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09)화 (60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09화

글로벌 뮤직 스타상.

어린이들 사이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미국의 어린이들이 주는 상.

여기까지만 들으면 어린이들의 인기투표니까 별거 아니겠네 하는 생각이 들 텐데.

문제는 이 글로벌 뮤직 스타상을 수상하는 가수들이 대개 미국 혹은 영국의 가수들이라는 점이다.

두 나라의 음악시장 규모를 합치면 대략 세계 시장의 40% 정도.

그런 시장에서 활동하던 가수들이 모인 만큼 이런 사소한 상 하나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다.

쉽게 말해 외국 가수가 탈 만한 상은 아니었다.

TNT가 한창 인기 절정이던 14년도에 후보군으로 들어갔다지만 그냥 후보 정도에서 그쳤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수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것도 특별한 기회와 함께.

-슬라임을 준비했습니다! 핫하하하하!

동생들과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불안에 떨고 있을 때였다.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20대 스타가 무대 위로 등장했다. 갈색머리를 구불구불하게 늘어뜨린 미녀.

-어린이들 안녕! 베키 타일러야!

지호가 속삭여 주었다.

“틴에이지 스타예요. 어린이 TV 프로그램에서 엄청 인기였던가 그랬을걸요.”

“틴에이지?”

“네.”

“Teen-age?”

“예스. 브라더.”

왜 서양권만 오면 우리한테 10대들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깜찍한 표정으로 어린이들을 우쭈쭈해 주던 베키 타일러가 큐 카드를 보고 익숙하게 웃었다.

-내가 시상할 부문은 ‘글로벌 뮤직 스타상’이야. 글로벌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주어지는 상이지.

어린이들이 환호로 호응했다.

-누가 이 상의 주인공이 될지 너무 궁금하지 않아?

그 말을 하던 베키 타일러가 트로피를 들어 올려 보였다.

주황색 비행선 모형.

럭비공 정도 사이즈의 비행선 모양 트로피인데, 듣기로는 이 TV 채널의 상징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래서 시상식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대한 비행선 모형이 무대 주변을 유유히 돌고 있었다.

“우와…….”

트로피를 바라보던 지호가 내게 속삭였다.

“저 트로피 받게 되면 제가 들래요. 제가 찜했어요.”

“몇 살이야.”

“스무 쨜.”

“……그래. 너 들어라.”

그동안 멘트를 이어 가던 베키 타일러의 말이 끝났다.

-올해는 정말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는데, 그 후보들을 지금 만나볼까?

무대 양옆 멀티비전에 후보들이 흘러나왔다.

치렁치렁한 흑발을 흩날리며 노래를 쩌렁쩌렁하게 부르는 10대 스타의 영상이 나왔다.

[맨디 스파이스]

어린이와 10대들에게 굉장히 인기 있는 뮤지션이었다.

10대들의 사랑 이야기를 노래 주제로 하면서 공감대를 이끌었다고 하는데,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하나였다.

지금 우리 앞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까딱이는 뒷모습이 보인다.

[오션 파이브]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신인 보이그룹인데 꽃미남 소년들이 누나 최고! 하는 스타일의 그룹이다.

여기서 잭과 케일럽 브로디 형제가 엄청난 초통령이라고 들었다.

이쪽도 근처에서 ‘Yeah’ 하며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분위기가 미국판 틴스피릿이었다.

[헤일리 블루]

뮤비가 흘러나오는 동안 멀찍이 앞좌석에서 헤일리가 하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찌나 하품을 잘하는지 보고 있는 나도 하품이 나왔다.

그렇게 눈물이 촉촉하게 고일 때.

[뉴블랙!]

Nine의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면서 어린이들의 함성이 거의 폭탄 수준으로 폭발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그와아아아아아악!

질린 듯한 얼굴을 하거나 서로를 바라보며 ‘방금 들었어?’ 하고 눈을 휘둥그레 뜨던 스타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VCR이 끝나고 난 후의 카메라도 마찬가지였다.

하품을 참으려고 입가에 손을 올린 채, 눈을 촉촉하게 하고 있는 우리의 얼굴이 카메라에 담겼다.

“…….”

“…….”

이게 아닌데.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어린이들의 환호에 감격한 외국 스타’ 같은 사진 기사로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눈을 촉촉하게 하고 있는 우리 모습에 어린이 팬들이 흥분했다.

-그와아아아아아아!

-뉴블랙! 뉴블랙! 뉴블랙!

-으아아아아아!

내 가수 힘내라! 하며 뽀짝뽀짝 점프하는 어린이 팬들의 모습에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리혁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그냥 계속 우는 척해야지.’

그래서 이제는 아예 두 손을 입가에 올린 채 눈물을 고이게 만들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마음만 먹으면 눈물을 고이게 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나다.

“흑흑.”

“어흑흑.”

감격한 얼굴로 눈가를 스윽 훔치는 나의 모습에 주변 스타들이 작은 박수로 격려를 해 주었다.

멀찍이서 헤일리가 짜식들 하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때문이라고요. 헤일리.’

‘어쩌라고.’

그렇게 잠시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멘트를 하지 못하고 있던 베키 타일러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와. 정말 치열해 보였어. 과연 이 상을 누가 탈까?

어린이 수플레들이 뉴블랙! 을 외치면서 게일런 센터 내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수플레의 힘이다.’

괜스레 뿌듯해서 코를 슥 비비던 우리가 무대를 바라보았다.

베키 타일러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럼 오늘 수상자를 발표할게. 수상자는…….

베키 타일러가 미국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축하해. 뉴블랙!

동생들과 함께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귀염둥이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무대로 향했다.

활짝 웃는 얼굴의 베키 타일러가 우리에게 트로피를 건네주었다.

「축하해요.」

「고마워요.」

지호가 활짝 웃으며 트로피를 받아 들면서 우리도 시선을 다시금 카메라와 객석으로 돌렸다.

내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왔다.

-와…….

여기서 보니까 더 장관이었다.

낯선 외국 어린이들이 객석 모든 곳에서 뉴블랙! 뉴블랙! 하면서 우리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수상 소감을 전하기 위해 지호에게 트로피를 빌렸다.

-고마워요. 키즈 초이스!

확실히 국내에서 대상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전혀 긴장감이 들지 않고 편한 느낌이었다.

-처음에 키즈 초이스로부터 초청을 받았을 때, 저희 모두 이곳이 어떤 시상식인지 몰랐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한국에서 새로운 시상식이 생겼나 했죠.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이 시상식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린이 여러분이 그러하듯이 저희도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키즈 초이스 어워드를 검색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조사를 했죠.

살짝 멈추고.

-비행기에서 5분 정도 위키피디아를 봤습니다.

우리의 푸근한 미소에 어린이들이 꺄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위키피디아에서 그러길 어린이 여러분의 선택을 반영하기 위해 이 키즈 초이스란 어워드가 탄생했다고 들었어요. 어린이들의 손으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이에요.

그러고는 트로피를 들어 보였다.

-확실히 여러분의 선택이 변화를 만들었네요. 감사합니다.

꼬꼬마 수플레들의 함성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다음 순서 진행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일까.

무대 아래쪽에서 소감을 더 이어 가라고 사인을 주기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수상 소감을 더 이어 가 달라고 하네요. OK. 다음번에는 이 어워드에 못 올 수도 있으니 어린이 여러분에게 잠시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 어린이들의 모범인 저희의 조언입니다.

중현이가 마이크 쪽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야채는 많이 먹는 편이 좋습니다.

-우우우우우!

어린이들이 장난스러운 야유를 퍼부었다.

근데 왜 헤일리는 같이 우우우 하고 있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피자를 추천해요.

-꺄아아아아!

중현이의 말에 헤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고 있는 동안.

이번에는 지호가 입을 열었다.

-부모님이 뭐라고 말을 하면 대체로 따르는 편이 좋아요.

-우우우우우!

-그래야 저희 앨범을 살 수 있는 용돈을 받을 수 있죠.

-와아아아아아!

장내에 떠들썩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미국의 어린이들과 만담을 주고받으면서 수상소감을 마무리하고 있을 무렵.

진지하게 소감을 마무리 했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였다.

-앞으로 저희가 멋진 음…….

Music의 Mu를 꺼내고 있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시상대 근처에 있던 파이프.

그 파이프에서 물대포처럼 초록색 액체가 우리에게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얘들아!”

반사적으로 내 몸이 움직였다.

*   *   *

스탠드업 코미디처럼 유쾌한 수상소감을 이어 가던 5인조의 말이 끝날 무렵이었다.

뉴블랙 근처에 있던 세트장 파이프에서 초록색 액체가 폭발했다.

푸화아아아아악!

“……!”

몇몇 관객들이 화들짝 놀라는 가운데, 슬라임 대포가 뉴블랙을 향하는 장면에 꼬마 수플레들이 흥분했다.

‘어떡해! 어떡해!’

‘뉴블랙이 슬라임에 맞아 버렸어! 어떡해!’

‘허어어어! 슬라임에 맞다니…….’

최애에게 슬라임이 물대포처럼 쏘아지는 광경에 꼬마 수플레들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뉴블랙이 슬라임에 맞았어. 너무 좋아…….’

인기인들만 맞을 수 있는 극소수의 희귀한 기회 아니던가.

곧이어 초록색 액체에 덮인 최애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발을 동동 구를 때였다.

“어……?”

어린이들의 눈앞에 보인 것은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푸화아아악! 하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초록색으로 뒤덮인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의 덩어리.

‘뭐지?’

보통 이쯤 되면 스타들이 이이잉 하면서 얼굴에 묻은 슬라임을 털어 내고 그래야 하기 마련인데.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새로운 장면이었다.

등을 돌리고 있는 인물들이 보였다.

‘어?’

우주와 중현이 등을 돌린 채 멤버들을 감싸 안고 있었다. 그들의 등짝에 흥건히 묻어 있는 초록색 슬라임.

천적을 피해 숨은 펭귄 무리처럼 웅크리고 있던 뉴블랙 멤버들이 고개를 하나씩 들었다.

쏘옥!

쏘옥!

그러고는 관객들과 눈이 마주쳤다.

“…….”

“…….”

서로 머쓱해하는 떠들썩한 표정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동안, 뉴블랙의 리더가 마이크로 다가갔다.

멀끔한 앞모습.

머리에 묻은 슬라임을 살짝 떼어 내면서 리더가 웃어 보였다.

-짜잔.

뺨에 묻은 슬라임 한 방울이 스티커처럼 보일 만큼 근사한 미소였다.

-피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슬라임을 이런 식으로 회피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동시에 팀워크가 엄청나게 좋아 보인다는 느낌도 들었다. 슬라임을 막아 낸 리더를 향해 멤버들이 눈을 똘망똘망 빛내는 것도 그렇고.

그룹…보다 왠지 모르게 가족 같은 느낌을 풍기는 K팝 가수들이었다.

‘형제들이라도 되나?’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던 뉴블랙 멤버들 속에서 리더가 말했다.

-이렇게 멋진 일을 겪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로 저희 모두 인사를…….

그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우우우우웅.

뉴블랙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거대한 비행선의 격납고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찰랑거리며 쏟아지는 액체들.

푸화아아아악-!

의기양양하게 소감을 이어 가던 뉴블랙 멤버들의 위로 액체들이 촤르르륵 쏟아졌다.

-…….

말없이 초록인간이 된 5인조의 모습을 예상하며 어린이들이 행복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무렵.

‘어라?’

이번에도 불발이었다.

아니.

불발이라기보다는…….

‘저게 뭐지.’

가오나시처럼 수트 외투를 머리 위로 걸친 5인조와 관객들의 눈이 마주쳤다.

관객들이 먼저 웃음을 터뜨린 가운데.

쏘옥.

쏘옥.

다시금 정장 외투를 정상적으로 착용한 뉴블랙 멤버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다들 박수를 보냈다.

가수들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걸 피하네.’

‘나도 태권도 배워야 하나.’

‘K팝… 무서운 바닥이군.’

어린이들도 물개 박수를 치며 환호할 때.

정장 외투 부근을 제외하면 얼굴은 멀끔한 뉴블랙 멤버들이 머리를 슥슥 매만지며 웃었다.

완전히 초록색 외투로 변한 정장.

그 속에서 아름다운 미모의 리더가 한쪽 눈을 윙크하며 말했다.

-Well, 이게 정말 피할 수 있는 건지는 몰랐는데.

2017 키즈 초이스 어워드 최고의 명장면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게 되네요.

*   *   *

백스테이지.

뉴블랙 멤버들이 ‘Green is the new black’이라는 드립을 치며 내려오는 동안, 상황실에는 비명이 터졌다.

“젠장!”

“불발이라니!”

어워드 연출진이 분개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이걸 피하냐!’

‘한 번쯤 그냥 맞아 주지!’

꼭 슬라임을 맞아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피해도 된다.

-피해도 돼요?

매번 몇몇 연예인들이 하는 질문에 연출진은 언제나 미소를 지었다.

-네. 피해도 돼요. 얼마든지! 그것도 재미있으니까.

물론 ‘피하는 게 가능하다면’라는 말이 생략된 거였다.

다만 이런 슬라임을 피할 정도로 반사 신경이 뛰어난 이들은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쏘면 맞는 거지.

누가 총을 쏜다고 했을 때, 총알을 피하면 산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후우, 실패라니…….”

총괄 프로듀서가 안타까운 침음성을 흘렸다.

뉴블랙에게 슬라임을 뿌리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던 연출진이었다. 처음에야 그냥 뿌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자료 조사를 위해 미튜브에 뉴블랙 TV를 검색한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이거 보십시오. 이 친구들 물대포를 피하는데요?

-물대포를 어떻게 피해?

-이렇게요.

-진짜 피하네…….

그래서 이중으로 함정을 팠다.

한 번 쏴서 방심시킨 다음에 그것으로도 안 될 경우에 2차로 위에서 퍼붓도록.

그런데도 외투 정도만 흠뻑 젖을 뿐. 멀끔한 얼굴로 무대에서 반짝이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강적이다……!’

무대를 내려오기 전에 어워드 측을 향해 ‘다음번에는 더 센 걸 준비해 달라’며 도발적으로 말하는 모습에 부들부들했다.

“후우, 후우…….”

연출진이 슬라임 기관총 등을 검색하고 있을 때.

뉴블랙이 내려오고 나서 진행되는 다음 순서를 바라보던 프로듀서 중 하나가 물었다.

“그나저나 이 친구들 꽤 이슈될 거 같죠?”

“아니.”

총괄 프로듀서가 고개를 저었다.

“꽤가 아니라 엄청나게 이슈될걸.”

“하긴. 이게 처음이죠? 1979년 이후로 슬라임을… 저런 식으로 피해 버린 연예인 말이에요.”

“처음이지.”

그것도 재미있게 피했다.

안 그래도 SNS 상에서 파급력이 큰 외국 스타라고 그러던데, 오늘 어워드에서 만들어 낸 장면은 일반인들에게도 꽤 이슈가 될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쇼를 시청하고 있는 이들만 해도 300만쯤 되니까.

주 시청층인 어린이들을 포함해 어린이들의 부모님들까지.

그런 파급력을 계산하면 뉴블랙이란 이름이 이번에 아주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지.’

사실 현재 뉴블랙의 인지도는 농담으로도 높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팬들의 규모가 클 뿐, 실질적으로 다른 스타들에 비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몹시 낮은 수준이었다.

그들이 미국에서 활동한 적이 없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에 팬들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만큼 SNS 상에서는 화력이 대단했다.

-이번에 이 친구들한테 슬라임을 쏘는 건 어때요?

그랬기에 매년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SNS 화력이라도 잡아보자는 목적으로 슬라임 폭탄을 기획했다.

대충 맞기만 해도 좋았을 텐데.

이걸 조회수 대박을 터뜨릴 만한 클립으로 바꿔 준 이들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가수이면서 동시에 한국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하던데.’

왜 그런 명성이 생겼는지 절로 이해가 됐다.

총괄 프로듀서로서 몹시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가 생겼다는 거야.”

“스토리요?”

“저 친구들이 만약에 더 성공하게 된다면 말이지. 내년도에 또 키즈 초이스에 오면 스토리가 되지 않겠어? 키즈 초이스 vs 뉴블랙, 이런 관계도로 말이야.”

“아.”

슬라임을 피한 가수와 맞히려는 제작진 사이의 기싸움 같은 식으로 화제를 끌어 낼 수도 있고.

장사하기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물론.

모든 이야기는 저 그룹이 더 인기를 끌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성립하는 것이지만…….

“오늘 처음 봤는데… 확실히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네요.”

“한국에서 국가의 보물(national treasure)급 위치라고 하던데요.”

누군가의 말에 다들 납득했다.

어린이들을 조련하는 모습도 그렇고, 무언가 자꾸만 시선을 끌고 반짝반짝하는 것이 스타성이 있었다.

어쩌면 이미 자국에서 최고의 스타라서 그런 걸지도.

“어쨌든…….”

총괄 프로듀서가 미소를 지었다.

“두고 보자. 뉴블랙…….”

“으흐흐흐…….”

의상을 멀끔히 갈아입은 채, 좌석에 앉아 트로피를 들여다보는 뉴블랙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연출자들이었다.

그렇게 2017 키즈 초이스의 어워드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끝을 맺을 때.

온라인 반응을 확인하던 주최 측에게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어라……?”

“이거 반응이 왜 이러죠? 어어?”

“왜 이렇게 살벌하지?”

주최 측이 당황했다.

‘뭐, 뭐야.’

뉴블랙의 고향인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일반 시민들이 분노한 얼굴로 달려오는 중이었다.

‘이 새끼들아아아!’

‘네?’

‘이 새끼들이 감히 우리 애들한테 슬라임을…!’

‘아니… 왜 그러시는데요!’

짱돌처럼 댓글을 던져대는 한국 시민들.

주최 측으로서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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