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7)화 (64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47화

미국의 시청자들이 호기심에 가득 차 뉴블랙을 검색하고 있을 무렵.

현장에 있는 가수들, 프로듀서 등을 비롯해 음악 관계자들의 눈동자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냐?’

세계 최대의 음악시장인 만큼 매년 좋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이었다.

그러하기에 어떻게든 노래를 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토크쇼나 SNL에 나가 꽁트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싹수가 보이는 신인 뮤지션이 보인다 싶으면 찾아가서 ‘너 내 동료가 되라’ 하면서 콜라보 곡을 팔아먹고.

대중들이 어맛! 할 만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더 잘나가기 위해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미국의 가수들이었다.

앨범 하나만 말아먹어도 TV나 타블로이드에서 동네방네 ‘이 사람 이제 순 퇴물이래요!’ 하며 조롱하는 곳이었다.

그런 압박감을 느끼고 있던 미국의 가수들에게 신대륙의 소년들이 등장했다.

‘이건… 신세계다.’

블루문이라는 노래는 원래부터 좋긴 했다.

그런데 직접 무대로 보니 더욱 좋다.

보컬은 물론이고, 갑자기 각 잡힌 칼군무를 추기 시작하는데 그게 신세계였다.

‘보이밴드가 춤을 저렇게 춰?’

미국에서 저 정도 춤을 출 줄 아는 멤버들이 한 그룹으로 모여 있었다면 이미 그룹은 공중분해되고 없었을 것이다.

보통 잘나가는 멤버들이 그룹을 빠져나가 솔로 활동을 하는 것이 룰이었으니까.

-여기서 내가 인기도 제일 많은데… 내가 나가서 이 돈을 다 먹어 버리면 되지 않을까?

물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과정을 거쳐 잘나가는 솔로 가수들이 이곳에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로건 스미스가 그런 케이스였다.

그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결성한 지 3년인가 4년인가 정도 됐다고 하지 않았나? 희한하네.’

저 정도 실력으로 여전히 함께 뭉쳐 있다는 것이 전직 보이밴드 일원으로서 몹시 신비했다.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보컬과 그림 같은 칼군무.

그룹 가수로서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무대가 찬란히 빛나는 모습에 미소가 그려졌다.

‘완전히 색다르다.’

현재 미국 가요계는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만큼 작사작곡이 가능한 가수들이 정상에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는 법.

노래를 만들거나 부르는 것에 재능이 특화되었기에 춤을 잘 추는 가수들이 드물었다.

춤 진짜 잘 추는 가수 꼽아 주세요! 하면 2000년대부터 활동했던 고인물들의 이름이 여전히 언급되는 형국이었다.

그랬기에 요즘에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고 춤은 댄서들이 대신 춰 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Wow.”

최근 활동을 시작한 가수들 중에서 이 정도로 빡센 퍼포먼스가 가능한 그룹이라니.

지금은 그저 춤만 보여 준 것이긴 하지만, 격한 춤을 추면서도 훌륭한 라이브를 하는 평소의 뉴블랙을 알았다면 가수들의 눈빛이 더욱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늘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먹음직스러운 대상이었다.

사실 춤보다 더 중요한 이슈도 있기 때문이었다.

가수들이 에이전트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 오늘 무대에 올라오는 뉴블랙 같은 경우는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래요.

-그래?

-특히나 리더 ‘우주’가 작곡을 도맡는데… 블루문도 사실상 저 친구 원맨쇼라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헤일리 블루는 땡 잡았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헤일리 블루가 낯선 타국의 가수들을 데려와 무대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한 꺼풀 아래로 들어가 보면 헤일리 블루에게 더 이득이었다.

작년도 앨범의 성적이 네임 밸류에 비해 심심했던 상황에서 할로윈의 블루문으로 다시 반등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미튜브 10억 뷰를 돌파한 블루문의 뮤비.

“으으으음…….”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가수들이 저마다 행복회로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 콜라보 제안을 해서 빼먹어야 되지.’

‘아씨, 대기실에서 만났을 때 조금 더 친한 척했어야 되나?’

‘만만해 보이지는 않던데. 근엄하게 생긴 애 좀 무서웠어.’

그런 생각을 하던 가수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엔딩 포즈를 취하며 숨을 헐떡이는 가수들의 모습에 울부짖으며 박수를 치는 팬들의 모습에 전광판에 잡힌다.

그들이 벌떡 일어나면서 주변의 관객들도 일어나서 같이 박수를 쳐 주는데.

훌륭한 퍼포먼스에 일반 관객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양이었다.

공연장의 공기가 후끈후끈해지면서 가수들의 뺨에도 그런 뜨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이 분위기. 나도 탑승한다!’

계산을 마친 셀럽들이 세상 감동 받은 표정으로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리액션을 담는 카메라가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모습에 로건 스미스가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에 질세라 콜드 브라운이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뭉클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뉴블랙의 팬들이 좋아했다.

‘반드시 콜라보 해 먹는다.’

‘엮어서 열애설이라도 한 번 나 볼까. 다음 곡에 의미심장한 가사 몇 개 넣어 주면 바로 상승 각인데.’

‘남자는 안 좋아하나.’

머릿수 많은 팬덤을 지닌 가수와 협력하면 다음 곡이 뭘 하든 초대박이 날 것이 분명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수들.

그리고.

‘이 새끼들.’

그런 눈빛을 탐지한 헤일리 블루가 뉴블랙 리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한 미소를 지었다.

살짝 놀란 금발의 미남이 이내 씩 웃으며 손을 흔들면서 환호성이 터졌다.

헤일리 블루가 환히 미소를 지었다.

‘내 뉴블랙에 상회입찰하지 마라. 거머리 새끼들아.’

*   *   *

같은 시각.

한국에서 뉴블랙의 무대를 바라보고 있던 국민들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허허허허허허.”

“아이고, 잘한다. 잘해.”

“잘 컸다니까. 지호 저 늠름하게 노래 부르는 것 좀 봐.”

마치 올림픽 국가대표가 멋진 체조 동작을 성공시켰을 때처럼 몇몇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누가 봐도 근사한 무대였다.

게다가 무대가 끝나더니 미국인들이 막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환호해 주고 있었다.

-이야. 유명한 가수들이 전부 기립을 했네요.

-이게 뉴블랙입니다. 이게 뉴블랙이에요. 하하하.

-아, 이게 스포츠 중계가 아닌 게 정말 아쉽네요. 스포츠 중계였으면 말이죠? 벌써 자랑스러운 태극 전사 멘트 치고 대한의 건아들 멘트 쳤을 겁니다. 정말 자랑스럽네요.

중계를 맡은 아나운서와 예능인들이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실시간 중계로 댓글을 남기며 보고 있었던 네티즌들도 푸근한 미소로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기립박수 받는데 내가 다 흐뭇 ㅠㅠㅠㅠㅠ

-진짜 잘했다ㅋㅋㅋㅋㅋㅋ

-주모: 기다려

-역시 우리블랙ㅠㅠㅠㅠㅠ

-블루문 소개 나올때 뭔가 뽕찬다; 이 노래는 뉴블랙이 헤일리 블루와 함께 작사작곡한 곡이죠

-별루.. 난 그냥 음방에서 보던 무대랑 똑같던데.. 천국의 음악 방송..

-함성 개쩐다. 응원법 외쳐서 한국인들 거기까지 갔어ㅋㅋㅋㅋ했는데 어째서 미국인들이신거죠

-해설 좀 예능인빼고 전문가 넣으면 안 되나ㅠ 음악평론가라는 사람 자꾸 이상한 소리 해서 별로임

그런 반응들이 나오는 가운데 늘상 그러하듯이 이 틈을 타 부정적인 반응도 나오기 시작했다.

-근데 기괴하다 증말.. 이게 이렇게까지 전국민이 보고 그럴 일이야??

-외국인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으러 식당왔는데 다들 이상하대ㅠ

-부끄럽다

-ㅋㅋㅋㅋㅋ콜라보로 잘된 노래로 빌보드에서 무대하는 건데 왜 이렇게 케이팝 올려치기하는 거임

-어차피 저기서는 어디 모르는 뫄뫄 나라에서 온 후엥씨가 인기 많은 느낌임

-미국 애들 어차피 사우스 노스 구분도 잘 못함요

-기립박수 아무한테나 잘 쳐주더만ㅋㅋㅋㅋㅋ

온 나라 사람들의 광기라며 비난하는 이들의 댓글이 곳곳에서 암약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콜라보 노래 하나 부르러 간 가수를 보며 국뽕에 취하다니! 진짜 비이성적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부끄러워할 일 아닌가요? 개인의 성공이 어떻게 집단의 성공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사람들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

-꺄아아아!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서리혁! 왕지호! 뉴블랙! 와아아아-!

진지하게 악플을 다는 이들이 알 수 없는 낭패감을 느끼며 익명 사이트에서 부들부들대기 시작했다.

결국 ‘저게 무슨 잘한 무대냐! 무대를 못했다!’ 하는 식으로 방향을 틀려고 할 때.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런 글이 올라왔다.

[오늘 블루문 무대가 얼마나 임팩트가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가슴 로켓을 발사하는 에일로.gif)

이게 불과 10분 전이었는데 다들 까먹었음

사람들이 아! 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 맞네

-진짜 개잘하긴 했다.. 순간적으로 저 로켓을 까먹고 있었음

-야잌ㅋㅋㅋㅋㅋㅋ미친

-아 저거 다시 봐도 개웃긴다,, 저거 로켓 나왔을 때만 해도 다 같이 웅성댔자나

-이길 수 없는 어그로였는데 이겼네

-뉴블랙은 진짜 신이다.. 저걸 까먹게 하네

방금 전에 PBS 중계 캐스터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게 한 파격적인 퍼포먼스.

해설위원들이 ‘어… 그… 항상 퍼포먼스를 어… 이…어음…예. 예. 에일로의 퍼포먼스였습니다’ 할 정도였다.

한국이었다면 카메라 감독이 식겁해서 필사적으로 얼굴 클로즈업을 했을 만한 무대.

그걸 잊히게 할 만큼의 임팩트가 있었다는 소리였다.

동시에 유머글과 정보글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축제처럼 뒤덮고 있었다.

[오늘부터 우리블랙임]

왜냐하면 소중한 우리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암 우리의 것이지

-오늘부터 뉴블랙이 아니라 우리블랙임

-대충 한국인들이 코묻은 조회수로 키워 낸 최종병기 같은 아이들..

-주모 drop the beat

[이 시각 술 한잔하고 있을 사람]

(TJ 엔터 박태준 회장이 ‘K팝 최고의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적힌 기사 타이틀 아래서 웃고 있는 사진..jpg)

자칭타칭 마이더스의 손 엌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영감님

-선우주 왜 방출했는지 알려 주면 500원정도 건네줄 용의가 있음

-영감님 뉴블랙 미국 갔대요!

-???: 미국 유명 가수가 끼워 준 콜라보로 억지 진출..ㅂㄷㅂㄷ

물론 그런 글들을 직접 눈팅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박태준 회장은 집무실에서 생중계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저게 아닌데? 아니, 춤이 저게… 뭐… 아니…….”

퍼포먼스의 중심을 지키며 금발을 흩날리는 미남의 모습에 TJ 회장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옆에서 차를 홀짝이고 있던 한영준 총괄이사도 마찬가지였다.

“……?”

왜 이렇게 오늘따라 잘 추는 것인지.

안경닦이로 안경을 슥슥 닦고는 다시 TV를 바라보는 노년과 중년 남자의 얼굴에 멍함이 깃들었다.

한영준 이사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래도… 꼭 나쁜 쪽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걸로 인해서 전체 K팝 파이가 더 커질 수도 있어요.”

“그렇겠지. 음. 그래야지.”

박태준 회장이 애써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걸 시작으로 해서 우리 트릭스터와 NYX도 더욱더 글로벌하게 진출하는 거야. 또 아나? 뉴블랙이 미국에서 기반을 다져 놓으면… 그걸 발판으로 우리 가수들이 더 성공할 수도 있지.”

“그…렇죠.”

“사실 저것도 우리랑 다른 4대 기획사들이 다 미국에서 이미 발판을 다져 놔서 저렇게 된 거지.”

그런 말을 하던 박태준 회장이 물었다.

“참… 미국 하니까 장한별이는? 여전히 미국에서 소식 없대?”

“예.”

“요즘 따라 떼를 쓰는 게 좀 심하네. 얼른 돌아와서 활동할 것이지…. 적당히 원하는 대로 다 해 줄 테니까 돌아오라고 꼬드겨 봐.”

“예. 회장님.”

“한별이 걔도 중요한 돈줄이야.”

“그런데 연락이 쉽지가 않네요. 다 차단을 해서.”

그 인물이 뉴블랙의 리더로부터 명함을 받아 들고 룰루랄라 유유자적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는 두 남자였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박태준 회장이 턱을 쓰다듬었다.

“트릭스터도 한 번 영어 곡 싱글로 내는 거 고려해 보라고 기획팀한테 전달해.”

“예.”

“K팝에 관심이 많아진 상황에서 영어 곡을 한 번 내면… 어쩌면 우리가 치고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예. 고려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한영준 이사가 군말 없이 답했다.

‘영어 곡은 지금 뉴블랙 정도가 내야 먹힐 텐데…….’

왠지 모르게 감 떨어지는 지시사항이라고 생각했지만, 뉴블랙이 미국 현지의 인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한 박태준 회장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과거 원석을 놓쳤다는 것에 대한 분함과 저 자리에 우리 기획사가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그런 생각들이 보이는 기분.

작게 한숨을 쉬던 한영준 이사가 태블릿 PC에서 흘러나오는 온라인 게시판의 반응을 눈여겨보았다.

[이 시각 설레고 있을 K팝 기획사들에게]

(작곡가 우주선이 바둑 레전드의 표정을 따라 하고 있는 장면.jpg)

“내가 승리한 것이지 K팝이 승리한 게 아냐”

반박시 서리혁

반박하고 싶었던 한영준 이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리혁이는 아니었다.

*   *   *

무대를 마치고 다시금 의상을 갈아입은 우리는 객석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도를 걸었다.

상큼한 스타일링으로 등장한 헤일리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신기한 거 하나 알려 줄까?」

「뭔데요?」

「무대 모니터링을 하면서 내 모습을 다시 봤거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나는 말이야.」

가수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존나 어썸한 존재 같아.」

「…….」

「이렇게 러블리한 존재가 살아 숨 쉬고 있다니… 내 남편과 딸은 정말이지 축복 받은 인간들이야.」

할리우드 스타의 화려한 자기애에 웃음을 터뜨렸다.

앞장서서 걸어가던 막내가 물었다.

「이제 Top 콜라보레이션 부문 할 차례죠?」

「응.」

우리의 블루문이 후보에 오른 부문이었다.

석환 형에게 듣기로는 수상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하긴 해서 별로 걱정은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파란 머리 요정님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쓰읍.」

헤일리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 미안한 얘기인데 말이야.」

늘상 거침없이 이야기하던 헤일리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또 처음 본다.

「수상 못할 수도 있어. 너희.」

「왜요?」

「너네들 이번에 원래 뉴블랙으로서 여러 부문에 오를 뻔했다고 했잖아.」

「그죠…?」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갸웃거렸다.

우리가 원래 수상 후보에 오를 분야가 더 많다고 들었는데, 빌보드 측에서 기준을 이상하게 바꿔서 외국 가수인 우리를 배척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냥 마음씨가 리혁이만큼 옹졸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또또. 불손한 눈으로 바라보지 마요.”

치와와처럼 이를 드러내는 메인 보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겸손하게….”

“아아아아! 제발 아무데서나 무릎 굽히고 그러지 말라니까! 당신이 우리 대표자라고!”

다급하게 말리는 리혁이를 보며 웃고는 헤일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내가 갑자기 좀 빡쳐서 어워드 놈들한테 몇 마디 좀 하기는 했거든.」

「아.」

그 얘기구나.

「한국에서 기사 보기는 했어요. 헤일리가 우리 수상 후보 여러 개에서 누락됐다고 일침을 놨다고.」

「응. 근데 내가 좀 빡치면… 리미트가 해제가 되거든.」

「…….」

불길하다.

내가 물었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말을 했는데요…?」

「어….」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헤일리가 이내 입을 열었다.

「이 ———— 같은 —놈들, 진짜 마음 씀씀이가 ——같네.」

「거기까지.」

내가 손을 들어 막았다.

중현이와 비주가 사이좋게 막내의 귓가를 막아주는 동안 진지하게 물었다.

「헤일리.」

「응?」

「명예훼손으로 고소는 안 당했어요?」

「아, 우리는 명예훼손 같은 거 별로 없거든. 때리지만 않으면 돼.」

이 경우에는 차라리 맞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헤일리.」

「응?」

「어차피 상을 같이 타는 건데… 상을 못 타면 헤일리도 같이 못 타는 거기도 하고. 그렇게 험한 말을 한 것도 저희를 위해서 그런 말을 해 준 거잖아요.」

「어… 너희를 위해서 그런 게 아닌데?」

상대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빡쳐서 말한 건데.」

「…….」

「그… 뭐냐. 아무튼 수상 못할 수도 있으니까 못 받으면 나 욕하면 된다고 해 준 말이야.」

「우리가 헤일리를 어떻게 욕해요.」

픽 웃으며 괜한 걱정을 하는 스타에게 괜찮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수플레들의 환호성이 MGM 그랜드 아레나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카지노 스폰서의 현장 광고가 끝나고 나서 시상자로 유명한 슈퍼모델이 등장했다.

그녀가 유려한 멘트로 관객들을 웃게 만든 후.

-여기 Top 콜라보레이션 부문의 후보를 만나 보시죠.

시상식장의 메인 화면에 VCR이 흘러나왔다.

성우의 내레이션과 함께 각종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온다. DJ 매직과 둠닥터의 콜라보 힙합 음원부터 시작해서 작년도에 미국 내에서 핫했던 음악들이 서너 곡가량 흘러나왔다.

환호가 작아졌다가 커지기를 반복할 때.

-Blue Black : Blue Moon.

블루문을 연호하는 내레이션에 장내의 암약 수플레들이 함성을 터뜨렸다.

“뉴블랙! 뉴블랙!”

“뉴블랙!”

“상 줘! 빌보드 놈들!”

환호 속에서 다른 셀럽들이 혀를 내두르는 가운데, 봉투를 들고 있는 슈퍼모델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녀가 숨을 고르더니 침을 꿀꺽 삼키며 봉투를 개봉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And billboard music awards goe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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