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4)화 (65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654화

솔직히 말해서 몸을 회복할 때까지의 기억이 거의 없다.

앰뷸런스 소리.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

중간중간 들려오는 비주나 중현이의 다급한 목소리. 리혁이가 울고, 지호가 진정시키는 그런 소리.

토하고.

누가 소리 지르고, 배를 움켜쥐고 하고 그런 식으로 정신없이 혼미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우주야?”

어느 순간부터 조금 안정된 것 같다.

눈꺼풀을 힘겹게 뜨자 석환 형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어.”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기력이 하나도 없다.

체하고 나서 먹은 것을 다 게워 냈을 때처럼 멍하고, 환자복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들어와 춥다.

리모컨으로 병상을 일으키고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매니저와 눈을 마주쳤다.

목이 바싹 탄다.

“……지금 몇 시야?”

“새벽 3시.”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심박수와 산소포화도를 재고 있는 모니터, 팔뚝에 꽂혀 있는 링거 바늘, 그리고 꽤 널찍한 1인실.

“1인실이면 돈 많이 들 텐데.”

“……그게 지금 중요하니?”

“농담이야. 형 너무 표정이 심각한 것 같아서.”

멍하니 중얼거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LA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고는 석환 형에게 물었다.

“애들은? 많이 놀랐을 텐데.”

“지금 다들 병원 1층에서 대기 중이야. 보호자는 1명만 남을 수 있다고 병원 측에서 이야기를 해 줘서.”

“아, 애들 진짜 많이 놀랐을 텐데… 톡이라도 보내서 나 괜찮아졌다고 좀 말해 줘.”

“안 그래도 너 일어나자마자 보냈어.”

우리 감수성 예민한 울보들을 떠올리며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한편,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이 하나 있었다.

“할머니는?”

“응?”

“혹시 할머니한테 소식이 가거나 그러진 않았지?”

“응, 아직.”

“다행이다…….”

살짝 긴장했다가 마음을 놓고 베개에 머리를 뉘였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할머니 걱정하게 만드는 건 질색이다. 가뜩이나 손자 걱정으로 맨날 전전긍긍하는 사람인데.

“나 병원 왔다는 소식은? 아직 한국에 알려지거나 그러진 않았지?”

“응.”

“그것도 다행이네.”

“호텔 근처에서 진 치고 있던 사생들이 이야기를 흘려서 SNS 상에 루머가 잠시 퍼졌긴 한데, 다들 믿어 주지는 않는 그런 분위기 같아.”

한국 뉴스로 ‘[속보] 선우주 응급실행’ 같은 소식이 나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할머니 걱정할 일 없고.

다들 걱정할 일 없고.

무사히 넘어갔다는 소식에 몸을 뉘이고 있을 때였다.

“우주야.”

석환 형이 한심함이 가득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너 그런데 그건 안 궁금하니?”

“뭐가…?”

“너 어디 아파서 실려 왔는지.”

“아.”

맞다.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아 라는 말이 나오니? 이 화상을 진짜 내가…….”

“나 어디가 안 좋은 거래?”

“위염이래.”

뜬금없는 병명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동그랗게 뜨려고 했는데 힘이 잘 안 들어간다.

“위염?”

“응. 위염.”

“……위염으로 이렇게 사람이 실려 올 수가 있나?”

그냥 스트레스성 실신인 줄 알았다.

주변 선배들 중에서도 미주신경성 실신을 겪은 사람들도 많고, 과로로 실신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태현이만 해도 예전에 TNT가 투어를 돌 때 수면부족으로 무대에서 쓰러진 적이 있고 그랬다. 범위를 넓혀 보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흔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병명이 좀 의외다.

“……위염으로 사람이 쓰러지고 그럴 수가 있나? 속 쓰린 정도로 끝나는 거 아니야?”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위염이라더라.”

“이게 위염이라고? 진짜?”

가슴이 꽉 막히면서 꼭 심장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가슴팍이랑 겨드랑이를 조물조물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위장이 아프다고 해서 이 정도로 사람이 쓰러지고 그럴 수가 있나?

“의사 말로는 이미 콘서트 할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는데, 그걸 방치하고 있다가 확 악화된 것 같다고 그러더라.”

“아.”

“아픈 것도 몰랐어?”

“끝나고 나서 분명히 괜찮아졌거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콘서트 피날레의 기쁨에 젖어서 잠시 고통을 잊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우리 TF팀장님이 나를 불렀다.

“우주야.”

“응?”

“아프면 안 돼.”

우리 수학귀신의 눈동자에서 따스하고 걱정 가득한 빛이 흘러나왔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이…….

“형 울었어?”

“아니.”

“울었네.”

“이 정도를 운 거라고 말하고 싶으면 1층에 있는 애들 얼굴 봐야 돼. 걔네 얼굴 지금 다 초췌해져서… 그 와중에 리혁이는 과호흡 오고 난리 났어.”

비닐봉지를 들고 후하-후하 하고 있을 우리 메인 보컬을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물었다.

“그래도 이 위염… 일시적인 거지?”

“응. 아마 안정 취하고 휴식하면 금방 나을 거라고 하더라.”

“그럼 금방 퇴원할 수 있겠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할 거야.”

석환 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피 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다 엉망이라고 하더라. 대체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더라고. 이 정도로 몸 곳곳이 안 좋은 사람은 처음 본다고.”

“…….”

“당분간은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해.”

뭐라고 말을 하려는 나에게 석환 형이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넷플러스 런칭 다큐멘터리「The New Black : Making Waves」 中

인터뷰룸에 앉아 있는 우주가 다리를 꼬고 뒤통수를 긁적인다.

우주 : 아무래도 급작스러운 미국 진출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당연히 이 기회에 욕심이 나는데… 문제는 그 중압감이 좀 심했던 거죠. ‘이걸 어떡하지?’ 이런 생각으로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탈이 났나 봐요.

뉴블랙의 리더가 미소를 짓는다.

우주 : 그래도 꼭 쓰러졌던 게 나빴던 것 같지는 않아요. 제 스스로 우선순위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도 됐고.

곧이어 화면이 병상에 앉아 있는 우주의 모습으로 넘어간다.

대성통곡하고 있는 동생들을 토닥토닥해 주고 있는 우주의 얼굴이 씰룩씰룩이고 있다.

우주 : 나쁘지 않더라고요. 관심 받는 기분.

‘알죠?’ 하는 얼굴로 방정맞게 깔깔 웃는 리더의 모습이 다큐멘터리 화면에 담겨 나왔다.

*   *   *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르겠다.

눈이 퉁퉁 부은 졸개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비주 형, 왜 이렇게 눈이 부었어여.”

“너도 부었어. 지호야.”

“난 안 부음. 왜냐하면 안 울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너무 울어 버리는 바람에 머쓱해서 울지 못한 중현이 허헛 웃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셋이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붕어다. 붕어.’

‘사람 눈이 저렇게 부을 수도 있구나.’

‘지금 앞은 보이나?’

퉁퉁 부은 눈 때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서리혁이 카악! 하면서 그들에게 불을 뿜었다.

“뭘 봐요.”

“에이, 우리한테 시비…….”

“앞에 봐요.”

꽃다발을 든 4인조가 병원 복도를 걸어갔다.

마침내 면회가 가능한 시간이었다.

입원 초반에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병원 측에서 면회를 미뤘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체감상으로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리더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복도를 걷던 막내가 한숨을 쉬었다.

“에휴. 진짜…….”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탈이 났을 때, 그들은 어느 정도 올 일이 왔다고 여기고 있던 터였다.

-형, 어젯밤에 또 곡 작업 했어요?

-히힛.

-아니… 잠을 좀 자라니까요. 그러다가…….

-이히히힛! 우주는 그런 거 몰라.

잔소리 좀 하려고 하면 와아아아! 하면서 화제를 돌리고 도망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찌나 사람 말을 안 듣는지.

곡이나 업무 관련한 이야기에서는 경청을 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고집이 센 맏형이었다.

“진짜.”

서리혁이 이를 갈았다.

“오늘 만나기만 해 봐요. 혼 좀 내줘야겠어요. 그렇게 무리하지 말고 몸 좀 챙겨 가면서 일하라고 내가 노래를 불렀는데.”

“인정. 내가 총대까지 멨는데.”

“나도 걱정된다고 누누이 말했는데…….”

졸개들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처음에 맏형이 쓰러졌을 때만 해도 병원 로비에서 서로 머리를 기댄 채 초상집 분위기로 있었다.

우리 형 이러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하고.

하지만 그 정도의 큰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분노로 활활 타고 있는 멤버들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이야기를 했는데…!’

무리한다. 너 쓰러진다. 그리 말해도 절대 쓰러질 일 없다며 호언장담하던 사람 아니던가.

오늘이야말로 그들이 ‘우리가 말했죠?’하면서 혼을 내줄 타이밍이었다.

그런 각오로 졸개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

병실 문 앞에 선 졸개들이 머뭇거렸다.

왠지 모르게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먼저 들어가기에는 애매한 느낌.

서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비주 형이 먼저 들어가요. 연장자니까.”

“키순으로 들어가자. 중현이부터.”

“노노. 작은 순으로 리혁이부터 들어가자.”

“……어휴, 이 한심한 사람들.”

서리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러고는….

“나 안 되겠어요.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가 봐요.”

“으으음…….”

그렇게 누가 먼저 들어가냐를 따지며 한참을 옥신각신하던 이들이 다 같이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셋 하면 여는 거야. 하나둘…….”

달칵.

“어억!”

“억!”

“느아악!”

병실 문을 열어 버린 간호사의 앞으로 네 명이 데굴데굴 엎어졌다.

간호사가 쿨하게 그들을 지나가는 가운데, 병실 바닥에서 데굴거리던 4인조가 흡! 하고 일어났다.

꽃다발을 들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일어날 때.

“왔어?”

그들이 며칠간 기다리고 기다렸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스하고 자상한.

창가에서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는 미남의 눈동자가 그들을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음에도 환히 빛나고 있는 그 얼굴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나 없는 동안 괜찮았어?”

“…….”

“리혁이는 왜 선글라스 쓰고 있어? 어디 안 좋아?”

자상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물어보는 리더의 말에 멤버들이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뭐라고 할까.

병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건강관리 하라고 말했는데!’ 하며 부들부들했던 그런 마음이 싹 씻겨 내려간다.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기분.

그들의 맏형이 나름대로 건강한 모습으로 웃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그들에게 중요했다.

그 밖의 나머지는 솔직히… 알 바 아니었다.

“…….”

투둑.

울보인 막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던 리더가 두 팔을 살짝 벌렸다.

“이리 와. 바보들아.”

“혀어어엉!”

“껴안지는 말고.”

펭귄처럼 도도도 달려와 무르팍에 엎드리는 동생들의 모습에 맏형이 헛웃음을 지었다.

살랑이는 초여름의 바람과 함께.

따사로운 햇살이 다섯 청년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   *   *

아프고 나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꽃다발 들고 왔어?”

“네.”

“저기다 두면 돼.”

“…….”

졸개들의 눈동자가 병실을 가득 채운 꽃들로 향했다.

“이, 이게 뭐예요?”

“여기저기서 꽃을 보내 줬어. 저쪽에 커다란 건 헤일리가 보내 준 거고, 저건 빌보드 어워드에서 만난 로건 스미스.”

“저건요?”

“저건 한별이가 보내 준 거.”

“……완전 꽃밭이네요.”

아프고 나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이 이 정도로 많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정말 곳곳의 관계자들이 보낸 엽서가 쌓이다 못해서 탑을 이루고 있다.

팬들이 보내는 꽃이나 편지, 엽서 등은 아예 병원 측에서 반입을 안 시켜 줄 정도였다. 그거 쌓아 두려면 병원 전체를 꽉 채울 정도라고 병원 행정 측에서 난색을 표했다고 들었다.

소식이 참 빠르다.

-‘뉴블랙’ 우주, 급성 위염으로 입원.. “저 잘 지내고 있어요”

멤버 가족들에게 먼저 소식을 알린 회사가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돌리고 나서부터 문자 메시지와 톡을 비롯해 쾌유를 바라보는 연락도 폭증하고 있고.

광고주 측이나 우리가 알고 지내는 친구, 지인들에게서도 소식이 쏟아져 왔다.

아직은 너무 피곤해서 톡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만큼 내 주변에 사람이 많았구나 싶다.

“카메라도 있네요.”

“아, 저건 다큐 팀에서 설치한 거.”

내가 쓰러진 이후로 다큐 팀에서 촬영을 중단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컨디션을 회복해서 다시 재개하기로 했다.

“잠시 꺼 둬. 우리끼리 편하게 이야기하게.”

중현이가 카메라를 조작하는 동안 비주가 내 옆 의자에 앉아 물었다.

“몸은 좀 어때요, 괜찮아요?”

“최고야.”

“거짓말하지 말고요.”

“진짜 좋아. 여전히 조금 힘들긴 한데… 잠을 잘 자니까 컨디션이 확 회복되더라.”

하루 종일 잠만 자니까 오히려 컨디션이 투어를 돌 때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뭔가 웃프다고 할까.

“유일하게 안 좋은 점이라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음영이 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때문인지 동생들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뭐, 뭐가 문제예요. 형?”

“배가….”

“배? 계속 아파요? 어떻게요?”

“너무 고파.”

“…….”

“…….”

짜게 식은 동생들에게 내가 말했다.

“배가 너무 고파……. 짜장면 한 젓가락 먹게 해 주면 억만금도 줄 수 있어. 진짜로.”

“다 나았네. 이 형, 다 나았어여.”

“멀쩡하구만.”

“괜히 엄청 걱정했네….”

동생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빠르면 이틀 만에 회복하고 퇴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처음에는 큰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걱정하던 동생들의 안색이 조금 편해졌다.

사실 위염 때문에 통증이 잠시 심했던 것뿐이지, 크게 걱정할 일이 없는 병이었다.

“위염으로 입원해서 정말 다행이야.”

“……네?”

“스트레스 받아서 실신했다거나 하는 상황이었다면 팬분들이 더 걱정했을 거 아냐. 위장병으로 입원했다고 하면 그래도 걱정은 되지만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기도 하고.”

“…….”

“어, 그러니까 내 말은…….”

동생들이 진지하게 정색하는 건 오랜만이다.

농담이 아니라 30분 가까이 ‘몸 생각 안 하냐’, ‘안 아픈 게 좋은 거지, 장난하나’, ‘커리어가 중하냐, 건강이 중하냐’ 하는 훈계를 들었다.

“죄송합니다.”

“하여간 이 와중에 커리어 걱정부터 하고 앉아 있고. 그러니까 스트레스로 쓰러진 거 아니에요.”

“하하하…….”

영어 곡 고민하다가 쓰러졌던 생각을 하니 뭔가 민망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진짜 별것 아닌 일인데 왜 그렇게 그 호텔방에서 긴장을 했는지 모르겠다.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기회가 찾아와서 그런가 봐. 솔직히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어.”

괜히 이걸 어떻게든 아득바득 성공시켜 보겠다고 과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스트레스에 탈이 나 버렸다.

혼자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어 보려고.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맡겨 볼까 생각 중이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결정했다.

리혁이가 잘 생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했네요. 말 나온 김에 작업량도 좀 줄여 봐요. 솔직히 그것 때문에 탈 난 것도 있으니까.”

“알았어.”

“퇴원할 때까지 일 이야기나 일 생각도 절대 금지고요.”

“네.”

“그리고…….”

리혁이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몸이 어디가 안 좋다 싶으면 우리한테 바로바로 말해 줘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는 식구 아니야?”

“…….”

“매번 미련하게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고민이나 할 일 있으면 우리한테 분담도 좀 하고 그래요. 이번에도 미국 진출 관련해서 혼자서 다 끌어안고 고민하니까 입원한 거잖아요.”

“알았어.”

“내가 걱정이 돼서 며칠 밤을 못 잤어요.”

울컥해서 다시 눈이 벌게지려는 리혁이를 토닥토닥해 주었다. 리혁이가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그러다 진짜 어디 안 좋아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내가 미안해.”

다시금 훌쩍이기 시작하려는 동생들의 모습에 다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이번에 너희 의견을 꼭 수용해서 작업 시간도 좀 줄이고, 일이 있으면 너희한테도 분담하고 그럴게.”

“진짜죠?”

“응. 시킬 일 있으면 너희한테 바로 부탁하고 그럴 테니까, 걱정하지 마.”

“……진짜로?”

“약속 꼭 지킬게.”

축축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내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으로 할 일 있으면 꼭 너희랑 나눠서 할게.”

*   *   *

1시간 후.

“리혁아.”

“…….”

“리혁아아아아.”

“…….”

“서리혀어어어억…….”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서리혁이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났다.

다른 멤버들이 츄릅 하면서 졸음에 빠져 있는 동안, 리혁은 비몽사몽간에 우주의 병상으로 다가갔다.

“왜 그래요?”

“리혁아….”

창백한 얼굴의 리더가 헤헷 웃으며 말했다.

“나 저기 테레비 리모컨 좀.”

“……후우우.”

“오는 김에 저기 휴지도 한 장 갖다주라. 어어어…! 한 장 뽑으라고 한다고 누가 한 장 뽑니. 한국인이면 두 장을 뽑아야지.”

“…….”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니? 할 일 있으면 분담하자면서.”

이걸 확 그냥.

메인 보컬이 부들부들 휴지를 갖다준 후에 다시금 꾸벅꾸벅 졸려고 할 때였다.

“리혁아…….”

“…….”

“리혁아….”

“…….”

“대답 안 하면 나 일 생각할 거야. 흡! 우주는 곡을 쓰고 싶다. 머릿속으로 곡 생각을 한다.”

“아이, 진짜……!”

병상에 누워서 에베벱! 곡 생각할 거지롱! 하는 리더의 모습에 서리혁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아니, 세상에 어떤 환자가 말 안 들어 주면 일할 거라고 협박을 하냐고…!’

환자만 아니면 진짜 꿀밤을 한 대 먹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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