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585화
사간 출연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업 점수?’
음악 방송, 스케줄 관리, 임기응변 등등의 심사 부문이 나올 때는 다들 아 하고 납득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업 점수라니?
“영업이면 뭐지.”
이필승이 다른 출연진들에게 물었다.
“인사 말하는 거겠지? 방송국 사람들한테 인사 잘하는 걸로 점수 주고 그런 거 말이야.”
“그런 거 같은데요. 형님.”
“빈아. 너는 저게 뭐 같니?”
“영업이니까 진짜 영업 점수 아닐까요? 내 가수 잘 봐달라고 홍보하는 거요.”
케빈의 말이 정답이긴 했다.
‘역시 속은 멀쩡해.’
막내 예능인을 바라보던 사간 출연진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의구심이 들었다.
‘영업 점수.’
그들도 내 가수를 잘 봐달라고 홍보하긴 했다.
스케줄을 갈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세레니티의 앨범이 나왔습니다, 들어 보십쇼’ 하며 CD를 돌렸으니까.
그런데.
‘왜 그게 아닌 거 같지?’
영업 점수라고 거창하게 나오는 걸 보니 뭔가 있을 것 같다.
예능인으로서 알 수 있었다. 찍다 보면 이거 1시간 중에서 40분쯤 지난 분량이겠구나 싶을 때가 오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아직 끝나기에는 10분 정도 남았다.
‘대체 뭐지?’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뉴블랙을 바라보았다.
“후후후후후.”
“우후후후후.”
거만하게 웃는 우주의 뒤에서 몸을 들썩이며 하찮게 웃고 있는 4인방이 보였다.
원래 저런 애들이긴 하지만, 꼭 무언가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찝찝한 느낌을 받은 사간 출연진이 뉴블랙에게 무언가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나온다!”
다음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에서 자리를 뜨려던 심사위원들이 제작진의 부름에 다시 앉는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영상이 더 있다고요?]
[뭐. 더 심사할 게 있나?]
자리에 앉은 매니저들 앞에 곧바로 영상이 하나 재생된다. 그들의 화면과 마찬가지로.
“우주네?”
“어?”
“우주 나온다!”
HBS 공개홀에서 방송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주였다.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가더니 자연스럽게 방송 출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연스럽네.]
[우주 씨죠? 영업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은데?]
[어우, 나 본론 들어가는 거 보고 진짜 감탄했어. 이야.]
매니저들이 보던 영상 속 우주가 자연스럽게 예능 스케줄을 따오면서 첫 번째 영상이 끝났다.
화면 속 매니저들이 혀를 내둘렀다.
[저게 흔한 일이냐고요? 절대 아니죠.]
[보통은 저희가 이제 예능국에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영업을 하고… 그러다가 한 번 딱 걸리는 거죠. 그런데 저기 나온 큰 예능들은 저희가 영업한다기보다는 이제 불러 주셔야 나가는 거고.]
[저렇게 예능 섭외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인맥이 화려한 실장님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죠.]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사간 출연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가 일어난 거죠.”
배우 한여름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우주 씨가 예능 스케줄 따온 거예요?”
“그것도 인기 예능…….”
우리 지금 망한 건가? 망한 거야?
사간 출연진이 멍하니 고개를 돌리자 우주가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튕기며 눈을 찡긋했다.
얄밉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감탄이 먼저 나왔다.
“아니.”
박호범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이거 체험 예능 컨셉 아니야? 실습하는데 누가 실무를 하고 와?”
“이걸 뭐 어떻게 이겨요?”
출연진이 끄아앙 나 죽는다를 외치며 항의하자 도준기 피디가 태평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억울하신가요?”
“네!”
“더 잘하시면 됩니다.”
“…….”
“그런 약한 소리들을 하다니 실망이네요. 하면 된다! 이게 우리 프로그램 모토 아니었습니까?”
특전사 구호를 외치며 흐뭇해하는 도준기 피디의 모습에 출연진은 희망을 버렸다.
“망했네.”
“저저 봐. 벌칙 재미있는 거 준비해 놓은 표정이라니까.”
“아직 몰라. 아직.”
절망과 희망 사이를 0.1초 간격으로 왕복하던 사간 출연진이 말했다.
“솔직히 운으로 한 번 된 건 평가하면 안 되죠!”
“맞다!”
…라고 출연진이 말할 때였다.
[네?]
[영상이 또 있어요?]
그들의 앞에 2차 영상이 떴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던 현직 매니저들이 PBS 방송국 안에서 단막극 스케줄을 따온 우주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오명한 피디님?]
[장편 연출하시는 분인데… 단막극을 하시나 보네요? 굉장히 뛰어나신 연출자시거든요.]
[저거 각본 탐난다. 어떻게 저걸 가져왔지?]
신무록 PD에게 가서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다가 드라마국과 연결이 되어 스케줄을 가져오는 모습.
심사위원 중 KM 엔터의 실장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주선우 씨. 저희도 이거 노하우 좀.]
[같이 먹고 살아야죠~]
[이 정도면 진짜 실장님인데요? 나보다 더 나은데?]
고작 2박 3일.
그 시간 동안 스케줄을 두 개나 따온 주선우 실장의 업적에 매니저들이 만장일치로 만점을 주었다.
[이건 점수를 안 줄 수 없겠네요.]
[이 정도면 운이 아니라 실력이죠. 저도 만점 드립니다.]
화면 바깥에 있는 출연진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졌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후련하다.
어떻게든 벌칙을 모면하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체념이 감돌았다.
아슬아슬하게 졌다면 억울했을 텐데.
마치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하다가 뜬금없이 등판한 세계 랭킹 1위에게 진 기분이었다.
“네.”
도준기 피디가 웃으며 결과를 발표했다.
“327점 대 297점! 뉴블랙 TV와 사람이 간다의 특별 콜라보! 그 승리의 주인공은 바로 뉴블랙입니다!”
* * *
“와아아아아아아!”
“우으으으으…….”
쭈글쭈글해진 출연진과 방방 뛰는 우리.
“피했다!”
“벌칙 피했다!”
동생들과 세리머니를 하는 축구 선수들처럼 스튜디오를 내달렸다.
바닥에 슬라이딩하듯이 앉아서 주먹을 들었다.
눈부신 조명 아래 눈물이 촉촉하게 고인다.
“해냈다. 할머니. 내가 해냈다…….”
김덕순 여사를 떠올리며 조명을 바라보았는데 왜 대표님이 보이지.
그렇게 감격하는 나에게 동생들도 방방 뛰며 달라붙었다.
워낙에 악명 높은 사간의 벌칙이다 보니 피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기쁘신가요?”
멀찍이서 은성이가 샐쭉한 얼굴로 물었다.
“저희는 이제 벌칙 받아요!”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울지 마세요. 케빈 씨. 승부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집니다.”
“으하하하하!”
뉴블랙 TV 예능이었다면 나만 아니면 돼~ 하면서 둠칫둠칫 춤이라도 췄을 텐데.
다른 집 방송이었기에 적당히 하고 일어섰다.
“우리 어뜩하냐….”
“좋은 마음으로 임했어야 되나. 어떻게든 게스트한테 벌칙 떠넘기겠다고 마음먹은 게 잘못됐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벌칙은 싫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간 출연진을 보며 우리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때였다.
도준기 피디가 웃으며 말했다.
“자.”
“아, 뭐야. 벌써 벌칙 공개 타임이야?”
“아직 아닙니다. 한 가지 더 남아 있어요.”
우리와 출연진의 시선이 도준기 피디에게 머물렀다.
“여러분은 오늘 매니저 업무를 하면서 어떠셨나요?”
“힘들었어요.”
리혁이가 말했다.
“음악 방송도 뛰고 밤샘도 많이 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 업무가 어땠는지 진솔하게 소감을 전했다.
뒤이어 나올 코너가 뭔지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PD라면 짜잔! 하고 매니저들의 영상 편지를 공개해서 모두가 눈물바다가 되는 그림을 찍을 거다.
“네.”
도준기 피디가 말했다.
“아마 여러분도 짐작하셨겠지만 여러분이 일하는 영상을 우리 매니저 분들이 보셨는데요.”
“…….”
“지금 그 영상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조명이 울기 좋은 수련회 캠프파이어 톤으로 조도가 낮아지고.
곧바로 VCR이 떠오른다.
[흐하하하하!]
좌충우돌 연예인들의 매니저 적응기를 보며 웃는 매니저들의 모습이 교차되어 빠르게 지나간다.
[Q. 담당 연예인들이 잘할 것 같은지?]
[아. 글쎄요.]
벌써부터 근심걱정에 초췌한 케빈 매니저의 모습이 잠시 웃음을 주고.
사간 출연진에 이어서 우리의 두 배신자도 나왔다.
[매니저 업무요?]
민기 형이 원석이 형과 눈을 마주치고는 말했다.
[엄청 잘할 것 같은데?]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저희 멤버들이 자체 프로듀싱을 하거든요. 그래서 전반적인 업무에 빠삭한 편이에요. 주변에 돌아가는 일들을 본인들이 상세히 알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있고.]
[저희가 뭐 하는지 다 알아요. 사간 팀 분들이 승산이 있으실지….]
화면 속에서 매니저 형들이 너스레를 떨었다.
[진짜 잘할 것 같은데?]
[막 스케줄 따오고 그러는 거 아닐까요?]
[흐하하하!]
그런 형들의 앞에 우리가 매니저 업무를 했던 영상들이 하이라이트처럼 흘러나왔다.
[그렇지. 옳지.]
[잘하네…. 팀장님, 진짜 다 알고 있는데요?]
[내가 말했잖아. 애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니까. 옳지! 우리 비주 잘했다!]
박수를 치는 민기 형의 모습에 비주가 맑게 웃었다.
원석이 형이 푸근하게 웃었다.
[다들 잘하네요.]
[그니까. 이거 우리 신입 매니저들한테 교육 영상으로 보여 줘야 되겠는데.]
[근데 우주는 어디 갔을까요?]
곧바로 내가 스케줄을 따오는 모습이 나오면서 두 매니저가 눈을 깜빡거렸다.
[진짜 스케줄을 가져오네.]
[팀장님은 저거 되세요?]
[저게 됐으면 내가 팀장이겠어? 실장이지.]
그런 만담에 스튜디오에서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다시금 포커스가 사간 출연진으로 넘어가고, 매니저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매니저로 고군분투하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어땠는지.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여름 언니가 밥은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인데. 밥까지 굶고 다니면서 저런 거 보니까 짠하더라고요.]
[이제야 케빈이가 철이 들겠구나…….]
[형님. 고생 많으셨어요.]
진심을 담아 펜촉을 꾹꾹 눌러쓴 편지처럼 매니저들의 감정이 영상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다.
사간 출연진이 벌써부터 눈이 벌게지고.
우리도 소리 없이 오열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우리 형들의 영상편지가 흘러나왔다.
[안녕. 얘들아.]
민기 형이 손을 흔들었다.
[아마 지금쯤 다른 매니저 분들 영상 보고 있을 텐데. 울지 마.]
[우리 스튜디오 바깥에서 대기 중일 거거든.]
아 하면서 눈물이 살짝 들어갔다.
민기 형이 말했다.
[아무리 예능이라고는 하지만 인천항에서 너희 남겨 두고 올 때 마음이 좀 아팠다. 우리 애들 정말 여리디여린 애들인데.]
그건 맞다.
[…정말 영상 속에서 잡초처럼 생활하더구나. 너희다웠어.]
[잡초라고 그러면 화내요. 팀장님.]
[그럼 인조잔디 정도.]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민기 형이 말을 이었다.
[2박 3일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어때. 매니저 일 해 보니까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지?]
[그래도 너무 잘했어.]
[우리가 햇수로 너희랑 함께 한 지 3년, 2년 정도 됐는데… 체감으로는 한 10년쯤 지난 것 같다. 그치?]
우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다 매니저 생활을 그렇게 길게 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너희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 본 연예인, 아니 연예인을 떠나서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최고야.]
리혁이가 옷을 들어서 눈가를 푹 가렸다.
원석이 형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도 너희에게 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그게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 형들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동생들도 옷을 살짝 들어서 눈가를 덮었다.
나도 허공을 한 번 바라보았다가 영상의 마지막까지 차분하게 시청했다.
[늘 고맙고, 우리 앞으로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간 출연진도 눈물을 왈칵 쏟으며 통곡하고 있을 때였다.
영상이 끝난 줄 알았는데.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의 말이 이어졌다.
[자.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우리 매니저들이 품에서 길쭉한 종이를 꺼냈다. 할 말을 적은 리스트들인 듯했다.
[이 기회가 아니면 말 못할 것 같으니까 지금 말할게.]
[가죠.]
[중현아.]
중현이가 네 하고 얼떨결에 답했다.
[일찍일찍 좀 일어나자. 꼭 농촌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틀어야만 일어나고 그러니.]
[닭도 꼭 새벽닭이 우는 소리여야 잘 깨.]
[맞아. 너 닭이야? 사람이잖아.]
스튜디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그때 민기 형이 말했다.
[그런데 이거 나중에 익명으로 음성 변조 부탁드릴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부탁드리죠.]
원석이 형의 말에 제작진이 뭐라고 알았다고 한다. 그러자마자 영상에 그래픽이 깔리기 시작했다.
두 매니저 형들의 눈가에는 검은 막대기가 덮어지고.
헬륨 풍선을 건네받은 형들이 슈우우읍 들이켜고 말했다. 아아~ 하던 민기 형이 말했다.
[자. 그럼 이어 갈게요. 왕지호 씨.]
“네, 넹?”
[이제 17년도가 됐으니까 이 말을 해야겠네요.]
민기 형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왕지호 씨. 당신은 성인입니다. 성인답게 행동해 주십시오.]
[맞아.]
진중한 헬륨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과자 부스러기 언제까지 흘릴 건데?]
[님 성인이야!]
[성인이라규!]
[다 먹은 건 스스로! 치우는! 어른이! 돼야지!]
분개하는 헬륨 괴인들의 모습에 역대급으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 * *
영상이 끝난 후에도 웃음이 여전히 감돌았다.
“뉴블랙은 매니저 분들도 뉴블랙스럽네.”
“아, 배야….”
“저것도 분위기가 좋으니까 얘기할 수 있는 거지.”
사간 출연진이 한마디씩 보태는 동안 우리도 같이 웃고 있었다.
처음에는 눈물이 펑펑 나올 것 같았는데, 매니저 형들의 당부 사항을 듣다가 그만 웃음이 터졌다.
“자.”
도준기 피디가 다시금 손뼉을 치면서 시선이 모였다.
“이제 보상과 벌칙을 공개할 시간이죠? 우선 승리팀인 뉴블랙! 앞으로 나와 주세요!”
“네!”
“뉴블랙에게 주어질 보상은 바로 가족 여행권입니다!”
“오오오오!”
우리가 ‘패키지 여행’이라고 적힌 PPL 판을 받아 들자 도준기 피디가 미소를 지었다.
“매니저와 가족 분들 여행 다녀오라고 준비했어요.”
“감사합니다!”
카메라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때마침 우리를 픽업하러 온 매니저 형들이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형들!”
“이리로 와요! 얼른!”
고작 3일 안 봤는데 3주는 안 본 것 같다.
쑥스럽게 웃는 매니저 형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여행권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형들과 포옹하며 말했다.
“진짜 보고 싶었어요.”
만나기만 하면 용서 안 할 거라면서 막 우리끼리 와글거렸는데. 막상 매니저 형들 얼굴을 보니 사르르 풀린다.
민기 형과 원석이 형도 환히 웃으면서 여행권을 받아 들었다.
“간만에 효도하겠네.”
“허어, 이거 패키지가 그냥 패키지가 아닌데? 피디님 통 크시네.”
그런 말을 하면서 카메라 뒤편으로 퇴장해 마이크를 뗄 때였다.
비주가 물었다.
“근데 벌칙은 뭘까요?”
“그러게.”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스튜디오 위에서 덜덜 떨고 있는 출연진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우린 왜 매니저가 안 보여?”
“우리… 벌칙이 뭔데?”
도준기 피디가 웃으며 외쳤다.
“그럼 벌칙을 공개하겠습니다!”
그가 손짓하자 스튜디오의 조명이 화사하게 변했다.
쨍쨍한 햇볕처럼 조명이 반짝이는 가운데, 빠라바라바라밤밤밤 하는 BGM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렁찬 트럼펫 소리.
“이거 군대 기상나팔 아니야?”
“안 가 봐서 모르겠어여.”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발칵!
스튜디오의 철문이 열리고는 환한 조명과 함께 6인조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
“어어어?”
“어?!”
멋스럽게 먼지가 묻은 흑복.
붉은 베레모.
체육 선생님이 쓸 법한 반짝이 선글라스.
그리고 멋스러운 광채가 흘러나오는 군화까지.
최강~ 인천~
어디선가 그런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과 함께 인천 특공대 사람들이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왔다.
도준기 피디가 환호성을 질렀다.
“겨울철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일일 PT 선생님을 모시겠습니다.”
“그 PT가 이 PT냐! 이 악마야!”
“환영해 주십시오! 인천 경찰특공대입니다!”
늠름하게 걸어온 특공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며 날 바라본다.
고광순 경사, 이정아 경장, 박경준 경장 같은 전술 1팀 사람들도 있고. 다른 팀 사람들도 보인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는 전술팀 사람들에게 어색하게 인사했다.
“잘 지내셨나요?”
“잘 지냈지. 근데 우리는 8번이랑 재미있게 노는 줄 알고 왔는데….”
“…….”
소풍날 독사에게 물려서 별명이 독사가 된 한병철 교관이 선글라스를 슥 내리고 윙크했다.
시선을 피했다.
곧이어 긴장한 사간 출연진에게 특공대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경찰 특집을 앞두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저희 313 인천 특공대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망했다.”
“겨울철에는 사소한 부상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런 의미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주우울!”
“건강체조 30분!”
우리가 옆에서 뚜둔! 하고 추임새를 넣어 주자 특공대원들이 정말 좋아하면서 물개 박수를 쳤다.
예전에 내가 특공대에 끌려가는 걸 보며 웃어 댔던 은성이의 눈가가 촉촉하다.
막내가 물었다.
“근데 30분이면 할 만하지 않아요?”
“한 번 봐봐.”
“헐, 그 건강체조가 아니구나.”
이윽고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는 출연진의 모습을 보고는 제작진에게 퇴근한다고 인사를 했다.
여유롭게 웃으며 문을 닫은 후.
“으아아아아!”
“형, 왜 뛰어여!”
“일단 최대한 이 동네에서 멀어져야지.”
“……?”
“내가 저 특공대 사람들을 아는데. 저러다가 빈자리 있다면서 데리러 올 수도 있어.”
“!”
심각한 얼굴로 같이 나와 달리는 동생들의 모습에 매니저 형들이 배를 잡고 웃어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