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26화
르블랑의 패션쇼가 끝난 후.
한국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일반인들에게 파리 패션 위크에 대한 소식이 속속 쏟아져 들어왔다.
[오늘 르블랑 패션쇼 인파]
(미술관 근처 거리를 점거하고 있는 수플레들의 인파.gif)
19세기 이후 최고 인파라고 함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점이 다 사람이야???
-유럽에서도 잘나가고 있었구나;
-베를린 사는데 이번에 메트로 나오고 체감 확 오고 있음 ㅇㅇ
-19세기 이후 최대 인파ㅋㅋㅋㅋㅋㅋ
-만국박람회 이후 최대 인파 뭐 그런 거임?ㅋㅋㅋㅋ
움짤 속에서 환호하는 인파의 물결에 한국인들이 혀를 내둘렀다.
‘와. 장난 아니네.’
발 빠르게 한국에서도 관련 미튜브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 연예인 최초” 일본이 한국을 보고 피눈물 흘리고 있는 이유 ‘실화냐’
-프랑스 팬들 앞에서 ‘한국 아세요?’ 라고 하자 벌어진 놀라운 일 “파리 패션 위크의 뉴블랙”
-미국이 놀라고 중국과 일본이 질투하는 한국 연예인 근황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화끈해지는 제목들을 무시하면서 미튜브에서 검색을 했다.
‘선우주 착장 봐야 하는데.’
과연 무슨 옷을 입고 런웨이에 섰을지가 궁금했다.
곧이어 르블랑 코리아에서 공식적으로 올려 준 선우주의 오프닝과 클로징 영상이 흘러나왔다.
‘분명히 요상한 의상 입었을 거야.’
날개와 꼬리가 달린 공작새라든가, 온몸을 깃털로 뒤덮거나 꽃으로 덮은 독특한 의상을 상상했던 것도 잠시.
영상이 재생된 순간 한국인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와, 미친…….”
무표정한 얼굴로 모델 메이크업을 한 조각상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샛노란 꽃 등으로 된 화관을 쓴 우주가 런웨이 중앙에서 등장하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아니, 이건 미쳤잖아.’
얼굴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선우주와 지금 입고 있는 옷의 의상이 그림같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그냥 얼굴만 있었어도 감탄했을 텐데 역대급으로 잘 어울리는 하이패션 의상이 함께 하니…….
분명 영상으로 보는 것인데도 괜히 침을 꿀꺽 삼키게 되는 장면이었다.
‘진짜 미쳤는데?’
한바탕 웃어 주고는 엄지를 들어 주려고 했던 한국인들은 그저 재생 바에 손을 올릴 뿐이었다.
다시 오프닝으로 넘어가 몇 번 정도 워킹을 감상했다.
‘워킹까지… 모델이야?’
이어서 클로징까지 감상한 이들은 헛웃음을 지으며 감탄했다.
완벽한 걸음걸이 때문이었다.
넋 놓고 본다는 게 이런 말일까. 영상 속 모델이 부드럽게 턴을 하는 모습에 그저 웃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마치 축구 선수가 기막힌 드리블을 보여 주거나 체조 선수가 어려운 동작을 시켰을 때 관중들이 그러하듯이.
-옷이랑 사람이 물아일체 된거 같다 ㄹㅇ
-진짜 개쩖ㅋㅋㅋㅋㅋㅋㅋ
-마네킹 같아 존잘
-걍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듯
-또 잘하겠지 하고 있었는데 예상을 뛰어넘어서 존나 잘해ㅋㅋㅋㅋ
-넋놓고 봤다 진짜
-무대에서 내려오면 옹졸한 선옹졸이 되어 버리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깔 수 없는 우주선
-못하는 게 없다 울 우주
-근데 게임은 왜..?
자꾸만 홀린 듯이 무한재생을 해서 반복하던 한국인들이 커뮤니티를 향해 움직였다.
‘움짤 좀…….’
다행스럽게도 어느 커뮤니티를 가든 간에 선우주의 워킹 짤이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 짤이나 미남미녀들의 미소 짤을 저장하듯이 한국인들이 선우주의 워킹 짤을 저장했다.
“우주가… 잘생겼구나…….”
일종의 비주얼 쇼크였다.
만화에서 실없는 소리만 하던 개그 캐릭터가 진지한 그림체로 나오는 듯한 느낌!
낯설면서도 괜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듯한 서운함에 한국인들이 개그 영상을 틀기 시작했다.
‘희석해야지.’
싫은 건 아닌데 좀… 뭔가 그랬다.
왠지 모르게 패션계에 뺏겨 버린 듯한 국민 아이돌을 되찾기 위해 대중들이 다른 영상을 틀기 시작하는 한편.
“와…….”
르블랑 측에서 올린 동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미의 기준은 비슷했다.
아름다운 건 모두가 알아보는 법.
‘미쳤다.’
트위터 등에서 우주의 패션모델 움짤이나 사진을 접한 미국인들이 미튜브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와…….”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지는 영상이었다.
멀찍이서 비현실적인 미남이 걸어 나올 때부터 입가에 미소가 걸리고, 재생이 끝나고 나면 저도 모르게 다시 처음부터 재생을 누르곤 했다.
그리고.
이런 영상을 수십 번이고 반복해서 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고 있었다.
‘……노래가 좋네?’
오프닝에서 화관을 쓰고 나오는 우주의 영상에 깔린 BGM 메트로.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음악.
수십 번이고 반복하면서 노래가 자동으로 귀에 익기 시작한 것이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자꾸만 귀에 맴도는 음악에 영상을 본 사람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음악을 추가했다.
더욱더 쭉쭉 올라가기 시작하는 메트로!
선우주의 런웨이 워킹이 불러 온 나비효과 중 하나였다.
* * *
뉴블랙의 영어 음원이 더욱더 스트리밍 지수를 높여 가고, 우주의 워킹이 전 세계의 트위터를 뒤덮을 때.
런웨이의 워킹이 불러 온 나비효과가 또 하나 있었다.
[정말 인상 깊었어.]
영상 통화 화면에서 모자를 쓴 노년의 여성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로라 맥코넬.
패션 업계에서 전설적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가 자신의 친구에게 패션쇼 분위기를 전하고 있었다.
[그가 등장한 순간 정말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이었지. 문자 그대로 순간적으로 호흡하는 것조차 잊었어.]
“그만큼 인상 깊으셨다고요?”
[그럼. 영상을 아직 안 봤니?]
“아뇨. 아직.”
와인글라스를 빙글 돌린 배우가 와인을 한 모금 홀짝였다. 붉게 번들거리는 입술이 열렸다.
“로라, 당신이 그 정도로 인상 깊게 본 친구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 적 별로 없으셨잖아요?”
[그렇지. 거의 수십 년 만이야.]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궁금하긴 하네요.”
[벨라, 이번 쇼는 꼭 봐야 해.]
그림 같은 미모를 가지고 있는 배우, 이사벨라 도리스가 매끈한 뺨을 매만졌다. 그러곤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상대의 의도가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 초청했으면 하는군요?”
[그래.]
“로라의 추천이면 언제든 환영이죠. 안 그래도 누굴 초청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차였어요.”
이사벨라 도리스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로라가 추천한다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로라 맥코넬이다. 패션과 관련된 행사에서 그녀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번 패션 위크에서 화제의 중심이었던 인물에 대해 입이 닳도록 칭찬한 로라 맥코넬과의 통화를 끊은 후.
“흐으음…….”
에펠탑이 보이는 창가를 배경으로 잠시 파리 시의 야경을 구경하던 그녀가 태블릿을 꺼냈다.
검색어는 바로 르블랑 패션쇼.
오프닝과 클로징에 선 모델을 보며 그녀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로라가 괜히 추천한 게 아니었네.’
업계에서 또라이라고 소문난 지미 로빈스가 마음에 들어 할 만큼 완벽한 미모를 보여 주고 있는 인물이었다.
단순히 잘생기기만 한 것이라면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하이패션까지 몸의 일부인 것처럼 소화하는 저 능력은 정말이지…….
‘기대가 된다.’
저절로 기대감을 품게 할 정도였다.
저런 독특한 옷까지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패셔니스타야말로 이번 행사에 가장 필요한 재목이었기 때문이다.
‘뉴블랙이라…….’
이미 주목하고 있던 보이밴드긴 했다.
틴 초이스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뽑힌 우주의 패션도 있었고, 이번 VMA 때의 퍼포먼스 때문이기도 했다.
바로 우주인처럼 재미있게 차려입고 등장한 퍼포먼스.
‘스타성도 있어. 재미있고… 분명히 화제가 될 거야.’
솔직히 아직 초청할 만한 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뉴블랙은 현재 미국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뜨는 중’이었다.
헤일리 블루나 맨디 스파이스 같은 슈퍼스타들에 비하면 그냥 떡잎이 보이는 수준이지만 팬덤이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신인 가수 1 정도.
하지만 이 정도까지 패션을 잘 소화하고 스타성이 있는 이들을 아직 급이 아니라고 내버려두는 것도 아쉬웠다.
“위원회에 추천을 올려 봐야겠어.”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이사벨라 도리스.
그녀는 바로 내년에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갈라, 일명 ‘멧 갈라(Met Gala).’라고 불리는 행사의 공동 주최자였다.
멧 갈라.
미국의 패션지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매년 주최하는 자선 모금 파티로 입장료만 3만 달러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패션 행사.
매년 드레스 코드를 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기발하고 독특한 패션을 보여 주는 것이 행사의 취지였다.
명품 디자이너들도 예술 작품에 가까운 드레스와 수트를 만들어 내고, 셀럽들도 더욱 돋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경쟁의 장.
‘왠지 나오면 재미있을 거 같다.’
VMA에서 독특한 우주인 퍼포먼스를 하는 영상을 본 이사벨라 도리스가 웃으며 이메일을 적기 시작했다.
선우주의 런웨이가 불러 온 또 다른 나비 효과였다.
* * *
선우주. 빵 과다 섭취로 사망하다.
…라는 묘비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했을 만큼, 어제 하루는 빵 파티로 끝났다.
크로와상.
바게트.
그 외에 갓 구운 따끈따끈한 이름 모를 빵들까지.
“……어으으으.”
굶었다가 갑자기 과식을 한 것 때문인지 아침부터 속이 안 좋았다. 속이 더부룩하고 미식거리고.
“그러게 좀 적당히 먹었어야죠.”
뾰족한 얼굴이 옆에 붙어서 잔소리를 해 댔다.
“의사 선생님이 봤으면 뭐라고 하겠어요? 위염 때문에 실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위장병을 만들었다고.”
“어휴, 잔소리.”
“내 말을 잔소리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거예요.”
쫑알쫑알하는 소리를 무시하며 커튼을 촤악- 열어젖혔다. 먼지들이 풀풀 날리자 리혁이가 기겁해서 물러났다.
“아, 날씨 좋다-.”
9월의 파리 날씨는 최고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로 에펠탑을 비롯해 파리 시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이는 이 광경.
“날씨 대박 좋다아…….”
“날씨 너무 좋은데여? 아, 시간만 있으면 저기 가서 사진이라도 좀 찍고 오는 건데.”
“곧 출국이라니!”
투어를 위해 바로 일본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쉬울 뿐이었다.
결국 호텔방 창가에 서서 동생들과 함께 단체로 셀카를 찍는 것으로 마무리할 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
귀를 기울이자 똑또독독- 하며 메트로 리듬으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사생이 아니고 우리 매니저들이란 뜻이었다.
“누구세요?”
“나야.”
석환 형의 목소리에 문을 활짝 열었다.
“봉쥬르, 무슈!”
“잘 잤냐.”
“어, 형은?”
“여기 호텔 침대가 몸에 안 받나 봐. 허리가 배겨 가지고 한잠도 못 잤다.”
허리를 콩콩 두드리던 수학귀신을 보며 웃을 때였다.
석환 형의 뒤편에서 호텔 직원들이 보였다. 집사처럼 차려입은 컨시어지(Concierge)가 콧수염을 매만지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무슈. 무슨 일인가요?」
호텔 직원들이 저마다 수레를 하나씩 맡고 있었다.
“뭔데요? 뭐 왔어요?”
“팀장님. 왜 안 들어오세요?”
내 뒤로 쫑쫑 달려온 졸개들이 수레를 보고 호기심을 빛냈다. 우리가 고개를 돌리자 석환 형이 설명했다.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뺨을 긁적이던 석환 형이 답을 내어 놓았다.
“빵.”
“빵?”
“빵이야. 전부 다 갓 구운 빵들.”
“……?”
눈을 깜빡이는 우리에게 컨시어지가 수레 위에 올려진 하얀 천을 걷었다.
모락모락-
김이 솟아오르는 빵들의 모습에 속이 울렁거린다. 빵 냄새만 맡아도 김치나 고추장이 땡기는 느끼한 냄새.
“…….”
다시금 고개를 획 돌리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어딘가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들어가자. 이야기는 들어가서 해 줄게.”
“응.”
TF팀 직원들이 들어오고, 그다음에 호텔 직원들이 들어와 테이블 위에 빵 바구니를 산더미처럼 올려놓고 갔다.
그리고 선물 상자로 보이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고 떠났다.
직원들이 나가자마자 우리가 선물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음?”
“영어로 막 써 있는… 어? 이거 엄마랑 백화점 가서 많이 본 글자들인데!”
“브랜드들이네요.”
비주가 오 하며 말했다.
“르루, 클리시, 데샹, 베르티에…….”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명품 브랜드들에서 카드와 함께 선물상자를 보낸 것 같았다.
그것도 한국어로 써진 문구들.
-파리 패션 위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브랜드는 귀하와 앞으로 아름다운 관계를…….
-약소한 선물이지만 파리 패션 위크에 방문한 뉴블랙 님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대체로 대동소이한 내용들이 들어왔다.
쉽게 해석하자면.
“친추 보낸 거네요.”
“게임 얘기하지 마라. 막내야. 형 속 울렁거린다.”
하지만 적절한 비유긴 했다.
이게 뭐냐고 묻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말했다.
“저 브랜드들에서 너희를 앰버서더로 초청하고 싶다는 거 같아.”
“앰버서더가 뭐예요, 팀장님?”
비주의 질문에 석환 형이 말했다.
“간단히 말해서 광고 모델이지. 명품 브랜드마다 자사가 원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와 어울리는 연예인들과 계약을 맺는 거야.”
“오호…. 그럼 어디랑 해야 돼?”
“굳이 한 브랜드에 종속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브랜드마다 또 원하는 이미지가 다르니까.”
석환 형이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비주는 일단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으면서도 세련됐고, 중현이는 남성적이면서도 전원적인 미가 있고. 리혁이는 날카롭지만 도시적인 패션이 어울리고, 지호는 어리고 트렌디한 매력이 있지.”
두근두근.
석환 형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너의 패션은…….”
“두근두근.”
“……어. 음. 어….”
미간을 주무르던 석환 형이 옆에 앉은 민기 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민기 팀장? 우리 민기 팀장이 한마디 해.”
“제가요? 어…….”
음. 어. 으이. 오. 음.
그런 추임새를 넣던 민기 형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우주의 패션은 어…….”
“어?”
“어휴…….”
TF팀과 졸개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됐다. 진짜 칭찬 한 번 받겠다고 이런 수모를…….”
“솔직히 잘 모르겠어서. 뭐, 르블랑의 수석 디자이너님이 잘 입는다고 하니까 잘 입는 거겠지.”
“여기 패션 피플이 저 보고 잘 입는다고 그러던데요?”
홍서영 과장님의 손이 흔들리면서 홍차가 쏟아졌다.
여기저기서 둥그런 눈을 뜨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내 ‘풉!’ 하면서 비웃기 시작했다.
“그, 우주야.”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르블랑 측에서 너한테 개인 앰버서더 제안하면서 조건을 하나 걸었는데.”
“응.”
“옷은… 스타일리스트가 입히는 대로 입어 달래. 다른 조건은 다 상관없는데 그건 꼭 지켜달라고.”
“…….”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제 좀 다시 자유를 얻나 싶더니만, 홍보 브랜드에서 내 자유를 앗아 가려고 하고 있었다.
“대신 옷 협찬은 끝내주게 해 주겠다더라.”
“그래도 지미라면 믿을 만하니까.”
“그리고 지금 각 브랜드마다 앰버서더나 홍보 계약 건으로 연락해 오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우리가 취합을 해 볼게. 일단 이 건 자체가 그리 급한 일이 아니니까. 최대한 좋은 조건 하에서 협상해야지.”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어제 패션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온라인상에서 반응이 정말 핫해. 진짜 어제 패션쇼 관련해서 트위터가 폭발한 수준이야. 지금 세계에서 SNS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거다.”
“그만큼이요?”
“어, 아마 메트로 관련해서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패션쇼 이후로 또 큰 폭으로 상승한 거 같아.”
동생들과 눈을 크게 뜨고 하이파이브 했다.
“이번엔 진짜 1위 가나?”
“1위?”
빌보드 Hot 100 1위가 아른아른하면서 다들 기분 좋게 웃었다.
내 워킹도 화제가 되긴 했지만, 어제 나온 르블랑의 컬렉션이 패션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하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유명 패션지 리뷰마다 ‘올해는 르블랑이 터뜨렸다’ 하며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드디어 지미와 내가 인정을 받았구나…….”
“은근슬쩍 끼워 넣지 마요. 아저씨.”
그렇게 감격하는 것도 잠시.
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테이블에 올려진 빵들에게도 시선을 옮겼다.
“그러니까 이 빵들은…….”
“너희가 빵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졌나 봐. 그래서 브랜드마다 유명한 빵 장인들에게 부탁해서 빵을 보낸 거 같아.”
“그렇군…….”
“그렇지…….”
“…….”
“…….”
적막이 감돌았다.
어제 빵을 질리도록 먹은 TF팀과 우리가 빵을 바라보면서 근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몇 시간 후면 출국인데 이걸 어떻게 다 먹지.”
“일단 먹어 보고 남는 건 싸 갈까요?”
일단 먹을 수 있는 데까진 먹어 보기로 했다.
그런 결심을 하고 하얀 천을 확 치웠을 때.
“……세상에.”
우리는 빵의 양과 크기를 보고 경악했다.
* * *
한 시간 후.
호텔에서 나가는 뉴블랙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 울타리에서 팔을 걸치고 있을 때였다.
“뉴블랙!”
“저기 뉴블랙이 나온다!”
“와아아아아아!”
환호하는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뉴블랙.
그리고.
뉴블랙 멤버들이 저마다 거대한 빵들이 담긴 봉투들을 들며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크서클이 깔린 눈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도망치는 걸음걸이에 프랑스 팬들이 눈을 깜빡였다.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호텔을 빠져나가는 뉴블랙 멤버들의 뒤로 스쳐 지나가는 뮤지컬 음악.
프랑스가 자랑하는 명작 소설이 떠오른다.
‘장발장이다!’
부끄러워서 거대한 빵 봉지를 품에 안고 달리는 5인조.
빵을 훔치는 장발장처럼 빠져나가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프랑스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