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9)화 (56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69화

다시 한번 정산서를 확인했다.

너님이 이 정도를 벌었습니다, 하는 문구 아래로 금액이 적혀 있었다.

“아니…….”

일반적인 저작권료와 궤를 달리하는 금액.

0의 개수를 확인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맞은편에서 숨죽이고 있던 동생들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형?”

비주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안 좋게 나오기라도 했어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안 좋은 일이면 이 아저씨가 웃으면서 표정 관리했지.”

리혁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뭔 일인데 그래요? 액수가 이상해요?”

“응.”

“얼마나요?”

“좀 많이… 와서 봐봐.”

4인조가 샤샥 하고 내 뒤로 이동했다. 폭탄이라도 바라보듯 내 어깨 너머로 고개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흐어!”

액수를 보고 뒷걸음질 쳤다.

“아니, 이게…….”

기겁하는 동생들을 보며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막내가 눈을 깜빡였다.

“이게 말이 돼요?”

“나도 그게 궁금해.”

분명 2달치 금액인데.

올해 내가 벌었던 모든 저작권료를 압도하는 금액이 나와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저작권료 정산이 엄청 짜기 때문이기도 했다. 망고 같은 유통사들이 단체로 ‘퍼가요~♡’ 하고 나면 원작자에게는 플랑크톤 한 스푼 정도만 돌아오니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 정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에 비해 실제 저작권료는 그런 예상치에서 10분의 1을 한 정도다.

그런데….

“이건 진짜 상상도 해 본 적 없는데.”

내 상식을 거부하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블루문 하나가 내가 올해 쓴 모든 곡들의 저작권료보다 같은 기간 대비 최소 6배는 더 벌었다는 거잖아. 2개월이랑 12개월 차이니까.”

“뭐. 이상한 일은 아니죠. 빌보드 1위잖아요.”

리혁이의 말에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형, 빌보드 1위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미국에서 망고 1위한 느낌 아니야?”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망고?”

오히려 리혁이가 벙 찐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봐요. 다들.”

“네.”

“빌보드 1위가 뭔지 잘 모르고 있죠?”

“네.”

“그…….”

잠시 숨이 턱 막힌 표정을 지은 리혁이가 차분하게 말했다.

“빌보드 1위라고 하는 게… 망고 1위랑은 달라요.”

“당연하져. 미국이니까.”

“넌 조용히 해.”

“힝.”

“…아무튼, 이게 빌보드 1위라는 게, 아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다들 가수 아니에요? 이걸 나만 알고 있다고?”

그제야 우리가 막연하게 우와! 빌보드 1위 했던 것과 실제 1위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깨달았다.

우리 박사님이 심호흡을 했다.

“자, 내 말 들어 봐요. 미국이 전 세계 음악시장의 3분의 1이에요. 규모만 따져도 우리나라 20배고.”

“네.”

“거기서 라디오, TV, 음원 사이트들 다 합쳐서 통계 낸 게 빌보드 차트예요. 거기서 1위라고요.”

“…….”

곰곰이 생각하다가 동생들과 동시에 고개를 들고 외쳤다.

“우리 완전 초초초대박 난 거였구나!”

“그걸 지금 두 달 지나서 깨달은 거예요?”

“응…….”

사실 잘 모르고 기뻐하고 있었다.

세상에 미국 차트에서 우리가 1위를 하다니! 하면서 해외에서의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기뻐하는 정도였다.

헤일리 네임밸류가 대단하구나! 하면서.

“와.”

중현이가 눈을 동글동글하게 뜨며 감탄했다.

“이래서 다들 미국 미국 하나 보네요. 차원이 다르구나.”

“저 지금부터 영어 더 배울까 봐요.”

바다 건너 일이라서 잘 모르고 있던 성공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Blue Moon의 성적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긴 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계속 상위권에 머물고 있고, 뮤비는 일찍이 1억 뷰를 넘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어쩐지 뉴블랙 TV 구독자가 계속 늘어난다 했어.”

“형. 근데 말이에요.”

비주가 동쪽 먼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미국 성적이 그 정도라면… 저번에 봤던 수플레들보다 더…….”

“커져 있겠네…….”

동쪽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들이 쿠헬헬헬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보였다.

잠시 멍 때리던 우리가 계산 담당을 불렀다.

“계산기야.”

“왜요.”

“그러면 계산을 해 보자. 전용기까지.”

“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듯 운동화 앞코로 바닥을 통통 치던 리혁이가 팔짱을 풀었다.

“앞으로 4곡 정도 핫백 1위 하면 우리 사비로 살 수 있어요.”

“……!”

미련 없이 꿈을 버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어떻게 1위를 또 해. 차라리 뉴불백을 미국에 출시하는 게 빠르겠다.”

“에휴, 전용기는 무슨. 종이비행기나 접어야겠어여.”

“같이 접자.”

남아도는 A4 용지로 비행기를 접는 바보 형제를 바라보다가 달이 뜬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많이 성공했구나. 선우주…….

“얘들아!”

철수 준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민기 형이 뛰어왔다.

“안 가고 뭐 해?”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있었어요.”

“무슨 얘기?”

“형. 알고 보니 저희가 두 달 전에 발매했던 블루문이…….”

우리가 근엄하게 말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성공을 거둔 거였대요.”

“…….”

“왜 그래요?”

“그걸 이제야 알았어?”

황당해하는 매니저 형의 표정에 우리가 머쓱한 웃음을 터뜨렸다.

*   *   *

레몬 엔터 대표실.

난초에 분무기를 뿌리던 박규호 대표가 풍성한 난초를 보면서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네…….”

칙칙!

분무기를 들고 미소를 짓던 박규호 대표가 이내 난초 옆에 고이 모셔져 있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뉴블랙 멤버들과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

“핫하하하!”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호오~ 하고 입김까지 불어가며 액자 유리를 닦던 박규호 대표가 다시금 시선을 돌려 회의실에 모인 인원들을 바라보았다.

제작담당 조규환 이사와 매니지먼트 본부장.

그리고 TF팀장 윤석환과 홍서영 과장.

“그래.”

기분 좋게 앉은 박규호 대표가 물었다.

“안건이 뭐라고 했지?”

“예, 이번에 도깨비 관련 프로모션으로 준비한 것들인데요. 대표님께 보고 드릴 사안들이 있어서….”

냉철한 표정의 TF팀장이 보고 사항을 열거하면서 박 대표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 봐도 유능하다니까.’

연봉을 더 인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뉴블랙 TF팀이 거둔 성과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윤 팀장이 원하는 대로 추진해.”

“감사합니다, 대표님.”

“늘 수고가 많아. 이번 설에 부모님 댁으로 간다고 했나?”

“예.”

“내가 차를 한 대 뽑아 줄까 하는데…….”

아닙니다, 하며 놀라서 손사래를 치는 TF팀장에게 박규호 대표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빈말로 떠보거나 하는 얘기 아니야. 윤 팀장은 그럴 자격 있어.”

“제가 다 한 것도 아니고.”

“사양 말고 받아. 다른 팀원들에게도 많은 게 돌아갈 테니까.”

“…….”

그에게는 TJ의 박태준 회장처럼 트렌드를 읽거나 KM의 허강민 대표처럼 조직 관리를 탁월하게 하는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을 얻고 쓰는 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특히나 유능한 사람에게는 베풀수록 이득이 크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었다.

“올해는 더 좋은 일이 있을 테니까. 핫하하하!”

박규호 대표가 팅커벨처럼 반짝이며 행복해했다.

본부장과 조규환 이사가 차를 마시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신이 나셨네.’

‘나실 만하죠.’

16년도 매출이 1300억을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전체 기획사 매출 순위에서 TJ와 MOP에 이어 무려 3위.

이제 4대 기획사가 아니라 빅3로 칭해야 될 수준이었다.

그중에서 뉴블랙이 기여한 것만 800억가량.

-우리 이제 뉴블랙 엔터로 개명할까?

-현식이는 이제 내 경쟁자도 아니지. 기회 되면 현식이네 회사를 사 버릴까. 아이고, 이 친구가 번호를 바꿨네.

-세상에 누가 요플레 뚜껑을 핥아먹나? 흐하하하!

박 대표가 매일 그런 너스레를 떠는 이유였다.

“그래그래.”

흐뭇하게 웃던 박규호 대표가 물었다.

“우리 우주 님은 어떤가?”

“우주 님이요…?”

“그래. 이번 프로모션에 대해서 우주 님과 졸개님들이 뭐라고 하시던가? OK였어?”

“예. 아이디어 상당수가 뉴블랙 멤버들이 제안한 거여서요.”

“그럼 된 거지! 하하하하!”

엔돌핀이 최대치로 분출되고 있는 광경에 윤 팀장이 어색하게 하하 웃을 때였다.

조규환 이사가 느긋하게 웃으며 홍차를 들이켰다.

“그밖에 다른 사안은요?”

“이번에 Blue Moon이 성공을 거두면서 토크쇼에 나왔던 게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미에서 활동하는 유명 가수들이 콜라보 제안을 보내왔어요.”

“음…….”

서류에 적힌 가수들의 라인업을 보던 조규환 이사가 꼬고 있던 다리를 풀었다.

“……라인업이 상당하네요.”

“네. 그렇지만 딱히 멤버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거절했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체 프로듀싱을 하면서 스스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는 소속 아티스트의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실익이 별로 없기도 했고.

헤일리 블루와의 콜라보 음원이 의도치 않은 잭팟을 터뜨리긴 했지만 뉴블랙의 주요 무대는 국내였다.

물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뒷사정도 있었지만 말이다.

-굿스타인? 쓰레기 같은 놈이지. 작업 파일 하나라도 잘못 보여 줬다간 나중에 그놈 노래로 나와 있을걸.

-존 호크? 쓰레기통이 더럽다고 뱉을 놈이야.

-아일라 메이? 내가 뭐만 하면 따라 하려고 애쓰던데. 너네한테 블루문 비슷한 곡 내라고 달달 볶을걸.

-와우. 너희 회사 메일함은 쓰레기 콜렉터야?

콜라보 제안이 거절된 이유.

뉴블랙에게 콜라보를 제안한 가수들에 대해 업계 관계자로서 평을 말해 준 어떤 팝스타의 도움 덕분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박규호 대표가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프로모션으로 나가는 예능들이 범상치가 않은데. 내가 전화라도 좀 돌려야 되나?”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선으로 다 컨택이 가능해서.”

이제는 CP들과도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윤석환 팀장의 말에 박규호 대표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회의가 정리될 때쯤.

서류철을 들고 나서는 TF팀 직원들에게 대표가 물었다.

“참.”

“예?”

“이번에 쇼케이스 초청 방식이 좀 독특하던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

“아, 그거 말입니까?”

*   *   *

며칠 뒤면 골드 디스크 시상식이 열리는 1월 둘째 주.

다른 팬들이 새해 첫 어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수플레들은 흥분에 차 있었다.

‘뭔가… 뭔가 온다!’

다음 주면 스페셜 앨범이 발매된다.

무언가 범상치 않은 것을 준비하는지 뉴블랙이 전국 사방팔방을 돌아다닌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해운대인데 뉴블랙이 저를 목격하고 다가왔습니다 (공포주의)

-얘드라 나 뉴블랙 봤뜨아!!!!!!!!

-실시간 자갈치 시장에서 자갈치 과자 먹는 뉴블랙.metube

부산의 자갈치 시장, 인천 소래포구 같은 다양한 장소에서 목격담이 들려오는 뉴블랙.

자세한 건 모르지만 도깨비의 안무 영상을 찍는다는 듯했다.

그것도 꽤 큰 규모로.

-뉴블랙, 한국관광공사·문화재청과 콜라보.. ‘한국 문화 알리미’

-[투자 돋보기] 레몬 엔터는 현재 비상장 주식.. ‘상장시 초대박’

-16일 컴백 뉴블랙, ‘도깨비’로 예능 출연.. ‘깜짝 출연 예고’

공공기관과 콜라보를 진행하는가 하면 여러 예능에 출연할 거라는 예고도 들려왔다.

‘대박…….’

수플레들이 감탄했다.

‘노래가 얼마나 좋은 거지?’

레몬 엔터가 바보도 아니고, 노래 퀄리티가 안 좋은데 이 정도의 프로모션을 진행할 리가 없었다.

기대치가 은연중에 높아지는 가운데.

같은 시각, 아이돌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수플레들이 콧대를 들고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에헴. 에헴.’

헛기침을 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왔니? 하며 자상한 미소가 이어졌다.

바로 설 특집 돌림픽에 대한 소식 때문이었다.

-[오! 초점] 17년 설 돌림픽 안 한다.. 돌림픽 PD ‘폐지는 아니다. 편성 때문’

매년 명절마다 진행했던 돌림픽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말로는 편성 때문이니 완전 폐지가 아니라는 것처럼 말했지만, 분위기는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었다.

-나이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속시원

-(속이 시원해지는 광고 속 중년 남자의 짤.jpg)

-이제야 사라지네 나이스

-그동안 ㅈ같았고 다신 만나지 말자

-끝까지 폐지라고 말 못하는 거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사이다지

한편 돌림픽이 왜 폐지됐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작년 주세한에서 게스트로 나온 아이돌들의 친목이 화제가 되면서 TBC 측에서 돌림픽이 별 이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돌림픽을 대신해서 다른 아이돌 프로그램들이 생기긴 했지만…….

-애들 다치는 것보단 훨 낫지

-뉴블랙이 큰일했다

-숯불들아 어디있니 칭찬해 줄 테니까 나와

-쀼

-잘했어

-오늘은 기쁜날,, 치킨을 먹겠습니다

-작년 돌림픽 청률 보고 충격 받았나 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라도 정신 차렸으니 다행

하지만 모두가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ㅋㅋㅋㅋ좀 그러네. 뉴블랙도 돌림픽으로 빵 떴는데 뭔가 사다리 차는 거 같음

-이제 돌림픽으로 이슈되고 그런 건 더 이상 안 나오겠네.

-ㅈ소한테는 그래도 나름 동아줄 같은 거 아니었나? 흠..

주르륵 올라가는 댓글들.

다른 아이돌 팬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가 보면 뉴블랙이 돌림픽 시청률 안 나오게 한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가 그렇게 전지전능..한가?

-(뉴블랙TV의 영향을 받은 신무록 PD의 가요제전 오프닝.gif)

-돌림픽으로 매년 아이돌들 인대 다치고 부상 당하고 그런 건 안보이나보지??

-지가 넘어져도 뉴블랙 탓할 애들임

-(중현이 멀리서 지그시 쳐다보자 갑자기 넘어지는 우주.gif)

-저건 중현이탓ㅇㅇ

-쨌든 너무 좋다 이말이야ㅠㅠㅠㅠㅠ 이날만 기다렸다고

그간 돌림픽에서 고통 받았던 팬들이 해방되면서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새벽부터 응원석에서 벌벌 떨면서 스탭들에게 한 소리 듣고, 아이돌들은 부상을 당했던 돌림픽은 이제 끝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워하는 가운데.

“…….”

슬퍼하는 수플레들도 있었다.

‘왜 나만 뉴블랙 못 봐!’

분명 내가 사는 지역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뉴블랙을 만나지 못해서 서운한 팬들이었다.

‘남들은 다 봤다는데…….’

목격담이나 짤로 올라온 것들을 보며 아쉬움을 삼킬 때였다.

뉴블랙 TV에 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떴다. 며칠 동안 나왔던 컴백 티저 등이 아닌 다른 영상이었다.

[뉴블랙이 여러분을 특별한 쇼케이스에 초청합니다!]

한복풍 의상을 걸친 알록달록한 머리색의 멤버들이 영상 속에서 환히 웃고 있다.

그리고.

“뭘 들고 있는 거야……?”

멤버들의 손에 이상한 게 들려 있었다.

영상을 클릭하자 곧바로 그 정체가 드러났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와아아아아!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도깨비 방망이를 흔들면서 와아아아 하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번쩍번쩍.

도깨비 방망이에서 요란한 불빛이 뿜어져 나온다.

-아.

우주가 씩 웃으며 봉을 들어 보였다.

-많은 분들이 이게 뭔가 궁금해하실 텐데. 저희가 주문제작한 특제 왕봉이 커버입니다.

-게임 유료 스킨 같은 거예여!

-금 나와라! 뚝딱… ! 네, 보시다시피 나오지 않습니다. 유념해 주세요.

왕봉이의 도깨비 방망이 커버라는 설명에 영상을 시청하던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손뼉을 치며 시선을 끌어모은 우주가 웃었다.

-이 영상을 올린 이유는요. 저희가 이번 16일에 스페셜 앨범의 컴백 쇼케이스를 하기 때문입니다!

-와아아아아!

-그런 의미로 300명 정도의 팬분들을 저희가 초청하려고 하는데요.

-300명?! 누구 코에 붙이냐!

‘수플레 대변인’이라는 팻말을 건 리혁이 항의하자, 중현이 부부젤라를 뿌우 불면서 야유했다.

우주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의미로 Y앱에서 생중계가 될 예정이고요.

-서버 터지냐!

-이번에는 안 터진다고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그, 리혁 씨.

-네.

-그렇게 막 험하게 말하실 필요까진 없잖아요. 저 상처 받습니다.

-생생하게 표현해 달라면서요.

-저를 마주한 수플레들이 그러하듯, 귀여운 어조로 말해 주세요.

사르르 눈웃음을 치는 미남의 모습을 뚱하니 바라보던 리혁이 중현에게 턱짓했다.

뿌우우우우우우!

부부젤라의 거센 바람에 우주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면서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 바로 설명 이어 가겠습니다…. (흐하하하!) 저희가 쇼케이스를 하는 공간이 일단 조금 협소한 편이기도 하고요.

우주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리고 이번 쇼케이스의 초청 방식이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또 뭐냐! 상술이냐!

-상술이 아니고요. 저희가 이번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 초대장을 뿌려 놓았습니다.

일명 ‘보물찾기’였다.

우주가 손에 들고 있는 미니 사이즈의 도깨비 방망이를 보여 주며 말했다.

-다양한 사이즈로 전국에 초대권을 뿌려 놓았어요. 큰 건 1미터 되는 것도 있고, 작은 건 돋보기로 봐야 하기도 하고.

-이 입장권을 찾으시면 올 수 있습니다!

-이따가 영상에 힌트도 나올 예정이니 계속 시청해 주세요!

보물찾기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서 멤버들이 시청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영상 속 힌트에 이어 자세한 사항이 담겨 있다는 홈페이지 링크를 살필 때.

‘나름 공평한가……?’

300명이란 인원이 아쉽긴 했지만 늘상 수강신청과 온라인 티켓팅에서 패배했던 팬들에겐 희소식이었다.

진짜 운이니까.

그걸 시작으로 팬들이 옷가지를 챙기고 티켓이 있다는 장소들을 찾아 나설 때였다.

“음?”

댓글창에서 뭔가 이상한 흐름이 보였다.

-오 대박

-뉴블랙 콘서트인가요????

-재미있겠네요. 꼭 참여해야겠습니다

-헐 집 근처네; 찾아 봐야징

-이거 티켓 찾으면 뉴블랙 공연 볼 수 있는 건가요???

-뉴블랙을 실물로 볼 수 있는 기회라니ㅠㅠㅠㅠ

일반인들이 헐헐 하고 있는 모습에 수플레가 눈을 깜빡였다.

‘너네가 왜… 잠깐만.’

압도적인 대중픽으로 불리고 있는 최애.

누가 봐도 흥미로운 이벤트.

와글와글하는 머글들의 모습에 머릿속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미친, 우린 경쟁자가 머글이잖아!’

전국에 있는 모든 수플레들이 부리나케 집을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르르 움직이는 일반인들.

‘볼래. 우리도 볼래.’

‘으아악! 꺼져요!’

바야흐로 전설의 보물찾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