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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7)화 (73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37화

서리혁이 누구인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 백 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비슷한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뉴블랙에서 노래 제일 잘 부르는 친구.

-음… 생긴 건 냉하게 보이는데 따스한 매력이 있는?

-피라루쿠.

하지만 리혁이와 24시간 생활을 함께 하는 우리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나의 하인들아.”

“예.”

“서리혁이 누구냐.”

나의 질문에 졸개들이 생각에 잠기고는 하나씩 대답을 내어 놓았다.

비주가 스타트를 끊었다.

“보기보단 따스하지만 그런 따스함이 과대평가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반대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리혁이 형은 그냥 서리혁.”

그렇다!

모든 것에 반대하는 반대의 별 아래 태어난 우리 아이.

왼쪽으로 가려다가도 내가 ‘왼쪽이야!’ 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꺾어서 가 버리는 놀부 심보의 소유자.

자기 물건 하나 건드렸다고 하루 종일 닦달하는 인성!

“내가 언제요?”

그리고 있었던 일조차 없다고 말하는 저 뻔뻔한 성격까지!

“자꾸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아무튼 이게 바로 우리가 보는 너의 모습이다 이거지.”

“뻥 치지 마요. 다들 나 좋아하는 거 다 알아.”

“풉!”

지호가 풉! 하면서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이가 홍시가 된 얼굴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웃지 마요!”

하지만 이미 웃음보가 터진 우리는 배를 잡고 구를 뿐이었다.

민망한 얼굴로 입만 삐죽이는 두루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아니, 우리가 널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걸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것까지는…….”

“아으으.”

“하지만 가족끼리 좋아하는 것과 성격은 별개니까…….”

“이 인간이 진짜.”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내 팔을 툭 밀쳐 낸 리혁이가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증 같은 건 없다니까.”

이 사단이 난 이유는 바로 리혁이의 방금 전 발언 때문이었다.

누가 서리혁의 애(愛)를 차지한 것이냐 옥신각신하는 넷을 보며 리혁이가 한숨을 쉬었다.

-반대 아니야? 누가 증을 차지한 것이냐를 토론해야지. 나는 기본적으로 애정이 바탕에 깔린 사람이란 말이에요.

그러니 비주조차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못 믿겠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우리에게 리혁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 내가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말 잘 안 하는 건데… 내가 다들 아낀다고요.”

“…….”

훅 들어오는 진심 공격에 우리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리혁이의 말이 맞다 치고, 그럼 이제 누가 리혁이의 증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저랑 중현이는 빠질게요.”

“어째서?”

“이건 지호랑 형이 겨뤄야 할 문제 같아요.”

생긋 웃으며 빠져나가는 비주의 바짓단을 내가 붙잡았다.

“무슨 소리 하는 거니? 너희도 리혁이한테 잘못한 게 한두 개가 아닐 텐데. 일단 비주 저번에 리혁이 방에서… 읍!”

눈을 가늘게 뜨는 리혁이의 모습에 비주가 하하 웃으며 내 입을 틀어막았다.

간절한 눈빛에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리혁이가 물었다.

“……그래서 누가 애증의 대상인지 토론 안 하는 거예요? 토론 심판 봐주려고 했는데.”

그 말에 나와 지호가 눈을 깜빡였다.

“증? 무슨 증? 막내야. 리혁이가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니?”

“저도 모르겠는데여. 대체 뭘까아~”

“드라마나 보자.”

“넹!”

사이좋게 하하 웃으며 막내와 주먹을 콩 부딪쳤다.

‘확률은 2분의 1. 너와 나 중에 하나는 반드시 다친다.’

‘때로는 묻고 넘어가야 하는 것도 있는 거니까요.’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우리 모습에 리혁이가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입만 삐죽일 뿐이었다.

“근데 광고 언제 끝나냐.”

물대포를 쏘는 요란한 비데 광고에 볼륨을 줄이며 말했다.

“광고가 해도 해도 안 끝나네.”

“오정희 작가님 작품이잖아요. 광고 이만큼 붙을 만하죠.”

“하긴…….”

TV 속에서 <나의 곰과 호랑이>라는 로고가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오정희 작가.

영화판에 천만 감독으로 유명한 김익환 감독이 있다면 드라마판에는 오정희 작가가 있다는 말로 유명한 분이다.

이견우 선배 같은 톱스타도 전화 한 통으로 캐스팅할 수 있는 파워를 지닌 스타 작가. 유명 배우들도 저분의 드라마 대본을 받기 위해 다른 드라마 스케줄을 미뤄놓고 있다는 말이 돌 정도다.

“작년에 <화원> 시청률이 몇이었지?”

“25프로 넘겼을 걸요.”

막내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작년도에 오정희 작가가 쓴 퓨전사극 로맨스 <화원>의 최고 시청률은 무려 25퍼센트.

요즘 지상파에서도 보기 힘든 드라마 시청률인데, 그것도 케이블인 GTV에서 달성한 시청률이었다.

천재 화가와 조선의 선비가 사랑에 빠진다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특유의 코믹한 설정과 맛깔 나는 스토리 전개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뻔한 클리셰로 가득한 스토리가 특징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캐릭터성과 대사로 승부하는 분이었다.

“그런 작가님 작품에 우리 넷째가 메인 OST…….”

“장하다. 서리혁.”

“제가 다 키웠죠. 허허.”

흐뭇해하는 우리 모습에 리혁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꼬리를 씰룩였다.

바로 그때.

“시작한다!”

GTV 로고와 함께 ‘15세 이상이지만 어린애들도 보고 있을 거 다 알아’ 하는 연령가 알림으로 드라마가 시작됐다.

[어흥!]

회사 휴게실 TV에서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우리가 화들짝 놀랐다.

“아이, 깜짝이야.”

휴게실에서 기왕이면 재미있게 놀라고 대표님이 사 주신 최신형 TV.

수천만 원을 들여서 휴게실에 정비한 서라운드 오디오 덕에 마치 영화관처럼 실감 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볼륨 좀 줄이자.”

실감 나는 소리에 볼륨을 줄였다.

곧이어 곰의 울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곰과 호랑이가 크와앙! 하고 있는 장면이 지난 후에 자막이 흘러나왔다.

[아주 오래전]

특별 출연을 한 원로배우 송훈 선생님이 흰 수염을 늘어뜨린 신선과 같은 복장으로 서 있었다.

“금도끼 은도끼인가?”

“자막 깔리는데요.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이래요.”

사극 자막처럼 [환인]이라고 깔린다.

그 옆에 역시 특별출연한 이견우 선배가 멋들어진 의복을 걸친 재 서 있었고, 그 아래로 [환웅]이라고 자막이 깔려 나왔다.

「쑥과 마늘을 먹고 백 일 동안 버티면 너희는 나에게 특별한 보물을 받게 될 것이다.」

곰 탈과 호랑이 탈을 쓴 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 주십시오. 환웅 님.」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단군신화가 각색되어 흘러나왔다.

동굴 속에서 버티며 쑥과 마늘을 뜯으며 눈물을 쏟는 두 남자.

하지만 어느 날 밖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호랑이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이 소리는…….」

분명히 다른 쪽 동굴에 가 있는 친구가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가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가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려 나갔을 때.

“저러면 백퍼 사기인데.”

“곰이 뒤통수를 쳤구나.”

마치 환각에 홀린 것처럼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멍하니 햇빛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무심한 환웅의 눈빛이 쏟아질 뿐.

「어… 어르신.」

「그 하나를 참지 못하였느냐.」

실망한 표정의 환웅이 매몰차게 몸을 돌리면서 덩그러니 남겨진 호랑이 부족장의 모습이 풀샷으로 담긴다.

「이럴 리 없어. 나한테…….」

처음에는 아니라고 믿지만 방금 전에 들었던 친구의 목소리를 확신하며 배신감에 치를 떠는 부족장.

이윽고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곰 부족장이 환웅에게 상자에 담긴 보물을 받으면서 호랑이 부족의 표정이 잡혔다.

꼬꼬마 아들의 어깨에 손을 올린 호랑이 부족장이 아들에게 속삭인다.

「절대 지지 말거라.」

「예. 아버님.」

그걸 시작으로 호랑이 부족과 곰 부족의 치열한 싸움이 역사처럼 흘러나왔다.

역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트렌디한 연출이 돋보였다.

원시적인 의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바닥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며 뒹굴고.

삼국시대 옷을 입은 화랑들이 미모 싸움을 하고.

고려시대에 무신들이 서로 싸우고.

조선시대에 당쟁을 하다가 잠시 일제 강점기에 서로 악수를 하고는 해방이 되자마자 다시 또 싸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흐하하하!”

강남 거리의 맞은편에 서로 [대웅그룹], [대호그룹]이라는 로고가 붙은 빌딩이 마주 보는 모습이 나오며 웃었다.

대웅그룹과 대호그룹의 회장이 서로를 유리창으로 바라보며 ‘흥’ 하는 장면이 나오고.

「아버지!」

「아버님!」

이야기는 두 그룹의 회장이 각자 지병으로 쓰러지면서 시작이 됐다.

“동시에 쓰러지네.”

“보통 저런 스토리면 각자 가족 중에 배신자가 있는 거예요. 아버지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서로 사이좋게 손잡는 걸로… 그런 걸로 나중에 음모가 드러나는 거죠.”

“일리 있다. 그거.”

막내가 후후후 웃으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시한부 선고에 가까울 만큼 큰 병을 선고 받은 두 회장이 서로 만남을 가진다.

「상웅아.」

「말해.」

「너는 이 싸움이 지긋지긋하지도 않냐? 대체 나는 우리 가문들끼리 왜 싸워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

「우리 대에서라도 이 싸움을 끝내야 하지 않겠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증오의 고리를 끊어 보자며 화해를 하기로 약속하고.

「네?」

「뭐라고요?」

그 불똥은 곧바로 남주와 여주에게 튀었다.

「선이요?」

「왜요?」

바로 두 노인이 각자의 손자와 손녀를 결혼시키기로 한 것이다.

집안의 천덕꾸러기지만 밝고 활발한 성격의 호연.

그룹의 후계자이지만 병약하고 예민하기 그지없는 성격의 태웅.

당연하게도 손자와 손녀를 결혼시키려는 계획은 가문 구성원의 반발은 물론이고 당사자들의 반발을 산다.

“그렇지. 로코면 빠질 수 없는 게 있죠. 저렇게 하다가 서서히 스며드는 관계로 발전을 해서……!”

막내가 주먹을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대표님과 DNS 미디어 대표님의 관계처럼 학창 시절부터 앙숙이라는 남주와 여주의 설정이었다.

아무튼 당사자들까지 격렬하게 반발하지만.

「아이고!」

「나 죽는다! 한 번쯤 선 좀 보면 나 안 죽을 거 같은데~!」

「오래 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할리우드 액션을 일삼는 노인들의 고집에 결국 당사자들도 한숨을 내쉬고 승낙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 각 가문의 구성원들이 맞선을 훼방 놓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놓고 훼방을 놓아선 안 돼요. 자칫하면 정말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은밀하게 방해합시다.」

문제는 두 가문이 서로에게 이야기를 나누고 계획하지 않았다는 점.

그 때문에 맞선은 기묘하게 꼬이게 된다.

서로의 방해공작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것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향기가……?」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건데.」

산책을 할 때도 꽃향기가 나고, 레스토랑에서도 왠지 모르게 취향 저격인 메뉴가 나와 상대의 배려에 놀라고.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각 가문의 구성원들이 가슴을 치며 갑갑해 한다.

다행스럽게도 맞선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나고, 중간중간 ‘다음 화 꼭 보게 될 걸?’ 하는 의미심장한 떡밥이 배치되어 흘러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재벌 모임.

집안의 천덕꾸러기인 여주인공이 모임에서 푸대접을 받는 장면을 보고 열이 오른 남주가 병약한 몸을 이끌고 다가간다.

“오. 나온다. 나온다. 형들 우리 대사 맞추기 해요.”

“내 여자입니다? 너무 올드한가?”

“사과하시죠. 방금 그 말씀.”

“이 여자, 저랑 결혼할 사람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대사를 구사하고 있을 때.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다가선 남주를 발견한 여주가 그의 손을 화악 휘어잡고 끌어당긴다.

당황한 남자 주인공이 눈을 크게 뜨자 환한 미소를 짓던 여주가 홧김에 질러 버린다.

「제 약혼자예요.」

당황한 사람들 속에서 손을 잡은 두 남녀의 장면을 끝으로 드라마 OST가 깔리기 시작했다.

드라마 OST 특유의 트렌디한 인트로가 끝나고.

너를 보며

잠 못 이루던 날들

맑은 목소리가 담담하게 노래 가사를 읊고 있었다.

“리혁이 형 목소리다!”

“리혁아!”

“……나 여기 있으니까 부끄럽게 그러지 좀 마요!”

우리가 크으 하면서 노래를 감상했다.

맞선을 하며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의 스틸컷과 함께 OST가 깔리고 있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이게 바로 리혁이의 애증이 담긴 곡…….”

다 같이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널 보면 때론 눈물이 나

오랜 기다림에 난 지쳐 가고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감상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대화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야! 왕지호! 너 왜 이렇게 늦게 왔냐.

-흐힛. 저 기다렸어여?

왠지 모르게 비주와 중현이가 고개를 슥슥 젓는 게 느껴졌다.

잊고 싶었어

하지만 눈을 감아도

너만 보이는 걸

다시금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대화.

-아. 리혁이 형 보고 싶다. 심심한데.

-왕지호는 어디 갔어요? 왜 안 보이지.

노래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전문적인 직업이 가수 아니겠는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는 화자의 감성에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

“…….”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는 지호와 우측을 바라보며 벌건 얼굴을 하고 있는 리혁이를 바라보았다.

“너네 둘이었구나.”

“…….”

“…….”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형은 너희의 우정을 응원한단다.”

“조용히 해여!”

“닥쳐!”

캬아악- 하며 불을 뿜어 대는 두 졸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

한 달은 놀릴 거리가 생겼네.

*   *   *

리혁이가 OST를 부른 드라마 <나의 곰과 호랑이>는 오정희 작가의 네임 밸류에 힘입어 순조롭게 출발했다.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

그 때문인지…….

[1위] 리혁 - 나의 하루는 오직 너였다 (‘나의 곰과 호랑이’ OST Part.1)

우리 메인 보컬이 부른 노래는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드라마를 떠나서 그냥 노래 자체가 좋다는 평이 많긴 한데….

“이걸 기뻐해야 하는가. 슬퍼해야 하는가.”

동생이 해냈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도 좋지만.

[2위] 뉴블랙 - METRO

망고 차트 2위에 머물러 있는 메트로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뭔가 묘하면서도 싱숭생숭한 느낌이다.

마치 리혁이가 내 어깨를 밟고 올라가 ‘이야~ 공기 좋다!’ 하는 느낌.

“이것도 희한하긴 하네요.”

막내가 말했다.

“미국에서는 빌보드 1위인데 한국에서는 2위…….”

“빌보드 1위보다 어려운 망고 차트 1위인가.”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 차트야 한국 사람 취향대로 순위가 정해지는 게 당연하긴 한데, 빌보드에선 1위를 하고 있는 곡이 망고 차트에서 2위를 하니 뭔가 웃겼다.

캡처를 하고 있는 막내에게 말했다.

“그런데 리혁이랑은 대화 안 하니?”

“무슨 소리예요. 저희 계속 대화 하고 있어요.”

지호가 시선을 돌려서 리혁이를 향해 말했다.

“형. 안녕하세요.”

“어. 안녕….”

순간 내 팔에 소름이 돋았다.

어쩜 저렇게 어색하지.

세계 최고로 어색한 사이 대회에 나가면 준우승은 할 법한 대화문이었다.

팔을 문지르며 비주에게 말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어색했다….”

“저도 소름 돋았어요. 소오오름.”

“이게 다 당신들이 놀려서 그런 거잖아요!”

얼굴을 붉힌 채 항변하는 막내 라인의 모습에 우리가 몸을 흔들며 에베베 웃을 때였다.

“허허허. 리혁이 축하한다!”

인자한 목소리.

반짝반짝한 이마를 자랑하며 박규호 대표님이 회사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아 준 대표님이 리혁이의 OST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서로 네 덕분이다 하며 훈훈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잠시.

“그…….”

“네?”

“아니다. 음…….”

어딘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 눈치를 슬금 살피는 대표님의 표정에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지?’

‘모르겠는데요.’

꼭 무언가 중요한 부탁이 있는 것처럼 전전긍긍하는 표정.

“왜 그러세요. 대표님?”

“그… 내가 부탁이 한 가지가 있어서.”

“부탁이요?”

“오늘 스트릿 보이즈 곡 녹음하러 간다고 그러지 않았니? DNS 미디어 사옥에 간다고.”

“네. 오늘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에게 대표님이 조심스럽게 용건을 꺼냈다.

그리고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   *   *

DNS 미디어 사옥.

걸그룹 서바이벌 이후 새롭게 활기를 찾아 도약하는 중인 걸그룹 라비앙로즈.

그리고 현재 뉴블랙 다음으로 높은 해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보이그룹이자 국내 넘버 2를 넘보고 있는 인기 아이돌 스트릿 보이즈.

두 그룹을 키워 낸 DNS 미디어의 대표 임현식이 창밖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

햇볕에 반짝이는 머리.

얼굴만 봐도 짜증이 폭발하는 앙숙이 세계 최고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잘생긴 5인조와 함께.

‘뉴블랙…….’

박규호의 얼굴 위로 떠오른 표정은 마치 친한 사촌형을 자랑하는 코흘리개 같았다.

너네 집엔 뉴블랙 없지? 하는 표정.

DNS 미디어 사옥 앞에서 당당하게 내린 박규호 대표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대머리]라고 뜨는 핸드폰을 무시하며 임현식 대표가 뺨을 파들파들 떨자, 1층의 박규호 대표가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입모양이 읽힌다.

‘현식아, 나 왔다! 으허허허!’

정말이지 꼴 보기 싫은 모습에 임현식 대표가 블라인드를 촥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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