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4화
“후우.”
내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뉴욕 날씨가 화창하구나. 이게 바로 빌보드 4위 가수가 바라보는 하늘인가.”
“구름도 진짜 예뻐요.”
비주도 몽글몽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바로 빌보드 4위 가수가 바라보는 구름.”
“오늘따라 비주 형 목소리 너무 좋네요. 이게 바로 빌보드 4위 가수의 목소리인가.”
막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현이가 주섬주섬 과자 봉지를 꺼냈다. 손마다 안착하는 미국 과자.
중현이가 말했다.
“이게 바로 빌보드 4위 가수가 건네주는 과자.”
“크으, 달구나. 빌보드 4위 가수가 맛보는 과자는 이런 맛이구나.”
“꽤 달달한데요?”
리혁이마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과자를 우물거리고 있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원석이 형과 민기 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틈을 놓치지 않고 우리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저기 웃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빌보드 4위 가수의 매니저 서민기, 도원석!”
막내가 과자를 마이크처럼 내밀었다.
“빌보드 4위 가수의 매니저가 된 기분 어떠세요?”
“아, 예. 몹시 좋습니다.”
“행복하죠.”
빈말이 아니라 다들 정말 즐거워 보였다.
무슨 말을 해도 즐거운 분위기였다.
대표님이 뉴블랙 TF팀 전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전화하신 덕분이기도 했다.
“히야…….”
“세상 참 아름답다.”
뉴욕 차이나타운의 식당에서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브로드웨이로 향하는 중이었다.
브로드웨이에서 녹화하는 토크쇼 <앨런 데일 쇼>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뉴욕 시민들이 왠지 모르게 희망차 보이고, 뉴욕 특유의 혼잡한 도로마저 아름답게 보인다.
“이게 바로 빌보드 4위 가수의 미국…….”
멤버들과 함께 꺄르르 웃었다.
곧이어 도착한 방송국 앞은 우리를 대대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수플레들로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의 인사에 환호하는 팬들이 한국어로 화답했다.
“추카!”
“오늘은 이상한 거 말고 멋진 거 하라!”
“제육볶음!”
우리도 ‘제육볶음!’ 하면서 주먹을 들고 화답했다.
방송국 유리문을 통과하자 리혁이가 물었다.
“그런데 방금 누가 이상한 거 말고 멋진 거 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목소리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거겠지. 우리가 이상한 걸 언제 했다고.”
“그건 또 그러네요.”
늘상 멋진 일만 하는 우리 아니던가.
스튜디오 로비에 도착하자 안내역으로 붙은 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부담스러울 만큼 친절한 모습이었다.
「편히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기실을 준비했거든요. 혹시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거나 한다면 바로 해결책을 찾을 테니까요. 불편한 점 있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여기네요!」
최고의 스타가 도착할 때 줄 법한 널찍한 방이었다.
저번에도 널찍한 방을 받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큰 방은 처음 본다. 헤일리가 썼던 방이 여기였나?
“와…….”
매니저들과 스탭들이 감탄하면서 짐을 풀었다.
그동안 우리는 가수들이 쉬도록 마련한 테이블에 둘러앉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간식들 때문이었다.
“이거 다 한국 과자들인데?”
“우리 취향대로 준비한 거 같아요. 리혁이 형 자리에 고구마 말랭이 놓은 거 봐요.”
“어떻게 알았지?”
매니저들이 어찌 된 영문인지 문의하니, 직원들이 SNS상에 돌아다니는 뉴블랙 최애 간식 리스트 등을 보았다는 모양이다.
대체 미국에서 중현이가 좋아하는 솔의 눈을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가 미스터리긴 하지만…….
정말 우리가 깜짝 놀랄 만큼 정성을 쏟은 기색이 다분했다.
「뉴블랙!」
갈색 머리카락을 차분하게 정돈한, 엘리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 토크 쇼의 호스트인 앨런 데일이었다.
「헤이이이-!」
과장된 동작으로 두 팔을 벌리는 이에게 우리도 헤이~! 하면서 화답했다.
뒤를 보니 쇼의 비하인드 캠까지 따라붙었다.
「저번에 블루문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죠? 뉴욕에서 우리 쇼를 제일 먼저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당연히 제일 먼저 와야죠.」
앨런 데일과 악수를 하며 비즈니스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블루문을 발매했을 때부터 전폭적으로 ‘뉴블랙 화이팅!’ 하면서 우리에게 투자를 했던 쇼였다.
그러므로 기브 앤 테이크로 우리도 이 쇼를 제일 먼저 골랐다.
「시청률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른 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과장 가득한 칭찬에 겸연쩍게 웃었다.
우리에게 잘 보이겠다는 티를 팍팍 내는 쇼 호스트와 오늘 토크와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였다.
「참.」
앨런 데일이 웃으며 물었다.
「우리가 준비한 기획은 마음에 들었어요?」
「네.」
우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앨런 데일 쇼에는 토크와 무대 외에도 다른 프로모션이 하나 더 있었다.
<앨런 데일 쇼>에서 메인 게스트가 나올 때마다 특별하게 준비하는 코너들인데.
가수와 카우보이 목장을 방문해서 카우보이 체험을 한다든가, 번지 점프를 하러 간다든가. 혹은 슈퍼볼 하프 타임 쇼를 준비하는 가수의 연습실에 놀러가서 같이 춤을 춘다든가.
우리도 이번에 그런 코너가 하나 있었다.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 기획.」
* * *
「앨런 데일 쇼 : 뉴블랙 편」
스튜디오에 서 있는 앨런 데일이 두 손을 맞잡고 말한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코너를 준비해 봤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한국에서 온 최고의 인기 그룹이자, 이번에 메트로라는 신곡을 가지고 돌아온 글로벌 인기의…….]
[와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악!]
눈을 깜빡이던 앨런 데일이 ‘방금 공룡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하고 농담을 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그가 손뼉을 치고 말을 잇는다.
[아무튼, 한국 최고의 인기 그룹 뉴블랙이 본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타라고 하더군요. 한국의 젊은 프랭크 시나트라라고 할까요.]
이어지는 특집 코너.
[그 때문에 이번에 뉴욕에서 그들이 홍보대사를 맡은 평창 올림픽을 홍보한다고 하는데요. 뉴욕 최고의 인기스타인 저 앨런 데일이 그 현장을 함께 했습니다. 한 번 보시죠!]
어마어마한 환호성과 함께 VCR이 흘러나온다.
뉴욕의 거리.
상점 유리창을 통해 왁스칠한 머리를 확인한 호스트가 휘파람을 불며 거리를 걷는다.
앨런 : 뉴블랙하면 쿨한 이미지잖아.
스탭 : 그죠.
앨런 : 분명히 멋진 걸 할 텐데… 어때, 좀 괜찮은가? 그 옆에 서면 완전 못나 보일 거 아냐.
스탭 : 완벽해요. 멋져요.
페이크 다큐 같은 꽁트 분위기.
긴장한 앨런 데일이 뉴블랙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앨런 : 안녕, 친구ㄷ…….
뉴블랙 : 왔어요?
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인형탈을 쓴 5인조.
앨런 데일의 얼굴에 그늘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웃음소리가 삽입된다.
최고급 맞춤 정장을 입고 꾸미고 온 쇼 호스트에게 뉴블랙 멤버들이 인형탈을 벗고는 하나씩 소개를 한다.
우주 : 여기 흰 호랑이는 수호랑이에요. 올림픽 마스코트죠.
앨런 : 수호…랑.
우주 : 그리고 여기 반달가슴곰은 반다비. 패럴림픽 마스코트예요.
하얀 호랑이와 검은 곰의 귀여운 마스코트 인형탈.
그런 설명을 듣던 앨런 데일이 우주에게 묻는다.
앨런 : 그런데 써니, 왜 넌 인형탈이 혼자 달라?
주황색 호랑이 탈을 입고 있는 우주.
88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었다.
혼자만 다르게 생긴 호랑이 머리에는 이상한 모자와 끈까지 달려 있었다.
우주 : 5인조라서 홀수잖아요. 그럼 수호랑이랑 반다비 중에 하나가 더 늘어날 텐데, 패럴림픽이나 올림픽 모두 공평하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전 다른 옷을 입기로 했어요.
앨런 : 생각이 깊네.
우주 : 하하하.
앨런 : 그런데 나까지 오면 6명 되잖아.
그것까진 생각 못했는지 우주의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떠오르면서, 막내가 간신배처럼 속삭인다.
지호 : 바른말을 싫어해요.
앨런 : 아.
웃음소리가 깔린다.
호돌이 탈의 머리에 달린 끈의 용도를 궁금해하는 미국인에게 우주가 탈을 쓰고 상모 돌리기를 선보이며 웃음이 터졌다.
박장대소하던 앨런 데일이 묻는다.
앨런 : 근데 내 탈은…?
뉴블랙 : 아.
남는 재고가 없어서 급하게 준비했다는 말과 함께 뉴블랙 멤버들이 따로 준비한 탈을 내민다.
곧이어 갈아입고 나온 앨런 데일.
앨런 : 이거 완전 닭인데.
뉴블랙 : 아니에요. 독수리예요.
미국을 상징하는 검독수리 탈…인데 왠지 모르게 닭이 걸어 다니는 느낌을 주는 탈이었다.
다행이라면 얼굴 부분이 뚫려 있다는 것.
정체를 숨기기 위해 앨런 데일이 두툼한 선글라스와 콧수염을 장착하고는 말했다.
앨런 : OK. 이제 가 보자고!
곧이어 깔리는 히어로 영화의 BGM.
검독수리 탈을 쓴 미국인과 귀여운 곰과 호랑이탈을 쓴 한국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곰과 호랑이들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뭉툭한 막대기처럼 보이는 물건.
그것을 입가에 가져다 대더니…….
삘릴릴리리-
삘릴릴-
퓧리리릭-픕!
불협화음 그 자체.
길거리에서 리코더를 부는 곰과 호랑이들의 모습에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웃음이 크게 터졌다.
* * *
뉴욕 번화가의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온 샐리 헤딩스가 지하철역 안에 있는 요상한 존재들을 발견했다.
‘무슨 촬영이라도 하나.’
자그마한 방송용 카메라를 든 이들이 있고, 거기에 인형탈을 쓴 6인조가 있었다.
공연을 하는지 동전 깡통을 놓고 춤을 추고 있다.
평창-
평창-
느끼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평창.
샐리 헤딩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거 그 미튜브에서 유명한 댄스 아닌가?’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명 셀럽들이 자기 인스타에 평창 댄스 챌린지 등을 올리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 배경 음악을 따라 낯선 곰돌이와 호랑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독수리 복장을 한 선글라스 남자는 가만히 서서 리듬에 맞춰 ‘푱창- 푱창-’ 하고 있었다.
[2018 Pyeongchang Olympic]
‘올림픽 홍보였구나. 평양 올림픽이 아니었네.’
구경하기 좋은 자리에 서서 가방끈을 쥐고는 공연을 지켜보았다.
곰돌이와 호랑이가 춤을 잘 춘다.
그리고 그중에서 최고는 바로 머리를 미친 듯이 돌려 대고 있는 주황색 호랑이었다.
‘콘푸로스트가 협찬인가?’
아니다.
‘곰돌이 푸의 그 호랑이?’
콘푸로스트와는 생긴 게 달랐다.
고개를 갸웃하던 미국인이 이내 가슴에 걸고 있는 오륜기 메달을 보고는 올림픽 마스코트라는 걸 알았다.
“와우.”
둠칫둠칫 춤을 추면서 주황 호랑이가 머리를 흔들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완전 잘하는데.”
“이거 미튜브 각이다.”
“언제 하는 올림픽이야?”
핸드폰을 들어서 촬영하는 사람들도 한가득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동전이라든가 지폐를 동전 바구니에 던져 주었다.
샐리도 그중 하나였다.
꾸벅- 꾸벅 인사하는 곰과 호랑이들.
이윽고 사람들이 해산하기 시작하면서 지하철을 타려고 했던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샐리 헤딩스는 곰과 호랑이들이 다가오면서 의아함을 느꼈다.
“왜 따라오는…….”
“가장 큰 기부를 해 주신 분께 드리는 평창 올림픽의 답례입니다.”
독수리 남자의 말에 끄덕끄덕하는 곰과 호랑이들.
이윽고 가운데 서 있던 주황색 호랑이가 머리를 빙빙 돌리며 흔들더니 품에서 나무 막대기를 꺼냈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한문 교사들의 무기, 단소.
인형탈의 손가락이 꼼지락거린다.
휘이이이이이-
거의 산속에서 피리만 불었던 것처럼 유창하게 피리를 부는 이에게 맞춰.
다른 곰과 호랑이들도 악기를 꺼내 들었다.
키가 큰 곰이 자그마한 북을 들고, 어느 호랑이는 캐스터네츠, 나머지 자그마한 곰과 호랑이가 리코더를 들었다.
쀠이이이익-
쀠리릴릴레
둥당둥당!
그녀의 곁을 지키며 따라오는 평창 올림픽 악대.
주변 사람들과 샐리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다.’
왠지 모르게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이윽고 지하철 플랫폼에 도착한 그녀가 지하철에 탑승하고는 호랑이와 곰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하철에 탄 사람들이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잘 가요!”
그리고 치이익- 하고 문이 닫혔을 때였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출발했을 지하철이 움직이지 않더니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상식에 들을 법한 성우의 목소리.
[뉴욕시 지하철이 후원하는 오늘의 무대!]
[환영해 주시죠!]
누구를?
[뉴블랙입니다!]
뭐?
지하철에 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뉴블랙이라면…….’
이번에 난리 났다고 하는 가수 아니던가.
노래를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메트로를 한 번씩은 다 들은 터였다.
팬들이 올린 게시글이 SNS 피드를 뒤덮는 탓에 이제 리더 얼굴까지 외울 지경.
미국 연예계가 일정 시기마다 의도적으로 자본을 들여 띄우는 연예인들이 있는데, 이번의 뉴블랙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호불호를 떠나 다들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수.
“어?!”
그때 누군가 뭐라고 외치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그곳에서 탈을 벗은 뉴블랙 멤버들이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놀란 승객들을 대상으로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방금 전까지 뉴블랙의 배웅을 받았던 샐리 헤딩스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가 닫힌 문의 유리창에 손을 올릴 때.
메트로의 인트로가 울려 퍼지면서 숨어 있던 댄서들이 뉴블랙과 합류했다.
“와아아아아!”
하지만 환호성도 잠시.
[다음 열차를 위해 열차 출발합니다.]
지하철이 치이익-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만!”
“아니, 도입부만 보여 주는 게 어디 있어!”
“야! 야-!”
춤을 추는 뉴블랙의 모습을 눈에 담을 새도 없이 뉴욕 지하철은 매정하게 출발을 해 버렸다.
그날.
샐리 헤딩스는 흥분해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 친구의 말에 ‘그들의 잔상’이라는 말로 아련하게 요약했다.
* * *
뉴욕에서의 프로모션은 재미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단연 앨런 데일 쇼에서 찍었던 특집 코너였다.
-뉴블랙, 평창 올림픽 프로모션..? SNS상의 인형탈 “화제”
촬영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SNS를 타고 빠르게 소식이 퍼져 버려서 사람이 미친 듯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래 목표했던 지하철에서는 짧게 촬영을 하고,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뉴욕 명소를 돌아다니며 공연했다.
모두가 행복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올림픽 홍보해서 행복하고, 앨런 데일 쇼는 시청률을 얻을 생각에 기뻐하고, 뉴욕시 지하철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었다면서 좋아하고.
무엇보다.
-고맙습니다. 뉴블랙. 핫핫핫핫!
앨런 데일 쇼를 방영하는 방송사 측에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무려 1조 원을 들여 미국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한 만큼, 해당 방송사도 6개월도 안 남은 올림픽 홍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관심을 모아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려는 올림픽 중계 방송사와 우리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덕분이었다.
“어우, 근데 확실히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다.”
“그러게요.”
이번 기획은 우리 인지도가 올해 빌보드 어워즈를 기점으로 확 더 상승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 이전이었으면 ‘뉴블랙? 누구?’ 했을 텐데.
이제는 누구냐고 하는 것은 없어진 분위기였다. 최소한 일단 우리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들어 봤다 정도.
중현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번에는 더 재미있는 거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밝은 미래가 보인다. 보여.”
이런 기획들이 착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가려고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 사람들은 일단 유쾌한 캐릭터를 엄청 좋아하니까.
막내가 물었다.
“근데 따지고 보면 착하고 선한 이미지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그럼 제약이 너무 많아져. 얘네도 한 번 착하다고 이미지 고정되면, 나중에 별의별 거로 다 끌어내린다던데.”
“한국이랑 똑같네요. 그건. 으으…….”
미국 연예 매체는 ‘어머! 저런 천사가!’ 하면서 띄워 주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행동하면 ‘사악한 것!’ 하면서 물어뜯는 걸로 유명하다.
그래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미지 쪽이 훨씬 이득이다.
그렇게 3일간의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후.
“한국이다!”
“너무 좋다. 나라 전체가 코리아타운…!”
정말 어딜 가든 제육볶음이 있고, 돈까스를 팔고 라면을 판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이점이었다.
슬슬 미국 음식도 물리던 타이밍이기도 하고.
이제 미국 프로모션을 마무리하고 국내도 프로모션을 마무리할 차례였다.
음악 방송을 더 하고 싶긴 했지만, 9월 중순부터 일본 투어가 있어서 일정상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다.”
“이거 봤어요. 형? 수플레들 우리 음방 시작하고 나서 살 엄청 쪘대요.”
“훨씬 귀여워졌겠구나!”
포동포동해진 수플레들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주에도 우리 팬들을 위한 미국 동부 스낵들이 잔뜩 준비된 터였다.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 할머니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살이 오르는 수플레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후후후후후후후…….”
“후후후후후.”
그리고 국내 프로모션의 마지막이자 우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이벤트.
팬사인회가 다가오면서 가슴이 떨렸다.
따끈따끈하게 출력된 종이 냄새를 맡던 리혁이가 하악- 하는 모습에 우리도 모여서 하악- 했다.
“행사 오는 수플레들이 이거 엄청 좋아하겠지?”
“기뻐서 방방 뛸 거 같은데요.”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번 팬사인회에 당첨된 팬들과 당첨되지 못한 일부 팬들에게 돌릴 상장이었다.
저번 뉴블랙 모의고사의 결과에 따른 포상!
수플레 어워즈 때처럼 팬사인회에 당첨 안 된 팬들에게는 퀵으로 택배를 보내 줄 예정이었다.
“후후후후.”
회사에서 올릴 공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너만 없었더라면..
★ 최우수상
[전 과목 2등으로 전국 2등을 하신 (ID: 김숯불할짝) 님!]
☆ 덕질이요? 교과서 위주로 했죠
★ 대상
[전 과목 만점으로 1등을 하신 (ID: 서울사이버맨대학교) 님! ]
☆ 난 슬플 땐 그림을 그려
★ 미술상
[주관식 답지에 담당 교수님을 그려 주신 (ID: 교수님교수형) 님!]
수플레들의 기뻐하는 얼굴이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