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6화
품귀현상.
돈이 있어도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은 상품의 인기가 어마어마하게 높을 때 벌어진다.
그러하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특히나 남들 해 보는 것은 나도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DNA가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더더욱!
“음?”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있던 사람들이 핸드폰에 뜬 뉴스를 바라보았다.
‘이건 뭐지?’
뉴블랙에 대한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뉴블랙 게임기’ 컨텐츠 방영 17분 만에 품절
사람들이 침을 꼴딱 삼켰다.
‘뉴블랙 게임기? 그런데 품절?’
뉴블랙과 품절이라는 단어가 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결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뾰옹 하고 떠오르는 과거 사건들.
-헥, 헥! 여기 뉴블랙 빵 없어요?
-죄송한데 다 나갔어요.
-전 타임 알바 분이 그랬거든요. 9시에 새로 들어온다고.
-네. 이미 다 팔렸어요.
돈 주고도 구할 수 없었던 뉴블랙 빵.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수요를 맞출 수 없을 만큼 인기가 폭발했던 뉴블랙 빵이었다.
맛있다는 입소문과 캐릭터 씰의 중고 판매가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판매량이 폭증했던 전설의 빵.
그리고 15년도의 빵 열풍이 지나간 후에는 또 다른 폭풍이 찾아왔다.
-저 죄송한데 오늘 마트에 뉴불백 재고… 아, 없다고요. 알겠습니다아.
-지금 뉴불백 남아 있나요?
-오늘도 안 들어왔어요? 언제쯤 혹시 물량이 들어올지….
뉴블랙이 헬평휴게소에서 팔았던 뉴불백.
‘대존맛’이라는 시식 평에 한국인들이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게 만들었던 뉴불백 열풍이었다.
지금이야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며 웃지만 그때의 광기는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어.’
계속 뉴스에서 ‘품절’에 대한 소식이 나오고, 뉴스 꼭지마다 ‘뉴불백 대란’ 하며 언급하는데 어찌 관심이 안 갈까.
지금에 와서야 스테디셀러 정도가 됐지만, 당시 뉴블랙 빵과 뉴불백에 대한 기억은 한국인들의 마음 깊숙이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뉴스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이 심상치 않았다.
‘뉴블랙이 뭘 해서 품절이 됐다고? 그것도 17분 만에?’
뉴스를 클릭하자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에어소프트 사(社)에서 출시한 신규 피트니스 게임기 오투(O2)가 뉴블랙의 광고 이후 17분 만에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품절이 됐다. 오늘 오후 6시 뉴블랙의…….]
사람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광고?’
대체 무슨 광고이기에 17분 만에 게임기가 다 품절되어 버린다는 말인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미튜브에 접속한 사람들이 ‘뉴블랙 게임기’라고 검색하자 바로 상단에 광고 영상이 떴다.
제목부터 치트키였다.
[선우주에게 게임을 배워 보았습니다. (feat. 김중현의 건강 스트레칭)]
썸네일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교관 복장의 우주와 졸개들.
‘대체 무슨 내용이지?’
피트니스 게임이라고 하면 대체로 일본의 게임기 회사가 만든 기능성 게임들이 떠올랐다.
링으로 공기포를 쏘아대며 헬스를 하거나.
리모컨을 흔들어 테니스를 치거나.
‘……특별한 게 나오기 힘들 텐데?’
아무리 뉴블랙이라고 해도 그런 운동하는 게임기가 17분 만에 품절되다니.
시청자들이 의아한 기분을 느낄 때였다.
광고 영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게임 내용이 흘러나왔다.
NPC들의 내레이션 목소리.
[타, 탁구 마왕이다!]
[저 녀석에게 잡히면 탁구공이 되어 버린다고!]
탁구공들이 도망치며 혼비백산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지, 이 게임?’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 펼쳐지고 있었다.
호기심을 가진 일반인들까지 끼어들면서 쭉쭉 올라가는 조회수.
본격적으로 광고 영상을 시청하면서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우주 : 저… 이런 말씀은 좀 실례일 것 같습니다만.
선우주의 비웃는 표정.
우주 : 게임 되게 못하시네요.
프로 게이머 :
나라 잃은 사람처럼 무너지는 프로 게이머들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나라도 이건 쓰러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 넘네 우주선.. ㅂㄷㅂ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업계 최고들한테 게임못한다고ㅋㅋㅋㅋ
-아 웃다 침나옴ㅅㅂㅋㅋㅋ
-이 정도면 프로 게이머들 인생이 부정당하는 발언 아니냐
-우승 경력 있는 사람들한테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묘하게 틀린 말은 아닌데 맞는말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열 받는 느낌이 있음ㅋㅋㅋ
바들바들 떨던 프로 게이머들이 우주에게 제안했다.
신현수 : 저, 우주 씨. 나중에 실례 안 되면… 저희랑 어떻게 게임 한 판.
우주 : 좋아요.
활짝 웃으며 제안을 승낙한 우주가 역제안을 했다.
우주 : 공평하게 저랑 춤이랑 노래 대결도 같이 해 보는 건 어떨까요?
프로 게이머들 : ……안 할게요.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는 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웃었다.
-정치질은 우주선처럼
-(대충 ‘프로 게이머가 복수하겠다고 일반인에게 게임 신청을 하다니 부끄러운 줄 모르시나요?’를 돌려말함)
-졸지에 게이머들을 졸렬한 사람들로 만들어버림 캬
-역시 옹졸한 플레이다 선옹졸
-옆에서 끄덕이는 김비주 뭔데ㅋㅋㅋㅋㅋㅋ
-프로 게이머들 괜히 말걸었다가 2패
-가상세계가 아니라면 이길 방법이 없는 괴악한 아이돌.. 이거 귀하군요
군말 없이 자신들의 패배를 받아들인 게이머들이 서글픈 얼굴로 우주의 코칭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칭이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눈이 커졌다.
‘뭐야. 왜 이렇게 잘 가르쳐?’
자세를 딱딱 잡아 주면서 가르쳐 주는 모습이 범상치 않았다. 마치 온몸의 근육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고 할까.
-나도 배워 보고 싶다ㅠㅠㅠㅠㅠㅠ
-잘 가르쳐서 놀라는중
-진짜 패션이랑 게임 빼고 다 잘한다는 게 정설인가
-근데 우주는 뭐든지 잘할 거 같음ㅋㅋㅋ 뭘 못하는 게 상상이 안 감
개선된 포즈를 취할 때마다 게이머들의 점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신기하네.’
시청자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게임기에 부착된 센서가 동작의 정확도에 따라 점수를 내는데, 그것이 정말이지 정교했다.
왠지 안 할 것 같지만 한 대쯤 사서 집에 놓고 싶다고 할까.
‘나는 안 할 거 같은데 엄마아빠 시켜야지. 요즘에 뱃살 늘었던데.’
‘애들 시켜야지.’
‘할아버지 시켜야지. 오래 사시게.’
소위 말하는 뽐뿌가 오기 시작했다.
이따가 광고 끝나면 다시 검색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우주가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어머.’
은퇴한 킥복싱 선수가 지을 법한 노회한 표정을 지으며 발차기와 잽, 훅을 섞어 날리는데 그야말로 완벽했다.
곧바로 댓글창이 복작거렸다.
-게이머 분들 자세 공손해진 거봐
┕왜일케 공손해
┕아 그럼 공손해져야지ㅋㅋㅋ 저거 보고 누가 안 공손함
┕졸개들도 같이 공손해진게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
-왕지호 저런 포즈 처음봄ㅋㅋ 신인상 받을 때도 저 포즈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선우주는 왜 뭐 할때마다 늙은이 같은 표정 짓는 거냐; 무림의 노괴 같음
┕그래도 님보단 잘생겼을 거 같아요
┕너 어디 사냐
당사자는 ‘아하핫! 개운하다!’ 하며 주먹을 붕붕 휘두르는데 주변 사람들이 공손해져 있었다.
그러는 한편.
즐겁게 게임 광고를 시청하던 사람들의 눈에 광고 속 또 다른 컨텐츠가 들어왔다.
‘스트레칭?’
게이머들의 거북목을 진단해 주던 중현이 거북목에 대한 스트레칭을 알려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보던 시청자들.
하지만 스트레칭이 끝나자 게이머들이 ‘어맛?’ 하면서 목을 문지르며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도 한 번…….’
재생 바를 돌려서 앞으로 이동한 이들이 의자를 뒤로 밀고 스트레칭을 쭉쭉 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스트레칭이 생략되어 있긴 한데, 일단 나와 있는 것들만이라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그러자.
“어어?”
놀랍게도 거북목이 개선되어 있었다.
풀 버전이 아닌 요약 버전이라 그런지 영상 속보다는 효과가 덜했지만 뭔가 개선이 됐다는 게 느껴진다.
-뭐야 풀버전 주세요
-스트레칭 풀버전 구합니다
-진짜 되네?????? 뭐임??
-스트레칭 영상을 찾는 여러분은 지금 국민 아이돌의 게임광고 영상을 보고 계십니다
-스트레칭 풀버전ㅠㅠㅠㅠ 뉴블랙티비에 없는 듯
분명히 광고 영상 하단에 그런 자막이 있었다.
[중현 님의 스트레칭 Full 버전은 뉴블랙 TV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블랙 TV에는 그런 영상이 없었다.
‘……아직 안 올라왔나?’
게임 광고를 보러 왔던 시청자들이 거북목 영상을 찾는 한편.
광고 영상이 끝나면서 모두가 뺨을 문질렀다.
“아. 잘 웃었다.”
20분 동안 정말이지 즐겁게 웃은 것 같았다.
한편, 소식을 접하고 영상을 시청한 사람과 다르게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쭉 시청했던 사람들이 기지개를 켰다.
그러곤 여유롭게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했다.
‘피트니스 게임기니까 경쟁률이 낮겠지?’
아무리 뉴블랙이라고 해도, 게임이 좀 재미있어 보인다고 해도 피트니스 관련 기기가 빨리 팔리겠는가.
더군다나 지금은 광고가 올라온 지 30분도 안 된 상황.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터넷에 ‘O2’라고 검색할 때였다.
“어라?”
왜 안 나오는 걸까.
새로 고침해도 게임기의 사진이 안 보이자, 무언가 안 좋은 예감이 퍼뜩 들었다.
[품절 제외]라고 체크된 아이콘을 해제하자 게임기들이 주르륵 최저가순으로 뜨기 시작했다.
[품절]
[품절]
[품절]
빨간색으로 주르르륵 품절이라고 뜬 것들을 바라보자 괜스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가는 곳곳 품절되었다는 소식에 멍하니 눈만 끔뻑이는 사람들.
멍하니 텅 비었던 사람들의 얼굴에 한국인 특유의 오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산다. 반드시 산다!’
1차 수플레빵 대란과 2차 뉴불백 대란.
그에 이어 제3차 뉴블랙 게임기 대란이 발발하는 순간이었다.
* * *
에어소프트 본사 사무실.
“맙소사.”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에어소프트의 본사에서는 현재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 이거 보셨어요?”
“뭔데?”
“오프라인 매장에 게임기 있냐고 전화 문의가 폭증하고 있대요. 이건 영등포 쇼핑몰에 사람들 모인 사진이라는데…….”
“세상에, 미쳤다…….”
“중고 사이트에 벌써 2배 가격으로 올라왔대요.”
그들이 개발한 게임기를 구매하겠다고 사람들이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풍경이었다.
‘뭐야. 뭔데 이거 무서워.’
‘왜 잘 돼?’
‘아니…… 이게 말이 돼?’
신작 게임기 O2.
출시한 지 지금 2주에서 한 달 정도.
판매량은 그럭저럭이었다.
피트니스 게임 치고 재미와 작품성 모두 잡았다며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판매량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O2의 개발에 참여한 이들이 뺨을 긁적였다.
에어소프트는 국내 최고의 게임사로 불리는 회사 중 하나였다. 유명 온라인 게임을 다수 출시하여 코스피에도 상장한 대기업.
하지만 어디까지나 온라인 게임의 명성일 뿐. 이런 피트니스 게임 분야에 있어선 뉴비와 다를 바 없었다.
북미와 일본이 주축이 되는 이런 분야에선 후발 주자.
그랬기에 야심차게 개발을 하긴 했지만 나중에 더 잘 되기 위한 초기 투자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뉴블랙과 광고 협업을 한 것도 작게라도 한 번 화제가 되었으면 하는 의도로 준비한 기획.
……인데 잭팟이 터져 버렸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에어소프트의 직원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늘어난 판매량에 비상 임원회의가 소집 됐다.
PPT 스크린에 떠오른 발랄한 뉴블랙 사진.
본사의 담당 직원이 현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뉴블랙의 인지도와 입소문이 결합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허어…….”
“판매량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우주 씨의 이미지와 O2 기기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우주의 사진 옆으로 말풍선에 ‘만능’, ‘스포츠맨’, ‘겜알못(각주 참조).’ 같은 키워드가 적혀 있었다.
“게임을 못한다는 우주 씨가 프로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가르쳐 준다는 컨텐츠의 신선함. 그리고 무엇이든 잘하는 우주 씨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보고를 듣던 대표가 물었다.
“광고 기획안 낸 게 누구지?”
“홍보 2팀의 정세연 팀장입니다.”
“아아, 정 팀장…….”
뉴블랙에게 광고를 제안한 정 팀장의 승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입가에 함박웃음을 머금은 에어소프트 사의 대표.
그가 임원들과 함께 곧바로 대책 마련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현재 일단 중국 쪽에서 수입하는 부품들이…….”
“공장을 빠르게 가동해서…….”
“게임 컨텐츠로 춤도 만드는 건 어떨까요. 비주 씨를 기용해서 몸치들을 가르치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얼른 뽑아먹어야 할 단물이었다.
“허허.”
대표가 기분 좋게 웃었다.
“별일이 다 있군.”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하!”
심각하게 회의를 하면서도 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별 기대하지도 않았던 프로젝트가 펑 터져 버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기대치의 정도가 있는 법.
“…….”
다음 날.
에어소프트의 대표는 태블릿에 떠오른 주가 화면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에어소프트 [코스피]
전일대비 +29.95%
“상한가…….”
주식 값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최대 상승폭인 상한가.
“도, 돌파해 버렸다….”
상장 이후 무려 6년 만에 최초였다.
전날에 비해 시가총액이 30% 증가한 모습에 에어소프트의 대표는 기쁨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무서워…….’
그의 귓가로 뉴블랙의 웃음소리가 귀곡성처럼 메아리치고 있었다.
* * *
-에어소프트, ‘뉴블랙 게임기’ 기대감 속 상한가 마감.. “역시 뉴블랙이다”
“뭐가 역시 뉴블랙인데…….”
당황해서 중얼거리는 나에게 리혁이가 눈을 깜빡거렸다.
“저거 왜 이름이 뉴블랙 게임기예요? 우린 그냥 홍보만 한 건데.”
“낸들 알겠니.”
수플레들마저도 수플레빵을 뉴블랙빵이라고 부르는 마당이니, 게임기에 ‘뉴블랙’이란 명칭이 붙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비주가 기사들을 살피며 말했다.
“중고 사이트에서도 싸움 났다는데요. 되파는 사람들이 판치고 있어서 분위기가 흉흉하대요.”
“우리 뉴블랙 빵 때도 그랬지.”
놀란 게임사가 부랴부랴 수요를 맞추겠다고 나서고 있긴 한데 사람들이 ‘얼른 내놔!’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게다가 저번의 뉴불백이나 수플레 빵 때는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상한가라니.”
멍하니 빨간 글씨를 바라보고 있는 내게 막내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응?”
“검색하다가 형 칭찬하는 글 찾았어요. 주식하는 사람들 모인 곳이래요.”
흘깃 바라보았다.
-우선주 팀장님 사랑합니다
-우멘
-우선주 팀장님만 믿으면 돈이 복사가 된다 이말이야
-캬 이게 주식이지
-저거 보고 오늘 들어가는 놈들 분명 있을듯ㅋㅋㅋㅋㅋ
우선주 팀장이라니.
활동하지도 않은 이름으로 감사하다고 글을 쓰는 이들을 보며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주르륵 스크롤을 내리자 게시판의 다른 글들이 보인다.
-박태준 이 새끼는 언제 은퇴하냐 엿같네
-미국 장 또빠졌네 시발
-살 빼고 다 빠지네 시벌놈들
-게임주 다 오르네ㅋㅋㅋㅋㅋ
-ㅂㅅ들 주식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코인이다ㅋㅋ
살벌하고 거친 표현들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우선주라는 닉네임으로는 활동 안 하기로.
“그러니까 이게 좋은 반응인 거지?”
“그런…듯요?”
막내랑 눈을 마주치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쭉쭉 올려 가는 게임 광고의 조회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참, 중현아.”
“네.”
“우리 그거 스트레칭은 언제 찍을까?”
“곧 찍어야죠.”
게임 광고 댓글창에서 베스트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김중현 스트레칭 언제 올라오나요
┕저도 이것만 기다리는 중
┕2222222
조만간 찍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던 터였는데,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상식적으로 게임 미튜브 광고를 찍으면서 누가 저런 스트레칭이 화제가 될 거라고 생각할까.
조만간 스트레칭 영상을 찍자고 이야기하고는 TV를 바라보았다.
“팝콘?”
“세팅 완료.”
졸개들이 말했다.
“콜라?”
“세팅 완료.”
음료수들이 척척 대령된다.
“서리혁?”
“세팅 완료~”
멤버들이 리혁이의 어깨를 붙잡고 밝게 웃었다.
우리 메인 보컬이 쑥스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렸다.
“뭐… 나는 나오지도 않는데…….”
“그래도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있지. 내가 오늘 예비군에서도 한창 홍보하고 왔다니까.”
같이 훈련 받는 사람들한테 ‘오늘 밤에 드라마 꼭 봐 주세요~!’ 하면서 홍보를 하고 나온 터였다.
동생들과 꺄르르 웃으며 드라마 명가로 유명한 GTV 채널을 틀었다.
화면 상단에 떠 있는 <나의 곰과 호랑이>라는 제목.
오늘은 바로 리혁이가 메인 OST를 부른 3분기의 화제작이 첫 방영을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뭔가 민망한 것처럼 꿈틀꿈틀거리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너 왜 그래?”
“뭐가요?”
“뭔가 되게 부끄러운 것처럼…….”
“뭔 소리예요. 내가 언제.”
아닌데. 이미 귀가 벌건데.
얼굴에 홍조까지 떠서 토마토처럼 흐물흐물해진 리혁이가 우리 쪽을 흘깃거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뭐지.
그냥 본인이 부른 OST가 나오는 것일 뿐인데 왜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걸까.
“……음.”
곰곰이 생각하다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곧이어 그날 녹음 날에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엇!”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내가 애증의 대상을 떠올리면서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더니 굉장히 부끄러워했지.
“아! 알겠다.”
“뭐, 뭐가요.”
“애증의 대상이 나였구나.”
“아니야!”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냐고 궁금해하는 졸개들에게 내가 가볍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그러자 졸개들이 눈을 빛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애증하는 대상…….”
“일단 우리에 대한 저 형의 증은 확정된 거니까, 누가 여기서 애를 받고 있는지를 확실히 해야 돼여.”
“흐음, 나인가?”
“아닐걸. 아무리 봐도 나 같은데.”
어처구니없는 광경.
나머지 졸개들 모두가 자기가 애증의 대상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이건 당연히 나 아니야?”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