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5)화 (71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15화

63장. 특별하게 준비했습니다

“후우, 후우.”

수플레들이 심호흡을 했다.

‘제발!’

‘제발 당첨되게 해 주세요!’

레몬 엔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첨 공지를 누른 팬들이 심호흡을 하며 목록을 살폈다.

“어디 보자.”

닉네임을 훑어 나가며 자기 이름이 있는지를 확인하던 팬들 사이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이름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렇지.’

해변의 모래알만큼 차고 넘치는 것이 수플레들의 숫자였다.

여기서 100명 안에 드는 것이란 바늘구멍에 낙타가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체념한 팬들이 스크롤을 주르륵 내렸을 때였다.

“음?”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팬들이 몇몇 있었다.

‘이, 있다!’

자신의 닉네임을 발견한 몇몇 팬들이 ‘미친!’ 하며 벌떡 일어났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벤트 당첨이라니!

잠시 덕질 인생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끽한 수플레들이 멈칫했다.

“아, 잠깐… 아니, 이거 또…….”

어디서 보았던 양식이 또 떠올라 있었다.

바로 올해 수플레 어워즈에서 시상했던 그런 상들이 주르륵 나열이 되어 있었다.

“아차상,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 상, 리혁이 친구상…….”

제1회 뉴블랙 전국모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이나 우스운 성적을 보여 준 팬들에게 주어지는 상들.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조마조마한 팬들도 있었다.

‘아니지? 시상 직접 받으러 가고 그런 거 아니지?’

‘교수님한테 걸리면 나는 학계에서 매장이다…….’

다른 아이돌 팬들에게 대가리 꽃밭 덕질이라는 멸칭을 들을 만큼 행복한 수플레들이었지만 나름의 고충도 있었다.

바로 내성적인 팬들에겐 상극이라는 것이었다.

공연만 가면 이벤트 추첨을 하고, 불러내서 소감 한마디 시키고, 팬인 것 같으면 길거리에서도 뛰어와서 아는 척하고. 그야말로 멀리서 지켜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수플레 중의 누군가 그런 말을 남겼겠는가.

-TV에서 보았을 때는 가까웠지만… 가까이서 본 그대들은 그것보다 더 가까웠습니다. 적당히 가까웠으면 좋겠는데…….

-아 쫌 그만 다가와… 으아악! 중현이가 뛰어온다!

-최애와 거리를 두고 싶습니다.

내성적인 팬들에겐 매번 가슴이 조마조마한 덕질이었다.

그냥 멀찍이서 응원봉 흔들면서 ‘우주야!’ 하고 싶은데, 팬들에게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객석을 추첨하는 시간에도 ‘A구역!’ 할 때마다 심장이 쿵! 하고 그러는 사람들에겐 힘든 덕질.

‘휴, 다행히 택배 배송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워낙 인원수가 많은 탓에 수상자 대다수가 당첨되지 못한 터였다.

“당첨자 중에 부끄럼 타는 사람 있으면 진짜 힘들겠네.”

내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사람들 다 쳐다보는 데서 연단 위에 뉴블랙에게 둘러싸여 막 인터뷰하고.

내성적인 팬들이 으으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음?”

그런 그들에게 걱정 말라는 듯이 공지사항에 참고가 적혀 있었다.

「이젠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최애 앞에서 수상하는 것이 부끄러우신가요?

뉴블랙과 스탭들이 은밀하게 상장을 전달해 드립니다. (뉴블랙이 사인할 때 비밀리에 축하 문구 적어드림.)

혹은 필요하시다면 정체를 숨길 의상도 대여해 드립니다!

내성적인 팬들이 그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할 때.

정작 팬사인회에 당첨된 수상자들.

가수들과 비슷하게 관종 성향을 지닌 팬들도 공지사항을 읽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드시 의상 대여해야지.’

‘관심 좋아.’

레몬 엔터의 의도는 정반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   *   *

9월 첫째 주는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우선, 목요일인 9월 7일을 맞이하여 우리의 메트로는 그야말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2주만에 1억 뷰 돌파한 뉴블랙 ‘메트로’.. “빵빵 터지네”

-뉴블랙 METRO, 美서 터졌다.. 공개 2주만에 ‘1억 뷰!’

-메트로 M/V, 공개 2주 만에 미튜브 1억 뷰 돌파.. 서울교통공사 ‘축하합니다’

우리의 뮤직비디오가 2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다는 소식이었다.

“이거 실화니.”

“꼬집어 줄까여?”

“같이 꼬집자. 으아악!”

“으아아아악!”

참으로 현실감 없는 조회수였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의 뮤직비디오 중 많은 수가 1억 뷰를 돌파했긴 했다. 하지만 그 추세가 문제였다.

불과 올해 1월 달만 해도 도깨비가 1억 뷰까지 60일이 걸렸다.

거기서 3개월이 지난 4월 달에 공개된 코인은 33일 만에 1억 뷰를 찍어서 절반이나 단축시켰고.

거기에 이어 이번의 메트로는 14일 만에 1억 뷰를 찍음으로서 또 절반이 됐다.

“와아…….”

비주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이러다 진짜 내년에 나오는 곡은 일주일 만에 1억 뷰 돌파하고 그러겠어요. 어떻게 2주 만에 1억 뷰가 되지…?”

2주 만에 1억 뷰.

어지간한 미국의 유명 스타들도 엄두를 못 내는 기록이었다.

이번 곡이 영어 곡이라서 영어권 리스너들의 유입이 많은 것도 있지만, 확실히 빌보드와 VMA 무대 이후로 신규 수플레들이 늘어난 게 보였다.

메트로를 기점으로 1억 뷰 뮤비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뉴블랙, 메리 크리스마스 1억 뷰 돌파..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기록하는기자들] 뉴블랙X장소원 콜라보 음원 Something 1억 뷰 돌파

-뉴블랙 우주 ‘안녕’.. 1억 뷰 돌파

새로 유입된 수플레들이 여기저기 꺄하핫 조회수를 올리고 다니면서 수록곡이나 특별 음원들의 뮤비까지 1억 뷰를 찍었다.

그리고 이런 폭발의 도화선이 된 메트로는 현재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 주고 있었다.

유명 음원 사이트들 최상위권에 올라온 메트로 이름을 볼 때마다 얼떨떨하고 그런 기분. 미국 연예 매체들이 메트로를 두고 마치 미국 출신 가수가 성공한 것처럼 끼워 줄 만큼 성공적이었다.

그러니 우리의 본거지인 한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축하드립니다. 9월 첫째 주 1위는 바로… 뉴블랙의 메트로!]

“선배님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메트로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음악 방송마다 1위를 차지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앵콜 부를 때마다 흥이 올라 덩실덩실 춤을 출 정도였다.

그 와중에 우리 메인 보컬은 무시무시한 쌩라이브 실력을 선보이면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리혁이는 라이브도 저 음색이구나

-다 진짜 잘한다ㅠㅠㅠㅠ 밸런스 너무 좋아

-리혁이 개잘하네

-뉴블랙은 전체적으로 포지션이랑 균형이랑 진짜 완벽한 거 같음. 리혁이 이 라이브 버전으로 음원 내주라ㅠㅠㅠ

-메트로 개띵곡

-근데 우주 ㅈㄴ 쩐다 명곡자판기 수준임

-ㄹㅇ.. 규호는 그냥 자판기 수금하러 오는 대머리 사장 같은 느낌,, 선우주가 다해 버림

흐뭇한 댓글들이 참 많았다.

형제자매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내 동생이 칭찬을 받으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렇게 기분 좋은 일들 속에서 가장 좋은 것은 바로 팬사인회였다.

-오늘 저희 팬사인회에 와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와아아아아아!”

-오늘따라 우리 수플레들의 귀여운 함성, 몹시 마음에 드네요. 100명 이하의 수플레들만 낼 수 있다는 귀여운 함성이죠.

“으와아아앙!”

100명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기하급수적으로 공룡과 크리처로 변하는 함성이 적은 인원수 덕분에 귀엽다.

메트로의 특별 팬사인회.

선택 받은 어린이들처럼 방방 뛰는 수플레들이 내미는 CD마다 열심히 사인을 했다.

“앨범 예쁘져?”

“응응.”

“제가 더 예뻐여, 앨범이 더 예뻐여?”

“앨범.”

“넘어가실게요.”

입을 비죽 내밀며 팬에게 넘어가라고 손짓하는 지호의 모습에 우리와 수플레들이 웃음이 터졌다.

어느 정도 규모가 넘어가면서부터는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가 어려워진 터라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 좋다. 왜 옛날 우화를 보면 임금님들이 민심을 듣겠다며 궁궐을 뛰쳐나갔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음, 미모 순위라…….”

‘내가 평가하는 뉴블랙 미모 순위는?’에 동생들이 적은 순위들이 보인다.

1위에 나를 두고 2위에 전부 다 자기 이름을 집어넣고, 그 이하는 미만이라고 적어 놓은 문구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건 내가 1등이고 2등은…….”

“…….”

“…….”

사인을 하던 졸개들이 멈칫하고 눈알을 굴렸다. 어딘가 기대 섞인 동생들의 시선에 내가 매직펜을 들고 화답했다.

“내가 보기엔 4명 다 똑같음.”

야유가 쏟아졌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온갖 드립이 오가는 팬들과의 만남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드립을 주고받는 고수들의 싸움 같다고 할까.

“오빠.”

“네.”

보석 사탕반지를 가져온 팬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혼해 주세요.”

“시동생이 뉴블랙.”

“괘, 괜찮아요.”

“정말요? 저희 결혼해도 같은 곳에서 살기로 협약을 맺었거든요. 제2차 비주 협약이라고 부르는데.”

곧바로 파혼 당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동생이 넷이나 되는 것은 역시나 결혼하기 힘든 조건인 게 분명했다.

사인이 끝나고 Q&A 포스트잇에 답하는 시간에서도.

“우주 형의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이에요.”

“저보다 음악 잘하는 사람이요.”

“여러분! 우주 형이!! 평생!! 혼자 살겠다고 선언을 했어요!!”

“아니, 그게 어떻게 그런 결론이 되니. 지호야.”

베토벤 선생님이랑 영혼 결혼식 하는 것 빼고는 방법이 없다는 동생들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못된 것들.

그렇게 팬들과의 즐거운 간담회를 마치고 마침내 수상 시간.

뉴블랙 모의고사 수상자 중에서 오늘 팬사인회에 당첨된 팬들에게 상장을 건네주는 시간에 우리가 헛기침을 했다.

-네.

마이크를 든 석환 형이 해탈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제1회 뉴블랙 장학기금이 수여하는 장학금 수상시간이 있겠습니다. 수상자들은 연단으로 올라와 주세요.

“와아아아아아아!”

오늘 수상하는 분들 중에 부끄럼을 타는 팬들이 많은 모양이다.

연단 너머 귀여운 실루엣들이 콩콩콩! 달려오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마치 그런 소리를 낼 법한 티라노 인형탈이었다. 티라노 여러 마리가 머리를 대롱대롱 흔들며 뛰어 오고 있었다.

“부끄러움 타는 분들이라고 하지 않았어?”

“우리 팬들이잖아요. 형.”

“부끄럼을 타는 게 아니고 부끄러움을 불태우네요.”

중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티라노를 보며 다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였다.

“어이쿠!”

“어이구.”

달려오던 팬들이 자기들끼리 엉키면서 데굴데굴 엎어지기 시작했다.

푹신푹신한 매트를 미리 깔아둬서 다행이다.

끼에엑-! 하면서 버둥거리는 티라노들의 모습에 중현이가 마이크를 들고 아련하게 말했다.

-네, 이렇게 공룡은 멸종했습니다…….

수플레들이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메트로 프로모션의 마지막을 장식한 팬사인회는 많은 일화를 남겼다.

-선우주 평생 독신선언

-상장 받는 공룡들.gif (ft. 뉴블랙)

-엄마한테 김숯불할짝이라는 닉네임 들킨 후기 (부제:뉴블랙 가만 안둬)

-[트윗펌] 담당 교수님이 수플레여서 식은땀 났던 사연.twt

흐뭇한 일화들이 참 많았다.

인터넷상에서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덕질 닉네임을 들켜 수치스러워하는 수플레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비주가 말했다.

“팬들한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너무 착해.”

“흐하하하!”

다 같이 웃음을 흘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강원도 평창.

음악 방송 일정까지 다 끝난 지금, 일본 투어를 위해 출국하기 전에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하나 있었다.

바로 폐회식 무대 준비와 관련된 회의였다.

“근데 생각보다 되게 빨리 준비하네요. 무대 하려면 아직 6개월 남았는데…….”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까지 남은 기간은 거의 딱 6개월.

이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미리부터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폐회식을 담당하는 조직위도 바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게 바쁘기 때문이었다.

10월의 오사카돔 콘서트와 서울 앵콜 콘.

그리고 11월부터 있을 망고 차트 어워즈, KMA 등을 비롯해 연말 무대 준비 기간 등을 생각하면 결코 시간이 넉넉지 않다.

여기에 혹시 모를 미국 어워즈들, AMA나 그래미 같은 시상식에서 불러 준다면 일정은 한층 더 빠듯해지고.

“…….”

“…….”

휴식 시간을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리는 듯했지만 어쩌겠는가.

극도로 바쁘거나 극도로 한가하거나.

중간이 없는 연예계 스케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차장에서 내리자 대관령의 시원한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었다. 순간적으로 분 거센 바람에 리혁이가 종이인형처럼 휘청거렸다.

중현이가 속삭였다.

“리혁이 몸에다가 끈 달고 날리면 연처럼 날 것 같아요.”

“마침 생김새도 뾰족하잖아. 분명히 날리면 공기 저항도 덜 받을 거야. 종이비행기처럼.”

“다 들리거든요!”

중현이와 내가 모른 척하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아래로 보이는 하얀색의 깔끔한 건물.

이곳은 바로 강원도 평창에 자리 잡고 있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사무실이었다.

한적한 4차선 도로에 면해 있고, 조직위 건물 바로 옆에 비닐하우스와 밭이 있어서 왠지 모르게 농가적인 분위기였다.

“좋다. 강원도 공기.”

여기서 폐회식에 관한 회의를 하고 나서 주변의 경기장들을 한 번씩 쭉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내를 맡기로 한 직원 분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출입증을 건네주고는 곧바로 신축한 지 얼마 안 된 평창 조직위 사무실로 들어섰다.

“조용히 방문을 원하셔서 이렇게 모시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비공개적으로 방문하는 것인 만큼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대해 자제를 부탁한 터였다.

미국이나 중국, 프랑스 등이 몇 시인지 국제적으로 표시된 로비를 지나 널찍한 회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안내를 맡은 직원 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정말 감사 드려요. 미국 토크 쇼에서 나온 영상이 반응 엄청 좋더라고요.”

“저희 잘했죠?”

“네. 너무 감사해요.”

<앨런 데일 쇼>에서 녹화했던 평창 올림픽 홍보 코너 이야기였다.

지하철에서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창 올림픽과 메트로 홍보를 같이 했는데, 현지 반응이 엄청 좋았다.

-뉴블랙의 코미디언 커리어는 성공적으로 출발한 것 같다

-뉴블랙의 팬은 아니지만 이 영상은 진짜 웃기다. 호랑이가 머리 돌릴 때 의자에서 넘어질뻔

-SNL 나왔으면 좋겠다

-평양이랑 평창이랑은 무슨 차이야? 뉴욕이랑 뉴어크 같은 느낌인가?

-67세인데 수플레 가입할 수 있을까

-가능해요. 한국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 송편이라고 가입하니까. 수플레 실버타운 같은 곳임!!

-인형탈들 너무 귀엽다

-Korean Sub Plz. Sibal..

어마어마한 히트를 친 것은 아니지만 이 영상으로 인해 평창이 평양에 비할 만큼 인지도가 올라갔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너무 고맙다는 칭찬에 우리도 미소로 화답하며 사무실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어어어, 왔어요?”

사무실에 앉아 있는 멋쟁이 스타일의 중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익환 감독.

한국에서 천만 영화를 여럿 연출한 감독님이자 공연 연출계에서도 이름이 드높은 분이었다. 연출한 영화들 관객 수를 합치면 대한민국 인구를 넘어선다는 말이 돌 만큼 유명한 분이었다.

염색을 하지 않아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아래로 정중한 미소가 드러났다.

“한국예술대상에서 보고 또 보네. 잘 지냈어요?”

“네, 정말 잘 지냈습니다.”

“이번에 미국 시상식에서 상 탄 거 정말 축하해요. 꼭 내가 미국에서 상 탄 것처럼 기쁘더라고.”

우리와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첫 번째 만남은 다른 분 주선으로 한국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짧게 인사한 정도였다.

그 정도 친분이긴 한데.

“감독님!”

우리 야망 가득한 연기 꿈나무의 눈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그, 그래요.”

“감독님 영화를 수십 번씩이나 복습하면서 연기 공부를 했어요. 장면만 주어져도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만큼 공부했습니다. 저는 준비된 배우…….”

양손을 꼬옥 붙들린 감독님이 지호의 열기에 어어어… 하고 있는 동안, 내가 중현이를 불렀다.

“중현아.”

“네. 형.”

“끌고 와라.”

“네.”

좋아하는 사람한테 달라붙으려는 강아지를 떼어 내듯이 중현이가 지호를 떼어 내서 왔다.

중현이가 끌고 가는 모습에 감독님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끌고 가는 거 영상으로만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신기하네요. 이런 식으로 끌고 가는 거였구나.”

“아하하핫.”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요. 나 김익환입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뉴블랙입니다!”

서로서로 아는 사이긴 했지만,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짧게 인사를 나눴다.

김익환 감독님이 손짓했다.

“그럼 회의실로 갈까요?”

감독님을 따라 폐회식 감독단과 만나러 갈 때였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여러 사무실 안에 있는 것들이 보인다. 샘플로 보이는 목제 모형을 잠시 세워 둔 곳도 있고.

뭔가 그림들이 가득한 스케치가 붙은 벽들도 있고.

“개막식 준비가 한창이거든요.”

“아하…….”

그러고 있을 때.

“음?”

뭔가 이상한 것을 봤는지 비주의 발걸음이 멈췄다.

어느 사무실 안에 붙어 있는 커다란 그림 스케치 때문인 것 같았다.

“왜 그래, 비주야?”

“제가 이상한 걸 본 것 같아서…….”

“응?”

“몸은 새인데, 새에 사람 얼굴이 달려 있어요. 막 괴물처럼.”

무슨 소리지.

새 몸에 사람 얼굴이 달린 크리처가 있다는 소식에 우리가 고개를 돌릴 때였다.

“하하하!”

끼익!

김익환 감독님이 다급하게 그 사무실 문을 닫았다.

마치 비밀병기를 숨기듯이.

하지만.

“…….”

문이 닫히는 사이로 우리는 보고 말았다.

비주가 말한 대로 정말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의 실루엣을.

‘진짜 새에 사람 얼굴이…….’

‘방금 봤어요?’

허허허 웃으며 걸음을 재촉하는 감독님의 모습에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동생들과 하하 웃었다.

“에이~”

“설마.”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랑은 관련이 없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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