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62화
“휴우.”
가수석으로 돌아오자 한조가 손을 내밀었다.
“잘했다.”
“감사.”
손을 가볍게 부딪치며 웃고는 자리에 앉았다.
후끈한 열기가 와이셔츠 안쪽에서 모락모락 올라온다. 마치 온몸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
손부채질을 하면서 웃었다.
“어우, 더워.”
“저두여.”
“너도 얼굴에 얼음물 좀 대고 있을래?”
매니저들이 건네준 얼음물을 건네주자 막내가 조심스럽게 목에 생수병을 댔다.
“시원하다…….”
“시원하구만.”
차갑다 못해 따가운 감촉에 서서히 열이 식는 느낌이다.
엔딩 무대가 다 좋은데 이건 안 좋은 거 같다.
당장 대상 시상을 하기 위해 시상자가 걸어 나오고 있는데 우린 땀조차 식지 않은 흥분상태였으니까.
[다음은 올해의 노래상 시상이 있겠습니다.]
성우의 내레이션과 함께 수트를 입은 남자 배우가 걸어 나왔다.
주찬영.
조별 과제 속에서 꽃피는 연애를 다룬 로맨스 드라마 <꽃비>의 주인공으로 올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 배우였다.
-네…….
포마드로 번듯하게 머리를 빗어 넘긴 20대 초반의 배우가 침을 꿀꺽 삼키고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주찬영입니다.
올해 큰 인기를 얻은 배우답게 큰 환호성이 터졌다.
살짝 웃는 것도 잠시, 이런 어워즈 시상은 처음인지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가요계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 가요계에 참 좋은 노래들이 많다.
이 많은 노래들 중에 누가 올해의 노래상이 될까! 하는 멘트를 읊은 신인 배우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그럼 후보 만나 보시겠습니다.
곧바로 초대형 전광판에 VCR이 흘러나왔다.
[세레니티, Party Girl]
색색의 풍선들이 날아가는 푸른 하늘 아래.
반바지에 샌들을 신은 걸그룹 멤버들이 해변을 뛰어다니는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이 흘러나왔다.
Coin과 함께 올해 상반기 최고 히트곡으로 뽑히는 곡에 함성이 흘렀다.
[스트릿 보이즈, 52-Hertz Whale]
별이 뜬 밤하늘에 CG로 만든 고래가 떠다닌다.
소년스러운 외모의 메인 보컬 기원이 아련한 눈으로 고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뮤직 비디오 장면이 지나갔다.
낭만적인 힙합 사운드의 곡에 팬들의 함성이 터졌다.
[틴스피릿, 고독(Forgotten)]
어둡고 음산한 창고.
곳곳의 불길.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미소년들이 격하게 군무를 추는 장면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팬들이 내뿜는 기쁨의 욕설에 틴스피릿 멤버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홍샛별, 커피 한 잔 (Feat. 유재찬)]
젬베 소리가 섞인 상쾌한 사운드.
카페를 배경으로 두 남녀가 서로의 등을 맞댄 채 발라드 곡을 부르고 있다.
썸남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는 곡이 흘러나오면서 소소한 함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뉴블랙, 도깨비]
우리가 각종 명소를 배경으로 안무를 추는 영상이 흘러나오면서.
“크르르르르륵!”
“캬아아악!”
은신하고 있던 수플레들이 정체를 드러냈다.
마치 굴속에 숨어 있던 괴수가 먹잇감을 발견하고 튀어나온 듯한 함성.
다른 가수들이 겁에 질리는 모습에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강하다. 수플레.’
시상자를 맡은 신인 배우마저 그 함성에 달달 떨 만큼 거대한 데시벨의 향연이었다.
큐카드를 든 배우 주찬영이 침을 삼키며 물었다.
-과… 과연 누가 올해의 노래상 주인공일까요?
그 말에 장내의 모든 가수 팬들이 크와아악! 하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곳은 고블린 소굴…이 아니고 귀여운 팬들이 즐비한 고척돔.
그런 함성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우리도 몸을 정돈했다.
‘이건 확실히 유력하다.’
MCA에서 주는 노래상은 보통 연초에 나온 히트곡일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다.
1월에 나온 곡이 9월이나 10월에 나온 곡보다 누적 스트리밍 등의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올해 1월에 나온 도깨비는 가장 유력한 노래상 후보였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캬야아아아아악!”
“크르르르!”
함성에 기가 죽은 듯한 얼굴의 신인 배우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네, 추, 축하드립니다! 수플레!
“캬악?”
“크르륵?”
잠깐 ‘어라?’ 할 때 배우가 재빨리 수습했다.
-아,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와아아아아아아!”
“우와앙!”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에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하한다고 인사를 전해 오는 주변 가수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가수석을 내려갔다.
무대까지 향하는 통로 사이로 팬들이 달봉이를 흔들며 반겼다.
“얘들아!”
“축하해…!”
눈이 벌써부터 축축해진 팬들을 바라보며 나도 같이 웃었다.
그러고는 무대에서 트로피를 든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배우 주찬영과 마주했다.
말실수 때문에 슬픈 얼굴로 변한 배우가 트로피를 내밀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배우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우리가 마이크 앞에 섰다.
-우선, 센스 있는 수상 소감을 보내 주신 주찬영 배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실 맞게 부르셨거든요. 저희만이 아니고 수플레 여러분도 같이 받아야 할 상이니까요.
수플레들이 귀엽게 환호했다.
-매번 상에 대해서 초연해져야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막상 상을 받으니 정말 행복하네요. 특히나 음악을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 노래상은 의미가 더 각별한 것 같습니다.
꽃다발과 트로피를 품에 든 채 웃었다.
-대략 3분 정도죠? 3개월, 4개월이 넘는 시간을 바쳐 만드는 노래 한 곡의 시간을 볼 때면 야속할 만큼 짧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은데, 더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은데.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짧은 시간이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덕분에 여러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거니까. 만약에 뉴블랙 특집곡이라고 해서 10시간짜리가 나온다면 아무도 안 들을 거예요.
‘들을 건데!!’ 하고 지르는 누군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감사합니다. 10시간짜리 꼭 낼게요. 우리 약속한 거예요?
동생들과 우리가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약속하듯 반짝반짝 흔들었다.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고는 이야기의 결론을 말했다.
-이렇게 올해의 노래상 후보에 들고, 수상을 할 때면 저희가 정말 많은 분들에게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출퇴근길에 3분.
등교하거나 하교할 때 잠시 대중교통에서 듣는 3분.
요리나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배경음악으로 틀어 놓는 3분.
하나하나는 짧지만 합쳐 보면 그것이 어마어마한 시간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고 좋다.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는 뒤로 가볍게 물러났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저희는 올해…….
동생들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손에 든 트로피를 만지작거렸다.
탈 확률이 높다 높다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올해는 담담하게 있으려고 했는데.
상은 받으면 기분이 좋은 게 맞았다.
동생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쭉 하고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축하해!”
“축하한다.”
축하 인사를 전하는 이들에게 마주 웃어 주고는 다시 자리에 앉을 때였다.
얼마 안 가 또 이름이 불렸다.
-올해의 앨범상, 뉴블랙 !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는 앨범상이었다.
99만 장이라는 초동 수치는 반영이 되지 않았지만, 음원 차트에서도 성공을 거둔 우리의 정규 앨범.
앨범상 수상을 하고 나서는 돌아와서 목을 축였다.
“야. 근데 이거 이러면…….”
“각인데요.”
동생들과 소곤거리면서 눈을 크게 떴다.
본상에서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 등에게 ‘뉴슈퍼 울트라상!’, ‘아무튼 최고상!’ 같은 것을 뿌려 대는 모습을 보며 은연중에 직감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거 진짜로 3개를 다 주려는 건가?
다 같이 살짝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을 때였다.
-네, 올해의 가수상.
이윽고 불리는 이름에 동생들과 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축하드립니다. 뉴블랙…!
음원 시상식 대상 3관왕.
시상식이 개최된 이래 역대 최초로 있는 일이었다.
* * *
[어…….]
TV 속 뉴블랙 멤버들이 얼떨떨한 얼굴로 마이크 앞에 섰다.
노래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크으!’ 하고 기뻐하던 멤버들이 지금은 눈을 동글동글 뜨고만 있었다.
[상을 연속으로 받을 거라고 정말 예상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얼떨떨한 기색으로 소감을 건네는 멤버들과 달리 네티즌들은 그러려니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딱 예상한 대로 나왔네.’
당사자들과 다르게 네티즌들에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노래상, 앨범상, 가수상.
그저 받을 가수가 받았다는 말이 나오는 시상식이었다.
그 때문에 매년 대상 시상이 있을 때마다 나오던 ‘시발’과 ‘망할 새끼들’이 올해는 보이지 않는 중이었다.
-[속보] 뉴블랙, 망고 차트 어워즈 대상 3관왕 ‘싹쓸이’
보통 대상 3부문에 있어서 상을 여러 개 타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대부분 2관왕일 뿐.
처음으로 나온 3관왕에 모두가 신기함을 느꼈다.
-대단하다ㅋㅋㅋㅋㅋ
-규호 지금쯤 울고 있을듯
-뉴블랙은 인정
-이건 이견이 있을수가 없지 성적대로 줬는데
-근데 견제랑 반박이 안나오는 게 제일 대박인 거 같음; 올해 성적이 넘사벽이라서
-깔끔하다
-ㄹㅇ 역대 가장 대상반응 잠잠한 시상식ㅋㅋㅋㅋ
대다수 팬들은 신기함을 느낄 뿐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거나 하는 반응은 별로 없었다.
전과목 올백을 달성한 1등에게 1등상이 주어진다고 비판이 없듯이.
그런 반응에 수플레들은 왠지 모를 행복함을 느꼈다.
‘진짜 올해는 우리 애들의 해였다.’
국내 음원을 씹어 먹은 도깨비와 Coin을 시작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METRO까지.
그야말로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커리어였다.
내년에도 이와 같은 성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하지만 이런 결과와 별개로 왠지 모르게 은은하게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근데 이거 안티들 존나 날뛸 텐데…….’
미래에 다가올 견제가 벌써부터 신경이 쓰이는 수플레들이었다.
대상 중 한두 개일 때와 대상 싹쓸이는 또 다르니까.
대상 후보들 간에 싸우게 될 화력이 이제는 모두 뉴블랙에게 집중이 된다는 의미였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견제와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들어올 게 분명했다.
-이 추세대로면 어떤 그룹이든 잘나가 봐야 뉴블랙 다음 2등이겠네
-뉴블랙만 없었으면 올해 대상 세리니티/스보/틴스 사이좋게 나눠가졌을 텐데 까비ㅋㅋㅋ
-아 근데 어워즈 개노잼이다ㅋㅋㅋ
-10년 지난다음에 지금 시기 돌이켜 보면 좃노잼시기로 기억될 거같음
-텐티가 마지막으로 개꿀빨고 갔네ㅋㅋ
-다른 돌팬들은 응원해 봐야 뭐 하나~~
대상 후보에 들었던 아이돌 팬들을 대상으로 살살 긁는 안티들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한숨만 삼켰다.
‘일단 이건 나중에 생각한다.’
근심과 걱정이 들어도 이건 나중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멤버들과 함께 온전히 기쁨을 나누는 게 제일 중요했다.
[올해 정말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는데요.]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모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저희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해서 더 멋진 해를 만들어 보기 위해 노력할게요.]
팬들.
고마운 사람들.
지인들에게 꼼꼼하게 인사를 하는 뉴블랙 멤버들이 정돈된 모습으로 대상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는 얼떨떨해하더니 지금은 다들 눈이 벌게져 있다.
[내년에는 더 좋은 가수,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불철주야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리혁이 형 할 말 더 있어요?]
지호의 말에 꽃다발을 들고 있던 리혁이 벌건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행복해요. 저 오늘은 정말 잠을 못 잘 거 같아요.]
[제가 같이 있어 줄게요.]
으이구 하며 웃던 지호가 리혁에게 다가가 가볍게 포옹을 하고 나머지가 샌드위치 포개듯 달라붙으면서.
올해의 가수상 수상 소감이 끝났다.
그리고 TV 중계가 끝나고 가수들끼리 인사를 나누며 무대 위에서 같이 손을 흔들고 있는 한편.
[오늘 뉴블랙 대상 수상 소감]
[실트 오른 한조 힙합 요술봉 무대]
[스칼렛 리나가 입은 베르띠에 협찬 드레스 가격]
수상소감, 무대, 비주얼 등등.
온라인에서는 가요 시상식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떡밥들이 빗발치고 있었다.
그중에서 핫한 게시글.
[반박불가 올해의 가요계 인물]
우주선이나 김덕춘 등의 이름을 예상한 사람들이 글을 누르자, 민머리 대표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이 떴다.
반박불가 승리자인 자
스칼렛이랑 뉴블랙 둘 다 가짐
ps. 하지만 모발은 못 가짐
-(인상 쓰는 우주선 사진.jpg) ???: 대표님이 잘한 게 아니고 내가 잘한 거예요 씨발
-첫댓부터 팩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족 사탄새끼냐ㅋㅋㅋㅋ진짜
-아 근데 규호도 돈쓰긴 썼자너ㅋㅋㅋ 인정할건 인정해 주자
-규호 진짜 주선이한테 지분안주냐
-리혁이의 마지막 말: 잠이 안 온다 -> 규호도 마찬가지일것
-밤마다 ‘재계약,, 958일,,’ 하고 귀신이 속삭일듯
-솔까 어느 기획사든 선우주 데리고 돈 퍼부었으면 저 성적 나왔을걸
올해의 어마어마한 성공을 불러 온 리더의 향방에 따라 회사가 좌우된다는 말.
그리고 박규호 대표도 이런 사실이 신경 쓰일 것이라는 말.
그것은 사실이었다.
[마하반야바라밀다…….]
‘불안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다스려야 해.’
불경을 틀어 놓은 채 불안을 다스리는 어느 기획사 대표.
그러나 머릿속에 환청이 맴돌았다.
-대표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어? 우주 형이 가는데여?
-저희도 가 보겠습니당! 꺄하하핫!
최근에 뉴블랙이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직접 ‘3관왕’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드니 평소에 느끼고 있던 불안감이 자꾸만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듯했다.
재계약까지 아직 3년 가까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끄으으응.”
박규호 대표가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한창 MCA 관련 떡밥이 오가고 있는 인터넷에 새로운 떡밥이 하나 나타났다.
[숯불들아~ 이거 나만 가지고 있는 거임?]
바로 뉴블랙이 무대에서 뿌렸던 ‘당첨’ 금화의 정체였다.
* * *
얼마 후.
김숯불은 레몬 엔터 사옥 근처, 일명 ‘뉴리단길’에 도착했다.
‘저기인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쭈뼛쭈뼛 모여 있는 모양새를 보니 저곳이 분명했다.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가간 김숯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네?”
“여기 그거 맞나요? 금화?”
“네, 맞아요.”
김숯불이 안도한 표정으로 섰다.
‘여기가 맞구나.’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뉴블랙의 엔딩 무대에서 받은 금화 때문이었다.
‘당첨’이라고 쓰여진 정체불명의 금화.
인터넷에 올렸지만 모두가 모르겠다고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1등 당첨???? 내 건 저거 아닌데
-나 2등인데
-콘서트나 쇼케 무료 티켓 같은 거 아님?? 최근에 콘서트 엄청 이슈되고 그랬으니까
-굿즈 각인데
-이건 회사에 문의하는 게 제일빠를 거 같다
그래서 문의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당첨 안내]
돌출 무대를 돌아다니던 뉴블랙이 달봉이나 왕봉이를 든 팬들에게 촙촙 던졌던 금화들의 정체.
3등이나 2등의 경우에는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
대망의 1등은 바로.
[뉴리단길 투어 안내]
레몬 엔터가 뉴리단길 투어를 해 준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건 뉴블랙과 초콜릿 공장!’
어느 마음씨 좋은 초콜릿 공장 사장이 다섯 명의 아이를 뽑아 투어를 시켜 준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일이었다.
물론, 해당 동화 속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모두가 안 좋은 최후를 맞이하긴 했지만…….
자리에 모인 수플레들은 그저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이건 대박이다!’
뉴리단길에서 ‘뉴블랙 체험 코스’를 비롯해 진행하는 무료 투어!
끝나고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을 보아하니 뉴리단길에서 새롭게 만들려는 관광 상품의 일종인 모양이다.
하지만 멤버들이 이동 경로나 혜택 등을 설계했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중간이 없는 우리 애들이다. 분명 최고를 준비했을 거야.’
김숯불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도쿄돔에서는 리혁의 날개를 경품으로 얻더니 이번에는 뉴리단길 투어까지 얻어 냈다.
‘희대의 행운아 김숯불!’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가 희희낙락 웃을 때였다.
“음음.”
한 남자가 부하 직원들을 대동한 채 나타나면서 작은 감탄사가 터졌다.
‘홍보팀장님이었나?’
뉴블랙 TV에도 종종 나온 인물.
다소 피곤해 보이지만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가 나타나서는 인원 체크를 했다.
“다들 와 주셨네요. 그러면 지금부터 투어를 시작하겠습니다.”
“네!”
“여러분에게도 미리 고지를 했듯이 이건 뉴블랙 멤버들이 직접 고안한 코스고요.”
“허어어어!”
“그러니 저의 책임은 없습니다아….”
네?
방금 뭐라고…?
…라고 말하려던 수플레들은 이윽고 벌어진 일에 반응을 제때 하지 못했다.
촤르르르륵.
뉴리단길 한가운데에 깔리기 시작하는 레드 카펫.
“……?”
그러더니 풍악이 울리더니 어디선가 사물놀이 패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몰려드는 관광객들.
“뭐야. 뭐 해?”
“뉴블랙네 팬들인가 봐.”
“어머어머.”
“이게 말로만 듣던 한국의 전통 문화인 것인가요. 자기야?”
“아냐. 절대 아냐. It’s not Korean.”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시선을 한 몸에 받은 20명의 관광객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주변의 상인들도 나와 있는 상황.
사물놀이 패가 멈추더니 목청이 좋은 우두머리가 민속촌 말투로 외쳤다.
“금화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여기.”
쭈뼛쭈뼛 품의 금화를 내미는 사람들.
꼼꼼하게 감정하는 연기를 하던 이가 말했다.
“호오! 진품이로군요!”
그러자 사물놀이 패가 풍악을 울리고, 주변 음식점의 사장들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금화를 가지고 오신 귀인들을 뵙습니다!”
“귀인들을 뵙습니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반기는 모습에 관광객이나 놀러 온 사람들이 축하당하는 수플레들을 찍기 시작했다.
펄럭-
사물놀이 패가 들고 있는 깃발에 흩날리는 현수막.
[오늘 하루 왕처럼 모십니다.]
얼굴이 후끈거리는 창피함.
방금 전까지 히죽히죽 웃던 김숯불이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이게 무슨 경품이냐구!’
경품인 줄 알았는데 벌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