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9)화 (61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19화

56장. Hello, WOrLD

같은 시각.

한강에서 야경을 구경하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상한 풍경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기 봐봐.”

“응?”

“저기 거대한 사람 얼굴이 떠올라 있어.”

“어디?”

누군가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관광객들의 시선이 이동했다.

강변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곳곳에 거대한 스크린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대형스크린에 떠오른 것은 바로…….

-후후후후후후후!

굉장히 근엄하게 웃고 있는 미청년 5인조였다.

그들이 등장하자마자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꺄아아아아아악!”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들짝 놀라서 어깨를 움츠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돗자리를 깐 커플들이나 빛나는 방망이를 든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영상을 보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 전부 다 이걸 보고 있는데?”

“슬슬 좀 무서워지는데…. 누가 가서 좀 물어봐봐. 지금 대체 무슨 행사를 하는 건지.”

곧이어 용기를 낸 누군가가 한국인 커플에게 다가가 뭐라고 대화를 하고 왔다.

“National Idol이 연설을 하는 중이래.”

“온 국민의 우상…?”

국민들이 우상으로 섬기는 누군가가 연설을 하는 모양이었다.

한국은 민주주의라고 들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아무리 봐도 빅브라더인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네임드 독재자의 이름이 떠오르는 외국 관광객들이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금세 사라졌다.

사람들의 열기가 적응이 안 되었을 뿐, 영상 속에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귀엽게 보였으니까.

한국어는 몰랐지만 무언가 숨길 수 없는 하찮음이 느껴졌다.

그저 사람을 홀리게 생긴 미남의 미모만 독특할 뿐.

외국인 관광객들이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 미남들의 사진을 찍는 한편.

“어……?”

그중 하나가 5인조를 알아봤다.

“걔네 같은데? 그 얼마 전에 슬라임 피해서 난리 난 영상 있잖아. 그… 그! K팝 닌자!”

“아!”

“아, 그러고 보니 그 얼굴들이네…!”

키즈 초이스에서 어마어마한 인파를 끌고 다녔던 것으로 이름이 알려진 K팝 가수가 바로 저들이었다.

이름이 더 뉴블랙이었던가.

미국에서 이름이 막 알려지는 중인 것과 다르게 본국에서는 어마어마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게 분명했다.

아니.

모두가 따뜻한 눈으로 5인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면 인지도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누가 가서 다시 한번 물어봐봐. 진짜 뭐 하는 행사인지.”

“다녀온다.”

곧바로 그들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팬을 위한 행사래.”

“팬?”

“팬덤이 탄생한 지 1000일이 되었다고 그거 축하하는 행사라던데. 건너편에서 하는 게 그 페스티벌이래.”

“와. 페스티벌까지 열 정도면 대체 얼마나 인기가 있는 거야?”

그들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거대한 3단 웨딩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후 불던 뉴블랙 멤버들과 시민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는 느낌.

NASA의 우주선 발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인들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어……?”

바로 그때.

카운트다운이 끝나면서 피유우우웅-! 하고 하늘로 쏘아진 것이 파아앙! 터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불꽃이 허공을 수놓고 있었다.

“Wow…….”

특히나 그중에서 거대한 빵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양의 불꽃에 외국인들이 눈을 깜빡였다.

한국인들이 그 빵을 보면서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왜… 왜 우는 거지?’

‘빵이 왜 나오는 거지? 아일랜드 감자 기근처럼 저 빵이 어려운 시절의 상징…?’

‘한강의 기적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피유우우우우웅!

파아앙!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세상에.’

불꽃들 속에서 가운데 특별하게 새겨진 빵 모양의 불꽃을 보는 순간 수플레들의 마음이 울컥했다.

웃는 빵에게서 뉴블랙의 마음이 느껴졌다.

“진짜 대박이다….”

눈가가 촉촉하다.

오프라인에서 보고 있는 팬이든 온라인에서 보고 있는 팬이든 간에 모두가 묘한 감동을 느꼈다.

‘이것까진 예상 못했는데.’

4차 수플레 위크가 다가오면서 이번에는 무언가 큰 것이 올 거라고 예감하긴 했다.

시작일이 수플레 탄생 1000일이었으니까.

그래서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팬들을 위해서 진짜로 불꽃을 터뜨려 줄 줄은 몰랐다.

‘고마워. 얘들아.’

세상에 어떤 가수가 팬들 1000일 축하한다고 한강에서 성대하게 불꽃을 터뜨릴까.

심장이 콩닥거렸다.

묘하게 오늘의 불꽃놀이를 보면서 2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대개의 아이돌 덕질은 최애가 국내 탑에 오르면서부터 정체되는 면이 있다. 더 이상 성장할 곳이 없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면서 수비하는 그런 느낌에 더 가까운 편인데.

뉴블랙은 국내 탑에 오른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해 나가는 중이었다.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아.’

1000일 기념해서 우리 앞으로도 함께 달려요! 하는 느낌의 불꽃놀이가 가슴에 와 닿고 있었다.

동시에 그간 우리 열심히 달렸지? 하며 웃어 주는 느낌도 들고.

저마다 불꽃놀이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기야. 저기 봐.”

“와… 우리 오늘 꼭 기억하자. 오늘 우리 밍깅이랑 내가 불꽃놀이 본 날~”

“울 자기 따랑해~”

“나듀.”

……너네는 의미 부여하지 말라고.

달봉이를 움켜쥔 손에 잠시 힘을 꾹 주었던 수플레가 눈을 감고 마음 수양에 들어갔다.

‘머글과 함께… 머글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팬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구호였다.

국민 아이돌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머글들과 덕질 라이프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아이돌판에서 안티들이 날뛰기 쉬운 이유가 일반인들이 해당 가수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때문인데, 뉴블랙은 대중들 때문에 그런 안티들이 설칠 공간이 부족했으니까.

그리고 이런 불꽃놀이를 할 수 있는 것도 대중들 덕분이었다.

‘다른 가수면 좀… 어려웠지.’

뉴블랙이니까 이렇게 한강변 같은 대중적인 공간에서 성대한 불꽃놀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거였다.

“좋네요. 진짜.”

“대박이지 않아요? 세상에 누가 팬들 위한다고 불꽃놀이를 열어.”

“크으.”

수플레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호호치킨 순살을 콕콕 집어먹으며 불꽃을 구경했다.

벚나무 아래서 구경하는 불꽃놀이.

참으로 운치가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절로 합창이 나왔다.

저길 봐 우리의 불꽃이야 (Firework)

밤하늘을 수놓는 우리의 모습을

역주행으로 2016년 최고 인기곡 중 하나로 등극한 불꽃놀이가 한강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노래에 화음을 더하고.

일반인들도 손뼉을 치며 불꽃놀이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한강변에 몽글몽글한 공기가 감돌았다.

‘너무 좋다.’

머글들과 수플레들이 합창을 하며 다 같이 칭구칭긔를 하고 있을 때였다.

너무도 아름다운 분위기이긴 한데…….

“으으음?”

하늘에서 불꽃이 계속 터지고 있었다.

“불꽃이 왜…….”

“계속 나오네요?”

“왜 안 멈추지?”

이쯤 되면 멈추겠다 싶어서 하늘을 구경하고 있는데, 불꽃이 멈추지가 않고 있었다.

마치 적당히를 모르는 그들의 최애 같았다.

불꽃이 계속해서 피어오른다.

-나 불꽃 등장!

-어어. 왔구나.

-불꽃!

-왔구나…….

-불꽃! 불꽃! 불꼬오오오옻!

-그, 그만 와도 되는데.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적당히란 게 없는 불꽃놀이를 질린 듯이 바라보던 팬들 중 하나가 말했다.

“문득 떠오른 게 있는데 유머글 중에 그거 있잖아요. 대학 불꽃놀이 보면서 저기 여러분의 등록금이 터지고 있습니다! 하는 거.”

“흐하하하하하!”

“그거 우리 얘기였나 봐요.”

“…….”

웃지 마요. 우리 얘기야….

어디선가 그런 메아리가 들리는 느낌에 수플레들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불꽃놀이 너머로 보이는 둥근 달에서 규호가 돈방석에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고 보니 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번 거지?’

뉴블랙만으로 전체 기획사 매출 랭킹 2위가 된 레몬 아니던가.

고척돔 무료 쇼케이스와 지금의 무료 불꽃놀이.

처음에는 압도적인 스케일에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무료가 아니고 선불로 낸 유료였다.

“…….”

“…….”

수플레들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 개사한 가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길 봐 우리의 불꽃이야 (money money)

밤하늘을 수놓는 우리의 통장을

떠들썩한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 수플레들이 합창을 했다.

온라인상으로 ‘여러분의 돈이 터지고 있습니다.metube’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게 된 이유였다.

*   *   *

불꽃을 쏘아 올린 1000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플레 위크의 막이 올랐다.

-‘저길 봐 우리의 불꽃이야’.. 한강 수놓은 불꽃놀이 “진짜 불꽃놀이네”

-뉴블랙, 팬 대상 수플레 위크 시작 알렸다.. 기간은 ‘오늘부터 일주일간’

-[Oh!초점] 뉴블랙의 역대급 팬 서비스.. ‘불꽃놀이가 끝이 아니다’

팬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였지만 아무래도 진짜 불꽃을 쏘아 올려서 그런지 미디어의 관심이 컸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형들! 형들!”

막내가 인터넷을 보다가 빵 터졌다.

“34번가 인기 검색어가 수플레 위크라는데요.”

“응……?”

“수플레 위크에 막 뉴블랙 프라이데이 연다고 그런 말 있었잖아요. 그거 보고 다들 혜택 없나 검색했나 봐요.”

“흐하하하하!”

할인을 향한 대중들의 열정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근처에서 신입 매니저들도 ‘할인이라니’ 하면서 말도 안 된다고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더 늦게 검색하시지.”

“……예?”

수첩으로 우리의 개그코드를 메모하고 있던 매니저 종완 씨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조금만 더 늦게라니요?”

“아. 진짜로 할인행사 하거든요. 저희가 저기 사이트 모회사 홍보 모델이잖아요. KG 텔레콤.”

“엇.”

“저희가 도망치는 동안 중현이가 추격하면서 4G 빠르다~ 광고하는 그거 아시죠?”

“예.”

“그래서 이번에 몇몇 품목 할인 들어간다던데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매니저들에게 자초지종을 말해 주었다.

굉장히 원숙한 얼굴로 웃고 있던 원석이 형이 미소를 지으며 신규 매니저들을 격려해 주었다.

“봐. 우리 애들이야.”

“예에…….”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신규 매니저들에게 우리가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흐킼갹!”

웃음소리는 좀 고쳐야겠다.

어쨌거나.

국내 최대의 팬덤 수플레와 미튜브 팬덤 짭플레, 그리고 우리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일반인 ‘호일’들까지.

우리와 관련된 사람들의 숫자가 많은 덕분인지 정말 여기저기서 축전이 왔다.

관련 이벤트도 많고.

“이러다 나중에 진짜 수플레 위크가 빼빼로 데이처럼 될지도 몰라요.”

“가능.”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게 현실로 하나씩 이뤄지는 거 같아요.”

뿌듯해하는 비주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첫날의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우리의 타이틀곡을 컨셉으로 한 컨텐츠들을 이어 갔다.

“오늘은 낙화의 날. 그를 맞이하여 조선시대 누불액 백일장이올시다.”

“‘숟불애’로 3행시를 가장 멋지게 짓는 자가 장원급제요. 먼저 왕 선비께서 한 수 지어 보시구려.”

“숟사슴이.”

“끌고 나가라.”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ㄷ과 ㅅ도 구분을 못하는 사문난적을 처치하기도 하고.

국악 연주자들과 만나 그간의 타이틀곡을 국악 버전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타이틀곡 컨셉들에 맞춰 수플레 위크들을 진행했는데, 몇 가지 진행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가면무도회가 되게 아쉽네요.”

중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멋있었을 텐데.”

“근데 경찰에서 안 된다고 했잖아요. 뭐, 솔직히 이유가 납득이 가기도 하고.”

Masquerade 날에는 수플레들도 함께 가면무도회 컨셉의 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면 반박으로 모든 걸 망치는 누군가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저기 님들아.

-넹.

-가면무도회 연다는 취지는 뭐 나쁘지 않은데요.

-넹.

-우리 모이는 규모 생각하면 완전 그거 될걸요. 브이 포 벤데타.

우리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몇십 명 정도 모여야 놀이라고 하지… 우리 팬들 규모로 모이면 프랑스 대혁명이 되어 버리니까.

솔직히 약간의 사고라도 발생하는 순간 책임 소재 문제도 있고.

사실 한강 불꽃놀이를 하면서도 혹시 오프라인에서 사고는 없을까 엄청 우려하던 우리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소소한 사건들을 빼면 수플레 위크는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특히나 이번에는 수플레들의 도움도 컸다.

-뉴블랙 팬덤 ‘수플레’ 1000일, “국내 기관 곳곳에 도움의 손길 쏟아졌다”

-뉴블랙 팬들, 기부 릴레이 참여.. “나의 빵을 남에게”

-‘뉴블랙+수플레=선한 영향력’, 소소한 물길이 큰 강을 만들어 낸다

이번에 수플레들도 여기저기 기부를 하면서 더욱더 좋은 쪽으로 수플레 위크가 기억이 되는 것 같다.

한 마음 한 뜻이라고 할까.

대중들에게도 많이 오픈된 팬 이벤트를 하는 만큼, 이미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았다.

“기부는 그냥 우리만 해도 되는데…….”

팬들의 도움 덕분에 더욱 행사가 흥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플레 위크를 진행하는 한편, 곧 다가올 콘서트와 월드 투어 준비도 잊지 않았다.

석환 형이 다시 한번 공지를 했다.

“이번 콘서트랑 월드 투어에는 다큐 팀이 투입되는 거 알지?”

“응.”

“촬영도 중요하지만 너희 컨디션이 제일 중요하니까, 촬영 중간중간 우리한테 신호를 줘. 그럼 적당히 끊을 테니까.”

이번에는 첫 다큐멘터리를 찍을 예정이었다.

흔히 가수들이 찍는 그런 투어 영화다.

처음에 ‘전 음악이 좋았어요~’ 하는 대사와 함께 화려한 무대 위에 서 있는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다음 순간에 어두운 백스테이지에서 한숨을 내쉬며 현대인의 지친 얼굴이 나오는 그런 거.

“유건 감독님도 오랜만에 보네.”

우리 다큐를 찍기로 한 감독님은 과거 ‘마법학교’ 교복 CF를 찍었던 바로 그 감독님이었다.

독립 영화 쪽에서 영상미로 유명하고.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가 우리와 연이 닿았다고 했다.

석환 형이 미소를 지었다.

“경쟁이 엄청 치열했지.”

“와. 감독님 요즘 인기 많아지셨구나.”

“아니, 너희 투어 다큐 지원자들끼리.”

“……?”

“감독님들이 우리 TF팀한테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그랬어. 자기들 커리어에 큰 기회라고.”

여러모로 달라진 상황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콘서트와 투어 다큐 등에 대한 소식도 듣는 한편, 빌보드 어워드에서도 무대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헤일리 블루와 Blue Moon 무대를 서게 될 거야. 무대 시간은 노래 시간에서 플러스 마이너스로 30초 정도.”

“우리가 진짜 무대를 서?”

“응.”

“허어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던 우리와 석환 형이 잠시 눈을 마주치고는 이내 빵 터졌다.

“와 빌보드 무대다! 빌보드!”

“우리 빌보드에서 노래 부른다…!”

“세상에….”

헤일리와 같이한 콜라보 음원이긴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절반 넘게 들어간 만큼 뿌듯하고 행복하다.

해외 인기에 연연하지 말자고 매번 결심하긴 하지만…….

이건 좀 다르다.

상을 받는다고 할 때만 해도 음… 했는데 무대라니.

배우로 따지자면 아카데미나 칸 영화제에서 상 주겠다고 불러 준 격 아니던가.

“석환 형.”

“응?”

“형이랑 나랑 13년도에 만났을 때, 미래의 내가 등장해서 이런 이야기 했으면 진짜 미쳤다고 했겠지?”

“그 정도에서 끝나겠냐. 소금까지 뿌렸어.”

나와 수학귀신이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더 미친 게 기다리면 좋겠다.”

“그러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웃고 있는데, 옆에서 토도도도도 무언가를 입력하는 동생들이 보였다.

엄청 자랑하고 싶고 설레어 보인다.

“너희 뭐 해?”

“교수님한테 메일 보내요.”

“교수님?”

“저희는 대학생이잖아요.”

아.

지금 다니고 있는 사이버 대학교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리혁이를 중심으로 리혁이가 쓰는 내용을 베껴 쓰는 동생들이 물었다.

“형들 우리 무대 소식 대외비 아니죠?”

“응.”

토도도도도도.

분주하게 손가락을 두드리는 동생들에게 내가 물었다.

“교수님한테 메일은 왜 쓰는데?”

*   *   *

같은 시각.

“음……?”

딩동! 딩동! 하고 울린 메일함을 바라보던 교양 과목의 교수가 으으음 하고 눈매를 좁혔다.

‘출석 문제?’

동시에 메일이 4개가 들어왔다.

비슷비슷한 제목의 메일 속에서 제일 아랫것을 눌러보자 이름이 뜬다.

‘리혁 군이구만.’

뉴블랙의 메인 보컬이자 성실하기로 유명한 학생이었다.

거기에 정중한 메일이 적혀 있었다.

[교양심리] 출석 관련하여 문의 드립니다 160827 서리혁

부득이하게 수강을 미리 하거나 출석기간을 바꿀 수 없겠느냐는 문의에 교수가 눈매를 좁혔다.

출결은 엄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의였다.

아무리 사이버 대학교라고는 하지만….

공연 관련해서 이미 결석이 잦고 앞으로 잦을 예정인 이들인 만큼 흐으으음 하면서 메일을 보았다.

‘또 결석이라니… 이번에는 또 뭐가…….’

얼마나 중요한 일정이기에 하는 눈으로 메일을 읽던 교수의 눈이 차분해졌다.

‘빌보드 무대?’

엄격한 눈으로 바라보던 교수가 방긋 웃었다.

‘인정.’

빌보드는 인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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