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763화
같은 시각.
[현 시각 뉴리단길]
(패딩 모자를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 채 걷는 스무 명의 사람들.jpg)
코인으로 뉴리단길 투어 당첨된 수플레들 수치플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플레가 아니라 수(치)플레였군아
-수치플레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개웃기네
-맨앞에서 호롱들고 걸어가는 환관 뭐냐고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동영상 보면 더 웃김ㅋㅋㅋ 주변 사람들까지 합세 해서 귀인이 오셨슴따~~~!! 이러고 앉았음ㅋㅋㅋㅋㅋㅋ
-휴 2등 당첨이어서 다행이다
여기저기서 뉴리단길 투어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오는 한편.
“으아아아…….”
오프라인에서 실제 투어를 하고 있는 수플레들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이게 좋은데… 아니…….”
“저 너무 부끄러워요. 진짜 아는 사람 만나면 어떡하지.”
“이거 국악 분명히 리혁이가 하자고 했을 텐데, 리혁이 MBTI가 I라고 하는 것도 다 뻥이라니까요. 어떤 I가 이걸 좋아해요?”
수군수군거리며 가이드를 따라가는 수플레들.
조선의 근위대와 함께 지나갈 때마다 ‘와’, ‘뭐야?’ 하면서 따라오는 사람들도 불어나 있었다.
‘으으, 쪽팔려.’
그래도 그런 것을 배려라도 한 걸까.
주최 측에서 건네준 마스크와 꽃무늬 선글라스를 착용하자 자신감이 살짝 상승하기 시작했다.
“허어!”
“이거 도깨비 선글라스인데!”
도깨비 뮤비에서 썼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쓰자 뺨이 씰룩씰룩 솟는 느낌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투어에 수플레들의 마음이 조금씩 들떴다.
“식사 안 하셨죠? 여기가 바로 뉴블랙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에 와서 식사를 하던 불백집이에요.”
“어머!”
“여러분이 앉은 자리들은 멤버들이 4년 전 연습생 생활할 때 앉았던 바로 그 자리들입니다.”
“허어!”
불백집 테이블에 둘러앉은 수플레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이름 들어 본 적 있어.’
뉴리단길에서 멤버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음식점 중 하나라고 했다.
초창기 리얼리티에서도 맛집으로 자주 나와서, 이제는 오로지 예약으로만 장사를 하는 맛집!
“대박이다.”
“여기 그 첫 번째 리얼리티에 나온 음식점 아니에요? 잇츠 더 뉴블랙에 나왔던 거 같은데.”
“크으, 역사의 현장이네요.”
기름때가 누르스름하게 붙은 벽지에서도 역사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거기에 음식 맛도 좋았다.
‘우리 곰슐랭은 틀리지 않지.’
맛집 전문가인 김중현이 인증한 맛집다웠다.
불향 가득한 불백과 우거지 장국, 거기에 쌈장과 채소까지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거 투어 너무 좋은데요?”
“그러니까요.”
…라고 패딩을 걸치고 나오자마자 근위대가 다시 그들을 맞이했다.
“그럼 귀인들을 다음 장소로 모시겠습니다.”
“…….”
“여봐라! 식사를 하셨으니 커피를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커피가 있는 곳으로 모시거라!”
맛집에 이어서 이번에는 유명 카페!
“여기는 멤버들이 자주 오던 카페고요.”
“멤버들이 여기서 리얼리티의 그 장면을 촬영했는데…….”
“뉴블랙이 처음 명곡단에서 1위를 거두었을 때.”
뉴리단길에서 뉴블랙 멤버들과 사연이 얽힌 공간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면서 투어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설렜던 것은 바로 예정에 없던 깜짝 코너였다.
레몬 엔터 사옥 내부 투어.
“하하. 안녕하십니까!”
“와아아아!”
초콜릿 공장의 주인처럼 레몬 엔터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는 온화한 인상의 중년인이었다.
‘규… 규호!’
‘빛규호!’
‘진짜 빛이 나는구나!’
주변 뉴리단길에서 구경을 나온 사람들도 폰카를 들어서 규호를 찍고 있었다.
레몬 엔터 사옥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수플레들에게 박규호 대표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저희 회사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러면서 안으로 안내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부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입장하는 수플레들.
누군가 설렌 얼굴로 물었다.
“혹시 오늘…….”
“아.”
박규호 대표가 하하 웃었다.
“멤버들은 현재 일정 때문에 회사에 없는 상황이라서요.”
“아아. 맞다.”
“예. 기사 사진 보셨죠? AMA 때문에 미국으로 출국을 한 상황입니다. 워낙에 일정이 바쁘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는 수플레들에게 박규호 대표가 말했다.
“그래도 멤버들이 여러분을 위해 영상 메시지를 남겼으니까요.”
“크르르륵!”
“어… 예, 그, 그렇습니다.”
갑자기 늑대인간처럼 흉폭하게 눈빛이 변한 팬들의 모습에 박규호 대표가 헛기침을 하고 안내했다.
대형 회의실 스크린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뉴블랙.
[안녕! 수플레들!]
“우와아아아아-!”
[오늘 투어는 어때요? 재미있었어요?]
“네!”
[다행이다.]
그런 말을 하며 웃던 리혁이 박규호 대표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표님, 혹시 수플레들이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Yes라고 해 주었나요? 그 경우에만 이 영상을 이어서 준비해 주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박규호 대표가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영상이 5가지가 있거든요. 루트에 따라서.”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리혁이다운 준비성이었다.
‘조선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여행자들이여~’ 하듯이 뉴블랙 멤버들의 웰컴 영상을 시청한 후.
“자, 한 번 둘러보실까요?”
공개되어도 괜찮은 곳 위주로 투어가 이어졌다.
“허어!”
“죄다 어디서 많이 본 분들이에요.”
“와. 저 진짜 뉴블랙 TV 컨텐츠 촬영 나온 기분이에요.”
중간중간 지나가는 회사 직원들에게 저도 모르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안녕하세요!’ 하곤 했다.
뉴블랙 TV에서 자주 보던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어? 아… 투어 나오신 분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오…….”
“어이구. 반갑습니다…. 저희는 행복해요… 아, 저도 모르게 안 물어보셨는데도 반사적으로 나오네요.”
프로듀싱 팀의 나상윤 팀장과 편곡 담당 김형섭.
거기에 최근에 송캠프가 끝나고 합류한 유웅 작곡가까지, 흐느적거리는 세 남자에게도 환호가 나왔다.
‘작곡 요괴에게 쥐어짜이는 중이시구나!’
힘내시라며 초콜릿을 건네는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곤 흐느적거리는 작곡가들이 사라졌다.
수플레들이 짠한 웃음을 흘리는 가운데.
투어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연예인도 목격했다.
“어? 어어어?!”
“음?”
복도에 서서 과자 봉지를 입에 탈탈탈 털어 넣고 있던 누군가와 수플레들의 눈이 딱 마주쳤다.
‘데이지다!’
귀여운 눈망울과 올망졸망하게 땋은 머리카락.
스칼렛의 메인 래퍼인 데이지였다!
“대박……!”
“와, 너… 너무 예뻐요.”
대개 미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녀도 좋아하기 마련이다.
앨범 회의를 하다가 쉬는 중인지 복도로 나온 스칼렛의 멤버들과 수플레들이 조우했다.
“아, 우리 회사 투어 오신 거예요? 뉴리단길 투어?”
“네!”
“어쩐지. 다들 너무 귀여우세요.”
대중들과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두루두루 호감픽으로 꼽히는 스칼렛답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김덕춘! 화이팅!”
“스칼렛! 화이팅!”
다 같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고.
다음 앨범 나올 때 한 번 들어 달라는 걸그룹에게 화이팅을 외쳐 주면서 수플레들이 땀을 식혔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어!’
처음에는 조금 쪽팔리긴 했지만, 웨이팅이 어마어마한 전설의 맛집에서도 밥을 먹고!
유명한 곳에도 가고!
뉴블랙 TV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도 봤다.
거기에 스칼렛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까지!
“저희 아이들을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규호 대표가 인사말을 남기고 사라진 후.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요청하는 설문조사에 성실히 응한 이들이 처음에 제출했던 금화를 돌려받았다.
홍보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이 금화는 오늘 한정으로 뉴리단길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을 때 보여 드리면 혜택이 있으니까요. 어디 가시지 말고, 주변에서 놀다 들어가 보세요.”
그 말에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오늘 하루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다른 수플레들과 함께 금화를 들고 이동했다.
“물건을 사면 혜택이 있다고 했는데… 어디 가 보죠?”
“만만하게 로드샵이라도 가 볼까요? 립밤 같은 거라도 하나 사게.”
주변 뷰티샵 매장에 들어간 수플레들이 물건을 몇 개 사고는 금화를 내밀었다.
“저기, 그리고 저희 이거 사용할게요.”
“이건…….”
곧바로 원 플러스 원으로 바뀌는 상품.
‘어머!’
눈을 크게 뜨며 수플레들이 행복해할 때였다.
직원이 말했다.
“잠시만요.”
다른 직원들을 불러 모은 직원이 수플레들에게 꾸벅 인사하며 말했다.
“여러분. 귀인이 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자기들끼리도 웃긴지 입술을 꾹 말고 ‘귀인이시여!’ 하는 직원들.
방금 전까지 원 플러스 원이라며 좋아하는 수플레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물들었다.
“…….”
김숯불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멤버들의 웃음소리가 깔깔깔 들려왔다.
좋은 것인가. 슬픈 것인가.
다음에는 금화 같은 것을 주울 때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한 수플레였다.
* * *
LA 호텔 스위트룸.
노트북 화면에 적힌 내용을 읽은 지호가 쾌재를 질렀다.
“대만족이래요!”
“허어!”
“그럴 줄 알았다. 수플레들이 행복해할 줄 알았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홍보팀에서 보내 준 문서였다.
수플레들이 이번 뉴리단길 투어에 대해 별점 5개 중에 5개를 주며 대만족했다는 이야기였다.
“글쎄요.”
리혁이가 산통을 깼다.
“저기서 설문 조사하는데 ‘별로’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어요? 일단 저 자리에 있으면 누구든 만족했다고 썼을걸요. 굳이 나쁜 말 해야 할 필요도 없고.”
“…….”
“아니, 뭐. 그렇다는 말이에요.”
“…….”
틀린 말이 아니라서 더 얄밉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니, 대체로 팬들이 만족했다는 것은 분명한 듯했다.
“일단 다행이네.”
수플레들에게 무언가를 선물로 줄까 하다가 고민하다가 때마침 요즘 준비 중인 프로젝트의 참여 기회를 선물했다.
이른바 뉴리단길 투어.
회사에서 내년 사옥 이전을 앞두고 준비하는 프로젝트였다.
-뉴리단길 상권 중심 ‘레몬 엔터’, 내년 상반기 사옥 이전한다
-레몬 엔터 사옥 이전 두고 갑론을박, “레몬 엔터가 가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포토] 레몬 엔터 사옥 이전 반대 시위
사옥 이전을 두고 여기저기서 시끌시끌했다.
사실 그냥 옮기면 그만인데 뉴리단길이 너무 유명해지면서 생긴 문제였다.
매일 언론에서 경제적 가치 창출 얼마 하고 떠들어 대면서 최근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까지 가세했다.
-저기, 레몬아. 이거 상권이 너무 커지지 않았니?
규모가 커지다 못해 관광명소처럼 변해 버린 뉴리단길.
여기에 레몬 엔터 사옥만 쏙 빠지면 이게 다 공중분해가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어느 중국 기업가가 웃돈 수백억을 줄 테니 우리 회사 건물을 팔라고 했다나.
-왜 산대?
-우리도 그걸 모르겠네. 묻지 않는 게 조건이래.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외국 자본까지 손을 뻗치는 상황에 결국 회사 임원들과 회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다.
모두에게 이로운 길로.
-기념 공간으로 만들죠.
사무 관련은 신사옥으로 이전을 하되, 기존의 건물은 유지하고 그 건물을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으로.
이름은 아마도 ‘뉴블랙 뮤지엄.’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의 우리가 입은 의상이나 기념적인 물건들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마 모두에게 윈윈일 것이다.
우리와 관련된 관광명소로서의 기능도 그대로 하고, 상권도 유지하고, 뭐 기타 등등.
뉴리단길 투어는 그런 의도에서 기획된 것 중 하나였다.
“오케이. 일단 시작이 좋고…….”
꺄르륵 웃으며 좋아하는 동생들을 다시 자리에 앉히고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석환 형을 바라보았다.
“그 밖에 다른 건?”
AMA 일정을 위해 미국에 오긴 했지만, 한국 관련 일정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석환 형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KMA와 관련해서 K넷이 협조 공문을 보냈어.”
“무슨 협조 공문?”
“어워즈에 선명주 씨 영상을 쓰고 싶은데, 미공개 영상 중에 적당한 게 있으면 보내 달라는데.”
“……보내 줄 수 있느냐가 아니고 보내 달라고?”
석환 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혁이가 ‘미쳤나’ 하면서 분개했다.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나왔다.
“어떤 식으로 쓸 거래?”
“음악 앞에 하나 되는 대한민국, 그런 컨셉으로 뭐 과거의 음악인이 지금의 음악인들에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KMA 특유의 ‘아시아 최고의 어워즈’ 하는 데 아빠의 영상을 이용하고 싶다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그쪽에서 허락을 구한다고 보내 준 기획도 가관이다.
“불멸의 아이콘 상은 또 뭐야.”
이상한 상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상자를 발표할 프레젠터로 하시모토 겐지를 초빙한다고 되어 있다.
중현이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진짜예요?”
석환 형이 답해 주었다.
“K넷이랑 일본 연예계 쪽 자본이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
“아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기획안을 넘겼다.
말은 번지르르하고 그럴싸하긴 한데 깊숙이 들여다보면 실속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기획안을 거절한다고 전달해 줘.”
“알았어.”
보통은 불이익이 염려되어서 고민이 되었을 텐데.
이제는 더 이상 K넷이 우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음방에 나오지 못하게 하면 안 나가면 그만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저쪽이 더 손해다.
“사람을 뭘로 보고 진짜.”
나는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기는데 옆에서 리혁이가 더 분개하고 있어서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뭐요!”
“진정해.”
“알았어요.”
그러고는 석환 형이 전해 주는 다른 용건들도 하나씩 처리했다.
“PBS랑 HBS 쪽에서는 다큐멘터리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어.”
“다큐?”
“응. 아버님 관련 다큐.”
아빠의 공연 예고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선명주, 그는 누구인가?’, ‘어느 천재의 비상’ 같은 다큐를 제작한다는 모양이다.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시작으로 한국 스케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일단 이번 미국 스케줄이 복잡하니까 미리 순서를 정리해 줄게.”
매니저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들었다.
우선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참가를 하고.
다음 날 간단한 인터뷰 프로모션.
그다음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열리는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열리는 모금 파티까지.
거기서 또 일주일 뒤면 일본에서 열리는 KMA라는 것이 함정이었다.
“…….”
“…….”
비주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분명히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음, 그렇지 하는 스케줄인데… 합쳐지니 대박이네요.”
“저게 5일 동안 스케줄이라니…….”
AMA 좋지. 퍼레이드 좋지.
그런 식으로 잡아 놓은 스케줄이 5일간의 화려한 콤보로 돌아와 있었다.
“…….”
“…….”
다시 감도는 정적.
우리 막둥이가 ‘스스로 불러 온 재앙에 짓눌려~~’ 하며 노래를 열창하면서 다들 웃음이 터졌다.
지호의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며 웃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뭐 어떡하겠냐. 해야지.”
“해야죠.”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하기로 했다.
우선은 당장 내일 있을 AMA 레드카펫 준비부터.
“후후후후후후.”
“아 또 불길하다.”
“후후후후후.”
행복한 웃음을 흘리며 소파 앞 테이블에 놓인 상자를 바라보았다.
To. My Sun
르블랑의 수석 디자이너인 지미 로빈스가 AMA 레드카펫을 위해 내게 보내 준 특별 의상이었다.
“네.”
주변 비하인드 캠을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패션계의 샛별. 저 선우주가 이번 AMA 레드카펫에서 입게 될 의상은 바로…!”
* * *
LA 다운타운 마이크로소프트 극장.
경비요원들이 삼엄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현장에 인파가 출렁이고 있었다.
“뉴블랙! 뉴블랙!”
AMA 로고가 사방에 붙어 있는 레드카펫.
극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서너 블록이 뉴블랙을 기다리는 팬들로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클로이 루이즈입니다! 저는 지금 AMA가 열리는 현장에 있는데요. 현장의 열기가 굉장히 뜨겁습니다!”
LA 방송국의 리포터가 주변에 있는 팬들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얼굴에 태극기를 그려 넣거나 연지곤지를 바른 팬들이 캬르륵 웃으며 답하는 가운데.
“문신까지 한 팬도 있군요!”
바이크 라이더처럼 우람한 체구의 남자 팬이 팔뚝에 뉴블랙 중현과 염소를 같이 새긴 문신까지 보여 주었다.
멤버들이 보았다면 ‘왜 대길이를 팔에…?’ 라고 당황했을 장면.
그런 열기 속에서 오늘 AMA에 참석하는 셀럽들이 하나둘 도착하고 있었다.
“켈리! 켈리!”
“콜드 브라운이다! 요, 콜드! 여기 봐주세요! 여기!”
“레슬리!”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켈리 넬슨부터 유명한 리얼리티 스타 레슬리 톰슨까지.
플래시를 터뜨린 기자들이 숨을 돌리곤 사진들을 확인했다.
“음?”
그리고 뭔가 특이한 점을 깨달았다.
“유독 플로라 패턴이 많네.”
움푹 파인 레슬리 톰슨의 드레스에 플로라 패턴이 새겨져 있었다.
콜드 브라운도 올블랙 셔츠에 꽃과 줄기가 살짝 음각으로 새겨진 아우터를 입고 있고.
영국에서 온 켈리 넬슨의 흰 재킷의 등판에도 거대한 장미 하나가 카툰 그림체로 그려져 있다.
‘그래니 시크라고 했나?’
Granny Chic.
한국어로 번역하면 일명 ‘할매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최근 미국 셀럽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몰랐어, 톰?”
옆에 있는 사진 기자가 말했다.
“패션 위크 이후로 요즘에 플로라 패턴이랑 그래니 룩이 유행이잖아.”
“그래?”
“이 친구 대체 어디 살다 온 거야?”
그의 농담에 사진 기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유행이었구나.”
“유행이지. 최근에 이게…….”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어마어마한 함성과 함께 멀찍이서 리무진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귀청을 찢는 함성에 사진 기사 톰이 움찔할 때.
그의 옆에서 핀잔을 줬던 동료가 말했다.
“저기 오네. 그래니 시크의 창시자가.”
“창시자?”
할매룩을 미국에 퍼뜨린 장본인이 뉴블랙이었다니.
최근 들어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가수 정도로 알고 있는 톰이 사진 포즈를 잡고 있을 때였다.
달칵.
경호원이 문을 열어 주면서 그 안에서 길쭉한 다리가 뻗어져 나온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다리 아래로 보이는 꽃신.
“Oh my…!”
꽃신과 함께 곧이어 꽃의 신이 차량에서 내리기 시작했다.