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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4)화 (58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4화

한조가 두 눈을 깜빡이며 날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

“실장님이 단막극 스케줄을 가져오셨다고요?”

“아, 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사건의 발단은 내가 커피를 사 들고 PBS 예능국을 방문하면서였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 신무록 피디님과 작가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좋은 기획안 있으면 예능 종사자로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고.

겸사겸사 우리 신곡 홍보도 했다.

-이번에 도깨비 신곡 프로모션 기가 막히던데요. 보물찾기부터 지금 내 고향까지. 업계인으로서 감탄했다니까.

-미프에서 다 배운 거죠~

-하하하하! 아이 뭘 그런 말씀을…… 그런 의미에서 우리 미프도 한 번 뭐 나와 볼래요? 짧게?

-좋죠!

그래서 우리 스케줄도 생겼다.

짧게 도깨비 무대도 하기로 했는데,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작가님들과 쿵짝이 잘 맞았다.

“……그래서 드라마 얘기는 언제 나오는 건데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한조 씨.”

신무록 피디님과 사간 특집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이번에 스케줄도 땄다고.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신무록 피디님이 친구 분이라고 소개해 준 것이 바로 여기 오명한 피디님이었다.

“제가 또 한조 씨의 연기력을 엄청 영업했죠. 잘생기고, 키도 크고, 반듯해 보이고.”

“아…….”

한조가 살짝 쑥스러워하는 동안 다른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못 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쯤에서 오명한 피디님이 끼어들었다.

“작년도 드라마 공모전에서 수상한 각본인데 아직 드라마화가 되지 않은 게 하나 있거든요.”

“아, 네…….”

“한조 씨가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면 좋겠어요.”

그러고는 편하게 한 번 봐 보라면서 드라마 대본을 하나 건네주고 가셨다.

“안녕히 가세요!”

“그럼.”

피곤한 얼굴로 돌아가는 피디님의 뒷모습을 제작진이 찍는 동안, 다 같이 한조가 든 대본 앞으로 모였다.

LB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대본을 만지작거렸다.

“와. 드라마 대본은 또 처음 보네.”

“근데 단막극은 또 뭐야?”

웅성이는 스보 멤버들에게 지호가 엣헴 했다.

“짧은 드라마를 단막극이라고 하는 거야. 길어도 2화 정도고, 대부분 한 편에서 끝나는 거.”

“아. 단편 드라마구나.”

“지상파 방송국에서 매년 공모하거든.”

방송국에서는 신인 작가를 기용하기 위해 매년 극본 공모전을 연다.

거기에 선정된 이들의 극본을 영상화시켜 주곤 하는데, 신인 배우나 신인 감독들이 이걸 계기로 많이들 데뷔한다.

나와 <우리 가족은 외계인>에서 같이 나온 서노을 선배도 데뷔작이 단막극이었고.

웹 드라마와 더불어 연기 도전의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기회였다.

“…….”

PBS 방송국을 나와서 차에 탈 때까지 한조는 대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샤락. 샤라라락.

침을 꼴깍 삼켜 가며 극본을 살펴본 한조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때?”

“……좋다.”

“괜찮지?”

“진짜 좋은데? 생각 이상으로 좋아서 깜짝 놀랐어.”

당연하게도 아무거나 가져온 게 아니었다.

나와 같이 있던 막내가 눈을 땡글땡글 떴다.

“뭔데요? 무슨 내용인데 그래요?”

“장사가 안 되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한테, 어느 날 사고가 벌어져서 키우는 강아지와 영혼이 바뀐 거야.”

“오.”

“근데 장사가 그때부터 엄청 잘 되는 거지.”

까칠하기만 했던 본체 수의사와 달리 개가 빙의된 수의사가 엄청난 영업력으로 성공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강아지 출신인 만큼 같은 강아지들과도 의사소통이 되고.

그런 식으로 주인과 강아지가 옥신각신하며 코믹하게 동물병원을 경영하는 단막극이었다.

“근데 마지막에 좀 슬펐어.”

“슬프지.”

단막극 특유의 슬픈 반전이 나오면서 아련하고 추억 가득한 톤으로 마무리되는 극본이었다.

처음에는 탐 나서 우리 막내한테 줄까 했는데.

수련 기간이 긴 직업이기에 많이 봐야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지호에게는 잘 맞지 않는 배역이었다.

“어찌 됐든 극본은 마음에 든다는 거지?”

“엄청.”

한조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내 연기력이 될지 모르겠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 너 평소에 연기 레슨도 받았다면서?”

“그렇지.”

“그리고…….”

나와 지호가 어깨를 맞대고 짜잔! 했다.

“안 되면 되게 만들어 드립니다!”

“출장 연기 서비스!”

“연기 못한다? 24시간이면 연기 천재로 만들어 드립니다!”

“그래도 못한다? 환불해 드리고 다시 돈 받고 24시간 합니다!”

쿵짝이 맞아서 둠칫둠칫 춤을 추는 나와 막둥이의 모습에 스보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조 형 물렸다. 물렸어.”

“저분들 한 번 물면 안 놓거든.”

한조가 흐뭇하게 웃으며 차창 밖 도로를 내다보았다.

“……도망칠 곳이 없네.”

“도망치고 싶다? 도망 못 가게 해 드립니다!”

“그만흐르그.”

“그만한다? 그런 건 저희 사전에 없습니다~”

이를 악문 상대의 반응에 우리가 꺄르륵 웃었다.

*   *   *

다음 날인 화요일 오전까지, 2박 3일에 걸친 매니저 특집 촬영은 무사히 끝이 났다.

행사도 같이 뛰고.

화보 촬영 같은 스케줄도 함께 하면서 여러모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신 오지 마.”

“흐하하하하!”

특집 촬영을 마치고 작별하는 자리.

회사 휴게실 소파에 널브러진 한조가 고개만 든 채 나와 지호를 바라보며 흐느적거렸다.

“진짜 둘 얼굴은 당분간 안 보고 싶다…….”

“왜 그래요. 형?”

막내가 쪼그려 앉아서 눈높이를 맞춰 주었다.

“그래도 저희 덕분에 실력이 는 건 사실이잖아요?”

“늘었지…… 늘긴 늘었는데…… 목숨이 줄었어.”

그 말을 하는 한조의 눈가가 거무죽죽하고 퀭했다.

실이 풀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삐걱대는 한조의 모습에 다른 스보 멤버들이 미소를 지었다.

“난 연기 같은 거 안 해야지.”

“입에 볼펜 자국 난 거 봐. 저거 물고 어제 6시간 동안 대사 연습했잖아.”

“한조가 아니고 반조가 됐네…….”

“그냥 조 같은데. ‘한’도 희미해져 가는 느낌.”

약 올리듯이 말하는 멤버들에게 한조가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말할 기운조차 없는 듯했다.

기우뚱.

“으…… 읏…… 읏챠.”

끙끙대며 일어난 한조가 우리 앞에 섰다. 양 뺨이 홀쭉하게 들어가서 앙상한 얼굴이 삐걱삐걱 돌아간다.

“중현아.”

“네.”

중현이가 한조에게 다가가서 목을 움켜쥐었다.

스보 멤버들이 분지르려는 건가! 하며 기대하는 동안 중현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목을 주물러 주었다.

10초 후.

“어……?”

눈을 크게 뜬 한조가 목을 슥슥 부드럽게 돌렸다.

“저게 돌아가네.”

“이제는 힐도 쓰는구나. 중현이 형…….”

“죽인 다음에 부활시키기 오졌다.”

야! 하며 버럭하던 한조가 본래대로 돌아온 목소리를 깨닫고 어 했다.

“목소리까지? 어떻게 한 거야……?”

“우리도 몰라.”

“그리고 저도 몰라요.”

중현이가 푸근하게 웃으며 답했다.

“어렸을 때, 백구 기르면서 주물주물하던 대로 했을 뿐…….”

“백구!”

이열 하고 박수를 치던 스보 멤버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여긴 한구네…….”

“흐즈 므르.”

다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만 엮이면 항상 당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던 한조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지난 3일 동안 너무 재미있고 감사했습니다.”

“와아아아아!”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계속 같이 일하자고 하고 싶네. 너희가 지난 3일 동안 물어 온 스케줄이 우리 회사가 3달 동안 물어 온 스케줄보다 더 많아.”

“흐하하하!”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인정.”

“가지 마…… 우리랑 평생 함께 해…….”

눈가가 촉촉한 동기들을 토닥여 주었다.

리혁이가 작게 웃었다.

“뭐. 우리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친한……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서 재미있기도 했고.”

“같이 못 논 게 진짜 아쉬워.”

비주의 말에 다들 공감했다.

어제도 숙소 복귀하자마자 다들 곯아떨어지기 바빴다.

렉스가 씩 웃으며 눈썹을 씰룩였다.

“설 끝나고 시간 돼요? 그때 시간 되면 만나서 놀아요.”

“좋지.”

“우리가 뉴블랙 숙소 찾아가도 되고.”

그 말에 다들 웅성거렸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안 가 봤네. 틴스피릿 선배님들이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그래? 뭐래?”

“천국이라던데요.”

기원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냉장고 1을 열면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가 종류별로 촤악 진열되어 있고. 냉장고 2에는 디저트가 가득하고. 냉장고 3에는 음료수가 자판기처럼 진열되어 있다고.”

“게임기도 엄청 많다고 했어.”

“1층에 중현이 형 헬스장도 있다며.”

“2층만 안 가면 된다던데요. 2층 작업실 쪽에는 얼씬도 말라고.”

어디서 많이 와전된 이야기가 전달된 모양이었다.

“그건 과장이야.”

“그 정도는 아니지.”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꿈과 희망의 뉴블랙 랜드를 이야기하는 동기들에게 언젠가 한 번 오라고 초대장을 날렸다.

“……과장이라면서 왜 모바일 초대장이 있는 건데.”

“하도 놀러 오고 싶어 해서 이제는 초대장으로 시스템을 바꿨어.”

우리 말 잘 들으면 1장씩 배부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키득거리며 웃는 스트릿 보이즈에게 손을 흔들었다.

“모레 한국가요대상 나오지? 그때 만납시다.”

“그때 봐!”

고생했으! 하면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해 주고는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

정 들었던 데뷔 동기들과의 아쉬운 만남이었다.

시무룩한 얼굴로 손을 흔드는 이들을 뒤로 문을 닫고 나설 때였다.

-가지 마…….

-우리 지금 계속 문 뒤에 서 있거든? 지금이라도 다시 열고 들어와! 얼른!

-뉴블랙…… S.T.A.Y…….

미련 가득한 목소리들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DNS 미디어 사옥에서 홍보팀 직원들을 비롯해 매니지먼트 팀에게 인수인계를 마친 후.

제작진의 차를 타고 TBC 사옥으로 향했다.

지난 2박 3일 동안 있었던 매니저 대결의 승패를 가를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어어! 왔어?”

고작 2일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사간 출연진들이 반갑다.

심지어 은성이마저.

“뱅장님~!”

“은성아아아아!”

“잘하셨나요?”

“너는?”

“개망했어요!”

은성이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3일 동안 엄청 힘들었는지 은성이가 나를 붙잡고 조잘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작가님들도 생각을 좀 해 주시지. 걸그룹 분들이니까 제가 뭘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지.”

“아니 생각 같은 거 안 하고 살아야 되는데, 자꾸 막 이게 이렇게 보이면 어떡하지 그러고 신경을 쓰고! 내가!”

“생각을 하게 되어서 많이 분했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니까요. 저 생각 안 하고 사는 거 잘 알잖아요~?”

“자랑이구나.”

걸그룹 매니저로 들어가게 된 보이그룹이라 그런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미칠 지경이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박호범이 와서 은성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엄살 부리기는. 말만 이렇지, 얘 엄청 잘했어.”

“네. 은성이는 다 잘하죠.”

금세 입이 헤벌쭉해진 은성이가 뭐라고 말을 하는 동안 박호범이 우리에게 물었다.

“스트릿 보이즈 매니저는 어땠어?”

“재미있었어요.”

“별일은 없었고? 뭐 재미있는 사건이라거나.”

“그건…….”

우리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 흐흐흐 웃었다.

“직접 VCR로 보시면 됩니다.”

“아이고. 아깝다.”

승패가 어떻게 됐는지 가늠을 하려고 애썼던 듯했다.

은성이의 어깨를 두드리던 박호범이 말했다.

“방심시킨 다음에 떠보려고 했는데. 연막작전은 실패였나.”

“저 연막이었어요?”

“응. 연막이 몰라야 연막작전이지.”

“역시…….”

연막도 모르는 연막작전에 실패한 박호범이 은성이를 데리고 휘적휘적 걸어갔다.

“자. 촬영 준비 곧 들어가겠습니다! 자리에들 앉아 주세요!”

“네!”

이곳은 ‘사람이 간다’에서 잠시 빌린 스튜디오.

이제 영상을 모니터링한 매니저들의 심사평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5명과 7명씩 나누어 앉자 맞은편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어째 여유만만한데…….”

“우리 뉴블랙 분들은 어때요? 잘하고 왔어요?”

“뭐…….”

우리가 겸손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

“질 자신이요.”

동생들과 거만한 예능 웃음을 날렸다.

솔직히 스케줄까지 두 번이나 따 온 이상, 질 것 같지가 않다.

우리의 자신만만한 반응에 사간 출연진이 웅성거렸다.

“뭐지?”

“분명히 뭔가 있는데.”

민태원 씨가 민머리를 매만졌다.

“뭐 스케줄이라도 따 왔나? 그거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데.”

“…….”

정곡을 콕 찌른 말에 우리가 뭐라고 답을 하려고 할 때.

다른 출연진들이 반발했다.

“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형.”

“예능에서 누가 스케줄을 따 와. 소방서 견학한다고 화재 진압해?”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반짝이던 민태원 씨의 머리가 시무룩한 전구처럼 흐릿해졌다.

동생들과 눈이 마주쳤다.

‘뭐라고 말하지.’

‘이따가 다시 반응하겠죠. 뭐…….’

그동안 마침내 사간의 엔딩 촬영이 시작됐다.

간다 간다 사람이 간다! 하는 구호를 다 같이 외치자, 도준기 피디가 씩 웃으며 물었다.

“어떠셨나요. 지난 3일 동안 연예인이란 직업이 아니라 매니저에 종사해 본 소감이?”

“힘들지.”

“엄청 힘들었어요. 하루 종일 관리를 해야 되니까.”

다들 공감하는 바였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고, 배우는 연기를 하고, 예능인은 예능을 하지만 매니저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관리해야 된다.

행사장에 가면 오디오가 멀쩡한지, 무대 바닥에 이물질은 없는지, 가수들 대기할 공간은 괜찮은지, 가수들의 현재 컨디션은 어떤지, 이상한 사람들은 없는지.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는 소감들이 이어졌다.

“네. 그럼 이제부터 현직 아이돌 매니저 분들이 심사한 결과를 보시겠습니다.”

스튜디오 모니터에 VCR이 떴다.

먼저 우리 쪽 영상이 흘러나왔다.

아침에 스보를 깨워서 음악 방송 생방송까지의 일이 압축되어 지나간다.

평가표를 들고 의자에 앉아 있던 매니저 분들이 지그시 바라보더니 오 했다.

심장이 콩닥콩닥하다.

[진짜 잘하는데요?]

사간 출연진이 그럴 줄 알았다며 하…… 하고 있는 동안, 물병을 세팅하는 리혁이의 모습이 지나간다.

매니저 한 분이 흐뭇한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음악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네요. 정말 그런 날이 있거든요. 스무스하게 일정이 끝나는 날? 그런 하루를 보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네요.]

[솔직히…… 이대로 신규 매니저 교육용으로 써도 되겠는데?]

베테랑 매니저 팀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입술에 침을 바르며 숨을 삼키던 우리가 그제야 안심했다. 일단 벌칙권에서는 멀어진 것 같다.

그때 한 매니저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현직 가수 분들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봐요. 음악 방송에 대해서 엄청 잘 알고 있잖아요. 일반 예능인 출연자 분들에 비해 그런 어드밴티지가 있다는 건 감안해야죠.]

그 말에 사간 출연진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끄덕할 때.

베테랑 매니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다른 의견이에요.]

[네?]

[가수라서 음악 방송에 대해 더 잘 안다는 것도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생수병 세팅부터 시작해서 리허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착착 하고 있거든요.]

[그러네요.]

[이건 하루 배워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가수들 본인이 평소에 매니저들이 뭘 해 주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해서 가능한 거예요.]

다른 매니저들이 오오 하는 동안 그의 말이 이어졌다.

[쉽게 말하자면 평소에 매니저가 자신에게 뭘 해 주고 있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현장에서 잘하는 거예요.]

[맞네요.]

다른 매니저들이 동의하면서 말을 덧붙였다.

[사실 매니저로서 만났을 때 제일 감사한 분들이 이런 분들이죠.]

[근데 무서워, 이런 분들이 또. 매니저들이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지 다 지켜보고 기억한다는 거잖아.]

[그건 또 그러네. 어우…….]

[긴장 못 놓지.]

졸지에 무서운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매니저들끼리 뉴블랙, 무서운 사람이네…… 하는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우리가 눈을 끔뻑였다.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매니저 형들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미리 기억하고 있었을 뿐.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당장 급하게 뭘 해야 할 때 허둥대면 안 되니까.

“형. 우리가 무서운 사람이래요.”

“무서운 사람…….”

처음으로 하찮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가슴이 설렜다.

나름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흐뭇해하는 동안 사간 출연진이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흘렸다.

뒤이어 이번에는 사간 출연진의 순서.

걸그룹 세레니티의 매니저가 되어 바쁘게 뛰는 7인조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고, 저거 마이크 덜렁대는 거 같은데.]

[매니저들 저거 챙겨줘야죠.]

아무래도 처음 해 보는 음악 방송이다 보니 처음에는 좀 헤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향상되는 것이 매니저들에게 가산점 요인이 된 듯했다.

특히 그중에서 하드 캐리하고 있는 인물의 평이 좋았다.

[선배님, 모니터링 준비했습니다.]

[무대 하실 때 불편하신 건 없었어요? 의상은 괜찮고요?]

간헐적으로 제정신이 돌아오는 사간의 막내 은케빈이 종횡무진 나서는 모습에 매니저들이 감탄했다.

[잘하는데요. 이분도 앞서 뉴블랙이랑 좀 비슷한 타입…….]

[본인이 뭘 해야 될지를 알아요.]

[그런데 그냥 안 하는 거였네요. 케빈 씨.]

의기양양하던 은성이가 이어진 매니저들의 평가에 분개했지만 다들 웃음을 터뜨리며 동의했다.

그렇게 스코어는 동률이었다.

[어느 쪽이 우월하다 보기가 힘들어요. 객관적으로 보면 뉴블랙 분들이 훨씬 더 잘했는데…….]

[사간 분들도 디스어드벤티지를 생각해야 한단 말이죠.]

[그런 의미로 동점 드리겠습니다.]

음악 방송 스케줄 관리에서 30점씩 동점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여러 부문에서도 크게 점수 차이가 나지 않으며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리고.

“어?”

바로 그 순간 나온 마지막 부문.

[영업 점수]

뜬금없는 키워드라고 여겼는지 사간 출연진이 웅성거렸다.

“영업?”

“홍보 말하는 건가?”

“우리 영업도 해야 되는 거였어?”

당혹스러워하는 사간 출연진을 보며 우리가 미소를 지을 때였다.

“어……?”

“어, 저거 뭐야?”

우리가 기다리던 영상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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