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0화
같은 시각.
온라인에서는 뉴블랙의 쇼케이스 소식이 들불처럼 번지는 중이었다.
-‘도깨비’ 컴백하는 뉴블랙 쇼케이스.. ‘이색 이벤트’ 눈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뉴블랙 쇼케이스 티켓 응모, “찾을 수 있다면 말이지”
-[세상사 요지경] 참으로 뉴블랙스러운 컴백.. “티켓 찾아보세요!!”
댓글창에서 대박! 하고 있는 일반인들을 보면서 수플레들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규호야…….’
이런 건 팬클럽에 가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한한다는 그런 말을 써야 하는 게 아니던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내심 이해를 하긴 했다.
‘하긴 누가 일반인들이 관심 보일 거라고 예상해.’
콘서트도 아니고 쇼케이스 티켓 응모를 한다고 일반인들이 우르르르 몰려드는 것부터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작년 초였다면 이런 일까진 없었을 텐데.
그들의 최애가 지나치게 대중픽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최애의 모습에 뿌듯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팬들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면 홍보는 제대로 된 거니까…….’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유머글이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나의 보물?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어느 만화의 해적왕 얼굴에 우주선의 얼굴이 합성된 짤.jpg)
바야흐로 한국은 대-도깨비방망이의 시대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일반인도 참여 가능함??
-ㅇㅇ 찾을수만 있으면
-저거 찾은 사람 아직까지 안 나온 거 같던데. 꽤 어려운 거같음
-저거 파는 사람 백퍼 나온다ㅋㅋㅋㅋ
-그거 못하게 뭐 해 놨다던데
-ㄹㅇ? 양도하면 방망이 터짐??
-터지겠냐ㅋㅋ
-단추도 터뜨리는데 못 터뜨릴게 뭐있음
온라인에서 각종 드립파티가 오가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는 한창 보물찾기에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각 도시별로 주어진 힌트를 보면서 방망이가 있을 만한 위치를 찾아갔다.
그런데…….
“에라이.”
어딜 가든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전주 한옥마을 부근에 모여 있는 인파를 본 직장인 수플레가 근처에 서 있던 커플에게 물었다.
“이거… 그거죠?”
“네. 뉴블랙 보물찾기 하러 온 사람들…….”
“미쳤네요.”
외근 나온 김에 몰래 한 번 찾아볼까 했는데 이미 그녀보다 발 빠른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바로 그때.
인파 맨 앞줄에서 와아아악!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차, 찾았다!”
누군가가 거대한 도깨비방망이를 발견했는지 우와아아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근처에서 지켜보던 커플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이거 나만 그거 같아? 그 초콜릿 공장 같아.”
“황금티켓?”
황금티켓을 얻으면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다는 유명 동화책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실제로도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그런 식으로 회자되고 있는 밈이었다.
[지금 실시간 뉴블랙 방망이 발견 현장]
(광란의 현장.gif)
완전 찰리와 초콜릿 공장 한국판임
[뉴블랙과 작곡 공장]
(초콜릿 사이로 삐져나온 황금 티켓을 들고 좋아하는 어린아이.jpg)
작곡,, 공장을 보러 간다니!
ps.
우주선 작곡가님! 저기 울고 있는 움파룸파족들은 누구인가요??
???: 프로듀서들이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숯불들은 눈물이 나겠지만 우린 재미있다ㅋㅋㅋㅋㅋㅋ
-꾸르잼
-??: 최애를 머글한테 빼앗겼습니다
-국내에서 팬덤 제일 커도 머글에 비하면 한 줌이구나..
-머글ㅇ ㅔ비하면 누구나 한 줌이야
-나도 한번 찾아볼까
-근데 이거 방망이 등록할 때 동반 가능하다고 하는 거 보니까 실제론 300보다 더 되는 듯
‘300개가 넘으면 뭐 하나.’
핸드폰을 보던 한옥 마을의 직장인 수플레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계 언제 타 보나…….’
응원 잘할 수 있는데.
누구보다 더 목소리 크게 검정단 두목과 졸개들의 이름을 연호할 자신이 있는데. 왕봉이도 잘 흔들 수 있는데.
작년에 이어서 2번이나 전주를 방문한 뉴블랙을 놓친 게 아쉬워서 괜한 서러움을 느낄 때였다.
“……?”
슬픈 마음으로 구석진 곳으로 걸어가던 수플레의 눈에 무언가 눈에 띄었다.
바닥에 놓여 있는 작은 이쑤시개.
아니.
이쑤시개가 아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티켓을 발견한 걸 보고 나서 울적한 걸음으로 구석에 갔을 때, 짜잔 하고 발견하도록 놓여 있는…….
“!”
순간적으로 시ㅂ… 하는 말이 나올 뻔했던 입을 틀어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작은 도깨비방망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자….
‘어? 이게 왜…….’
자세히 보니 끝 부분에 작은 쇠사슬이 달려 있어서 이 자리에서만 쓸 수 있게 만든 듯했다.
거기에 시리얼 넘버와 도시 코드가 적혀져 있었다.
‘이미 누가 해 버린 건 아니겠지?’
달달 떨리는 손으로 이벤트용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도깨비 복장을 한 뉴블랙 2D 미니미들이 반겼다.
시리얼 넘버와 도시 코드를 입력하고 이름까지 적자 뾰로롱- 하는 알림이 떴다.
도트 캐릭터들이 손을 흔들며 반겼다.
[환영해요!]
[사랑합니다!]
미니미 위로 하트가 뿅뿅 떠오르는 장면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진짜지? 이거 진짜지?’
아직도 이빨이 달달 떨렸다.
핸드폰으로 [쇼케이스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하는 문자가 오면서야 마침내 긴장이 풀렸다.
이내 눈물이 북받치는 기분을 느낄 때였다.
“여, 여기도 하나 있다!”
방금 전에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커플이 외쳤다.
“화, 황… 아니 도깨비방망이다!”
“와아아!”
곧이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대중들에게 수플레는 왠지 모를 의기양양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가 이쑤시개처럼 작은 도깨비방망이를 들어 보이자 여기저기서 와아 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걸 보면서 부러워하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근데 한옥마을에 3개 있다며? 나머지 하나는 어디 있대?”
“3개 확실해? 안 보이던데.”
나머지 하나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던 사람들이 대체 어디 있는 거지, 하고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 뒤편에서 나무가 바람에 흔들렸다.
사람들이 무심결에 지나치고 있는 가로수.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붙어 있지만, 다른 것으로 위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건 아무도 모를 거예여. 으하하하!
3미터짜리 도깨비방망이가 바람에 산뜻하게 흔들렸다.
* * *
그날 저녁.
[규호야]
(3미터짜리 도깨비방망이 옆에서 인증샷을 찍은 사진.jpg)
이 시발,,
3미터 방망이는 선 넘은 거 아니냐
아침에 시작해서 지금 찾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도 못한 정체
-아쓰벌 저거야???? 나 저기 계속 지나다녔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ㅋㅋㅋㅋㅋㅋㅋㅋ
-크기가 다양하다고 말하긴 했는데 3미터랑 3cm는 편차 너무 심한 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
-3미터 ㅅㅂㅋㅋㅋㅋㅋㅋㅋ웃겨 뒤지는줄
-은신술 만렙찍었네
-ㄹㅇ도깨비방망이
돋보기로 봐야 되는 도깨비방망이부터 시작해서 3미터짜리 전봇대 사이즈의 응원봉까지.
그야말로 어떻게 찾았는지가 더 신기한 후기들이 쭉쭉 이어졌다.
[야 이거 NPC도 있더라]
(돈까스 망치 사이즈의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쥔 사진)
부산역 근처 돌아다니다가 짐 못드는 할아버지 한분 도와드림
근데 할아버지가 기특한 총각이라면서 짐에서 도깨비방망이 꺼내서 주시고는 쿨하게 가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신령이야?
-아앀ㅋㅋㅋㅋㅋ
-할아버지 뭐야??
-[글쓴이] 뉴블이 먹고 간 돈까스집 주인이시래. 도깨비방망이 주시더니 짐을 한 손으로 다 들고 근엄하게 가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과 희망, 웃음.. 그리고 교훈까지 주는 갓블랙 TV
-[글쓴이] 이제 여친이랑 같이 보려 가려고! ㅎㅎㅎ 수플레 계탔당
-에이 싯팔
-퉤
동반 1인이 있는 만큼 SNS에서 ‘같이 가실 분!’ 하고 덕친을 모집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동안.
“헐…….”
도깨비방망이의 잔량은 하루 만에 숫자 0을 기록했다.
상황판에서 새로고침을 하던 수플레들의 앞에서 각 도시에 있던 알록달록한 도깨비방망이 이모티콘이 죄다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죄다 누군가 찾아서 등록했다는 뜻이었다.
‘이걸 다 찾네.’
하도 꼼꼼하게 숨겨놔서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서 찾아야 하는 티켓이었다.
어떻게 찾았는지가 더 신기하다고 할까.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인정받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황금 방망이를 찾아낸 팬들이었다.
[※ 스페셜 퀘스트!]
황금 도깨비방망이를 찾아보세요! 아주 특별한 장소들에 숨겨져 있습니다!
쇼케이스를 맨 앞자리에서 볼 수 있고, 특별한 굿즈들을 선물 받을 수 있다는 황금 도깨비방망이.
정확히 어디에 숨겨져 있다는 말이 없는데도 그 물건들을 찾아낸 고인물 팬들이 있었다.
첫 미니 팬 미팅, 첫 사인회를 했던 장소, 비 오는 날 열렸던 이천 축제 공연장 등등. 뉴블랙과 팬들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장소들에 숨겨진 황금 방망이들.
‘대단하다.’
새로 유입된 팬들은 아직 잘 모르는 곳들을 쏙쏙 찾아내는 오랜 팬들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보면서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황금 방망이를 거머쥔 고참 수플레들을 보며 혀를 내두르던 팬들은 이내 미튜브의 영상들로 시선을 돌렸다.
나올 만한 떡밥은 이제 다 나왔다.
‘얼른 앨범 나왔으면 좋겠다.’
컴백을 앞두고 나오는 떡밥들의 퀄리티도 좋고.
스페셜 앨범이 목표로 삼았을 대중들에게도 홍보가 기가 막히게 잘 된 터였다.
[오늘의 이슈입니다. 국민 아이돌이죠? 뉴블랙이 컴백을 알리면서 아주 이색적인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저녁 뉴스에도 보물찾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지역 상권의 상인들이 행복해하는 인터뷰도 나오고.
오프라인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야기가 들려왔다.
“뉴블랙 그거, 그거 한다더라. 보물찾기?”
“보물찾기? 보물선이라도 인양한대?”
“그거 티켓 찾으면 공연 보러 갈 수 있다고 그러더라.”
일반인들이 쇼케이스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 어째 뉴블랙의 스페셜 공연이 있다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단톡방이나 SNS 등지에서도 간간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며 수플레들은 이제는 체념한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아. 일반인들과 함께 덕질하는 이 기분…….’
팬들이 굳이 알리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뉴블랙의 스페셜 앨범이 나온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하기에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바로 쇼케이스뿐이었다.
두근두근.
콩닥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모두가 Y앱을 업데이트했다.
‘그래도 이번엔 라이브 안 터지겠지…?’
우주가 안 터진다고 직접 확언하기도 했고, 아마 Y앱에서도 대대적으로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쇼케이스 당일이 찾아왔다.
* * *
쇼케이스가 열리기 전 주말.
우리는 골드 디스크 시상식에서 음원과 음반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골드 디스크 어워드, 음원 부문 ‘세레니티’, 음반부문 ‘틴스피릿’
-뉴블랙 음원·음반 부문 본상.. 제작자상 ‘우주선’
-[포토] 우주선, “제작자상 감사, 언젠가 프로듀서들과 꼭 나와서 함께 수상하겠다”
새해 초에 있는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드 디스크 어워드는 작년도 성적을 종합해서 주는 시상식이다.
그랬기에 작년도 음반 누적 판매량이 가장 높은 틴스피릿의 정규 앨범과 노래상을 수상했던 세레니티의 REALITY가 대상을 가져갔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터라 아쉽지는 않았다.
“흐아아아…….”
기지개를 쭉쭉 켜면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어워드 수상 소식을 포함해 며칠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확인이 끝났다.
하품을 흐크캬캬 하자 눈총이 돌아왔다.
“우주야.”
“넵.”
메이크업 쌤이 도화지에 붓글씨를 쓰듯이 손을 움직이면서 눈썹 부근에 고운 색이 깔리기 시작했다.
도깨비라는 컨셉 때문인지 눈가 부근에 보라색과 자주색이 섞인 오묘한 색이 칠해졌다.
그 위에 인어공주 같은 나의 붉은 모발이 빛나고 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염색이었으면 좋겠다…….”
“포기해요.”
금발의 리혁이가 피식 웃었다.
“그럴 거면 다른 직업 골랐어야죠. 염색 안 하는 아이돌이 어디 있어요?”
“조용히 해. 말포이.”
리혁이가 얼굴이 확 벌게져서 뭐라고 막 쏘아붙이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메이크업이 다 끝난 비주가 말했다.
“그래도 형 머리 염색한 걸로 실트 1위 했대요.”
“그래……?”
이건 솔깃하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내 모습에 스탭들이 웃을 때, 비주가 웃으며 핸드폰 카메라를 들었다.
“사과 같아서 볼 때마다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어, 방금 표정 독사과 같았어요! 너무 좋다!”
“…….”
“웃어요. 형. 브이~”
눈을 흘기다가 셔터 타이밍에 맞춰 환히 웃으며 브이를 했다.
“예쁘게 나왔니?”
“네!”
“어디다 올릴 거야?”
“개인 소장용이요. 와, 근데 형 사진 되게 잘 나왔어요.”
와서 사진을 보여 주는데 내가 봐도 잘 나온 것 같다. 적당히 골라서 김덕순 여사한테도 보내 달라고 했다.
“끝났어. 우주야.”
“감사합니다.”
메이크업을 한 얼굴을 확인하고는 대기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고풍스러운 한옥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이곳은 서울 국악당.
남산골 한옥마을에 있는 국악 전문 공연장으로 서울시에서 운영을 하는 곳인데, 이번 타이틀과 국악의 관련성을 인정받아 대관 허가를 받았다.
“야외에서 못하는 게 되게 아쉽네요.”
막내가 보랏빛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야외 공연 하고 싶었는데.”
“맞아.”
원래는 야외의 한옥을 배경으로 도깨비 등장 쀼! 이런 걸 하고 싶었는데 날씨가 1월이었다.
밖에 5분 정도 서 있으면 군대 생각나는 날씨.
은성이가 뱅장님~ 저 얼어 뒤질 거 가, 같습니다~ 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악몽 같은 시절이 떠올랐다.
어쨌거나.
적당히 한국 느낌이 나는 공연장을 이리저리 찾다가 온 곳이 바로 이곳 남산골의 국악당이었다.
“오백원~ 오백원~ 오백원~”
중현이가 목을 풀면서 혀를 아르르르 굴렸다.
모터처럼 돌아가는 소리.
공연을 앞두고 평소보다 좀 더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많이 긴장돼?”
“약간요.”
중현이가 뒤통수를 살짝 긁적이며 웃었다.
이번 타이틀곡을 만들면서 여러 사람의 손길이 들어가긴 했지만, 컨셉이나 주제를 잡는 데 중현이의 도움이 가장 컸다.
본인도 그걸 알아서인지 긴장하는 것 같다.
“아까 리허설 하다 보니까요. 형.”
“응응.”
“바닥이 너무 약하더라고요. 나무 재질이라서…….”
“아하.”
그 걱정이 아니었구만.
바닥이 포콱 하며 쪼개지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중현이에게 양말 한 겹을 더 신으라고 건네줬다.
셋째가 닭싸움을 하듯이 서서 양말을 갈아 신는 동안 손뼉을 치며 동생들을 모았다.
“자.”
중현이가 한 발로 콩콩 다가오면서 다 같이 모였다.
요사스러운 도깨비처럼 분장한 졸개들과 그 너머에 있는 스탭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스페셜 앨범을 위해 달려오신 분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일정이 많이 빠듯했을 텐데도 이렇게 이벤트까지 준비를 해 주시고. 옆에서 과정을 다 지켜봤는데 너무 고생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고생하셨습니당!”
다 같이 박수를 치며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이제 곧 6시인 거 알죠?”
“와아아아!”
“저희 스페셜 앨범 음원이 공개되는데… 너무 떨리네요. 꼭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진짜로.”
비주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동의했다.
“평소만큼 됐으면 좋겠어요.”
“잘 될 거야.”
그런 말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 온갖 프로젝트를 과도하게 추진하면서 생긴 부담감이었다.
예능 출연 일정도 잡고, 이런 보물찾기 프로모션까지 했는데 막상 대중들이 그냥저냥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리혁이가 나를 툭 치며 투덜거렸다.
“또 절망적인 미래 굴러 간다. 이쯤 되면 덜 불안할 때도 됐잖아요?”
“미안.”
“좋은 쪽으로 생각해요.”
“기대치 낮추는 게 습관이 돼서 그래. 이것도 고쳐야 되는데.”
자상하게 웃는 동생들에게 마주 웃어 주고는 다 같이 소파에 앉았다.
막내가 제안했다.
“기왕 떨리는 거 수플레들이랑 같이 보는 거 어때요?”
“오! 그거 좋겠다.”
노트북을 앞에 펼쳐둔 채 Y앱을 켰다.
쭉쭉 올라가는 시청자 수를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서버 상태가 살짝 근심스럽긴 한데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저희가 너무 떨려서 켰어요!”
“이제 몇 분 뒤면 저희 스페셜 앨범 나오는 거 아시죠? 그거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허어… 댓글 왜 이렇게 빠르지. 0.5배속 보기 그런 거 없나요?”
한글과 영어가 파파파팟 올라가는 것을 끔뻑끔뻑 보다가 포기했다.
중간에 눈에 띄는 것들을 읽으면서 소통하니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손목시계가 가리키는 시각.
5시 59분.
60초 카운트다운을 하는 동안 가슴이 콩닥거린다. 속도 살짝 메스꺼워지고.
“10! 9! 8…….”
마침내 18시 00분.
새로고침을 딸깍- 하던 우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뭐야.”
처음에는 버벅거리던 인터넷 화면이 하얘졌다.
와이파이 문제인가 싶었는데 망고의 서버가 하얗게 터지고 있는 중인 듯했다.
“아니, 이게…….”
Y앱 서버만 걱정했지 이런 건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터라 당혹스럽다.
새로고침을 몇 번 정도 하고는 고개를 들어서 Y앱 라이브 시청자 수를 바라볼 때였다.
숫자가 멈추기 시작했다.
“안 돼! 버텨! 와이앱아!”
“너 이렇게 약한 애야?”
숫자가 더 이상 안 올라가더니 오류 알림이 뜨면서 꺼졌다.
“아니…….”
솜사탕을 물에 씻은 너구리가 된 기분이다.
“다 터지네…….”
“이럴 때는 뭘 해야 될까요.”
장렬히 터져 버린 Y앱과 망고의 서버에 우리와 스탭들이 할 말을 잃고는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이고.”
망연자실한 기분을 담아 말했다.
“음원이 나왔는데 왜 듣지를 못하니…….”
설렁탕을 사 온 김 첨지의 기분을 알 것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