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61화
리혁의 뒤편에 보이는 거대한 기구.
‘로또 추첨기?’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로또 추첨 기계 같은 비주얼의 물건이었다.
차이점이라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꽉꽉 채우면 서리혁을 50명 가까이 넣을 수 있는 규모였다.
로또 공이 들어가야 할 듯한 거대 항아리, 그리고 그걸 받쳐주는 기기 본체에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꼭 동전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뭐가 나올 것처럼 생긴 비주얼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뭐야? 저거 뭐야?”
TV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무렵.
“어? 뭐 뜬다!”
거대한 항아리 아래 모니터에[ (❁ᴗ͈ ˬ ᴗ͈)⁾⁾ ] 하는 이모티콘이 나오고 있었다.
그처럼 실제로 머리에 꽃을 꽂은 리혁이 봄의 소년처럼 마이크를 든 채 웃고 있었다.
카메라가 이모티콘을 비추는 동안 어느새 흰 셔츠에 청바지로 탈바꿈해 있었다.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리혁이 존예다 존예
-저거 무슨 꽃이야???? 파란색 개이뻐
-울 엄빠가 저거 도라지꽃이래ㅋㅋㅋㅋㅋ
고운 청도라지꽃을 새침하게 꽂은 리혁이 양손으로 마이크를 들고 있는 모습에 모두가 환호할 때.
상쾌한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함성이 터졌다.
‘어? 이거…….’
Coin과 함께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 중 리혁의 단독 곡인 <나의 별을 줄게>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수줍은 메시지 같은 관계를 다루는 곡.
전주가 끝나고 리혁이 돌출무대를 향해 걸어 나오며 마이크를 들었다.
항상 너의 발뒤꿈치
나는 수줍게 숨어 있어
상큼한 비주얼과 청량한 목소리에 눈과 귀가 개안하는 듯한 느낌이다.
눈이 탁 트이는 푸른 조명들이 사방을 뒤덮는 가운데 리혁이 돌출무대를 활보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뒤돌아볼 때면
언제나 모른 척 힐끔
나의 심장은 터질 듯해
내 마음이 Boom Boom
뿜뿜- 하면서 관객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모습에 현장의 수플레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울었다.
-노래 너무 좋다ㅠㅠㅠㅠㅜ
-이거 콘서트에서도 못들어 본 건데
-저번 앨범 내 최애곡ㅠㅠㅜ
-이게 바로 내향인 최고 아웃풋이라는 서리혁의 무대인가요
-소녀소녀 컨셉으로 부를 법한 가사지만 주어가 서리혁이라 놀랍게 잘 어울린다는 게 함정ㅋㅋㅋㅋㅋㅋㅋ
-안 되겠습니다. 서리혁을 내남자로 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론은 받지 않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서리혁을 내남자로 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론은 받지 않습리혁아아아ㅏ
-음색 무슨 일이야 대박ㅋㅋㅋㅋㅋ
부드럽게 노래를 부르는 리혁이 움직일 때마다 관객들이 환호를 했다.
그만큼 현장 호응도가 좋았다.
처음에 시작한 메트로야 워낙 익숙한 무대였지만, 지금 리혁이 보여 주는 무대는 그들에게 신선했기 때문이었다.
‘리혁이는 진짜 완급조절이…….’
최근 들어 ‘한국 시리즈 애국가’ 같은 키워드로 미친 성량, 파워 보컬 같은 이미지가 강렬했던 뉴블랙의 메인 보컬.
그런 인물이 전략적으로 부드러운 노래를 들고 나오니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파워 뿜뿜하는 노래가 아니라 부드러운 분위기라 가창력이 더욱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완급조절을 어찌나 기가 막히게 하는지 관객들과 목소리로 밀당을 하는 느낌.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을 듯, 간질거리는 리혁의 목소리에 환호가 더더욱 커졌다.
‘진짜 콘서트 온 거 같다.’
가수의 숨소리와 함께 중간 중간 관객들의 호응에 웃음소리가 노래에 섞여 들어온다.
어두운 고척돔에 1만 개가 넘는 응원봉이 동시에 흔들리는 풍경.
그 속에서 돌출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메인 보컬의 존재감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을 무렵.
여기 있어 나의 별이
너만을 위한
오직 나만의 별이
고음을 높이며 후렴을 부르는 리혁에게 환호하던 관중들의 시선이 점점 그 뒤편으로 움직였다.
로또 추첨기 같은 기구.
‘……그런데 저건 왜 나온 거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1절 후렴이 끝나고 2절이 나오기 전의 연결 파트.
가수가 환호하는 팬들에게 마이크를 내미는 동안, 기구의 모니터에 있던 이모티콘이 변화했다.
[ (❁ᴗ͈ ˬ ᴗ͈)⁾⁾ ]
깜빡깜빡하더니.
[ Thank You !! ]
[ ٩(๑❛ᴗ❛๑)۶ ]
활기차게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텅 비어 있던 원형 구슬 안에 무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로또 볼이 들어오듯이.
자그마한 금화 소품들이 팝콘처럼 이리저리 튀며 차오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그걸 시작으로 금화들이 꾸물꾸물 차오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저게 뭘 의미하나 싶었는데, 얼마 안 가 2절에 접어들면서 관객들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는 가만히 변화가 없는데.
‘어? 저거 함성에 반응하네?’
관객들의 함성이나 환호가 커질 때마다 금화들이 꾸물꾸물 새롭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크와아아아아앙!”
“캬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
수플레들이 리혁의 손짓, 몸짓에 환호를 하면 할수록 금화가 차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저걸 끝까지 차오르게 하고 싶은 느낌.
‘저, 절반 채웠다!’
목이 쉴 만큼 함성을 질렀지만 재미있었다.
그렇게 리혁이 부른 단독 무대가 끝났을 때, 곧바로 전자오락 같은 BGM이 나오면서 함성이 터졌다.
[ ✺◟(∗❛ᴗ❛∗)◞✺ ]
이모티콘이 변화하고 있을 때.
초대형 스크린에 알록달록한 색의 동전들이 둥둥 떠다니는 VCR이 뜨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어두워진 조명 속에서 리혁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고 잠시 VCR이 흘러나오는 한편.
곧이어 현장의 금화 항아리가 클로즈업되더니.
쏘옥!
‘얘들아아아!’
양옆으로 비주와 지호가 얼굴을 쏙 내밀며 짓궂게 웃고.
또 그 뒤편으로 우주와 중현이 고개를 내밀더니 개구쟁이들처럼 나왔다.
‘귀여워!’
90년대 아이돌 멤버들이 입었을 법한 스키복이라든가, 후드티, 멜빵이 달린 바지 등등.
그런 복장을 2017년도 식으로 재해석한 복장들이었다.
흰 티에 붉은 패딩조끼를 걸친 지호가 야구모자를 살짝 눌러쓴 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음악과 함께 돌출무대로 걸어 나오는 장면에서도 몸짓 하나하나 안무가 느껴지는 춤선.
‘코인이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 노래이자 2017년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가 흘러나왔다.
90년대 아이돌들이 불렀던 상큼발랄한 곡을 17년도로 옮긴 듯한 청량함과 상쾌함이 중점인 곡!
오마주를 하듯 한쪽 뺨에 각자의 상징색 물감으로 인디언 페인팅을 한 멤버들이 무대를 누비면서 환호성이 커졌다.
딸랑! 딸랑!
[ $__$ ]
그에 호응하듯 동전이 짤랑짤랑 차오르기 시작했다.
3절 안무에서 멜빵바지를 한 채 귀여운 안무를 소화하는 비주에게 함성이 터질 무렵.
‘거의 다 찼다!’
항아리가 거의 다 찼다.
이제 슬슬 뭔가 변화가 보이려나 싶었지만.
‘음?’
코인의 무대가 끝나고 천장에서 금박 가루들이 떨어질 때까지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뭐야? 저거 뭐 터지고 그러는 거 아니었어요?”
“안 터지네.”
“저거 그럼 금화는 뭐예요?”
수플레들이 막간의 틈을 타 웅성거릴 때.
코인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명이 암전되고는 무대 위로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오? 댄서들인가.’
못난이 탈을 비롯해 조선 시대의 탈춤에 쓸 법한 가면을 쓴 댄서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있었다.
말뚝이탈. 양반탈. 도령탈 등등.
양손에 흰 천을 들고 있는 댄서들이 무대를 누비고 있을 때.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아는 힙하고 트렌디한 국악풍의 전자음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멤버들은?’
멤버들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노래가 시작하나 할 때쯤.
못난이 탈을 쓴 댄서가 가면을 슥 벗었다.
‘비주다!’
본래 리혁이 나와야 할 파트인데 비주가 나오고 있었다.
갈색머리 아래로 연신 눈을 반짝거리며 웃는데, 글리터 때문인지 눈동자에 별이 있는 것처럼 예뻤다!
길을 잘못 들었나
그랬군
잘못된 시간에 깨어났나
그랬군
자기 파트를 끝내고 나서는 다시 탈을 쓰고 댄서들의 군무 사이로 숨어들었다.
진짜 도깨비들이 ‘나 여기에 있지롱!’ 하듯이 고개를 쏙 내밀고 파트를 소화하며 숨어드는 멤버들.
마침내 후렴구에 이르렀을 때 멤버들이 탈과 두루마기를 벗었다.
코인과 똑같은 현대적인 복장이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인지 더 도깨비스러운 느낌이었다.
“가비 가비 돗가비!”
“오도까비-!”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팬들도 신나게 후렴을 부르는 가운데.
1절이 끝남과 동시에.
퍼어어어어엉-!
공기를 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에 들어 있었던 금화들이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현실판 금 나와라 뚝딱이었다!
뭔가 내가 지른 환호성이 금화로 돌아오는 느낌.
‘잡아야지!’
스탠딩석에서 방방 뛰던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금화를 붙잡았다.
무대 소품이라 그런지 무게감 없이 가볍지만 기념품으로 챙겨 가기 좋은 물건이었다.
기념품을 챙긴 팬들이 뛰면서 행복 100퍼센트의 비명을 지를 때.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도깨비에서 중현의 랩 파트가 흘러나오면서 멤버들이 기차놀이 하듯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잔망스럽게 돌출무대로 둠칫둠칫 걸어오는 멤버들.
돌출무대 바로 아래 있는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그들이 손을 촤악 뻗었다.
‘어어어어!’
‘금화다!’
중현의 묵직한 목소리가 랩을 불렀다.
금 나와라 뚝딱
나오네
은 나와라 뚝딱
안 나오네
흥겹게 중얼거리는 듯한 랩과 함께 멤버들이 금화를 뿌리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리고.
뉴블랙 멤버들이 신명나게 도깨비의 3절 춤을 추면서 금화가 다시 한번 하늘로 비산하는 장면이 흘러나오면서.
뉴블랙이 오늘 ‘재미있는 무대를 보여 주겠다’고 한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어 가고 있었다.
“쟤네는 무대가 아니라 무슨 연극 한 편 보는 거 같네.”
“재미있다.”
“요즘 애들은 무대를 다 저렇게 하는구나.”
마지막으로 반다나를 머리띠처럼 쓴 채 숨을 헐떡이는 후드티 미남의 얼굴이 잡히면서 현장의 환호성이 터졌다.
“끼요오오으으으!”
목이 쉰 수플레들이 함성을 지르며 부르르 떨었다.
‘오늘 진짜 재미있다!’
‘콘서트는 못 갔지만 오늘 무대를 본 나의 승자다.’
그야말로 ‘아이돌’이 무엇인지 보여 준 장장 18분의 무대에 팬들이 몸을 떨었다.
* * *
“어우. 떨려…….”
가슴이 떨리는 게 아니다.
그냥.
후들후들…….
후들후들.
“아, 형들 저 다리에 힘 풀렸어혀…….”
백스테이지의 가벽을 손으로 짚은 막내가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온몸이 땀으로 풀썩 젖은 리혁이는 이미 중현이 등에 업혀 있었다.
“리혁아.”
“왜요오…….”
“잘했다.”
“아, 진짜 목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장장 18분 연속으로 목을 쉬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거기에 안무까지.
메트로야 우리 곡들 중에 빡센 걸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안무인데, 코인과 도깨비도 만만치 않다.
-뉴블랙 설렁설렁 추네~ 초심 잃었나 봄~
…같은 반응을 인터넷에서 본 적 있는데.
진짜 이건 춰 봐야 한다.
네티즌들 보면 안무의 속도만 빡셈의 척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과 안무 난이도는 별개다.
격렬한 스포츠에 비해 요가 동작이 정적이라고 더 쉬운 것은 아니듯이.
“비주야. 너는 괜찮니?”
“네에… 저는 신경 쓰지 마세효오오….”
땀으로 젖은 비주의 등판을 팡팡 두드려 주고는 나도 무릎을 짚었다.
마지막에 도깨비 3절에 이르러서는 진짜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는데 꾸역꾸역 참았다.
마지막에 관객들이 환호해 줄 때도 환호하는 장면도 잘 못 봤다. 눈앞이 하얗고 빙글빙글 돌아가지고.
“용케 웃으면서 내려왔네. 정말.”
“잘했어. 얘들아.”
우리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했다고 말해 주는 민기 형과 원석이 형.
씩 웃으며 물었다.
“저희 잘했어요?”
“완전 올해의 가수 같던데.”
“흐히히.”
몸을 일으키고는 심호흡을 하며 웃었다.
“그래도 진짜 좋네요.”
“엔딩 무대라서?”
“아뇨. 그것도 그거인데… 마지막이라서 좋은 점들이 많았어요.”
보통 그 해 최고의 가수들만이 할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엔딩 무대를 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유였다.
막내가 내 대답을 대신했다.
“흐어… 허억, 마지막에 무대 장치를 펑펑 쓸 수 있잖아여….”
“아하.”
“저희가 이게 마지막에 하면 진짜 펑펑 쏠 수 있으니까.”
숨이 넘어갈 거 같은 막내에게 생수병을 내밀어 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엔딩 무대의 특권.
그것은 바로 모든 무대 장치를 최대치로 쏠 수 있다는 거다.
-폭죽 Max로 쏴주세요!!
-그건 좀 힘들 거 같네요. 다음 팀도 써야 하거든요.
-금박 날려 보고 싶은데…….
-다음 팀 무대가 바로 있거든요. 시상자들도 나와야 하고.
물론 금박을 날리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음악 방송에서도 작게 금박을 쏘아 올린 다음에 바로 스탭들이 나와서 밀대로 밀고 치우니까.
하지만 다음 출연자를 위해 배려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엔딩 무대였다.
“진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인정.”
동생들과 미소를 주고받으며 기력을 되찾았다.
격한 운동을 한 것처럼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긴 한데, 이 정도는 끄떡없었다.
동생들의 상태를 체크하고는 물었다.
“돌아갈까?”
“네.”
3분 정도 지났을까.
이제 대략 광고가 끝날 타이밍이었다.
남은 것은 올해의 노래상, 앨범상, 가수상 등 3개 부문의 대상 시상뿐.
“빨리빨리 올라갑시다.”
미리 망고 측에 무대 끝나고 체력 소모가 심하니 광고 타임을 좀 길게 잡아달라고 한 터였다.
그걸 감안해도 시간을 많이 쓴 터라 바쁘게 움직였다.
같이 이동하면서 머리와 의상을 만져 주는 스탭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올라갔다.
“아.”
그때 중현이가 뭔가를 떠올린 듯 슬그머니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몇몇 분들은 좀 놀라고 있겠네요.”
“뭐가?”
“금화요.”
“아…….”
중현이의 말에 뭔가가 퍼뜩 떠올랐다.
그걸 떠올리며 우리 모두 단체로 웃었다.
* * *
뉴블랙의 무대가 끝나고 광고 타임.
온라인에서는 뉴블랙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ㄹㅇ 개잘함
-메트로-코인-도깨비 약간 빡센-안빡센-빡센이라 단짠단짠같앗음
-오늘 진짜 국민 아이돌같았음
-진짜 잘해
-요즘들어 너무 빡센 게 트렌드라 강강강강강 이런 느낌 강했는데 간만에 무대 개재미있었음ㅋㅋㅋㅋㅋㅋ
-난 뉴블랙 스케줄에 이만큼 퀄리티가 나온다는 게 젤 신기함?? 잠 안 자나?
-엄빠가 뉴블랙 무대 재미있다고 해서 행벅
이견이 없을 만큼 완벽했던 무대였다.
이제 슬슬 연차가 찬 4년 차답게 메트로에서는 수트를 입은 채 능숙함과 성숙미를 보여 주고.
그다음에는 현장감이 대박이었던 서리혁의 보컬 무대를 보여 주고.
코인으로는 상큼함과 과즙미를 보여 주는 한편, 도깨비를 통해 마무리를 근사하게 장식했다.
그야말로 이견이 없는 올해의 가수였다.
곧이어 전환되는 화제.
-진짜 올해 삼관왕각 가나
-한 가수한테 3개 다 몰아주는 거 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음
-몰아준 적 없다고 해서 줘야될 상 안주는 것도 웃기지 않음??ㅋㅋㅋㅋ 너는 전과목 만점이니까 한 과목은 2등하라는 것도 존나 말안됨
-성적대로만 하면 받음
-근데 노래상으로 세레니티 주면 모를까; 앨범상이랑 가수상은 진짜 넘나 백퍼라
초동 99만 9,999장과 미국 유명 어워즈 무대들의 임팩트.
누가 봐도 확실한 3관왕 후보였지만 아직 전례가 없기 때문에 확신을 못하고 있는 팬들이었다.
‘얼른 광고 끝나라.’
아이돌 팬들의 시선이 TV 화면과 실시간 스트리밍 화면으로 향하고 있을 때.
“와아아아아아…….”
“허어어어.”
“허허허허허.”
현장에 있는 수플레들은 그저 몽실몽실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머릿속에서 멤버들의 얼굴이 둥둥 떠다닌다.
‘얘들아.’
꽃을 꽂은 봄의 소년 같았던 리혁이.
마치 모두가 마음속으로 좋아했을 법한 고등학교 야구부 미남처럼 등장한 지호.
도깨비의 안무를 이끌며 그야말로 도깨비스러움을 보여 준 중현이.
코인에서 유독 밝게 빛났던 비주의 눈동자.
그리고 우주는 우주.
‘진짜 내가 승리자다.’
글렌 데이비스와 헤일리 블루 등이 날뛰었던 상암 콘서트.
그거 못 가고 TV로 보면서 아쉬워했던 마음이 싸아악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아. 아, 쉬었네.”
목이 쉬어서 쌔애액-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인생 무대를 봤는데 무엇이 더 중하겠는가.
하지만.
“…….”
그보다 더 중한 것을 마주한 사람들이 있었다.
행복해하는 스탠딩석의 팬들 속에서 유난히 쭈뼛쭈뼛대고 있는 일부 수플레들.
꿀꺽.
‘이거 진짜…….’
오사카돔 4번 타자라는 별칭이 붙었던 김숯불이 다시 한번 찾아온 행운에 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두 개의 금화.
둘 다 엄청 가벼운 것 같지만 무게가 다르다. 하나는 아까 하늘에서 떨어진 것을 주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현이가 줬어.’
도깨비처럼 능글맞게 웃던 중현이 손을 튕겨 날린 금화였다.
아주 작고 얇은 금화.
그런데 뭔가 무게감이 다르다.
‘이거 혹시.’
설마 하는 마음에 콩닥거리는 마음을 감춘 김숯불이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 금화를 살짝 돌렸다.
그제야 금화의 뒷면이 눈에 들어왔다.
[1등 당첨!]
‘이, 이건…….’
김숯불의 양쪽 다리가 기쁘게 흔들렸다.
후들후들.
오사카돔의 4번 타자가 고척돔의 포수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