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3화
‘아무리 봐도 상태가 영 아닌 것 같은데.’
서리혁이 눈을 반개했다.
별일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치던 리더가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표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안색이 창백하다.
“비주 형.”
리혁이 턱짓을 하며 물었다.
“저 사람, 지금 괜찮아 보여요? 상태가 영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도 안 좋아 보여.”
비주도 근심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런데 일단은 우주 형이 괜찮다고 말했으니까… 조금 지켜 보자. 괜히 우리가 소란스럽게 하면 형한테 더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무슨 얘기해요, 우주 형 얘기?”
“형 얘기해?”
그들의 뒤에서 두 고개가 쏘옥 내밀어졌다.
간식을 우물거리고 있는 두 동료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리혁과 비주가 소파로 시선을 돌렸다.
티 하나 없이 완벽한 미남이 숨을 깊게 쉬고 있었다. 안 좋은 컨디션을 자체적으로 회복할 모양인 듯했다.
“그냥 메디컬 팀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막내가 소곤거렸다.
“저 형 성격 알잖아요. 어디 아파도 꾹 참고 콘서트 다 끝난 다음에 아프다고 말할 사람이라니까요.”
“다 들린다.”
나직한 맏형의 한마디에 동생들이 움찔했다.
“나 진짜 괜찮아. 그냥 속이 조금 안 좋아서 그래.”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니까요.”
리혁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냥 메디컬 팀 불러서 검진이라도 해 봐요.”
“안 돼.”
“왜요.”
“혹시 안 좋으면 어떡해?”
“안 좋은 게 뭐가 어때서요. 안 좋으면 조치를 취해야지.”
우주가 눈을 살짝 뜨더니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콘서트 시작인데, 굳이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서 불안해지고 싶지 않아.”
“아니…….”
“일단 무대는 제대로 하고 내려와야지.”
“그 무대를 제대로 못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은 그나마 콘서트 시작 전이라서 뭐라도 할 수 있는 거지, 콘서트 시작하고 나서 문제 생기면 진짜 답 없는 거 알죠?”
“그건… 그렇지.”
논리정연한 메인 보컬의 대꾸에 리더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이이잉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왜 이렇게 논리적이야. 반박을 못하겠네.”
“그냥 검사 받아요.”
“그치만 우주는 무대를 하고 싶은 걸…!”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던진 농담이었지만 졸개들은 정색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평상시라면 허허 웃었을 중현도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형.”
“응……?”
“좋은 말로 할 때 검사 받아요.”
“……알았어.”
결국 리더의 승낙에 스탭들이 재빨리 메디컬 팀을 불렀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 하며 중얼거리는 리더의 모습에 동생들이 말했다.
“형 건강이 제일 중요한 거 알죠? 우리 팀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 건강이 정말 중요해요.”
“맞아.”
“형 쓰러지거나 어디 아프면 진짜…….”
눈망울이 촉촉한 동생들의 모습에 리더가 눈시울을 붉힐 때였다.
“형이 퍼포먼스 중심인데, 빠지면 진짜 곤란하거든요.”
“없어지면 나 노래 부를 때 더블링 누가 쳐줘.”
“인정.”
“거의 10인조 분량으로 뛰어다니면서 불러야 되는 노래를 5인조 용으로 만들어 놓고 혼자 빠진다? 억울해서라도 용납 못해여.”
“…….”
리더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고개를 슥 돌리면서 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막내가 눈을 반짝였다.
‘좀 괜찮아진 것 같다.’
옆에서 놀리고 자극하고 그랬더니 혈색이 살짝 돌아오는 느낌이다.
“메디컬 팀 왔습니다!”
“네!”
때마침 찾아온 의료진이 혈압 등을 체크하고 청진기를 가져다 대더니 자신들의 소견을 전해 왔다.
통역사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서민기가 미소를 지었다.
“자기들이 가진 장비 선에서는 특별하게 이상한 게 안 보인데. 만약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병원 가야 된다고.”
“그래요?”
“정상 소견이라는 것 같아.”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누구던가.
선우주학이 있다면 박사 학위를 딸 수 있는 전문가들이었다.
그렇기에 평상시 안색을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건강할 때는 뽀얗고, 어디 안 좋을 때는 흐릿한 병약미를 풍기고, 다른 작곡가들 괴롭히거나 노래 작업할 때는 얼굴에서 빛이 나고.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금 안색은 많이 안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거봐.”
맏형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으스댔다.
“내가 아무 이상 없댔지? 그냥 소화 불량 같은 거라고.”
그러면서 의료진에게 받은 소화제를 털어 넣는 모습에 멤버들이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남들에게는 하찮은 사람일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다.
요즘 들어 너무 무리하는 느낌이 들어서 걱정하고 있던 차에 안색이 저러니 걱정이 안 될 리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리혁의 어깨에 비주가 손을 올렸다.
“일단 지켜보자.”
“알았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쭉쭉 푸는 우주의 모습을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때였다.
손거울을 들여다보던 우주가 깜짝 놀랐다.
“허어어……!”
리혁이 물었다.
“왜 그래요?”
“리혁아. 나 얼굴….”
“내가 말했잖아요. 안색이 안 좋다고.”
“아니, 그거 말고.”
거울을 들여다보던 리더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 오늘 병약미 대박인 듯.”
“……멀쩡한가 보네요.”
말은 그리했지만 거울을 든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을 리혁의 눈은 놓치지 않았다.
“진짜 괜찮겠어요?”
“괜찮다니까.”
메인 보컬이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왜 저러지.’
사람이 어디가 안 좋으면 안 좋다고 티를 내야 할 텐데, 왜 저렇게 항상 깔깔 웃으면서 다니는지 모르겠다.
“걱정 마.”
어느 틈인가 다가온 리더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오늘 무대 끝날 때까지 절대 아무 문제 없을 거야.”
“…….”
뭐라고 대꾸하려던 차에 스탭들이 콘서트 시작 10분 전을 알렸다.
분주한 스탭들을 바라보던 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무대가 먼저였다.
* * *
넷플러스 런칭 다큐멘터리「The New Black : Making Waves」 中
[북미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자막.
LA 스테이플스 센터의 전경이 흘러나오면서 응원봉을 든 수플레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들이 담긴다.
행복.
기쁨.
눈물과 함성.
방방 뛰는 팬들 앞에서 ‘Hello, World!’ 하며 등장한 5인조가 ‘Nine’의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우주 : 멋진 저녁이에요, LA! ‘Hello, WOrLD’ 콘서트에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프닝 멘트.
마이크를 든 리더가 환히 웃으며 두 팔을 촤악 펼치면서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의 함성이 격해졌다.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LA에서의 마지막 콘서트 장면이 흘러나오면서, 공연이 끝나고 나서 무대를 내려오는 멤버들의 모습이 잡힌다.
도원석 : 우주야! 우주! 괜찮아?
매니저가 사람들을 헤치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아까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던 뉴블랙의 리더.
땀범벅이 된 채 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우주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힌다.
우주 : 오늘 컨디션 최고예요.
활짝 웃으며 엄지까지 드는 모습에 그제야 스탭들과 멤버들이 마음을 놓는 장면이 흘러나온다.
* * *
“뉴블랙의 북미 투어 종료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
여기저기서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매니저들과 TF 팀 직원들이 크으! 하면서 생맥주를 들이켜는 동안, 나와 동생들은 탄산음료를 마셨다.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투어 중에서 북미 일정만 끝난 거였지만, 아무래도 빌보드 뮤직 어워드라는 대형 스케줄이 끼어 있었던 만큼 다들 중압감이 어마어마했던 모양이다.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한 호텔 방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식탁 위에 가득한 간식거리를 하나씩 집어먹었다. 칙필레라는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사 온 바삭한 치킨 샌드위치, 핫도그 등. 오늘 공연이 끝나고 먹는 야식들이었다.
“으음, 달다. 달아…….”
애플파이를 먹으며 행복해하던 비주가 물었다.
“속은 좀 괜찮아요?”
“당연하지.”
치킨 샌드위치를 들고 행복해하는 나를 바라보던 비주가 웃었다.
“저 아까 진짜 큰일 나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요. 형 안색이 너무 안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점심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가 봐. 체했던 것 같아.”
원래 ‘체해서 이 정도로 아플 수 있나?’ 할 만큼, 급체가 걸리면 컨디션이 안 좋고 그렇지 않던가.
무대에서 방방 뛰어서 그런지 체증이 쑥 내려간 모양이다.
리혁이가 한숨을 쉬며 등을 툭 쳤다.
“다음에는 진짜 조심 좀 해요.”
“알았다, 알았어. 우리 리혁이가 형을 아끼는 마음씨가 참 갸륵… 컥!”
“헛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요.”
“하여간…….”
고개를 슥슥 젓고는 동생들과 함께 식사를 즐겼다.
북미에서 콘서트가 끝났고, 이제 다음 콘서트까지 앞으로 3주가량 시간이 남은 상황이었다.
당분간 여유롭게 보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자자.”
적당히 식사를 하고 나서 후식 타임이 되었을 때.
저마다 맛난 케이크를 한 접시씩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뼉을 쳐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한국 돌아가기 전에 잠시 일 이야기 좀 할까요?”
“좋지.”
TF팀장인 석환 형이 케이크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우선 너희한테 들려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뭔데요?”
눈을 반짝이는 막내에게 석환 형이 답해 주었다.
“평창.”
“허어!”
“너희가 평창 올림픽 폐회식 메인 퍼포머로 선정됐다.”
“와아아아아!”
동생들과 벌떡 일어나서 손뼉을 마주쳤다. 짱구에 나오는 개코원숭이들처럼 춤을 추던 우리에게 석환 형이 말했다.
“조직위랑 공식적으로 이야기 다 끝났고, 다음 달에 홍보 대사 위촉하면서 퍼포머 선정 발표할 거야.”
“대박이다. 우리가 올림픽에…….”
다른 것도 아니고 메인 퍼포머로 들어간다는 소식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기뻐하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단독 무대가 있긴 한데, 합동 무대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 K팝 아이돌들의 합동 무대 같은 식으로.”
“나쁘지 않지.”
“지금 라인업으로 확정된 건 너희 하나고… 다른 보이그룹이랑 걸그룹은 아직 얘기만 무성해서 잘 모르겠다.”
홍서영 과장님이 끼어들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틴스피릿도 가능성이 높다던데요.”
“그래요?”
석환 형이 우리에게 물었다.
“너희 뭐 틴스피릿한테 들은 거 있어?”
“아니, 아직…….”
중현이가 말했다.
“걔네가 좀 삐졌거든요.”
“삐졌어…?”
“저번에 스승의 날 있잖아요. 그날 케이크 좀 늦게 배달 간 뒤로 관계가 예전 같지가 않아요.”
TF팀이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따라 우리에게 소홀해진 이웃집 아이돌이었다.
남들 다 받을 동안에 맨 마지막에 받아서 그런지 살짝 삐친 느낌이라고 할까. 톡 답장이 5분씩 늦는다.
막내가 말했다.
“저거 사실 우리가 삐졌냐고 놀려서 더 그래요.”
“인정.”
반응이 귀여워서 ‘삐졌니? 삐졌니?’ 하면서 깔깔 웃어 댔는데, 애들이 ‘아, 안 삐졌다구요 시팔!’ 하면서 울면서 도망쳤다.
그런 우리 이야기에 우리 스탭들이 귀엽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우리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저희는 안 귀여우신가요?”
“…….”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달달한 케이크가 왜 이렇게 씁쓸하게 느껴지는 걸까.
케이크 위의 딸기 조각을 으깨 먹는 동안 석환 형이 다음 안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영어 곡에 대한 소식이야.”
“아.”
올 것이 왔구나.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끝나면서부터 우리가 고민하고 있던 이야기가 TF팀장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 미국 레코드사에서 연락이 왔어. 이번에 영어 곡을 하나 내서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게 어떻겠냐고.”
“형 생각은 어때?”
“나는 찬성 쪽이긴 하지.”
우리 TF팀장님이 말했다.
“우리가 미국 시장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가수들은 주로 라틴 팝 쪽이거든. 미국이랑 음악 분위기가 좀 다른 나라에서 온 가수들. 지금 너희랑 상황이 비슷한 그런 가수들인데….”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었다.
남미에서 유명한 라틴팝 가수들이 커리어를 그런 식으로 형성하곤 했으니까.
본국에서 활동을 하다가 미국에서 영어 음반을 내서 빵 뜬 다음에, 세계적인 스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서 활동하는 방식. 우리도 그런 식으로 영어 곡을 하나 내 보자는 듯했다.
“일단은 주류 시장에 섞여 드는 게 중요하니까.”
“그건 동감이야.”
“너희 생각은 어때?”
졸개들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영어 곡 할래.”
“그럼 저희도 할게요.”
“영어 곡 너무 좋아.”
“미국 사람들한테 먹힐 만한 곡을 써 보는 것도 좋죠. 어쨌든 세계를 선도하는 음악 시장이니까.”
“찬성.”
고개를 끄덕이는 졸개들의 모습에 내가 미소를 지었다.
“생각이 바뀌었어. 안 할래.”
“그럼 저희도 안 할래요.”
“영어 곡 너무 별로.”
“미국 진출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근본이 한국 가수죠. 한국어 곡을 쓸 거예요.”
“찬성.”
TF팀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내가 조무래기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가들아.”
“네.”
“……너희는 주체적인 생각이 없니?”
“네.”
당당하게 답한 막내가 주먹을 쥐고 말했다.
“저는 형의 꼭두각시로 살 거예요…!”
“…….”
“그리고 형 의사가 제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 같이 일할 거긴 하지만 일단 곡을 쓰는 건 형이니까. 우리가 괜히 이렇다 저렇다 해서 형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구.”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만약에 영어로 곡을 쓰게 된다면 작사를 제외한 곡 작업의 대부분을 내가 하게 될 테니까.
“으음…….”
사실 레코드사의 제안은 굉장히 합리적이다.
내가 K팝 가수로서 팝스러운 영어 곡을 내느냐, 마느냐 하는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별개로 현실적으로 따지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국내 유명 아이돌이 꼭 일본어 곡을 하나씩 내는 것과 같다.
최대한 로컬라이징을 해서 거대한 시장을 거느린 나라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하는 게 맞다.
음반 전체를 영어로 내자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 싱글로 출시하는 거니까. 발매해서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네 생각은 어때, 우주야?”
“좋다고 생각은 해.”
다만… 조금 부담스럽다는 게 문제였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역대급이라고 할까.
미국에 우리 팬들이 많아서 빌보드 Hot 100 등의 차트에 이름이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아닌 팬들의 힘으로 올라간 것이고, 나는 미국 음악 시장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니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처럼 내가 쓰거나 참여한 곡이 미국 사람들에게 딱 먹힐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마치 미국에서 매니아 층이 많은 한식 요리 프랜차이즈가 갑자기 미국식 요리를 만든다고 대박 나지는 않듯이.
……망하면 어떡하나.
그게 걱정이었다.
“조금 부담이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부담?”
“미국에서 지금 너무 크게 반응이 오고 있잖아.”
“아무래도 그렇지.”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끝나고 나서 계속해서 미국 대중들의 반응이 들려올 때마다 겁이 덜컥 난다.
엄청나게 거대한 문 앞에 서 있는 느낌.
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앞자리들은 운 좋게 맞혔지만, 뒷자리 번호가 하나 남은 상태.
여기에 내가 무슨 번호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문이 열리거나 열리지 않게 될 것이다.
성공한다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보상이 돌아올 것이고, 실패한다고 해도 설령 큰일은 없겠지만…….
“…….”
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네가 무엇을 해도 우리는 믿고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는 사람들의 표정.
절대적으로 신뢰가 가득한 표정들에 마음에 따뜻해지면서도….
“어…….”
근데 왜 이렇게 속이 안 좋지.
아니.
안 좋다기보다는 이게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겨드랑이쪽부터 시작해서 명치가 꽈아아악 조이는….
“잠시만.”
“형?”
“잠시만 나…….”
뭐라고 횡설수설 말이 나오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친 듯이 가슴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풀렸다.
* * *
“형!”
휘청거리던 우주가 픽 쓰러지면서 호텔방에 바람이 일었다.
거의 눈썹이 휘날릴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간 중현이 우주를 안아 들었기 때문이었다.
“형!”
“우주야!”
방금 전까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던 우주가 쓰러진 모습에 다들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119! 누가 119 좀 불러 봐요!”
“형!”
“우주야! 우주야? 너 괜찮아?!”
“야! 선우주! 야!”
스탭들이 빠르게 호텔 직원을 불러 앰뷸런스를 준비시키는 동안, 창백한 얼굴로 쓰러진 우주의 모습에 다들 식겁했다.
‘식은땀이…….’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식은땀으로 온몸이 뒤덮였다.
몸에서 거의 물이 나오는 수준.
다행히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닌 듯했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배에 손을 올린 우주가 어으으… 하는 소리를 내면서 몸을 웅크렸으니까.
“…주… 중현아…….”
“네!”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라는 듯한 손짓에 중현이 귀를 가져다댔다.
말이 끝나고 다시금 복통을 호소하며 몸을 웅크리는 뉴블랙 리더의 모습에 다들 다급하게 물었다.
“중현아!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그… 팀장님한테 꼭 물어보라던데요. 중대 사항이라고.”
“뭘?”
중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험은 제대로 들어 놨는지, 꼭 물어보래요…….”
모두가 순간 울컥했다.
“야!”
“그게 지금 중요하니?!”
“아이고오오! 내가 진짜 환장하겄네!”
다시 몸을 웅크리는 바보를 보며 멤버들과 스탭들은 울어야 할지 뒷목을 잡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