또박 전달되는 게 매번 신기하다고 할까.

내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하한가, 하는 랩을 들을 때 리혁이가 말해 줬다.

“저거 기사에서 봤는데, 주식으로 돈 다 잃고 만든 랩이래요.”

“어쩐지 소울이 가득하더라.”

축축한 눈가로 울분의 랩을 쏟아 내는 래퍼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어서 아이돌 래퍼가 발라드 가수와 함께 부른 곡이 나왔고, 그다음 순서가 바로 중현이의 무대였다.

-다음은 바로 래퍼들의 합동 퍼포먼스인데요.

가요제전 MC를 맡은 걸스온탑 주하나에 이어서 은성이가 상큼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스트릿 보이즈의 래퍼 라인! 그리고 ‘래퍼 스쿨’ 우승자 킬러비!

“와아아아아아아!”

-뉴블랙의 중현!

“크르르르르!”

주변에서 다른 가수들이 키득거리는 가운데, 괜히 조명을 바라보거나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절대 부끄러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들이 ‘구석 키즈’라는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지금부터 그들의 무대를 감상하시죠!

-채널 고정! 고고고~!

곧바로 VCR이 흘러나왔다.

한조, LB, 렉스 등으로 구성된 스트릿 보이즈의 래퍼 라인과 우리 대표님을 닮았다는 말이 있는 유명 래퍼.

그리고 중현이가 한 자리에 있다.

“세상에…….”

비주가 감탄했다.

“중현이가 순해 보여요, 형.”

“놀라운 일이지.”

우리 중에서는 제일 사나워 보이는 게 중현이인데, 저 사이에 있으니 성스러운 아우라가 풍겼다.

곧이어 VCR에서 회의하는 모습이 나오고 대장을 정하는데.

-엇.

엑스칼리버를 뽑은 것처럼 숟가락을 뽑아 든 중현이에게 광채 CG가 서리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구부러진 숟가락에 저절로 ‘구석 키즈’의 리더로 추대된 중현이었다.

리혁이가 빵 터졌다.

“왜 그래?”

“아니, 흐히, 구석기랑 언어유희로 쓴 거잖아요. 저거.”

“…….”

혼자 구석기래, 하면서 키득거리는 리혁이의 모습에 다시금 VCR에 집중했다.

진지하게 랩 퍼포먼스를 준비하던 이들의 모습을 끝으로, 무대 위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경보가 울린 것처럼 빨간 조명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오…….”

돌출무대에서 돈 가방을 들고 있던 LB가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짙은 연기가 깔리기 시작했다.

사이렌이 점점 잦아들고.

짙은 연기가 깔린 무대에 여섯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곧이어 강렬한 비트와 함께 선글라스를 쓴 한조가 나타났다.

영어로 된 랩이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돈 좋아 너무 좋아

돈 돈 돈 돈 돈

원곡이 미국 래퍼 빅 모건의 Money였던가.

PBS 심의 기준을 통과하기 애매할 것 같은 노래인데 영어라서 용케 넘어간 모양이었다.

곧바로 튀어나온 LB도 돈을 원한다고 외쳤다.

“잘하네.”

“스보도 다 언더 출신이잖아요.”

랩 라인 대부분이 언더 출신이라는 말답게 탄탄한 랩핑 실력이 돋보였다.

아이돌 퍼포먼스 때문에 보여 주지 못하는 강렬한 랩을 선보이는데, 마치 랩으로 원투펀치 하는 느낌이었다.

30초 정도 돈돈돈 하던 스보 랩 라인이 ‘Yo!’ 하면서 중현이를 소개했다.

-와아아아아아아!

무대 한편에서 골목처럼 꾸며진 곳의 쓰레기 더미 소품 위에 우리 래퍼가 앉아 있었다.

스보의 강렬한 랩과 대비되는 부드러운 중저음 랩이 흘러나온다.

한 손으로 한쪽 눈가를 덮은 채 얼굴에 그늘이 진 중현이가 나른한 분위기로 랩을 선보였다.

근처에 앉은 스트릿 보이즈 측에서 엄지를 세우기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해.’

‘중현이 형이 본업은 잘해여.’

대중들에게 이미지가 독특해서 그렇지, 본업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잘하는 우리 애였다.

“컨셉이 거리의 아이들인가?”

“그런가 본데요.”

어디엔가 쫓기는 듯한 스트릿 보이즈의 모습, 골목길에서 담담하게 랩을 하는 중현이의 모습에 이어서.

래퍼인 킬러비가 등장했다.

Arrr- 하는 소리를 내던 스보 랩 라인이 그를 소개하면서 세 갈래로 뻗어 간 래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환히 내리쬐는 조명 아래로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누비는 중현이의 모습이 뇌리에 박히는 듯했다.

“중현이도 래퍼였지.”

“래퍼였어요. 중현이 형.”

다른 래퍼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중현이를 보며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좀 멋있기도 하고.

어쩌다 보니 다 같이 올해의 예능인 7위가 되긴 했다만…….

“쟤 되게 늘었어요. 형.”

“그래 보여.”

내가 작곡한 곡의 랩 파트를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에 스윗 포테이토라는 예명으로 낸 믹스테잎에서도 잘한다고 느끼긴 했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확 느낌이 온다.

춤이나 보컬 레슨이야 매일 다 같이 받다 보니 실력 체감이 잘 안 되는데.

따로 랩 연습을 했던 중현이가 얼마나 실력을 끌어 올렸는지 보여 주는 퍼포먼스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도비가 알아서 레벨 업을 하는구나.’

‘좋다!’

마무리로 마이크를 하늘 위로 던진 중현이가 뒤돌아 퇴장하면서 마이크를 착 잡아들었다.

그 손이 클로즈업되며 조명이 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중현이만 할 수 있는 엔딩 동작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1부가 끝나고 나서 있는 광고 타임.

1부와 2부 사이에 있는 휴식 시간을 맞이해서 대기실 복도로 돌아왔다.

다른 합동 퍼포먼스 멤버들이 수건으로 땀을 훔치는 동안 젤리를 우물거리는 중현이를 찾아갔다.

“형.”

중현이가 웃으며 물었다.

“저 잘했죠?”

“대박인데? 편곡도 네가 한 거야?”

“네.”

중현이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제가 좀 했어요.”

“이야. 앞으로 작업할 때 지분을 늘려 줘야겠는데. 이 정도로 잘하는…….”

“…….”

중현이가 말없이 젤리를 바라본다.

“이 정도로 잘하는…….”

“…….”

마치 이걸로 후려친다면 사람이 기절할까, 하듯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에 내가 말끝을 흐렸다.

다시금 푸근한 미소를 짓는 중현이에게 나머지 셋이 폴짝 뛰며 우아앙 했다.

중현이는 오늘도 행복해 보인다.

“아. 여기 있었네.”

한참 동안 나를 찾으러 돌아다녔는지 태현이가 씩 웃으며 다가왔다.

“이제 우리도 무대 올라갈 준비 해야지.”

“벌써 그렇게 됐나.”

“10분 정도밖에 안 남았어. 동작 좀 더 맞춰 봐야지.”

의상 갈아입고 메이크업 체크할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제 준비 들어갈 시간이긴 했다.

가수들로 번잡한 복도.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야! 나, 갔다 온다!”

그리고 그 순간.

근처에 서 있던 원더 차일드 멤버들이 엇 하며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다녀오십시오!”

도미노가 이어지듯이 TJ 엔터의 신인 그룹 트릭스터도 허둥지둥 외쳤다.

“다녀오십시오, 선배님!”

그게 재미있어 보였던 걸까. 트릭스터 뒤편에서 스칼렛 멤버들이 깔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녀와~”

“우주 다녀온나.”

배를 잡고 웃는 회사 동료들의 모습 너머로 틴스피릿과 TNT까지 가세하려는 조짐에 다급히 자리를 떴다.

“…….”

후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형, 천천히 좀 가!”

“…….”

“같이 가야지!”

웃음을 터뜨리며 뒤따라오는 한 모 씨를 무시하며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뒤통수가 후끈후끈했다.

*   *   *

“아. 창피해 죽겠네.”

“왜.”

태현이가 능글맞게 웃었다.

“부럽기만 하구만.”

“뭐가 부럽냐.”

“이것도 친한 그룹 많아야 가능한 거지. 그러다 분위기 싸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너 데뷔 초에 사고 많이 쳤구나.”

경험담을 이야기하듯이 웃던 태현이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진짜 요새는 다들 착해진 거야.”

“그래?”

“나 데뷔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 장난 아니었거든. 그때가 그런 분위기 막바지긴 했는데… 음방 고참 선배가 집합시킨 적도 있고.”

“어이구.”

군대 선임들이 ‘너 오기 전에 악습이 있었지’ 하면서 훈훈하게 웃는 느낌이었다.

“요즘에는 형이랑 멤버들이 분위기 좋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있고.”

“그런가?”

“솔직히 지금 뉴블랙 같은 포지션에서는 꼬장만 안 부려도 좋은 선후배야.”

태현이의 말에 조용히 웃었다.

곧이어 무대용 헤드마이크를 착용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태현이의 말수가 줄어들었다.

최근에 HBS 가요대상에서 오디오 송출 문제로 엉뚱하게 가수들의 대화 소리가 나간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자.”

백스테이지의 철골 구조물 사이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바로 위에서는 걸스온탑이 여름에 발매한 후크송을 부르며 군무를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비슷한 연차라서 그런 걸까. 태현이의 눈이 잠시 깊어졌다.

“뭐…….”

이내 생긋 웃었다.

“그래도 같이 무대 한 번 해 보네.”

“아. 그러네.”

데뷔조가 결성되고 다 같이 매일 밤마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다.

데뷔도 하고.

음방 1위도 해 보고, 대상도 타고, 월드 투어도 다녀 보고. 그런 희망찬 이야기들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연말 무대 얘기도 하곤 했는데.

전혀 다른 상황이 되긴 했지만, 같이 무대를 선다는 사실이 좋다.

“잘하자.”

내가 내민 주먹에 상대도 주먹을 콩 맞부딪힐 때.

인터컴을 낀 진행 요원이 외쳤다.

“이제 올라갈게요!”

“네.”

내려오는 걸스온탑 멤버들과 인사하고는 어두컴컴한 무대 위로 올라섰다.

곧바로 등 뒤편에서 VCR이 흘러나왔다.

*   *   *

-네, 다음은 퍼포먼스로 소문난 두 가수의 깜짝 콜라보 퍼포먼스인데요~

MC인 케빈의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환호성이 들려온다.

TNT의 인기 멤버와 우주선의 콜라보를 기다리고 있던 팬들의 환호였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헐 이제 한다

-한태현이랑 우주선 콜라보임?? ㅁㅊㅁㅊ

-타덕인데 이거 꼭 챙겨봐야지했음

-엥 근데 왜 우주선+한태현임? 뉴블랙에서 퍼포면 비주 아닌가??? 솔직히 춤으로는 한태현>>>>>선우주자너

-벌써부터 비교충 등판했네 허이고..

-저번에 실트 오른 거 보면 화제성은 대박인 듯

-오늘 콜라보 퀄리티 보니까 기대해도 될듯ㅋㅋㅋㅋ 넘 조아

-개쩔듯ㅋㅋㅋ

중간에 춤 실력을 비교한다거나 인기나 포지션 등을 언급하는 악성 댓글들이 날뛰기는 했지만.

‘부숩시다.’

‘부수죠.’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수플레와 한태현의 팬덤이 그보다 더 많은 댓글을 쓰면서 묻히게 만들었다.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일찍이 연습생 동기기도 했고, 양쪽 다 365일 소처럼 일만 하는 이미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를 보여 주듯 영상 속 연습량이 살벌해 보였다.

-나 저기 가면 ㄹㅇ 말라 죽을 자신 있음

-저런 건 뭐라고 해야 됨?? 서로를 갈아 버리는..? 뭔가 상부상조 같은 느낌으로

-오 근데 춤 스타일이 되게 다르긴 하다

-우주선은 코어 힘으로 딱 균형잡아서 깔끔하게 추는 느낌이고 한태현은 기교 빡세게 들어가는 스타일ㅇㅇ

-한태현 언제 머리색 바뀜? 모발 괜찮나

눈을 희번덕거리며 연습하는 두 아이돌 멤버의 모습에 감탄하다가 이내 웃음이 흘러나왔다.

[태현 씨, 선물입니다.]

[아…….]

연습용으로 준비한 트레이닝복을 수줍게 건네는 후배 가수에게 선배 가수가 짜증을 부렸다.

[이걸 입으라고요?]

[지금 후배의 선물을 거절하시는 건가요?]

[하…….]

루돌프 스타일의 촌스러운 색감으로 가득한 트레이닝복에 댓글창이 폭주했다.

-친구 이래서 잘 사겨야됨

-바로 싸늘해지는 민심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색깔 봐ㅋㄱㅋㅋㅋ 산타 협회가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것

-우주선 인성 논란 추가됐네

-혈육이 디자이너인데 의외로 평 괜찮게 해서 당황중.. 매칭을 못해서 그렇지 센스는 있대

-저런 옷 대체 어디서 구매하는 거지

-쇼핑몰 사장님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 저희가 품절시키러 갑니다

침울한 얼굴로 연습하는 선배 가수에게 웃으라고 강요하는 우주선의 모습이 잠시 웃음을 준 후.

[저희의 콜라보 무대!]

[많이 기대해 주세요~!]

두 사람의 인터뷰 장면을 끝으로 VCR이 종료됐다.

곧바로 일산 킨텍스 공연장의 어두컴컴한 무대가 화면에 잡힌다.

T자 형으로 된 무대 양쪽 끝에 한태현과 선우주가 따로따로 서 있는 모습이 비춰졌다.

‘오.’

곧바로 한태현 쪽의 조명이 켜졌다.

블랙 수트를 입고 있는 훤칠한 미남.

신사 모자를 눌러써서 씩 웃고 있는 입가가 클로즈업으로 잡혔다.

지팡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빙글 돌리면서 안무가 펼쳐졌다.

‘진짜 유연하네…….’

묵직한 베이스 리프의 리듬에 맞춰 어깨가 유연하게 원을 그렸다.

발동작부터 다리, 허리, 상체를 지나 목 끝까지.

개별적인 동작이 아니라 온몸이 하나의 동작으로 연결된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동안 뒤에서는 그래픽이 움직였다. 지팡이를 튕길 때마다 효과를 주듯이 톡톡 튀는 VCR이었다.

‘저런 건 타이밍을 어떻게 맞추는 거지?’

마술 지팡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한태현의 독무가 끝나고, 환호성과 함께 이번에는 우측 조명이 켜졌다.

마찬가지로 모자 아래로 붉은 입술만이 드러나는 선우주의 얼굴.

한 손으로 지팡이를 빙글 돌리던 뉴블랙의 리더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가득한 안무를 선보였다.

기교와 깔끔함 사이에서 균형을 완벽하게 잡은 독무.

TV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일반인 시청자들도 깜짝 놀랐다.

“어이고, 춤 잘 추네.”

“쟤네 뉴블랙은 다 춤 잘 추는 걸로 유명해. 아빠.”

“가수긴 하구만. 그 뭐냐. 중현이는 아까 랩도 하더라!”

“응. 래퍼니까…….”

“이야, 근데 어쩜 저걸 딱딱 맞춰서 한대.”

지팡이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뒤편에서 적절한 CG 효과가 흘러나왔다.

그걸 보며 감탄할 때였다.

“어……?”

-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우주가 한 바퀴 턴을 하고는 갑자기 지팡이를 허공에 띄웠기 때문이었다.

리모컨을 내려놓은 시청자들이 눈을 비볐다.

“……?”

허공에서 춤을 추는 지팡이의 모습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엥

-우주선이 사악한 마술을 부린다!!

-마법부 뭐 하냐 지금 연말무대에서 마법쓰자나

-환호성 말고 와 뭐야ㅋㅋㅋㄱㅋ

-실시간으로 머글이 되고 있는 돌팬들ㅋㅋㅋㅋㅋㅋㅋㅋ

-머글: 자 이제 누가 머글이지??

-아니 근데 어케 한 거야

씩 웃으며 지팡이를 조종하는 우주선의 모습에 시청자들 모두가 멍하니 입을 벌리며 구경했다.

곧이어 순간 시청률이 폭발하고.

실시간 검색어에 ‘우주선 지팡이 얼마’와 ‘우주선 지팡이 어디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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