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3화
HBS 인기 예능 <지금부터 우리는>.
그곳에서 올린 1차 예고가 온라인을 휩쓸기 시작했다.
[이번에 또 뭔가 뉴블랙이 뉴블랙한 듯한 HBS 예능 예고]
그런 제목의 글들이 올라오면서 네티즌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뭐 또 웃긴 분장이라도 했나?’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클릭한 네티즌들은 눈을 깜빡였다.
로맨스 판타지… 같은 엉뚱한 도입부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침내 레이디 비주가 등장했을 때.
“……?”
눈을 의심하고 10초 전 버튼을 눌렀다.
‘이게 뭐지?’
이내 댓글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랏나ㅋㅋㅋㅋ
-이게 뭐야? 드라마 같은 거임?
-ㄴㄴ 탈출 관찰예능임
-ㅋㅋㅋㅋㅋㅋㅋㅋ공주님처럼 차려입고 역할극 하는 거야??
-역대급 어그로다.. 이건 안 볼수가 없자나
-저게 몬 상황인데 대체 ㅋㅋㅋㅋㅋㅋ
도무지 맥락을 짐작할 수 없는 병맛 예고편이었다.
게스트들이 미션을 받고 나서 각종 기기묘묘한 세트장을 탈출하는 것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대체 무슨 상황이어야 저런… 드레스를 입은 몰골이 나오는 걸까?
[실시간 검색어]
1. 비주
2. 드레스 비주
3. 지금 우리는
중세풍 드레스를 입은 비주의 모습은 각 커뮤니티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 : 제가 비주라고요?]
(드레스를 입은 비주의 예고편 짤.gif)
이제부터 저를 ‘여주’라고 불러 주세요
-이 글을 여주시가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뭔데 이거
-어그로 ㅈㄴ 잘끄네
-이 정도는 해야 국민 아이돌인가
-즐찾해 놓고 삶의 의욕이 떨어질때 한번씩 봐야지.. ㅅㅂ 뉴블랙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뉴블랙TV 컨텐츠임??
-hbs라고 써져 있음
-오 화해했네?? 언제 화해했대
-예고편 보니까 또 사이 안 좋아질 것 같은데
일반인 네티즌들의 관심이 HBS와 뉴블랙의 화해에 머물렀다.
국민 아이돌이 HBS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작년도 연말 무대에서 HBS에 왜 뉴블랙이 안 나오게 된 것인지, 자세한 설명 기사들이 자주 올라오고 그랬으니까.
PBS와 TBC의 예능 특집이 잭팟을 터뜨릴 때마다 기자들이 ‘HBS 혼자만 뉴블랙 읎대여~’ 하며 약을 올리던 기사들이 나온 덕분이기도 했다.
[방송가 지인한테 들은 HBS랑 뉴블랙 화해썰.ssul]
16년도에 미프랑 주세한이 잘나가면서 HBS가 뉴블랙네 회사랑 계속 딜쳐 보려고 했다는 이야기 들음
근데 대충 무승부로 하자고 해서 뉴블랙네 회사가 ㅗㅗㅗ 했다고 함
그러다가 올해 돼서 좋게좋게 마무리된걸로 암
ps. 역사탐험대 시즌2부터 이름 바뀐게 hbs에서 소송걸겠다고 쌩난리 쳐서 그렇게 됐다고 함
-루머 같은데;
-진짜 같긴 하네ㅋㅋㅋㅋㅋ 나도 저런 이야기 어디서 들은 거 같음
-진짜면 hbs가 진짜 개멍청하긴함ㅋㅋㅋㅋ 먼저 때려놓고 무승부하자고 하면 누가 나가냐
-그것도 잘나가니까 무승부로 하자고 한 게 더 꼴볼견임ㅋㅋ
-역탐은 저거 썰맞는 거 같음.
어떻게 일이 진행된 것인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화해를 한 분위기였다.
뉴블랙이 HBS 음악 방송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고.
이번에 진행했다는 예능이 바로 그런 화해의 일환인가 보다, 하며 네티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한편.
현실에서도 예능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뉴블랙 또 뭐 예능 나오는 것 같던데.”
“뭔데요?”
“이거 봐봐. 이번 생은 레이디가 되겠습니다.”
“푸훕!”
그만큼 파급력이 큰 레이디 비주였다.
조회수가 급상승하면서 미튜브 댓글창에서도 한국인들의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각종 드립의 향연이었다.
-곱다.. 우리 할머니도 어렸을 때 내가 크면 저렇게 될 거라고 말했지
-공주님이 될줄 알았는데 공이 돼써
-치킨만 덜 먹었어도.. 저렇게 될수 있었을까?
-청초하다
-지금쯤 해외에서 예고편 보면서 뒷목잡고 있을 비주 얼굴이 투명도 80으로 보이는 거 같음
-일해라 개미위키 왜 아직도 흑역사 항목이 추가 안 된것이냐
-이 예능 진짜 꼭 본다
그 아래로 간만에 본방사수하겠다는 댓글들이 올라오면서 모니터링하던 HBS 예능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드디어!”
“드디어 뉴블랙 덕을 우리도 본다!”
“사람들이 우리한테 관심이 많아요!”
PBS와 TBC 예능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배가 아팠던 예능국이었다.
매일 아침 예능국에 도착하면 벽면에 붙은 시청률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가.
‘미스터 프로듀서가 뉴블랙 특집 제대로 터뜨린 것 같더라.’
‘주세한 뉴불백 특집… 아니 왜 불백만 파는데 시청률이 저렇게 나오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우리는 왜 뉴블랙 못 써?’
이게 다 음악 방송과 연말 프로그램을 맡았던 피디의 헛발질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이번에 어떻게 일이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방송국에서 차세대 국민 아이돌이라면서 띄워 주고 으쌰으쌰할 때 혼자 있었으니까. 마치 놀이터에서 애들끼리 다 노는데 혼자서 멀찍이 앉아 흙만 만지작대는 느낌이었다.
같이 가서 놀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다고 그러고.
-왜 안 돼요?
-그… 저 집이랑 우리랑 사이가 안 좋아.
-그치만 예능국은 뉴블랙이랑 놀고 싶은걸!
-안 돼!
어쨌거나 무사히 잘 풀린 덕에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관심도 받고.
<지금부터 우리는>의 사무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에 분위기 장난 아닌데. 자기, 이거 봐봐. 우리 검색량이 오늘 하루 만에 이렇게 늘었다?”
“대박이다…….”
“아까 지나가다 국장님 얼굴 봤는데, 진짜 무슨 사람이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우리 피디들도 편집실에서 난리도 아니잖아.”
간만에 HBS 예능이 시청률 1위를 해 보자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 속.
편집실에 틀어박힌 조연출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막을 달고 편집을 하는 동안 HBS 예능국은 추가 떡밥을 던졌다.
[2차 예고] “드래곤 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그렇게 잔뜩 신이 나서 추가 떡밥을 던지는 HBS.
그 모습을 보며 수플레들이 혀를 끌끌 찼다.
‘진즉에 잘해 주든가. 너무 티 나네.’
겨우 화해했는데 갑자기 절친이라며 들이대는 느낌이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SNS를 통해 스틸컷 등을 풀어 주는 노력이 가상해서 눈을 감아 주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이번 주 주말 예능의 빌드업이 이어지면서 포털 연예면도 뉴블랙 기사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HBS ‘지금부터 우리는’ 예고편서 뉴블랙 등장 예고..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
-HBS, “우리 프로에 뉴블랙 나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30초 예고 화제
-‘지금부터 우리는’ 예고편 공개, 시작부터 레이디.. “아직 인류에겐 이른 예능 특집”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특집 내용에 대한 추측들이나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이 흘러나왔다.
-비주가 공주님이면 우주가 왕자님인가??
-북부대공이 있어서 우주는 뭐 해도 섭남일듯
-대충 중현이가 다 때려 부수고 지호가 으앙 하고 리혁이는 비난하고 비주 행복하고 우주가 다 해결해 줄듯
-이야 한편 다봤다ㅋㅋㅋㅋㅋ
-근데 이번에 저 피디가 ‘뉴블랙 멤버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수있을 것’이라고 해서 기대중임
-색다른 모습이면 리혁이가 몸이라도 쓰나
-(떡방아를 시도하다가 방망이 무게에 휘청이며 엎어지는 리혁.gif) 방망이한테 조종당하는 애임
-세트장만 부수지 말자 중현아
그러는 한편.
네티즌들과 HBS 예능국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안이 있었으니.
-근데 왜 미튭에 해외 댓글 많아??? 지금우리 해외 인기 예능이었음?
-ㄴㄴㄴ 아직 나온지 얼마 안 됨
바로 해외 사람들의 댓글이었다.
HBS 예능국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왜 이렇게 영어 댓글이 많지?”
“뉴블랙 팬들 아니야? 보니까 미국에 팬들 엄청 많더만.”
“아니, 그… 느낌이 팬들이라고 하기에는 일반인들도 좀 섞여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때 누가 말했다.
“아! 우리 그거 때문 아닐까요?”
* * *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데이빗 슈마허는 퇴근하고 집에서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들었다.
넷플러스라도 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호오.”
추천 동영상이 뜨는데 낯선 영상이 하나 있다.
‘이건 뭐지?’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회수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영상이 있었다.
톡 누르자 영상이 떴다.
“……?”
정확히 무슨 영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낯선 나라 말로 내레이션이 깔리는데… 중요한 것은 이 예고편 영상에 담겨 있는 멘트들이었다.
[나의 사랑을 받아 주시오. 레이디!]
[자네… 이곳을 나와 함께 탈출할 생각이 있나?]
[켈켈켈! 신입 죄수로군!]
이유는 모르겠는데 전부 다 멘트들이 영어로 나와 있었다.
그 덕분에 알아듣기가 쉬웠다.
무언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는데 우당탕탕! 하면서 도망을 치는 모습이 시선을 끈다.
정확히 말로 표현은 못하겠는데…….
재미있어 보인다.
“제목이 뭐지? From Now On?”
한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느낀 데이빗이 TV를 켜고 넷플러스를 실행했다.
‘없겠지.’
그런 마음으로 톡톡, 검색을 해 봤는데.
“어?”
있다.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라는 썸네일이 붙어 있는 쇼가 있었다.
HBS의 고위 임원이 ‘이제 세계로 가 보자!’ 하는 비전 어쩌구저쩌구를 하면서 해외에도 수출하자고 해서 진행한 계약.
예능용 자막 없이 편집된 컷에 영어 자막만 달린 버전이었다.
“없네.”
방금 보았던 영상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없다.
그랬기에 컨텐츠가 나오면 알림이 뜨도록 설정한 후 데이빗 슈마허는 다른 컨텐츠로 관심이 돌렸다.
조만간 나오게 될 쇼의 영어 에피소드를 기다리면서.
“음흠흠~ 오묘한 이야기나 마저 볼까.”
2017년 초중순.
이제는 흑역사도 글로벌 스트리밍이 되는 시대였다.
* * *
“한국 가기 싫다….”
“소용없어요. 미국에 있다고 온라인 반응이 안 보일 것 같아요? LA에서 보나 한국에서 보나 똑같아요.”
리혁이의 말에 내가 한숨을 쉬었다.
“리혁아.”
“왜요.”
“자. 국어 시간에 배웠던 발화자의 의도를 떠올려 보자. 한국에 몹시 창피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 A가 한국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발화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5점.”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성격 파탄자 같잖아요.”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리혁이가 밉다, 미워 하면서 목베개를 앞으로 했다.
지호가 말했다.
“볼 때마다 웃겨요. 저 형 목베개 맨날 이상하게 한다니까요.”
“흐하하하!”
리혁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기, 내가 지금까지 다들 민망할까 봐 이야기 안 해 준 건데.”
“응?”
“목베개 이렇게 쓰는 것도 맞는 방법이에요.”
“……?”
빨리 비웃어 주려고 얼른 검색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가 틀렸을 때의 올바른 대처는 무엇인가?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는 것이다.
“……구름 예쁘네.”
“청정하다. 미국 하늘.”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리혁이가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딴청을 피우는 동안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울려 퍼졌다.
「시발.」
안대를 한 채 팔짱을 끼고 뒤척이는 파란 머리카락의 스타였다.
「…이 기린 새끼 존나 쎄네.」
꿈속에서 기린과 사투를 벌이는 모양이다.
헤일리 블루가 중얼대며 뒤척이는 동안 그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편 크리스 카일이 미소를 지었다.
「원래 좀 이래요.」
「익숙하신가 보네요.」
「자다가 실수로 명치 맞은 적도 있어서 뭐… 이 정도는.」
「…힘드시겠네요.」
이 흉폭한 스타의 배우자로 사는 것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때.
크리스 카일이 엄지를 들었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벌어요. 어마어마하게.」
「…….」
……그렇군요.
행복하시다니 보기 좋습니다.
직업 만족도 200프로인 남편의 얼굴에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헤일리의 딸 써머에게 시선을 돌렸다.
「삼촌이 좀 도와줄까?」
「응.」
「뭐 좋아하니.」
「뱀!」
종이 접기로 구불구불 움직이는 뱀을 만들어 주자 써머가 너무 좋아했다.
아빠 빼앰! 하면서 뱀을 흔드는데 아버지의 눈동자에 행복이 깃드는 게 보였다.
살짝 부러울 뻔했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장의 쾌활한 인사말과 함께 곧이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우리는 지금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헤일리 블루의 전용기에 탑승해 있었다.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거리가 대략 부산에서 서울 정도와 비슷한데, 버스로 가면 무려 6~7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음? 다 왔어?」
마지막으로 헤일리가 졸린 눈으로 일어서자, 다가가서 포옹해 준 남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기 일어났어?」
「우웅. 쓰레기 같은 꿈을 꿨어.」
서로 꿀 떨어지는 얼굴로 바라보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조물딱.
‘으으으음!’
‘망측…….’
왜 서로 엉덩이는 만지작거리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모르게 으음 하는 시선을 보냈는지 헤일리가 ‘풋내기들’ 하면서 비웃었다.
「뭐가 이상해?」
「아니 뭔가 좀…….」
사생활이긴 하지만 우리 감성이랑은 안 맞는 느낌이다.
그때 헤일리의 경호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밖에 파파라치가 일개 대대급으로 모여 있어요.」
꼬꼬마 써머까지 선글라스를 걸친 후에 다들 적당히 단장을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때문인지 이런 전용기가 착륙하는 공항에 파파라치들이 진을 친 모양이었다.
먼저 내리는 헤일리 가족을 따라 우리도 내렸다.
“Haley! Yo!”
아주 멀찍이 파파라치들 사이에서 뭐라고 함성 같은 소리가 나오는데, 희한하게 우리를 부르는 소리도 살짝 섞인 것 같다.
중현이가 말했다.
“방금 우리 부른 사람도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
나쁘진 않았지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진 않기로 했다.
어떻게든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겠다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솔직히… 애기가 있는 상황에서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애기를 향해 시선을 돌리니 다행히 써머는 아빠 품에서 이어폰을 낀 채 안겨 있다.
“……다행이네.”
고소공포증 때문에 조심스럽게 계단을 디디고 내려오는 비주를 붙잡아 주면서 내려오자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차량에 탑승하고 나서야 비로소 선글라스를 벗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우와…….”
사막 한가운데 지어졌다는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
활주로 주변으로 황토빛 바람들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멀찍이 산맥 같은 지형과 함께 그 아래로 펼쳐진 도시가 보이는데… 무언가 화려하면서도 황량한 느낌이 든다.
그것이 처음으로 와 본 라스베이거스란 도시에 대한 감상이었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경호원의 쾌활한 말에 우리가 예이~! 하고 외쳤다.
목적지는 MGM 그랜드 호텔이었다.
* * *
MGM 그랜드.
이곳이 바로 오늘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열리는 공연장이 있는 곳이었다.
흔히 라스베이거스를 다룬 영화에서 엄청나게 큰 초록색 호텔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이곳이다.
“객실만 6천 개가 넘는데요.”
“오오…….”
<라스베이거스 한눈에 보기>라는 책을 들고 있는 리혁이의 설명을 들으며 호텔을 감상했다.
재작년에 필리핀의 복싱선수와 미국 복싱선수가 촙촙촙 하고 싸웠던 경기가 열린 곳이 바로 여기라나.
그 외에도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쇼들이 꽤 많았다.
“어워드 끝나고 좀 놀다 가자.”
“와아아아!”
뉴욕이나 LA와는 다르게 처음으로 와 보는 도시라 그런지 보고 싶은 게 많다.
진짜 바람도 사막 바람 같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동안 차량이 거대한 사자상을 지나 MGM 그랜드 호텔 안쪽으로 들어섰다.
영화에서 볼 때는 초록색 같았는데, 낮이라 그런지 청록색에 가깝게 보인다.
“카지노도 엄청 크대요.”
“카지노…….”
동생들이 나를 동시에 바라본다.
“안 가.”
“휴, 다행이다.”
“지나가면서 밖에서 어떻게 생겼는지만 볼 거야.”
곧이어 도착한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서 바로 그랜드 가든 아레나 공연장으로 향했다.
헤일리와 함께 할 리허설은 조금 뒤긴 했지만, 일단 공연장 구경을 좀 해 보고 싶었다.
“여기가 그랜드 가든 아레나구나.”
대충 객석 규모는 체조경기장이랑 비슷하다.
그곳에 꾸며진 무대 위로 [2017 Billboard Music Awards]라는 네온사인을 보자니 기분이 묘하다.
“와…….”
진짜 여기 오긴 왔구나.
공연장을 쭉 둘러보다가 동생들과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말없이 웃었다.
인터컴을 낀 스탭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무대에서도 한창 인기가수 맨디 스파이스의 리허설이 진행 중인 터라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멀찍이서 보는데도 뭔가 묘한 감흥이 몰려온다.
“민기 형. 이거 보여요?”
“응.”
“우리 이따가 저기서 이제 무대해요.”
매니저 형들도 감회가 새로운 표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콜라보 부문으로 무대하는 거라 이번 한 번 하고 마는 거라고 인터넷에서 비웃고 그러던데.
그와 상관없이 기분이 뭉클하고 좋다.
“진짜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그러게요.”
멀찍이서 맨디 스파이스의 무대를 지켜보다가 우리 대기실로 가기로 했다.
[The New Black]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대기실을 찾아 헤매는데, 복도를 거닐다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크리스 카일과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혼자가 아니었다.
「아직 리허설까진 한참 남았죠? 이 친구가 인사 좀 시켜 달라고 해서.」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순간.
“어?”
정말로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