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71화
뉴블랙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수플레들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페셜 앨범 어디로 갔냐.’
6시에 띵 하고 앨범이 올라오면 차례대로 할 일들이 있었다. 스밍도 하고 바로 뮤비도 감상하고, 악플러 퇴치하고.
그런데 악플러들도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노래가 안 나오고 있으니까.
-똑똑 망고야 망고야 이새꺄 정신 차려
-서버 어쨌니 망고야
-지금 망고 서버 맛 갔던데 왜 이러는지 아는 사람??
-오늘 뉴블랙 노래 나옴
-Aㅏ..
-이쯤 되면 숯불들이 서버를 구매하는 게 더 빠를듯
-망고 이새기들은 존재 의의가 뭘까
망고 홈페이지에 ‘죄송합니다. 곧….’ 하며 비정상적인 트래픽 어쩌구 하는 공지가 올라왔다.
한숨을 쉬던 수플레들이 시선을 돌렸다.
‘너네도 터졌니.’
Y앱 라이브도 터져 있었다.
-나 지금 y앱으로 리얼리티하나 보고 있었는데 상태 왜이래??
-뉴블랙 컴백 기념 라이브한대
-와이앱 서버 증설한다더니 돈 다 어디로 갔냐
-개복치 서버
-아니 숯불들 다 합쳐 봐야 얼마나 된다고ㅋㅋㅋㅋㅋ
-그건 아님.
-아니야..?
-ㄴㄴ
최애와는 소통도 안 되고 음원 사이트는 먹통이 되고.
남은 것은 미튜브뿐이었다.
‘여긴 안 터지겠지.’
버버벅, 하는 미튜브 상태에 근심이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영상은 재생이 됐다.
360p로.
“아니… 장난해?”
1080p로 화질을 올리자 빨간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살살 약을 올렸다.
곧이어 동그라미가 사라지고 뮤비가 재생됐다.
수플레들이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시청하려고 할 때.
1초 재생되더니 다시금 빨간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열 받쥬? 하기 시작했다.
“이런 ㅆ…….”
욕을 줄이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덕질할 때는 소용이 없었다.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었다.
영어 댓글로 분노를 터뜨리는 해외 팬들이 보였다.
그렇게 지구 곳곳에서 불꽃을 뿜어내던 수플레들의 성화가 통한 걸까.
금세 영상이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드디어!’
예고 때 봤던 것처럼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가 빈 초가집에 머물고, 5인조 도깨비가 등장한다.
[김 서방!]
[본인은 박씨오만…?]
[김 서방 아니야? 어? 진짜 아니네?]
자기들끼리 귀엽게 속닥거리던 도깨비들과 인간이 눈을 깜빡인다.
동시에 도깨비들이 말하던 김 서방이 아주 오래전에 이 집을 떠났다는 소식도 듣고.
[또 떠났네.]
[자고 일어나면 인간들이 맨날 바뀌어.]
[그럼 우린 누구랑 놀아?]
[…….]
도깨비들의 시선이 박씨 선비에게 향한다.
[우리랑 놀자!]
[…….]
[윷놀이 잘해? 씨름은?]
[유, 윷은 좀 던질 수 있소.]
이윽고 인간과 도깨비들이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친해지는 장면이 흘러나온다.
호랑이를 물리치기 위해 곶감도 넉넉하게 넣어 주고.
도깨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한양에 당도한 선비는 과거 시험에 합격한다. 그들의 축복 덕분에 무려 장원급제를 한 선비.
[장원급제요!]
젊고 야심찬 선비의 눈이 클로즈업되었다가 다시 아웃되자, 검은빛이었던 선비의 눈썹이 하얗게 변해 있다.
세월이 지나간 것이다.
노환으로 앓아누운 선비가 후손들에게 젊은 시절 만난 도깨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자신들을 돗가비들이라 부르던… 내… 젊은 시절에 그들로부터 받은…….]
도깨비로부터 받은 보물을 전해 주면서 박씨 가문에 이야기가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는 변한다.
조상이 겪었던 이야기에서 전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복장도 점점 현대적으로 변하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할머니 무르팍에 머리를 대고 누워 있는 남자아이가 묻는다.
[할머니.]
[응?]
[그럼 그 도깨비들은 다 어디 갔어요?]
[글쎄… 어딘가에 잘 살고 있겠지.]
70년대 풍의 가옥이 포커스 아웃되는 가운데 배경은 현대로 넘어온다.
이제는 썩어서 폐허가 된 초가집에 방치된 빗자루들이 꿈틀거리며 뿅! 하고 사람으로 변신한다.
아주 오랜 잠에서 깨어난 도깨비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고는 ‘박씨 만나러 가자!’ 하며 산에서 도시로 내려온다.
‘아… 시간이 많이 흘렀을 텐데.’
영상 속에서 얼떨떨해하던 도깨비들이 처음에는 살짝 아쉬워하더니.
[인간들이 더 많아졌다!]
[재미가 두 배!]
곧바로 도시를 보고 꺄르륵 좋아한다. 서글프거나 그럴 거란 예상이 바로 빗나갔다.
도깨비는 슬픔 같은 거 몰라, 하는 듯했다.
곧이어 현대 문물에 적응한 도깨비들이 활개를 치면서 노래가 시작됐다.
“음……?”
처음에는 국악풍으로 흥겹게 징과 북을 치는 멜로디에 고개를 끄덕이던 팬들이 눈을 깜빡였다.
예상과 다른 노래 진행 때문이었다.
마치 낙화와 Nine이 함께 닐릴리 날릴리 춤을 추는 것처럼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인트로 미쳤다…….’
오프닝부터 중독성 있는 국악 리듬으로 시작한 도깨비의 뮤직 비디오가 진행됐다.
현대에 살고 있는 도깨비가 컨셉인 듯했다.
옛날에는 인간들과 어우러져 살았지만 지금은 인간들을 피해 숨어 살고 있는 도깨비.
야밤의 궁궐 지붕 위에 앉아 있던 중현이 도포를 흩날리며 점프하더니.
‘오?’
착지했을 때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 배경과 함께 현대적으로 리폼한 한복 의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곧바로 각 잡힌 군무가 펼쳐진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팔로 물결치는 동작을 표현하면서 즐겁게 웨이브를 타는 멤버들에게서 흥이 폭발했다.
가비 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펄럭이는 옷자락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후렴구의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확실히 낙화랑 다르긴 하네.’
같은 한국풍이라 비슷할까 싶었는데 전혀 달랐다.
처연한 비장미가 섞여 있는 곡이 낙화라면 도깨비는 힙하게 흥을 폭발시키는 노래였다.
국악 장단의 리듬에 팝 음악 멜로디가 얹어진.
두 장르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촌스럽지 않고 트렌디의 끝을 달렸다.
‘우주가 또 해냈다.’
뿌듯하게 웃는 동안 스토리 장면도 흘러나왔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거나 인형 뽑기 유리에 얼굴을 들이밀며 신기해하는 등 천진난만하게 웃는 도깨비들.
버스를 타는데 돈이 모자라서 억 단위의 돈을 만들기도 하고, 키오스크에서 고생하는 노인을 도와주기 위해 키오스크를 없애 버리기도 한다. 경찰에게 쫓기며 꺄하하 웃기도 하고.
장난꾸러기에 사고뭉치지만 친근하고 정감 간다.
‘약간 슬퍼 보이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의 노래였지만 가사를 보다 보니 멜랑콜리한 느낌이 한 스푼 정도 들어간 듯했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섞여 친근하게 함께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기이한 존재들.
너희와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는 그런 메시지가 느껴졌다.
‘몰라. 누가 해석본 올리겠지.’
어차피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이런 뜻이 숨겨진 거 아닐까요?’ 하며 미튜버들이 대거 해석본을 올릴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수플레들이 빠르게 커뮤니티로 들어갔다.
[뉴블랙 - ‘도깨비’ MV]
예상대로 아이돌 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댓글이 폭주하는 중이었다.
-중현이 목소리 좋다
-존나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뉴블랙 간만에 노래 잘 뽑았네
-안무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보는맛이 있다ㅋㅋㅋㅋ 춤 실력이 다들 받쳐줘서 그런 거 같음
-화장 너무 진한 거 같아서 별루,,
-독특한데 너무 독특함
-아.. 난 모르겠다 너무 이상해
국악과 섞인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호불호가 갈리는 분위기였다.
호불호를 가장한 악플들도 판치고.
하지만 늘상 있는 반응들이기에 별반 신경이 안 쓰였다.
‘이제 다른 수록곡들까지 듣고…….’
스페셜 앨범의 다른 곡들까지 들으면 딱 완벽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른 음원 사이트들에 접속했다.
하지만…….
‘망고야. 이 망고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는 여전히 먹통이었다.
* * *
다행스럽게도 망고와 Y앱은 금세 정상화됐다.
“우리 이따가 쇼케이스 라이브는 제대로 되는 거 맞죠?”
“라이브 하다가 또 펑 터지는 거 아니에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묻는 우리에게 민기 형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돼. 그 라이브랑 이거랑 메커니즘이 다르다고 그러더라고.”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막내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뭐였더라. 벼락도 한 번 떨어지면 또 떨어진다구 하던데.”
“어?”
비주가 말했다.
“반대 아니야? 한 번 떨어지면 안 떨어지는 거 아닌가.”
“해외 토픽 보니까 1분 동안 두 번 맞으신 분 있던데요.”
동생들이 벼락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다시 한번 망고 차트를 보았다.
오후 7시 기준 실시간 차트.
‘~기이~’ 하고 적힌 회색 앨범 아트가 1위부터 시작해서 상위권을 죄다 점령하고 있었다.
“크으…….”
회색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인 적은 처음이다.
망고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회색빛 바람이 불고 있었다.
게다가 별점이나 리뷰도 엄청 좋다.
-이게 조선팝이구나
-비트만 들으면 21세기의 핫피플인데 묘하게 경복궁의 향취가 남
-빌딩 보이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춤추는 기분
-낙화보다 한층 더 진일보한 국악활용이 돋보이는 게 전공자로서 흐뭇합니다. 처음 태평소 샘플링에서 오 하다가 후반에 북소리를 제대로 활용한 파트를 듣고 바닥을 탁 쳤네요. 개아파..
-중현이가 판소리 리듬으로 랩하는 거 왜 이렇게 좋지
-조상님들이 느슨한 K팝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려고 나온 느낌이다
-힙하다 힙해
-우주 베이스라인 진짜 잘 짜.. 뭘 해야 사람들이 미치는지 잘 알고 있음
도심 속에서 한복을 입고 춤추는 느낌이라는 감상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주관식 문제였다면 내가 만점을 주었을 답이었다.
흐뭇하게 웃는 나에게 중현이가 물었다.
“형.”
“응?”
“원래 리스너의 감상은 자유로운 거라고 그러지 않았나요.”
“아니야, 중현아. 그런 건 없어.”
내가 원하는 대로 들어야 한다! 하고 껄껄 웃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태블릿 PC로 반응을 살피던 리혁이가 말했다.
“안무 평도 되게 좋은데요.”
“그래?”
“비주 형, 봐 봐요.”
“허어……!”
비주가 입가에 양손을 모으고 좋아했다.
안무보다 음원이 더 중요한 스페셜 앨범인 만큼 이번에는 따로 외주를 주지 않고 비주가 안무를 직접 짰다.
-안무 대박ㅠㅠㅠㅠㅜ
-처음에 정적으로 딱 서 있다가 움직일때 포인트가 너무 좋다.. 빗자루 같은 무생물이 살아서 서서히 움직이는 거 같음
-ㅇㅈ 노래도 좋은데 안무가 진짜 잘 살림
-후렴 안무 진짜 도깨비가 이런저런 형태로 막 자유분방하게 변하는 거 같음ㅋㅋㅋ 신기해
-이런 장꾸st 안무는 잘못하면 어설프게 끼부림 되는데 진짜 잘 만듬
특별하게 이런저런 형태가 없다는 도깨비의 원전을 살리기 위해 비주가 끙끙 앓아 가며 고안한 안무에 사람들이 칭찬하고 있었다.
비주 곁에서 우리 모두 어깨를 으쓱이며 좋아했다.
하나의 공적은 곧 모두의 공 아니던가.
차트 순위도 계속해서 1위로 고정이 될 것 같고.
대중들과 팬들 양쪽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나니 그제야 속에서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후아…….”
살았다는 얼굴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다.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쇠꼬챙이가 가득한 함정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인데.
이번에도 우리는 무사히 외줄타기에 성공했다.
“자!”
손뼉을 치며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
“반응은 여기까지 보고. 이제 무대 나갈 준비하자, 졸개들아!”
“고고!”
쇼케이스 시작 시간인 8시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8시를 앞둔 시각.
수플레들은 낯선 공연장을 둘러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국악당이 이렇게 생겼구나.’
무대에는 마치 한옥 마루처럼 나무 바닥이 깔려 있고, 공연장 인테리어도 한옥풍이다.
‘근데…….’
그들이 혀를 내둘렀다.
‘일반인들이 생각보다는 적네.’
관객의 30퍼센트 정도가 일반인이었다.
예상했던 것으론 반반이었는데 아무래도 티켓 찾기의 난이도가 영향을 미친 듯했다.
뭔가 일반인보다는 짭플레들과 수플레들이 한데 모인 듯한 느낌.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인 게 어색하면서도 좋았다.
묘하게 동지애가 흐르기도 하고.
‘다들 만만치 않아 보여.’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가며 보물찾기에 나섰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전반적으로 활기가 가득했다.
보물 탐사대가 한 자리에 모이면 이럴까.
이 자리에 오기까지 땟국물을 흘려 가며 산삼을 찾듯이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위풍당당한 사람들.
“저 분들이 그…….”
“맞아요. 황금 방망이.”
“와, 포스 쩐다.”
다리를 우아하게 꼬고 앉아 있는 황금 수플레들의 모습에 일반 팬들이 감탄사를 머금었다.
아마 대부분 14놀이나 그 이전부터 팬이었을 사람들.
고생대 시절의 암모나이트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목격한 심정이었다.
“저분들은 따로 뭐 굿즈도 받는다면서요.”
“부럽다…….”
“근데 뭐가 나올지는 모르는 거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그런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누고 있을 때였다.
번쩍.
“어이구! 깜짝이야!”
달봉이의 발광력에 놀란 어느 아버지의 반응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수플레들이 반딧불처럼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거 밝기 최소로 줄이셔야 돼요.”
“아, 그래요?”
“네. 이거를 조절해서…….”
“아이고, 울 아들 건데 지금 화장실에 가 있어 가지고. 내가 몰랐어. 미안합니다.”
“아뇨! 아니에요.”
뉴블랙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주변에 있는 팬들이 친절하게 웃었다.
이어서 현장에서 응원봉을 구매한 다른 관객들에게도 사용법을 알려 주고 있을 때였다.
[딴따라라란!]
요란하게 흥얼거리는 BGM과 함께 스크린에 붉은 머리카락의 귀요미가 나타났다.
왕지호의 2D 미니미 캐릭터 스몰지호였다.
[안녕하세여~!!]
그리고 정적.
미니미 캐릭터가 쀼 하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인사 안 해여?]
“안녕!”
[네, 감사합니당.]
작게 웃는 관객들에게 지호의 미니미가 외쳤다.
[조금 있으면 저희가 등장할 테니까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지금은 악기 조율하는 시간입니다!]
영화관에서 상영 전에 조명이 꺼지듯 공연장이 슬쩍 어두워졌다.
동시에 환히 밝아 오르는 무대 조명.
문이 열리고 악기 연주자들이 걸어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낙화의 세션 연주를 한 가야금 연주자 홍아랑을 비롯해 국악 연주자들이 사뿐사뿐 걸어 나오고.
뉴블랙과 콘서트 밴드 세션을 함께 하는 멤버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브를 위해 악기를 잠시 조율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와아아아아아아!”
마침내 멤버들이 등장했다.
핏빛 머리카락 아래로 화려한 미모가 돋보이는 미남이 손을 흔들고.
요정처럼 머리를 녹빛으로 물들인 비주가 우아하게 나오고.
바다색 머리카락 아래로 굵은 선이 도드라져 마치 물의 신을 연상시키는 미남도 걸어 나왔다.
금발로 염색해 한층 더 까칠해 보이는 리혁이와 맏형의 표정을 따라 하는 연보랏빛의 막내까지.
‘저 색깔들을 얼굴이 이기는구나…….’
강렬한 색으로 염색을 했는데도 다들 이목구비가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팬으로서 가슴이 벅차오를 때.
옛 시대의 화려한 무늬를 현대적으로 수놓은 의상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색조 화장까지 더해지니 정말 기이한 존재들 같았다.
‘하드웨어는 정말 최고야…….’
소프트웨어가 조금 독특할 뿐, 하드웨어는 현재 아이돌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최애들이었다.
멤버들이 바닥을 탁, 탁 리듬감 있게 두드리면서 첫 번째 곡이 시작됐다.
국악기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있는 ‘Eye of the Dragon’이란 곡이었다.
서정적인 재즈곡으로 오프닝이 끝나고.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환히 웃으며 인사하는 멤버들에게 팬들이 환호성으로 답했다.
-Y앱 글로벌 생중계와 함께 하고 있는 뉴블랙의 스페셜 앨범 ‘기이’의 쇼케이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여기까지 오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뉴블랙의 리더가 웃으며 물었다.
-보물 찾느라 힘드셨죠?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게 어쩌다 전 국민 대상 이벤트가 돼서 그런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셨네요.
비주가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 쇼케이스에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모두 즐겁게 놀 준비되셨나요?
“네!”
-저희의 무대를 재미있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스페셜 앨범의 목적인 만큼… 오늘은 자유로운 분위기로 쇼케이스를 진행해 볼 거예요.
이어서 중현이 마이크를 들었다.
-바로 저희 맘대로 한다는 뜻이에요.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 이야기하고 무대를 하겠다는 말에 기대감이 감돌았다.
의자에 앉은 멤버들이 객석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여러분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은데, 어떻게 응원봉 밝기 좀 높여 주시겠어요?
화아아아악!
수플레들이 응원봉 밝기를 높이면서 객석이 환해졌다.
-이제 됐어요. 어우, 눈물 나.
우주가 웃으며 물었다.
-되게 다양한 분들이 오셨네요. 아버님은 아드님과 함께 오신 건가요?
아까 응원봉을 잘못 조절했던 사람이 ‘네’ 하고 수줍게 답하고, 우주가 그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드님은 그럼 수플레신가요?
“네!”
-와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어쩌다가 함께 보러 오시게 된 건가요?
“다음 주가 이제 군입대라서 아버지와 함께 시간 보내려고 왔습니다.”
-군대 가세요?
우주가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진심 가득한 반응이었다.
그러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뒤에 있는 국악 연주자들과 밴드 세션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인다.
이윽고 본인도 근처에 있는 어쿠스틱 기타를 멨다.
‘뭐 하는 거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플레들의 앞에서 그들의 가수가 손을 튕겼다.
촤라락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더니 즉흥 연주가 시작됐다.
-이제 2년 동안 나라 지키러 떠나시는데 그냥 보내드릴 순 없죠. 우리 수플레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곧이어 징이 띵! 하고 울렸다.
무대에서 군필자로 보이는 연주자들이 촉촉한 눈빛으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위해 바칩니다. 이등병의 편지.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먼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알 수 없다. 오늘 무대.’
도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쇼케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