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0)화 (61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0화

키즈 초이스 어워드가 끝난 후.

얼마 안 가 한국에도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뉴블랙, 美 키즈 초이스 어워드 ‘글로벌 뮤직 스타상’ 수상.. “K팝 가수 최초”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환호’.. 외신들도 깜짝 놀란 뉴블랙의 어린이 인기?

-“함성부터 달랐다” 현지에서 전하는 2017 키즈 초이스 어워드 분위기.. 미 언론 “뉴블랙이 대체 누구?”

뉴블랙이 미국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한국 사람들은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뭐야. 진짜 상을 탔네?’

처음에는 그저 그런 미국의 어린이 시상식인 줄 알고 있었는데.

뉴블랙 근처에 앉아 있는 셀럽들이 죄다 아는 얼굴들이었다. 히어로 영화의 주연부터 시작해서 인기 가수들까지.

게다가 그냥 상만 타고 온 게 아니었다.

[지금 현지 어린이들 사이에서 반응 터지는 뉴블랙.twt]

(영상이 첨부된 미국 팬의 트윗)

화면에 잡힐 때마다 어린이들이 비명 지르는 중

-???

-뭐야ㅋㅋㅋㅋㅋ 왜 어린이들이 저러고 있어

-님들이 왜..? 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ㅋㅋㅋㅋㅋ

-이건 좀 당황스럽다ㅋㅋㅋㅋ

-뉴블랙네 대머리 사장이 입구에서 사탕 나눠 주면서 부탁해도 저 정도 함성은 안 나왔을듯

-옆에 외국 스타들이 신기해하는 거 개웃김ㅋㅋㅋㅋㅋ 왜그런지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우리도 모름..

-분위기만 보면 미국 초통령인데

화면에 잡힐 때마다 어린이들이 기절할 것처럼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동시에 레드카펫 행사에서 있었던 장면들도 다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소식을 늦게 접한 일반인들에게는 신기하기 짝이 없는 장면들이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뉴블랙을 쫓아가는 초등학생 인파도 그렇고.

전설의 헬평 휴게소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것도 가까운 나라들이 아닌 아주 먼 나라에서.

‘잘 됐네.’

그것이 대다수 일반인들의 반응이었다.

팬은 아니지만 호감 가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국민 아이돌.

해외에서도 만만찮은 인기를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은하게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그 순간.

-[포토] ‘이크! 슬라임에 맞았어요!’.. 슬라임에 맞은 뉴블랙

포토 뉴스들이 떴다.

뉴블랙이 외투를 든 채 몸을 웅크리고 있고, 그 위로 초록색 슬라임이 쏟아지는 사진이었다.

그 너머로 연예인들이 박수를 치며 깔깔대고 있고.

‘어……?’

소싯적에 하이틴 영화를 좀 봤던 한국인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파티에 초청한 주인공을 물먹이기 위해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악역들이 떠오르는 듯한 장면.

뉴블랙이 으허엉 하고 쏟아지는 슬라임을 맞고 있고, 미국인들이 그걸 즐기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저게 뭐 하는 짓거리지?’

팬들이야 미리 슬라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서 ‘아, 유명인들한테만 해 준다는 귀한 것이구나’ 하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이 그런 걸 알고 있을 리 없었다.

-이 새끼들이 진짜

-지금 어워드 수상소감 말하는 도중에 저런 물감 쏟은 거임??? 도르신??

-진짜 조져 버릴라 개썩은 어워드

-미친새기들

-현장에서 다들 처웃고 있네

-예로부터 미국놈들은 믿지 말라고 하였읍니다. 속이 시커먼 양인들이 이 나라에 함포를 가지고 와..

-신미양요때부터 알아봤다ㄹㅇ

흥선대원군이 부활해서 위정척사비를 세울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어워드 측에서는 한정된 슬라임 TO에 나름 해외의 가수를 배려한 기획이었지만 아무 설명 없이 본다면 정말이지 분개할 만한 일이었다.

일본 방송에서 뉴블랙에 대해 자극적인 방송을 할 때도 적당히 욕을 퍼붓던 일반인들의 뚜껑이 그야말로 팡! 터졌다.

‘딱 기다려! 이 새끼들아!’

분개한 수백만 한국인들이 달려가려고 할 때였다.

마치 쇠스랑이나 농기구를 들고 봉기한 농민들처럼 흉흉하게 달려가던 이들의 앞길을 빵들이 막아 세웠다.

‘잠깐만. 우리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뭘 들어!’

‘자, 잠시만요!’

수플레들이 다급하게 시민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분개한 이들 앞에 선 수플레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이거 잘못하면 난리난다.’

‘막아야지.’

키즈 초이스를 터뜨릴 각오로 가고 있는 일반인들의 앞에 수플레들이 띄운 글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5년간 슬라임 맞은 셀럽들 리스트]

뉴블랙과 마찬가지로 슬라임을 맞은 셀럽들의 사진이 나오고 있었다.

완전한 초록색 인간이 되어 버린 유명 셀럽들.

오스카상을 수상한 남자 배우도 있고, 현지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10대 스타도 있고,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가수까지.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까지 있었다.

‘얼레?’

분노해서 당장이라도 어워드를 터뜨릴 것 같았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진짜 아무나 맞는 게 아니었네.’

사람들이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었다.

-오해해서 미안ㅎㅎ..

-이게 바로 고딩때 사회문화에서 배운 문화상대주의구나.. 저기선 호의인데 여기선 악의로 본 거였어

-영국에서는 브이가 욕이라며

-아 이거 유럽 놈들이 우유를 선물로 줬는데 원주민들이 배탈나서 독줬다고 오해한 그 에피소드구나

-머쓱;;

-오해해서 뭔가 미안하다.. 뭐 근데 평소에 잘했어야지

-방귀가 잦으면 변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금이었구나

-ㅋㅋㅋㅋㅋㅋ나름자기들딴에는 최상의 호의를 베푼건데 한국인들이 단체로 빡쳐 있음ㅋㅋㅋㅋ

-어워드측: (어리둥절)

모두가 머쓱하게 ‘ㅎㅎ’를 치면서 먼 곳을 바라보는 한편.

하마터면 개미위키에 ‘뉴블랙 슬라임 한국인 분노 사건’ 등으로 올라갈 뻔한 사건이 해프닝으로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해프닝을 겪으면서 대중들이 무언가를 깨달았다.

‘나 뉴블랙 좋아하고 있었나…?’

평소에는 그저 호감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그냥 노래를 듣고 예능에 나오면 오 하고 좋아하는 정도.

그런데 막상 뉴블랙을 누군가 해외에서 건드렸다고 생각하니 삽시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었다.

-이래서 국민아이돌이라고 하나

-누구나 마음속에 뉴블랙 하나쯤은 품고 있는 거자나

-동생 같음ㅋㅋㅋ 평소에는 어이구ㅉㅉ 하는데 누가 건드린다? 그날로 온가족이 레이드 뛰는 거임

-ㄹㅇ 처음 보고 든 생각이 처돌았나?? 이거였음

-언제 이렇게 스며들어 있었지

-커피 머그잔 밑에 놓아둔 휴지 같은 느낌이야.. 어디서 샌 게 없는데 축축하게 적셔져 있어

-나 매번 기자들이 국민아이돌 할 때마다 무슨 국민ㅋㅋㅋ 이랬는데 이번에 좀 실감함

그간 뉴블랙이 예능이나 미튜브 등으로 쌓아 올린 이미지가 이제는 견고하게 변해 있었다.

누군가 그 탑을 흔들려고 하거나 낙서를 하거나 오물을 뿌리려고 하는 순간 국민들이 달려와서 내쫓는.

‘국민 아이돌’이란 키워드가 무슨 뜻인지 피부로 확 와닿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실시간 검색어를 ‘뉴블랙’, ‘키즈 초이스 슬라임’ 등이 장식하는 가운데.

‘어디 보자.’

후끈 달아올랐던 한국인들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현지에서는 반응이 어떻지?’

*   *   *

같은 시각.

키즈 초이스 어워드의 주최 측이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대박이다!’

올해 17년 어워드의 시청률 때문이었다.

“우리 16년도 시청률이 얼마였지?”

“330만이었나? 그랬을걸. 15년도가 360만인가 그랬고. 이번에 진짜로 펑 하고 터진 거지.”

“진짜 잭팟이네.”

OTT 서비스 등이 범람하고 미튜브의 다양한 컨텐츠가 등장하면서 시청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었다.

13년도의 1200만 이후로 쭉쭉 떨어져 올해 시상식의 경우만 해도 300만 정도를 예상 수치로 잡았다.

그런데 웬걸.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한층 벗어나 있었다.

[4.033 million]

403만 3천 명.

13년도의 1200만, 14년도의 500만 이후로 최근 3개년 최고치였다.

한창 잘나갔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긴 했지만, 하락세 대신에 상승세 모멘텀이 왔다는 게 중요했다.

어워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시청률이었으니까.

시상식은 그 자체에서 권위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대중들이 그 시상식을 많이 보기에 대중들이 인정해 주었다는 데서 권위가 나온다. 실질적으로 어워드간의 파워 게임에서 시청률도 중요한 요소기도 하고.

그랬기에 매번 방송이 끝나면 시청률에 대한 피드백이 나오기 마련이다.

‘과연 무엇 때문에 시청률이 오르고 내렸는가?’

그리고 이번 키즈 초이스 어워드의 주최 측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뉴블랙이 시청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방송 직후에 트위터의 트렌드를 이 친구들이 점령했어요. 다른 SNS 반응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 전 세계에서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인도, 영국, 일본, 중국까지.”

“중국에서도 보나?”

“비공식적이지만 인터넷으로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이었답니다.”

“스케일이 대단하구만…….”

오프라인도 시끌벅적하긴 했지만 온라인상에서 그야말로 미친 듯한 화력을 보여 주는 뉴블랙이었다.

하기야 글로벌 뮤직 스타상 부문에서도 2위인 맨디 스파이스보다 30배나 되는 표를 받았으니까.

작년 말 이후로 급격히 커졌던 뉴블랙의 팬덤이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 나온 거지?”

“숨어 있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이번에 어린이들이 투표를 하면서 불려나온 것 같고.”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가수였지만, 14년도 이후로 미튜브에서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 온 뉴블랙이었다.

16년도 초에는 World 채널을 선보이며 세계 여러 나라를 공략 시도했고.

그러던 중에 Blue Moon의 흥행으로 어린이들이 대거 유입된 모양이었다.

“제 생각에는 이 친구들이 차기 보이밴드의 자리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같은 생각이에요.”

미국의 가요계는 포지션 방식으로 돌아간다.

남성 댄스 가수는 누구, 흑인 여성 래퍼는 누구, 중년 컨트리 가수하면 누구. 이런 식으로 승자 한 명이 포지션을 차지하는 구조였다.

예컨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포지션의 경우에는 헤일리 블루가 꽉 잡고 장기 집권하는 구조.

그중에서 보이밴드의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뉴블랙이 뙇 하고 등장했다.

“한번 같이 할 프로젝트 같은 게 있으면 추천해 봐. 우리가 일단 진출 경로를 만들어 준 거니까.”

“예.”

“빨리빨리 움직여야 돼. 하이에나 떼들이 움직일 테니까.”

어워드 주최 측을 비롯해 각종 방송국과 기업들이 달러를 흔들며 구애의 춤을 추기 시작할 때.

미튜브에서 급격히 조회수가 올라가는 영상이 있었다.

[“It’s Slime-tastic!” The New Black Slimed!]

슬라임과 환상적(fantastic)이 조합된 단어가 들어간 영상이었다.

추천 영상의 썸네일에 시선이 집중됐다.

‘뭐지?’

조회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 있고, 댓글도 만만치 않게 와글와글했다. 마치 이걸 봐야 트렌드에 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영상 속에서 꽃미남 5인조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그러더니.

[푸화아아아아악!]

슬라임 대포가 쏘아지면서 근처에 있던 시상자 베키 타일러가 화들짝 놀라서 어깨를 움츠리는 동안.

뉴블랙의 멤버 두 명이 등을 돌려서 멤버들을 감쌌다.

마치 위험한 것으로부터 동료를 보호하듯이.

‘호오.’

피했다면서 의기양양해하던 그 순간.

이번에는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던 비행선의 격납고가 열렸다. 거기에서 마구 쏟아지는 슬라임.

‘엇!’

저건 못 피한다는 생각이 들 때.

‘엥.’

……저걸 피하네.

엄밀히 말하자면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거북이처럼 수트 외투를 들어 올려 후드처럼 쓴 덕에 상의만 흠뻑 젖어 있었다.

멀끔한 하얀 얼굴들.

그 속에서 리더가 재기발랄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되네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웃는데, 슬라임이 눈가 아래에 살짝 묻어 있는 것까지 완벽하다.

마치 화보를 찍기 위해 일부러 물감 얼룩을 묻힌 것처럼.

곧바로 영상이 끝났지만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10초 전으로 영상을 돌렸다.

[이게 되네요.]

왠지 모르게 자꾸만 보게 되는 표정이었다.

절세의 미모는 만국 공통.

그렇게 서너 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야 댓글창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04:37 몇 번을 봐도 이 장면은 레전드다. Well 할 때 눈가의 움직임과 환히 웃을 때의 입매까지

-어린이들 이 좋은 걸 자기들만 보고 살았구나

-14년도에 뉴블랙을 처음 발견했을 때, 진짜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던 사람이야. 이미 큰 가수가 되어 있지만 정말 앞으로 더 큰 가수가 될 사람들이라고 생각함

-뉴블랙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유명할 만한 듯

-재미있는 정보: 뉴블랙은 이미 세계에서 유명한 K팝 싱어고, 미국인들은 이제 알게 된 거임

-나 호주 일반인인데 뉴블랙 안다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얘네가 인기인 건가. 스파이시들이 사라져서 행복하다

스파이시(Spicy).

10대들에게 인기 폭발인 솔로 가수 맨디 스파이스의 팬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극성으로 유명한 팬들.

지금 나타난 수플레(?)라고 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극성인 것 같았지만, 그간 스파이시들의 횡포에 질렸던 이들에겐 즐거운 일이었다.

동시에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투표에서 맨디 스파이스를 이기다니.’

당사자는 SNS로 쿨하게 ‘뉴블랙의 수상을 축하한다’며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인증샷을 올렸지만 그 팬들은 충격에 빠져 있는 분위기였다.

물론 일반인들에겐 가십거리 중 하나였다.

“뉴블랙이라고 이번에 봤어? 키즈 초이스에서 슬라임 두 번 연속으로 피한 애들 말이야.”

“맞아. 그거 봄. 신기하게 피하던데.”

“소셜 네트워크에서 엄청 시끌시끌하더라. 맨디 스파이스 팬들 저리가라 할 만큼 장난 아니더만.”

“투표에서 이긴 것부터가 신기하다.”

그렇게 슬라임을 두 번 피한 영상, 어린이들이 뉴블랙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환호하는 영상 등이 퍼지는 한편.

메이저한 어워드에서 소란이 있었던 만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뉴블랙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퍼지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북미 프로모션 중에서 가장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뉴블랙이란 애들…….”

“…뉴블랙이…….”

“슬라임을 무슨 닌자처럼…….”

한편, 이렇게 입소문이 퍼지는 현상의 원인은 바로 뉴블랙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이었다.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는 어린이들.

꼬마 수플레들이 뉴블랙을 지저귈 때마다 여기저기서 관심을 드러냈다.

“어머. 이거 누구 그린 거니?”

“염소예요. 선생님.”

“염소 이름이 뉴블랙이구나?”

“으음, 설명하기 좀 복잡해요.”

어린이집 선생님과 초등학교 선생님, 교직원들에게 뉴블랙이란 이름이 알려지고.

어린이들의 가십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퍼지면서.

“뉴블랙?”

학부모들에게도 알려지게 되고.

또 그들이 일하는 직장에서도 알려지면서 연쇄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애가 요새 뉴블랙이란 K팝 가수한테 홀딱 빠졌지 뭐야. 영상 봤어요? 이번에 키즈 초이스에 나왔더라고요.”

“그래요?”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잖아. CD 사 달라고 난리야.”

어린이들의 힘으로 대중들에게 퍼져 나가는 뉴블랙의 이름.

그리고.

그 속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인기라는 뉴블랙의 영상을 하나씩 보면서 빠져드는 어른들도 있었다.

“호오오…….”

비밀리에 뉴블랙을 보면서 오오오 하고 있는 어른들.

어디 가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K팝 가수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점점 스며들고 있는 어른이 팬들이었다.

‘하필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에는 단점도 존재했다.

어디 가서 나 얘네 좋다고 말할 수 없는 법.

특히나 남자라면 어디서 놀림감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런 까닭에 음지에서 영상을 보면서 웃을 뿐이었다.

“우와아아… 우와…….”

뒤늦게 수많은 입덕 컨텐츠의 바다에 뛰어든 머글들이 정신을 못 차리며 빨려 들어가고 있을 무렵.

이 모든 소란을 만들어 낸 장본인들은 현재 LA에서 새로운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   *   *

키즈 초이스 어워드가 끝나고 우리 대기실이 진짜 복작거렸다.

레드카펫 때만 해도 몇몇이 다가와서 인사하는 정도였는데, 어워드가 끝나고 나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모르는 미국인들이 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안녕!」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 비결 있으면 좀 알려 줘. 나도 좀 인기 끌어 보게. 핫하하!」

「사진 한 장 같이 찍는 거 어때? 릭! 여기 카메라 좀 가져와!」

스탭들을 대동한 스타들이 찾아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분위기였다.

연예계가 다이나믹한 건 여기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갑자기 친근한 척 다가와서 사진을 찍는데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우리랑 십년지기 친구라도 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시간 되면 자기 파티에 놀러 오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존나 축하한다. 이 자식들!」

격하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하는 파란 머리의 스타도 있었다.

「너희가 이 상을 탈 줄 알았지. 역시 내 안목은 대단해.」

「고마워요.」

「애프터 파티에는 갈 거야?」

「아뇨. 지금 앨범 작업하는 중이라서 일해야 돼요.」

「재미없는 놈들.」

헤일리가 씩 웃으며 우리를 가볍게 포옹해 주었다.

「하지만 그래서 너희를 좋아해.」

앨범 작업 중이라 여러모로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궁금하긴 한데, 아무래도 외국인들이랑 막 어울리고 그러는 파티가 성격에 좀 안 맞아서.

언젠가 시간이 되면 이런 행사에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사실 흥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나 믿어요.”

리혁이가 훈훈하게 웃으며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이 나라 파티에 참석해 봐서 아는데, 에이플비의 은성 씨가 내성적으로 보이는 나라예요.”

“…….”

“우린 못 견뎌요. 이거…….”

쫄보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그렇게 어워드 참석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스케줄이 생기면서 체류 일정이 길어졌다.

“어린이 잡지 화보를 찍는다고요?”

바로 어린이들과 10대 사이에서 인기 최고라는 매거진에서 화보와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좋긴 한데 어린이 잡지라니…….”

“20대가 그런 데 나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조금 뭔가 애기들 놀이터에서 노는데 끼어드는 어른 같고.”

“그러니까요. 우리 어른인데.”

멋쩍은 기분을 느끼며 동생들과 함께 어제 받은 키즈 초이스 어워드의 트로피를 들었다.

주황색 비행선 모양 트로피.

망원경처럼 구멍이 하나 있는데, 여길 보면 알록달록한 것이 나오는 만화경이었다.

막내가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형들! 이거 봐봐요. 진짜로 이 안에 그림이 알록달록하게 움직여요.”

“역시 미국이다. 실용적인 트로피…….”

“나도 볼래. 나도!”

내 곁에서 찐빵처럼 얼굴을 맞대고 달려드는 비주, 중현이, 리혁이 등을 보며 미소 지었다.

어쩌면…….

어린이 수준에 딱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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