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4)화 (64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4화

크리스 카일이 옆에 서 있는 남자를 소개해 주었다.

폴로 셔츠를 입은 조각 같은 미남.

「여기는 제이미 홀든이에요. 여러분도 웬만하면 다 아는 얼굴이겠지만…….」

‘Hi’ 하며 인사하는 미남의 모습에 지호가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제, 제이미 홀든이다.”

굉장히 유명한 영국 배우였다.

뛰어난 연기로 아카데미상에 여러 번 노미네이트 된 사람이기도 하고, 흥행작도 엄청나게 많다.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내한했을 때 사람들이 진짜 구름 떼처럼 모이기도 했고.

할리우드에서 매너 좋기로 유명한 배우 중 하나라는 게시글을 비롯해 사진이나 영상으로 많이 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

내가 순간적으로 놀란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형.”

“응?”

나를 부르는 비주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인사해야죠.”

“아. 맞다.”

다른 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를 바라보는 외국 배우에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냥 똑같은 사람 손 감촉인데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 있을 때 영화로 많이 봤거든요.」

「그래요?」

「프리퀀시를 엄청 재미있게 봤어요.」

프리퀀시.

기억을 잃은 NSA 요원이 자신을 둘러싼 의회와 백악관의 음모를 분쇄하는 그런 내용의 영화다.

그리고 내가 4년 전, 병원에서 경찰관 분을 실수로 엎어치기 했을 때 봤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저 사인해 주실 수 있나요? 아니다. 사진 찍어야지. 이건 사진을 찍어서 보배로 간직해야겠어.」

유명 배우를 만나서 신이 난 지호와 다른 동생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동안 잠시 옛 생각에 잠겼다.

리어카를 끌던 할아버지를 구하고 정신을 잃었던 그때.

병원에서 막막한 기분으로 수납을 기다리면서 로비에 틀어져 있던 영화를 바라봤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요즘 엄청 유명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선점하기 전에 크리스를 통해서 먼저 만나 보고 싶었어요.」

정중하게 웃던 영국 배우가 품에서 사인지를 꺼냈다.

「이것 때문에 만나 보자고 한 거기도 한데, 내 딸 라일리가 진짜 팬이거든요. 사인 좀 받아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사인지에 우주선이 그려진 사인을 하는 한편, 내친 김에 영상 통화도 한 번 같이 하기로 했다.

「안녕~!」

-허어어어어어어!

기절할 것처럼 눈을 크게 뜨는 딸내미의 귀여운 모습에 아빠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깃들었다.

「라일리. 아빠가 말했지? 반드시 뉴블랙을 만나고 오겠다고.」

-미쳤다! 아빠 최고오오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방방 뛰면서 통곡하는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꼬마 팬이 최애라고 밝힌 리혁이가 미소를 지어 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이미 홀든이 우리 귓가에 속삭였다.

「야채 좀 잘 먹고, 아빠랑 엄마 말 좀 잘 들으라고 전해 주세요. 아, 숙제도 좀 열심히 하라고 하고요.」

역시 학부모는 어딜 가든 만국공통이다.

실사판 뽀로로를 마주한 것처럼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어린이에게 우리가 미소를 지으며 요정처럼 말했다.

「야채는 잘 먹어야 해.」

-네!

「아빠랑 엄마 말을 잘 들어야 우리 앨범을 살 수 있어.」

-맞아요!

「숙제도 열심히 해야 되고.」

이러다가 나중에 어린이들을 위한 캠페인이라도 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마치 블랙복음을 전파받은 신도처럼 라일리가 눈물을 삼키며 꼭 그렇게 착한 아이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통화를 끝내고 제이미 홀든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딸내미가 진짜 여러분을 오래오래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키즈 초이스 이후로 부쩍 말을 잘 듣더라고요.」

그러고는 우리에게 악수를 하며 윙크했다.

「Top Collaboration 부문에 들었다고 들었는데, 꼭 수상하기를 바랄게요.」

「고마워요.」

크리스도 우리에게 이따 보자는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는 제이미 홀든과 함께 사라졌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절친인 모양이다.

지호가 같이 찍은 사진들을 보며 크으! 하고 있는 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현이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형?”

“갈현동에서 수능 못 치고 잠깐 병원 들어가 있었을 때… 그때 병원 로비에서 저 사람이 출연한 영화가 나왔거든.”

“아. 진짜요?”

“느낌이 좀 이상하네. 그때 생각나고 그래서.”

내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 그때 당시 나한테 말하면 헛소리 한다고 그랬겠지? 저기 나오는 사람이 자기 딸이 팬이라고 찾아올 거라고.”

“음, 그건 아닐 거예요.”

중현이가 말했다.

“제가 아는 형 성격이면 미래의 자기 자신을 붙잡고 절대 안 놔줬을 걸요. 조금 더 미래 지식 알려 달라고 그러고.”

“……꼭 그렇게 형을 악독하게 묘사해야겠니.”

“사실인걸요.”

리혁이가 쏘옥 끼어들었다.

“미래 지식 알려 달라고 정도만 했으면 몰라. 둘이서 의기투합해 가지고 미래 정복하자고…….”

“장난 아니었을걸요.”

놀리면서 내 기분을 업 시켜 주려고 하는 동생들의 모습이 기꺼웠다.

너무 기적적으로 신기한 일들이 계속 벌어져서 그런 걸까. 가끔 이게 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리혁이 덕분에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게 됐다.

-그렇게 기승전결이 있는 꿈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돼요. 꿈은 렘수면 상태에서 장면 전환이…….

…너무 잘 알게 됐다.

그랬기에 요즘에는 그런 감상이 자주 든다.

“하여튼 살면서 별일이 다 있어.”

“그러게 말이에요.”

중현이가 젤리 봉지를 내밀었다.

“젤리 먹을래요. 형?”

“고마워.”

중현이가 내미는 미국 새콤 젤리를 받아 들고는 대기실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   *   *

카메라 리허설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서너 번 정도.

우리보다 헤일리네 댄서들과 배우들의 진입 타이밍을 조율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확실히 미리 똑같은 무대에서 연습을 하고 오니까 시행착오가 적긴 하네요.”

지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매니저 종완 씨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무대의 전체 흐름을 보기 위해 헤일리 무대부터 쭉 시작해서 우리 무대까지 카메라가 어떻게 담겨 나오는지를 확인했다.

비주가 으음 하며 말했다.

“확실히 카메라 워크가 정적이긴 해요.”

한국 수플레들이 본다면 ‘카메라 감독님 신이신가?’ 하는 말이 나올 만큼 카메라 구도를 딱 잘 잡는다.

우리나라 음방이나 연말 무대와는 다르게 가수들의 전신이 정적으로 담기는 구도였다.

그런데 매번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에 몸이 익어서 그런지, 처음에 적응하느라 약간 애를 먹었다. 이쯤 되면 클로즈업 아닌가 싶었는데 전신 샷이 나오고 그러니까.

“조금 더 오른쪽으로 가 보자. 내가 보니까 중앙이라고 생각했던 데가 중앙이 아닌 것 같아.”

“다음 리허설에 바로 적용해 볼게요.”

“그리고 지금 다들 동작이 조금씩 미묘하게 빠른 거 알죠?”

비주가 우리에게 말했다.

“긴장되는 무대라서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데, 다들 마음이 조급한 게 느껴져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요.”

“알겠습니다~”

“진짜 우리 준비한 만큼만 하면 돼요.”

퍼포먼스 담당이 안무 관련해서 지시사항을 알려 주면서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댄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헤일리에게 다가갔다.

방금 전에 있었던 댄서들의 실수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지, 헤일리가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른 팀이었으면 지금쯤 이미 잘렸을 거라는 거 알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하는데… 잔뜩 열이 오른 게 내 눈으로도 보인다.

「농담이야.」

「하하하….」

「방금 건 농담이지만 다음에는 농담이 아닐 수도 있어.」

기합이 바짝 들어간 팀원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일리가 비죽 웃으며 댄서들의 등을 툭툭 쳤다.

그간 연습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해서 그랬는지, 내가 봐도 조금 느슨하다는 인상이 느껴지긴 했다.

느슨한 나사 같던 팀 분위기가 바짝 조여지면서 다음 리허설은 완벽하게 끝마쳤다.

「본 무대에서도 이렇게만 하자고.」

「네!」

천방지축으로 개성이 다양한 콘서트 크루를 일사불란하게 통솔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항상 뚱한 얼굴로 투덜대지만 본업에 있어서는 진짜 배울 게 많은 선배 가수였다.

「음?」

헤일리가 피식 웃었다.

「마치 존나 대단한 사람을 본 표정이로구나. 그래. 다 알고 있지. 내가 대단하다는 걸.」

「철 좀 들어요. 헤일리.」

「글쎄다. 커플끼리 엉덩이 만지는 걸로 기겁하는 애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유교 보이들을 놀리는 미국 가수의 말에 흥 하면서 대기실로 이동했다.

이제 휴식을 취하고.

조금 이따가 레드카펫 시간대가 되면 시간에 맞춰서 이동해서 사진 찍고, 다시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로 들어오는 식이었다.

그렇게 대기실에 도착했을 때.

“석환 형!”

대기실에서 안경을 닦고 있던 우리 수학귀신과 마주쳤다.

오랜만에 보는 우리 TF팀장님의 얼굴이 반갑다.

“비행기는 잘 타고 왔어?”

“응. 어제 HBS 국장이랑 미팅 끝나고 바로 왔다.”

그런 말을 하던 석환 형이 미소를 지으며 신규 매니저들과 민기 형, 원석이 형을 들러보았다.

“우리 현장 담당자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체크도 할 겸 해서 왔어.”

“…….”

마치 사단장을 맞이한 병사들처럼 신입 매니저들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서는 게 보였다.

편하게 앉으라고 하는데도 허리가 꼿꼿하다.

현장 팀장인 민기 형이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동안 석환 형이 이런저런 업무 관련 지시를 빠르게 내린다. 지금까지 민기 형도 잘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짬이란 게 있는지, 일 처리 속도가 두 배는 빨라진 것 같다.

석환 형이 물었다.

“가수들 만남은? 조율 중이야?”

“아, 네. 조율 중입니다.”

워낙에 일정이 빡빡한 스타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매니저들 통해서 이야기가 오간다.

통역사님과 민기 형, 원석이 형이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우리 대기실에도 하나둘 손님들이 찾아왔다.

“Hey~!”

빅 모건.

덩치가 큰 흑인 래퍼가 선글라스를 낀 채 두 팔을 벌렸다.

대충 마맨~! 하면서 초면에 친한 척을 하는데… 나름대로 그럴 만한 사유가 있긴 했다.

「너희들한테 산 노래가 대박을 터뜨렸지.」

과거 내가 토크쇼에서 ‘앨런 데일~’ 하며 만들었던 그 멜로디의 사용권을 구매한 래퍼였다.

그것을 이용해 만든 콜라보 음원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나.

진한 할렘 영어를 구사하는데, 헤일리 말에 따르면 컨셉이라고 했다.

-존나 상류층이다. 그 새끼. 아버지가 병원 오너야. 사석에서는 영국 귀족처럼 말한다.

대충 틴스피릿의 역방향 버전이었다.

빅 모건과 사이좋은 척하면서 사진을 찍은 후에는 키즈 초이스에서 만난 10대들의 우상, 맨디 스파이스와도 인사를 나누고.

평소에 빌보드 차트에서 이름으로만 보았던 가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대충 너희 요새 좀 유명한 것 같다며 칭구칭긔하자는 내용이었다. 끝나고 애프터 파티 놀러 오라는 초청만 서너 개 받은 것 같다.

그리고.

“허어어어!”

중현이를 깜짝 놀라게 한 손님도 등장했다.

맵시 좋은 수트에 보석 반지를 포함해 각종 악세사리를 치렁치렁하게 걸친 래퍼.

콜드 브라운이었다.

현재 가장 잘나가는 래퍼이자 R&B 가수 중 하나인데, 음반을 냈다 하면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찍는 가수였다.

「껴, 껴안아도 되나요.」

「당연하지.」

중현이의 말에 그가 흔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그 친구 요즘 기분이 좋을 거다. 네 번째 부인이랑 이혼 소송이 잘 풀리고 있거든.

이런 스타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헤일리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평소 이름만 들어 봤던 사람들이랑 브이! 하면서 사진도 찍고, 나중에 콜라보 하자는 말도 하고.

딸이나 아들이 팬이라는 이야기도 꽤 들은 것 같다.

이 사람이 돌아가면 바로 저 사람이 찾아오고 그래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이동하겠습니다! 이제 레드카펫 행사 하러 입장하러 가야 돼요!”

레드카펫 행사를 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나 반가웠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리무진에 탑승하고는 아이돌처럼 차려입은 동생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아이돌 같다. 우리.”

“흐히히히!”

미국 FM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리무진 안에서 이것저것 장치를 살피며 신기해하고 있을 때.

“우와. 형, 여기 와인잔도 있어요.”

“허어어!”

“오? 이거 우리나라 차인가 봐요.”

한국 자동차가 스폰서인지 곳곳에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로고가 보인다.

그리고.

-끼야야아아아아악!

-뉴블랙!

-우주! 우우우우우우주주주주!

레드카펫이 보이기 한참 전부터 길거리를 점령한 우리 팬들의 모습에 평소처럼 놀라는 것도 잠시.

“어라?”

멀찍이 보이는 포토월의 상태가 이상하다.

포토월에 적혀 있는 스폰서 로고들.

“……어?”

동생들과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거 다 한국 회사들 아닌가? KG그룹부터 해서…….”

“그, 그런 것 같은데요.”

“뭐지? 왜 이렇게 많지?”

포토월에 적힌 스폰서 로고들에 한국 회사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근처에는 취재를 나온 듯한 PBS, TBC, HBS 등의 방송국 카메라가 늘어서 있었다.

“……?”

돌아가는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   *   *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를 앞두고 있는 아침.

손님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백반집, 혹은 서울역이나 각종 병원 등의 공간에서는 PBS2가 틀어져 있었다.

공영방송 PBS에서 아침 방송으로 특별 편성한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였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이어진다.

-네. 지금 콜드 브라운이 입장하고 있네요.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가수죠.

레드 카펫으로 입장하는 콜드 브라운의 화면 아래로 자막이 깔린다.

[콜드 브라운 Cold Brown]

미국의 유명 래퍼 겸 프로듀서. 최근 발매한 가 빌보드 싱글 1위를 차지하는 등 화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음악 평론가와 아나운서가 멘트를 주고받는 동안 콩나물 국밥을 먹던 단골손님이 TV를 바라보는 가게 사장에게 물었다.

“저거 뉴블랙이네는 언제 나온디야?”

“모르지.”

“그것까지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안 나오네.”

“기다려 봐봐. 좀 있으면 나온대.”

언제 나오나 하면서 TV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전국에 한둘이 아니었다.

“이야. 요즘에는 한국 가수가 미국도 가고 그러나 보네. 저기가 엄청 유명한 데라면서?”

“미국의 몇 대 뭐 상이래.”

“저게 다 쟤네 팬이라더만.”

저 라스베이거스 일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천여 명의 인파를 보며 괜히 내가 뿌듯하고 그런 느낌.

‘내가 시청해서 키웠다.’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는 뉴블랙이었다.

그런 관심도 때문일까..

PBS에서는 매일 하는 아침 방송 대신에 뉴블랙 어워드 참석 특집을 특별 편성했다.

미국 지상파 방송으로부터 중계권까지 가져온 PBS.

“아이고, 시청률 달달하네.”

PBS 주조정실에 있는 송출 담당 직원들이 실시간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꿀이다. 꿀이야…….’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을 압도하는 시청률에 절로 어깨춤을 추고 싶은 기분이다.

한편 TV 속에서 아나운서와 음악 평론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 말씀드린 순간!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이곳 라스베이거스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하네요.

국뽕을 자극하는 추임새들.

한국인들이 저마다 식당에서 젓가락질을 멈추거나 지하철에서 이어폰 볼륨을 키우기 시작했다.

‘와.’

뉴블랙이 탄 리무진이 미끄러져 들어오는 동안 근방 거리를 아예 점령해 버린 뉴블랙의 팬들이었다.

-이게 다 미국의 ‘수플레’군요.

-우주 씨의 말실수에서 탄생했던 팬덤이 이렇게 미국까지! 글로벌한 규모로 탄생했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뉴블랙.

인기 예능 <미스터 프로듀서>의 맏형이자 전직 유명 축구 선수 출신인 김의지가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헤드폰을 낀 해설진들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 화면이 작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메인 화면으로 리무진에서 뉴블랙이 내리고 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순간 TV 볼륨이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큰 함성이 터져 나온다.

“옴마야.”

“어이구. 미국 애들이 화끈하구만.”

“세상에…….”

앞서 드레스를 입은 채 걸어가고 있던 미국의 유명 스타가 뒤를 돌아보며 놀라는 표정을 짓고.

유유히 내린 뉴블랙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 난리통이 벌어진다.

한국인들의 시선이 멍했다.

‘뭐여.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여…….’

뉴블랙이 미국에서 좀 인기가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무슨 어린이 상도 탔다고.

그런데 저렇게까지 팬들이 많이 있는지는 몰랐다. 그냥 좀 많겠구나 하는 정도인데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장난 아닌 열기였다.

그냥 미국 가서 상 타는 건데. 뭐 그리 부담을 주고 중계까지 하면서 애들을 부담스럽게 만드냐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도 생각을 고쳤다.

‘저 정도면 뭐… 진짜 인기가 많은 거네.’

카메라를 든 사진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더니 ‘우주!’, ‘비주!’ 하면서 이름도 부른다.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흔들거나 포즈를 취하는 뉴블랙.

현지 레드카펫에서 기다리고 있던 각종 방송사들이 마이크를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오늘의 최고 화제성 있는 이슈 같았다.

뒤이어 시상식장으로 입장하는 뉴블랙.

“우와…….”

한국인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허허 웃고 있을 때.

다시 중계진 화면으로 들어와서 최근 뉴블랙의 인기에 대한 음악 평론가의 분석이 흘러나온 후.

아나운서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저희는 그럼 여기서 끊고 이후 시상식 본상으로 뵙겠습니다!

-채널 고정 부탁드리겠습니다. 커밍 쑨!

곧바로 뉴블랙의 통신사 광고를 시작해서… 뉴블랙이 발을 한 번이라도 걸친 국내 기업들의 광고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상식 전 타임에 편성된 광고만 무려 40여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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